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기구한 여인, 소월방
화염의 대지위에 세워진 열화문.
그곳은 생각보다 넓은 땅이었다.
몇시진을 수색하던 예설향과 호천웅 조손.
그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해가 동녘하늘에 고개를 내밀기 직전.
빨갛게 물들이는 하늘아래 어느 바위위.
예설향과 호천웅은 자리에 주져안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할머니. 거의 돌아본거 같은데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이 없네요."
"그래. 이제는 돌아가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는게 나을거 같구나..."
"예."
예설향과 호천웅은 마음의 일치를 본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데 그순간,
예설향의 시야에 한곳이 들어왔다.
동쪽에 위치한 잡목더미속.
언듯 하나의 동굴이 눈에 띄었으니...
"천웅아! 저곳으로 가 보자!"
말을 마친 예설향이 경공을 발휘해 동굴로 날아갔다.
잠시 할머니가 가리킨 곳을 보던 호천웅도 급히 동굴을 향해 경공을 시전했다.
뜨거운 열기가 푹푹 뿜어져 나오는 동굴안.
두 조손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의 길이는 생각보다 꽤 길었고,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어 인공의 흔적이 역력했다.
"할머니. 열화문에서 철을 체취하기 위해 뚫어놓은 것이 아닐까요?"
"글쌔 들어가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전음으로 말을 주고받다 걸음을 멈췄다.
다른곳보다 훨씬 밝은 빛이 앞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었기에...
천정에 박혀있는 야광주가 주위를 대낮처럼 밝혀주는 사방 일장정도의 넓은 공간.
사방 벽면에는 채찍, 인두같은 고문기구들이 걸려있어 죄인을 고문하는 곳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는데...
밀실의 중앙에 죄수인듯 줄에 메어 있는 한명의 인영.
아~~~
차마 눈뜨고는 볼수없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었으니...
군데군데 잘려나간 긴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밑을 향해 고개를 떨군 얼굴은 여기저기 피가 얼룩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육체는 한 조각의 고기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가냘픈 몸매와 봉긋 튀어나온 유방, 펑퍼짐한 아랫배, 검은 방초숲, 쭉 뻗은 다리등으로 여자임이
분명한데, 채찍과 불에 데인 자국으로 온몸이 성한데가 없었으니...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다고해도 어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여인을...
"허억! 이럴수가...!?"
"흐윽! 왜액... 왝왝..."
밀실로 막 접어든 예설향과 호천웅은 너무나 잔인한 광경에 경악을 토했다.
심지어 어린 호천웅은 너무나 끔찍해 먹은 음식을 바닥에 토하기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예설향은 달랐다.
놀람도 잠시,
재빨리 허공에 도약해 줄을 끊고 공중에 묶여있는 여인을 안은체 바닥에 내려섰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온갖 끔찍한 광경을 겪은 백전노장다은 민첩한 행동이었으니...
"처, 천웅아! 아직 살아있어!"
여인의 상세를 살펴보던 예설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제 막 구토를 멈추던 호천웅은 할머니의 외침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끔찍한 흉터와 말라붙은 선혈로 범벅이된 여인의 유방.
그것이 미약하지만 규칙적으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호천웅은 여인의 손을 잡고 맥박을 잰후 진지하게 여인의 몸을 손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림삼괴중 한명인 독수마의 사마춘.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의인 그에게서 배운 의술이 시전되는 것이었으니...
예설향은 손자의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배어나오기 시작하자 조용히 밀실밖으로 나왔다.
호천웅과 여인.
그 두사람에게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고비.
만약 누구라도 와서 방해를 한다면...
두 사람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오랜 강호경험으로 인한 본능이 경고를 울린 것이었다,
약 한시진이 흘렀을까.
예설향은 밀실에서 누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추태를 보여서..."
"괜찮다. 내가 봐도 끔찍했으니..."
예설향은 옆에 다가온 손자의 어깨를 다독였다.
"다 끝났느냐?"
"예. 어느 정도는..."
