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 (11/36)

그날 저녁.

순영은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동민을 집으로 초대했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할 말이 있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제수씨 음식솜씨 좀 볼까?”

동민이 거실로 들어오며 너털웃음을 짓자 충국이 그에게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거실 한 가운데 차려진 상 앞에 동민이 먼저 앉자 충국이 그 곁에 앉았다.

충영은 순영을 도와 음식들을 상에 놓았고 준비가 다 되자 네 사람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하. 역시 제수씨 된장찌개는 일품이라니까? 충국이 넌 나한테 감사해야 돼. 내가 다른 것은 모르지만 우리 제수씨를 너한테 시집보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일이니까.”

“하하. 당연하죠. 제가 회장님,”

“어허. 또 그런다.”

동민이 인상을 쓰자 충국이 얼른 말을 바꿨다.

“예, 형님. 저도 형님한데 가장 고마운 점이 바로 그겁니다. 이 사람처럼 착하고 맘이 좋은 여잔 여태껏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하. 그렇지? 나도 어떨 땐 우리 마누라보다 제수씨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까.”

“아이. 그만들 하시고 식사하세요.”

두 남자가 자신을 돌아가며 칭찬하자 순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회장은 소주를 반주로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가 권해서 충영과 충국도 술을 마셨고 순영은 그런 세 남자의 술시중을 들면서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충영은 곁에서 순영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회장의 능란한 화술에 이미 순영의 마음은 많이 풀어져 과연 말을 꺼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이윽고 식사가 끝나자 순영이 상을 물린 뒤 회장에게 물었다.

“차 좀 내 올까요?”

“아니. 차는 됐고 여기 좀 앉아 봐요.”

순영이 맞은편에 앉자 동민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충국이한테 말은 들었죠? 우리 영진이하고 충영이 혼사.”

“예. 실은 그것 때문에 뵙자고 한 거예요.”

“음. 말 해 봐요.”

순영의 밝았던 표정이 굳어지자 동민은 뭔가 긍정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진중한 태도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회장님께 참 죄송스럽지만 우리 충영이와 영진이 혼사는 저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요.”

속으로 마음 졸이던 충영은 순영이 말을 꺼내자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응원군을 보냈다.

‘엄마. 잘하고 있어. 계속해.’

순영의 말이 충격이었는지 동민의 얼굴이 굳어졌다.

“으음. 좀 의외네. 물론 우리 영진이가 충영이하고 비교하면 자격미달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여태껏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동민이 서운한 표정을 짓자 순영이 황급히 말했다.

“아니에요. 영진이가 자격미달이라거나 그런 뜻은 결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그럼 왜 그러는 건가? 난 두 집안이 하나로 합친다니까 참 마음이 좋아서 충국이나 제수씨도 나하고 같은 마음일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 충영이가 사귀는 여자가 있어요. 사귈 뿐만 아니라 이미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돼 있는 상태라...”

“아! 그렇구나. 충영아. 지금 사귀는 아가씨는 몇 년이나 사귄 거냐?”

“예. 작년 초여름에 처음 만났으니까 아직 1년이 안 됐습니다.”

“그 전에는 여자 사귄 적 없어? 지금 만나는 여자가 처음이야?”

“아닙니다. 그 전에 처음으로 사귄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하고는 어땠는데?”

“예. 2년 정도 사귀다 여자 집안에서 반대해서 그냥 헤어졌습니다.”

충영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동민이 순영에게 말했다.

“제수씨. 들으셨소? 남녀 간에 사귀는 게 다 이래요. 충영이가 처음 사귀던 여자는 지금 사귀는 여자보다 배 이상 오래 사귀다 부모 반대로 헤어졌다는데 지금 사귀고 있는 아가씨라고 헤어지지 말란 법 없잖소? 물론 서로 좋아하고 결혼까지 약속했다니까 처음 여자와는 다르겠지. 하지만 결혼이란 가문과 가문이 결합하는 거요.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고, 또 결정했다고 고지식하게 밀고 나가는 게 아니란 거지.”

“후우. 저도 마음이 괴로워요. 그 여자아일 충영이 대학졸업식 때 처음 보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애가 어찌나 착하고 예쁜지 우리집에 들어오면 정말 잘 해줘야지, 생각했고 그 아이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을 다 맞춰놓았는데 그 애가 실망할 걸 생각하면... 그것 때문에 요즘 밤에 잠을 잘 못자요.”

“충국아. 그 여자 집안은 어떠냐?”

동민이 이번엔 충국에게 물었다.

“어려운 집안입니다. 아빠는 소방관인데 직위도 낮고 술을 좋아해서 돈도 모아 놓은 거 없는 데다 딸만 셋인데 막내가 정신지체예요.”

“허어. 참.”

동민이 턱을 주억거리다 피식, 웃었다.

“내가 이래서 제수씨를 좋아한다니까. 그러니까 제수씨는 충영이가 영진이하고 결혼하면 그 아이가 불쌍하고 안 됐어서 그러는 거 아니요?”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런 점도 있어요.”

“하하. 이런 책임감이라니... 좋아요. 마땅히 사람이라면 책임감과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나도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제일 존중하니까. 하지만 제수씨. 이건 하나밖에 없는 아들 혼사예요. 책임감이나 의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 그리고 책임감과 의리를 따지자면 내가 먼저 아닌가? 제수씨는 미국에 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가 하마터면 면전에서 딸년이 자살하는 꼴을 볼 뻔 했어요. 내가 그때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지는데 제수씨가 만약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봐요. 제수씨 앞에서 충영이가 자살한다고 10층 창문에서 뛰어내린다면 과연 그 심정이 어쩌겠소?”

“후우. 나도 말 들었어요. 영진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파서...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어린 것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그랬겠어요?”

순영이 탄식하자 동민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영진이한테 잘 못해서 그래요. 어릴 때 조금만 더 신경 써 줬으면 그 녀석이 그렇게까지 비뚤어지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라도 그 녀석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소? 설마 우리 영진이가 남이라고 제수씨는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요. 영진이는 내 친 조카나 진배없어요.”

순영이 억울하다는 듯 말하자 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아일 일단 살리고 보자는 게요. 영진이가 충영이하고 결혼만 하면 일단 자살하지 않고 새롭게 살아보겠다는데 제수씨가 그 녀석을 위해 한 번만 마음 써 줘요. 내가 언제 이런 부탁 한 적 있소? 충영이가 사귄지 1년도 안 된 여잘 위해 나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의리를 저버리겠소?”

그러자 충국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그럴 수는 없죠. 우리가 회장님께 받은 은혜가 얼만데...”

“충국아. 우리 사이에 은혜니, 그런 말 쓰지 말자. 내가 제수씨 다쳤을 때 이런 일 예견하고 했겠냐?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그저 제수씨를 살려야겠다는 마음 하나밖에 없었어.”

“잘 압니다. 왜 우리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변했고 영진이가 지금 새롭게 출발하느냐, 아니면 다시 자살을 하느냐, 기로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그 열쇠가 충영이한테 있어. 한 목숨을 살리는 일이야.”

“예. 잘 알겠습니다.”

충국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회장의 말에 승복했다.

“제수씨!”

동민이 다정하게 순영을 불렀다. 그도 이 혼사의 실제 키는 순영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효자가 충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만 오케이하면 거의 다 끝나는 일인 것이다.

