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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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81

동석은 안쪽 끝에 앉아 있는 짧은 커트머리를 한 그 중 가장 어려보이는 여자의 옆에 앉았고, 1, 2번 올빼미는 출입문 쪽에 앉아 있던 살짝 통통한 느낌의 글래머러스한 여자의 양 옆에 앉았다. 잠시 후 웨이터가 주문한 맥주와 양주를 가지고 들어오자, 동석은 능숙하게 폭탄주를 제조하여 모두의 앞에 한 잔씩 돌린 후 건배 제의를 하였다. 

“자, 우리 누님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리게들만 보지 마시고, 이제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남자가 오늘 밤 내 남편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다가, 자, 앞에 잔들 드세요. 모두모두 즐겁고 화끈한 밤 되시기를 바라면서 옆에 앉아 있는 내 파트너가 이 한 잔에 바로 꽐라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건배!”

“건배!”

자리에 앉아 있던 모두가 술잔을 비웠다. 

“어머, 이 오빠 진짜 말 재밌게 잘 한다.”

“그러게, 오빠 결혼했어?”

“오빠 몇 살이야?”

여자들이 동석에 대해 묻자 동석은 손사래를 치며 말하였다. 

“아 이 언니들 진짜, 무슨 이런 자리에서 호구조사를 하고 계실까? 자, 그냥 재밌게 마시고, 옆에 파트너랑 뽀뽀도 쪽쪽 하시고 이렇게 허벅지도 좀 주물러보고 응? 시간도 바쁜데 누나들 이럴 거야 정말?”

동석이 짜증스런 말투로 농담을 던지자 여자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이 오빠야 진짜 웃긴다 그치?”

“맞아 맞아. 그리고 오빠야는 우리랑 별로 차이도 안 나는 거 같은데 누나라고 부르지 마라 자기야.”

여자들의 말을 들은 동석이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언니들 뭐라고 부를까?”

동석이 묻자 가운데 앉은 여자가 차례대로 여자들의 이름을 소개하였다. 

“오빠야 옆에 앉은 친구가 경희, 나는 인숙이, 저기 앉은 동생은 미정이. 알았지? 오빠야는 그냥 이름 부르고 놀자.”

“그럼 그러지 뭐. 우리 파트너 경희 씨는 나 뭐라고 부를 거야?”

동석이 묻자 경희가 동석이를 끌어안으며 말하였다. 

“나는 그냥 자기라고 부르지 뭐 호호호.”

“하하하, 그래 그거 좋다. 자기야 해 봐 자기야.”

“자기야아아. 호호호.”

동석과 경희는 찐한 스킨십을 나누며 진도를 빨리 빼나갔고, 1번과 2번 올빼미도 사이에 앉은 미정과 술 잔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창식이의 파트너인 인숙이 창식이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창식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끈적끈적함 그 자체였다. 

“우리 동생은 무슨 일 해?”

창식은 두 손으로 따라주는 술잔을 받아들고 인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창식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녀의 몸에서 나는 진한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였고, 짙은 마스카라와 빨갛게 칠한 입술은 살짝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어우러져 묘하게 섹시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창식에게 말을 거는 인숙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는데, 동석이들과 합석하기 이전에 이미 술을 많이 마신 듯 하였다.  

“저, 저요? 저 학생이에요.”

“음, 대학생이구나. 누나는 뭐 하는 사람 같애?”

“글쎄요. 회사 다시는 분인가. 잘 모르겠는데요?”

“아잉, 잘 좀 생각해 봐. 우리 동생 나한테 너무 성의 없다. 자, 일단 한 잔 하자. 건배.”

창식이와 인숙은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였다. 창식이는 가볍게 입만 댔는데 인숙은 말끔하게 잔을 비웠다. 

“우리 동생 술 잘 못 마셔?”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좀 피곤해서.”

“피곤해? 피곤하면 안 되는데 이를 어쩌지.”

인숙은 손으로 창식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찬찬히 그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우리 동생 정말 잘 생겼다. 참 곱게 생겼네. 나는 어때? 어때 보여 자기야?”

인숙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창식이에게 물었다, 창식이는 인숙의 적극적인 행동에 눈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예쁘신데요.”

