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 소원원의 환생 (50/56)

50) 소원원의 환생

만월이 하얗게 떠있는 깊은 밤.

뎅뎅뎅뎅... 뎅뎅뎅...

모두가 잠든 열화문에 다급한 종소리가 메아리쳤다.

순간,

곳곳에 산재해있는 집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며 인영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지..."

"누가 쳐들어왔나..."

여기저기 웅성거리며 급히 옷을 걸친체 달려오는 인물들...

넓은 연병장은 열화문의 문도들로 순식간에 가득 메워졌다.

"모두 조용히 하시오!"

어느 정도 문도들이 모이자 북쪽에 세워진 연단위에서 커다란 장소성이 튀어나왔다.

미리 와서 기다린듯한 여섯명의 남녀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림과 동시 상대를 알아보고 급히 한쪽 무릅을 댄체 바닥에 앉았다.

"부문주님!"

"한밤중에 이렇게 나오라해 미안하오."

연단에 선체 문도들을 오연하게 쳐다본 이자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본인이 경종을 울린것은 육개월전에 실종문 문주님에게 변고가 생겼기 때문이오."

"옛!?"

"문주님에게 변고가!!!"

이자군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

군중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치지나갔다.

"우리의 문주님은 실종이 되신게 아니고 어린 악동한테 납치되어 모진 고문과 능욕을 당하셨오. 

내, 내가 여기 있는 중년무사와 함께 구출하려고 했으나 힘이 미약한 관계로..."

이자군은 마지막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같은 얼굴로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아~~ 그럴수가~~~!"

"이익! 부문주, 범인은 어디에 있소?"

"장소가 어디오? 우리가 가서 그놈을...!"

열화문의 문도들 모두의 얼굴에는 분노의 표정이 떠오른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떤 이들은 손에든 화약과 총을 흔들며 금방이라도 달려갈것 날뛰었다.

한데, 그순간,

"우우우~~~"

한마디 늑대의 울부짖음인가?

열화문위에 위치한 화산에서 한 인영이 슬픈 장소성을 지르며 벼락같이 달려오는 것이었으니...

연무장에 모여있던 문도들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산에서 내려온 인영은 연무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본순간 제자리에서 멈춰섰다.

손에는 축 늘어진 사람을 안은체...

그는 바로 동굴을 벗어나 이자군을 찾아온 호천웅이었는데...

호천웅은 주위를 둘러보다 연단에 있는 이자군일행을 발견하고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이자군. 이, 이 악독한 놈!"

"무, 무슨 허, 헛소리냐... 이 웬수!"

이자군은 호천웅의 안광을 마주 보지 못하고 뒤로 한걸을 물러서며 죽어라 소리쳤다.

이자군의 말이 신호라도 된것일까?

연무장에 몰려든 문도들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리며 금방이라도 호천웅에게 짖쳐갈듯 움찔거렸다.

"자, 잠깐만! 여러분은 저 간악한 이자군에게 속고 있소! 그는 옆에 있는 요부와 함께 문주님을 

시해한 것이오!"

"거짓말시키지 마랏!"

"닥쳐랏! 요부. 파렴치하게 부인이 있는 남자를 유혹한것도 모자라..."

"흥! 만약 우리가 문주님을 시해했다면 왜 문주님의 시신을 너가 안고 있지..."

"그, 그것은...?"

호천웅은 가연홍의 간악한 술수에 말려든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화독을 고치기 위해 정사를 벌인 일을 열화문의 문도들에게...

호천웅이 얼굴을 벌겋게 물든인체 말을 못하자 사태를 관망하던 문도들의 시선이 흉흉해졌다.

"말을 못하는게 저놈이 범인이다..."

"쳐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다니..."

연무장에 모여있던 문도들은 한걸음한걸음 호천웅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리섞은... 문주님을 보아 조용히 끝내려고 했거늘..."

호천웅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하고 두손으로 공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연단의 이자군일당은 자신들의 음모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일촉즉발.

호천웅과 수많은 열화문 문도들의 격전이 벌어지려는 순간,

"멈춰랏!"

사람들의 마음을 일시에 진정시키는 낭랑한 여인의 고함소리가 열화장에 메아리쳤다.

호천웅의 비롯한 장내의 수많은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는데...

열화문의 북서쪽.

한명의 여인이 홀연히 날아와 바닥에 살며시 내려섰다.