“내가 그 동안 충국이한테 월급을 주지 않은 이유 알아요?”

“월급을 받을 필요가 있나요? 제 생명을 구해주신 것만 해도 평생을 다 갚아도 모자란 데다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편하게 사는 것이 회장님 은혜인데요.”

“아니지. 그런 게 아니오. 나는 내가 준 것보다 이 집안사람들한테 받은 게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오. 그런 데도 내가 월급을 안 준 이유는 우리가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서요. 이렇게 지내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유산으로 우리 회사 주식의 지분을 줄 거고 이미 내 유언장엔 숫자로 명기가 다 돼 있소.”

“형님!”

충국이 감동하여 동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충영은 아빠의 그런 행동이 너무 비굴해 보여 못마땅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참았다.

동민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사실 우리가 사돈으로 이어진 것과 같진 않을 테지. 충영이하고 영진이가 결혼하면 정말 우린 한 가족이 되는 거요. 우리 영진이 목숨도 살리고 이제 세상 사람들이 떳떳하게 인정해주는 진짜 가족이 되는 거란 말예요. 그리고 이런저런 말이 필요한가? 사실 우리 영진이 한 목숨만 살려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일이잖소? 지금 영진이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충영이밖에 없으니까.”

“후우. 대체 우리 아들이 뭐가 좋다고 영진이가 그러는지...”

순영이 거의 허락할 뜻을 비취자 동민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충영이가 미국에서 우리 영진이를 살렸어요. 제수씨가 보지 않아서 그러는데 정말 충영이가 아니었으면 우리 영진이는 죽었다니까? 충영이가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나는 그때 이미 그 자식이 창밖으로 떨어져버린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충영이가 그 애 팔목을 붙들었던 거요. 제수씨도 그날 눈으로 봤으면 이런 말 안 할 텐데...”

“한 번 영진이를 살렸으니 그대로 죽게 둘 순 없죠.”

순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동민이 얼굴을 활짝 펴고 웃었다.

“하하. 그럼 제수씨가 허락한 걸로 알겠소.”

그녀가 충영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허락해도 결혼할 당사자는 충영이니까...”

“아니지. 일단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는 당사자도 중요하지만 가족, 특히 부모의 의견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거요. 그리고 충영아. 너 지금 시간 있지?”

“예.”

충영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동민이 그에게 말했다.

“그럼 나하고 잠시 나가자. 둘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예.”

어느 안전이라고 거역하겠는가?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민이 순영과 충국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사위될 녀석하고 술 한 잔 할 거니까 늦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도록 해요.”

동민은 충영을 데리고 강남 한 복판에 있는 어느 화려한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충영은 동민과 이렇게 단 둘이서 어딜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고 마음도 불편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문에서 누군가 대기하고 있다가 동민을 맞는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동민에게 공손한 태도로 배꼽인사를 하는 사람은 이제 삼십이 채 안 돼 보이는 젊은 여자였는데 충영이 얼핏 봐도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갑자기 예약을 해서 당황했지?”

동민이 부드럽게 말하자 여자가 고개를 흔들며 활짝 웃었다. 순간 충영은 꽃이 만개한 것 같은 아름다움을 그녀에게서 느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우리나라에 예쁜 여자들 많구나.’

충영이 가까이에서 본 수진이나 수빈, 그리고 화영까지, 미모로는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여자들이 있었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도 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얼굴과 몸매를 갖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세요.”

여자가 다정하게 동민의 팔을 끼고 안으로 들어가자 충영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이곳이 바로 룸살롱인가?’

호화로운 인테리어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쭉 늘어선 룸들을 보며 충영은 생각했다.

‘아니. 회장님이 룸살롱 같은 델 올 리가 없지. 그럼 여기가 말로만 듣던 텐프로?’

아직까지 이런 쪽으로는 발을 담그지 않았던 충영이기에 낯 설은 이 풍경을 보고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모실게요.”

여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넓고 화려한 룸이었는데 일반 노래방 네 배 정도의 넓이에 내부 인테리어도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충영의 기가 약간 죽을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동민과 충영이 앉자 여자가 동민에게 말했다.

“먼저 술부터 준비할 까요?”

“응. 그렇게 하고 내가 말한 여자는?”

여자가 동민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한다.

“아이. 회장님이 너무 급하게 말하셔서 지금 간신히 섭외했어요. 무조건 최고를 준비하라시는데 최고는 좀 까다롭거든요. 방금 통화해서 오라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술부터 올릴 게요.”

“그래. 오늘은 좀 마실 거니까 사장도 약속 잡지 마.”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자가 공손하게 인사하고 나가자 동민이 충영에게 물었다.

“이런 데 안 와봤지?”

“예. 여기가 말로만 듣던 룸살롱인가요?”

동민이 충영의 얼굴을 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 그만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충영이 너. 룸살롱도 한 번 안 가봤냐?”

“예. 명기가 그런 데 관심이 없으니까 저도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 명기 이 녀석은 너무 순진해서 문제야. 나중에 큰 사업하려면 그렇게 유약하고 순진해서는 큰 일 못하는데. 아무튼 여긴 룸살롱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텐프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텐프로도 아니야. 텐프로 중의 텐프로라고나 할까?”

“아아. 예.”

충영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충영이 너도 우리 가족이 됐으니까 이런 곳도 알아 둬야 해. 그래서 널 데려온 거야. 네가 영진이하고 결혼하지 않고 그냥 명기 돕는 일을 한다면 굳이 이런 데까지 데리고 올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네.”

충영은 상황이 점점 결정 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회장의 태도로 보아 자신과 영진의 결혼은 이미 성사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표정인데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자신이 없다. 만에 하나 자신이 거부를 한다면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은 순전히 자신이 져야하는데 회장이 가만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영의 가족은 단 한 푼도 없이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이 약해 지금도 항상 병원에서 고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순영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단순하게 의리를 따져도 그렇다. 옛날 순영이 거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회장이 아니었다면 순영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오로지 회장의 선처로 순영의 생명이 되살아난 것이다. 의리로 따져도 회장이 먼저인 것이다. 그런 회장의 명을 어찌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사실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충영의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충영의 안색이 어둡자 동민이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 영진이하고 결혼하는 게 싫은 모양이구나.”

“아닙니다.”

“아니긴. 안색이 안 좋은데. 내 앞에서 네가 이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모를 리 있겠냐? 저번 미국에서 영진이랑 말하는 거 들으니까 너 우리 영진이가 처음 짝사랑 대상이었다며?”

“예.”

“그럼 우리 영진이한테 그렇게 나쁜 감정은 아닐 것 같은데. 뭐. 영진이가 너무 문란하게 놀긴 했지만...”

“아닙니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지금 만나고 있는 애가 가정 형편이 많이 안 좋습니다. 그런데 내가 결혼하면 그쪽 집안까지 모두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큰 소리 쳤거든요. 그런데 그걸 깨자니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마음이 무겁네요.”

“허허. 그래. 네 마음 잘 안다. 나도 너만큼 젊을 때가 있었으니까. 그땐 의리나, 사랑, 뭐 이런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이 되고 그렇게 살 거라고 다짐하지. 그게 나쁜 것은 아니야. 나중에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큰 그림으로는 그런 것들이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니까. 하지만 지금 충영이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의리와 책임감 때문인 것 같은데 한 평생 결혼할 사람을 책임감으로 택한다면 그건 자신이나 가족에게 너무 무책임한 거야.”

