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무림삼비천
장은설의 입에서 나온 무림삼비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무공이나 진기보화가 있는지도 모른다.
말그대로 모든 것이 신비에 가린 세곳의 하늘.
악마혈.
혈탑.
여왕궁.
이름만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모든 사람들은 경외의 눈으로 세곳을 바라보았으니...
악마혈.
오백년전.
무림에 한명의 광인이 나타났다.
봉두난말에 허름한 옷을 입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한 광인은 정사마의 무인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데로 해치기 시작했으니...
화북에서 전횡도법으로 이름을 날리고 패도자.
육합권으로 명성이 자자한 철패왕.
마화장으로 마도서열 오십위안에 들던 축융염라귀.
환사칠검으로 사도에서 추앙받던 환영노사등등...
무림의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광인에게 패하여 병신이 되거나 목숨을 잃었다.
무림인들은 광인의 정체를 밝히려고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광인의 무공 내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일정한 규칙도 없이 휘둘러지는 손과 발의 동작.
그것은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노렸고 위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막강했다.
무림인들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광인의 무공은 생사를 넘나들며 터득한 최고의 실전무학이다.
그리고,
광인은 무림인들에게 공포와 함께 회피인물로 낙인찍혔다.
한데,
광인이 무림에 나타난지 세달이 지나면서 광인의 신상명세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광인이 문득문득 정신을 차렸을때 공포에 저린 목소리로 내뱉은 말들에 의해서였다.
어딘지 모르지만 지하동굴이 존재한다.
입구는 넓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분지같은 공터를 이루고 있는 동굴.
햇빛한점 들지않는 그 지하동굴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음식.
사람들은 살아남기위해 서로를 죽이는 싸움이 끝없이 벌어졌다.
약육강식.
법이나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힘만이 모든 것을 대변했는데...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단련해야했고,
죽지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했다.
그 결과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고의 무공을 소유한 자들뿐이었으니...
광인은 어렸을때 불행히도 그 지하동굴에 떨어졌다.
하지만,
동굴에 살던 괴인들은 광인을 죽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일을 시켰으니...
동굴밖에 나가 과일등 음식들을 구해오도록 했던 것이다.
물론 열흘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미치죽게 만드는 금제를 가했고,
짐승들을 만났을때 물리칠수 있는 무공을 전수했다
광인은 어쩔수없이 지옥같은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괴인들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며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괴인들은 지하세계의 사람들로 빛에 몹시 약해 밖의 세상에서는 살지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
따라서,
괴인들의 희망은 모든 것이 풍족한 지상에 나가는 것이었고,
은밀히 지상에서 살수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직이 있었고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
광인은 그런 사실을 알아내곤 너무나 두려웠다.
괴인들이 지상에 나갈수 있게 되면 자신의 존재도 필요없는것.
그때가 되면 잔인한 괴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하리란건 불을 보듯 뻔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온갖 고통에 가해 괴로와 몸부림치는 것을 즐기는 괴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광인은 공포에 휩싸여 더 이상 지하동굴에서 살지못하고 튀어나왔다.
미쳐죽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림인들은 광인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들었을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광인이 자신의 말대로 미쳐서 죽었을때도 완전히 믿지 못했다.
지하세계가 존재하고,
그것에서 배운 하찮은 무공이 중원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위력적이란 사실을...
어쩌면 사람들은 믿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가슴속에 스며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였으니...
어느 때부터인가 그 지하세계를 무인들은 악마혈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입에 올리는 것을 극도로 자재했다.
혈탑.
지금으로부터 사백년전.
무림은 두개의 거대세력에 의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북혈마루.
남몽사전.
말 그대로 북무림과 남무림을 양분하던 마와 사의 군림체.
그 당시 정파는 자중자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세력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어둠속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으니...
그것은 무림사이래 정파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치욕의 시기이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십년동안 무림을 양분하고 앞으로도 일정기간동안 계속 집권할것으로 믿어 의심치않았던 북혈마루와 남몽사전.
그 두 세력간의 균형을 깨어지게 만들었던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제일 처음 사건이 일어난 곳은 남몽사전의 108개 분타중 한곳이었다.
하루밤만에 식솔 한명도 남기지 않고 이백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괴멸되었으니...
죽은 사람들은 마치 귀신을 본듯 겁에 질린체 눈자위가 까뒤집혀 있었고,
반항한 흔적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무림은 발칵 뒤집어졌다.
누가 감히 남몽사전의 분타를 건드릴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제일 먼저 북혈마루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조금 더 생각한후 무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타에 널려져 있던 시신들에 남긴 상처들.
그것들은 생전 처음보는 괴이한 수법이었다.
또한,
아무리 분타지만 무시할수 없는 고수들이 살해당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흔적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고 낭몽사전에서는 범인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한데,
사건은 그것만으로 끝난것이 아니었으니...
