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5장 작은 가슴의 엑스터시 (5/12)

제 5장 작은 가슴의 엑스터시 

  김윤하는 먼저 예식장을 떠났다.

  

  휴대폰 통화를 끝내고 돌아 온 그가,  급한 연락이 와서 먼저 가 봐야겠다며 자리를 뜨자, 한준호도 민혜영도 한결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쟤 결혼식 선생님한테 알려야 돼나 어쩌나 많이  망설였어요. 알리면 선생님이 와 주실까도 걱정됐고요."

  

  민혜영은 어깨가 닿을 듯 한준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의 귀에 입을 바싹 갖다 대고  말했다.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짙은 향수가 한결 더 그의 후각을 자극한다.

  

  평소 짙은 향수 냄새에 약한 한준호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그는 그것을 그녀의  체취처럼 느끼며, 이미 거기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려 내듯 그의 오감에 지난날의 욕망을 되살아나게 했다.

  

  "당연히 알려 주셔야죠.  안 알려 주셨으면  많이 섭섭했을 겁니다."

  

  그는 성급하게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그러한 욕망을  떨쳐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의 뿌리는 염치없이, 참으로  민망하게 바지가랑이 안에서 슬금슬금 머리를 들려 하고 있다.

  

  "맞아요. 선생님하고, 저 애하고 보통 사인가요, 후후..,"

  

  "…!"

  

  한준호는 제풀에 얼굴이 뜨듯해 진다.  민혜영의 말은 의미심장하고, 그녀의 웃음은 창녀의 교태처럼 음탕했다.

  

  "오늘 이 자리 전적으로 선생님  덕분이에요. 저 애 선생님한테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녀는 한준호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무슨 이야긴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시침도 잘 떼시네.  물꼬 틔워 준 것이 선생님  아녜요."

  

  "…"

  

  "일단 물꼬가 터지니까 걷잡을 수  없었나 봐요. 두 사람이 벌써 합방도 했대요."

  

  "…!"

  그것은 좀 의외의 이야기였다.

  

  "처녀 총각도 아니고, 알만한 거 다 아는 홀아비, 과부 사인데 뭐 망설일 거 있었겠어요."

  

  "흐흐… 하긴 그렇군요."

  

  "나이 차이는 좀 나도  박교수 잠자리 실력은 괜찮은가 봐요. 그 애가 별 불평 말하지 않는 거 보면. 에그, 고렇게 앙큼한 것이 어떻게 칠  년 동안이나 참고 살았는지? 선생님하고 할 때도 대단했었잖아요."

  

  한준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가 이야기를 엿듣고 있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아니,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갈 염려는 거의 없었다. 민혜영은 그의 귀에 입을 바싹 갖다 대고 충분히 조심성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그녀와  그런 식으로 너무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다행히, 아무도 이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하객들의 시선은 주례사가 진행되고 있는 앞쪽으로 향하고 있고, 주례인 미림대학교 총장은, 재혼이 갖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윤교수님은 안 오셨나요?"

  

  한준호는 말머리를 돌렸다. 민혜영의 이야기에 계속 발목을 잡혀 있기가 부담스럽다. 

  

  또, 민혜영의 남편 윤경민 교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찌된 일인지 처음부터  궁금했었으나, 거기에  대해서 물어 볼 기회가 없었던 터였다. 윤교수와  마주치게 되리라는 것은 그가 이 곳에 오면서 제법 부담을 느꼈던 일이었었다.

  

   "그이 미국 갔어요. 세미나가 있어서."

  

  "아아, 예에!"

  

  한준호는 문득 이런저런 부담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는 속으로 후후… 하고 웃음까지 나왔다.

  

  결혼식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렸다고 하는데도 하객이 제법 많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예식이 끝나자 뜻밖에 신부가  민혜영과 한준호가 있는 쪽으로 제일 먼저 걸어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한준호를 향해서 걸어 온 것이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녀는 한준호에게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한준호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어서 좀은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녀에게 윙크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저 애  선생님한테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했던 민혜영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선생님 일정 어떻게 되세요?"

  

  하객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민혜영이 물었다.

  

  "특별한 일정은 없습니다. 김 선생하고 술 한잔하려고 동행했던 건데, 그 친구도 가버리고…"

  

  한준호는 우물쭈물 말했다. 김윤하를 끌어들여 이런 식으로 둘러대는 말을 풀어내는 자신이 조금은  감탄스럽다. 오후 수업이 한 팀  남아 있었으나, 그는  그 일정을 취소한  터였다. 어쨌든 민혜영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잘 됐네요. 차 가지고 오셨죠? 저 집까지 좀 태워 주세요."

  

  "…?"

  

  "제 차요, 며칠 전 가벼운 접속 사고가 나서 정비소에 맡겼는데, 아직 못 찾아왔어요."

  

  "아아, 예에…"

  

  한준호는 속으로 오오! 하고 부르짖었다. 모든 상황이 행운의 시간을 위해서 준비돼 있다는  느낌이었다. 윤교수가 미국에 간 것도, 민혜영의 차가 접속  사고를 내서 정비공장에 들어간 것도…

  

  그들은 한준호가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가기 위해  미림종합고등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말 오후의 초봄 날씨는 옷 속으로 스미는 바람이 다소 차갑기는  했지만 화창했다. 

  

  그 화창한 날씨마저 자신에게  축복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한준호의 마음에 문득  먹구름이 밀려들었다. 집으로 간다는 것은… 하고, 그는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요일이다. 아이들이 이미 학교에서 돌아 와 있을 것 아닌가? 한준호는 민혜영에게 중학교  일 학년 짜리 딸과 초등학교 오 학년인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윤교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 와 있을 집으로 그녀를 따라가 봐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정애 결혼하는 거 보니까 부럽더라. 그 애  신부 화장하고, 면사포 쓰니까 참 예쁘죠? 처녀 같애… 노처녀 후후"

  

  민혜영은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한준호의 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

  

  "나도 면사포 다시 한번 써 보고 싶다. 백마 타고 나타나는 왕자처럼 어디선가 나의 이상형이  불쑥 나타나고… 나는  그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후후…

  

  "…"

  

  "사랑은 겉잡을 수 없이 번져, 그는 내 삶의 전부가 되고…나는 마침내 윤교수한테 이혼을 요구한다."

  

  "…!"

  

  "…갈등과 번민의 시간은 계속되고, 주위의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도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마침내 웨딩 마치가 울려 퍼지고, 나는 새 색시처럼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가 되어…"

  

  "드라마를 쓰시죠."

  한준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까르르… 정말 드라마 같죠? 드라마처럼 로맨틱하죠?

  

  민혜영은 한껏 우아하고 고상하던 자태에서, 수다쟁이 시정의 여편네로 돌변한 분위기를 풀풀 흘린다. 

  

  "…"

  

  "윤교수한테 이런 말하면 뭐라고 할까요? 그 양반 드라마의 '드'자도 싫어하는데… 까르르 까르르."

  

  "미국서 돌아오시면 직접 물어보시죠.

  

  한준호의 말투가 계속  퉁명스럽게 나가는  것은, 민혜영이 생각하는 백마 타고 나타나는 왕자가 자신일 수는 없다는  불편한 심사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한준호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왔고, 차에 오른다.

  

  "집으로 곧장 가실 건가요?"

  

  한준호는 시동을 걸며 새삼스럽게 묻는다.  그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선 느낌이었다.

  

  "다른 데 들리실 때 있어요?"

  

  "…!"

  

  한준호는 문득,  '원하면 밀어붙여요!'  하던 나대로의 말이 생각난다. 뽀르노 작가의 충고!.

  

  "모처럼 만났는데 드라이브라도 하시죠.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그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비록 백마를 타고 나타난 왕자는 못된다 할지라도, 이 여자는 지금 나를  원하고 있는 거야 하는 자신감을 갖고자 한다.

  

  "아녜요. 그냥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

  

  민혜영은 한준호의 용기를 단칼에 요절내  버린다. 차를 출

발시킨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사는 수정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민혜영은 이제 오정애와 박교수가  처음 합방하던 일을  화제 삼기 시작했다. 지금 한준호가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일은 그 일이 아니겠느냐는 듯-

  

  "처음부터 이심전심으로 뜻이 통해서  저녁 식사하고. 가볍게 한 잔하고, 호텔까지는 그럭저럭 잘 들어갔나 봐요. 좀  어색하기야 했겠지만 처녀 총각도 아니고, 두 사람 모두 재혼하기로 마음을 굳혔던 때니까 망설일 이유야 있었겠어요."

  

  "…"

  

  "…그런데, 샤워까지 하고 나서도 박교수가 계속 점잔만 빼더라는 거예요. 그 대목 이야기하면서  정애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

  

  "아무리 대학 교수라고 해도 남들 앞에서 영국 신사는 좋지

만, 잠자리에서 영국 신사가  무슨 소용 있느냐는 거예요.  까

르르 까르르…"

  

  민혜영의 손이 슬그머니  한준호의 허벅다리  위에 놓인다. 그러나 손과 입은 별개의 것이라는 듯 그녀의 이야기는  한결같은 흐름으로 계속된다. 

  

  "…그래서 그 애가 위로 올라가서  해주고, 립 서비스도 하

고 했더니 완전히 뿅 가서 사람이 달라지더라는 거예요." 

  "까르르 까르르… 그 애 그렇게 앙큼한 데가 있어요."

  

  샅을 더듬던 민혜영의 손은 이제 한준호의 뿌리 위로  올라 와 있다. 그의 뿌리는 어쩔 수  없이 바지를 떠받치며 팽창한다.

  

  "실력은 별로던데요."

  

  한준호는 그것을 모른 척하며 말한다.

  

  "무슨 실력요?"

  

  "립 서비스!"

  

  "어머, 그래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제가 왜 모릅니까?"

  

  "후후, 그렇지. 내 정신 좀 봐… 후후 까르르."

  

  "낄낄낄…"

  

  그들은 모처럼 함께 웃었다.

                    

  "저는 어때요?  제 실력은 괜찮은 편인가요?"

  

  "그것으로 폭발시킬 정도 아녔습니까?"

  

  한준호는 이제 완전히 마음이 풀어진 상태다. 그 대신 뿌리 쪽으로 자꾸 신경이  쓰인다. 자극이 텐트를 치고  일어선 옷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손놀림이 염치를 모르듯 집요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그렇지. 까르르 까르르."

  민혜영은 여전히 손놀림과 입놀림이 따로따로다.

   

  "…"

  

  "입에서 그렇게 돼 보긴 그게 처음이에요."

  

  "두 분이선 그런 거 안 합니까? "

  

  "아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윤교수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윤교수 잠자리에서는 완전히 남성 우월주의자에요. 평소에는 안 그런데. 잠자리에서만 그래요. 내가 뭣 좀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자기 혼자  다 해야 되는 건 줄 알아요."

  

  "편하고, 행복하시겠어요."

  

  "그게 어디 편한 거고, 행복한 건가요. 오는 정 가는 정이잖아요.  잠자리에서도 알맞은 품앗이가 있어야죠."  

  

  민혜영은 이제 뿌리를 밖으로 꺼내려  하고 있었다. 한준호

로서는 점점 난처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사모님은 어때요? 잘해 주시죠?"

  민혜영은 다시 말했다.

  

  "저희 집 사람 말입니까?"