"무슨 뜻이냐?"
"오래동안 고문을 받아 상처도 깊고 기도 많이 허약해져 있었습니다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임시 조치도 취해놓았습니다."
"그럼 된거 같은데 다른 문제라도 있단 말이냐?"
"녜. 저 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화독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평상시에 화독을 억제하고 있었던것
같은데 고문으로 인해 억제된 화독이 발작된후 너무 시간이 지났습니다."
"뭐라고... 화독? 그, 그럼 고칠 방법이 없단말이냐?"
"화독은 오갑자이상의 내공을 가진 무인이 삼매진화로 태우면 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저 분이
건강할 때나 가능한 것이고 지금은 몸이 너무 약해져서 견디지 못합니다."
"휴으~~ 난 또 뭐라고...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 건강을 되찾은 다음에 삼매진화로 태우면 되잖니?"
"그렇다면 제가 왜 걱정을 하겠습니까? 문제는 화독이 골수에까지 침범해 하루만 지나면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수없다는 겁니다."
"으음~! 어찌 그럴수가...?"
손자의 말을 듣고난 예설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상대가 여성이라서 그랬을까?
왠지 여인에게서 연민의 정을 느끼던 예설향으로써는 일단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는데...
손자의 말은 그런 예설향의 마음과는 전혀 상반되는 결론이지 않는가.
"쯧쯧...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가련하구나...1!!"
예설향은 안타까워 혀를 찼다.
하지만,
예설향이 손자의 모습에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게 있었으니...
호천웅이 무언가 말을 하지 못한체 주져하는 것을...
얼마지나지 않아 여인은 정신을 차렸다.
호천웅의 응급처지가 효력을 발휘했음인가?
여인의 상처는 급속히 아물고 벌거벗은 몸에도 예설향의 장포가 입혀져 있다.
"으음...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못보던 분들인데..."
"그냥 지나가던 과객입니다. 우연히 동굴을 발견하고 부인을 돕게 된겁니다."
예설향은 여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연민의 정이 불쑥불쑥 솟구쳤지만 태연하게 미소를 지우려 노력하며...
여인은 잠시 말이 없다 무엇이 생각난듯 얼굴이 하애졌다.
"아, 않됩니다! 도와주신것은 감사드리나 곧 무서운 사람들이 올것이니 빨리 피하십시요!"
"호호~~ 걱정하지 마십시요. 저희들은 결코 약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약자를 본체 도망가는
것은 결코 무인의 도리가 아니니까요."
"......"
여인은 예설향의 말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체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이 결코 예사스럽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것일까?
샤르르 눈을 감은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고, 고맙습니다."
"별 말씀울... 한데 무슨 일로 이런 험한 일을 당하셨습니까?"
"흐윽~~~ 모든게 다 제 잘못인걸요..."
여인은 예설향의 질문에 울음을 터트렸다.
예설향과 호천웅은 감정의 내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여인의 신분을 확인한후 경악으로 입을
다물수 없었다.
밀실에서 고문으로 만싱창이가 된 여인.
그녀는 바로 실종된 열화문의 문주인 소월방이었던 것이었으니...
추면화녀 소월방.
열화문의 문주로 화기를 다루는데 열화쌍수와 버금간다고 알려진 재녀.
추한 용모를 가리려고 언제나 두꺼운 면사를 쓰고 다니는 여인.
그녀는 결코 불행한 여인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으며,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어찌 불행할수 있겠는가?
혹자는 추한 용모때문에 소월방이 상심의 나날을 보낼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아니었다..
열화문의 문주로써 화기를 다루어야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임무.
따라서,
열화문의 문주가 되었던 여인은 화독에 중독되어 추한 용모가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열화쌍수중 한명으로 신주구화로 추앙받던 무향철화 소원원.
그녀도 소월방과 마찬가지로 추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뭇 남성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한 몸매와 청아한 목소리때문에 무림인들이 상상을 한것뿐이었다.
얼굴도 몹시 아름다우리라는...
