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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목구멍 깊숙이 (1/12)

 제 1장 목구멍 깊숙이

        

  

  문을 열어주는 교수부인  민혜영에게서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한준호는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그녀로부터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 부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는 에로틱한 이국적인 정서-

  

  아니, 그런 정서는 그녀와 처음 통화를  할 때 이미 감지되었던 것 같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배어 있는 성적인 욕망 같은 것-

  

  그는 짙은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향수 냄새에 약하다는 편이 더 옳을까? 짙은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 옆에 한 동안 앉아  있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그러나 민헤영이 연출하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그녀가 사용하는 짙은 향수는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는 이제 그런  대로 그녀의 향수  냄새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민혜영 뒤에서, 그녀의 친구 오정애가 다소곳이 서  있다가. 하얀 치열을 조금  드러내 보이고 인사를 한다.  민혜영이 일 미터 칠십의 늘씬한 몸매에 가무잡잡한  피부인데 비해, 그녀는 민혜영보다 많이 작고, 통통하며, 흰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민혜영과 달리 전통적인  동양의 부덕을 지닌 여인 같은 모습이다. 끼리끼리 보이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인데, 그처럼 이질적인 분위기의  두 여자가 여고 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다는 것은 좀 묘한 느낌이 든다.

  

  한준호는 오정애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앞장서서 익숙하게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64평 짜리 아파트의 거실은 그가  사는 32평 짜리 보다  운동장처럼 넓다. 거실의 대형 텔레비전 위에 놓여 있는 액자에서 윤교수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저 남자는 웃을  때 어떤 표정이  될까? 도대체 웃는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근엄한 표정이다.  그런 그의 사진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감시하기라도 하듯 그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은 에로틱한 분위기가 툭툭  흐르는 민혜영과 비교해서 생각할 때 이율배반적이고, 희극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

  

  컴퓨터 앞에는 얌전하게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들처럼  의자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차 한 잔 하시겠어요?"

  

  민혜영이 뒤따라오며 묻는다.

  

  "아닙니다. 방금 마시고 왔습니다."

  

  한준호는 마우스 앞의 오른쪽 의자에  앉으며, 모니터와 본체에 전원을 넣는다.

  

  민혜영이 얼른 왼쪽 의자에 앉았다. 그 바람에 가운데 자리는 자연스럽게 뒤에서 주춤거리고  있던 오정애의 몫이 되었다.

  

  "연습 많이 하셨습니까?"

  

  "대화방에도 들어가 보고 했어요.  젊은애들 버릇없다고 잘못하단 망신당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아줌마라고 인기였어요."

  

  "녀석들이 분위기 제대로 파악했군요."

  

  "그런데 타자 실력이 딸려서 안  되겠어요. 타자 연습 좀더 하고 채팅 해야지."

  

  "채팅 하려면 타자 실력은 기본이죠.  채팅 때문에 타자 연습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아요."

  

  대화는 한준호와 민혜영  사이에서 오가고,  가운데 자리의 오정애는 그냥 다소곳이 앉아있다. 그녀는  본래 말수가 적은 편이다.

  

  "오늘부터 인터넷 하신다고 그랬죠?"

  

  민혜영이 다시 말했다.

  

  "그래 볼까요."

  

  한준호가 일주일에 두 번 씩  이 곳을 방문해 컴퓨터를  가르친 지 두 달쯤 된다. 그 동안 운영체제와 아래아 한글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대강 가르쳤고, 통신도 두어 시간 했다.

  

  "인터넷에 볼만한 그림들이 많다면서요?"

  

  "물론이죠. 김홍도에서  피카소까지 무슨  그림이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림 말고요?"

  

  "그럼 무슨 그림 말씀인가요?  금강산이나 백두산 그림  말씀인가요?"

  

  "아이 선생님. 시치미도 잘 떼시네. 남자들이 좋아하는 그림 말예요. 까르르."

   "남자들이 무슨 그림을 좋아하더라."

   

   한준호는 짐짓 시침을 뗐다.

   

   "선생님 수줍으신가 봐. 얼굴 빨개지시는 거 봐.  까르르 까 르르…"

   

   "…!"

   

   "괜찮아요. 어때요. 우리 그런 그림 먼저 봐요."

   

 한준호는 낭패감이 솟았다. 그가 직장이나 가정으로 방문해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지도 벌서 두 해가 넘었다. 그래서 이제 제법 베테랑이 되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옆에 앉혀 놓고, 다양한 환경 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다 보니 웬만한 상황은 얼마든지  넉살 좋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래도 사정이 고약했다.

   

 물론 인터넷을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러나 그것은 남자들 이야기다.  

             

  또 남자들이라고 해도  체면치레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인터넷 수업 마지막 시간쯤(인터넷이 끝나면 대개 방문 수업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괜찮은 포르노 사이트 몇 군데 가르쳐 주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한준호는, 그것은 시간과 노력의 절약이라는 차원에서 그리 나쁠 것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어차피 그것을 보려고 안달할 것이고, 초보자들이  괜찮은 사이트를 찾아내자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이 처음 인터넷을  시작할 때 겪은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주머니들이, 그것도  인터넷을 시작하자마자 포르노 사이트 먼저 보자고 덤벼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아주머니들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오정애는 여전히 다소곳이 앉아 있고, 지금 포르노 사이트를 보자고 덤비는 것은 교수부인 민혜영이다.   

  

  그녀는 오늘 이상하게 경박하다. 그녀가  평소 연출하는 분위기는 에로틱하면서도, 거기에 기품과 우아함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모 대학의 재단 이사장 외동딸이라는 것과, 학생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덕망  있는 교수의 부인이라는 사실과 일정한 연관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분위기는 오히려 남자에게 더 큰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컴퓨터는 이미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모니터 오른쪽 상단의 작은 네모 상자 안에서는 넷스케이프 로고 위로  유성이 계속 날아들고 있다.

  

  한준호는 인터넷 접속 방법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 초기 메뉴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선생님, 여기서 O양 비디오도 볼 수 있다면서요?"

  

  잠시 잠자코 설명을 듣고 있던 민혜영이 다시 삼천포로  빠진다.

  

  "물론 그 파일을 받아 볼 수는 있지만, 개인용 컴퓨터에서 그런 파일을 받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그 파일 받으려면 밤새도록 통신 연결해 놓고 있어야  돼요. 요즈음은 그 파일이 어디 박혀 있는 지 찾기도 힘들고요."

  

  "선생님 그거 보셨죠?"

  

  "전 그런 쪽으로 별 관심 없습니다."

  

  "시침도 잘 떼시네. 남자들은 그거 못 본 사람은 왕따 당한다는데, 컴퓨터 선생님이 그런 거 안 보면 누가 봐요?"

