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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반전 또 반전 (39/56)

39) 반전 또 반전

조미련은 너무나 악랄한 복면괴한의 손속에 치를 떨었다.

"뿌드득! 잔인한 놈들...!!"

"크크... 어차피 이 놈들은 일이 성공하더라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후후~~ 한번 배신한 놈들은 믿을수가 없거든... 그리고 너희들도 곧 이놈들을 따라갈거다."

부당주란 복면괴한의 눈에 비릿한 조소가 가득 떠올랐다.

순간,

조미련은 웬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함을 느꼈다.

비록 복면괴한들의 무공은 상당히 고강하지만 북도부를 포함한 이부의 사람들도 만만치 않은데...

복면괴한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석연치않은 무언가가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흥~! 그 인원으로 우리를 어떻게 할수 있을것같으냐?"

"크큭~~! 우리가 너희들을 직접 죽이는 것은 제일 하책이지! 멋진 계략이 있는데 왜 직접 손을 쓰겠느냐?"

"으음... 다른 방법이라고..."

보미련은 신음을 흘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 급히 주위를 둘러보고 경악을 했다.

쌍완평의 지형.

낙타의 등과 같이 두개의 봉우리가 솟아있고 그 사이에 있는 협곡.

바로 그곳에 자신들이 위치해 있지않은가?

만약 봉우리위에서 협공을 한다면...

상대편은 별로 힘들이지않고 승리를 거둘수 있었으니...

조미련은 제 삼자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못한 자신의 실수에 땅을 치고 후회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후회한들 어쩌란 말인가?

현재 상태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야 했으니...

"이곳에 너희들말고 다른 놈들도 온 모양이구나?!"

"푸하하하~~ 만학성혜라고 조금 머리가 도는 모양이지만... 역시 한계가 있구나..."

"뭐, 뭐라구...?"

"크크... 이곳에 온 사람들은 우리가 전부다. 하지만 너희들을 위해 더 좋은 것을 준비했지..."

"무, 무엇을..."

"카캇~~ 백개의 굉천뢰와 십만근의 폭약이 너희들을 저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괴, 굉천뢰... 포, 폭약...????"

이부의 사람들은 얼굴이 화애지며 몸을 부들부들 떨수밖에 없었다.

굉천뢰.

반경 오장을 쑥밭으로 만들수 있다는 열화문의 가공할 화약.

그것을 무려 백개나 설치했다니 반경 오백장이 초토화될것이고...

거기에 십만근의 폭약까지 설치했다니 쌍완평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수 있었으니...

가환과 가륙호 형제는 멍한 시선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제밤 뜨겁게 정을 나누었던 사랑하는 연인들을 생각하며...

조미련은 절망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이라도 쌍완평을 빠져나가면 몇몇사람들은 죽지않을테지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자괴감만이 머리속에 꽉 들어차 제 자리에 주져않고 싶을 뿐이었으니...

한데,

그런 속에서도 이상하게 조미련은 마음 한모둥이에 안도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호천웅에 대한 일이였으니...

죽음이라는 상황앞에서도 호천웅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왜 이리 다행으로 여겨지는 것인지...

복면괴한은 이부의 인물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즐기며 득의의 미소를 떠올렸다.

"크크큿! 이제 무림에서 이부의 존재가 사라질 시간이 되었다. 잘가거라..."

귀를 후벼파는 듯한 괴소와 함께 복면괴한의 손이 서서히 위로 치켜들고 밑으로 내리는 순간,

이부의 사람들은 제자리에 주여앉아 두 눈을 감았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전혀 동요되지 않는 의연한 모습.

과연 무림을 좌지우지하던 명문정파의 제자들다운 행동이었으니...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일인가?

복면괴한이 폭발신호를 보낸지 일각이 흘러갔는데 아무데서도 폭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당황한것은 복면괴한들의 무리였으니...

"이게 어떻게 된일이나?"

부당주란 복면괴한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부하들을 향해 소리친 순간,

"우하하하하~~~ 아무리 기다려보았자 헛소구닷!"

"허헉! 누구냣?"

복면괴한은 찌렁찌렁한 장소성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미련을 비롯한 이부사람들도 모두 한곳으로 시선을 향했는데...

쌍완평의 북쪽봉우리위.

한명의 인영이 우뚝 서있었다.

허름한 옷에 삿갓을 깊숙히 눌러쓴 모습.

호천웅.

이부의 격전이 시작하기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던 호천웅이었다.

"아~~~"

조미련은 호천웅을 확인한 순간 표현할수 없는 감격과 환희에 휩싸였다.