소월방이 자신의 추한 용모를 가리고 다니는 이유는 창피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용모때문에 기분이 상할 타인을 배려하는 겨륵한 마음때문이였으니...
그런 소월방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육개월전의 한 사건때문이었다.
소월방의 남편 이자군.
소월방이 어렸을때부터 따르던 오빠같은 사람으로 소월방의 추한 용모에 게의치않고 혼인까지 한
자상한 남자.
소월방은 그런 남편을 믿었고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항상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사건의 시작은 이자군이 영웅호걸문으로 화약을 운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발생했다.
남편의 귀가소리를 듣고 기쁜마음에 달려간 소월방.
하지만,
남편의 옆에는 낮선 여인이 서 있었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이었지만 남자의 눈길을 확 붙들어 맬 정도로 아름다운 30대의 여성.
소월방의 마음에 왠지 불길한 기운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먼길을 다녀온 남편앞에서 싫은 내색을 할 정도로 소월방은 속이 좁은 여인이 아니었다.
저녁을 마친후,
소월방은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은후, 잠시나마 나쁜 마음을 품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남편과 함께온 여인 가연홍.
보기드문 미모를 소유한 그녀의 일생은 아름다운 얼굴때문에 모진 시련을 겪어야 했다.
어려서부터 뭇 남성들의 노리개가 되어야했고,
남편도 가연홍의 미모에 혹한 무인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 했으니...
이자군과 만났을때도 두명의 건달들에게 겁탈을 당할뻔 했다는데...
착한 소월방은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후, 너무나 애처로운 생을 살아온 가연홍이 열화문에 머무는
걸을 승낙했다.
한데,
그때 소월방의 결심이 천우의 한을 남기는 것이 되었다.
이자군.
소월방만을 사랑하던 자상한 그의 행동이 점점 이상해졌다.
가연홍이 오기 전에는 밤마다 소월방을 사랑해주던 이자군이 날이 갈수록 성행위를 기피하는
것이었으니...
30대의 뜨거운 육체에 정사의 묘미를 알아가던 소월방은 내색도 못한체 그런 남편을 원망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월방은 못볼것을 보고야 말았다.
이자군과 가연홍의 정사.
마음이 심란하던 소월방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는때,
벌거벗은 두 남녀가 한치의 틈도 없이 몸을 밀착시킨체 열락의 교성을 지르고 있었으니...
소월방은 남편의 불륜을 보고 격분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소월방에게 돌아온 것은 너무도 참담한 결과뿐이었다.
가연홍.
힘없고 평범한 여인으로 알고 있던 그녀가 무림고수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혈도를 점혈당한체 이름모를 동굴의 밀실에서 정신을 차린 소월방은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을 알았다.
이자군과의 만남과 열화문으로의 잡입,
미모를 이용 이자군을 유혹해 자신의 성적 노리개로 만든 것등...
모든 것이 가연홍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음모였던 것이다.
소월방은 땅을 치며 통곡했지만 이미 업지러진 물.
가연홍의 성적 노리개로 전략안 이자군은 소월방에게 화염신장을 요구했다.
화염신장.
불꽃모양의 형태를 한 지팡이로 열화문의 문주를 상징하는 신물.
소월방은 모진 고문속에서도 결코 화염신장이 있는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
만약 화염신장이 간약한 요부의 손에 들어간다면...
열화문의 앞날은 물론 열화문의 가공할 화기들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나 뻔했기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소월방은 이야기를 모두 마쳤다.
말을 하던 중간중간 호천웅을 쳐다보며...
아무리 어린아이지만 남자인 호천웅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장면도 있었기에...
"뿌드득... 죽일 년놈들..."
소월방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예설향은 분노로 이를 갈았다.
호천웅은 너무나 비참한 일을 당한 소월방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다 할머니의 분노가 어느정도
가라안자 어깨를 두드렸다.
"할머니! 긴히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데...?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예설향은 돌연한 손자의 말에 의문의 표정을 띠며 밀실밖으로 나왔다.