  

  "잘 해 주실 것 같아요. 선생님 솜씨 보니까."

  

  "저도 입에서 그렇게 돼보긴 그 때가 처음입니다."

  

  "어머, 그래요!"

  

  민혜영은 감격했다는 듯  한준호의 뿌리를 꽉 움켜잡았다. 마침 그 때 그의 뿌리가  그녀 손에 잡혀 자유로운  공간으로 퉁겨져 나왔던 것이다.

  

  민혜영은 얼른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 위에 덮었다. 지나가는 차에서 혹시 차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모든  것이 노출될 상황이었다. 그녀는 충분히 조심성 있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한준호는 그 쪽에  대해서 잠깐 신경을 접어  두고 있었다. 그는 차의 속도를 줄이고 길가를 조심성 있게 살폈다. 여자의 의사는 이미 분명해진 상황이었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한 것이다.

  

  마침 저만큼 앞에 백마장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외양이 번듯하고 깨끗해 보이는 여관이었다.

  

  그는 여관이 있는 골목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아니, 어디 갈려고요? "

  

  민혜영은 손수건 아래에서 그의 뿌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하지 않으세요? "

  

  그는 차를 세우고 눈앞의 백마장이라는 간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 되요, 누가 보면 어떡해요?"

  

  "…!"

  

  오오… 이 여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르지 누가 보지나  않을까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지금 차안에서 하고  있는 짓은 누가 봐도 괜찮은 일이란 말인가?

  

  "나 저런데 들어간 본 적 한 번도 없어요."

  

  "…"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얼른 상황 판단이  되지 않는

다.

   아니, 그보다는 묘한 배신감이 앞선다.

  

  "빨리 차 돌려요."

  민혜영의 말은 이제 신경질적이 된다.  한준호는 문득 배신

감이 솟는다.

  

  "더 이상 여기 손대지 마세요. 다른 차 받아 버릴지도 몰라요."

  

  그는 이미 풀어 죽어 볼품없어진 뿌리를 바지 안으로  추슬러 넣고 지퍼를 올리며 화가 나서 말했다.

  

  "미안해요."

  한준호는 아무런 대꾸 없이  볼먹은 표정으로 차를  후진시킨다. 큰길로 나온 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어색하다. 그들은 민혜영의 아파트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올라가서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민혜영은 운전석에 앉은 채  그녀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준호에게 말했다.

  

  "그냥 가겠습니다."

  

  "많이 화나셨나 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살짝 눈을 흘긴다. 그런 때 그녀의 

모습은 참 교태롭다. 

  

  "빨리요. 그대로 가면 나 정말 섭섭해 할 거예요."

  

  "…"

  

  한준호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린다.

  

  토요일 오후인 탓에, 아파트 앞  놀이터는 뛰노는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다. 그들은 그 앞을 지나  민혜영이 사는 105동 현관 쪽으로 걸어간다. 

  

  지난 해 가을만 해도 한준호는 컴퓨터 수업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이 곳을 방문했었다.  그리고 계절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외에 주변에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준호는 자신이  왠지 낯선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아이들이 몇  명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엘리베이터는 23층에 서 있었다.  아파트는 24층 건물이고, 민혜영이 사는 곳은 19층이다.

  

  아이들은 민혜영에게 인사를 했고, 한 아이가

  

  "승호 삼촌이에요?"

  

하고 한준호를 힐끔거리며 묻는다.  승호는 5학년짜리 민혜영의 아들 이름이다. 

  

  "아니, 컴퓨터 선생님."

  

  한준호는 '컴퓨터 선생님' 하는  민혜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절되어 있던 익숙한 세월  속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들어가

는 느낌이다. 그  때 민혜영은 메일로 간단히  컴퓨터를 그만 

배우겠다는 뜻을 전해 왔었다. 정애가 다른 일이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하므로, 자기도 부득불  수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민혜영은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몇 줄의 메일로 그런  뜻을 알려 왔었다. 한준호는 그 간단한 메일을 몇 차례나 되풀이해서 읽으며 아득한 절망감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컴퓨터 수업을 위해 그녀들을 방문하면 그녀들과의 기회는 

자연스럽게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이 그의 기대였었다. 무엇보

다도 그는 민혜영에 대해서 아쉬움과 갈망을 느끼고 있었다. 

  

  2+1을 할 당시 그는 오정애 쪽으로 더 열정이 쏠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져 있었다. 민혜영과의 관계가, 관능의 늪에서 허덕이다 없이 끝나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은 그로 하여금 그녀를 한층 더 갈망하게 했다.

  

  민혜영의 메일은 그런 그의  갈망을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

들어버린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는 23층에서  붙박이처럼 선  채 내려오지  않고 

있다. 안에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누가 붙잡고 있기라

도 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떠들며 장난질을 하다, 엘리베이터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자  밖으로 다시  몰려나가 버렸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왔을 때는  그들 단둘이 남아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밀폐된 공간에 그들을  오롯이 실은 채 상승하기 시작했다. 문득 미묘한 긴장감이  스폰치처럼 주변의 공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진공으로 그들을 질식시켜 버리겠다는 듯-

  

  "그 동안 나 많이 미워했죠?"

  

  민혜영이 한준호의 팔에 지긋이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녀

의 손은 어느 사이 그의 입술을 어루만지고 있다. 

  

  한준호는 그녀의 손목을 꼬옥 잡는다.  그들의 눈길은 서로

를 갈망하듯 허공에서 부딪쳐 멎고,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진

다.

  

  한준호는 민혜영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입술

을 그녀의 입술에 포갠다. 그의 눈도 함께 감기고 있다.

  

  그들은 단절되었던 시간의 맥을  더듬어 찾듯 부드럽게  서로 입술을 탐했다. 입술은  서로를 느끼게 하고, 그  곳으로부터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감각은  짙은 욕망으로 그들의  오감을 달아오르게 한다.

  

  "미워하면서도 항상 생각했어요."

  

  잠시 입술이 떨어진 틈을 타 한준호가 말했다.

  

  민혜영은 다시 입술을 포개며  한준호의 허리를 힘껏  끌어 

않는다. 그녀의 행동은 배출구를 찾아  팽창하던 한준호의 욕

망을 폭발하게 한다. 그는 촉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느끼겠

다는 듯 그녀의 온몸을 탐욕스럽게 마구 더듬는다.

  

  혀는 가장 적나라한 탐욕의 배출구가 된다. 그들의 혀는 가쁘게 타액을 나누며 엉긴다. 민혜영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녀는 바지를  떠받치고 단단하게  일어서 한준호의  뿌리를 움켜잡는다. 한준호는 입안에 들어 와 있는 그녀의 혀를 힘껏 흡입한다.

  

  "우우-"

  

  강한 흡입에 놀라 민혜영은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를 낸다.

  

  한준호는 강한 갈망을 느낀다. 무엇인가  보다 자극적인 행위가 이루어지기를… 그는  자신의 갈망이,  민혜영이 오랄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지 않았다.

  

  한준호는 차마 이 곳에서 그녀에게 오랄을 해 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아아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이미 10층을 지나고 있다.

  

  그는 민혜영의 손을 밀어내고,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그들은 새로운 욕망의 배출구를 찾아 안간힘 하듯 복부를 밀착시킨다. 한준호의 단단하게 일어선 돌기가 민혜영의 샘을 압박하고, 그녀는 거기에 호응해  샘을 돌기에 마찰시킨다. 

  

  그들은 시한부 사랑을 나누는 결사적인  연인들 같다. 엘리

베이터는 예정된 시간을 향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다가가는 

초침처럼 층수를 더해가고 있고, 그들은  그것을 곁눈질로 확

인하며 입맞춤과 마찰을 되풀이한다.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19층에  멈춰 서고  있다. 밀착되었던 

그들의 몸은 어쩔 수없이 떨어진다. 

  

  "집에 애들 없을 거예요."

  

  민혜영이 가빠진 숨을 고르며  잊고 있던 사실을  고백하듯 툭 말을 떨군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회오리에서 허덕이던 한준호는 문득 머리에 한 줄기 빛이 관통하는 것 같다.

  

  민혜영은 엘리베이터 벽면의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매무새를 고친다. 한준호도 얼른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입  언저리에 립스틱 자국이 욕망의 잔해처럼 묻어 있다. 그는 황급히 손수건을 꺼내 그것을 닦는다.  

  

  엘리베이터의 문은 이미 열리고 있고, 그들은 잠시 그 공간

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꼴이 된다. 만일 밖에 누가  있었다면, 

그들 사이에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차리기  어

렵지 않을 상황이었다.

  

  민혜영이 버튼을 눌러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얼른  다

시 열리게 한다. 그는 한준호가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버튼을 

눌렀던 손을 떼며 자신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녀는 한준호를 향해 미소 지으며  초인종을 누른다. 위급한 상황에서 용케 탈출한 것 같은  만족감이 깃든 미소다. 한준호도 마주보며 웃는다. 집에 아이들이  없을 거란 민혜영의  말은 그의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해 주고 있었다.

  

  안에서는 경쾌하게 멜로디가 울리고 있다.  그 소리는 한준

호에게 낯설지 않다. 그가 방문 수업을  위해 찾아 와 초인종

을 누르면 익숙하게 들을 수 있었던 소리… 

  

  잠시 후 '선생님이세요?'  하는 민혜영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 뒤에서 오정애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었지.

  

  그는 문득 초조감이 엄습한다. 집에 애들이 없을 거라고 했

지만, 혹 '엄마야?' 하며 아이들이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아들들이 없다면서 그녀는  왜 초인종을 누르는  것

일까?

  

  잠시 계속되던 멜로디는 제풀에 멎는다. 

  

  "작은 얘는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간다고 했어요. 큰애는 음악회에 간다고 했고요. 음악회  다녀와서 감상문 쓰는 것이 숙제라나요."

  

  민혜영은 핸드백에서 키를 꺼내  열쇠 구멍에 꽂으며  말했

다. 한준호의 초조감은 겨우 사라진다.

  

  "승호야, 승희야… 엄마다! …아직 안 왔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민혜영은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면서 서둘러  이 방 저  방 문을 열어본다.  한준호는 그녀가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을 느낀다. 오정애와  더불어 2+1을 벌리던 때의 그녀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본격적인 불륜에의  탐닉을 꿈꾸는  여자의 

본능적인 조심성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한준호는 현관문을 잠그고 거실로 올라서 있다. 

  

  집에 그들 이외에 누구도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되자, 민혜영은 핸드백을 내던지듯 거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한준호  쪽으로 다가온다. 한준호도 강한 자장에  끌리듯 다가가 그녀를 맞는다.

  

  그들은 힘껏 밀착되며 뜨거운 입맞춤을  나눈다. 그러나 그

들의 밀착은 곧  풀어졌다. 민혜영이  한준호의 벨트를  푼다. 

한준호도 그녀의 등뒤로 손을 뻗쳐 드레스의 지퍼를 끌어  내

렸다.

  

  그의 바지와 그녀의 검은 드레스가 거의 동시에 거실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들의 입맞춤은 이제 부드러워지고,  마찰은 복부로 집중된다. 팬티와 엷은 슈미즈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지는 마찰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그것보다 한결 서로를 짙게 느끼게 하고, 욕망은 상승 곡선을 그린다.

  

  민혜영은 한준호의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나간다. 그녀의 손은 조급함으로 떨리고, 마음은 그의  알몸을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싶다는 욕망에  불타고 있다. 

