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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83
다음 날, 일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 휴게실에 모여 앉아 커피와 음료를 마시던 동석과 올빼미부대는 전 날 있었던 후일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형 어떻게 됐어요?”
룸에서 있었던 경희와의 질펀한 스킨십을 동석에게 들은 1번 올빼미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되냐. 모텔로 데려가서 앞으로 뒤로 한 번씩 돌려줬지. 나이가 서른여덟이라는데 몸이 진짜 탱글탱글 하더구만. 아, 그 여자 생각하면 또 불끈불끈 한다 내가.”
동석이의 말에 올빼미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동석이 창식이에게 물었다.
“창식이 너는 어떻게 됐냐? 내가 보니까 아줌마 살짝 꽐라 된 거 같던데. 우리 나간 다음에 룸에서 바로 떡 친 거 아냐?”
동석의 물음에 창식이는 말없이 슬쩍 웃어 보였다.
“저 자식, 저거 했네 했어 하하하. 야, 입 닫고 있지 말고 말 좀 해 봐라 임마.”
동석이 어깨를 탁 치며 어떻게 됐는지를 캐묻자 창식이는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하였고, 인숙이 울며불며 모텔 방을 뛰쳐나갔다는 대목에서는 모두들 한바탕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그 아줌마 진짜 골 때리네. 자기가 하자고 끌고 가 놓고 너보고 강간한 거 아니냐고 난리 쳤다고? 진짜 웃긴다 그 아줌마.”
2번 올빼미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자, 창식이도 황당하다는 투로 말하였다.
“내 말이, 나도 그 아줌마 말 듣고 겁이 확 나더라니까. 혹시 꽃뱀 같은 거 아닌가 하고 말야.”
“그나저나 너도 참 너다. 그 상황에서 한 번 더 하자고 설레발을 쳐? 햐, 이 눔 시끼 이거 정말 마음에 드네. 좋았어. 너는 앞으로 이 배동석이 나이트 고정멤버다. 알았지?”
동석의 말을 들은 창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자, 1번과 2번 올빼미가 동석에게 물었다.
“형 우리는요?”
“니들은 못 먹었잖아. 쓸데없이 헛돈을 왜 쓰냐? 니들은 앞으로 회식 끝나면 2차로 집에 가라. 팀장님 쫓아가서 당구나 치던지.”
동석의 말을 들은 1번과 2번 올빼미는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억울하죠. 형이나 창식이나 옆에 한 명씩 끼고 앉았는데, 형식이랑 저는 아줌마 한 명 나눠 앉았잖아요.”
“그러게 말야. 우리도 쪽수 맞았으면 나가서 먹었죠. 이건 애초에 공정하지 못한 플레이였다니까요?”
둘의 항변을 들은 동석이 두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한 마디 하였다.
“그래서? 그럼 니들 둘 중에 한 명은 먹었어야지 왜 그냥 보내냐? 안 그래?”
“아니 애 담임 선생님하고 아침에 면담해야 된다고 일찍 가야 된다는데 어떡해요 그럼.”
“그러니까요. 그런 상황에서는 장동건이 와도 안 되는 거에요 형.”
두 사람의 말을 들은 동석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하였다.
“쯧쯧, 그래서 니들이 안 된다는 거야. 그 아줌마가 니들이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 대충 핑계 대고 가버린 거지 진짜 애들 학교 땜에 그냥 갔을까. 생각이 있었으면 떡 한 번 치고 씻고 가도 충분한 시간이었거든? 눈치 좀 까라 이놈들아.”
동석의 말을 듣고 둘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으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동석을 졸라댔다.
“다음엔 잘 할게요. 기회를 주십쇼 형님.”
“네,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저희도 빵빵한 누님들하고 빠구리 뛰어 보고 싶다구요.”
두 올빼미가 애걸복걸하자 동석은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며 다음 약속을 잡자고 하였다.
“야, 이번 주 금요일에 어떠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랬다고 페이스 좋을 때 한 번 달려야지. 안 그러냐 창식아?”