호천웅은 두손을 잡고 머뭇거리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 할머니. 사실은 할머니에게 한가지 이야기하지 못한게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 저... 열화문주님의 화독에 대한 것인데... 바, 방법이 아주 없는것은 아, 아닙니다!"
"뭐라고...!? 그럼 열화문주를 살릴 방업이 있다고...!!!"
손자의 말을 듣던 예설향의 얼굴에 기쁜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설향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힘겹게 말을 하는 손자의 모습에서 소월방을 살릴 방법이 몹시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으니...
"너의 표정을 보니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구나."
"예."
"휴~~~ 그래도 한번 말해보거라. 아예 없는 것보다 낳으니..."
"흐음... 전에도 말했듯이 열화문주님의 화독을 치료하려면 오갑자의 내공을 익힌 무인이 삼매진화를
이용해야지만 지금 문주님의 기가 너무나 약해 견딜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지!"
"그러나, 한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비록 열화문주님의 화독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약한 기에서도
시전할수 있고, 원기를 찾을 동안 생명을 연장시킬수있는..."
"빠, 빨리 말해보거라. 빙빙 돌리지 말고...!"
"예, 할머니. 그, 그것은 문주님의 화독을 한곳에 몰아넣는 방법입니다만... 시, 시전하는 방법이 난처해
말씀을 못드렸던 것입니다."
""뭐라고? 도대체 어떤 방법이길래 그러느냐?"
"으음... 그, 그건 다름아니고... 으, 음양교합을 토, 통해야..."
"뭐~~~ 그런 방법을...!!!???"
갑자기 예설향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음양교합.
그것은 남녀가 성교의 의미하는 말인데...
어린 손자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듣자 몹시 어색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일아난 변화였다.
예설향도 어엿한 한명의 여자이기에...
호천웅의 얼굴은 할머니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였다.
목까지 벌겋게 된것은 물론 이마에 땀까지 맺힐 정도로 긴장되고 쑥스러웠다.
열화문주 소월향의 처지가 너무 딱해 큰 결심을 한체 할머니에게 이야기는 했지만,
손자로써 도저히 입에 담을수 없는 말이지 않는가?
두 조손은 어색함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휴으~~~ 너무 어려운 일이구나! 지금 어디서 오갑자의 내공을 가진 무인을 찾으며, 소월방 문주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연륜에 의한 대범함이랄까.
무겁게 가라안은 분위기를 깨고 말을 연것은 예설향이었다.
소월방의 생명을 살릴수 있는 방법은 알았는데 실행할 묘수가 없어 얼굴에 그늘이 가득 드리워진체
손자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순간,
예설향의 얼굴에 반짝 이채가 떠오르다 심각한 고뇌에 빠져들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슬쩍슬쩍 쳐다보는 호천웅의 표정은 더욱 가관이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을 앞에둔 어린아이처럼 잔뜩 꾸겨진체...
한참 갈등속에 헤매이던 예설향이 중대한 경심을 한듯 입을 열었을때,
호천웅이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천웅아! 너의 공력이 오갑자는 넘지?"
"하, 할머니...!!??"
할머니의 말한마디에 호천웅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 울상이 되었다.
다 알고있는 자신의 공력을 물어보는 의도.
세살먹은 어린아이라도 능히 짐작할수 있지 않는가?
"저, 저는 아직 어립니다."
"못난 놈! 내가 쉽게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겠느냐?"
"......"
추상같은 예설향의 호통.
호천웅은 할머니에 대꾸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함께 생활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이 얼마나 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 않은가?
그런 헐머니가 얼마나 심한 갈등속에 내린 결론인데...
호천웅은 더 이상 대답을 못한체 고개를 숙였다.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것이다. 한데 그런 생명을 살릴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느냐?"
"자, 잘못했습니다. 할머니..."
"그래. 내가 소월방문주에게 가서 전후사정을 이야기할테니 준비하거라."
예설향은 말을 마친후 밀실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