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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무림삼괴의 비사 (24/56)

24) 무림삼괴의 비사

"짹짹...짹짹짹..."

새들이 나무위와 호수가를 왔다갔다 하며 맑은 소리로 울부짖는 무영림.

해는 이미 동녘하늘과 천공사이에 높이 떠있는 오천시간.

"아음... 잘 잤다."

호천웅이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날아갈듯한 상쾌함이 온몸에 가득차있는 것을 느끼며 막 일어나려할때,

호천웅은 자신의 몸위에 이불이 덮여있는 것을 알았다.

그제서야 완전히 제정신을 차린 호천웅.

밤에 있었던 격렬했던 장사부와의 일이 생각났다.

무아지경속에서 서로의 몸을 정신없이 탐하던 정사.

마지막에 나른한 배뇨감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는데...

장사부가 먼저 일어나 이불을 덮어준게 분명했다.

호천웅은 이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은은히 배어나오는 향긋한 방향.

장사부가 쓰던 이불이 분명했고 호천웅은 야릇한 느낌과 함께 마음이 아려왔다.

결론이 어떻게 났던 자신을 위해 몸을 바친 장사부가 아니었던가?

잠시후,

바위위에서 몸을 일으킨 호천웅은 자신의 성기에서 미약한 통증이 이는 것을 느꼈다.

"후후~ 사부님에게 그런 열정이 숨어져있을줄이야..."

혼자서 중얼거리던 호천웅이 얼굴을 붉히며 이불을 차곡차곡 개어 바위 한쪽에 놓았다.

그리고,

팔다리를 가볍게 움직여 보던 호천웅의 표정에 언듯 이채가 떠올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로 충만된 느낌.

그것은 천년빙어의 즙을 마시고 운기한 후보다 더욱 상쾌했다.

"음... 이게 어찌된 일이지..."

호천웅은 도저히 영문을 알수없었다.

장사부의 음기로 인해 도움을 받아 내공이 약간 상승했지만 아직까지 태극양의심법은 막 육성의 단계로 접어들 뿐...

그 밖의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잠시 생각을 하던 호천웅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바위위에서 내려와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영특한 호천웅으로써도 전혀 모르는 일이 있었으니...

호천웅이 태극양의심법을 익히기 시작한후 양기가 강해 무척 고생을 했다.

그것은 이모 영향림의 정사가 큰 이유였었다.

호천웅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호천웅의 몸에 잠재되어 있던 남성은 깨어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남성의 욕망은 계속 커져만 갔던 것이었다.

거기다,

무영림안에서 무림삼괴와의 절제된 생활.

호천웅은 자신의 몸안에 터질듯 가득찬 양기가 태극양의심법의 영향때문이라고만 생각했으나,

그것은 어린 호천웅의 잘못된 생각이었을뿐이었다.

물이 고이면 썪는 법.

사람의 성욕도 마찬가지 이치였으니...

호천웅의 몸속에 싸여가던 성욕은 양기의 형태뿐이 아니라 은연중 여체를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무영림안에 존재하는 단 한명의 여자 장은설.

그녀는 호천웅의 사부였고,

강직한 성품의 호천웅에게 정사의 대상인 여인이 될수 없었다.

한데,

하늘의 일을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운명이란 묘한 것이었으니...

호천웅의 욕정이 절정에 달했을때,

장은설이 자신의 음기로 호천웅의 양기를 달래줄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벌어진 뜨거운 정사.

그것은 호천웅의 양기를 해소시켜주었을뿐 아니라 욕정까지 달래주는 효력을 발휘했고,

그야말로 호천웅에게는 일석이조의 행운을 가져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호천웅은 깨닫지 못했지만 날아갈듯한 상쾌함을 느끼는게 당연했는데...

호천웅이 막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안에는 독심마의 사마춘과 황금충 황보중만이 얼굴에 술독이 가득한체 앉아있었다.

호천웅은 두 사부를 보자 죄책감을 느꼈다.

장사부를 두 사부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호천웅이 아닌가?

그런데,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런 장사부를 자신이 범하였으니...

호천웅은 제자리에서 무릅을 꿇었다.

"사부님들. 죄송합니다..."

"녀석! 너가 무슨 죄가 있느냐? 다 하늘의 뜻이거늘..."

"그래, 일어나거라. 오늘은 너에게 할말이 있으니..."

사마춘과 황보중은 씁쓸한 얼굴로 말을 했다.

