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변황무림-태동의 장
변황.
중원의 기름지 옥토에 비해 사시사철 죽음과 싸우며 살아야하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진 대지.
따라서,
변황무림은 때를 가리지 않고 중원무림을 끊임없이 침공해왔다.
변황무림의 힘.
그것은 결코 중원무림에 뒤지지 않았으니...
그때마다 중원무림은 혼란에 휩싸였다.
수천년에 걸친 중원무림과 변황무림의 전쟁.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변황무림은 한번도 중원무림을 이기지 못했다.
언제나 성공하기 일보직전에서 물러나야 했으니...
해서,
변황무림인의 꿈은 중원정복이었는데...
남황.
사시사철 우거진 산림과 독충이 우굴거리는 천형의 땅.
살아있는 생명의 발길을 용납하지 않을거같은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
독인.
남황의 거친 자연과 싸우며 생존의 법칙을 떠득한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들과 어울릴수 없었는데...
이글거리는 태양과 남황의 독이 몸에 스며들어 전신이 시커멓게 변했던 것이었고,
중원인들은 그들을 멸시하고 가까이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울창한 수림.
모든 나무들이 시커먼 흑목으로 뒤덮혀있는 숲의 한가운데 위치한 넓은 공지.
수많은 독인들이 중앙을 향해 오체복지한체 숨소리도 내지않고 있었으니...
자욱히 검은 독무에 감싸진 연못.
천독담.
수많은 독물들이 죽음을 앞두고 찾아든다는 독물들의 무덤.
그리고,
무려 천년이란 세월이 흘러 시체가 썩은 물로 연못을 이루었으니...
왠만한 독에는 끔쩍도 하지 않는 독인들이지만 이곳의 독은 자신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극독이었다.
해서 천독담은 모든 독인들의 금지로 정해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는데...
이토록 많은 독인들이 생사를 도외시한체 모여있으니...
시커먼 천독담의 중앙.
눈과 코만을 내놓은체 몸을 깊숙히 담구고 있는 인영.
아아!
누가 감히 천독담에 몸을 담구고 있단 말인가?
한방울이라도 몸에 닿으면 뼈까지 녹는다는 극독이거늘...
그러나,
천독담의 독인은 잠을 자는것처럼 편안한 표정에 코로 시커먼 독무가 들어갔다 나오고 있었으니...
한데 그때,
갑자기 독무가 더 짙어지며 천독담의 독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고...
수압때문일까? 강력한 독때문일까?
천독담에 있는 인물의 얼굴이 몹시 찡그려졌으니...
천독담의 소용돌이는 계속 빨라지고 독무는 더욱더 진해지는 가운데,
점점 천독감의 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아악!"
천독담의 독무속에서 모든 독인들의 폐부를 지어짜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나오며,
시커멓게 덮혀있던 독무가 씻은듯이 사라졌다.
물론,
천독담의 독물도 자취를 감추고 드러나는 광경.
바닥에 죽은듯이 누워있는 한명의 시커먼 인영.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벌거벗은 20대 후반의 청년이었으니...
하지만,
천독담의 주위에 모여있던 독인들은 오체복지를 풀지않고 꼼짝도 하지않았다.
한시진, 두시진...
시간이 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때,
죽은듯이 누워있던 청년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
"으하하하하... 드디어 독왕지체를 이루었다. 하하하..."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청년의 입에서 튀어나온 장소성.
아아!
독왕지체라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수 있다는 모든 독인들의 꿈.
그것을 청년이 이루었다는 것인데...
"경하드립니다. 독왕님!"
"경하합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동시에 존경어린 외침이 터져나왔고,
청년, 독왕은 감회에 어린 시선으로 주위사람들을 훓어보았다.
"백년! 너무나 지겨운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독왕지체를 이루었으니..."
독왕은 입술을 깨물고 주위에 빽빽히 들어찬 흑목을 쏘아보았는데...
