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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십자광포 (47/56)

47) 십자광포

밀실내.

세명의 남녀가 어색한 침묵속에 앉아있었다.

다정전모 예설향과 호천웅 조손.

추면화녀 소월방.

그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써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는데...

"소문주님. 몸은 어떠시오?"

"많이 좋아졌습니다."

"호호... 다행이네요."

"모, 모든 것이 다 호공자때문입니다...!!!!"

호천웅을 쳐다보며 수줍게 말하는 소월방.

그녀의 눈에는 수줍음과 사랑이 가득 넘쳤다.

마치 첫날밤을 보낸 새색시처럼...

"아, 아닙니다. 문주님. 저는 다만 치료를 한것뿐인데요."

"호호... 맞아요. 천웅이는 치료를 한것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이제는 반도들을 해결하러 가죠."

예설향은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데 그순간,

소월방이 예설향을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하, 할 이야기가 있는데..."

"무슨 일이죠?"

"우리 문의 최고 비밀인데... 두 분이라면 해결해주실수 있을거 같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호호... 소문주님의 칭찬은 고맙지만..."

"잠깐! 저도 사람보는 눈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양은 마시고 제 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허어~~~! 소문주님이 그렇게 말씀하니 거절을 할수가 없군요."

예설향은 난처한 표정을 띠우며 자리에 앉았다.

소월방은 그제서야 안도의 표정을 지우며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예설향과 호천웅은 소월방의 말이 진행될수록 너무나 놀라운 사실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으니...

오십여년전.

열화문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무향철화 소원원.

신주구화중 일인이며 열화문이 배출한 걸출한 인재.

바로 그 여인이 만든 수많은 화기들에 의해서 열화문의 위세는 천하를 진동했다.

능히 일당백을 상대할수 있는 가공할 열화기들.

하지만,

소원원은 자신이 만든 화기들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것들은 모두 결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연장총.

백장밖의 움직이는 물체도 떨어뜨릴수 있울 정도였지만 살상반경이 약했고,

굉천뢰.

반경 오장을 쑥밭으로 만들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사정거리에 제약이 있었으니...

소원원의 탐구심은 위의 약점을 가지지 않는 완벽한 화기의 제작을 위해 왕성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일년후,

소원원은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재료의 부실.

화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 재료인 철과 화약중 철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뇌관을 건드려 폭발하는 힘이 사정거리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기정사실.

거기에 폭약의 무게 및 크기 또한 상관관계가 있지 않은가?

따라서, 살상반경이 큰 폭약을 멀리 보내려면 그만큼 뇌관의 폭발력도 커야했지만 현재의 철로는

그 폭발력을 견딜수 없었던 것이었다.

해결책을 알아낸 소원원은 열화문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고 정신없이 일에 메달렸다.

밤낮을 잊고 식음을 전폐한체 강한 철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과 씨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일년, 이년...

세월이 흘러 오년이 흐른후,

마침내 소원원은 최고의 화기를 만들어냈으니...

십자광포.

육연장총과 굉천뢰의 장점만을 가진 무시무시한 화기.

백장밖에 있는 물체를 정확히 맞출수 있고,

반경 오장을 초토화시킬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병기.

하지만,

화신의 노여움이었을까?

그런 막강한 십자광포를 만들어낸 소원원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오직 한대만을 완성한체 철의 제조법도 남기지 않고...

당시 열화문의 문주였던 소원원의 아들은 어머님의 비고에 땅을 치고 통곡했다.

그리고,

십자광포와 함께 소원원을 비밀스러운 한곳에 안치했으니...

소월방의 말을 들은 호천웅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굉천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으로 체험하지 않았던가?

한데,

그런 굉천뢰를 백장밖에서 발사할수 있는 화기가 있다니...

생각만해도 소름이 오싹 끼칠 일이었다.

다정전모 예설향.

그녀도 전율을 느끼기는 마찬가기였다.

그런데,

문득 소월방이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소문주. 왜 그런 비밀을 우리에게...?"

"그것은 이제 십자광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동굴에 갇힌지도 이미 육개월. 

반도들이 많은 화기들을 탈취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생각할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소월방은 열화문의 문주답게 침착한 모습으로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아~! 그렇겠군요."

예설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판단을 하는 소월방에게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실로 범인으로써는 하기 힘든 일.

하지만,

아직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정말 정확한 판단이군요. 한데 십자광포는 소문주가 찾으면 될텐데 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나요?"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마버님은 십자광포와 할머님을 안치하며 악한들이 그것을 탈취할까

우려해 여러가지 안배를 해 놓으셨습니다. 해서 두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소월방은 말을 마친후 간절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예설향은 소월방의 말을 들은후 아해가 갔지만 한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소월방의 아버지는 분명 장애물의 파해법도 가르쳐주었을텐데 왜 부탁을 하는지...

