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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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71

같은 시각, 해운대의 한 유명 클럽을 찾은 세란, 민정, 영숙이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춤추는 사람들의 후끈한 열기로 인해 스테이지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클럽 안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남자도 없이 테이블과 스테이지를 오가며 열정적으로 클럽의 열기를 즐기고 있는 이들 매력적인 세 여자는 그 중 단연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들과 부킹을 하고 싶거나, 부킹을 주선하려는 남자들과 웨이터들은 몸이 달아서 그녀들의 곁을 맴돌았지만 세 여자는 그런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언니, 우리끼리 오기 잘 했다. 그치?”

영숙이가 큰 소리로 세란이와 민정이에게 말하였다. 음악 소리가 시끄러운 데다가 일부러 스테이지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 잡은 그녀들은 서로 큰 소리로 말을 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였다.

“그러게, 여자들끼리 노니까 훨씬 재밌는 거 같애.”

“맞아, 남자 있어봐야 귀찮기만 해.”

세 사람이 수다를 떨며 술잔을 부딪치는 사이, 또 다시 웨이터 한 명이 그녀들에게 찾아와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다른 테이블로 끌고 가려고 하였다. 

“누나들, 부킹 한 번 하자. 응?”

“됐어요. 우리끼리 놀래요.”

“에이, 그러지 말고 딱 한 잔만! 그냥 술 한 잔만 받고 얘기나 좀 하다 오자. 오늘 남자들 물 좋다니까?”

“됐거든요. 그냥 좀 놔두세요.”

“아니 이렇게 섹시한 언니들이 왜 외롭게 놀려고 그래. 응? 그러지 말고 나 믿고 한 번만 따라와 봐. 저 쪽 룸에 죽이는 오빠들 앉아 있다니까.”

“아, 진짜 됐다니까 그러시네.”

팔을 붙잡고 놓지 않는 웨이터에게 영숙이가 정색을 하며 말하였다. 

“자꾸 이러면 우리 그냥 나갈 거에요.”

그녀들의 완강한 거부에 웨이터는 쓴 입맛을 다시며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아, 하여간 예쁜 거도 피곤하다 피곤해. 가만 놔두지를 않아요 남자들이.”

민정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자, 세란이가 웃으며 대꾸하였다. 

“가끔 클럽에서 신나게 음악 들으면서 술 좀 마시다 가고 싶어도, 여자들끼리 앉아 있으면 도통 놔두지를 않아요. 하여간 우리나라 클럽 문화 너무 잘 못 돼있다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나갈까요? 귀찮아 죽겠어 언니.”

영숙이가 나가는 게 어떻냐고 묻자 민정이가 아쉽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벌써? 나 아직 몸도 안 풀렸단 말야. 우리 조금만 더 있다 가자.”

그 때였다. 한 남자가 그녀들에게 다가와 민정이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우리 또 보네요? 나 기억 나요?”

이건 또 무슨 쌍팔년도 부킹 수법이냐며 남자들의 얼굴을 본 그녀들은 낯이 익은 남자의 얼굴에 깜짝 놀랐다. 

“어? 낮에 해수욕장에서 본 그 사람이네.”

기억력이 좋은 세란이 대번에 남자를 알아봤다. 

“누군데?”

민정이가 묻자 영숙이가 대답하였다. 

“낮에 우리 해수욕장에 있을 때 같이 놀자고 왔던 사람이잖아. 언니 기억 안 나?”

“글세, 난 기억이 안 나네.”

“언니들, 이 것도 인연인데 우리 같이 술이나 한 잔 해요. 여자들끼리 있으면 막 귀찮게 하잖아. 언니들도 휴가 온 거 같은데 휴가 온 사람끼리 재밌게 놉시다. 어때요?”

남자의 말을 들은 세란이 민정이와 영숙이를 자기 쪽으로 불러 모아 귓속말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얘, 우리 그냥 쟤네하고 합석할까? 니들은 어때?”

세란이가 합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남자들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민정이가 물었다. 

“언니 쟤네 봤어요? 난 기억이 전혀 안 나.”

민정이의 말에 영숙이가 대답해 주었다. 

“쟤네 아까 보니까 네 명 같던데? 나이도 우리랑 비슷한 거 같고, 인물도 뭐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고. 그런데 언니 합석하고 싶어요?”

“그냥 여기서만 같이 놀고 헤어지지 뭐. 니들은 어때?”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요 언니. 난 상관 없어.”

민정이와 영숙이가 괜찮다는 의사를 밝히자 세란이 남자에게 말했다. 

“그럼 클럽에서만 같이 놀아요. 대신에 나갈 땐 쿨하게 찢어지는 걸로. 오케이?”

세란이의 제안에 남자가 웃으며 좋다고 대답하였다. 그녀들은 남자를 따라 그의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남자를 따라 자신들의 자리로 온 그녀들을 보고 그의 일행은 기립박수를 치며 자리로 안내하였다. 

“자자, 이 쪽으로 앉으세요.”

“야야, 이 숙녀 분은 내 옆에 앉아야지. 딱 봐도 너는 이 분 취향이 아니잖아.”

