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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49
나이트클럽에서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간까지 시간을 보낸 네 사람은 대리운전을 불러 숙소로 정한 모텔로 향하였다. 모텔에 도착한 친구들은 근처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서 모텔방으로 들어갔다. 원래 현식이의 계획은 창식이와 은애를 밖으로 내보내고 주연이와 거사(?)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창식이가 너무 빨리 취해서 뻗어버리는 바람에 현식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음, 물. 물.”
눈을 뜬 창식이가 캄캄한 방바닥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물을 찾고 있었다. 간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목은 타들어가는 것 같고, 머리는 깨질 것 같은 것이 영락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 여기저기 손을 더듬대다 생수통을 발견한 창식이는 단숨에 물 한통을 다 비웠다.
“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정신을 차린 창식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젖혔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 환한 대낮의 햇빛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식이는 고개를 돌려 침대 쪽을 보았다. 현식이는 엎드린 채로 자고 있었고, 주연이는 현식이의 등에 한 쪽발을 걸친 채 큰대자로 뻗어있었다. 창식이는 자고 있는 둘을 흔들어 깨웠다.
“야, 야, 일어나. 해 떴어.”
창식이가 한참을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두 사람도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주연이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향하였고, 현식이는 머리가 아픈지 눈을 꼼 감고 두 손으로 머리를 깜싼 채로 창식이에게 시간을 물어봤다.
“아, 머리 아퍼. 야, 몇 시냐?”
“지금? 지금이 어어어 벌써 1시 넘었네.”
“벌써? 아 미치겠다.”
“은애는? 집에 갔어?”
창식이는 은애가 안 보이자 현식이에게 은애가 어디 갔는지를 물었다.
“택시 태워 보냈지. 아, 넌 뭐 그렇게 빨리 뻗냐? 너 때문에 망했어 새꺄.”
“내가 왜?”
“왜긴 왜야, 너네 내보내고 주연이랑 할려고 그랬는데, 너 뻗어버리는 바람에 못 했잖아. 썩을 놈아!”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죄인이야.”
만사가 귀찮은 창식이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야, 일어나. 씻고 나가야지.”
현식이가 침대에 엎어진 창식이를 흔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주연이 나올 때까지만.”
현식이와 창식이가 멍하니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사이 주연이는 어느새 꽃단장을 하고 화장실을 걸어 나왔다.
“야, 씻어. 정신 차려야지.”
주연이는 남자들에게 씻으라고 말하고 은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은애야. 잘 들어갔어?”
“응, 애들은?”
“지금 막 일어났어. 이제 씻을거야. 너는 언제 올래?”
“나도 좀 전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하면 한 한 시간은 걸릴 거 같아.”
“그래, 알아쏘. 그럼 두 시 반 쯤이면 올려나?”
“음, 그 때 쯤이면 도착하겠다. 최대한 빨리 갈게.”
“알았어. 쉬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와.”
“그래, 이따 보자.”
“안뇽.”
창식이와 현식이는 차례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하였고, 주연이는 난장판이 된 방안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방 청소와 씻는 것을 모두 마치고, 세 사람은 간밤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난 기억이 안 나. 나 언제부터 뻗은거냐?”
창식이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술을 사다가 방에서 마신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몰라. 첨에 몇 잔 돌리고 얘기하다 보니까 침대에 기대서 자고 있드만.”
현식이가 새벽에 있었던 상황을 말해 주었다.
“너 잠들고 우리도 얼마 안 지나서 끝냈어. 너무 피곤하더라.”
주연이가 하품을 하며 옆에 앉아 있는 현식이의 어꺠에 턱을 괴며 말하였다.
“오늘 뭐 할까?”
주연이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던 현식이가 광안리에 회를 먹으러 가는게 어떻겠냐고 말하였고, 현식이의 생각이 괜찮겠다 싶은 창식이와 주연이는 은애가 오면 물어보자고 하였다. 두 시 반이 조금 안 돼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은애였다.