그때 문이 열리며 사장과 점원 두 사람이 술과 안주를 상에 놓았다.

“회장님. 지시하신 여자도 도착했는데 조금 있다 들일 까요?”

여자가 묻자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잠시 얘기 좀 하다 시간 되면 부를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술 한 잔만 따르고 나가겠습니다.”

여자가 회장과 충영에게 양주를 한 잔 따르고 물러났다.

“자 한 잔 하자.”

동민이 잔을 들자 충영이 두 손으로 잔을 잡고 공손하게 그의 잔에 부딪쳤다.

단숨에 잔을 비운 동민이 충영에게 말했다.

“이제 긴 말은 하지 않겠다. 난 자식 셋이 있지만 혼사문제에 있어서 영진이만은 그냥 놔두려고 했어. 명기나 수진이는 내가 정해준 배우자와 혼인을 시킬 거지만 영진이는 그럴 자격도 안 되고 내 말도 들어먹지 않는 아이니까 그냥 그 애가 택한 남자로, 또 크게 결격사유만 없다면 그 아이 말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 말을 들어보니까 영진이가 이렇게 막 살게 된 책임이 우리 부모에게 상당 부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부터라도 그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적응하는 것은 둘째로 치고 그 아이가 너 아니면 당장 자살해 버리겠다는데 그게 단순한 협박이 아니란 것은 너도 잘 알잖아?”

“예.”

충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진이가 앞으로 이 한국에서 발 붙이고 살 수 있는 열쇠는 일차적으로 충영이 너에게 달린 이상 다른 결론은 없어. 마음 정하고 영진이랑 결혼하도록 해. 그 사귄다는 여자아이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면 되겠지. 요즘 결혼해서도 마음이 안 맞는다고 이혼, 심지어 혼수문제 같은 사소한 것이 틀어져서 이혼도 하는 세상이야. 그런데 사귄지 1년도 안 된 사이에 결별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내일 내가 충국이한테 돈 좀 보낼 테니까 그 아가씨한테 갖다 주고 확실하게 끝내도록 해라.”

회장이 이렇게 결론을 짓는데 충영은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아니, 어차피 영진이와 결혼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머뭇거려서 회장의 마음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영이 대답하자 동민이 활짝 웃었다.

“하하. 그래야지. 됐다. 오늘은 충영이 너랑 코가 비뚤어지게 한 번 마셔봐야겠다.”

동민이 벨을 누르자 1분이 안 돼서 문이 열리고 여사장이 한 여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누리 너는 저 젊은 오빠 옆에 앉아라.”

사장이 젊은 여자에게 말하자 여자가 먼저 회장에게 인사한 뒤 충영의 곁으로 왔다.

‘뭐야? 존나 예쁘네.’

충영이 여자를 보는데 정말 한국처럼 좁은 땅에 무슨 예쁜 여자가 이리도 많은지 의아한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

생머리인지 아니면 퍼머를 그렇게 한 것인지 윤기가 줄줄 흐르는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어깨까지 내려와 있고 갸름한 얼굴은 남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게 생겼다. 더구나 얼굴이 무척 어려 보여서 교복만 입히면 바로 고등학생이었다.

“하하. 김 사장이 신경을 썼구만.”

동민이 충영의 곁에 앉은 여자를 보고 웃자 사장이 바로 대답했다.

“예. 지금 Y대 2학년 영문과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어리게 보이고 실제로도 아주 어리지만 미성년자는 아니에요. 인사해라. 저분이 대성그룹 김동민 회장님이시다.”

순간 여자가 벌떡 일어나 동민에게 공손한 태도로 인사했다.

“한누리라고 합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다.”

동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에게 말했다.

“저기 젊고 덩치 큰 놈은 이제 곧 내 큰 사위가 될 녀석이야.”

“어머. 그러세요?”

회장의 말을 듣자 사장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충영을 보았다.

“축하드려요. 저는 여기 가희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김명희라고 합니다.”

전과는 완전 다르게 나긋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사장이 인사하자 충영도 따라서 몸을 굽혔다.

“정충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장님. 큰 따님은 미국에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장이 동민을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짓자 그가 말했다.

“응. 며칠 전에 귀국했어. 이제 미국 생활은 접고 한국에서 살기로 했지.”

“아! 그러셨구나.”

“자자. 수인사 길어봤자 지루하기만 하니까 술이나 들자구.”

동민의 말에 여자 둘이 남자들에게 술을 따랐다.

남자들도 각자의 곁에 앉은 여자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잔을 들었다.

“자. 건배. 우리 남자들은 전작이 있으니까 앞으로 똑같이 술을 마시는 거야. 오늘 죽을 때까지 마시고 누구 주량이 센지 한 번 보자구.”

동민의 말에 사장이 눈웃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아이. 회장님은 술이 세시잖아요. 아무래도 우리 여자들이 좀 불리하겠죠.”

“하하. 내가 우리 김사장 주량을 잘 아는데 빼기는... 우린 저녁 먹으면서 꽤 술을 마셨다니까? 이미 핸디캡을 안고 시작하는 거니까 오늘은 남자 여자 따지지 말고 똑같이 마시자구. 누리 넌 어때? 주량이 약하진 않아?”

“예. 회장님. 사장 언니 정도는 마십니다.”

누리가 빼지 않고 말하자 동민이 호탕하게 웃었다.

“좋았어.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마지막까지 가는 거다. 자. 또 건배 한 번 하지.”

술이 계속 돌고 시간이 흐르자 제일 먼저 취한 사람이 드러났다.

“하하. 김 사장. 이리 와 봐.”

동민이 사장을 안고 뺨을 부비다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자 충영과 누리는 얼른 고개를 돌려 못 본 채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그런 짓을 하는데 안 보일 리가 없다. 

쪽쪽-

동민이 입술을 빨고 사장도 그와 호응하며 키스를 나누는데 그 소리가 충영과 누리의 귀에 민망하게 들려왔다.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보통 관계가 아닐 거란 생각은 했는데...’

충영이 힐끗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

회장의 벗겨진 이마와 주름진 얼굴을 보다 사장의 팽팽하고도 아름다운 얼굴을 보니 묘한 대조감이 들었다.

‘저렇게 젊고 예쁜 애인이 있으니 아내의 몸은 시들하겠지.’

화영을 홀로 방치해두고 자신은 이렇게 젊은 여자를 탐하는 회장이 충영은 같은 남자로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못한 기업주들도 세컨드를 두고 세컨드에게서 자식까지 본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회장님도 혹시 다른 자식들이 있는 것 아닐까?’

순간 궁금한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 철두철미한 회장의 행동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오빠. 한 잔 더 해요?”

충영이 옆을 보니 누리가 잔을 들고 건배를 청한다.

“너. 술 세다?”

충영이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체격이 커서 그런가? 오빠도 만만치 않네?”

“하하. 내 주량은 아직 나도 모른다.”

“같이 마시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떨어져 나가서 그러는 거지?”

“응.”

“나도 여자치곤 술이 좀 센 편인데 지금 오르거든? 근데 오빤 아직 멀쩡한 거 같아.”

“나도 좀 취하긴 해.”