  

  "윤교수님도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보셨겠네요."

  

  한준호는, 젠장 컴퓨터 선생과 O양 비디오 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며 역습을 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거실에 있는 근엄한 표정의 윤교수 사진이 떠오르고 있다. 그와 민혜영의  섹스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도 잘 상상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야 알 수  있나요. 혼자 어디서  봤을지? 그러니까 나만 왕따 당하고 있는 거죠. 까르르 까르르."

  

  "그럼 제가 시디 하나 구해드릴 테니, 두 분이 분위기 잡고 같이 보세요."

  

  "에이, 우리 그이하고 그런 거 같이 봐야  재미없어요. 선생님처럼 컴퓨터 잘하는 분과 봐야 재미있지."

  

  "…"

  

  한준호는 또 속으로 젠장…  하지 않을 수 없었다. O양  비디오 보는 것과 컴퓨터  잘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오늘은 이 고상한  귀부인에게 완전히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O양 비디오는 다음 시간에 선생님이 시디 가지고 와서 보여주시고요, 오늘은 그림 먼저 봐요."

  

  교수부인 민혜영은 마치, 천진한 아이가  과자라도 사 달라고 조르듯 다시 말했다.

  

  여태껏 다소곳이 앉아  있기만 하던 오정애가 민혜영의  무릎을 툭툭 친다. 그만 푼수 떨라는 의미일 것이었다.

  

  "그런 건 사용법 익혀서 스스로 찾아 보셔야죠."

  

  한준호는 오정애의 태도에 힘입어 말한다.

  

  "에이 재미없다.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셔야죠. 나 그거 보려고 여태까지 컴퓨터 열심히 배웠단  말예요, 까르르 까르르."

  

  한준호는 문득, 좋다 해볼 테면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한테 계속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민망해 하진 마십시오."

  

  "민망해 하긴 우리가 애들이에요."

           

  한준호는 알고 있는 포르노 사이트 가운데 제법 화끈한 것 하나의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힐끗 미소 같은  것이 흐른다. 그는 여러 차례 두 여자와 2+1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의 정사는 늘 셋이 같이 포르노 사이트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었다.  그 상상 속에서의 일이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보는 것이 이번 처음은 아니다. 상상  속 정사의 대상이 민혜영과 오정애 둘에 한정되어 있지만은 않은 것처럼-

  

  그는 수강생 중 분위기 있게 느껴지는 여자들과 대부분 상상 속의 섹스를 즐긴다. 그 중에는  실제의 행위 이상으로 강한 성적 자극을 느끼게 하는 여자도 있고, 물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어느 경우도 그것이 실제 상황으로 발전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본 일이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처음에 호기심에서 보자고 했다가  본격적으로 야한 장면이 뜨면 민망해 해서 닫아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뭔가 그럴듯하게 진행될 여백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적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고, 또 그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요조숙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경우는 제법 돌변변이 같은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여자 쪽에서 먼저 포르노 사이트를 보자고 적극적으로 덤벼든 것부터가 처음이다.

  

  모니터의 화면이 검정색으로 바뀌며 주홍 글씨의  홈페이지 이름과 Sex… Hardcore… 100% Free…  같은 꼬부랑 글씨들이 먼저 꼬물꼬물 나타났다. 그리고 그림이 하나 뜨기 시작했다.

  

  그림은 점점 형태가 분명해졌다.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있는 그림이다.  흑인의 시커먼 페니스는 야구 방망이처럼 우람했다.

  

  한준호는 옆에 앉아 있는 오정애의 표정을 힐끗 살핀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의식한 듯,  모니터를 바라보던 눈길을 얼른 아래로 떨군다. 

  

  민혜영은 관음증에 익숙한 여자처럼 열심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야릇한 미소까지 흘리고 있다.

  

  한준호는 그녀의 태도에 묘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여자들과 포르노 사이트를 보면서 이쪽이 긴장하기는 또 처음이다.

  

  모니터에서는,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물고 있는 그림 아래로 손톱처럼 작은 그림들이 여럿 뜨고 있다.

  

  한준호는 민혜영과 오정애에  대해서 2+1만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했던 것은 아니다. 두 여자를  각각 따로 상상하며 자위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에게 더 큰 자극을 주는 것은 오정애 쪽이다. 다소곳하고 수줍음을 타던 여자가 자신의 훌륭한 연주 솜씨에 힘입어  관능을 폭발시키는 상상은 그에게  더 없이 큰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혜영의 경우도, 우아하고 고상한 여자가 폭발시키는 창녀적인 관능이라는  메뉴는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따금 현실 공간에서 노출시키고 있는 우아함과 고상함에는  이율배반 되는 태도들은, 그의 메뉴의 순도를 상당 수준 약화시키고 있다.

  

  민혜영의 배역이 빛나는 것은 2+1의 경우이다. 그녀의 에로틱한 분위기와 적극적인 역할은 그 쪽에 한결 어울린다. 그는 민혜영과 함께  다소곳하고 수줍은  타는 오정애를  자극해서 관능의 노예로 만들고, 셋이 함께 즐기는 식의 스토리를 전개시킨다. 그것은 그에게 다른 어떤 상상보다도 강한 성애의 쾌감과 자극을 느끼게 한다.

  

  "아이, 야리야리한 그림들이 많은데 너무 작아서 재미없네."

  

  민혜영이, 백인 여자가 흑인 남자의 페니스를 물고 있는 그림 아래의 작은 그림들을 들여다보며 투정하듯 말했다.

  

  "그건 요, 이렇게  그림 위에  마우스 포인터를 갖다  놓고, 마우스 포인터가 손가락 모양으로 변했을 때 왼쪽 단추를  누르면 그림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준호는 그림 하나를 클릭했다.

  

  곧 그림이 확대되어  뜨기 시작한다. 먼저 푸른  색 배경이 나타났다. 모니터가 꽉 찰 만큼 큰 사이즈의 그림이다.

   

  모니터에 뜨고 있는 푸른 배경은 하늘같기도 하고, 또는 바다 같기도 했다. 작은 사진을 제대로  보지 않고 아무거나 클릭한 탓에, 한준호는 이 그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뭐가 이렇게 느려요?"

  

  민혜영이 또 투정했다.

  

  "요즘은 그래도 인터넷이 많이 빨라진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그림 하나 보기 위해 5분쯤 멍청히 모니터 바라보고  있어야 했어요."

  

  엎드려 있는 여자의 머리 부분과  엉덩이가 먼저 드러났다. 그리고 그림 뜨는 속도가 좀더 빨라졌다. 화면이 절반쯤 뜨자 푸른 색 배경이 하늘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하늘은 보다 짙푸른 색과 맞닿아 있었다. 그것은 바다였다.  

