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북도부의 암운
오년전.
북도부.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이부중 도의 하늘을 자부하는 초강세력.
무림에서 그들과 맞설수 있는 곳은 얼마되지 않았는데...
어느날,
북도부에 날아든 한통의 괴서찰과 나뭇가지가 든 상자.
북도부의 부주인 가완중은 서찰을 잃고 나뭇가지를 살펴본후,
분노와 함께 경악의 표정으로 돌변했다.
만학성혜 조미련.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리며 서찰을 주웠다.
언제나 침착한 남편에게서 그런 모습은 본것은 결혼한후 처음이었으니...
북도부의 부주 가완중에게.
본인은 북도부의 도법이 무림에서 일절로 통하는 것을 인정할수 없다.
본인 생각에 북도부의 도법은 짐승을 잡을때 쓰거나 나무를 벨때 도끼대신 쓸 정도의 하찮은 것이다.
그런 도법을 무림일절이라 하니 중원무림도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을 뿐...
해서 본인은 나뭇가지를 보내니 북도부의 도법이 얼마나 초라한지 느끼기 바란다.
만약 그 나뭇가지로도 인정을 할수 없다면,
두달후에 황산으로 나와라.
북도부의 도법이 얼마나 형편없다는 것을 보여줄테니...
물론 나뭇가지를 보고 겁을 먹어 나오지 않는다해도 본인은 무림에 소문을 내지 않을것이다.
어짜피 쓸모없는 북도부의 도법이니까...
보낸 사람의 이름도 없는 짧은 서찰.
광오하다 못해 제정신이 아닌듯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설마하는 마음에 나뭇가지를 본후 조미련의 입이 쩍 벌어졌다.
유리알처럼 매끝하게 갈라진 나뭇가지의 잘린 부분.
상당히 오랜시간이 지났건만 방금 밴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흠하나 없이 깨끗하게 자를수 있는 고수도 북도부에서 몇않되거늘...
조미련의 마음에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뭔가 결심을 한듯 두 손을 움켜쥐었다.
"부인. 아무래도 내가 황산에 가봐야 될거같소."
"여보~!"
"당신의 마음도 아오. 하지만 이 일은 우리 북도부의 명예가 달린 일이 아니오. 또한,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나나 부인이 나서야 겨우
대적할수 있을 정도인데... 서찰의 주인은 북도부의 도법에 도전해 왔으니 어쩔수 없구료..."
"......"
조미련은 남편의 말에 아무런 반론도 제기할수 없었다.
수많은 세월동안 이어져내려온 무림명가의 전통.
그것은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도전을 극복한 결과였으니...
신의를 앞세우는 정도문파로써 상대가 강자라고 피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현명한 조미련은 남편의 행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 위기를 무난히 넘길수 있는 최선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여보! 그러나 당신혼자 보낼수는 없어요. 북도십이공을 데려가세요."
"뭐라구요? 북도십이공을...!"
조미련의 예상치못했던 말에 가완중은 무척 놀랐다.
북도십이공.
그들이 누구인가?
개개인이 도에 달한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초극고수들.
북도삽십육절과 함께 북도부 전력의 오할을 차지하는 강자들이었으니...
하지만,
조미련의 마음은 확고부동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어떻게 혼자 보낸단 말인가?
"그래요. 만약 당신이 북도십이공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내가 따라 가겠어요."
"부, 부인! 당신이 따라간다니 그건 말도 되지 않소."
"그럼 북도십이공을 데려가는 거죠?"
"하, 하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북도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부부주님과 호법 및 북도삽십육절이 있으니 걱정마세요."
"휴으! 부인은 정말 못말리겠구료..."
조미련의 말에 가완중은 어쩔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아내의 사랑에 가슴이 벅차올랐으니...
며칠간의 준비를 마친후,
가완중과 북도십이공은 몇몇 요인들의 전송을 받으며 은밀히 북도부를 떠났다.
사랑하는 남편을 황산으로 떠나보낸 조미련.
그녀는 이상하게 안정을 찾지 못했으니...
그것은 남편이 강자와 대적하러 간것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고,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것같은 생각때문이었다.
조미련은 천천히 며칠동안 발생한 일에 대해 차근히 생각해 보았다.
나뭇가지를 깨끗하게 배고 오래동안 그 상태를 유지할수 있는 도법.
제일 먼저 조미련의 뇌리에 떠오르는 무공은 천하오대절기중 하나인 일향도였다.
하지만,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향도의 전설을 생각하면 서찰이나 나뭇가지를 보내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떠오른 도법은 무림사대도법이었다..