그것은 호천웅을 알고있는 이부의 주요인물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러나,

호천웅을 모르는 이부사람들과 복면괴한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영에 어리둥절한 표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너, 너는 누구냐?"

"하하~ 본인은 지나가던 사람인데 너무나 악독한 짓을 하는 무리들이 있어 손을 봐주었다."

"그, 그럼 너가 폭약을..."

"후후후...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을 몰살시키려하는데 어찌 지나칠수 있겠느냐!!!"

"마, 말도 않돼... 어찌 너같은 어린 놈이...???"

복면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약관도 되어보이지 않은 어린아이가 삼갑자를 넘는 부하들을 헤치웠다는게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으니...

호천웅은 조소를 날리며 복면괴한들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다.

그 눈빛.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복면괴한은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고,

그제서야 호천웅의 내력이 심상치않음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으음... 다된밥에 코를 빠뜨려도 유분수지... 찟어죽일놈!"

"푸웃! 한때는 자기편이었던 사람을 죽이고 폭약을 써서 무고한 사람을 몰살시키려 한 너놈들이ㅣ 찟어죽일놈이지 내가 왜 그러냐?"

"다, 닥쳐랏!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다니... 이리와서 내 검을 받아랏!"

"하핫! 너놈이 오라면 내가 못 갈줄 알았냐? 하앗~!"

호천웅은 가볍게 몸을 띄어 복면괴한들에게 쏜살같이 날아갔다.

비마영공.

한줌의 진기로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수 있다는 절정의 경공.

그것이 전개되었으니...

"허, 허억~! 어찌 이렇게 빨리..."

복면괴한은 순식간에 자신들앞에 내려선 호천웅을 보고 기겁해 뒤로 주춤 물러갔다.

"하하~~ 이것은 너희들것이니 가져가거랏!"

호천웅은 땅에 내려섬과 동시에 손에 들고있던 것을 집어던지고 올때보다 빨리 뒤로 물러섰다.

"흐윽! 무, 무엇..."

"악! 굉천뢰..."

꽈앙...! 꽝!

"피, 피.... 우아악!"

"커억!"

"크아아악~!"

복면괴한들은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피하지도 못하고 폭음소리와 함께 자욱히 일어나는 먼지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굉천뢰.

이부의 사람들을 몰살시키려고 설치했던 그 화약에 자신들이 당한것이었으니...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드러난 광경.

너무나 처참했다.

복면괴한들이 서 있던 자리는 넓은 구덩이가 파여져있고,

사지가 절단된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시체들이 즐비했으니...

호천웅은 너무나 놀라운 굉천뢰의 위력에 인상을 찡그린체 한쪽을 쳐다보았다.

끔찍한 시체더미속에서 한쪽팔과 다리가 없어진체 만신창이가 된 몸을 꿈틀거리는 단 한명의 생존자.

바로 부당주란 불린 복면괴한이었다.

급히 복면괴한에게 다가간 호천웅의 눈에 연민의 빛이 어렸다.

비록 죽을죄를 지었지만 이제 살아나기 힘든 몸이 아니던가!!!

"여, 여보시오?"

"크윽! 내, 내가 아직 살아있단... 으음..."

"그렇소..."

"아아~~ 몹시 아프군!!!"

복면괴한의 피묻은 얼굴이 몹시 찡그려졌다.

호천웅은 급히 복면괴한의 장심에 손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었다.

서서히 고통이 가시는 듯 복면괴한의 얼굴이 펴지며 혈색이 돌기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복면괴한의 생존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으니...

회광반조.

죽기전에 잠시 정신을 차리는 것뿐이었다.

호천웅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너무가 잘 알고 있기에 애처로움속에서도 마음이 몹시 급했다.

복면괴한은 숨을 거칠게 쉬며 반쯤 넋이나간 눈을 떴다.

"고맙소. 고통을 덜어주어서..."

"한가지만 대답해 주시오?"

"무...무엇이오?"

"당신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는 무엇인지 말해주시오?"

"내, 내가 소속된 단체... 허... 허억! 그, 그것은... 커억!"

복면괴한은 입을 열다 갑자기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돌변했다.

두 눈을 부릅뜬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입에서 거품을 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흐으음... 도대체 어떤 조직이길레... 죽으면서도 공포를..."

복면괴한의 모습을 지켜보던 호천웅의 입에서 경악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어더한 세뇌를 당했기에 죽음앞에서도 조직의 이름조차 밝히지 못한단 말인가?

호천웅은 알수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이제 어둠이 내려깔리기 시작하는 천공을 바라보았다.

이부의 사람들이 소리치는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고,

조미련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급히 다가오는 것도 느껴지 못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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