독왕의 눈길을 받은 흑목.
도끼로 찍어도 꿈쩍도 않는다는 흑목들이 녹아내리고 있었으니...
소름이 오싹끼치는 가공할 무위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믿기지 않는 사실.
그것은 독왕의 나이였으니...
아무리 보아도 20대 후반이거늘 백년동안 천독담에 들어가 있었다니...
반노환동.
독왕은 독공으로 말미암아 말로만 내여오는 반노환동의 경지에 다달았던 것이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독왕이 무엇인가 생각난듯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남황독혈에 잠들어 계신 어머니 독미인의 옥체엔 아무 이상이 없겠지?"
"녜에~ 독왕님. 저희들이 잘 모셔놓고 계십니다."
"그래. 그래야지..."
독왕은 고혹스런 음성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군중들의 맨앞.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명의 여성이 오체복지한체 고개를 들고 있었는데...
퉁퉁하지 않으면서도 살이 적당껏 오른 육체.
둥글둥글한 이목구비.
색기가 잘잘 흐르는 눈과 입술.
어린아이 머리만한 유방.
거기다,
의도적인 몸짓으로 천에 살짝 가린 엉덩이를 비틀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음순이 갈라지며 뽀얀 음수가 내비치는게 확연히 드러났으니..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릴만큼 교태로 똘똘뭉친 육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인의 육체를 쳐다보는 독왕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흐흐~ 너는 누구냐? 처음보는 얼굴인데..."
"녜, 저는 현재 독황림을 이끌고 있는 환희독후라고 합니다."
여인, 환희독후는 슬쩍슬쩍 독왕을 쳐다보며 얼굴이 빨개진체 말을 하고 있는데...
환희독후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
그곳은 다름아닌 거대하게 솟아있는 독왕의 남근이였으니...
"아니! 독황림을 이끈다고... 그럼 내 아들은...?"
"십년전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로... 그래서 딸인 제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쯔쯧... 그럼 너가 내 손녀란 말이냐?"
"예. 독왕님."
"흐흐~ 그런데 너는 내가 할아버지인줄 알면서도..."
"독황림의 모든 여자들은 독왕님의 소유이옵니다.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니고..."
"하하핫! 사랑스러운것. 너는 할애비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는구나. 이리오너라..."
"어머멋...!"
독왕이 한손을 스윽 올리자 환희독후의 농염한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독왕에게로 이동하고...
환희독후의 입에서는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나왔는데...
환희독후의 눈.
그곳은 다가올 기대감과 환희로 야릇하게 물들었으니...
환희독후의 풍염한 몸에 안자 독왕의 주위로 시커먼 운무가 피어오르며 우렁찬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너희들은 이제 물러가 준비를 해라. 비록 만년독룡이 없어 독황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의 나를 당할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를 업스히 여겼던 중원을 접수하러 갈것이니 철저히 준비를 하거라..."
"독왕님 만세! 만세!"
"독황림 만세!"
"만세!"
독왕의 말이 끝나자,
남황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군중들사이에서 일시에 터져나왔다.
그리고,
오체복지한 군중들은 환희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으니...
잠시후,
썰물이 빠져나간듯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공터.
독왕과 환의독후를 감싼 시커먼 독무속에서 야릇한 소성이 흘러나왔다.
"아아! 독왕님! 거기는... 하앗!"
"흐흐~ 정말 흥건히 젖었구나! 독왕지체가 완성되자마자 너같이 뜨거운 손녀를 안게되다니... 독왕이라는 호청은 빼고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아, 알았... 아윽... 너무해...요 , 독왕... 아니 할아버지... 이제 더이상은... 아으... 제발... 넣어줘... 요... 아으으..."
"핫핫! 몹시 달아오른 모양이구나... 그럼 처음 본 손녀의 부탁이니 들어주어야지... 으싸, 들어간다... 흐으음..."
