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살짝 드러난 노팬티
욕실은 32평짜리 그의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고, 욕조도 고급스러웠다.
한준호는 욕조에 물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그는 지금 자신의 존재가 구름 위를 걷듯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자위 행위 때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민혜영과 오정애를 함께 파트너로 한 2+1이…
아니, 현실은 상상 속에서의 구름잡기 식보다 더욱 격렬하고 드라마틱했다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민혜영이 들어 와 함께 참여해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더욱이나 화끈하게 오랄을 해 주리라고는…
다만 두 여자 어느 쪽과도 삽입 성교를 갖지 못한 것은 숙제를 남겨 놓은 것처럼 아쉬웠다. 그래도 민혜영의 입안에서 거침없이 폭발을 한 것이나, 자신의 커닐링구스에 오정애가 거칠게 신음하며 몸부림쳤던 일은 자신이 영락없이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욕조에 물이 차면서 욕실 안에 뿌옇게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한준호는 계속 콧노래를 부르며 몸에 대강 비누질을 했다. 그리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비누질을 하며 건드려 놓은 녀석이 다시 머리를 들고일어나 끄덕거렸다.
한준호는 이번에는 콧노래 대신 히죽 웃음이 나왔다. 그만하면 녀석은 상상도 못할만한 호강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녀석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일까? 평소 요조숙녀처럼 고상해 보이던 민혜영이 그런 창녀적인 끼를 안에 감추고 있으리라고는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던가!
민혜영은 천국과 지옥을 함께 어우를 줄 아는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귀부인다운 풍모와 창부적인 기질을 함께 어우르고 있는 여자… 그래서 양자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여자…
"똑똑…"
한준호는 환청을 듣고 있었다. 김이 서려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예진 욕실의 정경은 그를 한층 비현실적인 기대 속으로 몰아 넣었다. 문이 슬그머니 열리고 민혜영이 들어선다. 알몸으로 음탕한 미소를 흘리며…
욕실 안에서의 정사… 그것은 한준호가 자주 꿈꾸어 오던 일이다. 아내와 더러 그런 시도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일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느 정도의 보디 터치가 이루어져 분위기가 무르익을 만하면, 아내는 불편하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그것도 결혼 후 한 두해 적의 이야기이다. 요즈음은 함께 욕실에 드는 일조차 없다. 그의 아내는 색다른 분위기에서 에로틱하게 섹스를 즐기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여자다.
넓고, 고급스러운 욕실! 그것은 한준호에게 에로틱한 섹스에 대한 갈망을 잔뜩 부풀게 하고 있지만, 환타지는 재연되지는 않는다. 환타지가 현실 공간에서 자주 연출되면 그것은 이미 판타지가 아니다. 알몸으로 들어서는 민혜영은 역시 환타지일 뿐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는 앞으로 그의 자위행위 시나리오 목록을 한층 풍요롭게 해 줄 것이 분명했다.
그의 수강생 중에는 괜찮은 여자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그는 그녀들을 자신이 연출하는 환타지의 파트너로 마음껏 골라 쓸 수 있다. 감독이 주연 여배우를 픽업하듯- 그러나 환타지가 현실이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아니, 환타지를 현실로 만들려는 능동적인 노력도 변변히 한 바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스캔들은 만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 온 편이다. 오늘의 환타지도 민혜영의 적극적인 액션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준호가 스캔들을 만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 온 데는, 컴퓨터 방문교사를 시작하던 초창기의 아픈 기억이 교훈으로 한 몫 작용하고 있다. 요즘에야 컴퓨터 방문교사로서 그의 명성(?)이 알려져 있어 수강생을 확보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홍보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컴퓨터를 배우기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연락이 온다.
그러나 초창기의 사정은 당연히 그렇지 못했었다. 전단도 만들어 뿌리고, 지역 신문에 줄 광고도 내서 수강생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무렵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여자가 있다.
류지희! 그녀의 이름은 지금도 그에게 아스라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녀는 그 때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과 함께 컴퓨터를 배웠었다.
그녀는 사교적인 성품이었고, 학교에서 치맛바람도 제법 일으키는 모양이어서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한준호에게 수강생을 많이 소개해 주었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초창기 수강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의 사업(?) 기반을 튼튼하게 해 준 중요한 후원자라고 할 수 있다.
자연 그들은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차도 마시고, 식사를 할 기회도 있었다. 물론 일대일로 그런 일이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고, 그녀가 수강생으로 소개해 준 여자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언제나 그가 정서적으로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류지희, 그녀였다.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찬밥 더운 밥 안 가리고 치마만 두르고 있으면 누구하고나 그 짓을 하려고 드는 타입은 아니다.
섹스에 꼭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정서적인 친밀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여자와의 섹스란 자위행위만도 못한 배설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그는 아내와의 잠자리가 아무리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돈을 두고 여자를 사는 일은 없다. 돈을 매개로 한 섹스에 정서적인 친밀감이 매개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류지희가 그에게 황홀한 자위 행위의 대상이 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의 아내가 잘 빠진 서구형의 미인임에 비해, 류지희는 자그마한 체구에, 탱글탱글하고 귀염성 있게 생긴 여자이다.
그는 그녀가 깜찍하게 작은 손으로 자신의 뿌리를 애무해 주거나, 상위가 되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신음하며 온 몸을 흔들어 대는 장면, 또는 가지런한 치열에, 도톰한 입술로 오랄을 해 주는 장면 등을 연상하면 욕망은 금방 절정을 향해 치닫고, 그런 그녀를 상상하며 하는 자위는 다른 어떤 여자를 상상하며 진행시키는 자위보다 그에게 강한 만족감을 주었었다.
