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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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89

약속날짜인 일요일이 되자 은애는 창식이를 만나기 위해 KTX를 타고 인천으로 향하였다. 인천으로 가는 선로에 문제가 생겨 도착 예정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지는 바람에 창식이는 동암역에서 은애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은애야 여기.”

전철역을 빠져나오는 은애를 먼저 확인한 창식이가 손을 흔들었다. 

“창식아!”

창식이를 발견한 은애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창식이에게 한 달음에 달려온 은애는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창식아 많이 기다렸어? 아웅, 철로에 사고가 생겨서 시간이 늦어졌어잉.”

“아냐, 별로 안 기다렸어. 그런데 오늘 너 옷차림이 좀.”

“왜? 내 옷차림이 어때서? 뭐가 좀 달라 보여?”

은애는 자신의 달라진 스타일을 한 눈에 알아 본 창식이가 반가웠다. 

“너 어디 면접 가? 정장을 쫙 빼 입고.”

베이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원피스 정장, 커피색 스타킹과 검은색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걸쳐멘 그녀의 모습은 캐쥬얼한 옷을 즐겨입던 평소의 은애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한 번 입어 봤지. 어때? 잘 어울려?” 

“응, 진짜 멋있다. 대학생이 아니라 직장여성 같은데?”

창식이의 칭찬에 은애는 입이 귀에 걸릴 듯이 기뻤다. 

“그런데 이렇게 입을 거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나 옷차림이 너무 평범한데.”

창식이가 미안한 듯이 말하자 은애는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아냐 아냐, 그냥 내가 입고 싶어서 입은 건데 뭐. 우리 어디 먼저 갈까?”

“음, 롯데월드 갈까 했었는데 정장 입고 가긴 좀 그렇잖아. 우리 영화나 보러 갈래?”

“그래. 우리 우선 뭐 좀 먹자. 나 점심도 안 먹었더니 배고파.”

“그래, 나도 일부러 밥 안 먹었어, 너랑 밥 먹으려고.”

“잘 했어 우리 자기 히힛. 빨리 가자.”

두 사람은 구월동으로 장소를 옮겨 식사를 한 후, 영화를 보고 노래방으로 가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을 나선 다음 포차에서 간단하게 소주를 마신 두 사람은 자정이 조금 안 된 시각에 창식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 은애가 창식이의 집에서 자고 간 적이 있는데다가 이번에는 집에 은애를 데리고 오기 전에 미리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 상황이여서 은애는 창식이의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환대를 받을 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 그래, 은애 학생 왔구나.”

“어서 와요.”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인사를 나눈 네 사람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그래, 창식이랑 재밌게 놀았어?”

창식이 아버지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어땠는지 은애에게 물어보았다. 

“네, 영화 보고 노래방도 가고 재밌었습니다.”

“그랬어요? 재밌게 놀았다니까 다행이네 허허허.”

“밥은 먹었고?”

창식이 어머니가 묻자 창식이가 나서서 대답하였다. 

“에이, 아직 밥도 안 먹고 다녔을까 봐. 엄마도 참 싱겁다 하하하.”

“이 녀석이 엄마한테 싱거운 게 뭐야 욘석아. 하여간 우리 창식이가 아직 애야. 이렇게 철이 없어요.”

어머니와 창식이의 실랑이를 본 은애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창식이 부모님과는 두 번째 만남인지라 은애도 전보다는 긴장을 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은애 학생은 어디 면접 같은데 갔다 왔어요?”

어머니의 물음에 아버지도 낯선 은애의 옷차림에 대하여 궁금해 하였다. 

“그러게. 창식이랑 놀러 다니는데 그렇게 입었을 리는 없고, 어디 중요한 데라도 다녀왔나 보지?”

은애는 두 사람의 물음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하하하, 이거요. 그냥 어디 좀 다녀 오느라구요.”

“그래, 이렇게 우리한테 인사도 오고, 창식이랑 건전하게 만나는 거 보면 우리가 고맙지. 개강하면 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건가?”

“네.”

