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음모, 음모, 음모
휘이잉~~~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동굴.
음습한 습기에 섞여 진득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한줄기 강한 기운이 있었으니...
마기.
그것은 바로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강한 마기였다.
몇개의 야광주만이 주위를 은은히 비추는 동굴안.
네명의 복면인물들이 동서남북의 다섯방위를 점유한체 정좌해 있는데...
동쪽의 인물.
빨갰다.
뚱뚱한 체격을 감싼 시뻘건 옷과 눈에서 뿜어나오는 피빛 안광은 마치 혈귀를 연상시켰으니...
서쪽의 인물.
파랫다.
호리호리한 몸매를 감싼 새파란 장삼과 시퍼런 안광은 마치 시체를 연상시켰으니...
북쪽의 인물.
하앴다.
육척에 달하는 커다란 덩치를 가린 새하얀 백의에 얼음처럼 차가운 안광은 설인을 연상시켰으니...
남쪽의 인물.
검었다.
난장이를 연상시킬정도로 작은 키를 뒤덮은 흑포에 칙칙한 안광은 사신을 연상시켰으니...
너무나 섬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괴기한 사인.
한데,
그들의 눈빛은 모두 중앙을 향해 몰려있는게 아닌가?
그곳에는 아무도 없거늘..!.
하지만,
아니었다.
동굴의 중앙.
희뿌연 안개속에 흐릿한 사람의 인영이 어른거리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그 인영이 눈을 뜬 순간,
감히 직시하지 못할 정도로 폭사되어 나오는 강한 마기...!
아~~~
천하에 누가 있어 이토록 강력한 마기를 뿜어낼수 있단 말인가?
눈을 뜬 중앙의 괴인은 사방을 차례로 훑어보다 남쪽의 인물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남전주! 열화문의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는데...사실이오?"
"바, 방주님...!"
남쪽의 흑의인은 괴인의 추궁에 몸을 부르르 떨며 급히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렸다.
"열화문이 본방의 무림제패에 얼마나 중요한 곳이라고 누차 이야기했거늘... 어찌 된것인지 소상히
이야기해보시오."
작지만 거역하지 못할 힘이 담겨있는 음성.
남전주라 불린 인물은 두려움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열화문에서 있었던 모든 사건을...
남전주의 말을 다 듣고 난 방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남전주~! 왜 당신이 직접 가지 않았소?"
"저, 저는 그 당시에 수라귀문의 잔당들을 소탕하러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천명의 부하면
충분히 열화문을 손에 넣을줄 생각했습니다."
"한심하구료. 소원원이 버젖히 살아 열화문을 이끄는데 그렇게 쉽게 생각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방주님... 하지만, 그 두년놈만 없었더라도 열화문을 정복했을겁니다."
"닥치시오! 실패엔 어떠한 변명도 필요없소!"
"바, 방주님!"
방주의 추궁에 남전주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방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동안 남전주를 쏘아보았다.
"흥! 좋소. 그동안 수라귀문을 제거한 공도 있고 하니 목숨은 살려주겠소. 하지만, 실패한 일은
용서못하니 알아서 대가를 치루시오!"
"가, 감사합니다..."
남전주는 방주의 말에 몇번이나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눈하나 깜짝하지않은체 자신의 왼팔을 자르는 것이었으니...
방주는 잠시 남전주의 행동을 보곤 눈빛을 동쪽에 있는 혈의 복면인에게 돌렸다.
"동전주?"
"예. 방주님!"
"열화문에 있던 어린 놈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허어! 동전주가 실패한 이부의 작전때 방해했던 놈이 아니냐는 거요?"
"아~~ 맞습니다. 그때 나타났던 놈하고 같은거 같습니다."
"쯧쯧~~~! 꼬마놈한테 두번이나 당하다니... 그냥두면 않되겠소!"
"아, 알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꼬마놈을 없애버리겠습니다."
"동방주! 어리석은 소리하지 마시오... 우리는 아직 모습을 보일때가 아니거늘..."
"죄송합니다. 방주님께서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시면 하명해주십시요."
"내 생각에는 은자천을 이용하고 싶은데..."
"옛. 은자천을....!"
사방에 있던 네명의 복면인들은 깜짝 놀랐다.
은자천.