  

  와이셔츠의 단추가 모두 따지자, 한준호는 스스로 와이셔츠를 벗어 던지고, 그 안의 러닝셔츠도 벗는다. 그리고 그의  손은 다시 성급하게 민혜영의 슈미즈를 벗겨 내린다.

  

  그들은 이제 남자와 여자의 가장 중요한 곳들만을 가린  채 몸을 부딪친다. 눈이 아닌 촉감으로  서로를 확인하고 느끼겠다는 듯-

  

  한준호는 브래지어가 거추장스럽다.  그의 가슴에  와 닿는 섬유질의 감촉은  그녀를 촉감으로  느끼는데 훼방꾼이  되고 있다. 그는 그 거추장스러운 훼방꾼을 제거하려고 한다.

  

  "거긴 건드리지 말아요."

  

  민혜영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준호는 그녀가 가슴을 드러내기를 꺼려했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가슴이 절벽이라 남편인 윤교수도 거기는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고  했던 그녀의 말을…

  

  한준호는 지금 그런 문제로  그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그의 손은 아래로 향한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아니, 서두르고 싶지 않다.  완만한 둔부의 곡선을 더듬던  손은 마지못해, 유혹이 이끌리듯 마침내 계속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이른다.

  

  "아아!"

  

  그가 팬티 위로 샘을 자극하기  시작하자, 민혜영은 고개를 뒤로 제치며 신음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말했다.

  

  "입으로 해 줄까요?"

  

  그녀의 손은 이미 한준호의 팬티 안으로  들어 와 있다. 그녀는 어쩌면 브래지어를 벗기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준호는 지금 당장 민혜영으로부터  립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망은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깐 그것을 원하는 충동을 느꼈었으나, 이제 그는 그 충동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여자를 위해서  봉사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지난 번 그녀로부터 받은 것이  비해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한 일은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그는 이제 민혜영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샘을  자극하기 시작하며 말했다. 그녀의 그  곳은 실망스러울만큼 아직 젖어 있지 않다.

  

  그는 민혜영의 애액이 풍부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6개월 전 오정애와 그녀를 함께 상대한 단 한번 뿐의 정사였지만, 지금 그가 그녀의 신체적 특성 중 기억의 늪에서 건져 올리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녀는 지금 어느 만큼까지 올라 와 있는 것일까? 샘이 충분히 젖지 않는 탓에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애매하다.

  

  민혜영이 다리를 벌려 손가락을 안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바람에 그의 손가락은 망설이지 않고 샘 안으로 진입한다. 안은 거의 건조한 느낌인 밖보다 좀더 젖어 있었다.

  

  "으음… 아~!"

  

  한준호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샘을 휘젓기 시작하자, 민혜영은 다시 고개를  뒤로 꺾으며 신음한다. 그는  이제야 말로 자신이 이 여자를 위해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될 때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것은 바로 자신을 위한 일일 수도 있었다. 타액은 건조한 샘을 습기로  가득 차게 해 주고,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그녀를 끌어 올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애, 정말 입으로 하는 실력 별로에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려던 한준호는 민혜영의 말이 주춤하고 만다. 이 여자는 왜 자꾸 오정애의 오랄 솜씨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솜씨에 대한 우월성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심사의 변형된 표현은 아닐까?

  

  "두 분을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죠.  제가 뭐 다른 여자들과 다양하게 그런 것을 비교해 볼만한 기회가 있었어야죠."

  

  한준호는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민혜영의 원하는 바를 정곡을 찌르는 것이기를 바란다.

  

  "저하고 비교해서 말인가요?"

  

  "그럼 다른 사람 또 누가 있습니까?"

  

  민혜영은 후후… 웃는다 그러나가

  

  "사모님은? 사모님은 어때요, 잘해 주시죠?"

  

  "저희 집 사람 말입니까?"

  

  "샘날 정도로 미인이던데요?"

  

  "저희 집 사람을 언제 보신 적 있습니까?"

  

  "보라약국이라고 하셨죠. 전에 부근  지나다가 잠깐 들려서 비타민 하나 산 일 있어요?"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요. 저희 집 사람  윤교수님 팬이라, 사모님이 들리셨다면 이야기를 했을 텐데요.  지난 번 윤교수님이 낸 에세이집  '사색의 창가에서'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그래요? 내가 누구라는 건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약만  사 가지고 나왔어요."

  

  "악취미시네요. 그러니까 그게, 저한테 컴퓨터 배울 당시 이야기겠죠."

  

  "아네요. 그 후 일이에요.'

  

  "…!"

  

  "그 날 나 샘나서 잠 한 숨도 못 잤어요. 우리 선생님이 저런 아름다운 부인과 매일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걸  생각하니 잠이 와야죠."

  

  "농담도 잘 하시네요."

  

  한준호는 이제 그런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고만두겠다는 듯 한마디 내뱉고  얼른 민혜영의 입을 얼른  입술로 막았다. 그리고 샘 안을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음, 음… 음…"

  

  민혜영은 막힌 입 사이로 신음을 흘리며 잠시 방치해서  위축되어 있던 한준호의 뿌리를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다.

  

  한준호는 이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듯 그녀를 응접 의자 쪽으로 밀고 간다. 그녀는 곧  그 곳에 주저앉혀지듯 뒤로 넘어진다.

  

  그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민혜영의 양다리를  들어올리며 입을 샘으로 가져갔다.  그의 입을 맞는 것은  드러난 살갗과 숲이 아니고 인공의 섬유질이다. 그는 개의치 않고 팬티 위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온전하게 드러난 샘과 달리, 팬티 위에서 샘을 자극하는 커닐링구스의 느낌은 색다르다. 혀에 와  닿는 섬유질의 감촉은 까슬까슬하고, 약간 부패한 듯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약간 부패한 듯한 냄새! 그것은 미묘하게 그의 욕정을 자극한다. 마치, 부패가 시작되는 과일 맛이 더 달콤하듯-

  

  한준호의 공격은 거칠다. 민혜영의 샘은  물어뜯기 듯 공격

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 곳은  타액으로 흥건해지고,  팬티는 

살갗에 착 달라붙은 채 샘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난다.

  

  휴식이 필요한 일꾼처럼 한준호는  잠깐 공격의 템포를  조절한다. 이제 혀는, 계곡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팬티 위에서 지형을 탐색하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섬유질은 이미 그의 혀끝에 자연스럽게 감촉되고,  후각을 자극하던 약간 부패한 듯한 냄새도 타액으로 희석되어 있다.

  

  "음… 아아 아!"

  

  한준호의 거친 공격에 호흡이라도 막힌 듯 옴짝 못하던  민혜영이 비로소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혀가 불씨를 집혀 온몸으로 번져 나가고 있는 쾌감이 소실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느릿느릿 엉덩이를 들썩이며 몸을 흐느적거린다.

  

  그녀는 마침내 손을 아래로 내려 스스로 팬티를 벗어  내리려 한다. 한준호가 그녀를 돕는다. 그녀의 팬티는 곧 들어 올려진 양다리 위를 빠져나가 바다에 떨어진다. 

  

  한준호는 수줍음을 벗은 샘에 재빨리 혀를 꽂는다. 그는 다시 서두르고 있었다.

                

  "아아 아! 엄마야!"

  

  한준호의 거친 자극에 민혜영은 다시  몸부림친다. 그는 이제 혀와 손가락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손가락은 익숙한 탐색자처럼 샘을 탐험하고, 혀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한다.

  

  "엄마! 아아… 엄마야!"

  

  "…!"

  

  민혜영이 흘리기 시작한 '엄마야!'는 한준호에게. 기억의 갈피에 묻혀 있던 생각을 또 되살아나게 한다. '엄마야!'가 격정에 겨웠을 때 그녀가 흘리는 신음이라는 것을…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샘은 그의  뿌리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만큼 젖어 있다. 그것이 자신의 타액인지, 샘이 스스로  뿜어낸 샘물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시작해도 되죠?"

  

  한준호는 샘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 샘 속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이 여자에  대해서 어느 것도 멋대로 하고 싶지는 않다.  여자가 자신에게 마구 명령하고,  폭군처럼 군림하는 여왕이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해 줘요. 지금 너무 좋아요"

  

  민혜영은 소파에 등을 붙인 채  실눈을 떠서 잠시 그를  바

라보다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오오, 그녀는 여왕이 아니다. 온몸으로 사랑 받기를  갈망하는 한 마리의 여린 양일뿐이다. 그녀의 소망과 그녀의 자태는 한준호를 황홀하게 한다. 그의 입술은 다시 샘으로 향한다.

  

  "아아, 좋아요. 부드럽게… 부드럽게… 천천히…"

  

  "…"

  

  "당신은 좋은 남자예요. 으음… 좋아요…"

  

  "…."

  

  "아아,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

  

  한준호는 정성을 다해 혀와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찬사는 그를 황홀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아아,  이런 느낌 처음이에요!' 하는 그녀의 말은 바로 자신의 느낌과 다름이 아니었다.

  

  아내가 언제 그에게 그런  찬사를 보내 준 적이 있었던가? 그가 아내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 몸부림치게  만든 후 기껏 듣는 소리란 "자기 꼭 짐승  같애.' 하는 정도였다. 아내를 격정으로 몸부림치게 만들면 만들수록 그는 더 못된 짐승이  되는 것이다.

  

  아니, 아내에게 뿐 아니고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지금 같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찬사를 들어 본 일은 없다. 그는 민혜영이 자신과 환상적이 섹스 파트너임을 다시  느낀다. 그녀와 단절되어 있었던 지난 6개월이 새삼 아쉽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것을 충분히 보상받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좀 해 줄께요."

  

  민혜영이 문득 상반신을 일으키며 말했다. 한준호는 괜찮아요 하고 말하려다 그녀의 표정을 보며 말을 입안에서 삭인다. 그녀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는 당장 그녀의 몸 안으로  폭풍처럼 돌진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그의  욕망과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받은 만큼 그에게 되돌려 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녀의 표정에서 그것을 읽어내기 어렵지 않다. '입으로 해 줄까요?' 하는 말을 먼저 꺼냈던 것이 그녀 아닌가? 그녀는 그것을 그들이 똑같이 100점 짜리 사랑을 나누기 위해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준호는 잠자코 몸을 일으켰다. 민혜영은  서둘러 그의 발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아직 그의 엉덩이에 걸쳐서 있는 팬티를  끌어내린다. 

  

  당당하게 일어선 뿌리가 목표물을 조준하듯 민혜영의 얼굴을 겨눈다. 그녀는 자신을 위협하는  총잡이에 교태를 부리듯 얼른 그것을 움켜잡으며, 선단을 입안에 머금는다.

  

  "으음…"

  

  한준호는 허리를 뒤로 제치며, 폭발하려는 욕망을 자제하기 위해 신음한다. 민혜영은 재빨리 위험한  총잡이를 어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날카로운 욕망의 발톱을  잠깐 잠깐 내비치듯 이빨을 세워 한준호의 귀두를 가볍게  깨물었다가, 금방 혀로 부드럽게 위무한다.

  

  "음~~ 아아! 아아~~"

  

  그녀의 되풀이되는 자극에 한준호는 진저리치듯 몸을 떨며 신음한다. 그의 반응은  민혜영을 고무시킨다. 그녀의  동작은 피스톤 운동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금방 격렬해 졌다.

