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무향철화 소원원
뜨거운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열화문.
화산의 열기에 태양열이 더해져 걸음을 옮기기도 힘든 정오무렵.
휘이익~~
한명의 인원이 질풍처럼 뜨거운 대지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소월방과 헤어져 무향천화 소원원이 안장되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호천웅.
그의 마음은 다급하기 그지 없었다.
먼저 간 할머니에게 번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금방이라도 뜨거운 불길을 토할것같은 활화산.
그 중턱에 묘비도 없는 조그만 봉분이 세워져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초라한 무덤.
한데,
그 무덤앞에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조그만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으니...
들짐승이 파놓은 것이라곤 믿지 못할 정도의 구멍.
그곳에 호천웅이 가볍게 내려섰다.
"여기가 소문주님이 말하던 곳!"
호천웅은 주위를 둘러본후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무덤안.
그것은 여타 무덤과는 너무나 틀렸으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뚫려진 천연동굴에 뜨거운 밖과는 달리 따스한 온기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호천웅은 동굴의 입구에서 청각을 돋구었다.
백장밖의 소리라도 감지할수 있는데 아무 소리도 들이지 않았다.
호천웅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다정전모 예설향.
너무나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것같은 불안감이 전신을 짖눌렀다.
"할머니! 제발 무사하세요..."
호천웅은 간절한 마음으로 조용히 되뇌이며 앞으로 전진했다.
동굴의 중간중간.
인공의 흔적이 가미된 곳에는 어김없이 폭약의 잔재들이 널려져 있었는데...
이제 호천웅은 기절할 정도였다.
상상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지며 금방이라도 피투성이가 된 할머니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았다.
그러나,
호천웅의 앞에는 끝없는 동굴과 화약의 잔해들뿐...
호천웅은 비마영공을 극한까지 전개했다.
휘이익~~~
호천웅의 몸은 바람처럼 빨리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침내 호천웅의 신형이 동굴끝에 다달았고,
눈에 익은 한명의 인영이 그 앞에 서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흰 백발을 늘어뜨린 균형잡힌 몸매의 여인.
다정전모 예설향.
백의가 여기저기 그을렸지만 분명 그녀였다.
"할머니!"
호천웅은 너무나 반가워 할머니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어~~~ 천웅아! 너가 여기는 왜?"
"하,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서 부랴부랴 뛰어왔어요."
"이, 이런 미련한 놈. 소문주는 어떡하라고...?"
"문주님은 걱정없어요......"
호천웅은 할머니의 쌀쌀한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며 동굴에서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예설향의 표정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한가닥 그늘은 남아있었으니...
"휴~~~ 그렇다니 조금은 다행이구나..."
"할머니~~~!?"
"됐다. 소문주가 너를 보낸것은 다 뜻이 있을터... 여기 있는 글을 읽어보아라."
예설향은 손자에게 말을 마친후 한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호천웅은 영문을 모른체 벽면에 새겨진 글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 글을 보시는 분에게...
당신이 무사히 이글을 본다면 아마 월방이의 부탁을 받고 왔을것입니다.
십자광포를 찾기위해...
본인은 위험한 난관을 부릅쓰고 열화문을 위해 여기까지 온 당신의 광명정대함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기에 십자광포가 없다며 실망은 하지마시기 바랍니다.
분명 이 동굴에는 십자광포가 있고 여기가 동굴의 끝은 아닙니다.
단지, 본문의 한가지 기구한 사정때문에 마지막 기관을 설치한것뿐입니다.
이제 본인이 그 사정을 이야기할테니 부디 화를 풀기 바랍니다.
십자광포.
그것은 본인의 어머님이 불철주야 노력을 하신 끝에 만들어진 영물입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그 물건때문에 큰화를 입으셨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매일같이 불과 가까이 하시다보니 그만 화독에 중독되신 겁니다.
물론 본문에도 화독을 억제할수 있는 비법은 있지만 그것으로도 어찌해볼수없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본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수많은 명의들을 초빙했지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본인은 땅이 꺼지는 절망속에서 마지막으로 한군데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환상의숙.
의사들중 최고만이 회원이 된다는 그곳에...
다행히 본인은 환상의숙의 지숙주를 만날수있었습니다.
비록 20세 안팍의 젊은 여인이었지만 그녀는 화독의 치료법을 알고 있었고, 기꺼이 어머님을
진맥해주었습니다.
