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최초의 실전과 살인
무림에 출도한후 최초로 펼쳐진 호천웅의 소옥수.
하늘을 날던 나뭇잎이 땅으로 떨어지며 드러난 광경.
그것은 너무나 예상외였다.
호천웅의 기습에 무시무시한 위력의 소옥수.
백골시마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부상을 입힐정도의 위력은 충분했지만,
백골시마는 어느새 뒤로 물러서 있었으니...
호천웅은 기민한 백골시마의 움직임에 두려움을 느꼈다.
호천웅과 마주보고 서 있는 백골시마.
그의 눈에 빠르게 놀라움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호천웅이 뿜어내는 가공할 기도나 방금전에 보여준 놀라운 무공조예로 백골시마는 상대가 나이많은 무림의 기인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드러난 모습을 보아 이제 20세도 되지 않은 애송이가 아닌가?
백골시마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안정을 되찾았다.
어린놈의 무공이 높아봤자 사갑자에 해당되는 자신보다는 못할것이기에...
하지만,
그것은 백골시마의 어이없는 독단이었으니...
호천웅은 단지 오성의 내공만을 사용했을뿐인데...
"크큭!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군..."
"아, 알고 있었냐?"
"흥! 어린놈이 무척 광오하군. 무림의 선배인 노부앞에서 인사는 못할망정..."
"닥쳐랏! 자신의 무공을 위해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너같은 마두가 무슨 얼어죽을 선배냐!"
"이제보니 입도 고약한 놈이군. 내가 오늘 그 입을 영원히 열지 못하게 해주마. 백골음풍장~!"
히이익~~!
백골시마는 큰 소리를 내지르며 돌연 선제공격을 가했다.
장내에 가득 퍼지는 역거운 냄새와 노도같이 밀려드는 가공한 장풍.
호천웅은 급히 숨을 멈추며 무흔천보를 시전했다.
좌로 반보 움직이자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백골음풍장.
그러나,
백골시마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니...
사악한 극독이 포함된 백골음풍장이 연달이 호천웅을 짖쳐들었고,
호천웅은 무흔천보를 펼치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순식간에 몇십초의 백골음풍장을 피한 호천웅.
그는 다급함을 느꼈다.
무흔천보.
천년전 비마환객의 절기는 너무도 신묘해 호천웅은 백골시마의 공격을 피하는 것뿐만아니라,
몇차레 공격의 헛점까지도 파악할수 있었으니 경험부족으로 반격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
사람으로써 숨을 멈추고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시간이 갈수록 호천웅의 움직임은 둔화되었고,
결국 백골음풍장이 호천웅의 옆구리에 살짝 스쳐갔다.
그제서야 백골시마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며 공격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이 백골시마의 치몀적인 실수였으니...
"크크~ 피하는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놈이군..."
"음..."
호천웅은 신음을 흘리며 공력을 운기해보았다.
다행히 치명적인 상처가 아니어 운공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흐읍...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다. 소옥수..."
슈으윽....
이미 한번의 호된 공격에 시달린 호천웅.
그는 선제공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깨달았으니...
비마영공을 사용해 백골시마에게 다가가며 호천웅은 소옥수를 전개했다.
"허억! 이렇게 빨리 반격을... 백골음풍장!"
뼈가 드러나보일 정도인 호천웅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본 백골시마는 깜짝 놀라며 급히 백골음풍장으로 마주쳐갔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으니...
꽈광~! 꽝!
"크아악...!"
호천웅의 소옥수와 백골시마의 백골음풍장이 부딪치는 순간,
한명의 인영이 줄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나무에 부딪친후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런! 저 정도의 위력이었다니..."
호천웅은 너무나 위력적인 소옥수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골시마를 쳐다보았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백골시마.
아아!
너무나 끔찍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뚱아리.
사색으로 변한 혈색.
핏덩어리를 줄줄 토해내는 입.
그리고,
핏덩어리속에는 내장조각이 섞여나왔으니...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호천웅이 백골시마에게 퍼부은 소옥수.
거기에는 무려 육갑자의 태극양의심법으 내공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사갑자의 백골음풍장은 조족지혈일수밖에 없었다.