   

  "됐어요. 그만요."

  

  한준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행동을 제지한다.

  

  "왜? …좋아요?"

  

  "으음, 좋아… 그냥 나오려고 해요, 지난번처럼."

  

  "후후…"

  

  한준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엎드릴까? "

  

  "아녜요. 그냥 해요."

  

  한준호는 마주보며 선 자세로 시작하려 한다.

  

  "지난번에 잘 안됐잖아?"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을 것 거예요."

                      

  그들은 지난 번 마주보며  선 자세에서의 시도가  실패했던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때는 오정애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그들 단둘뿐이다. 그러한 사실은 그들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한다.

  

  한준호는 민혜영의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미소짓는다. 그들은 몸을 밀착시키며 입술이 먼저 포개진다. 민혜영의 손이 얼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복부를 찌르는 한준호의 뿌리를 잡아 샘으로 인도한다. 그녀도 한준호 못지 않게, 지난번의  실패에 대한 도전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민혜영의 인도로 방향이 분명히 잡혔다 생각되자, 한준호는 무릎을 조금 굽혔다 펴며 민혜영의 엉덩이를 힘껏 끌어  당겼다.

  

  "아아~~"

  

  민혜영은 샘으로 진입하는 팽창한  뿌리의 감촉에 목을 뒤로 꺾으며 신음한다. 한준호는 무릎을 굽혔다 펴는 피스톤 운동을 조심스럽게 되풀이하며, 뒤로 젖혀진 민혜영의 목덜미를 핥는다.

   

  "아~~ 아~~ 아~~"

  

  민혜영은 한준호의 피스톤 운동에 리듬을 타 듯 신음을 되풀이한다. 여태껏 꿈꾸기 힘들던 시도가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샘에서 번지고 있는 쾌감 못지 않게 그녀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온갖 망설임과 절제의 덫을 씌워 스스로를 옥죄어 왔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마침내 욕망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신의 갈망을 온전하게  소유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황홀하게 한다.

  

  새로운 시도는 금방 그들을 격정 속으로 몰아 넣고, 그들의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성급해지고, 격렬해진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은 들끓는 격정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미숙했다. 그들이 서두르며 강한 자극을 원할수록 결합은  쉽게 풀어지고, 그것은 상승되는 욕망의 훼방꾼이 되었다.

  

  "다리를 제 허리에 감아 보세요."

  

  한준호는 민혜영의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민혜영의 다리가 허리에 감기자, 그들의 결합은 한결 안정된다.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민혜영이 신기해하며 말했다.

  

  "책보고 연구했습니다."

  

  "후후… 시침도 잘 떼네. 와아프하고 연습했죠?"

  

  한준호는 찔끔 한다. 오오,  이 여자의 감각은 곤충의  더듬이처럼 날카롭지 않은가? 그녀는 말을 틀리지 않다. 그 때 그녀와 입위의 섹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후, 그는 아내와 그런 자세를 여러 차례 시도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우선 책에서 입위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어  머리에 챙겼다. 그리고 당장 그것을 실습할 만만한 대상은 밤마다 옆 자라에 누워 있는 아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섹스에 대한 결벽증으로 똘똘 뭉쳐 있는 아내가 그의 뜻에 고분고분 따랐을  리는 없다. 왜  그래 자기, 변태처럼- 그냥 편안하게 누워서 하면 될 걸,  자꾸 이상한 짓만 하려고 해… 등등 앙탈하는 아내를 어르고, 달래고, 조금은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어쨌든 그는 입위를 시도했었다.

  

  물론 일이 만족할만하게 이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 때의 경험은 지금 그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이 원했던 바를 민혜영을 통해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에 들떠 있다.

  

  "맞아요. 와이프 상대로 열심히 실습했어요. 기회가 오면 실패를 만회하려고요."

  

  한준호는 뿌리를 힘껏 찔러 넣으며 말했다.

  

  "아! 엉큼하긴… 아아~"

  

  "다, ~위하여 예요."

  

  "누구? 나를!"

  

  "우리 둘을…"

  

  "아아, 좋아!"

  

  민혜영은 외다리를 까치발하며 양팔로 한준호의 목을 힘껏 끌어안고 매달렸다. 그녀의 한쪽 다리는  여전히 그의 엉덩이를 감아 안은 자세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한준호는 규칙적으로 무릎을 굽혔다  펴며 피스톤 운동을  되풀이하고, 민혜영은 그의 뿌리를  좀 더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해, 그의 피스톤 운동에 보조를 맞추려 안간힘 한다.

  

  자주보고 선 자세에서는 역시  깊은 삽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자세와 새로운  방향에서의 자극은 몸으로 느끼는 감각 이상으로 그들을  흥분시키고, 격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응 으음… 아아~"

  

  "나 화내고 싶어요."

  

  "아~~ 왜?"

  

  "그 동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그만 해 아아… 그런 얘기 그만… 으음 아아~~"

  

  민혜영이 문득 까치발을 하고  있던 다리마저 들어올려 한준호의 허리를 휘감는다. 삽입은 한층 깊어지고, 그녀는  그를 송두리째 소유해버렸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녀는 온몸의 체중을 한준호에게 실은 채  상체를 격렬하게 요동하기  시작했다.

  

  한준호는 모든 출구를 차단  당한 포로처럼 그녀의  격정에 포로가 되어버린다. 그는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들어올리며 양보를 모르는 맞수처럼 그녀의 격정에 맞선다. 

  

  "이런 건 어서 배웠어요? …교수님하고 실습했어요."

  

  격정의 여백을 찌르듯 한준호가 불쑥 한 마디 퉁겨낸다.

  

  "아아 몰라."

  

  민혜영은 입술로 얼른 한준호의 입을  막는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은 금방 한준호의 입에서 떨어지고, 그녀는 상체를 뒤로 제치며 다시 격렬한 운동에 몰입한다.

  

  한준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돋고 있다.  호흡도 제풀에 거칠어진다. 그는 그것을 느낀다. 그의 호흡이 그렇게  거칠어져 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는 그것도 느끼고 있다.

  

  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만다.  민혜영이 그를 밀어 쓰러뜨린다.

  

  "아~~"

  

  그녀는 한준호의 몸 위로 올라가며 신음을 먼저 흘렸다.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압도당하듯 한준호는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그 위에서 민혜영의 몸이  아래위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는 그의 몸 위에서 여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여왕은 관심은 오르지  한군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변덕맞은 군주 같았다. 자신의 지배를 확실하게 확인시키겠다는 듯 그의 뿌리를 억세게 억압했다, 그러다가 자비로운 군주처럼 그것을 풀고,  또 금방 다시 억압한다.

  

  한준호는 자신의 뿌리가 아주  단단하게 일어서 있다는 것과, 그것을 짓누르듯 감쌌다가 빠져나가는 융숭 깊은 샘의 감촉을 선명하게 느낀다. 여자의 그것을  뿌리에 그렇게 선명하게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뿌리에 포진해  있는 세포들은 하나 하나 구멍이 크게 열리고, 그 수많은 구멍에 날카로운 쾌락의 비수들이 꽂혔다.

  

  그는 야생마처럼 날뛰려는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의 운동에 보조를 맞추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이제  그들은 함께 주술사가 되어 비를 부른다.  먹구름이 몰려들고, 그것은 금방  폭우로 변했다. 폭우는 삽시간에 방파제를 붕괴시킨다. 

  

  민혜영은 맹수로 돌변한다. 맹수는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먹이를 찾듯 날카로운 발톱을  번뜩인다. 한준호는 그녀의 날카로운 발톱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떨며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먹이 감이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자신에 대해서 굴욕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욕망의 노예가 되고, 격정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다.

  

  결승점을 앞두고 치닫는 말  위의 기수처럼 민혜영의  들썩거리는  몸짓이 점점 빨라지고, 그녀의 헐떡임과 몸부림도 한층 거칠어진다. 그녀의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쁜 호흡과  신음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길 것 같다.

  

  한준호의 욕망도 함께 결승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아래로 내려 올  때마다 그도 맞서듯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힘껏 그녀의 샘에 뿌리를 찔러 넣었다. 

  

  수축은 민혜영 쪽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억센  수축이었다. 그녀의 몸부림이 문득 멎고, 그녀의 몸은 마치 석상처럼 그의 뿌리와 수직으로 경직되는  듯했다. 한준호는  팽창한 뿌리에 숨이 막힐 듯한 압박을 느낀다.

  

  압박은 그에게도 강한 분출의 욕망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강하게 조이어 오는 힘은 오히려 분출을 방해했다. 그는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라도 하려는 듯 힘껏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흑! …고만요"

  

  민혜영은 막혔던 숨이 터지듯 신음했다.  그리고 굳었던 석상에 다시 핏줄이  돌기 시작했다. 힘껏 상체를  뒤로 제치고 있던 그녀의 몸이 무너지듯  그의 가슴에 엎어졌다. 순간,  기회를 엿보던 그의 뿌리가 힘찬 분출을 시작했다.

  

  "아아- "

  

  민혜영은 한준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는 질벽에 강한 분출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자극에 반응이라도 하듯 그녀의 질이 다시 수축을 시작했다. 

  

  그들은 미리 호흡이라도 맞춘  듯 수축과 분출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끝났을 때 그들은 무아의 경지에 들기라도 한 것처럼 한동안 그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폭풍 뒤의 고요  같은 나른한 시간이  지났을 때  민혜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준호는 잠자코 민혜영의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엉덩이는 힘의 원천처럼 샘 깊숙이 빠져든 그의  뿌리를 억누르고 있다.

  

  "…선생님하고 자꾸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민혜영이 다시 말했다.

  

  "선생님이라는 말 듣기 거북해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그 말 말고 그냥 아무렇게 나요. 이름 불러도 괜찮고요.

  

  "준호씨…! 후후 더 이상하잖아?"

  

  "…"

  

  한준호는 잠자코 민혜영의 등과 어깨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온몸은 그녀가 발산한  열정의 부산물처럼 촉촉이 젖어 있다.

  

  "자기라고 부를까?"

  

  "낯간지러워요."

  

  "음… 그럼 유는 어때? 그냥 you라고 부르는 거…?"

  

  "그거 괜찮은 데요. 저도 그렇게 부를까요?"

  

  한준호는 지금까지 민혜영을 사모님 또는 승호 어머니라고 불렀었다. 이제 그 둘 모두 그녀를  부르는 데는 적합하지 못한 호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응, 좋아."

  

  그녀는 한준호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곧 그들의 입술이 포개졌다. 한동안 부드럽고 끈질긴 입맞춤이 계속된다.  입술과 혀로 서로의 모든 것을 확인하겠다는 듯-

  

  "우리 같이 샤워할까?"

  

  입술이 떨어졌을 때 민혜영이 말했다.

  

  "그래요. 제가 씻겨드릴게요."

  "안 되겠어. 같이 샤워하면 가슴 보여줘야 되잖아."

  

  민혜영은 금방 말을 바꿨다.

  

  "좀 보면 안 되나요?"

  "안 돼. 샤워 나 먼저 할께."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욕실로 향했다. 한준호의  눈은 알몸의 풍만한 그녀 엉덩이를 쫓는다.

  

  "냉장고에 맥주 있어요. 꺼내 마셔요."