"허억! 너무 커... 아아... 아퍼..."
"으흣... 정말 명기구나... 이 따듯하고 콱콱 물어주는 느낌이란... 으으음... 어머니인 독미인외엔 이런 명기가 없는줄 알았는데... 흐음..."
"아아아... 아퍼요, 할아버지... 소첩은 너무 아파... 아악!"
"후후... 너 나이면 다 알지 않느냐? 아플 정도로 크면 그만큼 쾌감도 크다는..."
"아, 알아요... 할아버지, 하지만 천천히... 아윽... 아아, 이제 슬슬... 하아아앙... 좋아, 여보... 아아... 아아..."
"하아하아... 이제 느끼는 모양이구나... 헉헉... 으흐흐... 백년동안 참았던 힘으로 죽여주마... 하학학... 흐으, 역시... 하아..."
"아흐흑... 좋아, 죽여줘... 아앙아아앙... 여보, 할아버지... 하항... 죽여줘야돼... 아앙아아아아!"
찔걱찔걱... 푸직푸직... 쩍쩍...
독무속에서 흘러나오는 자지러지는 듯한 괴성과 야릇한 신음소리, 음탕한 남녀의 속삭임...
그것은 누가 들어도 뜨거운 운우지락의 정사소리라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였는데...
아아!
이런 천인공로할 일이 있단 말인가!
조손간에 꺼리낌없이 정사를 벌이다니...
거기다,
독왕의 말을 들어보면 어머니인 독미인과도 정을 토하는 천륜을 어겼다는 이야긴데...
하지만,
세인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이 천형의 독황림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대막.
가도가도 끊없는 열사의 사막.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매서운 용권풍.
인간의 손길을 거부할것같은 너무나 황랑한 모래의 대지였지만,
인간은 띄엄띄엄 존재하는 오아시스라고 불리우는 조그만한 습지에 자리를 틀고 있었을뿐아니라,
서역과의 상권을 형성해 사막을 점령하고 있었으니...
휘이잉~~ 위잉~
온통 모래언덕뿐인 열사의 사막.
막 시작된 용권풍이 순식간에 사막의 모래를 위로 말고 올라가더니,
하늘을 찢을듯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으니...
아아!
너무나 신비스런 자연의 조화였다.
먼지만 날리는 조그만 모래바람이 사방 몇십리를 뒤덮은 거대한 회오리로 변하더니,
몇백년만에 한번 생길까말까한 무시무시한 돌개바람으로 세력을 확장한 용권풍.
주위에 있는 것이란곤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순신간에 모래산이 허물어져 새로운 모래산이 만들어지고,
날카로운 가시를 뽐내던 선인장이 뿌리채 뽑려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모래이외에는 어떤 형체든 거부하는 막강한 용권풍.
한데,
용권풍이 진행되는 길목에 오연히 서 있는 인영이 있었으니...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휘말리는 흑단의 머리카락.
눈썹한번 깜빡이지 않고 앞만을 주시하는 타는듯한 검은 눈동자.
하늘을 향해 오똑 솟은 코와 꽉 다문 붉은 입술.
딱 벌어진 어깨와 왕자가 선명한 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조그만 젖가리개를 금방이라도 터뜨릴듯 탱탱하게 부푼 유방.
한아름도 되지 않는 날씬한 허리.
확퍼진 둔부와 가랑이만을 겨우가린 조그만 짐승가죽.
발목까지 파묻힌 모래를 밝고 서 있는 쭉 뻗은 다리.
태양빛에 그을려 가무잡잡하게 탄 근육.
아아!
용권풍을 마주한체 서 있는 인영이 40대의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니...
아무리 용맹한 사내라도 이렇게 커다란 용권풍앞에서는 다리가 후들려 서 있을 염두조차 못내건을,
이 대범한 여인은 오만하게 서 있을 뿐만아니라 손에 기다란 장창까지 들고 있는데...
설마!
