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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공입문 (15/56)

15) 무공입문

호천웅은 이미 독심마의에게서 받은 의학서적을 탐독한후,

자신이 천강혼성지체임을 어렴픗이 느끼며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장은설이 가져다준 태극양의심법은 호천웅에게 찾아온 한줄기 빛이었다.

호천웅은 그날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련에 들어갔다.

태극양의심법을 익히는 과정...

그것은 너무나 견디기 어려운 극한의 인내를 요구했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 정좌를 하고 한시진,

달의 기운이 최고조에 이르는 심야에 가부좌를 틀고 한시진,

낮에는 활활타는 불섶에 밤에는 얼음구덩이에 빠진듯한 고통을 맨몸으로 견뎌야했고,

더욱이 하루도 쉼없이 매일 반복해야 했으니...

또한,

호천웅에게는 태극양의심법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비마무흔경,

소옥수,

염라제마장

범인이라면 일생을 바친다해도 단 한가지도 제대로 연성할수 없는 상승무예...

그러니,

수련과정이 얼마나 어려운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일.

그러나,

호천웅은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무공을 연마해갔다.

호천웅이 해결해야 할 은원.

느닺없이 들이닥친 괴한들에 풍지박산된 가문의 복수,

아낌없이 몸까지 바치고 괴한들에게 핍박을 받으면서도 천하제일의 무공을 익히라고 무영림안으로 던져준 이모 염향운의 애원,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준 무림삼괴에 대한 보답,

이런 모든 것들이 호천웅을 무공에 메달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호천웅은 절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천강혼성지체.

몸안에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야 겨우 20살까지 살수있는 천형의 신체.

독심마의의 배려로 음양의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호천웅은 태극양의심법을 익히며 양기가 점점 강해져 음기를 누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호천웅의 나이 12세.

점점 남성으로서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기.

거기에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호천웅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던 이모 염향림과의 불같은 정사.

그 행위가 호천웅의 남성을 깨어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호천웅의 양기는 걷잡을수없이 커져만 갔으며,

그것은 남자로서 어찌해볼수 없는 하늘의 섭리였으니...

무영림안에 위치한 커다란 호수의 한쪽에 위치한 커다란 바위.

"흐윽...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인가..."

비칠비칠 바위위를 내려오는 호천웅.

뜨거운 태양아래서 한시진동안 태극양의심법을 겨우 끝마친 몰골은 너무나 비참했다.

옷은 후줄근하게 땀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고,

목덜미까지 시뻘건 얼굴은 술독에 묻혀사는 술주정뱅이의 얼굴과 다름없었다.

호천웅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넓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태극양의심법을 익히는 자체가 고통이었으니...

몸안에서 용트림하는 양기를 억제하기란 이제 거의 불가능.

요 며칠사이 호천웅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낮설지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지만... 참화를 당한 가문의 한과 나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는 주위분들을 볼 면목이 없으니..."

호천웅은 시선을 들어 주위를 훓어보았다.

호수가에 앉아 낚시를 하던 황보중할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고,

요란하게 지져귀던 새들도 뜨거운 태양빛을 두려워하는지 자취를 감추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것도 잠깐...

힘없이 한동안 호수위를 둘러보던 호천웅의 눈에 갑자기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내가 이게 무슨 꼴이람... 이렇게 의지가 허약해지다니..."

호천웅은 정신을 가다듬고 호수가에서 약간 떨어진 숲속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파파팍... 쓔욱... 콰콰쾅...

숲속에서 날카로운 파공음과 대기를 찢을듯한 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영림의 동쪽에 위치한 사마춘의 집.

여태까지 호천웅의 행동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한쌍의 눈이 있었으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듯 촉촉하게 젖은 맑은 눈동자에 짙은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있었다.

"사마오라버니. 아직도 멀었나요... 천웅이가 이제 한계에 다달은것같은데..."

금방이라도 목이 메일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창가에서 고개를 떼고 방안을 쳐다보는 인영.

약간 차가운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이 약간의 흠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을 한 여인.

무심천녀 장은설...

바로 그녀였다.

이십여년전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눈한번 주지않은 무심한 마음을 가진 여자.

하지만 

호천웅에게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마치 어머니처럼 다정다감했으니...

사실 호천웅은 이미 무림삼괴의 공동제자였다.

무림삼괴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었을때,

호천웅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무림삼괴는 그일을 두고 고뇌에 휩싸였다.

호천웅의 뛰어난 자질...

그것은 무림고수라면 제자로 두고싶은 충분한 조건이었지만,

장래를 보장할수 없는 천형을 앓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심천녀 장은설.

그녀의 반대는 특히 심했다.

호천웅과 사제지간으로 맺어지면 않된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를 하고 있었으니...

장은설도 자신이 왜 그런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천웅은 하루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체 식음을 전폐했다.

결국 무림삼괴는 두손을 들고 호천웅과 사제지간을 맺게 되었다.

그 순간 장은설의 마음이 왜 그렇게 허전했는지...

그 일이 있은후 한동안 장은설은 실의에 빠졌다.

호천웅이 깍듯이 사부로 모시는 것도 몹시 서운했다.

그러나,

고통을 감내하며 꿋꿋히 자신을 다스리고 있는 호천웅의 모습에 장은설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으니...

방안의 한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사마춘.

그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하며 눈가에 환희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사마춘을 쳐다보던 장은설이 급히 방가운데로 뛰어왔다.

"오, 오라버니... 좋은 소식이라도..."

"응... 이제 때가 된거같구나... "

장은설의 모습을 쳐다보는 사마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나고...

장은설의 예쁜 입은 함지막하게 벌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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