돈만주면 무슨 일이라도 헤치우는 밤의 추종자들....
방주의 말은 그 은자천에 청부를 하겠다는 말인데...
잠시후,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주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견이 없는 것을 보니 남전주는 내 말대로 시행하시오."
"예. 방주님."
남전주는 공손히 대답했다.
스스로 자른 팔에서 흘러내리던 피는 이미 멎은 후였다.
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전주! 만보장의 일은 어떻게 되었소?"
"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행이소. 하지만 조심하시오... 천년사혈에서도 만보장을 얻기위해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첩보가 있으니..."
"명심하겠습니다. 방주님."
"크크~ 서전주가 그렇게 자신감을 보이니 마음은 놓이오..."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방주의 입에서 끈끈한 마기가 서린 웃음이 새어나왔다.
한칸의 석실.
장식품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어찌보면 황랑하기까지 한 밀폐된 공간.
그 석실중앙에 한명의 인영이 가부좌를 튼체 앉아있었다.
목까지 내려오는 긴수엄이 인상적인 50대 초반의 인물.
마치 죽은 사람처럼 조그만 미동도 없이 운공조식에 몸두해 있는데...
어느 순간,
새파란 기운이 머리끝 백회혈에서부터 서서히 뿜어져나오며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었으니...
약 일다경쯤 지났을까?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석실내에 뒤덮힌 새파란 기운이 서서히 인영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잠시후,
새파란 기가 모두 사라짐과 동시에 떠진 인영의 눈.
아~~~
그것이 어찌 사람의 눈이란 말인가?
검은 동공뿐 아니라 흰자위까지 모두 투명할뿐아니라,
그속에서 뿜어져나오는 안광이란...?
보는 것만으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할 만큼 강렬할뿐만아니라 짙은 사기까지 동반하고 있었으니...
인영은 잠시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인영의 눈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으니...
스윽~~~
인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흔, 내가 폐관에 든 일년간의 일을 보고해라."
"예. 주인님!"
인영의 물음에 텅빈 공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으니...
등골이 오싹끼치는 광경.
하지만,
인영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허공에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호오~ 내가 폐관했던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지!"
"예."
"그렇다면 이부와 열화문의 일에 관여했던 애송이의 내력은?"
"죄송합니다만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음~ 알았다. 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리니 신상을 파악하는데 최선을 다해라."
"예."
"그리고, 만보장의 일도 각별히 신경쓰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흐음~ 일년만인가? 바깥공기를 마시는게..."
실체가 없는 허흔이란 사람에게 모든 보고를 받은 인영은 서쪽벽을 향해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으으응~~~
인영이 막 서쪽벽에 도달하는 순간,
벽이 통째로 열리며 환한 빛이 석실로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산중턱에 위치한 허름한 산신당.
한명의 인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신당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니...
"여기다. 추진아..."
괴인영이 막 신당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한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괴인영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헤어진 지붕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여인.
가름한 얼굴에 선명한 이목구비가 어디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미색이지만,
눈가에 지기 시작한 잔주름이 40세를 훨씬 넘긴 중년임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헐렁한 장포의 한가운데가 눈에 띠게 튀어나온 모습은 많은 나이임에도 홀몸이 아닌것을 알게
해 주었는데...
"어머니!"
괴인영은 중년여인을 보곤 반갑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왔다.
한데,
두 사람의 호칭.
그것은 바로 두사람이 모자지간이란것을 말해주는 것이었으니...
어찌 모자가 이렇게 외진 산신당에 그것도 야밤에 만난다는 말인가?
너무나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오래기다렸죠?"
"아니... 나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어."
두 손을 마주잡고 한동안 재회의 기쁨을 나눈 두 모자는 자리에 앉았다.
"제가 어머니를 편히 모셔야하는데, 미안해요."
"괜찮다. 모든 것이 우리 독천문의 재건을 위한 일이니..."
중년여인은 아들의 말에 대견한듯 미소를 띠었다.
그런데,
독천문이라니...
독천문.
악독한 독과 기괴한 역용술로 숱한 인명을 해친 악의 집단.
하지만,
십년전 악행을 보다못한 정파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알려져 있거늘...
그런 독천문이 중년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니...
그랬다.
두 모자는 당시 독천문의 안주인과 소문주였다.
독미요 표은하.