  

  곧 모니터를 가득 채우며 그림 전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배 위에서의 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남자가 반듯하게 누워  있고, 여자가 그 위에 식스 나인의  체위로 엎드려 오랄을 하는  사진이다. 이런 종류의 사진치고는 구도가 제법 낭만적이었다.

  

  남자의 성기를 물고 있는 여자는 눈을 지레 감고 황홀경에 빠진 표정이다. 

  

  문득 머쓱하고, 진공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준호는 두 여자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남자의 성기는 굵고 길었다. 여자는 손으로  뿌리를 움켜잡고  있고, 입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귀두 부분뿐인데, 입안이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입과 손 사이에 노출되어 있는 길이도 상당했다.

  

  오랄, 특히 식스 나인은 항상 한준호에게 성적인 갈증을 느끼게 하는 체위이다. 모니터에 떠 있는  여성 상위의 식스 나인은 더 더욱 그러하다. 그의 아내는 그런 체위로 오랄을 해 준 적이 거의 없다.  그가 온갖 서비스에 잔머리(?)까지 굴려 어렵사리 그런 체위로 이끌어 가도,  아내는 야박스럽게 그를 밀어내기 일쑤다.

  

  아니, 여성 상위의 오랄 뿐 아니다. 아내는 오랄 섹스  자체를 불결한 행위나 되는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 결혼 생활 6년째가 되지만 그의 아내는 단  한번도 그에게 만족을 느낄  만큼 오랄을 해 준 적이 없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민혜영의 말이 그의 상념에 팔매질을  했다. 평소 탱글탱글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좀 잠겨 있었다.

  

  "왜요?"

  

  "부인하고 밤마다 이런 그림 보며 기분 내실 거 아녜요?"

  

  "우리 집 사람은 이런 그림 안 봅니다."

  

  한준호는 제풀에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  그가 아내와의 성생활에서 갖는 불만은 오랄 때문만은  아니다. 횟수에 있어서도 불만이다. 그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하기를 원한다. 

  

  건장한 30대 중반의 남자가 원하는  주 2회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지 않는가? 매일은 곤란하겠지만 아내가 하루 걸이로 원한다 해도  그는 기꺼이 응할  의사와 능력과  체력을 겸비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그런 행운(?)과 거리가 멀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도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피곤하다는 것이다. 약사라는 아내의 직업이 옆에서  남들이 보기보다는 피곤한 직업이라는 것은 물로 그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내의 피곤 타령은 섹스를 기피하기 위한 핑계라는 혐의로부터 한준호는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모처럼 일이 이루어져 핥아 주고, 빨아주며 기분을 내려고 하면 빨리 끝내라고 짜증을 내서 김 팍 새게 만든다는 것이 아내의 잠자리  매너다. 아내는 섹스에 대해서 묘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은 그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부러워한다. 또 그녀가 배속처럼  싹싹한 여자라는 말들도 한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서도 그를 부러워한다. 

  

  당연히 그들은 그의 잠자리가 깨가 쏟아질 것이라는 음탕한 상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소리들이다. 섹스에 관한 한 그는 결혼이라는 카드를 잘못 뽑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가 배 속처럼 싹싹한 것은 박카스나 콘돔을 팔 때 이야기이다. 아내가 미인이고,  배 속처럼  싹싹한 탓에  박카스나 콘돔을 사기 위해 자주 들락거리는 얼간이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 또한 뭔가 몰라서 하는 수작들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엘리트 사원이었던 한준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일년 가까이 빈둥거리다 겨우 시작한 일이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라는 것도, 그 속을 까뒤집어 보면 아내와의 섹스에 대한 불만이  잠재의식으로라도 일정한 몫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이, 오늘 선생님 계속 시치미도 잘 떼시네."

  

  민혜영은 남의 속도 모르고 계속 염장을 지르고 있다.

  

  "앞 화면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말입니다, 아무 곳에나 대고 마우스 오른 쪽 단추를 누르세요."

  

  한준호는 민혜영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말했다.

  

  "… 그러면 이렇게 팝업 메뉴가 뜨고, 여기 '뒤로'라는 글자가 보이죠. 그것을 클릭하면 이전 화면으로 되돌아갑니다."

  

  "어머, 쉽네…. 내가 한번 해 볼게요."

  

  민혜영이 몸을 기울이며  오른팔을 뻗어  마우스를 잡는다. 문득 그녀의 향수 냄새가 가깝게 느껴진다.

  

  한준호는 새삼스럽게 오늘 앉아 있는 두 여자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른 때는 항상 민혜영이 그의 옆 자리였고, 그녀를 건너 뛰어 오정애가 앉아 있었다.

  

  모니터는 이미 이전 화면으로 돌아왔고,  민혜영은 작은 사진들 가운데 하나를 클릭했다.

              

  이번에는 작은 그림이었다. 그만큼 뜨는 속도도 빨랐다.  다리를 쩍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의 성기 앞에 남자가  성기를 접근시키고 있는 그림이다.

  

  이번 남자는, 그림이  작은 것처럼 성기의 규모도  별 볼일 없었다. 귀두 부분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마치 립스틱 같다.

  

  "이 그림은 별롤세…. "

  

  민혜영은 화면을 다시 백 시켰다. 그리고 작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피다 하나를 선택해서 클릭했다.

  

  "고만 보자 얘."

  

  오정애가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어때? 선생님 있을 때 제대로 배워 놔야지…. 선생님 가고 나서 혼자 하려면 헷갈려서 헤매게 되잖아."

  

  "…"

  

  한준호는 또 젠장… 하고 생각했다. 이런 것도 배우는 것인가? 그러나 특별히 기분이 언짢을 것은 없었다.

  

  다시 그림이  뜨고 있다.  민혜영이 마음먹고  선택한 것은 2+2의 그룹 섹스 그림이다. 남자 둘의 얼굴과, 치켜올려진 여자들의 다리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여자들의 다리는 남자들의 얼굴을 절반쯤  가리고 있다. 한  여자는 맨 살이고,  다른 한 여자는 검정 스타킹에 흰색 하이힐을 신고 있다.

  

  스타킹과 하이힐이 한준호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 짓을 하면서 왜 스타킹과  하이힐은 벗지 않는 것일까?  O양도 한쪽 발에 검정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고 하던가? 그는 아직 그  비디오를 본 바 없다. 그런 부화뇌동하는 관음증에는 큰 관심이 없는 탓이다.

  

  "이번 그림은 볼만하네."

  

  민혜영이 진지하게, 명화라도  감상하듯 말했다. 그림은  이미 모니터 가득히 떠 있다. 두 여자가 비스듬히 마주 보며 누워 있고, 남자들이 그녀들의 한 쪽 다리를 치켜들고 삽입하고 있는 그림이다. 여자들은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샘을 벌려 보이고 있다. 빨간  매니큐어의 긴 손톱이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

  

  "뭐가 볼만하죠?"