백설같이 흰머리를 늘어뜨린 너무나 아름다운 중년여인.

바로 호천웅의 할머니인 다정전모 예설향이었으니...

예설향은 옆에 낀 여인을 부축해 자신의 오른쪽에 세웠다.

핏기없는 하얀얼굴이었지만 예설향의 미모에 절대 뒤지지 않는 절세미인.

그녀는 무덤동굴에서 오십년만에 깨어난 무향철화 소원원이었으니...

두 절세미녀는 장내를 조용히 둘러보았다.

연단에 서 있던 이자군 일당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똥씹은 얼굴이 되었다.

자신들의 음모가 막 성공하려던 참이었는데...

"당신들은 누구요? 지나가던 과객이라면 속히 물러나시오!"

"음~! 나는 과객이 아니라... 열화문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인데..."

"호오~! 그렇소. 나는 처음보는데...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 나의 이름은 소원원이라해요..."

"헉! 소원원이라면... 저, 전전대문주...!!!"

"그렇소! 오래동안 수면에 들어갔더니 벌써 오십년이 흘렀더군요."

"거, 거짓말! 어떻게 사람이 오십년을..."

이자군은 너무나 커다란 충격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가연홍일당뿐만 아니라 연무장에 모인 문도들도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충격속의 고요도 잠시.

"아~ 저 자태! 소문주님이다..."

"맞다. 면사를 않쓰셨시만 어렸을때 보던 소문주님이 분명하다..."

"무, 문주님..."

비교적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이 소원원을 알아보고 바닥에 오체복지를 하는 것이었으니...

장내는 순식간에 격정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소원원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면면을 훓어보며 감회에 빠져들었다.

"오~~~ 이복, 순순, 칠원... 모두들 살아계셨구료..."

"흑! 문주님~~~!"

소원원에게 이름을 불린 노인들은 희열과 감격에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그제서야, 문도들도 하나둘씩 바닥에 엎드리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향철화 소원원.

신주구화중 한명일 정도로 아름다울뿐만아니라 열화문 최고의 장인인 열화쌍수중 한명으로,

열화문의 자긍심인 여인이 살아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소원원의 생환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다름아닌 이자군일행이었다.

중원 최강의 화기를 보유한 열화문을 손아귀에 넣는 순간이었는데...

이자군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하고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모두 정신차리시오! 저 여인은 무향철화님과 닮았을뿐이니 절대 속지 마시오!"

"호~~ 그대는 내가 왜 소원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오. 사람이 오십년동안 영면에 든다는 것도 믿을수 없는 일이고, 만약 무향철화님이

살아계신다해도 백세가 가까운 나이. 결코 당신처럼 젊은 여인일수 없소!"

"호호~~ 그대는 생각보다 예리한 면이 있군요. 하지만, 세상에는 범인이 생각하지 못할 일이 너무나

많고, 나도 환상의숙의 의술때문에 이렇게 환생할수 있었어요..."

"화, 환상의숙!!!"

이자군은 너무나 놀라 할말을 잃었다.

죽은 사람도 살릴수 있다는 천의들의 단체, 환상의숙.

그곳의 의술때문이라니 더 이상 반박할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것은 이자군의 질문에 동요하던 문도들 또한 완전한 믿음을 갖게 만들었으니...

이자군은 말로 상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흥~ 제법 그럴듯하게 환상의숙의 이름을 들먹이지만 나는 절대 믿을수가 없소!"

"아니~! 부문주..."

"부문주... 무향철화님앞에서 무슨 망말을..."

모든 것을 부인하는 이자군의 말에 열화문도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이자군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이잇! 전 문도들은 입닥치고 이것을 보라!"

궁지에 몰린 이자군.

그는 마침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하나의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타오를것같은 불꽃모양의 손잡이을 가진 지팡이.

화염신장.

그것은 바로 열화문을 상징하는 신물이었으니...

연무장에 집결해있던 문도들은 모두 화염신장을 향해 무릅을 꿇었다.

이자군은 문도들의 반응을 보며 득의의 미소를 떠올렸다.

"큭큭! 당신은 역시 가짜요. 무향철화라면 화염신장앞에서 당연히 경배를 해야하거늘..."

"......"

"전 문도들은 저기 있는 가까 무향철화를 죽여랏!" 

마침내 승기를 잡은 이자군의 입에서 마침내 득의만만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문도들은 이자군의 명령에 누구하나 일어서지 않은체 망설이고 있었으니...

