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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복수회 (43/56)

43) 복수회

천화장을 떠난 예설향과 호이연 모녀는 장을 떠나는 슬픔을 가슴속깊이 묻어둔체 길을 떠났다.

호진천이 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패물을 함께 보내준 덕분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남은 여생을 살 장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무림일을 잊은체 생활할만한 장소를 찾던중,

한달의 시간이 흐른후 두 모녀는 적당한 곳을 찾아낼수 있었다.

고산준령이 곳곳에 산재되어 천하에 이름이 널리 떨쳐진 천산.

그곳에서 몇가구의 사냥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적한 마을이었으니...

사냥꾼들은 처음에 예설향 모녀를 반기지 않았다.

자신들과는 어울리지 못할 듯한 한눈에도 기품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두명의 여자였기에...

하지만,

예설향모녀는 곳 그곳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낼수 있었다.

마을사람들도 예설향의 자상한 성품을 접한후...

너무나 평화로운 산골에서의 생활속에서 호이연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비록 옛날처럼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에 웃음을 되찾을수 있을 정도로...

또한,

호이연에게도 식구가 생겼다.

조시중.

엄마가 산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한체 가출해 사냥꾼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5살된 아이.

호이연은 그런 조시중을 양자로 삼은 것이었고,

마치 자신의 친아들인양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산골에 묻혀 십년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조시중의 아버지가 의문의 병사를 당한일만 빼곤 예설향모녀의 가족에겐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조시중도 이제 훤칠한 대장부로 자랐고,

호이연이 틈틈히 가리쳐준 무술도 열심히 연마해 강호에 나가면 일류고수의 반열에 능히 

낄 정도였다.

한데,

그런 평화로운 생활을 일시에 깨뜨린 청천벼락과 같은 소식이 예설향모녀에게 전해진 것이었으니...

천화장의 멸문!!!

예설향모녀는 소식을 접한후 거의 실신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비록 천화장에서 쫒겨났지만 모든 가족들이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 천화장이 한명의 생존자도 없이 몰살되었다는데 어찌 제정신이 될수 있단 말인가!!!

예설향과 호이연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천화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불에 탄체 폐허가 되어버린 천화장을 직접 목격한 후, 다시 실신을 한체 며칠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조시중이 실신한 두 사람을 정성껏 간호했기에 망정이지,

두 모녀는 너무나 커다란 슬픔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천화장의 멸문을 사실로 확인한 예설향과 호이연은 폐허로 변한 천화장을 돌아다니며 미친듯이 

단서를 찾았다.

천화장의 멸문에 관여된 원수들에 대한 조그만 것이라도...

하지만,

너무나 깨끗했다.

천화장을 습격해서 초토화시켰다면 적지않은 무리들이 동원되었을텐데,

에설향모녀의 눈에 띄는 것은 전화장의 식솔들이 사용했던 것들뿐이었으니... 

예설향은 원수들의 용이주도함에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꼭 복수를 해야겠다고 이를 갈며 맹세한체 천화장을 뒤로 했다.

조용히 무림에 되돌아온 예설향.

그녀는 은밀히 강호의 정세를 살피며 동지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평소 천화장과 친분이 있는 방파나 지인들을 위주로...

아~~~

하지만 무림은 너무나 비정했다.

전에는 천화장과 인연을 맺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수많은 문파들과 무사들.

그들이 모두 냉소의 웃음을 보낸것이었으니...

두달을 뛰어다니며 모은 인원들은 고작 삼백명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설향은 강호의 무정함에 굴복하지 않았다.

다정전모.

호에서 나타나듯이 오히려 뜨거운 전의가 더욱 거세게 타오른 것이었으니...

예설향은 천화장의 복수를 위해 보인 삼백명의 인원과 함께 천산으로 돌아왔다.

적에 대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만약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중과부적이 될게 너무도

뻔했기에...

천산에 돌아온 예설향은 삼백의 인원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무술을 연마하며 강호의 정세를 예의

주시했다.

천화장의 멸망은 시작에 불과할뿐...

무림에 격렬한 피의 바람이 불어올것이라는 선견지명을 가진체...

그런 예설향의 예견은 너무나 정확했다.

