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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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72

신나는 댄스타임이 끝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춤을 추러 나간 세 사람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아, 진짜 재밌게 췄다.”

땀에 흠뻑 젖은 영숙이가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려고 하자, 함께 춤을 추고 돌아온 두 친구가 영숙이에게 서로 물티슈를 건네었다. 물티슈로 땀을 닦은 영숙이가 언니들에게 물었다. 

“언니들은 춤도 안 추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응, 얘는 법대고, 쟤는 체대래.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 좀 했지. 민정이 쟤는 계속 술만 마신다 얘.”

“민정이 언니 원래 술 쌔잖아. 아 목 마르다. 오빠들, 우리도 춤 추고 온 사람끼리 한 잔 해요. 자, 짠!”

영숙이가 잔을 들자 두 친구들 역시 건배를 하였다. 일곱 사람은 각자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취기가 조금씩 오르자 남자들은 옆에 앉은 세 여자에게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하였고, 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한 세란이 한마디 하였다. 

“얘들이 왜 이렇게 더듬고 그래. 우리 이런 거 싫어하거든? 그만 하자 친구들아. 알았지?”

순간 뻘쭘해진 병수가 경범이에게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호호, 남자들도 화장실 같이 가니? 여자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민정이가 웃으며 모두의 술 잔을 채우는 사이, 영숙이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응, 그래. 같이 가줄까?”

“내가 앤가? 움직이기도 번거로운데 그냥 있어요.”

영숙이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복도 끝 모퉁이에서 낯익은 남자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먼저 나간 병수와 경범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영숙이는 살금살금 다가가 그들의 대화 내용을 엿듣기로 하였다. 

“야야, 갖고 왔지?”

“어, 여기.”

잠시 부스럭거리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 같았다. 

“야, 내가 쟤들 끌고 스테이지로 나갈 테니까 니가 이거 술 잔에다 넣어. 알았지?”

“야, 그런데 이거 진짜 효과 있는 거냐?”

“야, 이거 마시면 직빵이야 직빵. 그냥 한 방에 뻗는다.”

“야, 다시 말하는데 민정이는 내꺼다. 알았지?”

“새꺄, 사귀냐? 어차피 한 번씩 다 돌릴 건데 니 꺼 내 꺼가 어딨어 미친 놈아.”

“알았어 알았어. 들어가면 일단 니가 애들 끌고 스테이지로 나가.”

“걸리면 좃 되니까 조심해라. 알았지?”

얘기를 엿듣던 영숙이는 너무도 충격적인 두 사람의 대화에 놀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갑자기 하얗게 질린 영숙이의 표정을 본 세란이가 이유를 물었다. 

“영숙아 왜 그래? 바깥에서 무슨 일 있었니?”

세란이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영숙이가 두 사람에게 빨리 나가자고 재촉하였다. 

“언니, 일어나. 나가자 어서.”

한참 재밌게 놀던 영숙이가 나가자고 졸라대자 세란이와 민정이는 의아하였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러게. 영숙이 무슨 일 있는거야?”

세란이와 민정이가 영숙이에게 이유를 묻는 동안 자리로 돌아온 병수와 경범이가 춤을 추러 나가자고 말하였다. 

“야, 우리 술은 그만 마시고 나가서 춤이나 추자. 클럽 왔는데 앉아만 있으면 되겠어?”

“야야, 그래 나가자.”

그 때까지 겁에 질린 듯 허둥대던 영숙이가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표정이 돌변해 병수의 얼굴을 노려보기 시작하였고, 병수는 영숙이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채고는 어색하게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말하였다. 

“영숙아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기라도 했어? 하하하.”

영숙이는 뻔뻔스럽게 웃고 있는 병수의 얼굴이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었지만, 모처럼 온 휴가를 망치고 싶지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세란이와 민정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병수의 표정이 돌변하며 영숙이의 팔을 잡아챘다. 

“야, 놀다 말고 어디 가는데?”

영숙이는 병수의 손을 뿌리치며 말하였다. 

“좋은 말 할 때 앉아라. 경찰 부르기 전에.”

“영숙아 무슨 일인데? 말부터 좀 해 봐.”

“야, 니들 영숙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엉?”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세란이와 민정이 이유를 묻자 자신이 밖에서 들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언니, 이 새끼들 우리 술에 약 탈려고 했어. 뭐? 한 번씩 돌려? 쓰레기 새끼들. 언니 빨리 나가자.”

영숙이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으나, 말을 섞기도 싫었고 더 같이 있다가는 자칫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계산을 하고 클럽 밖으로 빠져 나왔다. 하지만 네 녀석은 그런 그녀들을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클럽을 나선 세란이네가 서둘러 택시를 잡아 타려는데, 뒤따라 나온 네 녀석들은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야, 뭔 개소리야? 니가 봤어? 니가 봤냐구.”