오십년만에 환생한 열화문의 자랑 소원원을 어찌 공격할수 있단 말인가?

진퇴양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공황에 빠져든것이었다.

이자군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문도들을 보고 손에든 화염신장을 흔들며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화염신장의 명을 거역할 생각이냐! 빨리 공격하랏!"

"흐윽~~1 무향철화님..."

"크윽! 소문주님..."

"문주님! 요, 용서를..."

이자군의 재촉에 문도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상대가 소원원이자만 화염신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수 없었으니...

그것은 곧 열화문의 문도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 비관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예설향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소원원의 표정은 너무나 달랐다.

자신을 죽이려하는 문도들의 행동에 비운을 느껴서인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으니...

"아~~~! 여러분들, 너무나 고마워요... 진정한 열화문도들..."

참을수없는 격정의 눈물을 흘리며 혼자 지껄이는 소원원.

그, 그럼 소원원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란...?

그러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문도들의 배신감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열화문의 신물인 화염신장의 명에 따라 하기싫은 일을 하는 문도들의 충정에 대한 감격의 눈물이었고...

열화문의 연무장은 졸지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자신들의 자랑인 소원원을 죽이기위해 앞으로 나가는 문도들의 눈물과 섞여...

"오늘, 나 소원원이 보여주겠어요. 열화문이 결코 호락호락한 문파가 아니라는 것을..."

소원원은 입술을 깨물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들었는데...

소원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접근하던 문도들의 시선이 그 물건에 쏠린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순간, 수많은 문도들의 움직임이 멎은 것도 잠시...

문도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며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 화. 룡. 옥. 환..."

"화룡옥환이닷~~~!"

누구라도 할것없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어떤 이들은 기쁨에 겨워 끌어안은체 춤까지 추고 있었으니...

화룡옥환.

화염신장과 더불어 열화문의 이대신물중 하나.

화염신장이 열화문을 모든 것을 관장할수 있는 문주의 상징이라면,

화룡옥환은 막강한 화염신장의 권위와 동등해질수 있는 단 하나의 신물이었으니...

열화문.

중원에서 화기를 다루는데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막강한 집단.

해서, 그들은 열화문이 악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화룡옥환이었다.

만약 화염신장과 화룡옥환이 동시에 나타났을 경우,

모든 열화문의 문도들은 한쪽을 선택함으로써 최악의 사태를 막을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대문주를 죽여야하는 절대절명의 순간.

소원원이 화룡옥환을 꺼내들었으니...

열화문의 문도들이 환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모든 것이 성공하려던 참이었는데..."

연단에 서 있던 이자군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색되었다.

같이 있던 가연홍일행도 이자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연홍! 일이 어렵게 되었으니 일단 자리를 피합시다."

"흥! 이자군. 누가 너같은 놈과 같이 간다고 했느냐!"

"여, 연홍~~~ 그게 무슨 말...?"

"그래도 눈치는 있는줄 알았더니..."

"연홍~! 내, 내가 연홍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제발...!!!"

"퇘엣! 노력~!? 그동안 허약한 너놈의 비위를 맞추려고 연극 한것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

가연홍은 싸늘한 눈초리로 이자군을 쳐다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여보! 더 늦기전에 저놈을 처리하고 자리를 뜹시다."

"아니~! 여보라니? 그럼 연홍이가 당신의 부인~~!??"

"호호~~ 그렇다. 이 멍청한 놈... 에잇~!"

"안, 않돼애~~ 컥!"

이자군은 공포와 불신이 가득 담긴 눈빛을 한체 가연홍이 휘두른 장력을 맞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자군.

요부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부인을 버리고 열화문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던 간악한 인간.

그런 그자는 마침내 자신의 애인이던 요부에게 허망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가연홍은 눈깜짝하지 않은체 이자군이 들고 있던 화염신장을 뺏어 먼저 떠난 네사람의 뒤를 쫒아

경공을 펼쳤다.

한데, 그순간.

"악독한 요녀! 목숨을 내 놓아랏! 염라제마자앙~!"

쒸이익~~~

연무장의 북쪽에 있던 호천웅이 도망가는 가연홍을 향해 장풍을 쏘아넣었다.

"아아악! 내, 내팔~~~!"

가연홍은 등뒤로 강맹한 강기가 쏟아오는 걸 느끼고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었으니...