  

  한준호는 이제 제법 뻔뻔해져서 말했다.

  

  "애, 그런데 너 오늘 밤 어떡하니? 이런 그림은 독수공방하는 너 끌어들이지 말고, 선생님하고  나하고 둘이만 봐야하는 건데, 내가 깜박했다 얘. 까르르…"

  

  민혜영은 한준호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오정애를 향해서 말했다.

  

  독수공방…! 

  

  스타킹과 하이힐에  자꾸 신경이  쓰이던 한준호의  생각이 금방 민혜영의 말꼬리로 덤벼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민혜영과 오정애의 표정을 번갈아 살핀다.  민혜영은 생글생글 웃고 있고, 오정애는 굳은 표정을 모니터에 고정시키고 있다. 아니, 시선이 꼭 모니터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민혜영은 그림을 백 시키고, 다시 다른 그림을 클릭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내가 소개한 박교수하고 재혼해. 몇 번 만나봐서 알겠지만 괜찮은 남자잖아. 나이  차가 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자리에선 우리 남편보다 날 거야.  자기 몸 관리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 스포츠 좋아하고, 성격도 활달하고…."

  

  "…"

  

  민혜영이 클릭한 그림이 다시 뜨고 있다. 이번에는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의 2+1 그림이다.

  

  "얘, 남편 교통사고 당해 혼자 됐어요. 벌써 칠년 전 일이예요. 지금 딸 하나 데리고 혼자  살고 있어요. …선생님  이런 거 모르셨죠?"

  

  친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민혜영은 이번에는 한준호에게 말했다.

  

  물론 그것은 한준호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컴퓨터 방문지도 교사라는 것이, 수강생 스스로  밝히는 일 이외에는 그들의 신상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알 기회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오정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민혜영과 여고  동창이라는 것과, 무슨 옷가겐가를  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또  컴퓨터를 배우게 된 것도, 그녀가 꼭 원해서라기 보다 민혜영이 여자 혼자 낮  시간대에 아파트로 남자  선생을 오라고  해서 배우기 부담스러워 들러리로 같이 배우도록 끌어들인  눈치였었다.

  

  모니터에는 민혜영이 새로 클릭한  그림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누워 있는 남자 위에서  한 여자는 말을 거꾸로 올라탄 것처럼 삽입하고 있고, 또 한  여자는 식스 나인 자세로 남자에게 커닐링구스를 시키면서, 자신은  다른 여자가 삽입하고 드러난 남자의 뿌리를 혀로 애무하고 있다.

  

  이번 그림은 앞의 어느 것보다  자극적이었다. 더욱이나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라는 지금 그들의 상황과 같은 2+1 구도 탓일까 야릇한 긴장감마저 팽배하고 있다.

   

  민혜영은 2+1의 그림을 힐끔거리며, 야릇한  긴장감을 짐짓 무시해버리기라도 하듯 계속 수다를 떤다.

  

  "…우리 그이 나가는 학교에 괜찮은 홀아비 교수가  있거든요. 이년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했어요. 나이가 오십  줄이라 연령차는 좀 나지만, 운동 열심히 해서  아직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팽팽해요. 애가  둘인데, 둘 다  대학 다니니까 이제  다 컸고, 얘는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 하나  있어요. 양쪽  합쳐 봐야 셋 밖에 더 되요?  여러 가지 조건이 괜찮다 싶어 소개를 했는데, 얘가  자꾸 망설이는 거예요.  지금 그 쪽은  한참 등이 달아 있고…."

  

  그러다가 그녀는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저 남자 호강하네."

  

  "…"

  

  오정애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불편해 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준호도 응대할 말이 마땅치 않아 잠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죽은 남편한테 미안해서 재혼은 못하겠다나 어쨌다나…. 얘, 네가 그런다고  누가 열녀문 세워 줄 줄 아니? 아니,  요즘 세상에 열녀문이 무슨 소용 있어. 칠 년이나 독수  공방했으면 이제 죽은 남편에 대한 도리는 할만큼 한 거야. 그 남자는 봐라,  부인 죽은 지 겨우 이태 됐는데  재혼하려고 등달아 있잖아. 너도  이제 40 고개 넘어섰어. 더 파삭 늙기 전에 인생을 즐길 건 즐기며 살아야지."

  

  "자아, 그럼 인터넷에서 문서나 그림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민혜영의 장광설이 대강 끝났다 싶었으므로 한준호는 말했다. 그는 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싶었다. 오정애가 많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 더욱 그러했다.  그는 갑자기 그녀와 정서적인 가까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참, 내 정신 좀  봐! 전화 걸 데가 있는데 깜박하고  있었네."

  

  민혜영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럼 빨리 통신 끝내야겠구나."

  

  오정애는 구원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다.  그녀는 이미 마우스를 잡고 통신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처음 접속한 탓에 어떻게 끝내야 하는 것인지 몰라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듯 시선으로 한준호를 바라보았다.

  

  "아니, 괜찮아. 핸드폰 쓰면 돼."

  

  "…"

  

  "저쪽 방에 가서 전화 좀 할께 두 사람이  오붓하게 공부하고 있어."

  

  민혜영은 이미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어의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녀의 뒷모습을 쫓던 한준호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에게 눈을 찡긋했다.

        

  민혜영이 나가버리자, 방은 갑자기 공간의 일부가 증발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증발된 공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미묘한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고만 끝내죠."

  

  말수 적은 오정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외로우시겠어요?"

  

  한준호는 딴전을 부렸다.

  

  "…"

  

  오정애는 시선을 떨궜다.

  

  "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끝내죠."

  

  오정애는 모든 관심이 오르지  인터넷을 끝내는데  있다는 듯 다시 말했다.

  

  "끝내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들이나  마찬가집니다. 파일 메뉴로 들어가 종료  메뉴를 클릭하던가, 아니면  저기 X 표시 있잖습니까? 그걸 누르면 됩니다."

  

  그들은 통신을 끝냈다.  여자는 긴  시험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듯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말입니다…"

  

  한준호는 바탕화면에서 윈도우 탐색기를 실행시켰다.

  

  "인터넷을 서핑하며 방문했던 모든 내용들이  하드디스크에 파일로 저장된다는 사실이죠."

  

  그는 윈도우 탐색기에서 넷스케이프의 캐시 폴더를 찾아 들어갔다. 오른 쪽 창에 수많은 파일들이 나타난다.

  

  "이게 모두 우리가 들렸던 곳들이 파일로 저장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파일 이름이 멋대로 붙어 있어 일일이 열어보기 전에는 내용은 알 수 없지요."

