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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쌍완평의 전운 (30/56)

30) 쌍완평의 전운

쌍완평.

남무림과 북무림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분지.

험한 산으로 둘러쌓인 가운데,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넓은 분지가 남북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분지위.

일년동안 사람한명 찾아들지 않는 험한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적게 잡아도 오백명은 넘을 듯한 사람들.

그들의 등에는 검과 도가 매어져 있었으며,

발걸음이 무척 가벼운게 예사사람들이 아니었다.

무인.

바로 싸움을 주업무로 살아가는 인간들이었으니...

하지만,

쌍완평에 모여 있는 많은 무림인들은 일반 무사들과 달리 범상치않은 검기와 도기를 뿌리고,

행동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었는데...

두개의 분지위에 세워진체 바람에 휘날리는 커다란 깃발과 멋지게 쓰여있는 글씨.

북도부.

남검부.

아~!

어쩐지 예사롭지 않은 집단이라 생각했는데...

천하에 위명이 쟁쟁한 이부라니...

비록 세상사람들은 기울어지는 태양이라고 말을 하지만,

지금의 위세나 기개를 보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한데,

너무나 이상했다.

왜 천하의 이부가 쌍완평에서 대치하고 있단 말인가?

만약 이부사이에 불화가 있다면 벌써 무림에 소문이 쫙 퍼졌을텐데...

이 외진 곳에서 은밀하게 대치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쌍완평의 북쪽 분지.

동쪽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받으며 가슴이나 등에 날카로운 도를 멘체 형형한 눈을 번득이고 돌아다니는 무사들.

북도부.

도에 관한한 천하제일을 자부하는 무림문파.

그 북도부가 자리잡은 진영의 한가운데.

커다랗고 호화로운 천막옆에 아담한 천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작은 천막안.

몇가지 필요한 집기만이 놓여진 단아한 실내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방향이 은은히 감도는데...

중앙의 탁자.

한명의 중년여인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붓으로 그린듯한 둥그런 아미.

쌍꺼풀이 진 눈과 재기가 넘치는 초롱초롱한 눈동자.

앙증맞게 귀여운 코.

잘익은 사과를 연상시키는 빨간 입술.

혈색이 은은히 감도는 뽀얀 피부등.

사내의 넋을 빼놓은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일뿐아니라,

눈가와 입가에 돋아난 몇가닥 주름.

다른 여인들이라면 미를 손상시키는 부분이지만,

이 여인은 그것들마져 포근하고 자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니...

북두부에서 이 정도의 미와 자태를 풍기는 여인이라면...

그렇다.

바로 부주의 부인인 조미련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만학성혜 조미련.

수천년 무림사에서 미모와 지혜를 골고루 갖춘 다섯몀의 여자에게 주어진 영예로운 호칭.

중원오혜중 한명인 조미련이었다.

그런데,

조미련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초조한 빛으로 가득했으니...

내일 있을 남검부와의 결전때문일까?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조미련이 비록 한없이 자애로운 여인이었지만,

싸움을 두려워할 정도로 약한 여자는 절대 아니었는데...

조미련이 깊은 생각에 잠겨 가끔씩 문쪽을 쳐다보던 어느 순간,

"천막밖에서 초라한 저의 방을 보고 계신분은 누구신가요?"

조미련의 아름다운 눈썹이 꿈틀거리며 낮으면서도 거역하기 힘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크! 들켰네..."

조미련의 낮은 소리에 한쪽 천막이 들티고 고개를 흔들며 들어오는 인영.

얼굴을 거의 가릴 정도로 눌러쓴 삿갓.

때가 묻은 헐렁한 장포.

다름아닌 호천웅이었으니...

천면환마를 묻어주고 상황이 급함을 깨달은후 밤을 세워 달려온 것이었다.

호천웅이 천천히 걸어 조미련앞에 가서 선 순간,

호천웅은 너무나 놀라 제자리에서 굳어졌다.

이런 여인이 있었다니...

여태까지 호천웅의 주변에 있던 여자들.

천하육미중 한명인 이모 염향림.

비록 육미중에 끼지는 않았지만 결코 염향림에 뒤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소유한 엄마 염향운.

사마춘과 황보중이 평생동안 쫒아다닐 정도로 예쁜 사부 장은설.