“아이, 지랄하네. 시끄럽고 이 쪽으로 앉으세요 하하하.”

그녀들은 남자들 사이사이에 끼어서 앉았고, 모두 건배를 한 후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하였다. 

“이 쪽이 세란 씨, 이 쪽이 민정 씨, 이 쪽이 영숙 씨? 맞죠? 스물 둘, 스물 하나, 스물?”

구석에 앉은 범생이 스타일에 안경을 낀 말끔한 스타일의 남자가 세 사람의 소개를 정리하였다. 

“네. 그 쪽은 다 친구에요?”

민정이가 묻자 옆에 앉아 있던 짧은 헤어 스타일에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체격이 좋은 운동선수 스타일의 남자가 대답하였다. 

“우리 다 같은 학교 친구들, 우린 스물 둘이야. 말 놓자 우리.”

“아, 세란 언니랑 동갑이구나.”

“니들 우리 이름 기억 해?”

“이름이 뭐가 중요해. 얘기 하다 보면 알겠지. 자, 한 잔 해.”

민정이의 건배 제의에 모인 친구들 모두 술 잔을 높이 들며 건배를 하였다. 시원하게 맥주를 비우고 난 후, 영숙이가 춤추러 나가자고 말하였다. 

“클럽에 왔으면 춤을 춰야지 앉아서 뭐 해요. 언니 우리 춤추러 나가자.”

“난 힘들어서 좀 앉아 있을게. 민정이랑 놀아.”

“나도 앉아서 술 좀 더 마실래. 영숙이 너 나갔다 와.”

세란이와 민정이 자리에 앉아 있겠다고 하자, 영숙이의 양 쪽에 앉아 있던 남자 둘이 같이 춤추자며 영숙이와 함께 스테이지로 나갔다. 

“니들은 다 대학생이야?”

자신의 이름을 병수라고 밝힌 남자가 세란에게 물었다. 

“응, 니들은?”

“우린 다 서울대. 나랑 춤 추러 나간 애들은 법대고 민정이 옆에 앉은 저 친구는 체대야.”

병수가 큰 소리로 말하자 세란이가 웃으며 대꾸하였다. 

“저 친구는 딱 봐도 체대 스타일이다 야. 그런데 생긴 거 같지 않게 공부 잘 했다 니들.”

세란이의 말에 병수가 웃으며 말하였다. 

“왜? 우리 생긴 게 어때서?”

“아니 그냥, 잘 놀게 생겼는데 서울 법대라니까 좀 의외라서.”

“너네는? 어디 다니는데?”

“우린 한양대. 나는 법대고, 쟤는 무용과, 영숙이는 인문대 학부생.”

“너네도 마찬가지거든? 생긴 건 날라리처럼 생겼는데 공부 좀 했네?”

“뭐라고? 날라리?”

세란이가 정색을 하자 병수가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하였다. 

“아냐 아냐, 농담이야 농담. 예쁘게 생겼는데 공부도 잘 해서 한 말이지. 그런데 너도 법대야? 반갑다 야, 하하하”

병수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세란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충 악수를 해 주었다. 

“세란이 너는 고시반이야?”

“응, 이번에 2차 봤어.”

“헐, 벌써? 얘 장난 아니네. 시험 잘 봤어?”

“결과 봐야 알지 뭐. 너는?”

“나는 군대 갔다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요새 애들은 1학년 때부터 준비하지 않니? 로스쿨 때문에 말도 많은데.”

“힘들게 대학 왔는데 좀 놀아야지, 어떻게 바로 머리 싸매고 공부 하냐?”

“날라리는 니가 날라리네.”

“뭐? 하하하.”

세란이 핀잔을 주자 병수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 앞에 마주앉은 경범이라는 친구는 옆에 앉은 민정이에게 열심히 작업을 걸고 있었다. 

“무용과야? 역시 포스가 남다르더라니. 야, 한 잔 하자.”

경범이는 민정이에게 계속 술을 권하였고, 평소 오는 술 마다하지 않는 민정이는 경범이 건네는 술을 모두 받아마셨다. 

“얘, 천천히 마셔. 너무 빠르다.”

세란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민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였다. 

“에이, 언니. 맥주가 어디 술인가? 야 너도 마셔. 어어 남았네 이거. 너 뺑끼 부리면 죽는다.”

민정이 경범의 술 잔에 맥주를 가득 따라 주었고, 경범은 한 번에 맥주를 쭉 들이켰다. 

“크으으, 민정이 너 술 잘 마시는구나. 그래 한 번 달려보자. 야, 마셔 마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혼신의 작업을 걸고 있는 사이, 영숙이와 함께 춤 추러 나간 두 명의 친구들은 영숙이의 애교와 섹시미 넘치는 춤동작에 애간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영숙이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부비부비를 하였고, 때로는 소녀 같은, 때로는 요부 같은 표정을 지으며 현란한 댄스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더구나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티셔츠와 너풀거리는 짧은 미니스커트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싸이키 조명을 받아 그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이를 지켜보는 두 사람은 영숙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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