천화장과 더불어 중도를 표망하던 사장중 현죽장과 황석장이 차례로 멸문지와를 당한 것이었으니...

예설향은 신속히 현죽장과 황석장의 화를 피한 사람들을 규합했다.

천우신조랄까?

현죽장과 황석장은 천화장의 멸문을 보고 천하에 퍼져있던 문파의 사람들을 불려들였지만 악의 손이 

너무나 빨리 들이닥쳤던 것이었기에...

현죽장의 오할, 황석장의 삼할가까운 전력이 그대로 보존되어 예설향의 인원과 합류되었다.

또한,

예설향은 지수장에 전갈을 보냈다.

사장중 마지막 남은 지수장은 순순히 예설향의 의도에 동조했다.

삼장의 멸문을 통해 자신들만으로 보이지않는 악의 힘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다는 짖인지 

명확관화했기에...

예설향은 삼장의 무인들을 데리고 지수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닥칠 어둠의 무리들과 한판 결전을 대비해...

지수장에 모인 사장의 무인들...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를듯 높았다.

사장.

한때 천화무림의 한축을 담당하지 않았던가?

비록 그중 삼장이 멸문지화를 당했다지만 화를 피한 무인들도 엄연히 삼장에 속했던 무인들.

거기에 가문의 복수심으로 똘똘뭉친 무인들은 일당백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으니...

정사마를 대표하는 삼문의 한곳과도 능히 겨뤄볼 커다란 대세력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복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지수장을 멸망시키려 침입해야할 악의 무리들.

그들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한달 두달...

시간이 흘러가자 사장의 무인들은 사기는 눈에 띠게 약해졌다.

예설향은 그런 무인들을 보며 한가지 결론을 내려야했다.

철수.

예설향은 삼장의 무인들을 데리고 지수장을 빠져나와 천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후일을 대비해 무인들을 단련시키며 하나의 회를 조직하였으니...

복수회.

현무림에서 하나의 거대한 세를 형성하고 있는 복수회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과거 멸문했던 삼장의 후인들과 폐관에 들어간 지수장의 세력들로 이루어진...

"천웅아! 복수회는 결코 오합지졸들의 모임이 아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사장의 무인들... 거기에 

오년동안 복수심에 노심초사 무공을 연마한 그들의 힘. 그것은 현재 무림에 등장한 어떤 방파에게도 

뒤지지 않는 미증유의 거력이라고 이 할머니는 단언할수 있다."

한자한자 끊어 이야기를 마친 예설향의 눈.

그곳에서는 한광이 줄기줄기 토해졌으니...

너무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예설향의 기도.

마치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 있는것같지 않은가?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서 호천웅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터질것같은 희열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와락!

호천웅은 할머니의 상체를 힘껏 부둥켜않았다.

한데, 

눈의 착각이었던가?

예설향의 몸이 호천웅의 품으로 안겨든 순간,

한마디 거대한 천룡이 나타나 산을 온몸으로 감싸는 것이었으니...

난데없는 손자의 행동에 예설향은 잠시 당황했다.

얼굴에 맞닿은 손자의 가슴.

그것은 마치 돌처럼 딱딱하고 하늘처럼 넓게 느껴졌으니...

아직 약관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인데...

하지만,

곧 예설향의 감정은 다른 느낌으로 꽉 채워졌다.

따스함과 포근함, 편안함...

그러한 감정의 변화속에서 예설향은 현재의 느낌이 낮설지 않음을 기억했다.

자신의 첫남자이며 마지막 남자가 될 남편인 호진천을 만나 품에 안겼을때의 느낌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할머니!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녀~석~~~!"

"아직은 미천하지만 제 손으로 복수를 해 할머니가 편히 쉬게 하겠습니다. 꼭!"

"......"

손자의 굳은 말에 예설향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신뢰감.

평범한 아이가 말을 했다면 실소를 했겠지만,

어린 손자의 말에 예설향은 강한 믿음과 확신이 뭉클뭉클 솟구쳐올랐다.

무림에서 전모라는 호를 얻은 여인답지않게....

그것은 비단 마음뿐만이 아니었다.

손자를 바라다보며 변해가는 예설향의 얼굴도 평소와는 달랐다.