환타지에 현실의 옷을 입힐 수 있는 기회는 고양이처럼 슬그머니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류지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무엇을 잘못 건드렸는지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지희가 설명해 주는 이야기만으로는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준호는, 컴퓨터의 상태를 직접 점검해 봐야 원인을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내일 오전에 시간이 있는데 들려도 괜찮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류지희는 물론이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 날 밤 그는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라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그는, 어쩌면 그녀도 자기처럼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그럴만한 정서적인 분위기는 충분히 성숙되어 있었다. 오전이면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 가고, 그녀 혼자 아파트에 있을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찾아와도 좋다고 그녀가 선선히 응낙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론 그런 경우 여자들이 흔히 동원하는 수법은 있다. 친구나 이웃 집 여자를 데려다 놓는 일이다. 그녀도 그런 수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아냐!' 강하게 부정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바심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운명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류지희가 친구를 데려다 놓느냐 아니냐에 따라 운명은 갈린다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류지희의 도톰한 입술과 작은 입이 자꾸 어른거렸다. 그녀가 그 입으로 펠라티오를 해 주는 장면을 얼마나 많이 상상했던가? 그리고, 입이 작은 여자는 거기도 작다고 하던데…
한준호는 제풀에 으음- 하고 신음이 나왔다. 그의 뿌리는 이미 발기되어 있었고, 류지희의 좁은 질이 그의 그것을 강하게 조이는 환상이 그를 사로잡았다.
"잠 안 와?"
반듯하게 누워 고른 숨소리를 내던 아내가 그를 향해 돌아누우며 말했다. 그녀는 한쪽 다리를 슬그머니 그의 다리 위로 얹고 있었다.
"아 응, 안 잤어?"
그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당황해서 말했다. 마누라를 옆에 뉘어 놓고 다른 여자 생각을 하다니
"자기, 하고 싶었구나?"
아내는 몸을 좀 더 밀착시켜며 말했다. 몸 위 올라 온 그녀의 다리가 발기한 페니스를 건드리고 있었다.
"응, 해도 되?"
한준호는 들킨 나쁜 짓을 감추기라도 하듯 얼른 아내의 가슴 위로 손을 가져갔다.
"아이, 재미없어라. 남자가 뭐 그래. 하고 싶으면 무드 잡아서 여자가 따라오도록 해야지.
"…"
한준호는 첫! 하고 생각했다. 남들은 아내를 배의 속살처럼 사각사각한 여자라고 말한다. 당연히 잠자리에서도 서비스가 만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생각들이다.
남자의 욕망을 도대체 이해해 주려 들지 않는 여자가 그의 아내 신혜순이다. 남자가 아무리 간절한 욕망을 느껴 여자가 따라오게 하려고 분위기를 만들어도, 제가 마음에 없으면 매몰차게 남자를 밀어버리고 마는 여자가 그의 아내이다.
"나 내일 시작하는 날이잖아."
아내는 이미 팬티 위로 그의 페니스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던가?"
"자기 이번에는 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전에는 날짜 잘 따지고 있더니…."
"…"
한준호는 아내와의 입놀림이 번거로워 얼른 입술로 아내의 나불거리는 입을 막아버렸다.
아내는 멘스 주기가 일정하다. 그리고 멘스를 시작하기 하루나 이틀 전에는 관계를 갖는 것이 그들의 섹스 스타일이다. 멘스 때 보채지 말라고 아내는 인심이라도 쓰듯 그 무렵에는 선선히 섹스에 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준호는 그것이, 고상한 척하는 아내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위장 전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내는 멘스 전에 비교적 강한 욕구를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섹스를 고상하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내가, 고상하지 못하게 섹스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는 자존심 상해서, '멘스 때 보채지 말라'는 명분을 팻말로 들고 나오는 것이다.
명분이야 어떻게 됐든, 아내가 강한 욕망을 느끼는 그 시기의 섹스는 한준호에게도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그래서 한준호는 그 날짜를 잘 챙기고 있는 편이다. 오늘 낮까지만 해도 그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류지희와 통화를 하는 바람에, 내일 그녀와 만나는 상황에 정신이 팔려 그것을 깜박했던 것이다.
아내는 이미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준호는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건성으로 아내의 등을 쓰다듬었다.
"자기 하기 싫어?"
그의 느낌이 금방 아내에게 전달된 모양이었다. 아내는 입술을 떼며 말했다. 그러나 아내의 손은 여전히 그의 페니스를 자극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그것은 방금 전 류지희를 생각하며 혼자 신음을 흘릴 때보다 오히려 위축되어 있다. 한준호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시 민망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내가 자기 속셈 모를 줄 알아!'
아내가 문득 말했다.
한준호는 기습을 당한 느낌이었다. 아내에게 이런 민감한 면이 있었던가? 그는 아내가 분명, 자기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내가 멘스 시작하면 입으로 해 달라고 하려고 그랬지?"
"응… 후후! 어떻게 알았어?"
한준호는 긴장이 흐물흐물 풀렸다. 쳇! 이런 거 보고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거지…
"척 하면 삼천리지, 자기 속셈 뻔하잖아!"
아내는 평소 십팔번인 고상한 척하는 태도를 접어두고, 제법 천박한 말투를 동원하고 있었다.
"입으로 좀 해 주면 안 돼? 자기 알잖아?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 내 소원이라는 거…"
"우엑! 징그럽게 굴지 마!"
"여자들 그거 먹으면 피부 미용에도 좋고… 여러 가지로 좋대."
"우엑, 우엑! 그거 안 먹어도 내 피부 곱잖아.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오늘 빨리 끝내!"