  

  그녀는 욕실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그리고 눈을 찡긋한다.

  

  한준호는 못 다한 무엇이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며 냉장고 쪽으로 간다. 냉장고 안에 캔 맥주가 보였다. 그는 캔을 따서 꿀꺽꿀꺽  마신다. 못 다한 무엇에  대한 갈증이라도 달래 듯-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준호의  머리 한 구석에는 민혜영이 욕실로 들어가며  눈을 찡긋했던 일이  붙박여 있다. 그것은 따라 들어오라는 의미와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2+1을 하던 날도 그녀는 오정애와 단 둘이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전화를 걸겠다며 방을 나서면서 눈을  찡긋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일의 서곡이었었다. 

  

  지금쯤 오정애는 신혼  여행지로 출발했을까? 그들은 무주 리조트에 가서 이틀 머물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었다. 홀아비 과부 짝짓는 터에 요란하게 신혼여행 가는 것도 민망하고, 학기초라 학교도 바빠서 가까운데  가서 이틀 오붓하게  지내다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름 방학 때 해외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오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인  모양이라고 민혜영이 귀띔해 주었었다.

  

  한준호는 캔에 남아 있던 맥주를 다시 꿀꺽꿀꺽 마신다. 그러다가 벌거숭이인 채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우스꽝스럽게 생각된다. 그 날도  두 여자가 옷을 감추는 바람에 이렇게 벌거숭이인 채 거실로 나와 난감해  했었지… 그는 그런 모든 일들을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

  

  한준호는 제풀에 흐흐… 웃음이 나왔다. 이 집은 자신을 벌거숭이로 만드는데 익숙한 무슨  마술이라도 걸려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날의 관능은…! 

  

  추억은 잠시 관심의 사각 지대로 밀려나 있던 그의  관능에 날개를 돋아나게 한다. 그는 32평짜리  그의 아파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던 욕실과,  그 안에서 꿈꾸던 섹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기회가 바로 앞에 있지 않은가?

  

  한준호는 이미 욕실 앞까지 와 있었다. 똑, 똑, 똑, 문을  노크한다. 응답이 없다. 샤워기의 물소리가 멎은 듯도 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비틀어 욕실문을  연다. 욕실에 잔뜩 서려 있던 김이 먼저 그를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민혜영의 목소리가 그 뒤를 따른다.

  

  "짓궂게 왜 그래요."

  

  한준호는 개의치 않고 욕실 안으로  들어선다. 민혜영이 들

고 있던 샤워기로 그에게 물을 뿌린다.

  

  "흐흐흐…"

  

  한준호는 좀 과장스럽게 몸을  흔들어 물살을 피하는  시늉을 하며  웃는다.

  

  "돌아서요. 내가 씻겨 줄게"

  

  민혜영은 엄격한 누이처럼 말하고, 한준호는 고분고분 그녀 쪽으로 등을 돌린다. 그녀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가는 물줄기로 애무하듯 그의 몸에 고루고루 물을 뿌린다. 알맞게 따뜻한 물이 기분 좋은 자극처럼  그의 목덜미와 등과 가슴을  간질인다.

  

  "내 가슴은 보면 안 돼."

  "분부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민혜영은 이제 그의 몸에 비누질을  하기 시작했다. 비눗물로 매끄러워진 손이 그의 온몸을 샅샅이 어루만진다. 등을 더듬던 손은 겨드랑이를 지나 가슴에 이른다.

  

  양손은 가슴을 끌어안고 한동안 원을  그린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과 비눗물이 어우러진 마찰은 감각적이고 매끄럽다. 손은 다시 겨드랑이로 돌아 와  그 곳을 간질이다 배로  내려간다.

  

  한준호도 손을 뒤로  뻗쳐 민혜영의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비누질을 하고 난 후의 그녀 피부는 어느 때보다도 매끄럽다. 가무잡잡하면서도 흰  살결의 오정애보다  한결 더  매끄럽던 그녀 피부다.

  

  잠시 배와 허리  사이를 배회하던 민혜영의  손은 금방  좀 더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숲과 그 언저리에서 비누 거품을 만든다.

  

  그녀의 손은 그 곳에 오랫동안 집착한다. 그러다가 샅을 쓰다듬기도 하고, 늘어진 두 개의  돌기물을 보석처럼 소중하게 어루만지기도 한다.

  

  한준호의 뿌리는 이미 거친  욕망을 드러내며 불끈 일어나 있다. 그리고 그의  감각은 민혜영의 손길이 닿은  곳이 아닌 뿌리로 집중되어 있다. 즐거운 일을  앞두고 기대와 기다림으로 잔뜩 들떠 있는 아이처럼-

  

  민혜영의 손이 마침내, 짐짓 외면하는 듯  했던 그 곳에 이른다.

  

  "으윽!"

  

  민혜영의 손이 그것을 꽉 움켜잡자,  한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뿌리를 움켜잡았던 민혜영의 억센 아귀힘은 금방 부드러워지고, 그녀는 어루만지듯  그것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비눗물과 매끄러운 손놀림이 어우러진 그 느낌은 미묘했다.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한준호의 손이 본능처럼 민혜영의 샘으로 향한다.

  한준호의 손가락은  조심스럽게 꽃잎을  헤집으며 그  안을 기웃거린다. 낯선 방문객이 주인을 찾듯-

  

  "음!"

  

  민혜영은 짧게 신음했다. 그러나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나 이상하지?"

  

  그녀는 한준호의 뿌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샘을 기웃거리는 그의 손을 밀어냈다.

  

  '뭐가요?"

  "선생님하고 이러는 거…"

  "유(you)라고 불러요."

  

  "맞아.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 you만 생각하면 내 혈관 속에서 나쁜 피가 콸콸거리는 것 같아."

  

  그녀는 한준호의 등에 뺨을 붙였다. 그녀의 양손은 다시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 와 그의 가슴을 싸않고 있다.

  

  "왜 나쁜 피죠?"

  "우리가 이러는 거 좋은 일은 아니잖아?"

  "도덕의 잣대로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관계를…."

  

  한준호는 말하고 나서, 자신의 말이  너무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저한테 컴퓨터 배우는 비뇨기과 의사가 한 분 있어요."

  

  잠시 후 그는 다시 말했다.

  

  "여자…?"

  

  "아녜요, 남자예요. 40대 중반의  전향적인 영국 신사  같은 분이죠. 인상도 중후하고, 묵직한 음성 하며 외모만으로도  환자가 저절로 신뢰감이 솟을 만한 분이에요."

  

  "그런데…?"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데 딸아이가  찾아 왔어요. 고등학교 일 학년이라고 하던가?  부녀 사이의 이야기가 좀 길어지더라고요. 무료하기도 하고 해서 캐시 폴더를 열어봤어요.  전 시간에 처음 인터넷을  했기 때문에 이  양반이 어디  어디를 돌아다녔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요."

  

  "…?"

  

  "우아… 그런데, 지독했어요."

  

  "뭐가 지독해?"

  

  "하드 코어 그림 파일들이 가득했어요. 한결같이 화질 훌륭하고, 내용도 자극적인 그림들이었죠.  인터넷 딱 한 시간  배우고 그런 그림들을 어떻게 찾아 봤는지 신기하더라고요."

  

  "남자들은 인터넷 배우는 첫 번 째 목적이 그런 거 보기 위해서라잖아요."

  

  "비뇨기과 의사라면 매일 싫도록  거기 들여다볼텐데, 그런 그림 열심히 찾아봤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또 사람의  욕망이란 비슷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 그 분한테 받았던 인상으로는 그런 거 전혀 안 볼 분 같았거든요."

  

  "재밌네요. 누구죠? 이름 말하면 나도  알만한 사람일지 모르겠는데."

  

  "그건 그 분 프라이버시에 관계되는 문제라 말씀드릴 수 없고요, 오늘이 바로 그 분 수업이에요. 토요일 날 진료  끝나고 배우니까. 그런데 꼭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있다고 한 주 쉬자고 했어요."

  

  "후후, 그럼 지금쯤 혼자 열심히  야한 그림 찾아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럴지도 모르죠."

  

  "난 그 때 you한테 한번  배우고 혼자 찾아보려니까 잘 안 되더라."

  

  "그러니까 배울 때 확실하게 배워둬야  하는 거예요. 왜 그만 배우겠다고 했어요?"

  

  "정애가 그만 배우겠다는데, 나 혼자  you를 오라고 하기는 그렇잖아. 또, 더 이상 you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왜 또 만났죠."

  "정애 결혼식 안 알릴 수 없잖아?"

  

  "그래요. 결혼식 때문에 만난 거죠. 결혼식 알려주지 않았으면 정말 섭섭했을 거예요."

  

  "이제 무슨 핑계를 만들어 또 만나지? …아니, 그래서는 안 되는 건가요?"

  

  "….!"

  

  이 여자는 또 단절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건가요?'는 누구에게 묻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 아닐까?

  

  한준호는 분명하게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출제해 놓고 스스로 답안 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그녀에게 자신이 답안을 작성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서로의 감정을 너무 억압하려고  하지 말아요. 나 그 동안 you 많이 원했어요. 그리고 you도 나 원했던 거 사살아녜요."

  

  "…."

  

  "불륜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황홀한  불륜을! 영국 신사 같은 비뇨기과  의사가 혼자 은밀하게  포르노그라피에 탐닉했던 것처럼- 문제는 용기일 거예요. 불륜에 탐닉할 수 있는 용기… 나 지금 그 용기를 갖는데 주저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

  

  민혜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한준호의 등에 뺨을 댄 채 가슴을 싸안고 있던 양손으로  다시 원을 그리며 그  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해줘 봐요."

  

  그는 그녀의 한 손을 끌어내려 뿌리를 가져간다. 그의 부리는 그 동안 풀이 죽어 있었다.

  

  민혜영의 자극으로 그것은 금방 머리를 들고 일어선다.

  

  "손에 비누질하고 해 줘봐요. 아까 좋았어요."

  

  민혜영은 샤워기를 들어  한준호 쪽으로  넘겨준다. 그리고 밸브를 틀자 불이 그들 몸 위로  쏟아진다. 물은 한준호의 몸에 칠했던 미끌미끌한 비눗물의 감촉을 되살아나게 한다.

  

  민혜영은 곧 샤워기를 받아 옆으로 치운다. 그리고 손에 듬뿍 비누 거품을 만든다.

  

  "아아!"

  

  비눗물로 미끈거리는 손이 귀두 부분을 뱅글뱅글 돌아가며 자극하자 한준호는 몸을 떨며 신음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관능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그런 느낌은  여태껏 어떤 행위에서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그의 손이 서둘러 민혜영의 샘으로  향했다. 민혜영이 조금 다리를 벌려 준다.

  

  한준호의 손가락이, 갈증을 느끼는 나그네가 샘물을 탐하듯 얼른 샘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아직  역시 만족할 만큼 젖어 있지 않았다. 

  

  "You는 젖는 게 늘 이렇게 늦어요?"

  

  "그런 것 같아. 윤교수하고 할  때는 바셀린을 사용할 때가 많아요."

  

  "왜 바셀린을 사용하죠?"

  

  "충분히 젖지 않았을 때 남자가 들어오면 통증을  느낀다는 

거 몰라?"

  

  "바셀린 사용하지 않고도 젖게 하는 방법 얼마든지  있잖아

요?"

