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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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79

세란이는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숙소로 돌아왔는데, 민정이와 영숙이는 잠도 자지 않은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니들 안 잤어? 아직 7시밖에 안 됐는데 둘 다 깨어 있니. 피곤할텐데.”

세란이가 묻자 두 사람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세란이에게 추궁 아닌 추궁을 시작했다. 

“언니야 말로 생각보다 늦었네?”

“거 봐, 내 말이 맞지? 아무리 봐도 어제 그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언니 얼굴 봐봐라. 하룻밤에 오르가즘을 열 번은 느껴야 생긴다는 광채가 잔뜩 뿜어져 나오잖니. 요새 울 언니 욕구 불만이었는데 지금 완전히 표정이 달라요. 이건 안 봐도 비디오다 비디오.”

“그러게 언니. 밤새 동생들한테 연락도 한 번 없이 외박을 하다니. 분명 광남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니깐.”

민정과 영숙이의 소설을 듣고 있던 세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황당해서 웃는 웃음이었지만 두 동생의 눈에는 간밤에 좋은 일이 생각나서 웃는 웃음으로 비췄고, 그 웃음은 그녀들의 19금 상상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언니 언니, 말 좀 해 봐. 어제 어땠어? 응? 응?”

“언니 빨리 말해 봐요. 어제 정말 끝까지 간 거야? 그런 거야?”

“끝까지 가긴 뭘 끝까지 가. 그런 거 아냐.”

민정이와 영숙이는 세란이 쑥스러워서 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언니! 진짜 치사하게 이러기에요? 우리가 그렇게 협조를 해줬는데.”

“맞어 언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한테는 다 털어놔야 되지 않겠어요?”

호기심 가득한 두 동생의 표정을 바라보는 세란은 그냥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아무 일도 없었어. 뭐가 있었어야 털어놓든가 말든가 하지. 소설들 그만 쓰고 언니는 좀 씻을 테니까 니들도 빨리 자. 밤새 한 잠 안 잔 거 같은데.”

세란이의 말을 들은 영숙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안 자긴 뭘 안 자요. 한참 자다가 아까 전에 일어났는걸.”

“그래? 너희들 어제 고깃집에서 나간 후에 어디 갔는데?”

세란의 물음에 민정이도 맥이 탁 풀린 표정을 지으며 투덜댔다. 

“가긴 어딜 가요. 우리가 뭐 아는 데가 있나? 그냥 영숙이랑 차 한 잔 하고, 노래방 가서 노래 좀 부른 다음에 호텔 와서 바로 잤지. 영숙아, 진짜 우리 이번 휴가는 망했다 망했어.”

“그러게, 우리 어제 백 만원 짜리 노래방 간 거야 언니.”

세란이는 소중한 휴가를 날려버린 동생들을 놔두고 자기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였다. 

“어쩜, 그냥 나가지 말고 같이 있지 그랬어. 어쩌니, 휴가 내내 재밌게 놀지도 못 하고.”

미안한 얼굴의 세란이를 본 민정이 세란의 옆구리를 툭툭 건들며 물었다. 

“언니.”

“응?”

“진짜 밤 새 아무 일도 없었어? 그건 안 한 거야?”

민정이의 음흉한 얼굴을 보자 세란이는 또 웃음이 터져나왔다. 

“호호, 아니라니까. 나도 그냥 술 마시고 얘기하다가 광남씨 출근 때문에 헤어지고 온 거야. 정말이야.”

세란이의 말을 들은 민정이는 그때까지 얼굴에 잔뜩 끼어 있던 음란마귀 같은 표정을 지우고 어느 새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며 세란에게 간단하게 물었다. 

“언니, 그래도 잘 되긴 한 거지? 그치?”

민정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한 영숙이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세란이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일제히 두 사람의 시선이 쏠린 세란이의 얼굴은 불과 몇 시간 전의 행복했던 기억에 환한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고, 세란은 눈을 살짝 감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란이의 대답을 들은 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였다. 

“그럼 됐다 됐어. 언니 빨리 씻어. 씻고 좀 자. 피곤할텐데.”

“언니, 혹시 이따 저녁에 또 만나기로 했어요?”

“아냐, 올라가야지. 그리고 얘들아, 고맙다.”

세란이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갑자기 진지해진 분위기가 어색한 영숙이가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언니, 고맙긴 뭐가 고마워요. 언니는 이제부터 헬모드야. 서울하고 부산이 얼마나 먼데? 이제 언니는 연애하려면 죽었다 죽었어.”