용권풍과 대적을 하려고...
그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인걸을...
아무리 인간의 힘이 강하지만 어찌 자연의 힘에 대항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 여인은 미친것인가?
용권풍이 코앞에 닥칠때까지 움직이지 않았으니...
이제 여인은 용권풍에 휘말려 뼈도 남기지 못한체 한줌 가루가 될것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하앗! 바람을 따라 용을 깨뜨려라! 순풍파용~!"
사막을 뒤흔드는 장소성과 함께 여인의 몸이 용권풍에 휘말려들며 창을 무섭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는데...
아~!
눈의 착각인가?
용권풍안에서 새로운 용권풍이 생겨나며 기존의 것을 제압해 들어가는 것이었으니...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용권풍을 만들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자연의 힘은 너무나 막강했다.
여인이 만든 용권풍.
그것은 어느정도 자연의 용권풍을 제압하는가 했다 곧 위력을 잃고 스러지는 것이니...
여인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는 느낌이 든 순간,
"바람을 잘라 용을 깨뜨린다! 핫! 절풍파룡~!"
파아앗~~~
천지를 진동하는 외침과 함께 여인의 창이 수직으로 힘껏 그어지며,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찬란한 빛이 천지를 뒤덮지 않는가!
그와 함께,
믿지못할 일이 벌어졌으니...
모든 것을 휘말려오릴 듯한 거대한 용권풍.
그 회오리바람이 두개로 양단되는 것이 아닌가?
경악!
어찌 인간이 자연의 힘인 용권풍을 두 조각으로...
혹시 사막을 지나는 상인들이 흔히 부르는 신기루라는 현상을 본것이 아닐까?
하지만,
빛이 사라지고 난후,
그토록 사납던 용권풍이 씻은듯이 사라졌으니...
용권풍이 휘몰아치던 자리.
창을 불큰 움켜진 아름답고 강한 여전사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한데,
어쩐 일인지 여인의 눈에는 공허한 빛이 서려있었으니...
그때,
사막의 끝에서 한명의 인영이 바람처럼 달려왔다.
"형수님! 드디어 대막최강무공인 파룡구식을 완성..."
여인에게 다가온 인영.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잘생긴 중년남자는 여인을 보고 감격에 겨워 말을 잊지 못했다.
한데,
중년남자의 입에서 나온 무공.
파룡구식.
정녕 여인이 익힌 무공이 파룡구식이라니...
파룡구식.
대막역사상 최강의 무공.
자연이 만든 사나운 용권풍을 깨뜨릴수 있다는 전설상의 무예.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지지도 않았고,
수천년이어온 대막무림사상 십이성익힌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초절정 기예였는데...
한명의 여전사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으니...
"셋째 서방님. 모두가 서방님이 힘써주신 덕분에... 흐흑~~"
철의 여인은 중년남자를 쳐다보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형수님. 이제 실종된 큰형만 돌아오시면 모든 것이 잘 될거예요."
"하지만 벌써 이년이나 흘렀잖아요... 이제 일년이 지나면 저는 둘째 서방님에게..."
"휴으~ 큰형은 똑 돌아올겁니다. 대막최강의 무사이니... 형수님도 이년동안 잘 참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이제는 불안해요. 만약 큰형이 잘못되어 돌아오지 못하면 둘째 서방님에게 시집가느니 차라니 죽어버릴거예요... 흑흑~"
"혀, 형수님!!!"
중년남자는 측은한 눈빛으로 여인, 형수를 쳐다보았다.
여인도 흐느끼는 와중에 시동생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는데...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의 눈빛.
너무나 심상치 않았다.
눈속 깊숙히 뜨거운 열망이 일렁이고 있었으니...
그것은 사랑, 남녀간의 애정의 빛이 아닌가!
아~!
어찌 이런 천벌을 받을 일이...
형수와 시동생이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는 불륜이 벌어지다니...
어찌되었든.