파황수라도.
광폭참마도.
역천마도.
분월섬전도.
능히 한세대를 주름잡을수 있는 개세도법들.
조미련은 고개를 저었다.
광폭참마도는 북도부의 절기니 제외시키는게 당연했고,
파황수라도는 마교의 절기로 천년동안 한번도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역천마도는 사백년전 창시자인 역천광마자가 무림에서 사라질때 같이 실전되었을뿐만아니라,
너무나 패도적인 힘에 의해 잘린 부분이 둘그렇게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머지 하나.
쾌도의 대명사인 분월섬전도는 팔백년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도법이었으니...
조미련은 그외의 도법들을 하나둘씩 생각해 보았지만,
그 정도의 위력을 나타낼수 있는 도법은 더이상 생각할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미련의 불안은 점점 커져가고,
남편이 대결을 하기로 한 날짜가 지난지도 몇달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이나 북도십이공중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년, 이년이 지나며 부주가 행방불명된 북도부는 무림에서 활동을 일체 하지 않아 점점 그 위세를 잃어갔다,
조미련도 서서히 자포자기에 빠져들어갔다.
한데,
가완중이 떠난지 사년이 되던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가완중을 따라갔던 북도십이공중 십이공이 아리따운 삼십대중반의 여인과 나타나 것이었으니...
그리고,
십이공의 입에서 나온 말.
그것은 북도부를 날려버릴 정도의 폭탄과 같았으니...
가완중일행이 황산에 도착했을때 나타난 사람들은 복면을 하고 있었는데,
등에 도가 아닌 검을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가완중일행을 본후,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는데...
가완중일행은 엉겁결에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복면인들의 공격은 무척이나 막강했으며,
펼쳐지는 초식은 무엇인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강호오대검법중 하나인 남검부의 무정환수검.
바로 그것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가완중일행은 점점 불리해졌다.
수적인 열세,
우열을 가리수 없는 무공에 선제공격까지 당했으니 그것은 당연했다.
결국,
가완중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르렀으니...
이 엄청난 사실을 북도부에 알리기위해 북도십이공중 한명을 도망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사람이 십이공이었고,
십이공은 피눈물을 흘리며 전장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십이공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피말리는 추격전속에 십이공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뒤에는 복면인들이 다가오고 앞에는 장강의 거센 물줄기에 맞닿아뜨렸으니...
십이공은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장강의 거센 물줄기로 몸을 날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십이공이 눈을 뜬곳은 어떤 어부의 집이었으니...
천우신조.
십이공이 죽지않은 것은 하늘이 북도부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십이공의 몸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못했고,
기력을 회복하는데 사년이란 세월이 걸렸으니...
십이공은 천인공로할 사실을 알리고자 쉬지않고 북도부로 달려온 것이엇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을 마친 십이공은 고개를 푹숙였다.
"주모님. 이 여인은 저를 살려준 어부의 부인입니다. 어부가 고기를 잡르어가 실종을 한 바람에 하는수없이 데리고 왔으니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하지요. 한데 갑자기 그런 말을..."
분노에 치를 떨던 조미련.
그녀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십이공을 본 순간 깜짝 놀랬다.
십이공의 손이 자신의 천령개로 향하는 것이었으니...
그때,
한옆에 서 있던 부부주의 손이 재빨리 십이공의 손을 붙잡았다.
"이, 이게 무슨 짓이요. 십이공."
"놓아 줏십시요. 부부주님. 부주님을 끝까지 모시지 못한 소인이 어찌 살기 바라겠습니까? 이제 모든 소식을 전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십이공의 얼굴에는 결연한 빛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조미련은 십이공의 충직한 마음을 십분 이해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사경을 뚫고 여기가지 않는데 어찌 자결하도록 내버려둘수 있단 말인가?
"십이공님. 자결은 허락할수 없습니다. 또다시 저에게 슬픔을 안겨주시겠다는 것입니까?"
"주, 주모님... 크윽..."
십이공은 더이상의 행동을 하지 못한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주위에 서 있던 북도부의 인물들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장내는 남검부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
정도라는 탈을 쓴 문파가 그런 비겁한 짓을 하다니...
그러나,
조미련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말을 했다.
"진정하세요. 남검부의 무예라고는 하지만 복면을 했기때문에 아직 단정할수는 없잖아요. 또한 부주님이 진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그러니 먼저 남검부에 사람을 보내 사태를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주모님. 하지만 남검부가 순순히 대답을 해 주겠습니까? 복면까지 했는데..."