한데,

두 사람의 눈속에는 허탈한 빛외에 다른 빛이 감돌고 있었으니...

호천웅은 사부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사부들의 눈을 본후,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은설사부의 행동.

사마춘과 황보중의 안타까운 눈빛.

이 모든것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뿐이었으니...

하지만,

호천웅은 감히 물어볼수가 없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너에게 해 줄말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무림삼괴가 무영림안에 들어오게 된 일이다."

호천웅이 앉는 것을 흘낏 쳐다본 독심마의 사마춘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무림삼괴가 무영림에게 들어오게된 이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무림삼괴의 실종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었으니...

25년전.

무림에서 괴이한 행동으로 무림삼괴란 별명이 붙여진 세사람.

독심마의 사마춘.

황금충 황보중.

무심천녀 장은설.

그들은 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무영림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무영림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호수와 커다란 나무들만이 울창한 곳이었다.

무심천녀라는 별명답게 무표정한 표정을 한 장은설은 호수가에 멈춰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두사람.

정말 집요했다.

그렇게 상대를 해주지 않고 무시했는데도 전혀 게의치않고 따라다니니...

장은설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 두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었디만 국 참았다.

그것은 장은설의 마음이 허락치 않았으므로...

장은설은 고개를 돌리고 호수에서 손을 씻기 위해 막 상체를 굽혔을때,

누군가가 다가와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했다.

자신의 무공으로 다른 사람이 이렇게 근접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니...

휘익~ 

"누구냐?"

장은설이 막 상대방으로 고함을 치며 급히 한쪽으로 물러나 시선을 돌렸을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사마춘과 황보중이 급히 호숫가로 내려섰다.

무림삼괴에 약간 떨어진 곳.

한몀의 비구니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 한올 없는 머리.

아미처럼 휘어진 가는 눈썹.

혜지가 번득이는 새까만 눈동자.

끝이 동그스름한 오똑 솟은 코.

앵두처럼 빨간 입술.

모난곳이 없는 갸름한 얼굴형.

비록,

헐렁한 승복을 걸쳤지만 결코 장은설에게 뒤떨어지 않은 미모을 소유한 20대 후반의 여승.

그녀의 가느다란 손에는 낡은 염주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잇었다.

"놀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비구니는 낭낭한 목소리로 무림삼괴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데,

"괜찮습니다. 스님..."

장은설이 비구니를 향해 공손히 포권을 해 보이는 것이었으니...

평소 남자에게 보이는 장은설의 쌀쌀한 행동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장은설과 약간 거리가 떨어진 사마천과 황보중의 태도는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은설은 남자들한테 무척 쌀쌀했지만,

여자에게는 더 없이 다정하고 공손했던 것이었으니...

그것은 불현듯 나타난 비구니에게도 변함없었다.

"다행입니다. 한데 혹시... 무림삼괴분들이 아니신지요?"

"녜~ 스님이 어떻게...?"

장은설은 비구니의 입에서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흠칫 놀랐다.

그것은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으니...

무림삼괴는 새삼 불현듯 나타난 비구니를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여승은 온몸에 성스러운 기가 감도는 것뿐,

무공을 익힌 흔적이라든지 이상한 점이라고는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림삼괴의 마음속에는 알수없는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이었는데.... 

비구니는 무림삼괴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거 같군요."

"음~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무림에서 저희들보고 무림삼괴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저희를 찾으신거 보면 무슨 볼일이라도...?"

"녜. 한가지 힘든 부탁을 드리려고..."

여승은 몹시 곤란한듯 말을 잊지 못했다.

순간,

무림삼괴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갑자기 나타난 여승이 자신들에게 무언가 요청사항이 있다는 말인데...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시지요?"

마침내 장은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최대한 공손히 말을 했다.

그제서야 여승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은 세분시주님께서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 주십사하는... 나무관세음보살..."

"뭐, 뭐라고요?"

"이, 이런...!"

"무, 무슨 헛소리를...!"

여승의 말에 무림삼괴는 너무 놀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아!

누가 감히 무림삼괴에게 이런 당돌한 말을 한단 말인가?

의학과 상술.

각자 한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다달았을 뿐아니라 무예 또한 초극고수들인데...

미치거나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은 다음에는 절대 그런 망발을 할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여승의 입에서 나오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니...

여승은 무림삼괴의 태도에는 전혀 게의치 않은체 염주만 계속 돌리고 있었다.