한준호는 다시 쳇! 하고 생각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빨리 끝내라는 타령부터 하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아내가 평소의 고상한 척하는 태도를 접어 두고 천박한(?) 대화에 초삭초삭 응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아내가, 자기 피부가 곱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그의 손을 젖가슴 위에 끌어다 놓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살결은 정말 곱고, 부드럽다. 결혼 초만 해도 그것은 그를 황홀하게 하고, 끊임없이 욕망에 들뜨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여자가 아무리 잘 빠진 몸매와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향기를 느낄 수 없는 병풍 속의 꽃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그가 갈망하는 것은 정말 섹스를 즐길 줄 아는 여자였다. 가시 돋친 야생화라도 좋으니 남자를 뜨겁게 받아드릴 줄 아는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와의 섹스는 자위 행위라는 환타지 속에서나 가능할 지 모른다는 절망감이, 그가 아내와의 섹스를 통해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고 있는 생각이다.
그는 자동 제어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 인형처럼 아내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아내는 노브라였다. 그리고 손이 아래로 더듬어 내려갔을 때, 그 곳 역시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노팬티, 노브라의 잠옷 차림으로 준비된 여자처럼, 다른 여자 생각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 옆에 잠든 척 누워 있었던 것이었다.
일이 꼬이는군! 하는 생각이 다시 한준호의 머리 속으로 틈입해 들었다. 오늘 밤 아내와 격전을 치른다면, 내일 류지희와 기회가 온다고 해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었다.
아내는 헉! 하고 신음했다. 그리고 그의 뿌리를 꽉 움켜잡았다. 그의 손이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아내의 꽃잎을 더듬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내의 그 곳은 이미 젖어 있었다.
"입으로 해 줄까?"
아내가 문득 말했다.
"아니, 내가 해 줄게."
한준호는 생각과 다른 말이 튀어 나왔다. 아니, 이번에는 진심을 말한 것이었다. 그는 새삼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내를 옆에 뉘어 놓고 딴 여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내의 입에서 '입으로 해 줄까?' 하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 것은 정말 의외였다. 그는 아내가 펠라티오를 제대로 해 주지 않는데 대해서 늘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가 실컷 봉사를 하고 나서 아내에게도 좀 해주기를 원하면
"싫어, 빨리 삽입해!"
하고 쪽박 깨는 소리를 하기 일쑤인 것이 그의 아내이다. 그만큼 아내는 섹스에 있어서 저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그만큼 해 줬으면 자기도 알아서 빨아줘야지."
그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
"내가 세탁기야. 알아서 빨아주게!"
아내도 덩달아 퉁명을 떨었다.
"그럼 나 고만 할거야."
"맘대로 해! 나도 졸려 죽겠어."
아내는 싹 돌아 누워버리고, 그 날 밤 섹스는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때야말로 그가 아내에게 가장 정나미가 떨어지는 순간이다. 그가 열심히 봉사를 해서 아내를 달아오를 만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는데도 그 지경이니 이건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아내는 남편을 그런 식으로 엿 먹이는 것이, 섹스에서 느끼는 오르가즘 이상으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니면, 결정적인 순간에도 얼마든지 욕망을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고상한 여자라는 자기 만족감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또 간혹 마음이 내켜 펠라티오를 한다고 해도, 조금 해주는 흉내만 내고, 대단한 일이나 한 것처럼 생식을 내며,
"됐지? 고만 삽입해."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때는, 싹 돌아누워 고상한 여자 행세하기에는 버거울 만큼 아내의 욕망이 고조되어 있을 때가 아닐까 하고 한준호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섹스를 할 때마다 아내의 욕망이 어느 만큼 수준에 이르러 있는지, 그래서 흉내를 내는 수준으로라도 펠라티오를 해 줄 수 있을지 판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준호는 판을 깨지 않고 섹스를 끝내고 싶으면 가능한 한 아내에게 펠라티오를 해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섹스를 할 때마다 그런 식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알아서 빨아주는 세탁기처럼 그에게 멋지게 펠라티오를 해 주는 감춰 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의 본능 속에는 항상 오랄 섹스에 대한 욕구 불만이 앙금처럼 고이어 있었다.
그 욕구 불만을 다소나마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 자위 행위라는 판타지이다. 그는 자위 행위를 하면서 엮어 가는 스토리의 대부분을 오랄 섹스에 할애한다. 그리고 그 무렵 그가 자위 행위 때 가장 환상적인 파트너로 상상해 오고 있던 것이 바로 류지희였었다.
아내는 이미 '입으로 해 줄까?' 한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양다리 사이로 내려가 있었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
한준호는 다시 한번 이게 아닌데 하는 위기감이 솟았다.
아내의 혀끝이 뿌리의 선단에 닿자 한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음- 하고 신음을 흘렸다. 평소와 다른 아내의 적극적인 태도는, 내일 류지희를 만났을 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며 그의 욕망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내일 류지희를 만나서 발휘하려고 하는 실력이란 불확실한 가능성일 뿐이다. 언제 그 여자가 그를 원한다는 언질이라도 줬단 말인가? 류지희는 앞집 여자라도 데려다 놓고 노닥거리고 있을 지 모르다.
그렇다면 그는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는 기분이 되어 고장난 컴퓨터나 고쳐주고, 어깨가 쳐져서 류지희의 아파트를 나오게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위 행위나 하며 불만을 해소하게 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그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뿌리를 움켜잡고 있는 아내는 보다 현실적이고, 확실한 가능성이었다. 한준호는, 모처럼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아내를 완전히 뿅 가게 만들어야겠다는 전의가 새삼스럽게 솟아오른다.