그때 회장이 사장에게서 입술을 떼더니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야. 너희들. 같이 마셔야지 너희 둘만 술을 마시면 반칙이다. 자. 건배.”

동민이 잔을 들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잔을 들었다.

양주 한 잔을 더 마시더니 회장이 사장에게 말했다.

“명희야. 이젠 된 것 같으니까 여기는 접자.”

“예. 회장님.”

사장이 그의 몸을 부축하더니 누리에게 말했다.

“누리야. 젊은 오빤 네가 먼저 모시고 나가라. 회장님은 내가 좀 돌봐드려야겠다.”

“예, 언니.”

누리가 충영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먼저 나가요.”

충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을 보자 동민이 귀찮은 듯 그냥 나가라는 손짓만 한다.

‘술이 많이 취했네.’

충영은 회장에게 인사한 뒤 누리와 함께 룸을 나왔다.

건물을 나서자 찬 바람이 불어와 달아오른 뺨을 식혀준다.

“오빠. 어떡할 거야?”

누리가 묻자 충영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붉었지만 아직 눈망울은 또렷해 그녀의 주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누리 너 집에 들어가야지? 택시 잡아줄까?”

누리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빠. 나 매력 없어?”

충영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예쁘다. 그런데 너, 2차 나가고 그런 애 아니라며? 여기도 사장 언니 부탁으로 이번이 두 번짼가, 그렇다고 안 그랬나?”

“응. 그래도 오빠는 좀 의외네. 저번에 처음 접대했던 그 아저씨는 나이도 많으면서 어찌나 집적대던지 떼어 내느라 혼이 좀 났었는데.”

“나이가 많으니까 그런 거겠지. 너 정도 여잘 어디 가서 또 보겠냐? 그래도 난 여자에 굶주린 놈은 아니니까 내 걱정까지 해줄 것 없고. 그냥 집에 들어가라.”

순간 누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저번엔 언니가 그냥 들어가도 된다고 했는데 오늘은 내게 특별한 부탁을 했거든.”

“사장이 뭐라 그랬는데?”

“아이. 춥다.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모텔이라도 가자. 가서 입가심으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하자.”

누리가 그의 팔을 끼며 걷자 충영은 그녀를 따라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 모텔 있다. 들어가자. 계산은 오빠가 해.”

“으응.”

엉겁결에 모텔로 들어온 충영은 계산을 하고 맥주와 간단한 안주까지 시킨 뒤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룸으로 들어오자 누리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더니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충영은 그녀 곁에 가지 않고 탁자에 딸린 의자에 앉아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영진이 미국 가기 전이라면 이 누리란 여자와 미모로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고 수빈이나 수진이 정도가 이 누리란 여자와 대등할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화사한 아름다움은 이 녀석이 더 뛰어난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예쁘다지만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그의 상대가 아니다. 

충영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얼굴만 쳐다보자 누리가 그의 얼굴을 또 빤히 쳐다보았다.

“오빠. 진짜로 내가 마음에 안 드나보네? 오빠 같은 남자 처음 봐.”

충영이 피식 웃었다.

“왜? 이 세상에 모든 남자가 너한테 집적대야 정상인 거니?”

“아니. 그렇진 않지. 하지만 술에 취한 남자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그랬어. 그런데 오빠는 예외네. 나한테 별 관심 없나봐. 혹시 여자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걸까?”

누리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얼굴을 보자 충영이 물었다.

“너 지금 내가 동성애자 아니냐고 묻는 거냐?”

“호호. 그렇진 않겠지. 회장님 딸하고 결혼한다는 거 보면. 아하. 이제 알았다. 그것 때문에 조심하는 거구나. 장인 될 사람이 자리를 만들었는데 여자한테 집적대고 그 말이 회장님 귀에라도 들어가면 난처할 까봐.”

“전부는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충영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데 벨이 울리며 주문한 술과 안주가 왔다.

“이리 앉아라. 술이나 더 하자.”

충영이 탁자에 자리를 마련하자 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느린 걸음으로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조금 전 회장과 사장이 있는 데서 술시중을 들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후후. 거만한 녀석이군.’

충영은 생각했다. 아마도 잘난 미모로 남자들에게 귀여움만 받고 산 모양인지 서빙해주는 쪽보다는 받는 쪽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충영은 안주를 늘어놓고 술을 그녀의 잔에 먼저 따랐다.

잔을 먼저 받자 그제야 누리가 그에게 술을 따른다.

쨍-

잔을 부딪치고 맥주 한 잔을 끝까지 마신 뒤 누리가 말했다.

“오빠. 나 사귀는 남친 있는데 보여줄까?”

“뭐?”

충영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것을 속으로 삼키고 미소만 지었다.

“그래.”

“잠깐만...”

누리가 휴대폰을 열고 화면에 뜬 영상을 보여준다.

‘......!’

충영이 보니 기생오라비처럼 뺀질하게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자신을 향해 웃고 있다.

“잘 생겼네.”

충영은 상투적으로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명기와 비교하면 후졌지만 그래도 봐줄만한 얼굴이긴 했다.

“잘 생겼지? 서울대 의대 다녀. 지금 본과 3학년이고.”

“본과?”

“응. 의대생들은 그렇게 불러. 의대 6년을 둘로 나누는데 처음 2학년은 의예과라고 해서 2년을 다니고 다음으로 넘어가 주로 전공을 배우는데 그걸 본과라고 칭하지. 의예과 2년, 본과 4년, 그렇게 해서 의대를 졸업하는 거야.”

“아아. 난 체육과라서 그쪽 방면은 전혀 몰라.”

“관심 없는 사람은 잘 모르지. 그럼 오빠는 올 해 체대 졸업한 거야?”

“응.”

“부모님이 재벌인 가봐. 대성그룹 회장님 큰 사위가 아무나 되는 건 아닐 텐데.”

“우리 부모 돈 없어.”

“정말?”

누리가 충영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리는데 말은 하지 않아도 지금 그녀는 ‘그럼 네가 도대체 뭘로 회장 딸을 꼬신 건데?’ 라고 얼굴로 묻고 있었다.

“아들도 아니고 사위를 이런 데로 데려오다니. 회장님 통이 커도 보통 큰 게 아니다.”

누리가 중얼거리다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나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뭔데?”

“사실 내가 이런 데 드나들 여자가 아니야. 대학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남자 손목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순진한 몸이었다고.”

누리가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러다 대학엘 들어갔는데 지금 사귀는 오빨 처음 만나게 됐어. 소개팅이었는데 둘 다 첫 눈에 반해서 사귀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야.”

“그래서?”

충영은 슬슬 짜증이 밀려오려고 해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누리는 입가심으로 마신 맥주에 취기가 밀려오는지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진 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계속 했다.

“그런데 오빠랑 나, 둘 다 집안이 너무 평범해. 오빠네 아빠는 중소기업 회사원이고 우리 아빠는 사립고등학교 선생이야.”

“그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니냐? 대학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등록금이야 부모님이 당연히 대주지. 하지만 용돈을 맘대로 쓰지 못하니까 짜증이 나. 인생에 한 번뿐인 대학생활인데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돈이 없어.”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여기냐?”