그러나,

예설향은 차마 마지막 질문을 하지 못했다.

현명한 소월방.

그녀가 말을 하지못한 것은 말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기에...

"휴으~ 문주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거절할수 없군요."

"가, 감사합니다."

소월방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안도와 감사의 빛이 가득한체...

호천웅과 예설향은 밀실밖으로 나왔다.

"할머니. 제가 다녀 오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갔다올테니 소문주와 함께 있어라."

"않됩니다. 많은 난관이 설치되어 있다니 할머니를 그런 위험한 곳에 보낼수없습니다."

"녀석! 장애물의 파헤법은 소문주가 이미 말해주지 않았니? 그리고, 소문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가 봐주어야하지 않니."

"할머니!"

"안다, 너마음... 조심해서 다녀올께."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요"

"그래."

휘익~~~

호천웅은 할머니의 모습이 동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후 밀실내로 들어갔다.

한데,

호천웅의 모습을 본 소월방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게 아닌가?

"호, 호공자가 왜?"

"저는 문주님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가셨는데,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그, 그것은 아, 아니지만...??!!"

호천웅의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소월방의 모습.

그것은 분명 또다른 비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호천웅은 의문이 가득담긴 눈으로 소월방의 다음말을 기다리다 갑자기 손으로 소월방의 입을 

막고 전음을 보냈다.

"문주님. 다섯명의 사람들이 동굴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

호천웅의 말에 소월방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점점 커지는 발자국소리들.

소월방의 몸은 긴장으로 팽팽하게 굳어졌다.

"문주님 마음놓으세요. 모든 것은 제가 처리할테니..."

연이어 들려오는 나직한 호천웅의 전음소리와 어깨위에 느껴지는 따스한 손길.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소월방의 몸이 풀어지며 상체가 호천웅의 품으로 허물어졌다.

30년이상을 살아오며 남자의 한마디가 이렇게 듬직하다니...

그것도 자식뻘밖에 않되는 어린 아이의 말이...

호천웅은 흠칫 놀라다 조용히 소월방의 상체를 보듬어 안았다.

곧, 30대 여인의 농염한 몸에서 풍기는 짜릿한 육향이 코속을 간지럽히고,

장포사이로 매끄러운 살결이 손끝에 느껴지는데...

하마터면 호천웅은 무섭게 치미는 욕정에 소월방의 몸을 덮칠뻔했다.

침입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억! 너희들은 누구냐?"

낮선 두 남녀가 다정히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본 침입자들중 한명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호천웅의 예상대로 침입자들은 삼층누각에서 음란한 정사를 벌이던 일남사녀.

소월방을 조용히 떼어 놓은 호천웅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너희들이 열화방의 반도들!"

"무슨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느냐?"

"크크! 놀라는 것을 보니 너가 바로 이자군!"

"이런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감히 어른에게..."

"하하핫! 올바른 행동을 해야 어른 대접을 해주지!"

"이, 이 어린 녀석이, 정말..."

이자군은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며 막 달려들 순간,

옆에 있던 여인이 얼굴에 가득 요염한 미소를 띠며 앞으로 나섰다.

"호호! 귀여운 공자님의 말솜씨가 아주 대단하군요."

"흥~~~!"

"아이~~~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준다면 이 누나가 나중에 흠뻑 사랑해

줄테니... 어때요?"

여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육감적인 몸을 묘하게 비틀었다.

호천웅은 여인의 후안무취한 행동에 욕정보다는 구역질을 느껴 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그 때,

소월방이 더 이상 참지 못한체 앞으로 나섰다.

"가연홍! 그만 두지 못하겠느냐! 이 더러운 요부!"

"흥!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이 심하시군요, 부인!"

"뭐! 처음... 호호호! 내 남편을 유혹하고 육개월간이나 온갖 고문을 자행하고선, 처음본다고..."

너무나 어리없었던것일까?

자조섞인 비웃음이 소월방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어렴풋히 상황을 파악했음인가?

가연홍일행의 얼굴 가득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특히 소월방의 남편이었던 이자군의 모습은 가관이었으니...

"서, 설마... 당, 당신이 월방...?"

"아, 아니야! 소월방은 당신같은 미녀가 아니야...!"

"호호~ 가연홍. 놀랐을것이다. 하지만 너가 부인해도 한사람은 나를 알아볼것이다."