“정말? 에이, 내 얼굴 보고 말해야지. 나 좀 똑바로 봐봐. 어때? 진짜 예뻐?”

말을 하고 있는 인숙의 손은 참 못 됐다. 그녀의 나쁜 손은 염치없게도 띠동갑보다도 훨씬 더 차이가 나는 창식이의 허벅지를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창식이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상하게도 인숙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하숙집 아줌마 영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물건을 정성스레 핥아주던 그녀의 혀와 간드러지게 신음소리를 내뱉던 빨간 입술, 창식이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고 있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운데로 가운데로, 창식이의 허벅지를 따라 올라가던 인숙의 손은 낯선 물건을 마주하자 그 자리에 멈칫하였고, 인숙은 자신의 손에 만져지는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창식이의 가운데로 가져갔다. 

“어머, 이런.”

물건의 정체를 확인한 인숙의 입에선 나지막하게 탄성이 터져 나왔고, 창식이의 시선과 마주한 그녀의 눈빛에서는 놀라움과 환희가 뒤섞여 있었다. 그런 인숙의 눈을 본 창식이는 쑥스러움에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저, 하하하 하하.”

인숙이 창식이의 몸에 낯 뜨거운 짓을 하는 동안, 동석은 잔잔한 발라드를 틀어놓고 경희와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추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옆구리와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이따금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둘의 모습은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우리 경희 씨, 이제 슬슬 나갈까?”

동석이 경희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자 경희가 동석의 눈을 보며 말하였다. 

“조금만 더 이따가 나가자. 아직 아무도 안 나갔잖아.”

“그럴까? 나 우리 애기 먹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어쩌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이따가 화끈하게 해 줄테니까.”

밀어를 나누던 동석과 경희는 뜨겁게 서로의 입술을 흡입하였다. 

“우리 자기, 한 잔 더 할까? 자, 나 한 잔 따라줘.”

인숙이 창식이에게 술잔을 내밀자 창식이는 술을 채우고 그녀와 건배를 하였다. 

“피곤하면 조금만 마셔 알았지? 우리 자기는 힘들면 안 되니까. 후훗.”

인숙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며 자신의 술잔을 비우자, 창식이는 술잔에 가볍게 입술만 갖다 대었다. 인숙과 경희가 각자의 파트너와 바쁜 사이, 미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언니, 나 오늘 일찍 우리 애 학교 가 봐야 돼서 먼저 일어날게. 둘 다 늦지들 말고 가요. 계산은 내가 하고 간다. 우리 친구들 재밌었어. 또 봐요.”

“네, 들어가세요.”

아침에 일이 있다는 미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린 1, 2번 올빼미도 동석과 창식에게 인사를 남기고 먼저 룸을 빠져 나갔다. 세 사람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자 몸이 바짝 달아올라 있던 동석과 경희도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식아, 이따 보자.”

“저 오늘 쉬어요.”

“아 맞다, 그럼 내일 보자. 형 먼저 간다.”

동석이 경희의 손을 잡고 허겁지겁 룸을 빠져나가려 하자 경희가 인숙에게 인사를 하였다. 

“언니 나도 먼저 가. 나중에 전화 해. 호호호 자기야 천천히 가.”

룸에 둘만이 남자 인숙은 창식이의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런 그녀의 키스에 창식이는 순간 당황하였으나, 어느새 그의 손도 인숙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기 시작하였다. 한데 뒤엉켜 진한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은 이제 그만 일어나자는 인숙의 제안에 키스를 멈추고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만취한 인숙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고, 창식이의 부축을 받은 다음에야 클럽을 나설 수 있었다. 

“누나, 집이 어디세요?”

창식이는 인숙에게 집이 어딘지를 물으며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인숙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고, 나이트클럽 주변의 모텔을 지나칠 무렵 창식이에게 너무 힘이 드니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말하였다. 

“네? 쉬었다 가자구요? 여기서요?”

창식이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인숙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래, 나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 걷겠어. 우리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응? 자기야.”

창식이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하였다. 

“네, 그럼 잠깐만 쉬었다 가요.”

창식이는 비틀거리는 인숙을 부축하여 모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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