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64 / 0093 (64/93)

0064 / 0093 ----------------------------------------------

[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64

이 실장이 황 실장에게 어처구니 없는 봉변을 당하는 사이 하숙집 네 여자는 거실에 도란도란 모여앉아 저녁으로 족발과 보쌈을 먹고 있었다. 이래저래 기분이 꿀꿀했던 영숙이가 기분을 풀기 위해 술이나 한잔 하자는 것이 하숙집 식구들의 회식자리가 된 것이었다. 

“니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얘기 좀 해 봐라. 궁금해 죽겠다.”

영애가 세란이와 민정이에게 물었다. 영숙이도 옆에서 족발을 뜯으며 거들었다. 

“맞어. 언니들 싸운 거 맞지? 왜 싸운거야? 응? 와, 눈 봐봐. 얼마나 울었는지 완전 붕어 눈이야 지금.”

영숙이의 말을 들은 세란이와 민정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무리 물어봐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두 사람이 영숙이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와, 진짜 이러기야? 하숙집 세 자매 막내만 따돌리기냐구. 자꾸 이러면 나 삐진다 진짜!”

“아무 것도 아냐. 별 일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세란이가 영숙이에게 말하자 영숙이는 끝까지 이유가 알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러니까 그 별 일 아닌 일이 도대체 뭐냐구? 진짜 말 안 해 줄거야?”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 영애는 보채는 영숙이를 달랬다. 

“영숙아, 우리 그만 모른 체 하자. 다른 사람한테는 말 못할 둘 사이의 뭔가가 있겠지. 우리 이 쯤에서 묻어두자. 어떠니?”

영애의 말에 영숙이는 가르쳐 달라고 졸라대기가 멋쩍어졌지만, 그래도 서운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여간 두고 봐. 내가 조만간 비밀 하나 만들어서 두 사람 다 죽을 만큼 궁금하게 만들어 줄거야 쳇.”

영숙이의 귀여운 앙탈에 세 사람은 크게 웃었고, 영애는 전과 달라진 민정이의 표정을 보며 한 마디 하였다. 

“그런데 민정이 얼굴이 왠지 밝아진 것 같지 않니? 한동안 계속 어두웠던 것 같은데, 오늘은 참 밝아 보인다.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건가?”

그 말을 들은 영숙이도 민정이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한 마디 거들었다. 

“음, 진짜 그러네? 언니가 세란이 언니한테 뭔가 쌓인 게 많았구나. 맞지? 오늘 대판 싸우고 다 풀린거야. 맞지? 잉 말 좀 해주라 앙?”

영애와 영숙이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민정이가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자신이 벌려놓은 일 때문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민정이는, 세란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화류계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을 하고 나니 그 간의 말도 못할 마음 고생으로 잔뜩 어두웠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예의 밝고 예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이야기가 둘 사이의 비밀에 대해 자꾸 집중이 되자 세란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건배를 하였다. 

“자자, 별 거 아니니까 그만들 신경 끄시고, 우리 오랜만에 하숙집 여자들끼리 건배나 해요. 자, 잔들 채우세요. 잔들 드시고 짠!”

“건배!”

네 사람은 잔을 부딪치고 소주를 완샷한 후, 보쌈 한 점 씩을 맛있게 입에 넣었다. 

“고기가 쫄깃쫄깃 야들야들하다.”

민정이가 보쌈을 한 점 집어 젓갈에 맛깔나게 찍어서 입에 한 입 집어넣었다. 

“거 봐, 내가 보쌈도 시키자고 했잖아. 내 말 듣길 잘 했지?”

영숙이가 으스대자 민정이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영숙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으이구, 그래 우리 막내 덕분에 맛있는 보쌈 먹네요. 진짜 안 시켰으면 눈물 날 뻔 했다 얘.”

민정이와 영숙이 마주보며 다정하게 웃었고, 그런 모습을 바라 보는 세란이의 마음은 그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세란이는 며칠 전에 말했던 휴가 얘기에 대해 다시 꺼냈다. 

“야야, 우리 며칠 전에 말했던 거 휴가 얘기 있잖아. 우리 그거나 다시 얘기하자. 아줌마는 올 여름 휴가 계획 있으세요?”

세란의 질문을 받은 영애는 잠시 벽에 걸린 달력을 살펴보고 대답 하였다. 

“글세, 뭐 모임에서 온천이나 놀러가자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안 잡혔지.”

“영숙이 너는 어때?”

영숙이는 세란이에게 입술을 삐쭉 거리며 대답하였다. 