모두가 제각각 독특한 여성의 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호천웅은 앞으로 여자를 보고 놀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중년 여인은 자신의 주위에 있던 여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미와 분위기를 가졌으니...

왜 천면환마가 조미련을 따라다니고,

중원오혜중 한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확연히 깨달을수 있었다.

그리고,

조미련의 미와 분위기에 더해 호천웅을 놀래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미련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기도였다.

아주 잠깐동안이었지만 호천웅은 자신의 몸이 한없이 작아진것처럼 느꼈는데...

몸에서 우러러나오는 기도만으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난생 처름이었다.

호천웅이 놀래 잠시 멈칫하는 사이.

조미련도 호천웅만큼 놀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천막이 어떤곳인가?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북도부의 정에고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중지인데...

이제 약관도 않돼보이는 청년이 소리소문없이 잡입해 들어왔으니...

하지만,

조미련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호천웅의 몸에서 풍기는 기도.

그것이 결코 자신의 기도에 못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안에 들어왔으면 삿갓을 벗는게 어떤가요?"

"아~ 죄송합니다... 저는 무림말학 호천웅이라고 합니다."

호천웅은 자신의 결례를 깨닫고 급히 삿갓을 벗어 정중히 포권을 했다.

"저는 북두부의 조미련입니다."

조미련도 급히 마주 포권을 해보이며 속으로 몹시 놀랬다.

비록 때가 뭇었지만,

너무나 준수한 호천웅의 얼굴에 감탄한 것이 첫번째요...

자신의 앞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두번째였다.

뭇 남성들은 자신앞에서 언제나 안절부절하였는데...

호천웅은 조금도 주눅이 들지않고 너무나 당당했으니...

"한데 이렇게 은밀히 행동하실때는 이유가 있으실텐데..."

"녜. 어느분의 부탁을 받아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혹시 노호법이..."

"맞습니다. 그분의 부탁으로..."

"노호법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그분은 중간에 사고가 발생하여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아~~ "

호천웅의 말이 끝나는 순간,

조미련의 얼굴이 하애지며 휘청거렸다.

호천웅은 급히 다가가 조미련의 몸을 받쳤다.

잠시후,

조미련은 새태를 깨닫고 얼굴을붉혔다.

사내의 손이 몸에 닿은것이 너무 오래간만인데다,

상대는 처음보는 젊은이가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제가 추태를..."

"괜찮습니다..."

호천웅도 급히 조미련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예."

호천웅은 조미련이 앉자 따라 앉으며 그간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노환명이 천면환마라는 것은 숨긴체...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후 호천웅은 보따리 두개를 조미련앞에 꺼내놓았다.

호천웅의 이야기에 안타까운 신음을 연신 흘리던 조미련.

그녀는 곧 두꺼운 보따리를 끌렀다.

천으로 정성스럽게 싼 두개의 물건과 한통의 서찰.

조미련은 서찰을 뜯어 읽었다.

한데,

서찰을 읽는 조미련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경악의 표정이 떠오른 것이었으니...

"아아! 이, 이런 일이..."

조미련은 서찰을 다 읽은 후에도 신음만 흘릴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호천웅은 조용히 일어났다.

이제 자신의 일은 다 끝났으니 더 이상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때,

조미련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호공자님. 가시려고요?"

"녜. 제가 할일은 전부 끝냈으니까요..."

"너무 큰 은혜를 입어 보답도 못했는데... 급한 용무가 있으신가요?"

"일은 있지만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닙니다."

호천웅은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뜨끔했다.

자신이 해야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조미련앞에서 왜 거짓말을 했는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음... 저에게 할말이 있으신거 같은데...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라면 시간을 내 경청하겠습니다."

"휴으~~~"

조미련은 한숨을 쉬고 호천웅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따라 자신이 왜 이렇게 이상한지...

어떻게 보면 북도부의 치욕이 될수도 있는 일인데 처음보는 젊은이에게 알려주고 싶으니...

저 젊은이의 어떻길래 내가 이렇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단 말인가?

조미련은 수많은 갈등을 한후에 결국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제가 할 말은 우리 이부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호천웅은 말을 듣고 조미련이 망설인 이유를 알수 있었다.

북도부의 내밀한 비밀.

남에게 이야기하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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