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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85
아버지는 다음 날 새벽쯤에 돌아올 계획이었고, 영석이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연락이 와서 오늘 저녁 식사는 엄마와 딸 단 둘이 먹게 되었다. 어머니와 은애는 오랜만에 함께 하는 둘 만의 저녁 식사 메뉴로 매콤하고 칼칼한 아귀찜을 먹기로 하고, 마트에 들러 장을 봐 와서 요리를 시작하였다. 아귀찜에 필요한 재료들을 주방 식탁에 죽 늘어놓은 다음, 어머니는 아귀손질과 양념장을 만들고, 은애는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콩나물과 미나리, 미더덕 등 아귀찜에 들어가는 채소를 먹기 좋게 씻고 손질하였다. 요리를 하면서 은애는 문득 엄마라면 남자와의 성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년을 함께 보낸 부부라면 창식이와 은애가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일들도 한 번쯤은 겪었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부부 사이의 일이니 헤어지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도 않았다. 은애는 옆에서 조리를 하는 어머니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엄마.”
“응.”
“엄마랑 아빠 요새 어때?”
“뭐가?”
“그거 있잖아 왜.”
“그거 뭐? 말 돌리지 말고 말 해 이 것아.”
“아니 그거 있잖아요. 부부끼리 하는 거.”
“부부끼리 하는 거 뭐? 응?”
그제서야 은애의 말뜻은 알아들은 어머니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금새 웃기 시작하였다. 딸에게서 부부관계에 대한 질문을 들으니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 어쩜. 은애 니가 그런 건 왜 묻니? 엄마 진짜 당황스럽다 얘 호호호.”
“아니 그냥 뭐, 다른 집 보면 엄마 아빠 연세쯤 되면 권태기다 뭐다 그런 얘기 있잖아요 왜. 울 어마 아빠는 어떠신가 싶어서 걱정 돼서 그런 거지.”
“우리 딸도 다 컸네. 엄마 아빠 밤일도 걱정해 주고.”
“엄마, 응? 엄마랑 아빠는 아무 문제 없는 거지?”
“문제가 있을게 뭐가 있어. 엄마랑 아빠랑 둘 다 건강한데.”
“그래? 참 다행이네. 근데요 엄마, 부부가 20년 동안 살면 좀 지겹고 하지 않나?”
“지겹지 왜 안 지겹겠어. 부부 간의 사랑은 처음 3년이고 나머진 정하고 의리로 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렇구나. 엄마 이거 다 다듬었는데 어떻게 해?”
“응, 저 쪽에 놔둬. 엄마가 좀 이따 넣을거야.”
은애는 다듬은 채소들을 식탁 한 쪽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 어머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
“응, 말해.”
“엄마랑 아빠는 부부관계에 트러블 있고 그런 적 없었어? 아빠가 다른 데 한 눈을 팔았다거나, 아니면 엄마한테 성적인 매력을 못 느껴서 관계가 잘 안 된다거나, 응? 그런 거 있잖아요 왜.”
은애의 디테일한 질문에 손질한 아귀와 양념을 냄비에 넣던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은애 너 이상하다 오늘. 왜 그런 걸 자꾸 묻고 그래 민망하게? 너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니니?”
어머니의 말을 들은 은애는 내심 뜨끔하였지만, 순전히 부모님의 애정전선을 체크하고 싶은 순수한 딸의 마음에서 나온 질문이라고 강조하였다.
“니 아빠가 어디 딴 데 한 눈 팔고 할 사람이니.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해서 가끔 속상한 적은 있어도 그런 거 하나는 철저한 사람이야.”
“그렇지. 아빠가 여자 문제는 진짜 깔끔하시지. 그런데 아빠도 남잔데 엄마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면 좀 시들시들하고 색다른 경험도 좀 해보고 싶고 그러지 않았을까?”
“왜 아니겠어. 뭐 남자만 그런 줄 아니? 여자도 마찬가지야. 오래 한 이불 덮고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침대에서 자는 모습 보고 있으면 슬쩍 발로 밀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래.”
“호호호 어쩜, 너무했다.”