한달도 되지 않은 시간동안 무려 네군데나 되는 남몽사전의 분타가 초토화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괴멸된 분타에서 식졸 한명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가슴에 피같이 붉은 탑이 그려진 옷을 입고 이마에 1이라는 숫자가 쓰여진 복면을 한 다섯명의 괴한들.
그들이 마치 안개처럼 분타에 스며들어 한시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수백명의 사람들을 도륙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을 마친후 다음과 같은 사악한 목소리로 떠들고 사라지는 소리를 들었다는데...
"후후~ 무림을 양분하고 있다는 남몽사전의 사공이 이렇게 허약하다니 실망이군. 겨우 혈탑의 최하류인 우리 일호무사 다섯명을
못당하다니... 몰래 나온 보람이 없군. 이제 탑주님이 아시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드니 돌아가세."
식졸의 이야기를 들은 무림인들은 경악에 휩싸였다.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림을 양분하는 남몽사전의 다섯개분타가 겨우 다섯명의 무리들에게 괴멸되었다니...
그것도 혈탑이라는 곳의 하류무사들이라지 않는가?
무림은 벌집을 쑤셔놓은것처럼 술렁였다.
남몽사전은 수취심과 분노에 휩싸여 소속무사들을 전부 풀어 혈탑이라는 집단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리무중.
중원대륙 방방곡곡에서도 혈탑의 잔재를 찾을수가 없었고,
혈탑의 무리들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한데 마지막 사건이 터지고 일주일이 지난후,
무인들의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으니...
남몽사전의 정문앞에서 발견된 한통의 서찰때문이었다.
너희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은 혈탑의 규율을 어기고 무림에 나가 제멋대로 행동하였기에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처단했다. 그러니 모든 일을
잊어버리기 바란다.
- 혈탑주-
남몽사전은 서찰에 쓰여진 내용을 읽고 오만함의 극치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자신들의 규율을 어겼기때문에 처단했지 천하의 남몽사전을 염두에도 두지 않는 내용이니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다른 무인들은 경악을 하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꼈다.
불과 다섯명의 하류무사로 다섯개의 분타를 괴멸시킬 정도의 집단이니...
그후 여섯달이 지나갔지만 남몽사전의 수색에도 혈탑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혈탑으로 인해 실추된 남몽사전은 권위를 잃어버리고 끝없는 추락을 길을 걷어 무림은 다시 혼돈속에 휘말려 들었다.
그리고,
무인들은 혈답에 대한 두려움과 신비감으로 경외심을 갖게 되엇다.
여왕궁.
삼백년전.
무림에 하나의 세력이 나타났다.
호화낭자군.
세상의 모든 사내들을 자신들의 품안에 두고자했던 여인들의 집단.
호화낭자군은 모두 눈에 확 뜨일 정도의 미모를 소지한 여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내라면 노소를 불문한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혹을 했다.
철석간담이라도 녹일듯한 매혹적인 미소를 띤체.
알몸이 거의 드러나는 얇디얇은 망사의만 걸치고 온갖 아양과 교태를 지었으니...
그 유혹의 몸짓에는 거역할수 없는 마력이 깃들여 있었다.
환희소와 절염무.
팔백년전.
천여몀의 절정고수를 몸으로 녹인 환희절염요녀의 절학.
환희소와 절염무로 남자를 유혹한후 또 다른 사공인 흡정마공으로 기를 흡수해 당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내공을 소유한 초절정고수가
되었지만,
자신의 유혹에 이길 남자는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그 요녀도 결국은 한 사내한테 반해 홀연히 사라졌는데...
만약 환희절염요녀가 무림에 일년이상 더 머물렀다면 고금제일미 여의천후 하후란을 능가하는 여고수의 탄생을 볼것이라는 소문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었다.
한데,
어떻게 호화낭자군이 환희소와 절염무를 익혔는지 모르지만,
사내들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호화낭자군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10살먹은 소년들.
70살먹은 노인들.
혈기왕성한 청년들.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남들.
몇십년을 불도에 정진했다는 이름있는 노승들까지...
호화낭자군이 모습을 나타낸지 일년도 되지않아 무림은 혼돈에 휩싸였다.
남편을 빼앗겨 졸지에 생과부가 된 여자들이 속출하고,
호화낭자군과 하루밤이라도 잠자리를 가지기위해 스스로 찾아나서는 사내들이 부지기수였다.
또한,
사내들은 많고 호화낭자군의 수는 정해져 있었으니...
하루밤을 보내기위해 사내들끼리 싸움이 끊이지않았다.
하지만,
위의 경우는 그래도 낳은 경우였다.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자가 호화낭자군의 한 여자를 공유하고,
심지어는 싸움에 살인까지 저질렀으니...
인륜과 천륜이 무너지는 아수라장이 전개되었다.
해서 참다못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이미 호화낭자군에 빠져있던 남자들에 의해 어찌해볼수가 없었다.
그때,
홀연히 나타난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여왕궁이었다.
