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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80
부천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 도착한 일행은 간단하게 머리스타일과 복장을 점검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형님, 아니 요새 왜 이렇게 발걸음이 뜸하셨어? 재미 좋으신가 봐요?”
“재미가 좋긴. 그냥 먹고 사느라 바쁜거지. 오늘 물 좀 어떠냐?”
“오늘 물 죽여 죽여, 완전 초정리 광천수야 형님. 저 따라 오세요.”
웨이터 차두리의 뒤를 따라 자리를 잡은 네 사람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평일이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두리야, 형 저번에 왔을 때 많이 서운했던 거 알지? 오늘도 나 굶기면 다음 월드컵 때까지 너 안 본다.”
동석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몇 장 꺼내 웨이터의 손에 쥐어 주었다. 팁을 받은 웨이터 차두리는 90도로 인사를 하며 파이팅을 다짐했다.
“옙,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형님!”
“형 2말3초 좋아하는 거 알지? 오늘은 동생들 있으니까 특별히 2중까지 허락한다.”
“넵, 기대하십시오.”
웨이터는 주문을 받아 자리를 떠났고, 동석은 쇼파에 기대어 거드름을 피우며 올빼미들에게 말하였다.
“니들 형하고 나이트 처음 와 보지?”
“네.”
“방학 전까지 일하던 친구들은 형하고 나이트 많이 왔었는데. 야, 오늘 나이트 형이 쏘는 거니까 재밌게 놀아라 알았지? 야, 3번 올빼미.”
동석이 창식이를 불렀다.
“니가 우리 얼굴 마담이니까 언니들하고 부킹 하면 기분 잘 맞춰줘. 알았지?”
“네.”
동석은 창식이에게 얼굴 마담으로서의 포지션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옆에 앉은 1번, 2번 올빼미들에게도 임무를 분장하였다.
“1번, 2번.”
“네.”
“니들은, 으음, 그냥 계속 술 따르고 계속 먹여. 웃기면 더 좋고. 알았지?”
“네.”
동석은 나이트에 대한 자신의 개똥철학을 세 사람에게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야, 나이트 와서 스님놀이 하는 거만큼 멍청한 짓이 없는 거야. 무조건 나이트에 왔으면 오늘의 한 끼는 하고 가겠다! 그런 마인드로다가 노는 거야 알았지? 이따가 언니들 오면 무조건 술부터 한 잔 돌리고 분위기 살살 맞춰 주면서 최대한 먹여. 응? 술이 적당히 꽐라가 돼야 성공률이 높은 거야.”
마트에서 일할 때는 참 과묵한 사람이다 싶었는데, 나이트에 오니 저렇게 물 만난 활어처럼 펄떡펄떡 대는 동석을 보니 창식이는 참 신기하였다. 그것은 옆에 앉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로 웨이터 차두리는 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 나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동석의 자리에 언니들을 데려다 앉혔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술 한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날 뿐, 어느 한 팀과도 길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 이거 오늘 왜 이런다냐. 니들이 너무 어려서 그런가. 이거 오늘도 굶고 가는 거 아냐?”
동석의 말대로 올빼미들은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웨이터의 손에 끌려온 대부분의 여자들이 적게는 20대 중반에서 많게는 30대 초반 정도였는데, 그들이 어울리기에는 동석이를 제외한 다른 올빼미들은 얼핏 봐도 자신들보다 한참 어려 보였고, 하다못해 인물이라도 출중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나마 창식이를 제외하곤 도통 언니들의 관심을 끌만한 인물이 못 되는 형편이었다. 어쩌다 창식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언니들도 있긴 하였지만, 일행들의 손에 이끌려 제 자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소모적인 언니들의 방문도 슬슬 그 빈도가 줄어들고, 시간은 어느 새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차두리는 동석에게로 다가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아 이거 같이 오신 분들이 너무 어려 봬서 짝 맞추기가 영 힘드네. 어쩌죠?”
“야,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기껏 동생들 데리고 왔는데 이러기냐? 좀 신경 좀 써 봐.”
“신경이야 썼죠 형님. 내가 언니들을 얼마나 많이 데리고 왔어요? 여고 한 학년 동창회 수준이야.”
“알지 알어. 신경 쓴 거는 아는데 결과가 없잖아. 좀만 더 신경 써 봐.”