“가만 보자. 엄마가 영석이 낳고 산후 우울증에다가 호르몬 장애 때문에 몸이 막 이렇게 붓고 그런 적이 있었거든. 생각해 보면 그 때가 엄마랑 아빠랑 잠자리가 좀 소원해 진 때였지.”
“그랬었어? 웅, 힘들었겠다. 그래서 어떡했어 엄마?”
어머니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은애는 어머니에게 그 때의 일에 대하여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빠가 엄마랑 막 하기 싫어하고 그런 거야? 밤에 옆에도 안 오고, 그 것도 잘 안 되고, 응? 빨리 말 좀 해봐요.”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런다니? 너 오늘 많이 징그럽다?”
“에이, 궁금하잖아.”
은애는 엄마에게 능청스럽게 웃어 보였다.
“하긴 얼굴부터 발목까지 이렇게 돼지처럼 퉁퉁 붓고, 맨날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니 어느 남자가 좋다고 하겠니? 시간 좀 지나고 엄마 몸매가 예전처럼 돌아왔는데도 그 때 어색한 게 남아서 그런지 아빠가 엄마랑 잠자리를 잘 안 하려고 하더라구.”
“그래서요?”
“넌 아직 모르겠지만 부부라고 당연한 듯이, 무슨 기계처럼 습관적으로 잠자리를 갖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서로가 꾸준히 노력을 해야 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가 되는 거지.”
“그렇구나.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노력했는데? 응?”
“엄마야 뭐 너희 아빠 기분 좋게 해주려고 야한 비디오도 보고 아빠랑 따라도 해 보고, 속옷도 야시시한 거 입어 보고 그랬었지. 그러니까 아빠가 좋아하더라구.”
“어머, 엄마가? 호호호,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돼? 여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꾸며야 남자한테 사랑 받고 여자 대접도 받는 거야 이것아.”
“알았어요. 그럼 지금은 엄마랑 아빠랑 문제 없는 거지?”
“지금은 엄마가 너희 아빠한테 뱃살 좀 집어넣으라고 구박하지. 호호호.”
“하하하, 엄마는 참.”
엄마와 딸의 수다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계속 되었고, 아귀찜이 완성되자 두 사람은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잘 시간이 되어 방으로 돌아온 은애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어머니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 노력을 해야 된다. 노력을 해야 된단 말이지.“
은애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혹시나 자신이 창식이와의 잠자리에서 여자로서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하긴 성관계가 난생 처음이었던 은애는 그냥 침대에 누워 창식이가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만 했을 뿐, 어떤 적극적이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었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은애는 그런 그녀의 행동이 창식이의 성욕을 감퇴시킨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 맞어, 내가 어색하게 누워만 있고 눈도 감고 있고 하니까 창식이가 기운이 빠진 걸 수도 있겠다. 재미가 없어서. 야한 비디오하고 속옷이라.’
어머니의 해결책이 떠오른 옷장에서 자신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꺼내어 침대에 나란히 늘어놓았다. 대부분 흰색과 핑크색의 노멀하기 짝이 없는 속옷들이었다.
‘흠,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속옷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네.’
속옷을 모두 옷장에 꾸겨넣고 은애는 의자에 앉아 생각하였다.
‘창식이는 어떤 스타일의 속옷을 좋아할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네.’
은애는 피씨를 켜고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속옷’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창에 여러 쇼핑싸이트가 나타났고 은애는 그 싸이트들을 하나 하나 스캔하기 시작하였다.
“뭐야 이건,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속옷인데 왜 남자 팬티만 잔뜩 나오는 거야. 한심하다 진짜.”
“어머, 이렇게 생긴 속옷도 있네, 호호호 진짜 웃긴다,”
각양각색의 속옷을 검색해 봤지만 과연 이런 걸 창식이가 좋아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은애는 큰 마음을 먹고 모 웹하드에 결제를 하고 야동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엄마가 부부사이 회복을 위해 봤다던 야한비디오와 야한 속옷처럼, 남자가 여자의 어떤 모습에 흥분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야동을 보고 그 속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