한동안 열망의 눈빛을 주고받던 형수와 시동생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형수님! 그런 말씀 하시지 마십시요. 둘째형의 말에 의하면 큰형은 중원에 나갔다고 했으니... 만약 사고가 났다면 원수를..."
"그래요, 서방님. 제가 잠시 나약했어요. 만약 중원에 나간 큰형이 사고를 당했다면... 풍천부에 잇는 일당백의 무사들을 동원해 중원을
쑥밭으로 만들겠어요. 내손으로 꼭..."
손으로 눈가를 훔친 여인.
한데,
진짜 조금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여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수 없었으니...
여인의 눈에서는 태양을 녹일듯한 안광이 줄기줄기 뻗혀나오는데...
그리고,
여인이 말한 풍천부.
대막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초거세.
척박한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을 시원한 바람으로 여기는 강인한 무사들의 집합소.
평상시에는 홀로 돌아다니지만 한번 뭉치면 천지를 휩쓰는 태풍같은 위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만약 풍천부의 무사들이 뭉쳐 중원에 쳐들어온다면...
아아!
생각만해도 오줌이 져릴 정도였으니...
북해.
눈보라가 휘날리고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혀 있는 황랑한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
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천형의 대지.
범인이라면 차가운 겨울바람에 한시진도 되지않아 얼음인간으로 변한다는 곳인데...
사방이 유리같이 반짝이는 얼음으로 뒤덮힌 동굴.
휘이잉~ 휭휭~~
듣기만 해도 저절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운 음풍이 몰아치고,
천정에는 커다란 고드름이 줄기줄기 메달려 있는 어찌보면 아름답기까지한 얼음굴.
한데,
그런 자연의 동굴에 인공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었으니...
얼음동굴의 입구전면.
용이 날아올라 갈것처럼 씌어진 글귀.
천빙굴.
아!
이곳이 천빙굴이란 말인가?
북해를 통치하고 있는 빙천궁의 제일성지인...
사시사철 음풍이 몰아치고,
얼음보다도 차가운 빙천수가 천년이상을 고여 만들어진 천년호가 있으며,
빙천궁에서도 궁주를 비롯한 몇사람만이 들어갈수 있다는 요지인데...
천빙굴의 내부 깊숙한 지점.
화려한 옷을 입은 한명의 여인이 요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으니...
나이는 40대초반정도.
위로 틀어올린 검은 머리에는 금비녀가 꽂혀있고,
조각처럼 다듬어진 뚜렷한 이목구비에 얼음이 풀풀 날릴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여인.
하지만,
여인의 눈에는 초조함과 근심, 애정이 깃든체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여인이 내려다 보는 곳.
조그만 호수였다.
천년빙천담.
절대 얼지않다는 빙천수로 이루어진 호수.
그런데,
천년빙천담의 중앙.
머리만 밖으로 내놓은체 몸을 빙천수에 담그고 있는 젊은 여인이 있었으니...
20대 초반의 나이에 중년여인과 너무나 흡사한 용모.
그럼!
천년빙천담에 있는 여인은 중년여인의 딸이란 이야기인데...
아~~~
너무나 불가사의하면서도 잔인한 일이었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무엇이든지 얼려버린다는 빙천수속에 살아있는 여인이 들어가 있으며,
딸이 얼어죽을게 뻔한데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은체 바라만보는 모성이란...
아무리 북해가 척박한 곳이라도 인간으로써 어찌 그럴수가 있단 말인가!
범인이라면 치를 떨일인데...
마치 얼음동상처럼 서 있던 중년여인.
한데,
어느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눈에 이채가 떠올랐으니...
천년빙천담에 가득 고여 있던 빙천수가 얼고 있는 것이었다.
중앙에 있는 젊은 여인쪽에서부터 서서히 얼음으로 화하고 있으니...
이것이 도대체 어떤 조화란 말인가?