  

  "You가 능숙하게 하는 방법…?"

  

  "흐흐… 그게 제가 능숙하게 하는 방법인가요?"

  

  "윤교수는 오랄 같은 거 잘 하려고 안 해."

  

  "우리 와이프하고 똑같네요?"

  

  "유어 와이프도 그래? 싹싹하고, 잠자리서 끝내 줄 것 같던데?"

  

  "보기하고 달라요."

  

  "으흠… 뜻밖인데."

  

  "우리 와이프, 한 마디로 고상한 여자죠. 고상하니까 섹스도 고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랄은  우리 와이프에게는 고상하지 못한 행위죠."

  

  "후후 윤교수하고 생각이 비슷한 것  같애. 두 사람 잠자리 같이 하면 잘 맞겠어. 열심히 고상한 섹스하는데."

  

  "우리가 하는 건 천박한 섹슨가요?"

  

  "몰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고상한 섹스가 됐든, 천박한 섹스가 됐든…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만큼 만족을 느끼느냐  하는 거 아니겠어."

  

  "나하고는 그걸 느껴요."

  

  "그런 것 같아."

  

  "몇 점?"

  

  "비 플러스… 아니, 에이…"

  

  "에이 플러스는 아니고요?"

  

  "에이 플러스 받으려면 좀 더 노력해야지."

  

  "욕심장이군요."

  

  "그럼 욕심 아무리 부려도 나쁠 거 없잖아."

  

  "지금 당장 천박한 섹스로 서비스  해 드리고 싶은데요. 에이 플러스 받게."

  

  "아니,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 우리 이미 한번  강하게 느꼈잖아. 함께…"

  

  민혜영은 한준호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비눗물 묻은 손으로는 뿌리에 대한 자극도 계속한다.

  

  한준호도 당장 격렬한 욕망에 다시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립 서비스를 하려면,  그녀가 손으로 뿌

리를 자극하고 있는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 그는 그것을 원

치 않았다.

  

  그녀의 손은 뿌리의 선단과 귀두 부분을 귀중한 보석을 다루듯 어루만지고 있다. 매끄러운 비눗물과 어우러진 부드러운 손가락과 손바닥의 감촉은 오랄이나  질 안에서의 피스톤 운동보다 오히려 감각적이었다. 그것은 욕망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는 세포 하나 하나에서 작은 불꽃이 파릇파릇 튀기는 것처럼 오감을 자극했다.

  

  한준호는 그녀에게도 그런 불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그

는 샘 언저리를 조심스럽게 자극하며,  손가락이 움직이는 반

경을 천천히, 아주 조금씩  넓혀 나갔다. 그녀가 너무  강하게 

느껴, 한꺼번에 달아오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는 그녀의 감각을 가늠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자극이 그녀의 세포들에 불꽃의 씨앗을 심고, 그것들이 마침내 파릇파릇 작음 불꽃들을 튀기기 시작하는지 알 수 없다.

  

  한준호는 차츰 초조를 느낀다. 민혜영은  아직 별다른 반응

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초조감은, 연소가 끝난 작은  불꽃들이 

잦아들 듯 뿌리에서 번지는 쾌감의 감도를 손상시킨다.

  

  "나도 비눗물로 젖게 해 줘 봐."

  

  민혜영이 문득 말했다.

  

  한준호는 머리에서 번쩍 스파이크가 일어난다. 오우 굿!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는  허리를 굽혀 세면기  위에 있는 비누를 얼른 집어든다. 얼마쯤 사용을  한 비누는 막 사용하기 시작한 비누처럼  뭉툭하거나, 오래  사용한 비누처럼 가냘프지 않다. 비누는 섹시하게 날씬한 타원형이었다.

  

  한준호는 비누를 물에  적신 후 손을  뒤로 돌려  민혜영의 샘으로 가져갔다. 비누로 샘과 숲  언저리를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한다. 

  

  "으음!"

  

  민혜영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한준호는  샘 안으로 살짝 손가락을 밀어  넣어 본다. 샘 안은  비눗물인지 애액인지 모를 물질로 미끈거린다. 한준호의 손가락은  물때를 만난 물고기가 헤엄치듯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

  

  민혜영은 다시 신음하며,  귀두 부분을  간질이듯 자극하던 손이 뿌리 전체를 꽉 움켜잡는다.

  

  한준호는 샘 안에  진입했던 손가락을  거둬들이고, 비누를 

대용품으로 사용한다. 알맞게  사용해서 섹시한  타원형이 된 

비누가 조심스럽게 셈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후후- 왜 그래? 이상해!"

  

  민혜영이 엉덩이를 뒤로 빼며 말했다.

  

  "여자들은 혼자 할 때 이런 거 사용한다죠?"

  

  "몰라. 난 그냥 손으로 만지기만 했어."

  

  민혜영이 엉덩이를 뒤로 뺐지만, 한준호의  손이 계속 따라가며 밀어 놓은 탓에 비누는  이미 그녀의 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있었다. 한준호는 비누를 머금은 샘 주변을  애무한다. 비눗물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그  곳은 어느 때 보다도  매끄럽다.

  

  "끙! 아아~~"

  

  한준호가 꽃잎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민혜영은 끙- 하고 힘

을 썼고, 순간 샘 안에 있던  비누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

다.

  

  "아이, 나 몰라. 우리 좀 이상한 거 아냐?"

  

  "뭐가 이상해요?"

  

  '너무 주책 떠는 거 같아?"

  

  "왜 주책이죠? 중요한 건  서로 얼마만큼 만족을  느끼느냐 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

  

  "싫지는 않죠?"

  

  "비누 다시 한번 넣어 줘 봐."

                

  민혜영은 허리를 굽혀, 발끝에 떨어져 있던 비누를 집어 한준호에게 넘겨준다.

  

  비누는 한쪽 모서리가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민혜

영이 원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있을 만큼 손상이  큰 

것은 아니었다.

  

  한준호는 비누에 물을 묻혀 자신의 뿌리 부분에 먼저  비누 

거품을 만든다. 그 곳은 이미 비눗물이 거의 말라 있었다.

  

  "해 줘요, 나도."

  

  한준호가 요구한다. 민혜영의 손이 다시  그의 뿌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자기 손으로 그렇게 해서 끝낸다는 거 알아요."

  

  "생각해 보지 않았어, 그런 거. 하지만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아."

  

  "아까처럼 해 줘요. 손끝으로 귀두 부분을 부드럽게… 온몸이 짜릿짜릿해져요."

  

  "알았어. 나도 빨리 넣어 줘."

  

  비누를 든 한준호의 손이 뒤로 향한다. 그는 아까보다 훨씬 

익숙하게 비누를 민혜영의 샘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손

은 소중한 물건을 감시하듯 샘 언저리를 끊임없이 배회한다.

  

  민혜영도 한준호의 뿌리에 대한 자극을  계속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그의 작은 유두를 

뿌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애무한다. 그리고  혀로는 귓불을 핥

는다. 그녀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

서 그를 즐겁게 해 주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한준호는 나름으로 그녀의 샘에 열중하고 있다.

  

  "나오게 해 봐요. 미끄러워 못 꺼내겠어요."

  

  그는 민혜영의 샘 안에 있는 비누를 밖으로 빼내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말했다.

  

  민혜영이 그 곳에 힘을 주자 비누는 밖으로 나온다. 이번에

는 한준호의 손이 조심스럽게  대기하고 있었던 탓에  비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한준호는 비누를 다시 밀어 넣는다.

  

  "으음… 색다른 느낌이야."

  

  민혜영은 강한  자극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 만져 줘."

  

  비누로 피스톤 운동하듯 그것을  밀어 넣고 밀어내는 동작이 몇 번 되풀이되고 났을 때, 민혜영은 그것을 더 이상 밀어내지 않고 샘에 머금은 채 말했다. 한준호는 그녀가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손은 이제 그 곳을 자극하는 일에 집중된다.

  

  "아아, 좋아! 세게… 쎄게 막 문질러 줘."

  

  민혜영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뿌리를 잡

고 있던 손이 지금까지와 달리 거친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다.

  

  "난 부드럽게 해 줘요.'

  

  한준호는 민혜영이 원하는 대로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자극

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도 주문한다. 

  

  "음- 아아~~ 좋아! 더 쎄게…"

  

  민혜영의 샘에서 다시 비누가  퉁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가슴에 뽀뽀해 줄 테?"

  

  "…!"

  

  민혜영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뜻밖의 말에 한준호는  어

리둥절한다. 

  

  "나 가슴 작지만, 거기로 강하게 느껴."

  

  "어떻게 알았죠, 그걸?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정애가 해 줘서 알았어."

  

  "제가 하면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준호는 갑자기 새로운 전의에 불타오른다.

  

  "그 대신 눈 감고 해야 돼."

  

  "알았어요."

  

  한준호는 눈을 감고 민혜영을 향해서  돌아선다. 그의 입술

이 곧 그녀의  목덜미에 꽂힌다. 그리고 손은  허리를 거슬러 

가슴으로 향한다.

  

  "입으로만 해!"

  

  민혜영은 얼른 그의 손을  제지한다. 그녀는 폭군 같다.  아

니 떼쟁이 어린애 같다고 해야 할까?

  

  "후후후…"

  

  한준호는 민혜영의 그런 태도가 즐겁고 행복하다. 창녀처럼 

노골적이면서도, 어린애 같이 천진한 태도…

  

  한준호의 입술은 조금 성급하게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린다. 그러나  그는 그 곳에서 곧  다시 조심스러워진다. 불쑥 나타날지도 모를 복병에 대비하기라도 하듯-

  

  밋밋한 가슴이다. 이런 가슴을 두고  절벽이라고 하는 것일

까? 그러나 한준호는 그녀의  가슴에 그런 이름을 붙이고 싶

지 않다. 작은 가슴이다. 작고 아름다운 가슴!

  

  오오 그래! 이건 작고 아름답고, 수줍음을 머금은 가슴이야. 

막 발육을 시작한 여고생의 그것처럼 풋풋한 가슴! 남편인 윤

교수에게도 보이기를 수줍어한다는 가슴!

  

  한준호는 민혜영의 작은 가슴에 새로운  열정을 느낀다. 그

는 감긴 눈을  대신해서 오르지 혀와  입술로 가슴의  모양과 

크기를 가늠하겠다는 듯 곤충의  더듬이처럼 촉각을 모아  젖

무덤과 그 주변의 모든 부위를 샅샅이 탐사한다.

  

  모든 우회로를 다 거쳐 정상에 오르듯 한준호의 입은 마침내 유두에 이른다. 혀끝에 와 닿은  유두의 감촉은 앵두 알처럼 탱글탱글하다. 사람의 발자국이 미친 바 없는 처녀지처럼

  

  "아~"

    한준호가 이빨을 세워 유두를 가볍게  물자, 민혜영은 탄식 

같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준호의 뿌리를 꽉 움켜잡는다.

                

  이 여자의 유두는 어떤 빛깔일까? 말간 분홍색…? 짙은 자줏빛…? 아니면 먹포도 같은 검붉은 빛일까? 

  

  이렇게 작고 탱글탱글한 유두라면 말간 분홍빛이어야 어울

릴 것 같다. 혀끝에 시신경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한쪽 젖무덤에 대한 답사를 끝낸 한준호의 입술은, 남아 있

는 또 하나의 봉우리 탐사에 나선다.  혀와 입술로 느끼는 두 

봉우리의 규모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둘 다 봉긋하게 

솟아오르다 만 것 같은 밋밋한 봉우리다.