잠시후,

무림삼괴는 정신을 차리고 무섭게 여승을 노려보았다.

불안했던 생각이 사실로 나타났으니...

"그런 말을 하시는 것은 무슨 뜻이 있겠지요?"

"나무관세음보살... 이유는 묻지 말아 주십시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

"허허~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우리보고 여기서 지내라며 이유는 묻지 말리니... 그럼 얼마동안이나...?"

"삼십년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무, 무엇! 삼년도 아니고 삼십년...!" 

무림삼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참는 것도 한계에 달했는지 화가 치밀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삼십년.

말로는 쉽지.

무림삼괴의 청춘을 이 외진 곳에서 다 보내야 할 시간이 아닌가?

아무리 인자한 부처라도 피가 거꾸로 솟구칠 노릇이었으니...

"크크! 스님이라고 공손히 대해주었더니 겁이 없어진 모양이군요. 감히 우리들을 놀리다니..."

"시, 시주님...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시끄럽소! 생각같아서는 당장 요절을 낼 일이지만 스님에다 여자라 봐주는 것이니 당장 물러나시오!"

독심마의 사마춘이 한걸음 앞으로 나와 분을 삭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무림인들이 이 장면을 보았으면 눈을 까뒤집을 일이었으니...

독심마의가 누구인가?

결코 스님이나 여자라서 봐줄 인물이 아니거늘...

만약 사모하는 장은설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여승은 이미 살아있지 못하였을 것이었다.

한데,

여승은 독심마의의 말에 조금도 겁을 내거나 동요의 몸짓을 하지 않았으니...

"나무관세음보살... 시주님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지요. 마지막 방법을 쓰긴 싫었는데... 무공으로 승부를 하지요. 만약 운이 좋아

빈니가 이기면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흥! 무엇이라고?"

무림삼괴는 여승의 말에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봐도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었거늘...

하지만,

감히 경시는 하지 못했다.

그만큼 여승의 태도는 자신만만한것이었다.

"나무관세음보살... 세분 모두 동의하십니까?"

"호호~ 무공시합이라... 그럼 스님은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제가 파계라도 하라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장은설의 말에 여승은 계속 염주를 돌리며 불호를 외웠다.

사실 아무리 불심이 깊더라도 여자가 아닌가?

그런 여승에게 파계를 하라면 그건 생명을 내 놓으라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었으니...

장은설은 쓴웃음을 지우며 사마춘과 황보중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장은설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천하절색의 미녀를 데려와도 두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걸 장은설은 확신했지만,

여승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자신들을 묶어두려는 행위를 포기하라는 압력이었는데...

하지만,

몇번 불호를 외우던 여승은 씽긋이 웃으며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세분 시주의 뜻이 그렇다면 따르지요. 나무관세음보살..."

"어멋! 저, 정말..."

"으, 으음..."

"......"

여승의 말에 놀란 것은 무림삼괴였다.

너무나 예상외의 대답.

그제서야 무림삼괴는 일이 심상치않게 돌아가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여승의 무공이 진짜 강한지,

아니면 오기를 부리는 건지도 종잡을수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했으니...

무슨 일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을 이곳에 머물게 하려는 여승의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이제 약속을 했으니 준비를 하시지요... 한꺼번에 덤벼도 관계없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으, 으음..."

장은설은 여승의 말에 모욕감을 느꼈다.

자신들이 누구인가?

자존심 하나로 무림을 활보했는데...

여승 한명을 두고 협공하라니...

그것은 사마천과 황보중도 마찬가지였다.

"두고보자니 정말 오만하군. 이 사마천이 혼자 그 버릇을 고쳐주겠소."

"나무관세음보살. 시주의 그 말은 제가 시주만 이기면 다른 사람들도 패배를 시인한다는 뜻인가요?"

"음..."

사마천은 여승의 말에 아차했다.

교묘한 여승의 계략에 자신이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것은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공통된 것이었고...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 아닌가?

두 사람은 어쩔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쪽으로 물러나는 두사람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

몇년동안 같이 돌아다니며 보았던 사마춘의 무공조예.

그것은 결코 자신들보다 하수가 아니어 쉽게 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무림삼괴의 행동에 여승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림삼괴의 명성은 명불허전이군요. 빈니도 시주분들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삼초를 양보하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허어~ 정말 오만이 극에 달했군..."

사마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씩씩거렸다.

