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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부의 동맹 (34/56)

34) 이부의 동맹 

호천웅이 태극양의심법의 운공을 마쳤을때,

어두운 안색의 조미련과 함께 천막안으로 들어오는 두명의 남자.

호천웅은 남자들을 보는 순간 누구인가를 짐작할수 있었다.

조미련과 아주 흡사하게 닮았기에...

가환과 가륙호.

북도쌍웅이라 불리우는 가완중의 두 아들.

출중한 외모와 가완중에 육박하는 도법을 익히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미련의 소개가 끝난후 호천웅은 진행사항이 몹시 궁금했다.

"할머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휴으~ 너무나 어이없어 너에게 말하기도 부끄럽구나..."

조미련은 한숨을 쉬며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는데...

한마디로 경악이라고 할수밖에 없었다.

조미련은 북도부의 주요인물들을 모아놓고 보름동안 싸움을 연기하자는 제안을 하며 장내의 사람들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누가 백일탈공산에 중독되었는지...

한데,

모든 사람들을 훑어본 조미련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황산에서 살아돌아온 십이공을 비롯하여 북도삼십육절의 과반수가 백일탈공산에 중독된 현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더욱 놀라운 일은 북도부의 이인자격인 부부주마저도 마찬가지였으니...

아니나 다를까?

부부주를 비롯해 백일탈공산에 중독되지 않은 인물들은 거세게 반대했고,

나머지 인물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조미련의 의지를 꺽을수 없었으니...

"가장 우려했던 사태군요, 할머니..."

"그래.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해... 남검부의 사정도 모를뿐만 아니라 동의를 구해야하니..."

"물론이지요. 한데 누가 가기로 했습니까?"

"륙호가 가기로 했다."

"둘째 당숙이...!"

호천웅은 가륙호를 바라보았다.

조미련이 할머니의 의동생이니 가환과 가륙호호를 당숙이라고 부르기로 한것이었다.

준수한 얼굴에 헤지가 반짝이는 눈을 가진 가륙호는 어머니인 조미련에게 이미 계획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쌍완편의 남쪽 분지.

시퍼런 안광을 번득이며 장막사이를 돌아다니는 무사들.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남검부의 장내.

등에 검을 찬것만 빼면 북쪽에 위치한 북도부와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장막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남검부의 중앙부.

두명의 인영이 은밀하게 한곳의 천막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빈 천막안으로 소리없이 스며든 두명의 인영.

호천웅과 가륙호.

중요한 임무를 띠고 북도부를 떠나 곧바로 남검부로 잠입한 두사람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일까?"

"녜, 둘째 당숙. 은은히 풍기는 방향으로 보아 무정여검 진여홍이란 분의 처소가 분명한 것같습니다."

"음~ 알았네. 기다려보게..."

가륙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무정여검 진여홍.

참변을 당한 남검부의 도주인 진상필의 여동생.

빼어난 미모의 겉모습과는 달리 호방한 성격을 소유한 여검수.

악을 무척 증오해 이십여년전 수많은 악인들이 진여홍의 검아래 고혼으로 화했는데...

살생을 너무 많이 한 때문인지 일년도 되지 않아 진여홍은 무림의 싫증을 느끼고,

수많은 신진고수들의 청혼을 물리치며 문인의 아내가 되었다.

하지만,

진여홍의 결혼생활은 몇년을 넘기지 못했으니...

딸을 출산하기 위해 남검부에 머문동안 괴한들에 의해 시댁이 멸문을 당한 것이었다.

남검부와 진여홍은 불같이 노해 범인을 찾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해서,

진여홍은 상심한 나머지 무림의 일에 일체 관여를 하지않고 딸을 끼우며 은둔생활에 들어갔는데,

남검부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에 쌍완평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런 진여홍을 조미련과 호천웅이 은밀한 대화의 상대로 지목한 이유가 있었으니...

비록 은거를 하고 있지만 남검부주 진상필이 없는 현재에서 진여홍의 배분이 높고,

또한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할수 있는 경륜때문이었다.

잠시 생각에 감겨있던 두사람.

한데,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당숙. 누가 오는 모양인데요..."

"그래, 일단 몸을 숨기자."

호천웅과 가륙호는 어두운 곳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잠시후,

천막안으로 한명의 여인이 들어왔는데...

갸름한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뒤로 질끈 묶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

호리호리한 몸매와 어울려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연륜이 풍기는 넉넉함이 깃든 아름다운 중년여인이었다.

호천웅은 여인이 진여홍임을 짐작할수 있었고,

다음 행동을 의해 가륙호에게 고개를 돌리다 약간 놀랐다.