  

  한준호는 파일들을 크기 순으로  정렬했다. 용량이 큰 JPG 파일들이 여럿 위로 올라왔다.

  

  "이게 무슨 그림인가?"

  

  그는 크기가 가장 큰 JPG 파일을 더블 클릭했다.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감칠맛을 내며 뜨던 그림이 이번에는 금방 화면을 가득  채웠다. 바다를 배경으로 배  위에서 식스 나인을 하던 바로 그 그림이다.

  

  "이 그림이 가장 보기 좋지요?"

  

  한준호는 여자가 페니스를 물고 있는 부분에 마우스 포인터를 갖다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 듯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오정애는 시선을 내려 깔며 딴전을 부렸다. 

  .

   한준호는 그 그림을 닫고 바로 아래의 JPG 파일을 더블 클 릭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의  2+1 그림이었다.

   

   "저 나갈래요."

   

   오정애가 몸을 일으켰다.

   

   "그냥 있어요."

   

   그는 얼른 따라 일어서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돌아서서  나가려는 자세에서  어깨를 잡은 것이므로,  그는 자연스럽게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선 모양이 되었다. 

   

  그녀의 육체가 긴장하고 있는 감각이 그대로 그에게 전달된 다. 

   

  그는 잠시 그 긴장감을 즐기다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  곡선을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손은 팔을 미끄러져 내려 와 그녀의  오른손을 깍지끼어 잡았다.

   

  그녀의 몸은 긴장으로 더욱 경직되고 있었다.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어요."

  

  그는 그녀의 상체를 지긋이 당겨 가슴에 밀착시키며 귓가에 속삭였다. 모든 상황은 그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데 놀라움을 느꼈다. 더러 수강생  여자들과 기회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을 제대로 포착해 적극적으로 행동해 본 적은 없었다.

  

  아니, 꼭 한번 적극적인 액션을 시도한 적이 없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결과는 눈에 불이  뻔쩍할 만큼 뺨을 얻어맞는 것으로 일은 끝나고 말았다. 그 악몽이 문득 되살아난다. 

  

  그러나 이제 물러설 수는  없다고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여태껏 그녀는 자위행위  속에서나 그의 관능적인 사랑의 대상이었었다. 지금 현실 공간에서 그 기회가 턱 앞에 다다라 있는 것이다. 그녀가 남편이  없는 자유로운 몸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한층 욕정에 불타게 했다. 

  

  또, 민혜영이 방을 나가며 눈을 찡끗해 보였던 일도 그에게 의미심장한 숙제를 안겨 준 느낌이었다.

  

  "이러지 마세요."

  

  오정애는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강하게  거부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한준호의 입술은 이미  그녀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입술은 꽃을 따라 날아드는 꿀벌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여자의 입에서 작은 탄식 같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한준호의  입술은 그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젖혀진 목덜미로 공격의  포인트를 옮겨왔다.

  

  그는 깍지 끼어 잡고 있는 오정애의 오른손 손바닥에서  촉촉하게 땀이 배어  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왼쪽 어깨에 올려져 있던 손을 가슴 쪽으로 미끄러뜨렸다. 

  

  오정애는 얼른 자유로운 한 손을 올려 그의 손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가슴에서 거부당한 그의 손은 금방 위로 올라 와 그녀의 귓불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이 귀에 닿았을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고개가 더  뒤로 젖혀졌다. 

  

  그의 입은 자연스럽게 목덜미를 거슬러 올라 와 그녀의 오른쪽 귀를 마저  차지해 버렸다. 그가  입술로 귓밥을 가볍게 물자 그녀는 다시 헉- 하고  흐느끼며, 진저리치듯 몸을 떨었다. 그는 혀를 그녀의 귀  안으로 밀어 넣고 커닐링구스 하듯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아 그만요…."

   

  그녀는 마침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우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귀는 그녀에게 매우 민감한 부위인 듯했다.  

  

  한준호는 적의 약점을 간파한 장수처럼 단호하게 공격을 계속했다. 그는 그녀의 귀를 입안 가득 머금은 채 혀와 이를 번갈아 무기로 사용했다.  

  

  오정애는 몸을 뒤틀며 아아  아아 하고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유로운 왼쪽 손을  뒤로 올려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듯 끌어안았다.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금방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고,  입술이 포개졌다.  그들의 입술은 뜨겁게 서로를 탐했다.

  

  휴식을 취하 듯 잠시 오정애의 격정이 느슨해진 틈을 타 한준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로 내려 왔다. 입술은 잠시 목덜미를 배회하던 약점이 간파된 공격 지점을 향해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오정애가 그것을 먼저 알아차리고 취약 지점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듯 입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

    

  이번에는 그들은 부드럽게 입맞췄다. 그가  혀로 입술을 가볍게 핥자 그녀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그의 혀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가  갑자기 그의 혀를 힘껏 빨아들였다. 그  흡입이 너무 강렬해서  그는 혀가 뿌리 채 뽑히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한준호는 충격에 대한 반작용이라도 하듯 오정애의 허리를 힘껏 꺾었다. 오정애는 중심을  잃고 기우등거리다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는다. 한준호도 같이  무너져 내리며 오정애를 방바닥에 쓰러뜨린다.

  

  한준호는 위에서 간단히 오정애를 제압했다. 그는 승리자처럼 자신감에 넘쳐 다시 오정애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만 해요. 그 애 들어보면 어떡해요."

  

  오정애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안 들어옵니다."

  

  "…"

  

  "자리를 비켜 준 것이  친구에 대한 뜨거운 우정의 표시라는 걸 모르시겠어요?"

  

  "…"

  

  오정애는 문득 두  팔로 한준호의 허리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오정애의 하복부가  그의 팽배한 중심을  압박했다. 그는 허리를 움직여 단단한 중심으로 그 곳을 자극했다. 그녀도 곧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그의 자극에 반응했다. 그들의 혀는 뒤엉켜 타액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준호의 손은 새로운  공격 지점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곧 완강한 방어벽에 부딪쳤다.  오정애는 맹렬한 욕망에 들떠 있음에도,  그가 브레지어를 걷어올리는 것조차 거부했다. 더 중요한 지점을 찾아 아래로 내려가던 손도 번번이  거부의 벽에 부딪쳤다.  그녀는 마치,  입맞춤과 옷 위로의  마찰만을 즐기려는  고집쟁이 처녀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한준호는 차츰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러세요? "

  

  그는 참지 못하고 마침내 말했다. 그들의 밀착되어 있던 자세도 풀렸다.

  

  "…"

  

  오정애는 눈을 감고  반듯이 누운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못 참겠어요."

  

  "… 저두요."

  

  한참만에, 그녀는 조그맣게 말했다.