화염신장을 들고 있던 오른팔이 염라제마장에 잿더미로 화했고,

가연홍은 비명과 함께 바닦에 나뒹굴다 벌떡 일어서 앞으로 쏘아가며 울부짖었다.

"이, 이놈! 이 원수는 꼬옥 값겠다!"

가연홍일당이 떠난 열화문은 무향철화 소원원에 의해 일사불난하게 정돈되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입구에는 착화탄을 매설하고,

육연장총으로 무장한 수많은 사람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었다.

또한,

중간에는 굉천뢰를 쏠수있는 화포가 일렬로 포진하고,

마지막으로 소원원의 필작인 십자광포가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는 막강한 진영이 완성되었으니...

호천웅과 예설향은 모든 것을 거침없이 지휘하는 소원원에 대해 감탄을 보내지 않을수 없었다.

열화문을 이끌어가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통솔력과 지략.

그것은 왠만한 경륜을 가지지 않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소원원이 얼마나 위대한 여인인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었다.

열화문의 진영이 완성된지 삼일째 되는날.

마침내 도망간 가연홍일당이 열화문으로 쳐들어왔다.

족히 잡아도 이천명은 넘을거같은 거대한 무인들.

그들은 모두 복면을 하고 있었지만 눈에서 쏘아져나오는 안광만으로도 일류고수들임을 쉽게 알수

있었으니...

열화대첩.

후일 세인들의 입에 회자될 치열한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연홍일행이 몰고온 복면인들은 열화문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착화탄에 의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냈고,

숨쉴틈없이 품어내는 육연장총과 굉천뢰에 의해 전력의 삼분의 일을 잃어야했다.

또한,

소원원이 만든 회심의 역작.

십자광포에 의해 가연홍일당의 수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복면인들도 무림고수들답게 만만치않았으니...

열화문의 동쪽진지가 복면인들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것이었다.

일방적인 도살.

육연장총으로 무장된 열화문도들은 무예를 조금도 모르는 일반인들.

고강한 무예를 지닌 복면인들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에서 그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열화문은 점점 위기에 빠져들었다.

등전등화!

사기가 오른 복면인들에게 열화문이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로 변해가고 있었으니...

그때,

두명의 인영이 복면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예설향과 호천웅.

소원원의 옆에서 사태를 관망하던 두 조손이 마침내 전투에 나선 것이었다.

다정전모 예설향.

환우삼모중 한명인 그녀의 호에 왜 전모라는 것이 들어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으니...

갸날픈 몸이 적들사이를 누비며 옥수가 휘둘러질때마다 주위에 있던 복면인들은 이 세상사람들이

아니었다.

호천웅.

무흔천보를 밟으며 복면인들을 차례로 처지해가는 모습이란...

13세의 어린 소년이라곤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가공한 무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두명의 초극고수.

그들이 전투에 가담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뛰어난 무공을 펼치는 두사람뿐만 아니라 우왕좌왕하던 열화문의 문도들도 소원원의 지시에 따라 

전열을 정비하고 복면인들을 몰아부쳤으니...

복면인들은 결국 모든 전의를 상실한체 도주하고 말았다.

대승!

이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열화문에 비해 이천명의 복면인중 살아서 패주한 수는 백여명이 넘지 

않았으니...

만 하루동안 벌어진 열화전투가 끝난후,

소원원은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체 빠르게 뒷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착화탄을 다시 매설하고,

부서진 진지를 고치며 육연장총으로 무장한 문도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등...

혹시 있을지 모를 복면인들의 재침공에 대비해 진열을 정비했다.

팽팽하게 긴장된 순간들이 지나가고 삼일째 되는 날.

소원원은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일주일간의 휴식과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열화문의 연무장.

수도 헤아리지 못할 많은 문도들이 모여들어 연단위를 쳐다보았다.

맨 중앙.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늘씬한 몸매를 소유한 중년부인.

새로 열화문을 이끌고 있는 무향철화 소원원이었다.

소원원뒤로는 열명의 열화문 참모들이 서 있고,

연단의 서쪽.

예설향과 호천웅조손이 부드러운 눈길로 연단의 중앙을 쳐다보고 있었다.

연무장에 거의 모든 문도들이 모인 시점.

소원원이 앞으로 나서자 문도들이 일제히 목례를 올렸다.

"며칠동안 벌어진 변고와 전투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냈습니다!"