충영이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지금 사장 언니가 내 고등학교 절친 대학 선밴데 두 달 전에 처음 만났어. 그런데 언니가 날 마음에 들어 해서 용돈도 주고 술이랑 밥도 사 주고 너무 잘 해 주는 거야. 사실 남자들은 모두 내게 잘 해 줬지만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날 시기, 질투하느라 가까이 다가오는 애들이 없었거든. 근데 유독 그 사장 언니만 내게 잘 해 주는 거야.”

충영은 말을 들을 수록 이 누리란 애가 자뻑이 심하다고 느꼈다. 

‘뭐.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봐준다.’

충영이 참고 들어주자 누리가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언니를 좋아했는데 언니가 자기가 하는 가게에 한 번 나와 보지 않겠냐는 거야. 그리고 가게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데 일반 텐프로하고는 손님이나 일하는 직원들 모두 격이 다르다고 그러대. 그래서 언니를 믿으니까 한 번 나가봤어. 그리고 언니 하는 말이 그 가게는 손님이든 직원이든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 곳이라고, 몸을 팔거나 그런 곳이 아니니까 절대로 안심해도 된다고 몇 번이나 얘길 해서 한 번 나가 봤어. 그게 전부야. 그리고 오빠가 두 번짼데 사실 그 전에 내가 언니한테 돈을 좀 빌렸어. 가방하고 옷 사고 오빠 용돈도 좀 주다 보니까 천 만 원이란 돈을 빌리게 됐는데 언니가 그러네. 절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서빙에서 파트너한테 잘 해주면 그 돈은 없던 걸로 해 주겠다는 거야.”

“그게 나야?”

충영이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자 누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회장님이 특별히 신경 써 달라고 했다면서 언니는 회장님이 자기한테는 신과 같은 존재래. 사장으로 지금 경영하고 있는 가게도 실제 소유는 회장님 것이라 그 분 말씀 한 마디면 자신은 승승장구할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거지로 몰락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회장님이 특별히 부탁한 분이니까 나더러 잘 모시라는 거야. 나중에 잘 했다는 소릴 들으면 빚도 없던 걸로 해 줄 뿐 아니라 용동도 더 주겠다고.”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충영이 묻자 누리가 모텔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애교 섞인 몸짓을 보였다.

“오빠가 나중에 언니하고 전화하거나 만나면 나에 대해 좋게 말해주면 안 될까? 그때 대접 너무 잘 받았다고.”

충영은 그녀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 좀 해볼래?”

“아이. 그러니까 이렇게 오빠랑 술 마시면서 즐겁게 얘기하다 헤어지는 거야. 사실 나도 사귀는 사람 있고 오빠도 결혼할 여자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그냥 이렇게 얘기나 하면서 놀아 오빠.”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잔 말이지? 그리고 사장이 나중에 물어보면 너한테 그 이상 모든 것을 잘 대접받았고 그래서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말해 달라고?”

“응. 그렇게 해주면 오빠. 너무 고마울 것 같아. 그러면 내가 나중에 오빠한테 시원하게 술 한 번 쏠게.”

“허허.”

충영은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왔다. 도대체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남자들이 이 여자에게 어떻게 했으면 그녀가 남자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하고 있는지 이해불가였다. 

‘이 새끼는 남자를 발가락에 때만큼도 여기지 않고 있네.’

“이만 일어나자.”

충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리가 그를 따라 일어났다.

“오빠. 술 다 안 마셨잖아? 왜 그래. 화 났어?”

충영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그제야 그녀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어? 오빠.”

충영이 그녀에게 말했다.

“누리야. 이 오빠가 지금 기분이 아주 우울하거든? 너 때문에 말이야.”

“오빠.”

“나중에 그 사장이란 여자한테 연락이 오면 회장님이랑 기분 좋게 마셨다가 누리 너 때문에 기분 완전히 잡쳤다고 꼭 그렇게 말해줄게.”

충영이 밖으로 나가려하자 누리가 그의 팔에 매달렸다.

“오빠. 가지 마.”

“이거 놔라.”

“오빠. 제발. 오빠가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나 언니 얼굴 다신 못 보게 돼.”

“네가 그 동안 남자한테 공주 대접만 받고 살아서 뭘 모르는 모양인데 생각해 봐라. 천만 원을 그냥 내 말 한마디로 갚으려고 하면서 ‘고작 술 한 잔 나중에 살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내가 살면서 너처럼 개념 없는 자식은 처음 본다. 나, 갈 테니까 앞으로도 쭉 그렇게 개념은 달나라에 두고 살아라.”

충영이 그녀를 뿌리치고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녀가 소리쳤다.

“오빠. 줄게. 가지 마. 내 몸 오빠한테 줄게.”

누리가 다급하게 소리치자 충영이 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뭐?”

“줄게. 가지 마. 오빠가 그렇게 가 버리면 나, 큰 일 나.”

“너한테 큰 일이 나는 건 내가 알 바 아니다만, 나한테 준다고 했냐 지금?”

“응. 그러면 안 갈 거지? 언니한테 말 잘 해 줄 거지?”

충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지.”

“준다잖아? 나 몸 파는 여자 아니야. 지금 사귀는 남친한테만 처음으로 허락하고 아무에게도 준 적 없어. 그러니까 오빠. 내 몸 갖고 언니한테 말 잘 해 주라.”

누리가 저자세로 나오자 충영의 마음이 바로 달라졌다.

사장이란 여자한테 말 한 마디 해 주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니다. 대접을 잘 받았다느니, 아니면 기분 잡쳤다느니, 무슨 말을 하던 자신에겐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장이란 여잔 나중에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리란 이 철부지 어린 녀석은 오늘 보면 다시 볼 일도 없을 테고 몸을 준다면 굳이 사양할 필요가 없다. 

“좋다. 몸까지 준다면 네 말을 들어줄 용의가 있지. 이리 와.”

충영이 누리의 손목을 잡고 침대로 가 그녀를 밀었다.

“어어. 오빠.”

그의 힘에 밀려 누리가 침대에 벌렁 눕더니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이대로 하자고? 가서 씻고 양치도 하고 와야지.”

“필요 없어. 그런 격식 따지지 말고 빨리 해 치우자. 너도 그게 더 편하지 않겠냐? 사귀는 놈도 아닌데 무슨 격식 따져가며 하냐? 이리 해 봐.”

충영이 자신의 옷을 벗기자 누리가 황급히 말한다.

“오빠. 키스는 안 돼. 약속해 줘.”

“알았다. 걱정하지 마. 하기 싫다는 놈한테는 나도 안 해.”

충영은 순식간에 누리의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만들었다.

“불 좀 꺼줘. 너무 환하다.”

알몸이 되자 누리도 더 이상 거부하는 몸짓은 보이지 않고 충영에게 말하는데 그녀의 알몸을 보는 충영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것 봐라. 자뻑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자랑할만 하잖아?’

자신이 딱 좋아하는 가슴 사이즈에 살결도 눈부시게 하얗고 몸매도 날씬하다.

“난 불 끄고는 못해. 그리고 너 몸매도 얼굴 못지않게 좋은데 뭐가 부끄럽냐? 이렇게 멋진 몸은 남자가 보면서 해야 더 흥분되지.”

누리가 눈을 흘기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 오빠도 그랬어. 나처럼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잔 우리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 거라고.”

“아이고. 어련하실까...”

충영은 누리와 더 이상 말을 섞기 싫어져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었다.