본인은 어머님의 병이 금방이라도 나을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으나, 자숙주의 입에서 나온 처방.
그것은 너무나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오갑자이상의 내공을 가진 명의라도 주어진 시간은 한달뿐.
본인은 다시 한번 지숙주에게 메달렸습니다.
제발 시간이라도 연장해 달라고...
지숙주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어머님의 죽음을 늦추기위해서는 만년은옥으로 이루어진 석실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습니다.
본인은 지숙주의 말에 한줄기 서광이 비추는 것을 느꼈습니다.
만년은옥으로 만들어진 석실.
그것은 바로 열화문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숙주는 만년은옥으로 만든 석실로 어머님을 옮긴후 하루동안 머물다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십년안에 명의를 구하란 말만 남긴체 홀연히 떠나갔습니다.
본인은 오갑자 내공을 지닌 명의를 찾아 삼십년동안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한체 병이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기간은 이십년뿐.
월방이가 당신을 보냈다면 이십년이 되기 전일것입니다.
기관은 혹시 모를 흉수의 손에서 어머님의 존체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픈 본인의 우려에서
십자광포를 안에 넣고 설치한 것이니 이해해 주길 바라며 제발 어머님을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관을 여는 방법은 오갑자의 내공으로 벽을 밀면 쉽게 열릴것입니다.
글 한자한자에 효심이 가득 담녀있는 너무나 안타까운 글.
모든 글을 읽은 소천웅의 마음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졌다.
경악과 당혹.
환상의숙.
그것은 어찌보면 호천웅과 무관하지 않은 단체였다.
사부중 한명인 독수마의 사마춘.
그가 우연히 얻어 호천웅에게 준 천수쌍환이 바로 환상의숙의 최고 기보이지 않은가?
하지만,
환상의숙 자체보다 호천웅을 놀래게 만든것은 다름아닌 지숙주의 의술이었으니...
어찌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오십년이나 늘릴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여인의 나이가 이십세 정도라는데...
두번째로 호천웅을 당혹스럽게 만든것은 화독에 걸린 여인때문이었다.
단순히 십자광포만을 가져오면 되는줄 알았는데, 한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다니...
그것도 다름아닌 무향철화 소원원이 아닌가?
신주구화중 일인이며 할머니인 예설향보다 한 배분이 높은 전대 고인.
그런 여인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호천웅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여인이 바로 소월방의 할머니라는데에 있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소월방은 호천웅과 살을 섞은 여인.
아무리 어리다지만 남자의 도리로써 소월방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했고, 그러면 소원원은 결코 남이
아니었으니, 만일 불상사가 생긴다면...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호천웅은 고심하다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할머니!"
"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을 찡그린체 서 있던 예설향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글을 보면 소문주님도 이 사실을 대충 알고 있었을텐데 왜 말을 않했을까요?"
"그, 글쌔..."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는 예설향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너무나 정곡을 치르는 손자의 질문.
그것때문에 예설향도 고심을 하고 있었으니...
처음 동굴끝에 도착해 글을 본 순간부터 떠오른 의문.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불륜.
예설향은 소월방을 믿고 싶었다.
할머니를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때문에 천웅이를 보내지 않았다고...
또한,
자신의 불길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빌며...
"천웅아! 일단 들어가보자."
예설향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공력을 끌어올려 벽을 손으로 밀었다.
그으으응~~
동굴끝은 글에 쓰여진데로 쉽게 열렸다.
넓지 않은 공간.
음습한 냄새라곤 찾을수 없고 따듯한 온기가 가득 찬 밀실의 중앙.
두바퀴가 달린 육중한 포가 한대 있는데, 특이하게 전신이 모두 하얀것이었으니...
동굴벽을 밀고 들어온 예설향과 호천웅은 중앙에 있는 포를 보고 신기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얀 철.
그것은 나이와 경험이 많은 예설향으로써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설향과 호천웅은 긴장된 시선으로 사방벽을 둘러보다 한군데 멈추었다.
석실의 서쪽에 있는 벽에 희미하게 보이는 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문앞으로 뛰어갔다.
입자에게
안에 있는 환자는 심한 화독으로 인한 생사불명의 환자로 본인의 힘이 미약해 치료하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천우신조랄까?
본인이 알고 있는 의술중 지시역천침술이란 것이있어 임시방편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수
있었으니 입자는 여하한 일이 있어도 망설이지 말고 한생명을 구하기 바란다.