  

  오오 그런데… 봉우리의 정상을  입에 머금은 한준호는  고

개를 갸웃동한다. 이쪽은 왕앵두다. 먼저 답사한 왼쪽  젖무덤

의 앵두보다 크기가 많이 큰 것 같다. 

  

  그는 얼른 왼쪽 앵두로 다시 입술을  옮긴다. 그리고 두 앵

두를 번갈아 입안에 머금으며 크기를  가늠한다. 한준호가 앵

두를 머금을 때마다 민혜영은 가벼운 신음을 흘린다.

  

  "양쪽 크기가 달라요."

  

  "응, 나 짝짝이야."

  

  "오른 쪽이 훨씬 큰 것 같아요."

  

  "몰라. 자꾸 그런 말하지 마, 창피해."

  

  "어느 쪽으로 더 강하게 느껴요."

  

  "You가 찾아내 봐."

  

  작은 쪽보다는 큰 앵두가 역시  먹음직스럽다. 한준호의 입

은 큰 앵두에 꽂힌다.

  

  "으음… 아!  아아… 음…"

  

  한준호의 자극이  유두에 집중되자  민혜영은 계속  신음을 흘린다. 한준호는 문득 어느 책에선가 읽은 내용이 머리에 떠오른다. 유방이 큰 여자들은 유방 전체를 애무해 줘야 좋아하지만, 작은 여자들은 유두에 성감대가 집중되어 있다는 내용-

  

  그 이야기는 맞는 것 같다. 봉긋  솟은 언덕을 애무할 때는 

큰 반응이 없던 민혜영이다. 그런데, 유두에 자극이 집중되자, 

그녀는 민감해지고 있다.

  

  "양쪽 번갈아 해 줘."

  

  한준호가 큰 앵두 쪽만 열중하자  민혜영은 말했다. 한준호

의 혀가 작은 앵두로 옮겨온다. 작은 돌기물은 금방 단단해진

다. 한준호는 그 예민한 반응을 혀끝으로 느낄 수 있다.

  

  그는 탱글탱글해진 앵두가 입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기라도 한 듯 이빨을 세워 지긋이  그것을 문다. 그리고 혀

끝을 뱅글뱅글 돌리며 그것을 자극한다.

  

  "으음, 아아… 좋아! 아아…"

  

  민혜영은 어느 사이 한준호의  뿌리를 움켜잡았던 손도  놓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고개를 뒤로 꺾고 신음을 흘린다. 모는 것을 한준호에게 내어 맡긴 듯 방심한 자세다. 

  

  "오정애씨가 해 줄 때보다 더 좋아요."

  

  "아아 몰라…"

  

  "왜 몰라요?"

  

  "…계속해 줘."

  

  한준호는 다시 입에 작은 앵두를 머금는다. 그리고 그의 손

이 아래로 내려간다. 손은 숲에 이르러 휴식이라도 취하듯 잠

시 그 곳에서 멈칫거리다, 손가락이  슬그머니 아래로 미끄러

져 클리토리스를 찾는다. 

  

  "가슴만 해 줘."

  

  민혜영의 손이 쫓아와 한준호의 손을 밀어낸다.

  

  "…?"

  

  "가슴으로만 느끼고 싶어."

  

  한준호는 그녀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는 가슴으로만 느끼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빈

약한 가슴에는 의외로, 활화산 같은 성감대가 포진해 있는 것

이 분명했다.

  

  오정애와 레즈비언을  하면서 그녀는  그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남편인 윤교수에게도 그 곳의  개방을 꺼렸다는 그녀 

아닌가? 그러나 오정애는 찾아  낸 황금을 광맥을 충분히 개

발하지 못했고, 민혜영은 이제야 비로소 그 곳을 강하게 느끼

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한준호는 폐광에서 노다지를 새로 찾아낸 개척민처럼 환희

와 의욕에 불탄다.

   

  "으음… 좋아!…부드럽게, 혀로  해줘. 으응…  거기… 그렇게, 아아! 좋아… 으음, 부드럽게…"

  

  민혜영은 거침없이 자신이 느끼는 환희와, 더 큰 환희를 얻

기 위한 요구 사항을 한준호에게 전한다. 그녀의 그러한 반응

은 낯선 탐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나침반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혀와 입술은 나침반의 인도에  따라 그녀에게 더 큰  쾌

락을 선사하게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녀는 작은 앵두 쪽으로 더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

  

  한준호의 손은 어느덧  큰 앵두가 솟은  유방으로 올라  와 

있다. 이제 민혜영은 짐짓 그것을 모른 척하고 있다. 아니, 난

생 처음 경험하는, 가슴으로부터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황홀한 

쾌감에 그녀는 그쪽으로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준호의 손과 입술은 양쪽 가슴을  거침없이 애무한다. 품에 폭 안기는 체구 작은 여자처럼 손바닥 안에 넘침 없이  감싸이는 작은 유방의 감촉은 색다르다.  그것은 풋풋한 풋과일 같다. 그는 40대의  관능적인 여인이  아닌, 숫처녀의  풋풋한 가슴에 탐닉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가슴만으로  느끼는 민혜영은 그러하다.

  

  그런 느낌은 한준호에게 끊임없이 열정을 펌프질한다. 처녀

지에는 그의 입술과  혀와 손가락으로 새 길에  뚫리고, 뚫린 

길을 따라 새로운 물결이 밀려든다. 관능과 쾌락의 물결!

  

  "흐흑… 윽! 하아…"

  

  민혜영은 이제, 앞장서서 탐사의 안내인  역할을 하던 것도 

잊은 채다. 양손으로 한준호의 머리를 부둥켜안고, 거의  울음

소리에 가까운 신음을 연방 쏟아낸다. 그녀의 허리는 한껏 뒤

로 제쳐져 있어, 한준호가 한 쪽 팔을 뒤로 뻗쳐 단단히 떠받

치고 있지 않으면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 것 같다.

  

  한준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솟는다.  여자가 가슴만으로 이렇게 강하게 느끼다니… 귀를 애무하면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던 오정애보다, 민혜영은 가슴으로 더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

  

  민혜영의 격한 반응은  한준호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욕망의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시작해도 되죠. 못 참겠어요."

  

  한준호는 마침내 가슴에서 입술을 떼며 말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해줘."

  

  "…!"

  

  민혜영은 한준호의 욕망에 족쇄라도 채우듯 단단하게 일어

선 그의 뿌리를 움켜잡으며 요구한다.

  

  한준호는 뿌리를 움켜잡은 민혜영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그는 당혹스러웠고, 기분도  어쩐지 흔쾌하지 못하다.  민혜

영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데 너무  노골적이다. 그리고 이

쪽의 욕망은 염두에 두지않은 채 멋대로 군림하려 든다.

  

  한준호는 문득 아내 혜순과의 섹스를  생각한다. 그녀는 어

떤가? 한참 좋아하다가도 입버릇처럼 빨리 끝내라는 말을 해

서 분위기에 초를  치는 그녀다. 그것은 아내의  섹스에 대한 

결벽증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섹스가 고상하지 못한 행위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

혀 있다. 그래서 쾌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자신의  그

런 반응이 고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기껏  퉁겨내는 

말이 빨리 끝내라는 재촉이라고 한준호는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아내의 그런 말을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붙인다. 그러면 결국 아내는  쾌락의 절정에 이르러 축 늘어지게 되고, 그 때 또 그가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자기 꼭 짐승 같애!

  

  민혜영으로부터 짐승 같다는 말을 들을 염려는 없을 것  같

다. 짐승처럼 본능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오히려 그

녀 쪽이다. 아니,  그녀의 욕망에 "짐승처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알맞지  않다. 육체 깊숙한 곳에  그런 원초적인 

욕망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것을 거

침없이 드러내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한준호의 마음을 흔쾌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그

런 문제 때문은 아니다.  민혜영은 너무 멋대로 요구하고,  군

림하려 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난폭한 여왕 같

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아내의 태도 버금가게  그를 석연치 

않은 기분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화났어?"

  

  민혜영의 입술이 한준호의 눈으로 다가온다.  그는 이미 눈을 뜨고 민혜영의 빈약한 가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로 양쪽 눈의 눈까풀을 번갈아 물어 열린 창을 닫는다.

  

  "…조금만 더 해줘 봐. 나  가슴으로 이렇게 강하게 느껴보

긴 처음이야."

  

  "…!"

  

  한준호는 욕망을 억누르며, 혀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유두

에 다시 닿는다. 이런 때 그녀는  난폭한 여왕이 아니라 응석

받이 어린애 같다.  그는 더 이상  눈을 뜨지 않는다.  그녀의 

작은 가슴은 바라보는 것보다  혀로 느끼고 손으로  감촉하는 

것이 더 감각적이다.

  

  "으음… 좋아! 아아~~"

  

  한준호의 입술과 혀와 손가락이  나름의 역할을 찾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민혜영은 단절됐던 감각이 금방 되살아나는 듯했다. 한준호의 머리통을 부둥켜안고 몸을 떨며 다시 신음하기 시작한다.

  

  한준호의 공격이 거칠어졌다. 그녀가 가슴으로 느끼는 절정

에 끝장을 보여주겠다는 듯- 민혜영의 작은 가슴은 타액으로 

번들거리고, 그 위에 돌출한 앵두 같은  두 개의 유두는 세상

의 온갖 시련에 피할 곳  없이 내던져진 가련한 존재처럼  입

술과 혀와 이빨과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공격당한다.

  

  "앙! 흐흑… 좋아!  아아… 아! …아파!  살살해… 응,  그렇

게… 거기! 아아… 좋아! 흐흑…"

  

  한준호가 이리처럼 날카롭게 이빨을 세우면, 민혜영은 통증

을 호소하다, 혀가 부드럽게 그것을 위무하면 금방 몸을 떨며 

거칠게 신음한다. 통증조차 간단히 쾌감에   용해되어 버리는 

듯했다. 그는 민혜영의  작은 유두에,  그녀의 몸을  산산조각 

낼만한 성감대가 포진되어 있음을 느낀다.

  

  한준호는 통증을 쾌감으로 용해시키는 사랑의 방식에 금방 익숙해진다. 가벼운 통증은  쾌감에 용해되어  그녀의 쾌감을 한층 상승시켜 주는 것 같았다.

  

  "흐흑! 아아, 엄마야!"

  

  "….!"

  

  "…엄마야! 아아… 흑! 엄마야…"

  

  그녀의 입에서는 마침내 쾌감의  상승 곡선이 절정에  이르

렀을 토해내는 '엄마야!'라는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것은 그녀의 꽃샘이 수축을  시작하는 순간에나 토해내던  신

음이었다. 그녀는 가슴에 대한 자극만으로  삽입 성교에 버금

가는 절정을 느끼는 것일까?

  

  한준호는 문득, 그녀의 샘에서는 지금  수축이 일어나고 있

을까 하는 호기심이 솟는다. 그러나  그는 호기심을 충족시키

기 위해 서툰 행동은 하지 않는다.  민혜영은 이제 그의 머리

통을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온몸에 번지는 쾌감의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다.

  

  한준호는 그녀의 작은 유방을  고루고루 핥아주다가 그  동

작마저 중지한다.