  

  "그런데 왜죠?"

  

  "모르겠어요."

  

  "…"

  

  "미안해요."

  

  "…"

  

  "…남편 이외의 남자와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한준호는 자칫하면 쿡 웃음이 나올 뻔했다. 칠년 전에 죽은 남편이 마치 옆에 살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다니…. 그러다가 그는 연민이 솟았다. 감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핥았다.

  

  이 여자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혀로  그녀의 속눈썹과  눈까풀을 부드럽게  핥았으며 손으로 귓밥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몸이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부드럽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들끓던  욕망은 이상하리만큼, 깊은  바다 속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입술은 잠시 그녀의 입술을 탐하다 목덜미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 왔다. 그리고 손으로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옷 위로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않았다. 옷 위에서의 감촉으로도 그는 그녀의 가슴이 매우 풍만하고 탄력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귀를 향해 입술을 접근시켰다.  깊은 입맞춤과 온몸을 밀착시킨 마찰로 귀가  그녀의 민감한 부분이라는 것을  잠깐 잊게 했었는데, 새삼 그 곳을 애무했을  때 그녀가 보였던 자지러지는 듯한 반응이 뇌리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싫어요… 거긴 싫어요. "

  

  그가 귀를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자, 오정애는 도리질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만만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집요한 공격으로 귀는 타액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으며, 손도 가슴을 어루만지는 동작을 계속했다.

  

  "아아… 싫어요."

  

  그녀는 거부하면서도 도리질하는  동작이 차츰 잠잠해졌다. 그리고 이따금 흐느낌 같은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떨었다. 그의 손은 이제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그녀의 맨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감각은 오르지  귀 언저리로만 집중되어 있어,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동작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준호의  감각은 곤충의  더듬이처럼 오히려  손에 집중되어 있었다. 탄력 있는 가슴이었다. 40대의 여성이  아직도 이런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유두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이미 단단하게 돌기되어 있었다.

  

  한준호는 손바닥에 힘을  넣어 관능의 화신처럼 돌기해  있는 유두를 지긋이 압박했다. 오정애가 갑자기 손을 올려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는 비로소 새로운 자극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귀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다시 입술을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손으로는 여전히  가슴에 대한 사랑을  계속하며…. 그러다가 슬그머니 가슴 쪽으로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오정애는 이제 더 이상 어떤 거부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완고한 성은 비로소 백기를 올린 듯했다. 그가 돌기한 유두를 가볍게 물자 그녀는 진저리치듯 몸을 떨며 신음했다.

  

  항복의 의사를  밝힌 적에게  관대한 점령군의  사령관처럼 한준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손은 이미 적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여유 있게 진군해서 여자의 수줍은 샘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후방에 대한 위무 공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풍만하고 탄력 있는 그녀의  두 젖가슴은 그의 입술에 의해  번갈아 사랑 받으며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그의 손가락이 마침내 점령지의 심장부에  입성했다. 그 곳은 늪처럼 젖어 있었다. 오정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며 신음했다.

  

  늪의 틈입자는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그대로  익사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듯 계속 움직였다. 늪은 금방 관능의 화신으로 달아올라 들끓었고,  여자는 신음했다. 그리고  신음은 다시 새로운 관능으로 늪을 일렁이게 했다.

             

  한준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었다. 그는 언덕의 막바지를 오르고 있는 힘든 느낌이었고, 아직 뭔가 결정적인 행동으로 옮겨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오정애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문득 손을 뻗쳐 한껏 팽창해서 바지를 떠받치고 있는 그의 중심을 꽉 움켜잡은  것이다. 한준호의 감각이 한 순간 그 곳으로 집중되었다.

  

  오정애의 손은 망설이지  않고 다음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러나 그녀의 다음 동작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팽배해 있는 뿌리는 얼른 그녀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준호의 본능은 마침내 고삐가 풀렸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재빨리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 던졌다. 

             

  그가 휙 던진 옷은  컴퓨터 책상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마우스를 건드렸다. 화면 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던 모니터가 본래의 화면으로 돌아오며 그들이 공부(?)하던 2+1의 그림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모든  장애물들로부터 해방된 그의 뿌리는 포신처럼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그 그림을  겨누었다.

  

  한준호는 자신의 뿌리 규모에 그리 자신이 있는 편은  아니다. 남보다 특별히 작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대중탕에  가보면 그보다 규모가  더 볼만한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공연히 으스대며 욕탕 안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팽창했을 때의  규모라면 그는 제법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물건은 평소와 팽창되어 있을 때의 규모 차이가 많이 났다. 아내의 말대로 라면 적어도 두 배는 커지는 것 같았다.

  

  아내는 평소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좀처럼 화제에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팽창의 규모에 대해서만은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어쩌면 그렇게 커질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혼 첫 날 밤 팽창한 그것을  보고 놀라고, 두려웠었다는 이야기도 한동안 자주 입에 올렸었다.  

    

  물론 아내의 그런 이야기들이 찬사는 아니다. 작은 것이 너무 커지니까 징그럽다는  것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나마 주고받을  때는 잠자리의 분위기가 그런 대로 괜찮은 경우이다.  

  

  그런 날은 그도 제법 기분을 낼  수 있다. 펠라티오를 해서 아내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즐길 수도 있고, 시늉을 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아내도 그에게 커닐링구스를  해 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내는  의무 방어전이라도 치르듯 그의  섹스 요구에 응하고, 다음 레퍼토리는 뻔했다. 빨리 끝내라는  것이다.

  

  아내와의 그런 잠자리는 그를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스트레스로부터의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출구는 자위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컴퓨터 방문지도를 시작한 일은 그에게 행운이다. 그에게는 많은 여자 수강생들이 있다. 그는 언제든지 그녀들을  자위 행위의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다.

  

  중 고등 학생 때는 잘 나가는  여배우나 탤런트, 가수 등이 흔히 상상 속에서의 섹스 파트너로 등장했었다. 또 더러는 친구의 누나나 어머니가 자위  행위의 대상이 된 적도 없지  않았었다.

  

  친구의 누나나 어머니를  자위 행위의 대상으로 삼은  유아 취미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여배우나 탤런트, 가수는 그에게 여전히 유효한 상상 속의 섹스 파트너였었다. 그러나 그녀들과의 섹스는 아무래도 현실감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수강생 여자들과는  먼 거리의  그녀들보다 한결  리얼리티 있는 섹스 스토리를 엮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절정감도 그만큼 강한 것은 당연했다. 그처럼 상상 속에서만 즐기던 섹스가 오늘 마침내 현실 공간에서 그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녀석도 뜻밖에 찾아 온 행운에 황홀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늘 그의 그것은 다른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팽창되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정애 시선이 자신의  당당한 그것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는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서로를 관찰하고  있다는 교감이  이루어진 순간  오정애는 그의 부리에 머물던 시선을 얼른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녀가 시선을 비켜간 곳은 모니터였다. 