"휴으~ 앞으로 대적할때는 힘을 조절해야지..."
호천웅은 신음도 흘리지 못하는 백골시마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난생 처름으로 벌인 실전.
승리를 하였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무고한 양민들을 몰살시킨 행위.
그것은 죽여도 시원찮을 일이거늘 호천웅의 마음은 아직 어렸으니...
호천웅은 씁쓸한 마음으로 한쪽에 쓰러져있는 천면환마에게로 걸어갔다.
이제 움직임도 거의 멎었고 얼굴도 시퍼렇게 탈색된 천면환마.
호천웅은 천면환마의 손을 잡고 맥을 집었다.
"흐음. 역시 시독이 골수에까지..."
호천웅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일어서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장삼자락을 끌어당기는 것이었으니...
호천웅은 섬칫함을 느끼며 깜짝 놀라 아래를 쳐다보았다.
한데,
이제 죽어가는 천면환마의 손이 장삼을 꽉 움껴쥐고 있지 않은가?
"허어~ 도대체 무슨 일로..."
곧 안정을 되찾은 호천웅의 얼굴에 안타까운 빛이 스쳐지나갔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죽지도 못하고 메달린단 말인가?
호천웅은 재빨리 천면환마를 일으켜 안혀 명문혈로 진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다 죽어가던 천면환마의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것인데...
회광반조.
죽기전에 잠깐 정신을 차린다는 그 현상이엇으니...
"다, 당신은... 누구...요...?
"저는 호천웅이라는 무림말학입니다..."
"나, 나는 북도부..."
"알고 있습니다. 요점만 말씀하시지요...".
"내 오른쪽... 품안에... 있는 것을... 내, 내일까지 북도부에..."
"....."
호천웅은 천면환마의 말에 황당함을 느꼈다.
내일까지 북도부라니...
북도부는 호천웅이 아무리 빨리 가도 보름이상 걸리는 곳에 있거늘...
호천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북도부는 너무 멀리 떨어져 내일까지 간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닙... 니다... 북도부는... 쌍완평에서... 남검부와... 대치... "
"쌍완평이리고요. 알겠습니다. 꼭 전달해드리지요..."
호천웅은 힘주어 말했다.
쌍완평이면 몇시진내에 갈수 있는 거리아닌가?
거기다 남검부와 대치하고 있다니...
뭔가 심상치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호천웅의 머리를 스쳤다.
"고, 고맙습니다... 답례로 제... 왼쪽에 있는 것을... 줄테니... 꼭 북도부의 주모님에게..."
"걱정하지 마십시요."
호천웅은 천면환마의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안타깝게 소리쳤다.
천면환마.
삼십년전 희대의 색마였지만 북도부의 안주인이 된 만학성혜 조미련에게 반해 개과천선한 인물.
그리고,
이제 북도부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으니...
한데 그순간,
호천웅은 등뒤에서 심상치않은 기운을 감지하며 급히 무흔천보를 시전했다.
쉬이익...
퍼억~!
바로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강기.
그와 함께 천면환마의 육체가 하늘로 붕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졌다.
"누, 누구..."
돌발적인 상황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호천웅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백골시마.
인사불성으로 헤매던 그가 정신을 차린후 동귀어진의 각오로 마지막 백골음풍장을 내친것이었으니....
"주, 죽일놈... 에잇!"
퍽!
결국 호천웅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력이 쇄한 백골시마를 향해 소혼수를 내쳤다.
백골시마의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것을 확인한 호천웅은 급히 천면환마에게 다가갔다.
뼈가 드러나보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천면환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
호천웅은 자신의 실수를 뼈져리게 느꼈다.
여린 자신때문에 천면환마는 시신도 온건히 보존하지 못한 것이기에...
"죄송합니다. 저의 실수로... 부디 저승에서는 행복하십시요..."
호천웅은 잠시동안 천면환마의 명복을 빌고 품안에서 두개의 보따리를 꺼냈다.
꽤 묵직한 보따리 하나와 가벼운 것 하나.
호천웅은 침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체 천면환마의 시신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를 악 물었다.
너무나 우연히 이루어진 첫번째 실전과 살인.
그것으로 말미암아 후에 악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살성을 맞이하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