“이번 주 금요일이요? 음, 전 괜찮은데요.”
낯선 여자와의 섹스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다시 한 번 자신에 대해 이상이 없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창식이는 동석의 제안에 흔쾌히 응하였고, 두 올빼미들도 그 때가 좋겠다며 적극 동의하자 동석은 금요일 저녁 8시에 나이트 앞에서 모이자고 말하였다. 네 사람이 신나서 떠드는 사이 오후 조 근무를 위해 작업복을 갈아입은 수산팀장이 일하기 전 잠시 커피를 마시기 위해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고, 팀장을 본 네 사람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어이, 배동석이. 어제는 소득 좀 있었냐?”
팀장의 물음에 동석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휴 그럼요 팀장님. 당연하죠. 그러지 마시고 팀장님도 한 번 같이 가시자니까요? 거 맨날 형수님 얼굴만 보고 계시면 안 답답하세요?”
동석의 대답에 팀장은 한심한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에휴, 동석아 동석아. 넌 언제 정신 차리고 장가 갈래? 나이가 서른 중반이 다 되어 가는 놈이 그렇게 놀기만 좋아해서 어떡하냐 응? 난 정말 니가 걱정이다.”
팀장의 핀잔에 동석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또 그러신다 또. 아니 그러면 좀 소개나 해 주시든지요. 맨날 말로만 장가 가라고 구박 하시더라 팀장님은.”
“야 임마, 니 앞가림은 니가 해야지. 그리고 맨날 나이트 가서 여자 따먹는 맛에 사는 놈을 어떻게 여자를 소개시켜 주냐? 뭔 욕을 들어먹으라고.”
“팀장님 됐거든요? 아 참, 팀장님 낼모레부터 휴가시죠?”
“그래.”
“어디 안 가세요?”
“가긴 어딜 가. 그냥 집에서 푹 쉬는 거지.”
“에이, 그러면 애들이 서운해 하죠. 휴가 때는 가족들끼리 밖에도 좀 나가고 하셔야지.”
“안 그래도 주말에 뽀로로 테마파크인가 뭔가 놀러가기로 했다. 그 놈에 펭귄이 뭔지 참.”
“하하하 뽀로로 그 요물 하하하, 그럼 팀장님, 저희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안녕히 계세요.”
“그래, 휴가 다녀와서 보자.”
동석과 세 올빼미들은 팀장에게 넙죽 인사를 하고 휴게실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약속 날짜인 금요일 저녁 8시가 되자 네 명의 남자들은 며칠 전 찾았던 부천의 나이트클럽 앞에 모였다.
“야, 지금은 시간이 너무 이르니까 요 앞에서 밥 먹고 피씨방에서 겜 좀 하다가 가자.”
“오케이, 가시죠.”
동석과 올빼미들은 나이트 앞의 순대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피씨방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오후 11시 무렵에 나이트 클럽에 입장하였다.
“두리야 형 왔다.”
“어익후 오셨습니까 형님. 어떻게, 그 날 재미들 좀 보셨습니까?”
웨이터 차두리의 물음에 동석은 그의 어깨를 꼬옥 잡으며 대견한 듯이 말하였다.
“나이스 어시스트였다. 오늘도 과감한 패스 부탁한다.”
동석의 칭찬에 차두리가 껄껄대며 웃었다.
“그럼요 물론이죠. 자, 저 따라 오시죠. 이 쪽으로.”