  

  모니터에서는 아직 화면보호기가  작동하지 않은 채 2+1의 그림이 그대로 떠  있다. 오정애는 난감한 느낌에  얼른 눈을 감아버렸다.

    

  감긴 여자의 눈은 한준호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는 거추장스럽게 자신의 몸을 감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그리고 반듯이 누워 있는 여자 위에 자신 있게 알몸을 포갰다.

  오정애는 팔을 올려 한준호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한준호는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 고삐  풀린 욕망을 자제할 수도 없었다. 그는  서둘러 오정애의 아랫도리를 벗겨 내리려 했다.

  

  "싫어요."

  

  오정애가 문득 다리를 꼬며 그의  행동을 저지하고 나섰다. 한준호는 개의치 않았다. 여자가 의례적으로 드러내는 거부의 반응이려니 쯤으로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단단한 방어의 자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오정애는 두 다리를 꼬아 오므린  채 한준호의 숨가쁜 행동에  어떤 진전도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거부했다.

  

  한준호는 짜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인내력을 발휘했다. 아내와의 섹스를 통해  그는 그런 인내력을 발휘하는 데 익숙해 있었다. 

  

  그는 팽창한 뿌리로 여자의  삼각주 부근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그리고 때때로 강하게 찌르기도  하면서 진입로가 스스로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만요…"

    

  "…."

  

  "싫어요…고만해요!"

  

  "…!"

  

  오정애의 거부 반응은 한결같았고, 한준호는 비로소 여자의 태도가 의례적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훅- 모멸감이 훅 밀려든다. 

  

  모멸감은 다시 그에게 아내와의 섹스를  생각하게 한다. 아내도 그에게 비슷한 모멸감을 주기 일쑤이다. 그리고 그는 분노와 파괴적인 충동을 몸을 떨면서,  그러나 스스로를 다독거리려 아내와의 섹스를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경우 그가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자위 행위밖에 없다. 그러나 자위로 욕망을 해결하고  났을 때의 그 개떡같은 심사란… 그리고 그를 더욱 참담하게 하는 것은, 아내가 그의 그런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앞으로 그런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희망도 거의 없었다.

  

  그는 지금, 아내와의 경우처럼 분노나  파괴적인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서투르게 너무 서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빠져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 여자가 자신의 욕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한준호는 초조를 느꼈다.  그는 여자의  젖무덤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중년여인답지 않은 오정애의 우윳빛 커다란 유방은 그가 웃옷을 걷어올린 상태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아내와의 섹스에서처럼 이 여자에  대한 욕망을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미안해요."

    

  잠시 후, 오정애가 눈을 감은 채 조그맣게 말했다.

  

  그녀의 말은 한준호에게 묘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아내의 경우 이런 때 언제 이런 식으로 말해 준 적이 있던가?

  

  한준호는 손과 입술로 여자의 육체에 다시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도 분명히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자신을 열기를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여자의 몸이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리는 여전히 오므린 채였다. 샘에 접근하려는 그의 손은 여전히 삼각주 하단의 꼭지점에서 더 이상  진로를 찾지 못한 채  무료한 배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한준호는 본능처럼 새로운 구원군을 투입시켰다. 그의 입이 가슴에서, 중년의 알맞은 비만이 세월의  흔적으로 쌓여 있는 배로 미끄러져 내려가 곧 삼각주에 이르렀다.

  

  그의 혀와 입술은 주의 깊은 정찰대원처럼 그 일대를 탐색했다. 그러나 한번 오므라든 그녀의 다리는 완벽한 비밀을 간직한 채 그것을 지켜 나가려는 의지를 다지는 고성처럼  조금도 틈새를 보여주지 않았다.

  

  한준호는 차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오정애는 아내처럼 거부의 칼날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적극적으로 달아오를 낌새도 아니었다. 얼마 전의  흐느끼듯 신음하며 몸부림치던 모습은 좀처럼 연출되지 않았다.

  

  그의 인내심에 짜증이라는 이질적인 색깔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오정애는 마치, 아내와의  관계에서 몸에 밴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러 들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거의 포기하고 싶은 심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의 뿌리는 이미 제풀에 위축되어 있었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흔히 그랬던 것처럼- 

  

  문득 변화가 일어났다. 열려라 참깨  주문에 스르르 열리는 바위 문처럼, 단단히 오므려 꼬고 있던 오정애의 다리에 긴장이 풀렸다. 한준호는 감각으로 금방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입술은 단숨에 샘에 이르렀다.

  

  헉- 하고 여자가 숨을 들이쉰다.

  

  한준호는, 내가 또  서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그는 침착하려고 애쓰며, 넘치는 샘을  천천히 음미했다. 갈증에 시달리던  나그네가, 우물가 버드나무의  버들잎을 훑어 표주박에 띄워 샘물을 마시듯…

  

  그러나 이번에는 지루한 탐사를  오래 계속할 필요는 없었다. 여자의 관능이 갑자기 폭발했기 때문이다.

  

  오정애가 엉덩이를 번쩍 치켜올려졌다. 그 바람에 한준호의 우뚝한 코가 샘 안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그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그녀는 욕망을 꾹꾹 눌러 절제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극한 점에 이르러 마침내 폭발을 일으킨 것 같았다. 그녀의 치켜올려진 엉덩이는 마구 요동을 하며 샘을 그의 얼굴에 마찰시켰다.  

  

  그는 숨이 막혀 이따금씩 겨우 헉- 헉-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목젖을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는 그녀의 열정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떠받치고, 그녀의 열정에 리듬을 맞추며,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녀가 원하는 부분에 적절한 사랑의 자극을 베풀었다.

  

  그녀의 숨결을 한층  거칠어지고, 신음은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로 변했다.  나지막한 음성에,  말수가 적은  여자가 그런 맹렬한 소리를 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한준호에게 황홀한 만족감을 주었다. 아내가 그와의 섹스에서 언제 이와 같은 반응을 보여 준 적이 있었던가?  아니 그는 여태껏 어느 여자와의 섹스에서도 그와 같은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의 연주에 반한  연주자처럼 온통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가 내는 음향에 신경을  집중시키며, 보다 아름답고 황홀한 음색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했다.  그의 이마에서는 어느 덧 송골송골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때였다. 짐짓 그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새로운 감각이 그를 자극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틈입한 자극이었다. 그의 뿌리를 어루만지는 손이 있었다.  물론 신음하는 여자의 손은 아니었다. 오정애의 손은 그의 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계속해 주세요, 그 애한테…."