그는 손을 아래로 내려 아내의 양쪽 귀를 어루만졌다. 그의 뿌리는 욕망으로 부풀어 있었고, 그의 모든 신경은 그 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감질나게 혀끝으로 뿌리의 선단 부분을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있다. 아이가 낯선 물건 앞에서 선 듯 그것에 손대기를 망설이 듯-
한준호는 아내의 머리를 꾹 눌렀다.
"욱-"
뿌리가 아내의 입안으로 쑥- 들어갔다.
"왜 그래, 놀랬잖아."
아내가 얼른 뿌리를 뱉어내며 말했다.
"좀 화끈하게 해 줘 봐. 감질나서 못 견디겠어."
"…자기 샤워 안 했지?"
"…"
한준호는 또 뭐가 삐끗하는 기분이었다.
"…빨리 가서 샤워하고 와."
"…샤워했어."
젠장! 이런 때 뚱딴지처럼 샤워했는지 어쩐지나 따지고 드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언제?"
"아침에."
"아침에 한 것이 무슨 소용 있어?"
혜순은 이미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 나와 있었다.
한준호는 아내의 못 말리는 결벽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었다. 모처럼 아내로부터 립 서비스를 받자면 군소리 없이 일어나 샤워를 해야한다. 아니면,
"싫으면 관 둬! 나 샤워 안 해."
하고 싹 돌아누워 버리는 방법도 없지는 않았다. 내일 류지희를 만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자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아내는 사랑에 있어서 '불결의 원리'라는 것을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다.
그는 어디선가 사랑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불결의 원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없다. 평소에 더러운 곳으로 치부되고 있는 배설의 부위를 거리낌없이 빨아주고 핥아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 한준호는 무릎을 탁 쳤고, 이것이야말로 아내가 알아두지 않으면 안될 섹스의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바람을 내며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데, 아내의 반응이란 물론 뻔했었다.
"자기 어디서 그런 지저분한 글이나 찾아 읽고 다녀!"
아내는 그런 말을 들은 것 자체가 불결하다는 듯 타박을 했고, 그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여지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내의 결벽증에 대해서는 손을 든 상태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아내와 섹스를 하자면 샤워를 하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같이 샤워할까?"
한준호는 새로운 기대를 은근히 부풀리며 말했다.
"난 했어."
"같이 하자구. 한번 더."
"샤워는 뭣하러 귀찮게 두 번씩이나 해!"
"…"
정말 못 말리는 여자다. 결벽증은 그렇다고 쳐도, 남자의 정서를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 여자가 아내 신혜순이다.
한준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몸을 일으켰다. 이런 경우,
"싫으면 관 둬. 나도 안 해!"
하고 딱 잘라 아내를 엿먹이지 못하는 자신이 슬프다.
전에 몇 번 그런 시도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바는 아니다. 항상 이쪽이 밀릴 수만은 없는 일이고, 아내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지 않으면 섹스를 할 때마다 일방적으로 피곤한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그러나 마음 독하게 먹고 아내를 엿먹인 결과는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것이 냉전의 빌미가 되어 아내는 교활한 복수극이라도 펼치듯 제 마음이 풀릴 때가지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필요한 때 자위행위로 욕망을 해소한다고는 해도,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껄끄럽고 피곤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덧, 섹스에 관한 한 아내의 방식에 고분고분 순응하는 남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준호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혜순은 엉덩이의 맨살을 절반쯤 드러낸 체 자는 척 엎드려 있었다.
살짝 드러난 노 팬티의 아내의 엉덩이는 한준호에게 전에 없는 에로틱한 욕망을 자극했다. 그는 슬그머니 엉덩이의 잠옷을 위로 더 걷어올린다. 잘록한 허리 아래의 아내 엉덩이는 풍만하다. 그리고 그 아래의 쪽 곧은 다리…
간접 조명으로 알맞은 어둠이 사물을 단순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그러한 모습은 밝은 조명 아래의 모습보다 더 자극적이다. 알맞은 어둠! 그것은 굿 섹스를 즐기는데 최상의 조건이라는 것이 한준호의 생각이다.
밝은 곳은 너무 적나라해서 부담스럽고, 은밀한 맛도 없다. 특히 아내는 밝은 곳에서는 몸이 굳고, 새침을 떨어 섹스다운 섹스를 할 수 없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은 완전히 조명을 끈 상태이다. 그래야 오랄도 해주고, 제대로 소리도 내며, 위로도 올라간다. 어둠은 아내의 섹스에 대한 결벽증을 알맞게 해소시켜 주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준호의 입장은 다르다. 완전히 어두운 상태에서는 여체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없다. 너무 적나라하지 않으면서도 여체를 시각과 촉각과 취각으로 아울러 즐길 수 있는 상태! 그것이 알맞게 어두운 조명이다. 특히 그의 아내와 같은 미인형의 잘 빠진 몸매를 가진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시각적으로 즐길 수 없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손실인가?
유감스럽게도 아내는 남자의 그러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제가 제법 달아올라서 기분을 내고 싶으면 불 먼저 끄라고 한다. 그들 부부는 섹스할 때의 조명 문제에 있어서도 그처럼 궁합이 잘 안 맞는다.
한준호는 은밀한 음모라도 꾸미 듯 침대 머리 스탠드의 전원을 껐다. 그가 원하는 상황의 연출을 위해 아내의 정서를 따르기로 작정한 것이다.
한순간 방안이 암흑으로 반전된다.
그는 어둠 속을 더듬거려 다시 아내의 엉덩이 쪽으로 다가간다. 그는 뒤에서 삽입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뒤에서 삽입했을 때 아내의 풍만한 엉덩이가 그의 페니스를 깊숙이 받아들이며 조이어 오는 감각은 정말 굿이다.