"부부주님의 마음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남검부처럼 무모하게 행동을 한다면 똑같은 무리들이 되지 않겠어요. 저도 남편을
잃었기때문에 누구보다도 분개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리정연한 조미련의 말에 장내의 사람들은 수긍할수밖에 없었다.
조미련은 방으로 돌아와 슬픔을 억누르며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보았다.
충신스런 가신인 십이공이 절대 거짓말을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남편일행을 습격한 복면인들이 남검부의 사람들임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그것도 남편을 곤란하게 만들 정도의 초극고수들인...
그러나 풀기지 않는 의문이 있었으니...
북도부에 배달된 나뭇가지.
그것은 분명히 도에 의해 배어진 것이었다.
검과 도의 특성상 분명히 차이가 있거늘...
남편과 자신이 잘못 알아볼리는 없었다.
또한,
남검부와 북도부는 무림남북을 양분하고 있지만,
결코 서로의 영역을 침입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거기에는 수뇌부 몇명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었으니...
북도부와 남검부는 원래 하나의 뿌리였다.
무불천뇌 섭주진.
엄밀히 말하면 무림인이 아니지만 중원무림에서 경시할수 없는 인물.
한번 본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초유의 기억력을 가진 인간.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무예를 조합하여 창안한 무공들은 하나같이 통천가공할 것이었으니...
하지만,
섭주진은 어려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병을 앓아 무공을 익힐수가 없었다.
따라서,
무림인들은 무예를 배우려고 눈에 불을 켠체 섭주진을 찾아헤맸지만 만나보았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한데,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섭주진에게는 두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천검서생 진추웅과 천도여제 가와려가 그 둘이었다.
섭주진은 두 남녀를 보고 재질에 반해 제자로 삼고 검과 도에 관한 무예를 전수하였으니...
그런데,
세월이 흘러 두 남녀가 성인이 되었을때 예기치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천검서생 진추웅.
그는 아름답고 우아하게 자라난 가와려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가와려의 마음은 스승인 섭주진을 사모하고 있었으니...
오십평생을 혼자 살아온 섭주진이었지만 어찌 두 제자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였겠는가?
그리고,
섭주진은 남에게 이야기하지 못할 하나의 비밀이 있었는데...
바로 어렸을때 알았던 괴질로 인해 남성의 기능을 잃은 것이었다.
따라서,
섭주진은 하나의 결단을 내렸으니...
진추웅과 가와려를 혼인시킨 것이었다.
누구의 명인데 거역할것인가?
가와려는 사부를 향한 마음을 접어둔체 진추웅의 아내가 되었고,
둘사이에는 두명의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섭주진은 제자들의 아이를 엄청 귀여워했다.
한데,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으니...
어느날,
섭주진이 아이를 보러 제자의 집에 방문했을때,
진추웅은 세살이 된 첫째아이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러 집에 없었고 가와려와 둘째아이만 있었다.
그리고,
친추웅이 집에 돌아왔을때 세사람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으니...
섭주진이 아기와 장난을 치고 그옆에서 가와려가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는 모습.
그것은 너무나 단란한 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진추웅은 그 일로 인해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부인 섭주진의 호통도 가와려의 애원도 소용없었고,
아내가 사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진추웅은 둘째아기가 사부의 아기라는 오해까지 했으니...
결국,
섭주진은 한장의 서찰을 남기고 쓸쓸히 두 제자의 곁을 떠났다.,
서찰을 읽고 난 진추웅.
그는 모든 사실을 깨닫고 땅을 치며 자신의 행동을 뉘으쳤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
거기에 가와려도 둘째아기를 데리고 진추웅의 곁을 떠났으니...
후에 진추웅과 가와려는 무림에 나와 남검부를 북도부를 창건하였지만 끝내 재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와려는 사부를 찾아 길을 떠난후 돌아오지 않았다.
따라서,
남검부와 북도부는 형제간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조미련이니 더더욱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해서 조미련은 남검부로 사신을 보내는 한편,
자신이 가장 믿을수 있는 노환명호법을 급히 황산에 파견한 것이니...
그러나,
사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검부에 파견한 사신.
그가 참혹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고,
상처는 분명히 남검부의 무정환수검에 의한 것이었다.
북도부는 이 사건으로 완전히 뒤집혔고,
조미련도 더 이상 어쩔수가 없었다.
무언가 석연치않은 점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지만,
노호법이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일뿐...
상황은 조미련의 손을 벗어나 겉잡을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