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5장 (5/40)

제 5장

어느 토요일의 오후,마사노리는 학교를 잰 걸음으로 뛰어나갔다.

하늘은 오전에 비해 이제는 아주 캄캄하고 검은 구름이 자욱하게 퍼져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역시,아오이씨에게 전화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마사노리는 우산을 갖고 나가라는 아오이에게 웃으며 괜찮다라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아오이는 만약 비가 내리면 마중나갈 테니 전화하라며 나서는 마사노리의 등에 대고 당부의 말을 했었다. 마사노리는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에 몹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쿠.. 온다…」

단숨에 시야를 가릴 정도로 큰 입자의 비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방을 받쳐서 가리고 마사노리는 단숨에 길 끝까지 뛰어갔다. 위에서는 폭포와 같은 비방울이, 아래에서는 아스팔트에서 되받아 치고 올라 오는 빗방울이 마사노리의 제복을 적셔갔다. 아직 집까지는 멀었다.길가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모두,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렇게 하면 좋으련만 원체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는 자신에게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길 끝까지 뛰어가던 마사노리도 결국 달리기에 지치고 눈앞에 보이는 생선가게의 처마끝에 몸을 숨겼다. 와이셔츠와 제복의 바지 그리고 속에 입고 있는 속옷 게다가 양말까지 흠뻑 젖어있어 몹시 불쾌했다. 마사노리는 근심어린 얼굴을 하고 번화가 쪽을 멍하니 바라보며 우뚝 서있었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뭔가가 내밀어 졌다. 노란 우산이였다.우산을 잡은 팔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흰색의 브라우스에 검은 색의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은 모습의 여자가 있었다.한 손에 슈퍼의 쇼핑 봉투를 들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리본으로 모아 묶은 갸름한 턱의 라인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그것이 누구인지 한순간 혼란에 빠져있었다. 

「마사노리, 어떻게 된거야? 나,나쓰야…」

「…나쓰씨」

기타하라의 집에 가정부로 있는 사와다 나쓰라는 여성이었다. 마사노리가 어릴 때 모친을 잃고 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와 보내왔기 때문에 마치 피붙이 같아서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상냥한 누이와 같은 존재였다.부드러워진 표정의 마사노리에게 나쓰는 살며시 미소 지어보였다.

「우산 안가지고 나왔어? 감기 들어. 자 내 쪽으로 들어와. 일단 가까운 우리집으로 가자.」

「아…그렇지만…좀… 근데 내가 가도 돼요?」

「응,마사노리라면 환영…. 자, 가자.」

나쓰가 우산을 기울이며 그를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마사노리는 그녀의 옆으로 어깨를 서로 가까이하며 우산속으로 들어갔다.어느덧 비는 소강 상태가 되어 있었다.마사노리는 나쓰에게 모친과 같은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다.지금은 아오이가 있기 때문에 매일 오가고 있지만 그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풀 타임으로 기타하라의 집에 머무르며 항상 마사노리의 옆에 있었다.하지만 지금처럼 어깨를 서로 가까이 하는 것을 의식할 정도로 그녀를 여자로 느꼈던 적은 없었다. 최근에 들어서 마사노리 자신이 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나쓰의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나쓰의 키는 그와 비슷했다. 잘 빠진 몸의 라인,가는 어깨,한데 묶은 머리카락사이로 보이는 흰 목덜미….마사노리는 곁눈질로 이웃해서 걷고있는 나쓰를 넌지시 관찰했다. 항상 몸의 라인이 잘 나오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탓에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었지만 작고 아담한 어깨에 비해 상당히 부푼 가슴은 풍만한 볼륨을 느끼게 했다. 

「저기…마사노리.아오이씨와는 사이 좋게 지내?」

「좋은 사람이에요. 아오이씨는. 날 많이 생각해주고 챙겨주니까…..」

「물론 아름답기도 하고…. 그렇지. 마사노리」

「아, 아…」

기타하라의 집에 나쓰와 아오이가 함께 있을때는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아오이의 선명하고 강렬한 성적 매력과 나쓰의 조용한 분위기에 숨어있는 묘한 매력에 이제 성의 잠에서 깨기 시작한 마사노리는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뺨이 뜨거워져 왔다. 

「나쓰씨 쇼핑했어요?」

「응,낮에는 굉장하네.비가 조금씩 내려서 나왔는데.」 

나쓰는 항상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방법은 어딘가 듣고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나쓰씬 혼자살아요?」

「걱정돼?마사노리…」

나쓰의 주홍색 입술에 묘한 미소가 베어나왔다.마사노리는 순간 당황했다. 오늘의 그녀는 항상 기타하라의 집에서 만나는 그녀와는 다른 사람같이 보였다.

「네. 아니 별로…」

「우후,농담… 나,아직까진 독신….」

「그래요……??」

나쓰는 자신의 사생활에 관하여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같은 우산속에서 어깨를 서로 가까이 대고 있자 나쓰의 매력이 한껏 느껴져 왔다.정말의 그녀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또 다시 비가 심하게 내렸다. 세차게 퍼붓는 빗방울이 좁은 우산 하나뿐인 두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사노리는 이제 젖을만큼 젖어있어서 더 젖더라도 개의치 않았지만 나쓰의 경우는 달랐다. 우산을 요리조리 기울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벌써 브라우스는 흠뻑 젖어 속옷을 확실하게 비추고 있었다. 두사람 모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빗속을 걷는 것조차 잊고 우뚝 서있었다.

「서둘러 가자 이제 곧 집이다.」

「네,그래요…」

마사노리는 곁눈질로 충분히 젖어 있는 나쓰의 브라우스 가슴 부분을 응시하면서 그녀와 종종걸음으로 빗속을 헤처나갔다. 집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는 단층으로 된 독립 가옥이었다. 비슷한 구성의 집들이 나란히 지어져 있는 시가지의 조용한 주택지에 있었다.현관의 처마끝에서 나쓰는 우산을 접고 스커트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열었다. 정원 한쪽을 보자 왠지 거기에는 아버지의 검은 색 아우디가 주차되어 있었다.

「마사노리,들어가자」

「젖었는데…..」

「후후. 잠깐 기다리고 있어 타월 갖고 올게.」

비를 맞아 초라해보이는 소년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쓰는 로우 힐을 벗고 현관에 마사노리를 남겨 두고 잰 걸음으로 복도를 뛰어들어 갔다가 곧바로 타월을 들고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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