그가 마지막 남은 팬티를 끌어내리자 누리가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알몸이 된 충영은 누리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그가 그녀의 다리를 벌리자 누리가 묻는다.

“벌써 하게? 할 때 꼭 콘돔 껴야 해. 안 끼면 나 오빠랑 안 해.”

‘아우 씨팔. 되게 짜증나는 새끼네.’

충영이 그녀의 다리에서 떨어져 프런트에 전화를 했다.

“여기 콘돔 좀 가져다주세요. 제일 특대 사이즈로. 예.”

전화를 끊고 충영은 다시 그녀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이 개념 없는 새끼. 내가 오늘 최대한 오래 끌어 널 아주 뻑가게 해 주마.’

그렇지 않아도 결혼문제로 화가 치미는데 여자까지 짜증나게 하니 충영의 바닥에 눌러놓았던 분노가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충영이 거칠게 다리를 벌리고 얼굴을 그녀의 보지에 묻었다.

두 손으로 껍질을 벌린 뒤 바로 혀를 속살에 꽂아 거칠게 문지르자 누리가 몸을 떨었다.

“아으. 오빠. 그런 거 하지 마. 그냥 아저씨가 콘돔 가져다주면 끼고 바로 하자. 응?”

충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붙든 채 보지를 빨았다.

쭙쭙쭙- 쭈읍- 쭈읍-

충영의 강한 팔에 엉덩이를 잡혀 움직이지 못하자 누리는 보지를 그대로 그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으응. 왜 거길 빨아? 우리 오빠는 그런 거 안 하는데... 하지 마. 이상해. 흐응.”

엉덩이를 움직여보지만 마음대로 안 되자 누리가 입으로 계속 신음소리만 내며 충영에게 호소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클리토리스를 혀로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충영의 귀에 벨소리가 들려왔다.

딩동-

충영은 그제야 누리의 보지에서 얼굴을 뗐다.

“아응.”

언제부터인가 하자 마라는 말이 쑥 들어간 그녀의 입에서 대신 아쉬운 탄식소리가 새어나왔다.

문에서 콘돔을 받아온 충영은 그것을 자지에 끼웠다. 혹시 너무 큰 자지를 보고 누리가 놀랄 까봐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끼우는데 특대 사이즈라는 데도 그것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씨팔. 처음 하는 거라서 더 안 되는 가 보다. 왜 이렇게 안 들어가지?’

충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한참을 낑낑대다 간신히 자지에 콘돔을 끼웠다.

콘돔을 다 끼우고 돌아서 다시 누리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가 손을 뻗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다리를 벌려준다.

‘이 새끼 봐라. 빨아주니까 좋았나 보네.’

충영은 웃으며 고개를 그녀의 보지에 박았다. 그리고 입과 혀를 사용해 보지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쭙- 쭙- 쭙-

“아아. 그만. 오빠. 이상해.”

클리토리스를 집중 공격하자 누리가 몸을 떨며 애원했다. 너무 강한 자극에 그녀가 몸서리를 치자 충영은 혀를 밑으로 옮겨 질입구에 대고 계속 침을 흘려보내며 혀끝으로 살짝살짝 찔렀다.

“으으. 난 몰라.”

충영이 오랜 시간을 들여 집요하게 공격하자 마침내 누리의 입에서 항복신호가 흘러나왔다.

“아아. 오빠. 그만. 그만하고 넣어 봐. 제발...”

누리가 넣어달라고 애원하자 충영은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여유 있는 동작으로 몸을 일으킨 뒤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자지를 보지에 끼웠다.

귀두로 보지를 문지르며 길을 찾던 그가 입구라고 생각되는 곳에 이르자 슬쩍 힘을 주고 밀었다.

“으응.”

충영의 침과 그녀가 쏟아낸 애액으로 웅덩이가 된 보지다. 그런데도 귀두가 들어가다 저항하는 세력의 방해를 받고 뒤로 밀려나자 충영은 생각했다.

‘이 자식은 말이 재수 없긴 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은 거 같다. 보지가 엄청 좁네.’

잠시 호흡을 조절하다 충영이 힘을 꽉 주고 사정없이 자지를 밀었다. 그러자 좁은 근육들을 뚫고 귀두가 쑤욱 들어갔다.

“아악! 오빠. 그러지 마.”

귀두가 보지에 꽂히자 누리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소리치더니 엉덩이를 뒤로 물리려한다.

하지만 충영이 이미 입성한 점령지를 가만 둘 리가 없다.

“가만 있어!”

충영이 낮지만 강한 어조로 소리치며 그녀의 엉덩이를 붙들고 자지를 더욱 힘차게 밀어 넣었다. 그러자 자지가 보지 속으로 중간 정도가 들어갔고 누리의 신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윽. 오빠. 나한테 왜 그래? 뭘 집어넣은 거야. 빨리 빼.”

“야. 그냥 자지를 넣은 것뿐인데 뭔 그리 엄살이 심하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다른 걸 넣은 것이 분명하단 말야.”

충영의 강한 힘에 눌려 도망가진 못하고 누리가 계속 앙탈하자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손으로 거길 한 번 만져봐. 어서.”

충영의 말에 누리가 손을 아래로 뻗어 그의 좆대를 만졌다.

아직 중간 정도 보지 밖으로 나와 있는 굵고도 단단한 충영의 좆대를 누리가 손으로 잡았다. 

‘......!’

몇 번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확인하던 그녀가 마침내 억눌린 신음소릴 내뱉었다.

“으으. 진짜야? 정말 오빠 그게 이렇게 큰 거야?”

“그럼 당연하지. 내가 치사하게 네 거기에다 다른 걸 집어넣겠냐? 새끼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아으. 우리 오빤 이렇게 안 큰데, 오빠 거는 왜 이렇게 큰 거야. 아아. 오빠 게 너무 커서 내가 움직일 수가 없어.”

“그럼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라.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실을 확인한 누리가 더 이상 도망가려는 몸짓을 하지 않자 충영은 마음 놓고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

“으-으-으-으-”

충영의 좆이 한 번씩 들어갈 때마다 누리가 몸을 흔들며 신음소릴 흘렸다.

몇 십 번의 왕복을 통해 드나들기가 훨씬 부드러워지자 충영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좆질을 가했다.

퍽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퍽퍽-

그의 힘차고 강한 좆질을 받자 처음엔 신음소리만 내던 누리가 몸을 비틀기도 하고 그의 허리를 끌어당기기도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한 자세로 5분 정도를 쉬지 않고 박아대자 누리가 상체를 세우며 그에게 애원했다.

“아아. 오빠.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왜. 빨리 끝내고 싶어?”

“아니. 오빠가 오래 하는 거 같아서.”

“너네 오빠는 그렇게 오래 안 했니?”

“응.”

“난 아직 멀었는데...”

충영의 말을 듣더니 왠지 그녀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오빠 맘대로 해.”

“아무래도 술 마신 데다 콘돔까지 끼고 있어서 더 둔한 거 같다. 콘돔 빼고 하자.”

“그럴까?”

처음엔 콘돔을 안 끼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던 그녀의 행동이 완전 달라진 것을 보고 충영은 내심 코웃음을 쳤다.

‘흥. 내 좆맛을 보니까 마음이 달라지지? 넌 오늘 죽었어.’