소월방은 말을 마친후 이자군을 쳐다보았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소월방의 말에 이자군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많은 세월을 함께 보낸 이자군으로써 얼굴이 변했다한들 어찌 못알아보겠는가?

귀신이 곡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가연홍은 수긍할수 없었다.

"호호...! 정말 기가 막힌 변장술이군."

"닥쳐랏! 모든 것이 여기있는 공자의 의술이거늘, 변장이라니..."

"호오~~~! 그렇단 말이지, 저 공자가...?!"

가연홍의 입에서 탄사가 터져나오며 호천웅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무나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왜 그렇지 않겠는가?

모든 여인의 소망.

그것은 바로 아름다워지는 것이었으니...

가연홍같은 요부일수록 그 욕망은 더욱더 큰것이고...

"호호호~~~ 잘생긴 공자! 재주가 정말 좋군요. 저 여자를 우리에게 보내주고 나에게도 의술을 

베풀어주면 이 누나가 천국을 느끼게 해 줄수 있는데... 이 몸으로..."

가연홍은 비음을 섞어 말하며 묘하게 몸을 틀었다.

하얗고 풍만한 젖가슴이 거의 드러날 정도로...

소월방은 가연홍의 행위에 같은 여자로써 참을수없는 모욕을 느꼈다.

"이, 이 파렴치한 것... 아들같은 나이의 남자에게..."

"흥! 저 공자를 쳐다보는 너의 눈빛. 그것은 뭐지? 아마 저 순진한 공자에게 꼬리를 쳐..."

"다, 닥쳐랏! 내가 너같은 여자인줄 아냐!"

"호호~1 큰 소리 치는 것을 보니 뭔가 있었군. 가진것이라곤 몸뚱아리하나니까..."

"퇴엣! 정말 구역질나서 못봐주겠군. 비마영공!"

쒸익~

파염치한 가연홍의 말에 묵묵히 참고 있던 호천웅의 신형이 바람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피해랏!"

호천웅의 기도가 심상치않음을 짐작했던 가연홍은 급히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무공을 모르는 이자군을 비롯해 내공이 약한 세 여자.

그들은 호천웅의 손을 벗어나지 못하고 혈도를 찍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호오! 제법이군... 무흔천보오~!"

재빠른 가연홍의 대처에 의외의 빛이 스쳐간것도 잠깐뿐,

호천웅에게서 천하삼대보법중 하나인 무흔천보를 전개되었으니....

흐릿하게 호천웅의 신형이 변하며 뒤로 물러난 가연홍의 왼쪽으로 다가갔다.

"으음."

순간적으로 호천웅의 신형을 놓친 가연홍.

그녀는 왼쪽옆구리가 뜨끔해지는 것을 느끼고 짧은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잃었다.

찰나지간.

다섯명의 남녀가 바닦에 쓰러진 것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시간도 되지 않았으니...

"문주님!"

"으음~ 어멋!"

호천웅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소월방의 얼굴이 빨개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호천웅의 신위로 잠시 넋이 나간 사이,

호천웅은 어느새 혈도가 집힌 다섯명의 반도들을 꽁꽁 묶어 놓았으니...

열화문의 문주로써 창피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엇이 생각났는지 소월방의 얼굴이 굳어졌다.

"공자! 빨리 할머니에게 가 봐요!"

"문주님! 아까부터 왜 그렇게 재촉하나요?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그, 그건... 불안해서 그래요. 꽤 오래전에 설치했던 장애물이라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으, 으음... 정말..."

호천웅의 안색이 하얗게 변색되었다.

미쳐 생각지 못했던 돌발변수.

그러나,

조급한 마음에도 호천웅은 선듯 움직이지 못했다.

"무, 문주님의 말은 맞지만... 할머니가 문주님을 돌보라고 하셔서..."

"나는 괜찮아요. 반도들도 모두 잡았으니 빨리 가봐요."

"하지만~~~"

"호공자! 나중에 후회마시고 빨리 ...!"

"알겠습니다. 문주님 말씀데로 하겠습니다."

호천웅은 할머니의 안위를 생각해주는 소월방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끼며 급히 밀실을 

벗어났다.

아주 어렵게 만난 할머니에게 무슨 변고가 발생한다면...?

걱정과 조바심이 호천웅의 마음을 가득 메운체...

한데,

호천웅이 떠나고 난 뒤 소월방의 눈에 이슬이 맺히는게 아닌가?

"흑! 호공자, 정말 미안해요... 하, 하지만 호공자가 가지 않으면 하, 할머니가...!!!"

소월방은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한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럼, 소월방에게 말못할 사연이 있다는 이야긴데...

호천웅이 알면 무척 곤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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