단 한가지, 만일 입자가 여의라면 그냥 돌아가기 바란다.
천소민 서
수려한 필체로 쓰여진 문옆의 글.
호천웅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시역천침술.
당대에 손꼽히는 독심마의 사마춘의 진전을 이어받은 호천웅으로써도 처음들어 보는 의술이었기에...
그러나,
옆에 서 있던 예설향의 얼굴은 경악과 존경, 흥분이 뒤섞인 묘한 표정이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글쓴이에 대한 것이었다.
혜민성수 천소민.
15살에 천권이상의 의학서적을 독파했다고 알려져있는 의학계의 신동이며,
살아있는 사람의 질병뿐만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천의의 손을 가진 여인.
또한,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술을 베푸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더러운 곳도 자신의 힘이 필요하면
주져없이 달려가는 고귀한 인품을 지닌 신의.
해서 세인들은 아름답고 성스러운 그녀를 존경해 세속팔성녀중 하나인 의성녀란 호칭을 주는데 주져하지
않았으니...
할머니로부터 천소민의 이야기를 들은 호천웅.
그는 소월방의 화독을 두고 취했던 자신의 행동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생사가 달린 일에 음양교합이란 행위를 두고 망설였으니...
"할머니. 제가 들어가 꼭 안에 계신 분의 화독을 치료하겠습니다."
호천웅은 조금도 주져함이 없이 이야기했다.
"처, 천웅아~~~!"
조금전의 존경과 흥분의 모습도 잠깐,
예설향의 얼굴은 사색으로 돌변했다.
천소민의 글에 흥분이 된 손자가 놓친 것을 예설향은 놓치지 않았으니...
무향철화의 화독을 제거하는데 여의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
그것은 예설향의 마음을 짖누르고 있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뜻하는게 아닌가?
한데 어떻게 소월방과 육체관계를 맺은 손자에게 소원원까지...
예설향의 이성은 손자의 행동을 말려햐 한다는 경고를 계속 보내고 있었지만 결국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할머니. 왜 그런 얼굴을 하고 계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으, 으응... 너가 걱정이 되서..."
"할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요. 안에 계신 분이 소문주님의 할머니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굳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을 마친 호천웅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처, 천웅아!"
예설향은 다급히 손자를 불렀으나 이미 문안으로 사라지고 난후...
이제는 아무리 후회해도 너무 늦었으니...
"아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천웅이에게 어찌 그런 패륜을..."
한참 문을 응시하던 예설향은 혼자말로 지껄이며 힘없이 문에서 떨어졌다.
한줄기 물줄기가 금방이라도 주르르 흘러 내릴것같은 서글픈 눈빛을 한체...
소원원이 있는 밀실내로 들어간 호천웅.
그의 눈이 동전만하게 떠진체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밀실 중앙에 누워있는 무향철화 소원원.
아무옷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은 고슴도치처럼 온통 침으로 가득 덮혀 있었으니...
뭇남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신주구화중 일인이라곤 생각지도 못할 모습.
결국, 호천웅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한데 밀실의 바닥.
눈에 익은 글씨체로 깨알같 글이 가득 덮여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원원의 몸에 행해진 비기에 대한 것이었으니...
지시역천침술.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역천의 의술.
그것은 인간의 신진대사를 최소한으로 만듬으로써 죽음을 늦추는 방법이었으니...
인간의 몸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경락과 경혈들.
어떤 것은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아주 미미한 기능을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들중 어느것이라도 인체에 없어서는 않되는 중요한 것이었고,
지시역천침술은 그런 경락과 경혈의 흐름을 제어하는 침술이었다.
가는 세침으로 수많은 혈을 일푼의 깊이로 찔러넣은 기술.
말이 쉽지 어찌 사람의 혈을 모두 찾아 일푼의 깊이로 찔러넣을수 있단 말인가?
하나, 만약 성공한다면...
비록 시체같은 상태지만 죽음의 순간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늦춰지는데...
호천웅은 숨이 멎을거같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처음보는 새로운 경지의 의술.
그렇다면...
자신의 천형인 무성무적지체도 치료할수 있을수 있다는 희망이 움트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현재 상황은 호천웅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않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호천웅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짧은 순간,
밀실내의 균형이 깨어졌으니...
만년은옥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던 상황이 돌변해 지시역천침술의 효력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일각의 시간이라도 더이상 지체했다간 소원원의 회생을 보장할수 없는 급박한 상황.
호천웅은 신속히 소원원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