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

콘돔을 빼겠다는 말을 한 후에도 자지를 빼지 않고 수백 회를 반복한 뒤 충영이 갑자기 자지를 쑥, 빼냈다.

“아응, 싫어.”

자지가 빠지자 누리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한다.

충영이 흥분에 정신을 뺏긴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지를 들이댔다.

“콘돔은 누리 네가 벗겨 봐.”

“응.”

그녀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축축하게 젖은 콘돔을 자지에서 벗겨냈다. 그러자 그의 실체가 이제 적나라하게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정말이구나.”

누리가 그의 자지를 홀린 듯 바라보고 있자 충영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입에 자지를 물렸다.

“빨아.”

“아이. 나 이런 거 못해.”

누리가 고개를 저으려하자 충영이 머리채를 꽉 움켜쥐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귀두를 그녀의 입속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우읍.”

그녀의 입안에 자지를 담근 채 충영은 서서히 왕복했다.

“우응.”

“빨아 봐.”

충영의 강한 힘을 당하지 못한 누리가 그의 지시에 따라 자지를 빨았다.

쭙- 쭈읍-

한참 동안 자지를 빨다 누리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지자 충영이 자지를 그녀의 입속에서 빼냈다.

“후아. 숨 막혀.”

누리가 가쁘게 숨을 쉬며 충영을 흘겨보자 그가 말했다.

“잘 봐라. 네 남친보다 훨씬 크지?”

그러자 누리가 다시 자지를 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 아아.”

“만지고 싶어?”

“......!”

말은 하지 않고 누리가 그의 얼굴만 바라보자 충영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지를 잡게 했다.

“아. 뜨거워.”

좆대를 손에 쥐고 누리가 신음소릴 내자 충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움켜잡았다.

‘딱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이즈야.’

충영이 마음껏 가슴을 주무르자 누리도 조금씩 손을 움직여 자지를 만졌다.

“자. 이제 엎드려 봐.”

충영이 그녀의 몸을 뒤집어 엉덩이를 잡자 누리가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뒤로 할 거야?”

“왜? 이것도 남친하고 안 해 봤냐?”

충영이 놀리듯 말하자 누리가 대답한다.

“아니. 해 보긴 했는데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어서.”

“나하고 해 보면 달라질걸.”

충영이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려 보지를 들여다보았다.

물기에 젖은 보지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자 충영은 자지를 보지에 끼우고 입구를 찾았다.

한 번 밀어보는데 역시 단번에 들어가지 않는다.

입구에서 귀두를 비비며 길이 찾아지자 바로 힘을 주고 밀었다.

“아윽!”

누리가 몸을 후두둑 떨며 소리쳤다.

“너무 커! 아아.”

충영은 귀두를 감싸고 조여 오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즐기며 서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아아아.”

누리의 신음소릴 들으며 자지를 왕복하다 보지 끝까지 쭉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귀두를 불끈거리자 누리가 탄식했다.

“하아. 뜨거워. 엄청 뜨거워 오빠.”

“좋냐?”

“응. 좋아. 움직여 봐. 움직이면 더 좋을 거 같아.”

누리의 말을 듣고 충영은 자지를 서서히 움직였다. 처음 누리의 건방지고 개념 없는 태도를 봤을 땐 잔인하게 짓밟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제 누리가 자신에게 순종적으로 나오자 그도 그녀에 대한 마음이 많이 풀어지고 있었다.

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

처음엔 서서히, 그러다 탄력이 붙자 충영은 뒷치기 자세로 쉬지 않고 좆질을 가했다.

“아윽. 난 몰라. 너무 좋아. 아아. 오빠.”

누리가 달아오르며 흥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충영은 술 때문인지 아직 사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의 몸을 다시 뒤집었다.

자지를 빼지 않은 채로 정상위로 돌아온 충영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물었다.

“콘돔 빼고 하니까 더 좋지 않니?”

“응. 더 좋아. 오빠 것이 너무 뜨거운데 그게 그대로 느껴져. 아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우리 오빠랑 할 때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충영이 자지를 서서히 움직이며 우뚝 솟은 젖꼭지 하나를 입에 담았다. 입안에 들어온 그것을 부드럽게 빨며 왕복을 해주자 누리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흐으응. 너무 좋다. 미치겠어. 오빠가 날 미치게 만드네.”

누리가 처음과 달리 충영의 몸에 착 달라붙으며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충영은 그녀의 가슴을 싫증이 날 만큼 입과 혀로 애무하다 얼굴을 위로 올렸다.

그가 누리의 입술에 키스하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그의 입술을 거세게 빨아들였다.

쪽쪽쪽-

‘이 자식 봐라? 키스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니...’

자신의 입술을 물어뜯을 듯 거칠게 빨아대는 누리를 보고 충영은 잠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의 자지 맛을 보고 누리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이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그래. 내가 봐준다.’

충영은 처음 잔인하게 누리를 짓밟아 주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흐응. 흐으응.”

충영의 부드러운 키스에 누리가 감미로운 신음소리로 화답했다.

입으로는 키스를 하고 손은 가슴을 애무한다. 그리고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로 좆질을 계속 해주자 누리가 그의 등을 끌어당기며 엉덩이를 그의 좆질에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

누리가 엉덩이를 움직이며 같이 보조를 맞추자 충영도 더욱 강하고 빠른 속도로 자지를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

쉴 틈을 주지 않고 자지를 움직이자 충영도 귀두가 뜨거워지며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그때 누리가 입술을 떼며 크게 소리쳤다.

“아윽. 오빠. 난 몰라. 거기가 너무 뜨겁다. 아아 미치겠어. 우으으.”

퍽퍽퍽퍽퍽퍽퍽-

누리가 절정으로 치닫자 충영도 이제 자제할 수 있는 선이 넘어가는 것을 느끼며 거친 신음소릴 냈다.

“으으으!”

충영이 그녀의 보지가 뚫릴 정도로 거칠고 강하게 좆질을 가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아. 오빠. 사정해 줘.”

“으으. 안에다 싸도 돼?”

“응. 어서 싸 줘. 오빠 땜에 내가 죽을 거 같아. 아아. 어서. 우우우. 엄마.”

누리가 마지막엔 울부짖으며 몸을 뒤로 물리려하자 충영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붙잡고 마지막 피치를 가했다.

퍽퍽퍽퍽퍽퍽-

“안 돼. 이제 안 돼. 아아. 제발...”

누리가 몸을 경직시키며 오르가즘에 올랐다.

퍽퍽퍽퍽퍽퍽퍽-

하지만 충영은 그런 그녀의 몸을 부셔버릴 듯 더욱 사납게 좆질을 했다.

퍽퍽퍽퍽퍽퍽- 퍽퍽퍽퍽퍽퍽퍽-

“으그그그.”

누리가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소릴 내며 경직되었던 몸을 풀자 충영의 자지에서 참았던 정액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으으!”

충영이 씩씩 거리며 사정을 하자 누리가 반쯤 풀린 눈으로 그의 얼굴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사정하는 순간은 항상 엄청난 쾌감을 동반한다...

충영은 몸을 떨며 자신의 정액을 받아주는 누리에 대한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호감으로 돌아선 것을 느꼈다.

그가 사정을 마치고 누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그녀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키스를 했다.

격렬했던 순간이 지나자 허탈하고 어색한 기분도 약간은 있었지만 충영은 만족한 얼굴로 누리의 얼굴을 보았다.

