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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51
이제부터 진짜 커플이 된 창식이와 은애는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해변가를 거닐었다. 시간이 늦은 듯 하여 숙소로 돌아갈지 어떻게 할지 현식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잠시 후 현식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너네 먼저 가. 우리 자고 갈거야.”
창식이의 카톡을 함께 본 은애의 눈이 똥그래졌다.
“은애야, 어떻게 할까?”
창식이의 질문은 광안리에서 더 놀지, 아니면 숙소로 돌아가서 그 쪽에서 놀지를 묻는 것이었으나, 현식이의 카톡을 본 은애의 귀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리고 있었다.
“응? 뭐, 뭘 어떻게?”
당황하는 은애가 이상한 창식이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 아냐. 아무 것도.”
“우리 부산역 가서 놀까?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너 그 쪽이 집 가긴 더 편하잖아.”
“그래, 그러자.”
대리 운전을 불러 부산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모텔 근처 호프집에서 술을 한 잔 하였다. 다정하게 붙어 앉은 두 사람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고,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간간이 일어나는 스킨십은 둘 사이를 더욱 끈적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자 은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날에 새벽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걱정이 된 은애 부모님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네 엄마, 네, 알았어요. 금방 들어갈게. 친구들 내일 올라가잖아. 조금만 더 있다 갈게요. 네, 걱정 마세요. 응, 아빠한테 말 잘 해 주세요. 네, 먼저 주무세용. 네엥.”
은애가 전화를 끊었다.
“집이야?”
“응, 별거 아냐. 너무 늦지 말라고.”
“그럼 너 지금 들어가야 돼.”
“아냐, 나 오늘 천천히 들어갈거야.”
은애가 창식이에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다. 창식이의 어깨로 은애의 몸에서 나는 온기와 채취가 전해져 왔다. 창식이는 손으로 은애의 턱을 들어 지긋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창식이와 시선을 맞추던 은애가 살며시 눈을 감자 창식이는 은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창식이가 슬며시 혀를 은애의 입술 사이로 갖다 대자 은애의 입술이 가만히 벌어졌다. 창식이의 혀가 은애의 입속으로 들어가자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자친구를 환영하듯이 그녀의 혀가 창식이의 혀를 더듬기 시작하였다. 오랜 시간 설왕설래를 하며 키스를 하는 동안 은애는 생각하였다.
‘주연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혹시 현식이랑 벌써.’
은애는 아까 본 현식이의 카톡이 신경 쓰였다. 자고 간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혹시 그건 한다는 말일까? 창식이가 나랑 자고 싶다면 어쩌지. 키스를 하는 동안 은애의 머릿 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그 때였다.
“흡.”
키스를 하던 은애의 호흡이 멈췄다. 방심 하는 사이 창식이의 염치 없는 손이 자신의 가슴을 쪼물락 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가슴까지만 허락하자.’
모처럼의 분위기를 깨기 싫은 은애는 부끄러웠지만 창식이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호프집 구석 끝자리에 앉은 터라 자신들의 낯부끄러운 애정행각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은애에게는 위안거리였다. 그러나 욕심 많은 창식이의 손은 거기서 만족할 줄을 몰랐다. 티셔츠 위로 가슴을 쪼물락 거리던 손이 어느새 티셔츠 속으로 들어와 브래지어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자신의 유두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은애는 부끄러웠지만 난생 처음 겪는 쾌감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것은 마치 유두라는 콘센트를 통해 100만 볼트의 전기가 흘러들어오는 것처럼 전신이 찌릿찌릿 하고, 저 아래 깊은 곳에 불덩이를 품은 듯 뜨거운 느낌이었다. 은애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여기서 거절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받아줘야만 할지, 거절하자니 창식이가 기분 나빠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고, 계속 받아주자니 행여라도 자기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은애는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쁜 놈, 그냥 키스만 해주지.’
은애는 자신의 이런 복잡한 마음을 모른 채 혼자 실컷 기분을 내고 있는 창식이가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은애의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창식이의 손은 가슴에서 명치, 복부로 살금살금 기어내려 가더니 결국엔 단 한 번도 허락된 적이 없는 금남의 구역에 침범하고야 말았다. 깜짝 놀란 은애가 자신의 바지 속으로 들어온 창식이의 손을 덥썩 잡고 창식이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갑작스런 은애의 저항에 창식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헛기침을 하였다. 은애의 바지 속에서 손을 뺀 창식이는 앞에 놓인 술 잔을 비우고는 사과를 해야 할지,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사과를 하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 이 민망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은애는 후회가 되었다. 처음에 창식이가 가슴을 만졌을 때, 차라리 싫다고 했으면 이렇게 어색해 지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사실 은애는 창식이와의 스킨십이 좋았다. 첫경험을 창식이와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만약 한다면 창식이와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더구나 이런 장소에서는 싫었다. 은애는 슬쩍 창식이의 얼굴을 보았다. 말 없는 표정에서 민망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은애는 내숭을 떨 줄 모르는 솔직한 성격이었다. 게다가 남자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밀당 같은 것은 할 줄 몰랐고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 은애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창식아.”
“어? 응, 말 해.”
창식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은애가 당황스러웠다. 기분이 많이 상한 것은 아닐까, 화를 내면 어쩌지, 머릿 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가득하였다.
“난 니가 정말 좋아. 너랑 키스하는 게 좋고, 니가 나를 만지는 것도 좋고. 니가 원한다면 허락해 줄 수도 있어. 그런데 사실 난 걱정이 돼. 혹시라도 니가 나를 쉽게 보지는 않을까 하고.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고 말야. 내가 언제고 첫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그런데 사실 겁이 나. 정말 겁이 나.”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지만 은애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빨간 사과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창식이는 은애가 이런 말을 하게 만든 자신이 참 못 났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은애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다.
“아냐, 아냐. 헤픈 여자라니. 그런 생각 한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헤픈 여자면 내가 뭐가 되냐? 절대 그런 생각 하지 마. 그냥 너무 예뻐서 자꾸 만지고 싶은 것 뿐이야. 원래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하네 다 그래.”
창식이는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은애는 창식이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애는 하는 말마다 이쁜 창식이가 귀여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은애는 창식이의 입술에 입을 맞춘 후, 그에게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창식아, 나랑 정말 하고 싶어?”
은애의 말을 들은 창식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은애의 진심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결국 창식이도 늑대의 본성을 가진 욕구 왕성한 숫놈이었으니까. 은애의 말을 들은 창식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창식이를 본 은애는 다시 창식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응? 어딜?”
“빨리 나가자.”
어안이 벙벙한 창식이를 자리에 두고 은애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 후 가게 밖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창식이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은애와 손을 잡고 걸어간 곳에는 숙소로 정한 모텔이 있었다. 창식이는 놀란 눈으로 은애를 쳐다 보았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은애는 잠시 창식이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창식이의 손을 잡고 모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