“그렇구나. 개강하기 전까진 이 쪽 올라와서 창식이랑 놀게 되면 괜히 엄한 데 가지 말고 우리집 와서 자요. 알았지? 우리는 은애 학생 항상 환영하니까.”

은애에게 말을 마친 아버지는 창식이에게 왜 맨날 여자를 힘들게 왔다갔다 하게 만드냐고 잔소리를 하였다. 

“니가 내려가서 만나야지 왜 맨날 여자친구를 부산서 여기까지 불러 올리냐?”

그러자 창식이가 아버지에게 볼멘 소리로 대꾸하였다.

“아버지, 제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있어요 어디? 엄마 덕분에 낮에는 마트 알바 하지, 저녁에는 과외 알바 하지, 내려가고 싶어도 도통 내려갈 시간이 없다니깐요.”

창식이의 말을 들은 어머니가 창식이에게 꿀밤을 먹이며 말하였다. 

“그러게 욘석아, 학교 다니면서 틈틈이 알바 하라고 했어 안 했어? 그냥 집에서 학교 다니면 될 것을 꼭 고집 부려서는 하숙한다고 엄마 아빠 애를 먹여요 이 눔 자식.”

“에이, 하숙집에서 학교 다니면 엄마도 편하지 뭘.”

“그래도 욘석이?”

어머니가 창식이의 머리를 또 쥐어박으려 하자 은애가 창식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어머니 어머니, 창식이 강의 끝나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그래요. 그래서 이번에 성적 장학금도 타고, 인천에서 통학 했으면 도서관도 많이 못 갔을 거고.... 하하하 그렇다구요.”

은애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리자, 어머니는 못 이기는 척 창식이에게 말하였다. 

“하여간 너 볼 거야. 다음 학기도 장학금 안 받아오면 2학년 때는 하숙집이 아니라 바로 군대 보내버릴 거야. 알았지?”

“와, 진짜 울엄마 친엄마 맞아요? 우리 어머니 너무 냉정하시다니까.”

“이 녀석이 여자친구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아 참, 은애 학생 부모님도 은애 학생 남자친구 있는 거 아세요?”

“네, 어머니는 아시고 아버지께는 나중에 말씀 드리려구요.”

은애는 어머니의 물음에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어이구, 이거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 남자친구 생긴 거 아시면 은애 학생 아버님이 상처 받으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허허허.”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웃자, 어머니가 은애에게 말하였다. 

“그래도 어머님은 아신다니 다행이네. 딸 가진 부모 마음이 다 똑같아요. 우리 딸이 어디 가서 험한 일 당하지는 않을까. 이상한 남자 만나지는 않을까 하고 항상 걱정하게 마련이거든. 나야 자식이라고 아들놈 하나 있지만 부모 마음은 부모가 안다고, 어쨌든 창식이 만나러 올 때는 어머니께라도 꼭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우리 허락받고 여기서 자고 간다고 전화 꼭 드리고 응?”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아버님께도 기회 봐서 꼭 말씀 드리고. 우리야 이렇게 은애 학생 얼굴 봤으니까 안심이지만 은애 학생 부모님은 걱정하실거야. 신경 안 쓰시게 잘 해요. 알았지?”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자자, 우리 이제 그만 들어갑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들도 바로 잘 거지? 더 놀거니?”

“아뇨, 우리도 자야죠. 저 내일 쉬는 날이니까 내일 일찍 나갈 거에요.”

“좋겠다 이 녀석아. 은애 학생은 니 방에서 재우고 너는 저 방에서 자. 알았지? 너 방에서 안 자고 허튼짓 하면 엄마한테 혼 나. 알았지?”

“아휴, 엄마는 내가 무슨 애에요? 자꾸 그러신다.”

“애가 아니라서 그러는 거야 이놈아. 얼른 가서 자.”

“안녕히 주무세요.”

“응 그래, 은애 학생도 잘 자요.”

네 사람은 잠을 자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이번에는 은애가 새벽에 있을 리벤지 매치를 위하여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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