“잘 잤어?”
은애가 창식이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창식이가 은애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새벽에 잘 들어갔는지를 물었다.
“응, 택시 타고 가서 금방 갔어. 속은 좀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어. 아까 일어났을 땐 죽을 거 같더라. 넌 괜찮아?”
“난 그렇게 많이 안 마셔서 좀 피곤한 거 빼곤 괜찮았어.”
“얘들아, 이제 일어나자. 부산 까지 와서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돼지.”
현식이가 주연이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창식이와 은애도 뒤따라 나갔다. 모텔을 나선 네 사람은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은애야, 우리 광안리 놀러 갈까?”
주연이가 은애에게 묻자 은애도 그거 괜찮겠다며 차에 올랐고, 다른 친구들도 차에 앉았다.
“광안리 괜찮지. 거기 ‘회 센타’ 라고 건물 전체가 횟집만 있는데 있거든? 우리 바다 보고 거기서 회 먹자. 어때?”
은애의 말에 다 죽어가던 친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차리고선 빨리 가자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광안리까지는 차로 3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다. 차를 주차하고 근처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 네 사람은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거닐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진 않았으나, 토요일 주말인데다 대학교가 방학을 해서 그런지 백사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초여름의 바닷가를 즐기고 있었다.
“이따가 회 먹고 뭐 할까?”
창식이가 친구들에게 물었다.
“회 먹으면서 간단하게 술 한 잔 하고, 오늘은 좀 찢어져서 놀자. 어때?”
현식이의 제안에 주연이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맞아. 부산 와서 마지막 밤인데 커플끼리 시간도 있어야지. 너네도 그게 좋지?”
주연이는 말을 하고 나서 창식이와 은애의 눈치를 살폈다. 좋다 싫다 표현은 안 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아하니 싫지 않은 눈치였다.
“얘들아, 우리 그만 걷고 회 센타 가자. 응? 다리 아파 죽겠다.”
주연이가 그만 걷자고 말을 하자, 저녁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장소를 옮기기로 한 친구들은 은애의 안내를 따라 회 센타로 걸어갔다. 말로만 들어봤던 회 센타는 그 규모가 상당하였다. 은애의 말처럼 10층이 넘는 높은 건물에 층마다 여러 횟집들이 들어 서 있었는데, 1층에는 수산 시장처럼 커다란 수족관과 다양한 생선들이 눈에 띄었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7층에 있는 한 횟집에 들어가 앉았다. 광어를 주문한 친구들은 먼저 나온 스끼다시에 가볍게 술을 한 잔씩 마시며 재밌는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주문한 회가 나오자 게눈 감추 듯 먹어치우고는 잠시 자리에 쓰러져 휴식을 취하였다. 전날 먹은 술에 장시간 백사장을 거닐었더니 몸이 노곤한 것이 그대로 누워 자고만 싶은 네 사람이었다. 수십 분 동안 꼼짝 않고 쓰러져 있다가 자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 헤어졌다가 여기서 만나자. 어때?”
현식이가 창식이에게 물었다.
“몇 시 쯤에 볼 건데?”
“놀다가 생각나면 전화 하자구. 알았지?”
“그런데 니들 어디 아는 데라도 있어?”
“그냥 구경 좀 하다가 괜찮은데 있으면 놀면 돼지. 하여간 걱정도 팔자네. 그럼 이따 봐. 주연아, 가자.”
현식이와 주연이가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창식이가 은애에게 물었다.
“우리도 그만 갈까?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은애야?”
“우리 오붓하게 바다 보면서 얘기나 더 할까? 노을 지는 거 같이 보면 분위기 있고 좋겠다. 어때?”
“나야 좋지. 캔맥주나 사갖고 갈까? 얘기하면서 한 잔씩 하게.”
“그래.”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를 몇 개 산 후, 광안리 백사장에 나란히 앉아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붉게 타는 노을에 온 바다가 새빨갛게 물이 들어가듯 창식이와 은애도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