그러나 아내는 좀처럼 그런 체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뒤에서 삽입하는 것은 짐승들이 하는 짓 같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아내의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준호는 두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잡고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그는 아내가 해 주기로 한 립 서비스보다는 후배위를 즐기고 싶다. 아내의 오랄 솜씨는 어차피 별 볼일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감질나게 조금 해 주는 시늉이나 하고 잔뜩 생색이나 내려 들 것이 뻔했다.
그가 시각과 촉각과 취각으로 아울러 줄길 수 있는 상황을 초반부터 포기하고 잔머리를 굴려 불은 끈 것은, 후배위에 대한 아내의 저항감을 덜어주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계산은 다행히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아내는 순순히 엉덩이를 들어 올려준다.
아내의 그 곳은 그대로 돌진해도 좋을 만큼 젖어 있었다.
한준호는 손으로 부드럽게 그 곳을 어루만지며 잠시 생각한다. 아내가 좀 더 달아오르도록 애무를 계속할까, 아니면 그대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그는 무턱대고 삽입해서, 헐떡거리며 피스톤 운동을 해 끝내버리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충분한 정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유형의 섹스란 자위행위만도 못한 배설이라고 그는 생각이다.
그가 즐기기를 원하는 것은 여자에게 정성을 쏟아 절정을 향해 이끌어 올리는 과정 자체이다. 그 과정만 충실하게 이루어진다면 배설에서 오는 한 순간의 쾌감이야 덤처럼 누리는 즐거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엎드려 있는 아내의 그 곳에 입맞추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아주 위태로운 행위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지금의 자세에서 섣불리 그 곳에 대한 짙은 애무를 시도했다가는, 모처럼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어 올려 준 아내의 태도가 언제 표변할 지 모른다.
물론 그것은 뼈아픈 실패의 체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이다. 그 날도 아내가 그를 제법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었었다. 흉내를 내는 수준일 망정 펠라티오도 해줬고, 커닐링구스에 대해서도 그가 쏟는 정성에 걸맞게 허리를 활처럼 휘어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쌔근쌔근 가쁜 숨을 몰아 쉬었었다. 그리고 그가 넌지시 후배위를 원하는 의사 표시를 하자, 군말 없이 몸을 돌려 엉덩이를 들어올려 주었었다.
그는, 오늘이야말로 아내를 완전히 뿅 가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다시는 섹스에 대한 어설픈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리라는…
그는 주저하지 않고 엎드려 있는 자세의 아내에 대해서 커닐링구스를 계속했다. 그리고 손가락도 공격에 가담했다. 아내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아내가 그런 소리를 낸다는 것이 경이스러울만큼 거친 신음을 마구 흘렸다. 한준호는 자신이 훌륭한 섹스의 치료사라도 된 듯한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의 황홀감을 기습하듯 아내의 태도가 돌변했다.
"자기 뭐 하는 거야, 개처럼!"
한준호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내는 이마, 정말 개로부터 도망치기라도 하듯 그에게 내밀었던 엉덩이를 거두고 저만큼 물러나 있었다.
"왜 그래? 자기 좋아하지 않았어?"
한준호는 얼른 혼란이 수습되지 않아 잠시 뻥하니 있다가 겨우 말했다.
"좋긴 뭐가 좋아. 자기 너무 그러면 징그럽단 말야."
"…!"
"꼭 변태 같애."
"…!"
혜순은 그런 여자다. 쾌락의 늪에서 익사 직전에 이른 것처럼 허우적거리다가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태도를 표변해서 남편을 엿먹이는 여자! 그녀는 자신의 그런 초인적(?)인 자제력을, 자신이 고상한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자만심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요컨대 한준호의 아내 신혜순은, 섹스는 고상하지 못한 행위라는 결벽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자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벽증은 그가 아내와 섹스를 즐기는데 항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준호는 발기한 페니스를 아내의 열린 꽃잎에 부드럽게 마찰시키기 시작했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후배위의 자세에서 커닐링구스를 시도했다가 일을 그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는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거부의 자세는 아니었다. 한준호는 아내가 기대감에 부풀어 자신의 행위에 대한 감각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 미묘한 감정이 교류되는 시간들을 가능한 한 늘어뜨리며 즐기고 싶었다. 서두르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얕게, 부드럽게 페니스를 찔러 넣는 시늉을 되풀이하며, 그는 쾌락의 샘에 관능의 폭풍이 잉태되도록 자극을 계속해 나갔다.
-아아, 아아
아내가 마침내 가벼운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를 향해 엉덩이를 푹- 들이밀었다.
동굴 속의 탐험을 두려워하는 겁쟁이 어린애처럼 입구를 배회하던 뿌리가 단숨에 그녀의 샘 깊숙이 돌진해 들어갔다.
-아아!
아내가 좀더 짙은 신음을 흘렸다. 한준호한테도 제풀에 퓨우- 하고 깊은 한숨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후배위로 깊이 삽이 했을 때 아내의 풍만한 둔부가 꽉 조이어 주는 감각은 정말 감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준호는 그 황홀한 감각을 즐기기 위해 깊은 삽입을 계속한 채 아내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그러나가 손을 뻗쳐 젖가슴을 더듬는다. 반듯하게 누어 있는 아내의 유방을 애무할 때와 달리, 아래를 향해 늘어진 젖가슴은 한층 풍성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준다. 그는 양손으로 유방을 접시처럼 받쳐들고,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애무를 계속한다.
그가 허리를 굽히고 유방에 탐닉하는 동안 삽입은 어쩔 수 없이 얕아진다. 아내가 피스톤 운동을 재촉하듯 엉덩이를 움직여 그를 자극한다. 그는 양손 가득히 움켜잡고 있던 유방을 놓고 엉덩이를 끌어 잡아당기며 허리를 뒤로 제쳐 다시 깊은 삽입을 시도한다.