전에 방문했을 때처럼 일행은 차두리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았고, 동석은 항상 그렇듯이 잘 부탁한다며 차두리에게 몇 만원의 팁을 쥐어 주었다. 볼을 넘겨받은 차두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현란한 드리블 능력을 발휘하여 쉴 새 없이 동석에게 여자들을 패스해 날랐고, 동석과 올빼미들은 골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부지런히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 날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전에 왔을 때보다 연령대가 낮은 20대 초반의 여자들과 주로 부킹이 이루어졌고, 전과는 반대로 나이가 많은 동석 때문에 부킹에 애를 먹어야만 했다. 그래도 창식이 앞장서서 설레발을 치며 동석을 어시스턴트 한 덕분에 올빼미 2호를 제외한 전원이 골을 성공시키는 쾌거를 이룩할 수가 있었고, 이 후로 올빼미 2호는 강제 영구결번을 당하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두 번째 낯선 여자와의 성관계에서도 성공적이었던 창식이는 자신감을 회복하여, 다음날 바로 은애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에 내려가겠다고 말하였다. 문제는 마트 알바였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스케쥴을 바꾸어 일요일에, 그것도 휴가 기간 일요일에 쉰다는 것은 마트 지점장 아들이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창식은 말 못할 사정이 있어 꼭 쉬어야 한다며 동석에게 부탁을 하였고, 팀장이 휴가 중이라 직원들 중 최선임이었던 동석의 의리로 창식이는 토요일 일을 끝마치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은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토요일 밤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이 되었을 때, 창식이는 다시 전처럼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창피한 마음에 은애에게 마트에서 연락이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급하게 인천으로 돌아와 버렸다. 쓸쓸한 일요일이 가고 다시 찾아온 월요일, 나란히 매대에 서 있던 동석이 옆에 있는 창식이에게 일요일에 잘 쉬었는지를 물었다.
“어제 여자친구랑 재밌게 놀았냐?”
“예, 잘 놀았어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여자친구랑 싸웠냐?”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그나저나 어제 쉬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형.”
창식이의 고맙다는 말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동석이 슬쩍 창식이를 쳐다보았다. 창식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뜨거운 형제애가 느껴졌다.
“짜식.”
동석은 창식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때 중년의 남자 손님이 두 사람이 서 있는 수산코너로 걸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갈치 들여가세요 갈치. 생물입니다 생물. 고등어 들여가세요.”
남자는 손끝으로 생선들을 슬쩍슬쩍 뒤적거리더니 뒤에 카트를 끌고 따라오는 여자에게 말을 하였다.
“여보, 갈치 좀 사갈까?”
“갈치? 자기 갈치 먹고 싶어?”
뒤따라오던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 순간 여자의 얼굴을 본 창식이는 허둥지둥 매대 뒤로 숨으려고 하였고, 창식이의 얼굴을 알아 본 여자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들지 못 하였다.
“여보, 이거 어때? 뭐 해? 이거 좀 보라니까.”
남자가 갈치를 가리키며 여자에게 묻자 여자는 마지 못해 고개를 돌려 보는 둥 마는 둥 괜찮으니 사자고 말하였다.
“이거 물 좋은거죠?”
남자가 묻자 동석이 대답하였다.
“그럼요, 다 오늘 들어온 겁니다. 생물이에요 사장님.”
“그럼 이거 세 마리 주세요. 여보, 고등어도 살까? 아니 그런데 이 사람이 뭐 해 아까부터?”
남자가 다가오지 못하고 뒤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여자에게 짜증을 냈다.
“그냥 당신 먹고 싶으면 사라니까.”
“거 참, 하여간 쯧쯧. 고등어도 세 마리만 주세요.”
동석은 갈치와 고등어를 비닐봉지에 포장해서 남자에게 건네었다.
“수고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남자는 생선비닐을 카트에 던지고는 앞장서서 수산코너를 떠났고, 여자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손님이 떠나자 동석이 등을 돌리고 있던 창식이에게 물었다.
“야야, 창식아, 방금 저 여자 그날 니 파트너 아니었냐? 맞는 거 같은데? 야, 갔으니까 봐봐 좀.”
갔다는 말에 창식이는 몸을 돌려 떠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분명 인숙이었다.
“이야, 그 때는 조명도 어둡고 화장도 찐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수수하니 괜찮게 생겼다.”
창식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걸어가던 그녀도 마침 고개를 돌려 창식이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날 밤의 끈적했던 추억이 떠오른 두 사람의 얼굴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새 발그레해졌고, 둘은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뜨거웠던 그 날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