뛰어난 미모와 색기로 남편몰래 수많은 남자들을 침실로 끌어들인 요녀이며,
자신과 육체관계를 맺은 남자들은 비밀을 지키기위해 무참히 죽인 독부.
그녀는 독천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당시에도 외간남자와 정사를 벌이러 나간 바람에 화를 모면했던
것이었으니...
표은하의 하나뿐인 아들, 연추진.
그도 엄마에 전혀 뒤지지않는 바람둥이였다.
독천문의 악명과 반반한 얼굴로 수많은 여인들을 능욕한 색마.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라면 사죽을 못쓰던 연추진은 자신의 못된 행실때문에 오히려 화를 피하게
되었으니...
당시 독천문의 총관부인을 겁탈해 임신까지 시킨 사건으로 몸을 피해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했던
것이었다.
독미요 표은하와 연추진.
멸문지화를 피해 목숨을 건지 두 모자가 처음으로 재회한것이 육개월전이었고,
이번이 두번째만남이었다.
"너의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후후~ 잘 되어가고 있어요... 어머니는요?"
"호호호~~~ 나의 배를 보면 모르겠니?"
표은하는 살짝 홍조를 띠며 자신의 아랫배를 가리켰다.
연추진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띠다 엄마의 볼록한 배를 보곤 모든 것을 이해했다
"흐흐~~ 역시 어머니야..."
연추진은 엄마를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고,
표은하도 홍조를 띤체 아들을 따라 같이 미소를 띠었으니...
보통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두 모자의 행동.
아무리 멸문당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위해서라지만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는 표은하와 그런 엄마의
임신을 알고 기뻐하는 연추진의 행위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지만,
기가막힐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는 두 모자의 몸짖.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자간의 몸짖이라곤 생각할수 없었다.
엄마를 보며 웃는 연추진의 눈빛은 아쉬움과 뜨거운 욕정이 가득했고,
붉게 물든 표은하의 얼굴에서는 짙은 색향이 가득 풍겨나오는 것이었으니...
"아이~~ 그런 눈으로 보지마!"
"크크큭! 어머니가 너무 예뻐서요..."
"호호~ 못하는 소리가 없어... 오십이 되가는데..."
"히~~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내가 나이든 여자를 특히 좋아하는걸..."
"호호호~ 내가 임신을 했는데도..."
"쯥! 그것은 아쉬워요."
"으응~! 뭐가~!?"
"후후후~ 어머니가 다른 남자의 아기를 가져서..."
"어멋! 너, 너무해...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호호호호...."
표은하는 아들을 쬐려보며 웃음을 웃었지만 전혀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을 더욱 꼬는 것이었으니...
엄마의 야릇한 몸짓을 쳐다보는 연추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슬쩍 엄마의 손을 잡아갔다.
"어머니~!"
"안, 않돼! 우리는..."
"휴으~~ 아, 알았어요..."
요염한 몸짓을 보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엄마를 쳐다보던 연추진은 한숨을 쉬며 손을 놓았다.
다른 여자였으면 강제로 범했을텐데 친엄마였으니...
"호호~~ 그래야지. 엄마말을 잘들어야 착한 아들이지..."
"나는 착한 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참어! 남자는 참을땐 참아야지 나중에 좋은 일이 있는거야..."
"알았어요. 한데 아기의 아빠는 누구예요?"
"호호~ 나중에 이야기해줄께..."
"에이~ 또야?"
"어머! 그러는 너는? 엄마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됐어요. 어머니나 나나 아직은 이야기할 때가 아닌거 같으니까..."
"녀석~!. 자 이제 그만 일어서자!"
표은하는 약간 뾰루퉁해진 아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연추진의 얼굴이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촉촉히 젖은 엄마의 손과 코속으로 가득 들어오는 무르익은 여체의 향기...
연추진은 또다시 뜨거운 욕정이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체 은근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우리 일이 끝나면 내가 모셔도 돼죠?"
"호호~ 그것은 모든 일이 제대로 된 다음에 생각하자...!"
표은하는 야릇한 웃음과 함께 아들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제서야 연추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세 군데의 은밀한 곳에서 물씬물씬 풍겨나오는 음모.
암중으로 치열한 세력다툼속에 있던 강호는 서서히 격량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