"와~~~ 문주님 만세!"

"열화문 만세!"

간결하지만 힘찬 소원원의 말.

그것은 연무장을 가득 메운 문도들을 휘어잡는 힘이 실려있었고, 문도들 입에선 우렁찬 함성이 

튀어나왔다.

"이번 시련으로 우리는 월방이를 비롯한 많은 동료들을 잃었지만 값진 소득도 얻었습니다. 바로

우리 열화문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어떤 무림방파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것입니다!"

소원원의 말에 문도들은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며 시선을 연단에서 떼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승리에 도취되어 생활한순 없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강한 열화문을 만들기위해

우리는 노력해야하고 나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과 생활할것입니다."

"와~~~ 무향철화님 만세!"

"와아~~~"

"자아~, 조용히!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할말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두분은 열화문이 위기에 있을때

커다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해서 나는 그 보답으로 여기있는 한분께 화룡옥환을 맏기려고합니다."

"......"

열화문도들은 갑작스런 소원원의 말에 쥐죽은듯 고요해졌다.

소원원은 고개를 돌려 예설향을 거쳐 호천웅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호천웅은 마음이 크게 동요되기 시작했다.

소원원의 눈빛.

그것은 은인을 보는 감사의 빛뿐 아니라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유혹이 담겨있다는 느낌이었으니...

호천웅은 고개를 숙였다.

저 고귀하고 아름다운 중년여인이 어찌 자신처럼 어린아이에게...

하지만,

호천웅은 자신의 느낌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한가닥 미련은 놓지 못했다.

부질없는 일인줄 알지만 소원원의 존재가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호천웅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본 소원원의 눈에 순간적으로 묘한 광채가 스쳐지나간것도 잠시,

문도들을 향해 얼굴을 돌린 소원원의 손이 올라갔다.

"비록 사정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이분들의 정체를 말할수는 없지만 본녀가 두분의 신원을 보증하겠으며,

바로 여기있는 소공자에게 화룡옥환을 맏기겠습니다."

"와~! 문주님 만세!"

"열화문 만세! 소협 만세!"

"열화문 만세! 무향철화님 만세~!"

열화문 문도들은 소원원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두 손을 들고 열렬히 환호했다.

호천웅은 소원원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강호의 경험이나 연륜으로보아 당연히 할머니가 받아야하는데 왜 자신에게...?

호천웅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이,

어느새 소원원이 다가와 호천웅앞에 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호공자, 이렇게 하는것이 나이많은 사람으로써 너무 당돌한 일이지 모르지만 옥환은 공자에 대한 나의 

마음이예요. 이런 내가 추하다고 생각하면 받지않아도 돼요!"

"무, 문주님. 당치도 않으십니다... 문주님은 너무나 아름다우신걸요."

"고, 고마워요...!"

순간, 

마치 어린아이처럼 소원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며 재빨리 화룡옥환을 건넸다.

그날밤.

열화문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하연이 벌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거나하게 취한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의사청에는 세명만이 남았다.

"다시 한번 두 분의 도움에 감사드려요."

"됐어요, 언니. 자꾸 그러면 우리가 쑥스러워지잖아요..."

예설향은 소원원을 향해 눈을 흘겼다.

그 순간,

호천웅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 할머니! 문주님보고 언니라뇨?"

"아~~ 내가 너에게 이야기를 않했구나. 너가 무덤동굴에서 나간후 우리는 의자매가 되기로 했단다."

"뭐, 뭐라고요?"

"녀석, 놀랄만도 하지... 하지만 사실이란다. 그렇죠, 언니?"

"그, 그것은 사실이지만..."

소원원은 평상시답지않게 말을 더듬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떠올렸다.

무덤동굴에서와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무공에 남성의 매력이 철철넘치는 호천웅을 알게되었으니...

하지만,

예설향은 아무것도 모르는듯 망설임이 없었다.

"언니도... 천웅이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요... 내 말이라면 다 따르니까... 그지, 천웅아!"

"예, 예. 할머니... 하지만, 문주님이..."

"녀석. 문주님이 뭐야! 할머니라니까...! 어서 예를 드리지 않고 뭐해!"

예설향은 손자를 보며 다그쳤다.

호천웅은 잠시 머뭇거리다 단호한 할머니의 모습에 체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 원원 할머니... 소자가 인사드리겠습니다."

"호, 호공자... 이러면...!"