두 빰에 물드는 발그스레한 홍조.

두눈 가득 채워지는 사랑스러운 눈빛.

어린 손자의 대견함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얼굴이라고 보기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두 조손은 혈육의 정의 뛰어넘어 상대방에 대한 감탄과 신뢰속에 오래동안 떨어질줄 몰랐다.

폐허가 된 천화장에서 우연히 만난 예설향과 호천웅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호천웅은 잊고 있었던 혈육의 정을 할머니를 통해 틈뿍 느낄수 있었고,

할머니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정보를 통해 복수회란 단체의 힘에 대해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복수회.

추구하는 목적 및 구성원등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단체.

그 단체가 바로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사장중 삼장의 후예들로 이루어져 멸문의 복수심으로 똘똘뭉친

단체라니...

미증유의 힘과 함께 복수회의 또하나 무서운 점이 있었다.

정보수집.

무인이라면 자신이 소유한 무술과 정보들를 자랑하고 싶은 호승심이 누구나 있는법.

만약 상대방이 어떤 단체에 속해있다면, 자신들이 가진 비밀을 누가 이야기하겠는가?

하지만,

평범한 떠돌이 무사라면 자랑삼아 떠들것 아니겠는가?

또한,

복수회의 인물들은 멸망한 가문의 원수를 찾기 위해 조그만 정보라도 놓치지 않았으니...

복수회의 정보수집은 걸인들의 집단인 개방의 그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열화문.

화기를 다루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의 집단.

굉천뢰,

육연장총,

착화탄등...

말만 들어도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강한 화기들...

많은 무림방파에서 열화문의 화기들을 노려 건드려보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화기의 힘에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한데,

육개월전.

열화문에 변고가 발생하였으니...

문주의 실종.

열화문을 이끌고 있는 추면화녀 소월방이 의문의 행방불명이 된 것이었다.

추면화녀 소월방.

연약한 몸으로 불을 다루는데 누구도 따를수없는 신기를 가진 여인.

남자를 홀릴만한 뛰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추한 용모때문에 얼굴을 항상 면사로 가리고 다니는데...

그런 소월방이 천하의 열화문을 다스리는 장문인 된것은 누구도 따를수 없는 하나의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화기를 다루는 그녀의 솜씨.

그것은 열화문의 역대 장문인중 최고인 열화쌍수와 맞먹는다는데...

열화쌍수.

벽력자 소화명.

오백년전.

폭약과 화기다루는 법을 집대성한 인물.

일개 장인의 가문이었던 열화문을 화기의 명가로 세상에 널리 이름을 날리게 한 장본인으로,

현재 열화문의 화기들중 반수이상이 그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다.

무향철화 소원원.

백년전,

신주구화중 한명으로 만인의 두터운 사랑을 받은 여인.

항상 얼굴에 두꺼운 면사를 하고 다니는 바람에 진면목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혹자는 남편마져 그녀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였다는데...

그런 소원원을 신주구화의 일인으로 만든것은 미안이 아니었다.

쭉빠진 몸매와 곱고 하얀 살결.

마음을 청아하게 해 주는 목소리만으로도 사내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으니...

하지만,

소원원의 겉모습을 보고 함부로 음심을 품은체 희롱하였다면...?

그는 곧바로 불지옥에 빠진체 허우적거려야 했다.

소원원의 손길이 한번 닿은 물건은 엄청난 폭발물로 돌변했으니 어찌 성한 몸을 보존할수 있겠는가?

현재 열화문에서 가장 위력이 센 화기들을 만든 장본인.

그 인물이 바로 소원원이었고,

현 열화문을 이끌고 있는 소월방의 친할머니였다.

열화문이 배출한 최고의 인재들인 열화쌍수.

그들에 필적할만한 솜씨를 가진 소월방의 실종.

열화문은 문주의 실종에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오리무중.

소월방의 자취는 어느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예설향과 호천웅.

두 조손은 열화방을 향해 가고 있었다.

현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열화방의 화기들.

호천웅이 직접 겪은 이부의 음모에서 나타난 굉천뢰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싸움에 열화방의 무서운 화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가 복수회의 정보망에 속속 들어오니...

예설향과 호천웅은 문주가 없는 열화방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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