“흥, 언니! 휴가 같이 가자는 얘기 내가 먼저 한 거거든? 남의 아이디어 훔쳐가기 있긔 없긔?”

영숙이의 말을 들은 세란이 웃으며 영숙이의 입에 족발을 상추에 싸서 넣어주자 영숙이는 금새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헤헤헤, 맛있쩌.”

그런 세란이는 영숙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보면 볼수록 귀여운 동생이라고 생각하였다. 

“맞어 맞어. 우리 영숙이가 놀러 가자고 했었지. 그럼 영숙이 너는 시간 괜찮은 거지?”

“그럼요. 당근 가야지.”

“민정이 너는 어때?”

세란이 민정이에게 질문을 하자 영숙이가 끼어 들었다. 

“민정 언니 이번 여름에 한 달 짜리 해외 여행 간다면서?”

영숙이의 말을 들은 영애가 깜짝 놀라 민정이에게 물었다. 

“어머 어쩜, 좋겠다 얘. 어디로 가니?”

민정이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니에요. 취소 됐어요. 시간들 괜찮으시면 우리 하숙집 식구들끼리 놀러가요.”

민정이의 말을 들은 영숙이가 손뼉을 치며 뛸 듯이 기뻐하였다.

“우와! 그럼 우리 이번 여름 휴가 다 같이 갈 수 있겠네? 우와, 대박!”

아이들은 영애까지 넷이서 휴가를 함께 보내기를 원했지만 영애의 생각은 좀 달랐다. 여름 휴가는 젊은 사람들끼리 보내는 것이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 영애는 세 사람이 함께 놀러 가자며 계속 졸라댔지만 극구 사양하였고, 결국 세란이와 민정이, 영숙이는 세 사람만의 휴가 계획을 짜기로 하였다. 

“아줌마는 피곤해서 먼저 일어날게. 맛있게들 먹고 휴가계획 잘 짜렴.”

“네, 쉬세요.”

“아침에 뵈요 아줌마.”

영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고, 아이들은 구체적인 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그럼 7월 초 쯤에 다들 시간 괜찮은 거지?”

세란이 민정이와 영숙이의 스케쥴을 확인하였다. 두 아이들 모두 괜찮다고 하였다. 

“창식이도 데려갈까?”

세란이가 묻자 영숙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이, 걔 바쁠걸요? 알바도 많고, 저번에 창식이 소개팅 해 준 애 있잖아요. 은애라고. 얼마전엔 걔 만나러 부산도 2박 3일로 다녀왔대요.”

“그래?”

“아참, 은애가 그러는데 걔네 사귀기로 했대요.”

“어머, 잘 됐네.”

“은애라는 애 어떻게 생겻나 한 번 보고 싶다 얘.”

세란이와 민정이가 웃으며 은애에 대해 궁금해했다. 

“은애 걔 예뻐요. 되게 여성스럽고. 걔는 왜 창식이 같은 애가 좋은건지 원.”

영숙이가 이해가 안된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자 세란이가 창식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얘, 그래도 창식이 정도면 괜찮지 않니? 얼굴도 귀엽고 하는 짓도 착하고. 이해심도 많고. 그 정도면 남자친구로 괜찮지. 안 그래?”

민정이도 세란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럼, 나는 걔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해서 우리 영숙이랑 잘 됐으면 했는데. 아깝다 야.”

민정이의 말을 들은 영숙이가 펄쩍 뛰며 정색을 하였다. 

“어머 언니! 무슨 그런 기분 나쁜 말을 할 수가 있어? 와, 진짜 황당하다.”

영숙이의 반응이 재밌는 두 사람은 계속 영숙이를 골려먹고 있었다. 

“야, 니네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하는 짓도 둘이 똑같이 귀엽지. 나이도 동갑에다 같은 집에 사는데다. 사귀자마자 동거지 뭐야 호호호.”

“그러게 언니. 얘네 키도 잘 맞아. 영숙이 힐 신고 창식이 구두 신으면 딱 황금싸이즈 나오겠다.”

두 사람이 계속 자기를 놀리자 영숙이가 으름장을 놓았다. 

“어이 거기 두 분, 오세란 씨 한민정 씨! 자꾸 이러시면 나 화 내요. 진짜 복수할거야!”

“알았어, 알았어. 안 그럴게. 떽! 그렇다고 언니들 이름을 부르면 쓰니? 호호호”

더 했다간 영숙이가 진짜로 삐질 것 같아 두 사람은 놀려먹기를 그만 두고 다시 휴가 얘기를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