“맞아 맞아. 영숙아, 우린 서울 남자 만나자. 알았지?”

“응, 언니. 원래 남자랑 여자는 집이 100킬로 넘게 떨어진 사이면 이름도 안 물어보고 헤어지는 거라고 했어요. 우린 서울 가서 소개팅이나 하자.”

민정이와 영숙이는 주거니 받거니 만담을 나누며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고, 세란이는 귀여운 동생들의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겨 밝은 아침햇살로 반짝반짝 빛나는 부산 시내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키스의 여운이 진하게 느껴지는 듯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 새벽에 서둘러 찾아온 연애의 감정은 지금 떨리는 입술만큼이나 그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고, 부산에서의 버라이어티 했던 세 사람의 휴가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었다. 

창식이는 은애를 그렇게 부산으로 돌려보내고 낙심천만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동을 보며 자신의 발기지수를 테스트한 창식이는 더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야동을 보면 정상적으로 발기하는데 은애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이, 혹시 실제 여자를 마주하면 발기가 안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말도 못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버린 창식이는 마트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야 김창식, 너 무슨 일 있냐? 표정이 왜 그래.”

직원 형이 평소와 다른 창식이에게 물었다. 

“아뇨, 별 일 아니에요.”

“별 일 아니긴. 얼굴이 완전 똥 씹은 표정인데.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마음이 이래저래 심란한 창식이는 직원 형의 이런 오지랖이 마냥 귀찮기만 하였다. 이 형의 성격상 이대로 놔두면 계속 물어볼 것 같아서 창식이는 억지로 씨익 웃어 보이며 대답하였다. 

“아무 일도 없는데요 씨익.”

창식이의 표정을 본 직원 형이 다시 정면을 응시하며 말하였다. 

“그래, 그렇게 웃으면 좋잖아. 니 얼굴 보면 아줌마들이 생선 사고 싶겠냐 어디?”

“네.”

“너 오늘 팀 회식 있는 거 알지? 빠지지 말고 나와라.”

마트에서는 한 두 달에 한 번씩 회식비를 지원 받아 코너와 부서별로 회식을 진행하였고, 오늘은 수산팀의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저 그냥 쉬면 안 돼요? 몸이 좀 안 좋은데.”

“야, 회식 끝나고 나이트 가서 부킹 할려면 얼굴 마담은 있어야지. 우리 팀 애들 전부 광어 우럭 같이 생긴 거 그나마 니가 제일 꽃돌인데 니가 빠지면 되겠어? 잔말 말고 나와라. 안 오면 올 때까지 전화한다.”

직원 형은 여전히 정면을 바라본 채로 진지하게 말하였다. 나이트를 좋아하는 그의 말에서 더 없는 무게감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기에 창식이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어 퇴근한 창식이는 집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일주일에 세 번 있는 과외 알바를 마치고 약속 장소인 마트 인근 곱창집으로 향하였다. 가게에는 오전 타임 직원과 알바생들이 대부분 빠짐없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 때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으로 오후 타임 직원과 알바생들은 11시쯤에 모든 정리를 마치고 곱창집으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은 곱창과 술을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고, 초반부터 너무 달린 나머지 오후 타임 직원들이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모여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뜩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중에 온 직원들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궁시렁 궁시렁대며 간단하게 식사거리만 주문해서 먹고 난 후, 1차가 파하고 나자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2차 장소로 향하게 되었다.  

“야, 동석이 너는 또 나이트냐?”

수산팀장님이 회식만 하면 2차로 나이트에 직행하는 직원 형에게 핀잔을 줬다.  

“그럼요. 한 달에 한 번 가는 건데 빠지면 안 되잖아요. 팀장님도 같이 가실래요?”

“됐다 임마. 저 놈 저거 나이트 간다고 술도 안 마시고 쯧쯧. 자자, 다들 움직이자고. 우리 가던 노래방하고 당구장 있는 건물 알지? 일단 거기 앞에서 다 모여. 출발!”

팀장을 따라 직원과 알바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동석은 나이트 멤버를 소집하였다. 

“야! 1번 올빼미, 2번 올빼미, 3번 올빼미. 나를 따르라.”

동석의 말에 오전 알바 세 명이 함께 택시를 잡아 타고 부천에 있는 나이트로 향하였다. 창식이는 그 중 3번 올빼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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