"언니, 앉아요... 이제 천웅이는 언니의 손자인걸요..."

"으음~~~"

예설향의 권유에 소원원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호천웅의 절을 받았다.

"호호~~ 이제 됐어요, 언니... 연회를 주최하느라 많이 피곤할테니 이제 그만 쉬세요."

"그, 그래요..."

소원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가는 예설향과 호천웅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예설향과 호천웅의 모습이 사라지자 소원원은 마침내 가볍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의사청에서 빠져나온 예설향과 호천웅은 한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시무룩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손자의 모습을 슬쩍슬쩍 쳐다보던 예설향이 마침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천웅아, 내가 야속하지?"

"하, 할머니...!"

"나도 안다, 너가 원원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

"처음에는 원원언니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사랑하고 있지?"

호천웅은 조용한 목소리를 말하는 할머니에게 반박을 못한체 얼굴만 붉어졌다.

"녀석도...! 원원언니가 너의 어떤 모습이 좋아 화룡옥환을 주었는지 모르겠구나!"

"할머니...! 화룡옥환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나요?"

호천웅은 난데없는 할머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너 화룡옥환에 담긴 의미도 모른체 원원언니에게 받은것이냐?"

"예."

"이런...!"

예설향은 어이없는 얼굴로 손자를 쳐다보곤 말을 이었다.

화룡옥환.

열화문주의 상징인 화염신장이 악의 손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하여 만든 열화방 이대 신물중 하나.

하지만,

화룡옥환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었으니...

열화문에서 화염신장과 화룡옥환은 한사람이 가지고 있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해서 보통 화룡옥환은 열화문의 최고 원로에게 주어졌으나,

가끔 열화문도이외의 사람에게 전해질때도 있었는데...

바로 그런 대부분은 문주의 배우자될 사람에게 화룡옥환이 건네졌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호천웅.

그는 머리가 확 깨는것을 느꼈다.

눈빛 및 행동속에서 자신에 대한 애정을 어느정도 눈치해고 있었지만,

화룡옥환을 줌으로써 이미 마음을 전한 것이었으니...

호천웅은 자신도 모르게 화룡옥환을 쓰다듬으며 난생 처음 할머니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소문주님을 할머니로 만든 사실때문에...

"녀석아,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라... 모든 것은 너와 원원언니를 위해 한 일이니..."

"......!?"

"너도 생각해봐라, 원원언니가 누구인지를...? 너가 나이 및 신분차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것이며 무림에서 추방할것이다..."

"......"

호천웅은 할머니의 날카로운 지적에 뭐라고 대꾸할수가 없었다.

원원할머니는 열화문을 이끌어야하고 자신 또한 가문의 원수를 갚기위해 무림을 떠날수 없었으므로...

"천웅아~ 하지만 너무 상심마라! 남녀의 일이란 인위적으로 끊을수 없는 것. 내가 너한테 원원언니를

의할머니로 부르게 한것은 행동을 조심한란 뜻뿐이란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뜻도 모르고..."

"녀석~! 나는 너가 자랑스럽구나. 원원언니가 반할 정도로 멋진 사내가 되어..."

"하, 할머니~~"

"호호! 부끄러워하긴... 하지만 한가지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말씀해주십시요?"

"너의 여자는 꼭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원원언니에게서 보듯 앞으로 너에게는 많은 여자들이

따를 것이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하고, 만약 너가 책임져야할 여자가 생기면 끝까지 돌보아라.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이 할머니가 처리해주마, 알았지?"

"예~~ 고마워요, 할머니..."

예설향은 공손히 대답하는 손자의 넓은 등을 손으로 다독거렸다.

하지만,

예설향의 얼굴에 감도는 착잡한 표정이란 무슨 이유인가...?

호천웅이 소원원에게 화룡옥환을 받은 날로부터 이틀후,

예설향과 호천웅은 떠날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열화문의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고,

무엇보다도 소원원과의 관계가 서먹해진것이었으니...

"할머니! 원원할머니에게 가서 말씀드렸어요?"

"그래! 봅시 서운해하시더구나!"

"그러시죠..."

호천웅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

그것은 서운함과 괴로움이 뒤섞인 것이었으니...

예설향은 잠시 망설이다 손자에게 말했다.

"원원언니가 너에게 할이야기가 있다는구나. 지금 찾아가됩거라..."

"나에게요? 알겠습니다."