아내가 헉- 하고 신음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깊은 삽입의 피스톤 운동을 천천히 되풀이한다. 섹스에 대한 결벽증이 꿈틀거리는 아내의 감각을 천천히, 완벽하게 해체해서, 구름 위를 떠다니듯 섹스에 대한 황홀경으로 아내를 흐느적거리게 만들고 싶다.
배설은 순간의 쾌감일 뿐이다. 그가 원하는 섹스는 그 황홀경을 향해서 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차츰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그가 원하는 만큼 아내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준호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숲을 더듬는다. 손은 쉽게 크리토리스라는 새로운 공격 목표에 도달한다.
그는 손으로 크리토리스에 대한 자극을 계속하며, 피스톤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내에게서 금방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내가 그의 피스톤 운동에 보조를 맞추며 아아 아아 하고 신음한다.
아내는 급하게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었다. 한준호도 이제 더 이상 자제력을 읽고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하며, 크리토리스에 대한 자극도 한층 정교해 진다.
"그러지 마, 이상해!"
결승점을 향해 치닫듯 헐떡이며 호흡이 거칠어지던 아내가 문득 크리토리스를 자극하던 손을 탁 치며 말했다. 그리고 치켜들고 있던 엉덩이를 푹 내리며 엎드리는 바람에 삽입도 풀리고 말았다.
"왜 그래?"
한준호는 아차! 한다. 또 뭔가 오버를 하고 말았다는 생각이었다.
"자기 이상하게 굴지 말란 말야."
"뭐가 이상해?"
"아이, 몰라! 빨리 삽입해!"
아내는 반드시 누어 팔을 벌리며 정상위로 그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시 엎드려 봐. 자기 좋아했잖아."
한준호는 아내를 달래 본다.
"이제 싫어. 난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좋아."
아내는 여전히 양팔을 벌린 채 엉덩이까지 들썩거렸다.
"그럼 입으로 조금 해 줄테?"
한준호는 손을 아내의 숲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싫어! 거기 건드리지 마. …빨리 삽입해!"
아내는 그의 손을 탁 쳐버렸다.
"샤워하면 입으로 해 준다고 했잖아?"
"그 대신 뒤에서 많이 하게 해 줬잖아."
"…!"
이렇게 못 말리는 것이 한준호의 아내 신혜순이다. 그녀는 섹스가 남편과 대등한 입장에서 쾌락을 즐기는 것이 아닌, 남편에게 시혜를 베푸는 행위쯤으로 생각한다.
또 행위를 할 때도 쾌락의 정점까지 이르러 마구 몸부림치는 것은 고상하지 못한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쾌락이 칠부 능선쯤에 이르면 더 이상 그것이 상승하는 것을 애써 자제하며, 한준호가 일을 끝마쳐 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그녀의 태도는 배설의 쾌감보다는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한층 즐거움을 느끼며 아내를 정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한준호의 방식과 항상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날도 한준호는 어쩔 수 없이, 빨리 삽입하라고 재촉하는 아내 위에 엎어져 자위 행위만도 못한 배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내는 멘스 직전의 욕구가 제법 상승한 시기에 자기가 먼저 하자고 덤벼들었던 터여서, 그의 어깨를 부둥켜안고 매달리며, 엉덩이도 들썩거려 주면서 이만하면 됐지? 하는 식으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초를 치고 만 그의 기분이 간단히 풀어질 리는 없었다.
한준호의 그런 기분은 쉽게 아내에게 전달되었고, 자존심 강한 그의 아내 또한 덩달아 뾰로통해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의 배설이 끝나자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듯 그를 밀어내고 욕실로 달려갔다. 행위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샤워를 해야 식성이 풀리는 아내이다. 불결했던 행위를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내는 등을 보이며 돌아누웠고, 금방 혼곤한 잠에 빠졌다. 아내로서는 다른 때에 비하면 격전을 치렀다고 할 수 있어서 기분 좋게 피로했던 모양이었다.
한준호는 얼른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쌔근거리며 잠들어 있는 아내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밉상 맞게 느껴졌다. 내일 류지희와 기회가 닿으면 실력을 백 퍼센트 발휘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비축해 둬야 하는 건데 공연히 힘을 뺐다는 후회도 다시 꿈틀거렸다.
* * * * *
다음 날 한준호가 류지희의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혼자 있었다.
"안녕하세요?"
문을 열어주며 류지희는 배시시 웃었고, 한준호는 그녀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어느 때보다도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컴퓨터가 부팅되지 않는 원인은 얼른 알 수 없었다. 이런 경우 가장 손쉬운 해결 방안은 운영 체제를 다시 까는 것이다. 윈도우98을 다시 설치하자면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지금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한준호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만일 컴퓨터가 부팅되지 않은 원인을 금방 찾아내서 고칠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되도록 시간을 끌며 그녀 집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실을 만들려 했을 것이다.
한준호는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황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류지희가 친구나 이웃집 여자를 데려다 놓지 않고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이미 행운은 시작된 것이었다.
어제 밤 아내와 제법 격전을 치른 것쯤은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서른 세 살 한창 나이의 한준호이다. 여자가 섹시하게만 굴어 준다고 하루 밤 두 번이라고 해도 사양할 것은 없었다.
물론 그는, 신혼 초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하루 밤 두 번 일을 벌린 기억은 아득하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그의 능력과 관계되는 일은 아니다. 아내가 그 끔찍한(?) 일을 하루 밤 두 차례씩이나 하려고 덤벼드는 것을 결단코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가질 수 없었을 뿐이다.