“그럼요 형님, 나이 대를 쪼금만 올립시다. 네? 어때요?”
“얼마나?”
“4초 어때요?”
차두리의 말을 들은 동석이 발끈하고 나섰다.
“야, 4초가 말이 되냐? 얘들이 나이가 몇 갠데. 그러다 얘들 엄마랑 마주치면 어쩌려고?”
“형님 뭘 모르시네. 차라리 나이차가 확 나면 언니들이 더 좋아한다니까? 귀여운 거 좋아하는 언니들이 꽤 있어요. 그리고 형님은 솔직히 나이 별로 안 따지시잖아? 내가 봐둔 팀이 하나 있으니까 우리 보고 얘기합시다. 네? 그렇게 합시다. 나도 진짜 힘들어 죽겠네.”
차두리의 말을 들은 동석은 올빼미들에게 나이 많은 아줌마도 괜찮냐고 물었다.
“야, 인물 별로면 뺀찌 놓을 테니까 일단 한 번 보자. 나이 좀 있는 누나들이 더 괜찮을 수도 있어요. 사과도 풋사과는 떫어서 먹는 거 아냐. 빨갛게 잘 익은 거 먹어야지.”
동석의 말에 올빼미들은 마지못해 좋다고 대답하였다.
“그럼, 데리고 올게요 형님.”
차두리가 자리를 뜨려 하자 동석이 따라서 일어섰다.
“야, 나랑 같이 가. 보고 별로면 그냥 올 거야.”
“네? 뭐 그러세요 그럼.”
차두리의 뒤를 따랐갔던 동석이 떠난지 10여분 가까이 흘렀을 때 쯤, 자리로 돌아와 올빼미들에게 말하였다.
“야, 자리 옮기자. 따라와.”
웨이터가 자리에 남은 술과 안주를 챙기는 사이, 올빼미들은 동석의 뒤를 따라 2층에 있는 한 룸으로 걸어갔다. 안에 들어가기 전에 동석은 올빼미들에게 혹시 여자들이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스물 다섯이라고 말하라고 당부하였다.
“형, 스물 다섯이면 너무 많은데 걸리지 않을까요?”
“야, 괜찮아 괜찮아. 어설프게 열 살 안짝 차이면 바로 알아 보는데 아예 확 차이나면 스물이나 스물다섯이나 거기서 거기로 보이니까 형 말대로 해. 알았지?”
동석은 말을 마치고 룸의 문을 열어제꼈다. 그 곳에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값비싸 보이는 악세사리로 치장을 한 아줌마 셋이 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짙게 화장을 한 얼굴이 적게는 서른 후반에서 많게는 마흔 초반 정도 되어 보였는데, 올빼미들의 우려와는 달리 인물들은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누님들, 동생 데리고 왔어. 야, 인사들 하고 사이사이에 끼어서 앉아.”
동석의 말에 올빼미들은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이사이에 끼어서 앉았다.
“다들 귀엽게 생겼네. 동생들은 스물 다섯 살이라고?”
끝에 앉아 있던 여자가 나이에 대해 묻자 올빼미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올빼미들이 착석을 완료하자, 가운데 앉아 있던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끝에 앉아 있는 창식이를 보며 말하였다.
“거기 끝에 앉아 있는 동생은 누나 옆으로 와. 응? 어서.”
“네? 저요?”
창식이 자신을 지목한 여자에게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웃으며 말하였다.
“호호호, 언니, 언니는 이 와중에서도 고르기유? 그냥 대충 앉아.”
“싫다 얘, 거기 동생은 내 파트너 할 거야. 얼른 와 이 쪽으로.”
순간 창식은 동석의 눈을 살폈고, 동석은 손짓으로 빨리 옮기라며 신호를 보냈다. 창식은 마지못해 가운데로 자리를 옮겼다. 파트너 배정이 끝나자 웨이터가 동석이네가 주문한 술과 안주를 정리하여 가지고 들어왔다. 이를 본 창식이의 파트너가 웨이터에게 말하였다.
“이 친구들 꺼 우리가 계산할 테니까 그거 다 치우고, 맥주 열 병하고 잭다니엘 큰 거 하나 가져 와.”
“네, 사모님.”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룸을 나가자, 본격적으로 젊은 동생들과 나이 많은 누님들의 작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