  

  "나 이상하지?"

  

  민혜영이 마침내 쾌감의 여운에서 깨어난 듯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것 같아."

  

  "…."

  

  한준호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다. 그는 이제 자신

의 욕망을 해소해야 할 때라는 조바심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엎드려요."

  

  그는 마침내 말했다.

  

  "알았어. 우리 밖으로 나가."

  

  "여기서 해요. 엎드려요."

  

  그는 군주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여기서 어떻게…"

  

  "…!"

  

  "이상하잖아. 침대에 가서 해."

  

  민혜영은 고분고분한 신하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아직 여왕 자리를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민혜영은 이제 욕실을 나갈 채비다. 샤워기로 몸에 불을 뿌린다. 그리고 한준호의 몸에도 물을 뿌려 준다.

  

  "후후, 비눗물이 그대로 있잖아."

  

  그녀는 손으로 한준호의 몸을 씻어주며  말했다. 그는 아무

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기분이 엉망이다. 

  

  "대강 물 끼얹고 나와요. 나 먼저 나가있을 게."

  

  민혜영은 한준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샤워기를 그의 

손에 넘겨주고, 자신은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후 욕실에서 

나갔다.

  

  한준호는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를 손에 든 채 장승처럼  서 

있는다. 그녀는 계속 멋대로다. 이쪽의 정서를 도대체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섹스하고 싶다.

  

  우선 욕조를 집고 엎드린 그녀 뒤에서 삽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마무리는 욕조 안에서의 수중  섹스! 그런 섹스는 그가 자주 꿈꾸어 오던 것이고, 이 곳의 욕실은 그런 감각적인 섹스를 즐기기에 충분히 넓고 고급스럽다. 그래서 지난가을 이곳에서 혼자 샤워를 하면서도 그는 그런 환타지를  꿈꿨었다.

  

  민혜영의 가슴을 애무하며, 그녀가 거칠게 몸부림치고 절정

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그는 이제 자신이  꿈꿨던 환타지가 

현실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는 욕망에 들떴던,  그

것을 억누르며 민혜영에게 봉사했다. 이제  그녀가 그의 소망

을 들어주어야 할  차례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을  외면한 채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한준호는 몸에  물을 뿌려  미끈거리는 비눗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를 들고 언제까지나 장승처럼 

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욕실을 나가 옷을  챙겨 

입고 이 집을 나서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기

분으로 그녀와 섹스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그녀에게 옹졸한 태도는 보이지  말자고 생각한다. 평온한 얼굴로 다음을 약속하며 멋지게 굿 바이 키스라도 하고 헤어지는 거다. 다음이 또 가능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까지 만으로도  그는 그녀에게  충분히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있다. 지닌 가을 벌린 2+1 등…  그녀는 그가 자위 행

위 때의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일을 현실에서 연출하게 해  주

었었다. 그 일  때문에 지난  6개월 열병에  시달리기는 했지

만…

  

  한준호는 욕실을 나섰다.

  

  민혜영은 응접의자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욕실에서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타월로 몸을 감싼 채- 그녀의 그런 모

습은 알몸을 드러내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신선하고, 도발적

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가  욕실에서 나오는 기척을 느낀 듯했고, 두 팔을 벌렸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몸짓에서는 그를 빨리 품에 안고 싶다는 열망이 뚝뚝  흐르고 있다.

  

  그녀의 그러한 모습은 한준호의 엉망진창이던 기분을 금방 

흩으러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이 여자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그녀 쪽으로 다가간다. 뿌리는 이미 위축되어  있었다. 

그는 위축된 뿌리를 그녀의 입술에 갖다댄다. 그런 순간을 기

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입술이  꽃잎처럼 벌어지며, 뿌리

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민혜영의 입술과 혀는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한준호의 뿌리는 금방 욕망의  덩어리가 되어 단단하게  일어

선다.

  

  "빨리 해줘. 나 지금 막 원해."

  

  민혜영은 뿌리를 뱉어내며 말했다. 그녀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한준호는 잠자코 그녀의  다리 쪽으로 위치를 옮긴다.

  

  "침대로 갈까?"

  

  "아녜요. 이대로가 좋아요."

   

  민혜영은 스스로 엉덩이  부분의 목욕  타월을 걷어올리고, 

두 다리를 치켜든다. 그리고 양팔을 벌린다. 한준호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무릎을 끓는다. 그러나 그녀의 벌린 팔에 안기

는 대신, 어깨로 치켜 든  두 다리를 떠 받히며, 입술은  재빨

리 샘에 꽂힌다.

  

  "아아, 그냥… 그냥 시작해도 돼."

  

  "…"

  

  한준호는 그녀의 안타까운 요구를 무시해 버린다.

  

  그녀는 벌렸던 팔을 내려 한준호의 머리통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러나 어깨가 양다리를 떠 받히고 있는 자세에서 머리가 간단하게 끌어올려질 리 없다.

  

  "흐윽… 왜 그래, 아아!"

  

  한준호의 혀는 이미 거침없이  민혜영의 샘을 유린하고  있

다. 그리고 손가락마저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여왕처럼 멋대로 구는  그녀를 완벽하게  굴복시켜버리겠다는 

듯-

  

  그의 시도는 금방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기습  작전 같은 

잠시 동안의 빠르고 거친 공격에 여왕은 백기를 든다. 안토니

오에게 반한 클레오파트라처럼…

  

  "으응 아아! 응, 거기… 아아, 좋아! 흐흑…"

  

  "…"

  

  "…You는 악마야! 흑… 아아!"

  

  여왕은 기꺼이 피정복자가 되어 흐느적거리고, 한준호는 더 이상 어떤 모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정복자의 단호한  위세를 떨친다.

  

  "흐윽! 왜 그래… 부드럽게… 아아~~ 아아~~"

  

  "…!"

  

  "아아… 고만 하고… 넣어 줘! 흐흑…"

  

  "…"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한준호의 거친 공격

도, 민혜영의 헐떡거림도 동시에 멎는다.

  

  "그냥 계속해! ..빨리 삽입해 줘."

  

  "받아요, 전화!"

  

  한준호는, 그녀의 말은 어느 것도 따르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민혜영은 마지못해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아직 그녀의 몸 일부를 가리고 있던 목욕타월로 가슴을 여미며…

  

  "응. 승희니?"

  "…"

  "엄마 결혼식 끝나고 바로 들어왔어."

  "…"

  

  "왜 그랬어? 감상문  쓰는 거 숙제라며  끝까지 듣고  와야

지."

  

  "…"

  "그래, 알았다."

  

  한준호는 알몸인 채  소파에 앉아 그녀가  전화 받는  것을 

보고 있다. 그의 뿌리는 다소 풀이 죽어 있다.

  

  "딸애예요. 음악회 졸음만 와서 중간에 나왔대요."

  

  민혜영은 통화를 끝내고 한준호 옆에 와서 앉으며 말했다.

  

  "…친구들하고 지금 집으로 오겠대요. 키를 안 가지고 가서, 내가 집에 있나 알아보려고 전화했대요.".

  

  "…"

  "빨리 끝내요. 오려면 30분은 걸리 거예요."

  "…."

  "후후… 또 이렇게 됐어."

  

  민혜영은 풀이 죽은 뿌리를 손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따 저녁 때 만나요."

  

  한준호는 민혜영의 손을 치우며 말한다.

  

  "저녁 때…?"

  "아까 그 백마장 여관 어때요?"

  "어떻게 그런 데서…"

  "백마장!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 아녜요?"

  "…!"

  

  "아홉 씨쯤 괜찮죠?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객실 번호 휴대폰으로 알려 줄 테니까 찾아오면 돼요."

  

  "안돼, 그런 데서 만나는 건."

  

  한준호는 더 이상 승강이하지 않겠다는 듯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냥 가려고? 나 혼자만 좋고, You는 제대로 못 했잖아."

  "그러니까 저녁 때 만나요."

  "입으로 해 줄게."

  

  "…"

  "나 그거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어."

  "저녁 때 만나면 You가 원하는 모든 거 다 할 수 있어요."

  "지금 맛보고 싶어."

  

  민혜영은 이미 바지를 챙겨  입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있는 한준호의 벨트를 잡았다. 

  

  "엎드려요!"

  

  한준호는 그녀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민혜영은 얼른 소파를 집고 엎드린다.  어른 말에 고분고분

한 착한 아이처럼- 그녀는 이제  가슴을 드러내는 데 스스럼

이 없다. 가슴을 여미고 있던 목욕  타월이 거실 바닥에 떨어

진다.

  

  눈앞에 치켜올려진 민혜영의 엉덩이는 풍만하다. 그것은 금

방 한준호의 욕정을 자극한다. 벌써 몇 차례나 중요한 순간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그의 욕망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다시 한번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쫓기듯  아무렇게나 배설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자위행위만도 못한 짓이다.

  

  그의 손이, 오르지 뿌리의 충실한 배설구가 되어 주겠다 듯 긴장하고 있는 샘에 이른다. 손은 그녀의 갈망을 조롱하듯 잠시 그 곳을 어루만지다 손가락이 슬그머니 샘 안으로  진입한다.

  

  "그냥 삽입해!"

  

  민혜영이 손을 뒤로 뻗쳐 그의 손을 치우려고 한다. 그러나 

한준호의 손은 집요하다.

  

  "아아, 그만… 난 많이 좋았잖아."

  "…"

  

  "빨리 삽입해. 그래서 자기만  좋게 막 해서 끝내 봐.  …승

희, 택시 타고 오면 더 빨리 올지도 몰라."

  

  "…"

  

  한준호의 손이 겨우 그녀의 샘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그는 

무릎을 꿇는다. 길게 내민 혀가 재빨리 그 곳에 닿으며,  익숙

하게 제 역할을 시작한다.

   

  "으음 흑! 그만 해…"

  

  민혜영은 도망치 듯 소파 위로  엉금엉금 기어올라간다. 한준호의 혀가 집요하게  그 뒤를 쫓는다. 그녀는  그것을 피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된  그녀의 샘은 더 손쉬운 공격의 목표가 된다. 손가락까지 공격에 가담한다.

  

  "흐흑! 아아… 앙!"

  

  민혜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잠시 그의 공격에 몸을  맡긴

다. 그러다가 금방 조바심을 드러낸다.

  

  "됐어, 이제 삽입해!"

  "지금은 싫어요."

  

  한준호는 샘에서 입을 떼고, 그러나 손으로는 여전히 그 곳

을 자극하며 말했다.

  

  "그럼 어떡해!"

  "저녁 때 만나요."

  "안 된다고 했잖아."

  

  한준호의 입술이 다시 샘에 꽂힌다. 그의  자극은 좀 더 거칠어진다.

  

  "으윽… 흑! 우리 같이 해! 나도 해 줄게."

  "…"

  

  "나 또 좋아지려고 해!  식스나인 하면 둘이 같이  끝낼 수 

있을 거야."

  

  "시간 없잖아요. 저녁 때 만나요."

  "10분은 여유 있어."

  

  "불안한 상태에서는 나 나오지 않아요."

  "내가 끝내 해 줄 수 있어."

  "쫓기면서 끝내고 싶지 않아요."

  

  "그럼 난 어떻게! 또 막 느끼려고 해."

  "원 할 때까지 입으로 더 해드릴게요."

  

  그들은 마치 시간과 전쟁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