하나같이 일세를 풍미할 정도의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백여명의 여인들...
호화낭자군의 여인들은 여왕궁의 여자들에 비하면 반딧불과 보름달의 차이정도로 미모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미 호화낭자군에 홀려있던 사내들은 너나할것없이 여왕궁의 여인들에게 돌아서 애정을 갈구했다.
하지만,
여왕궁의 여인들은 사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체 호화낭자군만 치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호화낭자군의 비밀이 하나 밝혀졌다.
흡정마공.
상대방의 기를 빨아들이는 환희절염요녀의 또 다른 사공.
그 사악한 무공을 이용해 호화낭자군은 사내들의 정기를 빨아들였으니...
대부분의 호화낭자군이 이갑자이상의 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여왕궁의 침입을 받은 호화낭자군은 불같이 노했다.
자신들의 몸을 무기로 유혹한 사내들이 등을 돌리는 것도 괘씸한데,
하루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른다고 백여명의 인원으로 시비를 걸었으니...
호화낭자군은 코웃음을 치며 여왕궁의 여인들에게 일전을 겨루자고 통고를 했다.
그리고,
백석진에서 이루어진 오천 호화낭자군과 여왕궁의 결투.
사람들은 모두 호화낭자군의 승리를 믿어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으니...
오천의 호화낭자군.
면사를 한 군후만이 겨우 목숨을 부지한체 피눈물을 흘리며 겨우 도망쳤을뿐 이갑자 이상의 내공을 소유했던 나머지 여인들은 백여명의
여왕궁 여인들에 의해 불귀의 객이 되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지옥같이 변한 백석진의 광경과 처음보는 여왕궁의 가공할 무공에 몸서리쳤다.
그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여왕궁의 무리속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와 낭낭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여왕궁의 일개전주이고 나머지는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하찮은 사내들에게 아양을 떨고 쾌락을 위해 지조없이 몸을 줘
여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무리들을 징계하러 나온것이다. 여인들이여! 우리는 강하다. 힘만 믿은체 조급하고 충동적인 사내들에게 절대
굽히지 말기 바란다...."
연설을 마친 여인과 여왕궁 여인들은 싸늘한 눈초리로 군중들을 쳐다본후 홀연히 사라지는 것도 모른체 군중들은 수취와 환호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흡정마공을 이용해 자신들의 기를 빨아들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체 색에 눈이 멀어 호화낭자군의 유혹에 넘어갔으니...
사내들은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여자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환호성을 지른것은 말할것도 없었다.
그리고,
잠시후 여왕궁의 여인이 뱉은 말을 되세기던 군중들은 경악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갑자가 넘는 오천여 호화낭자군을 단 백명으로 물리친 여인들이 여왕궁의 일개 전주소속이라니...
그러면,
궁주는 얼마나 무공이 높단 말인가?
아니,
전주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많단 말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군중들의 머리속은 혼란으로 가득찼고,
급기야는 경외심으로 물들어 천외천의 세력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현재,
사람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세개의 신비집단.
악마혈과 혈탑, 여왕궁을 무림삼비천이라 명명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무림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들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불리워졌다.
악마혈은 싸움에 미친 사람들만 사는 지하세계.
그들의 마음은 온통 지상으로 쏠려있다.
만약, 그들이 지상으로 나온다면, 지옥의 아수라장이 현세에 나타나리라.
혈탑은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의 세상.
그들의 마음은 자부심으로 가득차있다.
하나, 그들의 마음이 바뀌어 피의 탑이 솟아오른다면 무림에 피의 강이 흐르리라.
여왕궁은 선녀처럼 아름답고 절세의 무공을 지닌 여인들의 세상.
그녀들의 마음은 얼음처럼 딱딱하다.
하나, 여인들의 마음을 녹인다면 수천의 미녀들을 얻을수있고 지존으로 군림하리라.
겨우 정신을 차린 호천웅.
두려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곤 앞에 앉은 장사부를 쳐다보았다.
"사부님이 여왕궁출신이라니 너무나 놀랍습니다."
"휴으! 하지만 이제 여왕궁으로 돌아갈수 없는 몸. 다 과거일이다."
"아니! 왜입니까?"
"우리 궁의 비밀이니 너무 알려고 하지 말아라. 그리고, 만일 강호에서 여왕궁의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입장을 생각해 사정을 봐주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장은설의 호천웅의 확신에 가득찬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꾸 나중에 호천웅과 여왕궁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
호천웅은 장사부의 기분이 어느정도 풀렸다고 생각하자 궁금한 점을 슬며시 물어보았다.
"사부님. 너무나 엄청난 비사를 들었습니다만 그게 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 내 정신..."
장은설은 다시 슬픈 얼굴로 돌변했다.
호천웅은 장사부의 변화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내가 이야기하려던 것은 여의천후님과 관련된 두통의 서찰에 쓰여진 내용이었는데..."
장은설은 약간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띄엄띄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