여승의 작전에 말려들어간것도 분한데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말을 들으니...

사마춘은 여승의 앞에 우뚝 섰다.

그순간,

사마춘의 몸에서는 강맹한 기가 품어져 나왔고,

무림의 고수답게 흥분한 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여승은 사마춘의 모습을 보며 감탄으르 하며 감히 경시하지 못했다.

"자~ 말처럼 무공도 뛰어난지 보겠소....소수개화~!"

휘이익~ 휙~~~

사마춘은 장내가 떠나갈듯한 기합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사나운 바람과 함께 희게 변한 사마춘의 손에서 나온 강맹한 기가 모든 방위를 차단하며 여승에게 날아갔으니...

사마춘의 무공에는 두가지의 초절기가 섞여 있었다.

구백년전 마도를 울렸던 소수혈마의 마공.

천년전 무림일절로 명성을 날렸던 비마혈마의 무흔천보.

한가지만으로도 무림에 명성을 날릴 정도인것을 한꺼번에 두가지가 펼쳐졌으니...

아무리 날고 긴다하는 무인이라도 피곤죽이 될것이었다.

한데,

여승은 짖쳐오는 사마춘의 공격을 바라만보고 있었으니...

정녕 여승은 무공을 모르면서 객기를 부린 것인가?

장은설과 황보중은 매서운 사마춘의 공격에 여승의 몸이 갈갈이 찢어져 나가는 상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판이었으니...

막 사마춘의 공격이 여승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부처님의 보살핌인가?

기적이 일어났다.

사마춘의 날카로운 공격이 간발의 차이로 비켜가는 것이었으니...

사마춘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자신은 여승이 어떨게 움직였는지 보지도 못했으니...

"이잇! 소수만화~!"

휘이익~~

사마춘은 기합을 지르며 급히 방향을 바꿔 오른손으로 여승의 머리를 노려 내리찍으며 왼손으로 동서남북 네곳의 방위를 공격했다.

그것은 극히 찰나지간에 벌어진 일이고 마치 흰꽃이 피어나는 것같았으니...

여승은 숨돌림틈없는 사마천의 공격이 의외인듯 놀란 표정이었지만,

급히 몸을 숙이며 물흐르듯이 사마천의 공격을 피해 밖으로 벗어났다.

하지만,

사마천은 여승의 피할곳을 예상한듯 마지막 한초를 전개했다.

"하앗! 소수낙화!"

쉬이익~~

사마천의 몸이 휙 뒤집어지며 다섯개의 손가락이 밖을 향해 부채살처럼 확 퍼져가는데...

여승의 임기응변은 사마천의 예상을 훨씬 능가했다.

발끝으로 땅을 박차 위로 뛰어오르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것이었다.

사마천은 자신의 삼초공격이 무위로 돌아간것을 깨닫고 한쪽에 내려서 앞을 노려보았다.

방금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였다고는 믿겨지지 않게 너무나 태연한 여승.

단지,

여승의 승복 아랫부분이 조금 덜렁거리는 것을 빼고는 어디에도 싸움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었다.

사마천은 몹시 당혹했다.

여태까지 무림을 활보하는 동안 자신이 이 정도로 낭패한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

사마천의 마음한구석에서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불길한 생각.

그것은 자신이 패배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으니...

사마천은 무심코 장은설과 황보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몹시 굳어있었다.

그때,

앞에 서 있던 여승의 입에서 낭낭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무관세음보살... 시주에게 양보한 삼초는 다 지났습니다. 만약 시주가 더 이상 펼칠 무공이 없으면 싸움을 그만두는게 어떨지..."

"이, 이런 오만한..."

여승의 말에 사마천의 얼굴은 다시 시뻘게졌다.

듣기 좋게 이야기했을뿐이지 속뜻은 패배를 시인하라는 것이었으니...

여태까지는 여승을 죽이고 싶지 않아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사마천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신이 가진 최후의 무공을 펼치기로

마음을 굳혔고 오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희게 변했던 사마천의 손이 서서히 뼈가 보일정도로 반투명하게 변하는 것이었다.

여승은 사마천의 변화에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여인의 갸날픈 손이 점점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으니...

"큰 소리칠 정도로 약간의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이번엔 틀릴것이다... 소수멸화!!!"

"나무관세음보살... 반야금강!!!"

휘이익! 쉭!

파앙... 꽝...꽈꽈광...