진여홍을 쳐다보는 가륙호의 모습.

무엇인가 홀린듯 정신없이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만약 다른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호천웅이 민망할 정도였으니...

그때,

진여홍이 탁자에 앉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어느 쥐새끼냐?"

"다, 당숙...!"

진여홍의 소리에 깜작놀란 호천웅은 옆에 있는 가륙호를 손으로 슬쩍 건드렸다.

그제서야,

가륙호는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빨리 나오지 못해!"

"나, 나갑니다."

호천웅은 가륙호의 손을 잡고 탁자앞으로 나왔다.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저는 북도부에서 온 가륙호인데 긴밀히 상의드릴게 있어 결례인줄 알지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어느새 정신을 차린것인가?

가륙호는 안색을 급히 바꾸며 포권을 해보였다.

호천웅은 옆에서 멍청해질수 밖에 없었고...

가륙호의 말에 진여홍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괴한들도 놀라운 일인데,

내일 결전을 앞둔 북도부의 사람이라니...

하지만,

진여홍의 나이는 그냥 먹은게 아니었다.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호천웅과 가륙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가륙호라면 북도부의 둘째아들이 아닙니까? 도대체 무슨 일로...?"

"먼저 이 서찰을 읽어보십시요. 저희들도 오늘에서야 입수를 했습니다."

가륙호는 전혀 두려움없이 서찰을 진여홍에게 내밀었다.

옆에 서 있던 호천웅.

그는 가륙호의 행동에 감탄을 할수밖에 없었다.

역시 명문세가의 자제답게 조금도 흔들림없는 모습에...

서찰의 받아드는 진여홍의 눈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빛이 스쳐갔으니...

서찰을 읽고난 진여홍은 한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런 음모가..."

"저희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해서 어머니가 저를 사신으로 보낸 것입니다."

"어머니라면 만학성혜 조미련..."

"녜. 그리고 이 물건도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가륙호는 품에서 한가지 물건을 꺼냈다.

바로 천면환마가 전해준 보따리에서 나온 물건중 하나.

한데,

물건을 받아든 진여홍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눈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으니...

도대체 그 물건이 어떤 것이기에...

얼마간 소리없이 오열하던 진여홍.

그녀는 낮선 사내들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인 자신을 깨닫고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미안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서..."

"괜찮습이다. 한데 역시 남검부에도 독을..."

"헉! 독이라니요?"

"치료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저희 북도부사람들중 일부가 백일탈공산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가륙호는 천천히 북도부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진여홍에게 말했다.

진여홍은 말을 들으며 경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으니...

"아~ 그럼 우리 남검부에도 변절자가..."

"예! 확실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저희 부의 변절자들과 한패일거로 생각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음모군요. 제가 가서 사람들을 불러야겠습니다."

"저... 우려의 말인지는 모르지만 독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은 적이니 조심하십시요."

"녜. 충고해줘서 고맙습니다."

진여홍은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가륙호에게 포권을 해보이고 급히 천막밖으로 나갔다.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호천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사분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솜씨.

역시 모전자전이랄까?

조미련이 둘째아들을 보낸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는 시간이었다.

얼마후,

진여홍은 두 남녀를 데리고 천막으로 돌아왔다.

준수한 얼굴의 삼십대 초반의 남자와 진여홍과 흡사한 이십대중반의 여자.

"이쪽은 돌아가신 오빠의 아들인 진충이고 애는 내딸인 화미란이예요."

진여홍의 소개로 호천웅과 가륙호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다섯 사람은 탁자에 앉아 조미련과 호천웅이 짠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남검부의 세사람이 흔쾌히 승낙을 하는 것을 보고 호천웅과 가륙호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쌍완평.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북도부로 돌아가는 호천웅의 옆에 화미란이 소리없이 뒤따르고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난후,

가륙호와 진충은 상대방의 인품에 감명을 맺고 그 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었다.

그리고,

갸륙호는 남검부에 남겠다는 예정에도 없던 말을 했으니...

진여홍은 잠시 생각하다 자신의 딸인 화미란을 북도부에 보낸 것이었다.

조미련과 가환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다 호천웅의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활짝 펴졌다.

"수고했다. 천웅아..."

"제가 한일은 별로 없습니다, 할머니. 둘째 당숙이 다 했지요."

"녀석. 겸손하기는... 환이가 자리를 준비했으니 가서 쉬거라."

"녜."

조미련은 정감어린 눈빛을 받으며 호천웅은 왠지 쑥스러워 가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데,

처음만난 가환과 화미란.

그들은 서로의 모습만을 흘낏흘낏 쳐다보며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린 호천웅은 영문을 몰라 조미련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는 조미련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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