안하무인도 유분수지 병수는 세란에게 자기들이 약 타려고 하는 것을 봤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기가 막힌 영숙이가 경범에게 말하였다. 

“야, 거기 너! 너 주머니 까봐. 까보라구.”

영숙이의 지목을 받은 경범이 우물쭈물 대꾸를 못 하자 병수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영숙이에게 말하였다. 

“하아, 요 년 봐라. 니가 뭔데 우리 쎈타를 까? 엉? 존나 황당하네.”

“비켜라 좋은 말 할 때.”

민정이가 잔뜩 인상을 쓰며 비키라고 말하였지만 남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어이구, 이거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네. 어이 아가씨들. 우리가 좋게 좋게 웃으며 말하니까 마냥 착한 놈들로 보이세요 씨발년아?”

“야야, 그냥 끌고 가자. 김치년들은 말이 필요 없어요.”

정체가 탄로 난 남자들은 짐승 같은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야야, 니들 진짜 서울대 맞아? 엉? 니들 인생 끝나고 싶어? 이거 놔, 안 놔?”

세란이와 민정이, 영숙이는 소리를 지르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건장한 네 남자에게 둘러싸인 그녀들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들은 거칠게 저항하였지만, 남자들에게 팔을 붙들린 채로 점점 외진 곳으로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그 때였다. 

“어이!”

뒤 쪽에서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고, 네 녀석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 보았다. 질질 끌려가던 세란이와 아이들은 자신들을 불러 세운 남자에게 울며불며 도움을 청하였다. 

“저기요, 제발 도와주세요. 얘들이 우리 억지로 끌고 갈려고 해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남자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남자들 앞에 마주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니들. 싫다는 여자를 어디로 끌고 가는데?”

“뭐야 이 새끼는?”

경범이 나서서 남자의 앞을 가로 막았고 분위기는 금새 험악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이에 아랑곳없이 여유로웠다.

“거 외지에서 놀러 온 놈들 같은데, 먼 데까지 와서 쳐맞지 말고 조용히 놀다 가라.”

남자의 말을 들은 병수가 비아냥거리며 경범에게 말하였다. 

“뭐냐 저 갈매기 새끼는? 야, 경범아 뭘 듣고 있냐. 그냥 조져 버려. 후딱 끝내고 가자.”

병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범이가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남자는 가볍게 몸을 피하더니 날아오는 경범의 주먹을 잡아 등 뒤로 비틀었다. 

“아, 아, 이거 놔. 안 놔? 놓으라고 새꺄.”

경범이 남자에게 제압당한 채로 비명을 지르자, 나머지 녀석들은 당황하며 각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각목을 찾아 손에 들었다.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짭새냐?

병수의 물음에 남자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바로 짭새냐고 묻는 거 보니 니들 뒤가 깨끗한 놈들은 아니구나. 놔 줄테니까 그냥 꺼져라. 괜히 쳐맞고 울지 말고.”

남자는 잡고 있는 경범의 팔목을 풀어주었고, 풀려난 경범이는 친구들 쪽으로 몸을 피했다.

“이 새끼 이거 영 겁이 없네. 얘들아, 쳐!”

병수의 신호에 맞춰 네 녀석이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남자의 상대가 못 되었다. 남자는 네 녀석이 휘두르는 각목을 요리조리 가볍게 피하며 그들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고, 남자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네 녀석은 한 놈씩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남자가 세 놈을 쓰러뜨린 사이 남자의 등 뒤로 돌아간 경범이 바닥에 떨어진 각목을 고쳐 잡고 남자의 등 뒤에서 머리를 향해 휘두르자 이를 본 세란이 비명을 지르며 그 사실을 남자에게 알렸다. 

“꺅! 조심해요.”

남자가 재빠르게 뒤돌려차기로 날아오는 경범의 각목을 공중에서 걷어차자 두꺼운 각목이 굉음을 내며 똑 부러져 나갔고, 놀라서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 경범의 명치에 남자가 강한 발차기를 한 방 먹이자 경범은 저만치 떼굴떼굴 굴러가더니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엎드린 채 토하기 시작하였다. 

“우웩, 욱, 우웨엑.”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나머지 놈들이 토하고 있는 경범을 일으켜 세워 어슬렁어슬렁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만, 남자는 더 쫓을 생각은 없는 듯 그녀들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괜찮아요?”

남자의 물음에 공포감에 질려 울 정신도 없었던 그녀들은 그제서야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너무도 놀랐을 그녀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 주었고, 한참을 울고 나서야 정신이 든 세 사람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하도 울어서 팬더가 되어버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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