호천웅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원원할머니가 있는 처소로 걸음을 옮겼다.

열화문의 문주처소.

"할머니! 저 천웅입니다."

"드, 들어오너라..."

호천웅은 의할머니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열화문을 처음방문했을때.

네명의 남녀가 질펀한 정사를 벌이던 장면이 문득 떠올라 호천웅의 얼굴이 빨개졌다.

다행히 방한가운데 있는 비단금침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외의 것은 변한게 없었다.

호천웅은 조용히 문을 닫고 한쪽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의할머니앞에 무릅을 꿇었다.

무덤동굴에서 화독을 치료한 이후론 처음으로 맞는 의할머니와 둘만이 있는 시간.

또한,

언제보아도 아름답고 기품있는 얼굴에 은은히 풍기는 중년여인의 강한 향기.

호천웅은 정신이 혼미해지며 강한 성욕이 일어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비록 강제적으로 맺어진 것이지만 어찌되었던 의할머니가 아닌가?

감시 정신을 가다듬은 호천웅은 의할머니에게 공손히 말을 건넸다.

"할머니! 저를 보자고 하셨어요."

"으응..."

소원원은 짧게 대답을 하고 잠시 뜸을 들인후 입을 열었다.

"설향동생에게 들으니 내일 떠난다고...?"

"예."

"그래, 어차피 떠나야겠지..."

"죄송합니다. 좀더 오래동안 할머니곁에 있어야하는데..."

"녀석~~~ 이제보니 말은 청산유수구나..."

"아, 아닙니다. 할머니, 절대 그런 뜻이... 제가 할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

호천웅은 급히 의할머니에게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온 고백...

호천웅은 어쩔줄몰라하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소원원은 의손자의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날것같았지만 내색을 하지않으려 노력했다.

"녀석! 나이 든 내가 뭐가 좋아!"

"하, 할머니...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호천웅은 잠시 말을 끊었다.

이미 엎지러진 물...

이제는 더이상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는 전혀 늙지 않았어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젊고 아름다운것요."

"처, 천웅아~ 고맙구나, 너가 그렇게 말해주어서..."

"사실인걸요. 한데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여..."

"그, 그것은..."

소원원은 잠시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심을 굳힌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이런 말하기는 정말 부끄럽다만... 여, 열화문을 위해 아이 한명만 만들어다오..."

"옛!"

의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너무나 의외의 말.

호천웅은 충격에 고개를 벌떡 쳐들었다.

소원원은 차마 의손자의 얼굴을 직시하지 못한체 고개를 숙였다.

"열화문은 내가 죽으면 대가 끊기잖니? 그, 그래서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란다..."

"하아! 할머니도... 좋아요. 만약 내 아이가 태어난다면 할머니에게 보낼께요..."

호천웅은 별거아니라는듯 웃으며 의할머니에게 말했다.

순간,

잠시 머뭇거리던 소원원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처, 천웅아... 내,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지, 직접 아기를 낳고 싶어서..."

"하, 할머니..."

호천웅은 뒷통수를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것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의할머니의 입에서 터져나온 직설적인 표현 및 요구.

무림의 여인이 아무리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적극적이다지만...

호천웅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한체 멍하니 의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여, 역시 놀라는 것을 보니 않되겠는 모양이구나..."

"......"

"됐다. 천웅아~ 지금 말은 없었던 것로 하자."

"자, 잠깐! 할머니!"

호천웅은 급히 시무룩한 얼굴로 힘없이 말하는 의할머니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두 손을 뻗어 의할머니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지, 진정이세요! 할머니가 저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말!"

"처, 천웅아~!"

소원원은 격동에 찬 의손자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의손자의 눈.

그곳에는 흥분과 희열의 빛이 가득 뿜어지고 있었으니...

소원원은 가슴이 터져나갈것같은 환희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할머니~~~!"

와락!

호천웅은 격정을 참지 못하고 의할머니의 갸녀린 몸을 꼭 끌어안았다.

그 순간,

소원원의 몸이 의손자의 넓은 품에 휩싸이고...

호천웅은 가볍게 떨고있는 의할머니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제, 제가 꼬옥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릴께요..."

"고, 고맙구나..."

소원원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했다.

호천웅은 의할머니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조금전 대담한 고백을 한 용기는 어디갔는지 두눈을 감은 소원원의 얼굴.

너무나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성숙한 여인의 체취가 물씬 묻어났으니...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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