수천년동안 한번도 얼지않던 빙천수가 얼다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지기 않는 일이었다.
천년빙천담이 완전히 얼음의 호수로 변했을때,
얼음속에 갇혀있던 젊은 여인의 눈이 번쩍뜨여졌다.
무엇이든 얼릴듯한 냉기가 쏘아지는 눈빛.
"하앗!"
여인은 짧은 장소성과 함께 얼음을 깨뜨리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아!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눈을 감아야 했으니...
여인의 몸.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알몸이 아닌가!
얼음처럼 투명한 피부.
학처럼 긴 목.
도톰하게 솟아오른 유방과 살포시 메달려 있는 유두.
잘록한 허리와 펑퍼짐한 둔부.
역삼각형으로 아랫배를 뒤덮은 검은 수림.
균살하나없이 매끈한 다리.
뚜렷뚜렷한 이목구비와 조화를 이룬 여체의 극치미를 이루고 있었으니...
중년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몹시 초조한 눈빛으로 자신의 딸을 쳐다보며 급히 말을 뱉었다.
"빙설아! 빙천수의 음기를 완전히 너의 것으로 만들었느냐?"
"녜. 어머니. 천빙멸절강을 십성까지 완성했습니다."
"아~! 십성이나... 정말 대견하구나!"
중년여인은 딸의 말에 환희의 탄성을 내질렀다.
천빙멸절강.
천빙궁의 궁주만이 익힐수 있는 음한지공의 최고봉.
눈빛만으로 사물을 얼릴수 있고,
팔성의 강기만으로도 반경 삼장내에 생물은 모두 얼음덩어리로 변한다는데...
이제 20대 초반의 여인이 무려 십성이나 익혔다니...
그리고,
천빙수가 얼음으로 변한것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음기를 여인에게 모두 빼앗긴 빙천수는 평범한 물이 되었으니...
북해의 차가운 날씨에 얼음으로 화한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한데,
중년여인의 환희도 잠시뿐.
주위를 오싹하게 만들 정도의 원한의 빛이 줄기줄기 뻗어나왔다.
"부드득~! 호연수, 이제 각오해라! 너가 나에게 저지른 배운망덕한 짓에 대한 심판을 하러갈테니...!"
"어,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 분은 나의 친부..."
"닥쳐라! 나는 빙천궁의 궁주도 포기할 마음까지 먹었는데 이년을 못기다리고 다른 여자에게 간 놈이 무슨 아버지냐?"
"......"
"또한 호연수의 행위는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빙천궁을 무시한것. 오죽했으면 어미인 내가 다섯살밖에 않된 너를 이 천년빙천담에
넣었겠느냐... 그러니 너는 내가 하라는 데로 따르면 되느니라! 알았느냐?
"녜... 어머니."
젊은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여인의 눈에는 애퍼로운 빛이 가득넘쳤으니...
"부드득... 호연수뿐만 아니라 우리를 업스히 여긴 중원까지 천빙궁의 무서움을 알게 해주리라..."
중년여인은 한이 서린 눈빛으로 중원쪽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한 일이 있었으니...
어떻게 두 여인의 이야기에 호연수가 등장한단 말인가?
멸망한 천화장의 장주이며 호천웅의 아버지인...
그리고,
호연수가 중년여인과 관계를 가져 딸까지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어찌되었든.
여인의 원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 했거늘...
천빙멸절강을 익힌 여인뿐만아니라 천빙궁의 모든 세력이 중원을 향해 밀려든다면...
생각하지조차 너무나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선연한데...
남황 천독담.
대막 풍천부.
북해 천빙궁.
한곳의 세력만으로도 중원무림이 혼란의 와중에 휩싸이거늘...
세곳이 중원을 향해 동시에 쳐들어온다면...
풍전등화.
수많은 문파들이 난립한 중원무림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할 위기에 쳐했으니...
변황은 새로운 힘을 얻은체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