  

  그가 멈칫하는 것을 깨달았는지 뒤에서  말했다. 그는 비로소 짙은 향수 냄새가 감지되었다. 어느 사이 민혜영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민혜영의 말이 아니더라도 한준호는 더 이상 그 쪽으로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얼굴 앞에 치켜올려진 여자의 샘은 계속 그를 갈망하며 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 샘에 다시 탐닉하기 시작했다.

    

  "도와주러 들어왔어요. 선생님이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요."

  

  "…"

  

  "밖에서 다 보고 있었어요."

  

  "…"

  

  민혜영의 말소리가 코맹맹이  소리처럼 한준호의  귓가에서 알찐거렸다. 그 소리는 그의 감각을 다시 뿌리 쪽으로 이끌어 갔다. 민혜영이 손으로  그 곳에 대한 자극을  계속하고 있었다.

  

  민혜영은 진작부터 베란다 쪽으로  나가 방안의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알맞은 시기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 동안  한준호와 오정애는 그녀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을 지경이었으므로-

  

  허리를 활처럼 휘며  치켜올려졌던 오정애의 엉덩이가 쿵- 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 바람에 한준호의 감각은  다시 그 쪽으로 돌아 왔다.  여자는 곧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를 깊숙이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는 듯….  

  

  오정애는 민혜영이 들어 온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 아니면, 관능의 폭풍에  휘말려 그 쪽으로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일까?

  

  한준호는 그녀가 이제  삽입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민혜영의 몫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자유로운 무기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민혜영이 들어와  참여해 주고  있다는 사실은  한준호에게 황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갖게 했다.  자위행위 때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일이 마침내 현실의  옷을 입고 그의 앞에서  연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준호의 감각을 차츰 균형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민혜영의 서비스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우선은  자신을 열렬히 갈망하고 있는 오정애에 대한 봉사를 계속했다. 오정애의 열광은 민혜영의 서비스 못지  않게 그를 기쁘게 하고  있었다. 그는 손과 입술을 함께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오정애의 열광도 고조되었다. 그녀의 샘은 그의 손가락과 혀를 함께 익사시킬 만큼 젖어 있었다.

  

  그들의 격전에 민헤영도 격려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준호는 문득 아래쪽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귀두 부분에 와 닿는 부드러운 혀의 감촉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들어 올려 민혜영의 행동이 편하도록 배려했다. 그의 뿌리는 곧  그녀의 입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아아!"

  

  이번에는 한준호가 신음했다. 그리고 그의 욕망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오정애는 아래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전히 두 다리를  들어올린 채 그를 깊이 받아들이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한준호는 문득, 단거리 선수처럼 그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이런 때는 아래쪽의 민혜영이 오히려 장애물이었다. 민혜영은 그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었고, 그러한 그녀를 떨쳐내는 용기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준호의 껄끄러운 생각이  텔레파시처럼 민혜영에게  전달된 것일까? 그녀가 문득 이빨을 세웠다.  한준호는 귀두에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아아 하고, 비명인지  신음이 구분하기 힘든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재빨리 오정애의 샘 깊숙이 혀를 찔러 넣었다. 그것은 통증에 대한 반사 작용처럼 이루어진  행위였다. 이번에는 오정애가 아아 하고 신음했다.

    

  그는 피스톤 운동을 하듯 혀로  공격을 계속하며, 아래쪽에서도 민혜영에 대해서 똑같은 공격을  계속했다. 민혜영은 그의 뿌리를 입에 문 채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난폭한 점령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여자는 함께 수세에 몰렸다. 

  

  "아아, 그만요!"

  

  "…"

  

  "고만해요! 미치겠어요!"

  

  "…"

  

  손과 입술로 흠뻑 젖어 있는 샘을 마구 유린당하던  오정애가 먼저 백기를  올렸다. 그녀는 격정의 파도에  휘말려 파선 직전에 이른 조각배처럼 마구 몸부림치며 우는소리를 냈다. 

  

  민혜영은 그래도 용케 그의 공격을 방어해 내고 있었다. 열심히 고개를 흔들고, 입술을 움직여 그의 공격에 리듬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때때로 목젖 깊숙이 와  닿는 그의 뿌리에 숨이 막혀 헉헉거렸다.

  

  오정애의 몸부림은 다시 한준호에게  강한 삽입 성교의 욕구를 느끼게 했다. 그녀도 그것을 강하게 열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갈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경험하는 2+1이라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얼른 능숙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위 행위를 하면서는 수없이  상상해 보던 상황인데, 유감스럽게도 실전에서는 상상 속에서의 그 경험이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 때였다. 고만해요… 미치겠어요… 를 되풀이하던 오정애의 몸부림이 문득 잠잠해졌다. 그녀의 몸은 경직되었고,  오직 한 곳에서 새로운 감각이 잉태되었다. 한준호는 그녀의 샘 깊숙이 진입해 있던 두 개의 손가락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녀의 질벽은 강하게 수축하며 그의 손가락을 조이고 있었다.

  

  질벽은 나름의 의지를 가진  생명체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강하게 또는 약하게 몇 차례나 수축을 되풀이했다.

  

  그것은 한준호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신비한 체험이었다. 그는 모든 동작을  멈춘 채 오르지  손가락에 느껴지는  질벽의 수축에 감각이 몰입되었다.

  

  그 바람에 방어에 급급하던  민혜영이 재빨리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려 귀두를 강하게  압박하며, 그의 뿌리를 목구멍 깊숙이 함몰시켰다.  그리고 혀는 그것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다시 밖으로 내몰았다. 

  

  그녀는 빠르게,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그와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한준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문득 위기  의식을 느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어 장치가 풀린 기계처럼 그의 의지는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쾌감이 한 순간 전류처럼 그의 몸을 관통했다. 그의 통제를 벗어난 뿌리가 민혜영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멋대로 힘찬 분출을 일으킨 것이었다.

    

  민혜영은 그의 폭발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했다. 웍, 웍- 하고 구역질을 했다. 그러다가 입 안 가득히 고이는 분비물을 꿀컥꿀컥 삼켰다. 그리고 깊은 한숨 같은 신음을 토해 냈다. 

  

  "죄송합니다."

  

  한준호는 민혜영의 입에서 뿌리를  빼며 참담한 심사로 말했다. 그의 몸을 관통했던 쾌감은 이미 낭패감으로 돌변해 있었다.

  

  "괜찮아요."

  

  민혜영은 누이처럼 관대하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의 입가에서는 그의 정액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오정애는 눈을 감은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남편과 사별한 지 칠년 여만에  맛보는 육체적 열락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나가서 샤워 좀 하세요."

  

  민혜영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한준호에게 말했다.

   

  한준호는 탈출구라도 찾은 듯 두  여자를 남겨 놓은 채  얼른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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