한준호는 윈도우98 설치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며 류지희를 옆에 불러다 앉혀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선생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모범생처럼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으고 그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방금 샤워라도 했는지 그녀에게서는 오이향 같은 비누 냄새났다. 그것은 아주 기분 좋게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 냄새 속으로 그대로 함몰해 들어가 버리고 싶다. 바짓가랑이 안에서 녀석이 염치 불구하고 머리를 들며 슬금슬금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준호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이쪽의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 좋을까? 그녀는 정말 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적극적으로 원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못이기는 척 이쪽의 의사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일까?
그녀가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그쪽의 의사를 내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져 있는 류지희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류지희는 윈도우98이 설치되고 있는 모니터에 눈길을 준 채 모른 척 잠자코 있었다. 손안에 잡힌 류지희의 작은 손은 약간 찬 느낌이면서도 부드러웠다.
손이 찬 여자는 마음이 따듯하다고 하던가? 한준호는 잡은 손에 지그시 힘을 주며, 그녀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오이향의 비누 냄새가 한결 가까이 느껴진다.
잠시 더 잠자코 있던 류지희가 그의 상체가 다가간 만큼 몸을 빼며, 손마저 빼내가려고 꼼지락거렸다. 한준호는 그녀가 손을 빼가지 못하도록 아귀에 알맞게 힘을 주었다.
그들은 잠시 그렇게 무언의 승강이를 벌렸다.
한준호는 마침내 류지희의 손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선 자세가 되었다. 여자는 앞에서 접근할 때보다는 뒤에서 접근할 때 덜 거부감을 갖는다고 하던가?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 남자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여자는 이미 마음을 허락한 상태라고 했던가? 류지희는 등뒤의 그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여전한 자세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한준호는 자연스럽게 류지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모니터에서는 윈도우98이 설치되고 있는 상황을 알려주는 백분율이 아주 느릿느릿 증가하고 있다. 그는 손끝에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벼운 떨림 같은 것을 느낀다. 그의 심장 또한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떨림이 좀 더 짙게 느껴진다.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가벼운 한숨 같은 것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자세는 여전히 흩트리지 않고 있다.
한준호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더 이상 여자를 초조하게 하는 것은 고문과 같은 죄악이다. 그는 류지희의 목덜미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은 가슴을 향해 더듬어 내려갔다.
여자가 문득,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철썩!
그의 뺨에 타격을 가한 류지희의 작고 부드러운 손은 의외로 매웠다. 한준호는 눈앞에서 정신없이 별이 왔다갔다했다.
류지희와의 관계는 아쉽게도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는 무안한 마음에서 정신없이 류지희의 아파트를 나왔고, 더 이상 그녀와 연락은 닿지 않았다.
지금 그는 그녀에게 고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이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후회하고 있다. 상상 속에서나 즐겨야 좋을 일을 현실에서 액션 했다는 후회- 그녀는 요즈음도 여전히 그의 자위 행위 속에서 황홀한 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
류지희를 잃은 것은 또 하나 현실적인 커다란 손실도 있었다. 많은 수강생을 소개해 주던 유력한 후원자를 잃은 것이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그는 그 이후, 꽃밭을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아무리 그럴듯한 여자에게 컴퓨터를 가르친다고 해도, 현실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오고 있다. 그는 그녀들을 자위 행위 속에서의 파트너로 등장시키는 데 만족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그 금기는 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신의 적극적인 액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민혜영의 적극적인 의도에 이끌린 결과였다. 그는 지금 자신이 그녀의 집 고급스러운 욕실의 욕조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그의 비현실적인 느낌을 기습하듯 슬그머니 욕실 문이 열렸다.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린 것이었다. 아니, 아내와 류지희 사이의 환상을 오가느라 노크 소리를 못 들은 것일까?
한준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혜영이 알몸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오, 그러나 이번에도 분명 환타지는 아니었다. 욕실로 들어오기 전 오정애와 민혜영을 상대로 벌린 2+1이 환타지가 아니었던 것처럼- 욕실 안에 가득 서린 김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눈앞에는 분명히 알몸의 민혜영이 서 있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정애는 갔어요!"
한준호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민혜영은 구름 위를 걷듯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가 욕조에서 한 걸음 나서자 그녀는 이미 그의 앞에 와 있었다.
그들은 슬로우 비디오의 장면처럼 두 팔을 크게 벌렸고, 두 알몸은 하나가 되었다.
입술이 포개진다.
입맞춤은 아주 오래 계속되었다. 민혜영의 나신은 매끄러우면서도 뜨겁고, 입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한 꽃처럼 향기로웠다.
삭막한 삶 속에서도 동화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환타지가 때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신데렐라의 탄생처럼- 한준호는, 자신에게 바로 그 순간이 온 것이라고 믿는데 더 이상 인색하고 싶지 않았다.
한준호는 깊은 입맞춤을 계속하면서, 조심스럽게 민혜영의 샘을 더듬기 시작했다. 샘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그를 받아들이기를 갈망하듯-
-아아!
민혜영이 마침내 고개를 위로 제치며, 결승점에 이른 단거리 선수처럼 짙은 신음을 토해냈다.
민혜영의 입술로부터 자유로워진 한준호의 입술은 곧장 그녀의 가슴으로 내려왔다. 그가 이빨을 세워 돌기한 유두를 가볍게 물자, 민혜영은 다시 헉- 하고 거칠게 신음했다. 그리고 고개와 허리를 더욱 뒤로 꺾었다.
한준호가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떠받치지 않으면 그녀는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질 것 같았다. 굿 섹스를 위해서는 이런 때 남자 쪽에서 격정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한준호는 알고 있다. 그의 혀는 호흡을 고르듯 민혜영의 두 젖가슴을 번갈아 부드럽게 탐색했다. 샘을 더듬는 손의 동작도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한준호의 부드러운 애무는 민혜영을 감질나게 하고, 열정에 목마르게 하는 것 같았다.