사마천과 여승의 몸이 말과 동시에 하늘로 솟구치며 부딪쳤고,

천지를 뒤덮히는 굉음과 함께 나무와 흙이 하늘을 가득덮었다.

그 순간,

"아~~~ 아아~"

"허억! 이럴수가..."

싸움의 현장의 주시하던 장은설과 황보중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튀어나왔으니...

결코 사마천의 무공에 뒤지지않는 두사람에게 흙먼지는 방해물이 될수없었고,

싸움의 결과를 확연히 알수 있었던 것이었다.

막 땅에 발을 내디딘 여승.

그녀는 비틀거리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사마천은 더욱 낭패한 모습이었으니...

무려 세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나다 결국 무릅을 끓은체 한덩어리의 피를 울컥 토해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여승은 연신 불호를 외우고 숨을 고르며 장은설과 황보중을 쳐다보았다.

만일,

두 사람이 약속을 어기고 자신에게 협공할 것을 대비하며...

"휴으... 이것이 부처님의 뜻인가?"

장은설은 찹찹한 눈으로 사마천을 쳐다보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

"욱, 우욱... 장소저! 않됩니다... 싸움에 진것은 저니 앞길이 창창한 장소저도 남는 것은 않됩니다."

피를 토하던 사마천이 깜짝 놀라 장은설을 보고 울부짖었다.

장은설은 서서히 고개를 돌려 사마천을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속에는 체념의 빛과 함께 연민의 빛이 빠르게 스쳐지나갔으니...

그것은 사마천이 몇년이나 따라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나타난 장은설의 감정표현이었다.

"사마대협! 이것은 우리가 약속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신의를 져버릴수가 있나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십시요."

"크으윽! 못난 나때문에 장소저가..."

사마천은 자책감을 못이겨 두손으로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아아! 사마대협!"

"헉! 독심마의... 무슨 짓을..."

장은설과 황보중은 기겁을 할듯이 늘랬다.

그리고,

설마 사마천이 자결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으니...

하지만,

사마천의 행동은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여승이 다가와 천령개를 내리치던 손을 잡았으니...

아슬아슬하게 사마천의 손은 천령개 바로 위에서 멈추어졌다.

"나무관세음보살... 시주님, 인명은 제천이니 고정하십시요."

"크으윽... 내가 장소저에게 못할 짓을 시켜야하니... 죽어야 합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마천의 눈에서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사마대협! 이미 엎지러진 물이지 않습니까? 저는 괜찮으니 내상이나 치료하십시요..."

말을 하는 장은설의 눈에서도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방울방울 아롱지고 있었고,

황보중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체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여승은 한동안 불호만을 외운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시주님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도 중요한 것이라 빈니도 어쩔수 없군요.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여러분에게 지은 죄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그리고,

말을 마친 여승은 무림삼괴를 향해 합장을 한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돌과 나무를 이용해 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무림삼괴는 허망한 시선으로 여승을 쳐다만 볼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천무혼세진이 완성되어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를때,

"천무혼세진은 다른 사람들이 시주들을 괴롭힐까봐 펼친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십시요... 그럼 시주님들에게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빌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무림삼괴는 진밖에서 들려오는 여승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여태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던 황보중이 입을 열었다.

"스님! 내력이나 밝히시오?"

"빈니는 하찮은 비구니일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내력은 밝힐수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요. 하지만, 시주님이 원하시면 법명만은 밝히지요.

저는 보해라고 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무림삼괴는 희미한 여승의 법명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보해신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림에선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으니...

말을 마친 사마천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나,

호천웅은 가슴으로 느낄수 있었다.

사마천의 마음속에 그때 일이 평생 잊지못할 아픔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천웅아! 우리는 보해신니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몹시 궁금했단다. 하나, 지금은 어렴픗이 알것도 같구나..."

"사부님. 이유를 말씀해 주실수 있는지요?"

"후후~ 그것은 바로 너 때문이다."

"예옛! 저, 저요..."

호천웅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래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정확할거다. 보해신니는 아마 천기를 읽는 법을 알고 있어 너가 이곳으로 올줄 알고..."

"으음..."

사마춘은 이제 약간의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하지만,

호천웅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사마춘의 말대로 자신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고 쳐도 무성무적지체라는 천형의 신체를 타고나지 않았던가?

따라서,

16세까지밖에 살지 못하는데무슨 일을 할수 있단 말인가?

호천웅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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