"아아, 아아…"
그녀는 더욱 거칠게 신음하며 그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그러더니 무너지듯 그의 무릎 아래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뿌리를 움켜잡았고, 뿌리의 선단은 곧 그녀의 입안에 함몰되었다.
한준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아! 하고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곧 욕실 가득 서린 김처럼 혼란이 밀려들었다. 이것은 원하는 상황의 전개는 아니라는 생각- 이미 그녀의 입안에서 폭발한 바 있지 않는가?
더 이상 여자를 안타깝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2+1을 할 때 기회를 놓친 삽입 성교에 대한 욕구가 갑자기 팽배했다.
"됐어요."
하며 그는 민혜영의 상체를 끌어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뿌리를 머금었던 그녀의 입에 가볍게 입맞췄다.
"엎드려요!"
그는 자신감에 넘쳐서, 그러나 모든 시혜를 베풀 준비가 된 인지한 군주처럼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그녀에게 군림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시작하고 것이 그러한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가장 적합한 체위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고, 그의 신민이 당연히 고분고분 그의 뜻을 따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빗나가고 있었다. 민혜영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고, 욕조 위에 한쪽 다리를 척 올려놓았다.
한준호는 그녀가 가까이 오도록 명령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뜻은 언어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느낌으로 분명히 그에게 와서 닿았다.
한준호는 강력한 자장에 옴짝 못하고 이끌리듯 민혜영 앞으로 다가갔다. 민혜영이 재빨리 그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욕조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은 쪽으로 머리를 찍어눌렀다. 폭군처럼 난폭하게- 군주와 노예의 자리는 단박에 뒤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민혜영은 그의 입술이 정확하게 자신의 샘 앞에서 멎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한준호의 혀는 노예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굴욕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품앗이하듯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미 그녀의 입안에서 폭발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자신은 그녀에게 당연히 해야 할 봉사를 생략한 채 너무 서둘러 삽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한준호는 정성을 다해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황홀한 느낌 속으로 빠져들었다. 환타지로서만 가능했던 고급스러운 욕실에서의 가장 에로틱한 섹스! 그리고 노예만이 느낄 수 있는 황홀감! 민혜영은 정말 섹스를 즐길 줄 아는 여자라는 생각…
그의 황홀감을 기습하듯 문득 위기감이 솟았다. 민혜영이 입안에서 폭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그런데… 이상했다. 여자가 남자의 입안에서 폭발시킬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는 그 묘한 위기감에 오래 사로잡혀 있을 겨를이 없었다. 엉덩이가 슬그머니 들리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아, 그리고 이건…! 어느 사이 오정애가 욕실로 들어 와 있었다. 민혜영이 돌아갔다고 말했던 그녀가…
오정애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있다. 한준호는 몸서리를 쳤다. 악몽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알몸의 오정애 앞자락에는 커다란 돌기가 돋아나 있다. 그가 일찍이 본 바 없는 거대한 페니스가…
한준호는 눈으로 그런 것들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혜영이 그의 머리를 단단히 움켜잡고 그의 입에 거친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기란 불가능했다. 그래도 그는 뒤의 모든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마치 뒤통수나 엉덩이에 눈을 대신할 수 있는 감각 기관이 달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오정애가 마침내 거대한 페니스로 그의 질을 부드럽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포를 느끼게 하는 커다란 크기와는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 그는 지신의 질이 촉촉이 젖어 있다는 것과,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쾌감을 느꼈다. 온몸의 세포에 새로운 신경 조직을 이식한 듯한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쾌감!
그러나 오정애의 커다란 돌기가 마침내 자신의 몸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다시 오싹한 공포가 솟았다. 오정애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다.
한준호는 헉! 하고 숨을 몰아 쉬었다. 앞쪽의 상황은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쾌감과 공포가 뒤범벅이 된 상황을 몰아내고 한준호를 새로운 감각으로 헐떡이게 만들었다. 민혜영의 페니스가 그의 목젖 깊숙이 까지 돌진해 왔기 때문이다.
민혜영의 앞자락에도 언제가 모르게, 오정애 못지 않은 거대한 돌기물이 돋아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칼을 움켜잡은 채 그것으로 그의 입안에 거칠고, 집요한 피스톤 운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준호는 다시 위기감을 느꼈다. 민혜영의 그것은 당장이라도 폭발을 일으킬 것 같았다. 그의 입안에서- 그는 두 여자를 모두 떨쳐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악몽이었다. 당장 깨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파멸해버리고 말지도 모를 악몽!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소리라도 질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민혜영의 커다란 돌기가 입에 가득한 상태에서는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한준호는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니, 비명이 제대로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뒤에서 오정애의 커다란 돌기가 몸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고, 어쨌든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곧 우엑 우엑… 구역질을 했다. 오정애의 거대한 돌기가 몸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앞에서는 민혜영이 그의 목젖을 짓이기 듯 힘찬 분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웩, 웩, 우엑!
한준호는 구역질을 하다 철벅 머리를 물 속에 박았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넓고 고급스러운 욕조에 편안히 몸을 담근 채 그는 깜박 잠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느낌은 분명한데,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꿈인지 정신은 아직 몽롱했다. 욕실 안에는 그의 몽롱한 정신에 환상의 커튼을 드리우듯 여전히 잔뜩 김이 서리어 있다.
한준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환상을 보다 분명히 떨쳐버리겠다는 듯-
그는 마침내 샤워기를 들고 몸에 찬물을 뿌리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