‘......!’

이제 완전히 정신을 차린 그녀도 그의 얼굴을 보는데 눈빛이 너무 순했다. 

그녀가 처음 자신을 대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자 충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자지를 뺐다.

“흐응.”

그의 얼굴을 보며 누리가 인상을 쓰자 충영이 웃으며 말했다.

“왜? 빼니까 싫어?”

“몰라. 허전하기도 하고 이상해.”

“허전하면 입으로 한 번 빨아 봐라.”

충영이 자지를 누리의 입가에 가져가는데 아직도 완전히 죽지 않고 절반쯤 자지가 살아있다.

“정말 끝내준다.”

누리가 물기에 젖은 자지를 보며 감탄하자 충영은 귀두를 그녀의 입에 딱 붙이고 말했다.

“빨아 봐.”

누리가 입을 벌리자 방금 보지를 격렬하게 박고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자지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쪽쪽-

누리가 귀두를 빨며 거기에 묻은 것을 모두 삼켰다.

한참 동안 자지를 누리의 입에 물려놓고 오럴을 즐기다 충영은 그녀의 곁으로 가 누웠다. 

누리가 그의 품에 안겨오자 충영은 그녀의 몸을 안고 가슴을 주물렀다.

충영이 자신의 가슴을 마구 주물러도 누리는 전혀 거부하지 않고 뺨을 그의 가슴에 붙인 채 편안하게 호흡하고 있다.

충영이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고 손을 떼자 그제야 누리가 그에게 말한다.

“오빠. 우리 좀 씻자.”

“그럴까?”

충영이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의 몸을 가볍게 들어 안았다.

“아!”

자신의 몸이 너무도 쉽게 들어지자 누리가 그의 품에 안기며 감탄사를 발했다.

욕실로 들어가자 누리가 먼저 양치를 하며 새 칫솔에 치약을 묻혀 충영에게도 주었다.

충영이 양치를 끝내자 누리가 그에게로 파고들더니 발꿈치를 들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너. 아까는 키스 안 한다더니... 왜 이렇게 키스를 밝히는데?”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누리가 그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지금은 하고 싶어졌어.”

“자기 멋대로구나. 네 남친이 알면 서운하겠다.”

“그 오빠 애긴 하지 마. 싫어.”

‘참 이 자식 웃긴 놈이야.’

조금 전에는 제 스스로 우리 오빠, 우리 오빠, 하며 입에 달고 살더니 이젠 얘기도 꺼내지 말란다.

충영이 먼저 누리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주자 그녀도 그의 자지를 비누칠 해가며 깨끗하게 씻겼다.

깨끗하게 씻긴 자지를 누리가 얼굴 가까이 대고 살피기 시작한다.

“지금은 참 얌전하네. 생긴 것도 너무 예뻐. 응.”

자지를 뺨에 대고 문지르다 누리가 기어이 귀두를 입에 물었다.

쪽쪽쪽-

누리가 귀두를 정신없이 빨자 얌전하게 있던 충영의 자지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엉!”

입속에서 자지가 발기하자 누리가 놀라 그것을 뱉어냈다.

“커지면 안 되는데...”

“이미 늦었다. 이리 앉아 봐.”

충영이 그녀의 엉덩이를 욕탕 모서리에 앉힌 뒤 다리를 좌우로 넓게 벌렸다.

“오빠! 또 하고 싶어?”

누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묻자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지를 가져갔다.

“아아. 아까 끝까지 가서 힘도 없고, 난 더 할 자신 없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가 차마 충영의 행동은 저지하지 못하고 다리를 벌려준다.

충영은 먼저 자지를 보지껍질에 대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한참을 문지르자 속에서 물기가 새어나온다.

충영은 귀두로 껍질을 헤치고 속살이 있는 곳까지 밀다 조금 아래로 해 입구를 찾았다,

“아아. 안 되는데. 또 하면 나 망가질 거 같은데...”

입구에 자지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자 누리가 몸을 부르르 떨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겉으로 봐서는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 깊숙한 곳에는 무리한 섹스를 또 한 번 해보고 싶은 위험한 욕망이 내재돼 있는 것 같아 어쩐지 충영은 그녀가 겉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꼭 다시 박아달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충영은 망설이지 않고 귀두를 그대로 힘 있게 꽂아 넣었다.

순간, 불같이 뜨겁고 쇠몽둥이처럼 단단해진 자지가 한 번 오르가즘에 이르러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보지 속에 다시 꽂혔다.

그와 함께 터져 나오는 누리의 비명.

“아아! 아윽! 난 몰라. 흑흑. 오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누리가 자신을 부르자 충영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자지를 움직였다.

“흐윽! 흐윽! 흐윽!.”

자지가 깊이 박힐 때마다 누리가 온 몸을 떨며 자지러지는데 그녀가 다급하게 두 손을 앞으로 내밀자 충영이 그 손을 잡고 조금씩 속도를 빨리 했다.

퍽퍽퍽퍽퍽-

충영의 자지가 뿌리 끝까지 박히자 누리가 그의 허리를 두 팔로 안으며 소리를 높였다.

“아으으. 오빠!"

그녀가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자 충영도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일어섰다.

“어어! 날 들었어. 오빠.”

보지가 자지에 꽂힌 그대로 몸이 들리자 누리가 놀라 허리를 감았던 팔을 풀의 그의 목을 붙잡았다.

“꽉 잡고 있어라.”

충영이 그녀의 엉덩이를 단단하게 잡고 좆질을 했다.

퍽퍽퍽퍽퍽퍽퍽-

몸이 허공에 들린 채 자지가 보지 깊숙하게 들어왔다 나가는데 들어 올 때는 보지가 뚫릴 것처럼 강하게 자극이 가해지다 나갈 때는 좁고 예민해진 질벽을 왕버섯 같은 귀두가 긁고 지나간다.

“아아. 미치겠어. 오빠. 왜 이렇게 강한 거야? 헉헉. 허억. 아아. 눕고 싶어. 누워서 오빠 거 다 받고 망가져버릴 거야.”

누리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충영이 그녀의 몸을 안고 계속 좆질을 하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아. 난 몰라.”

충영이 좆을 끼운 채 방으로 이동하자 그 순간에도 보지에 엄청난 자극을 느낀 누리가 계속 크게 신음소릴 낸다.

방으로 들어온 충영이 누리를 안고 침대에 다가가 자신이 밑으로, 그녀의 몸은 위로 올린 채로 누웠다.

“누리 네가 위에서 해 봐.”

충영이 밑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엉덩이를 움직였다.

“하앙. 너무 자극이 심해.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아아. 오빠 땜에 나 완전히 망가질 것 같아.”

“그래도 계속 움직여.”

충영이 두 손을 뻗어 탄력 있게 솟은 가슴을 동시에 움켜잡았다. 그리고 두 가슴을 젖소에서 우유를 짜듯 마음껏 주물렀다.

가슴이 충영의 두툼한 손에 의해 완전히 짓이겨지고 앵두 같은 젖꼭지가 그 사이로 삐져나오자 충영은 그것 하나를 입에 물고 강한 힘으로 빨아들였다.

“아우. 오빠. 너무 좋아. 계속 빨아 줘. 계속. 아아.”

누리가 더 이상 엉덩이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충영이 꼭지에서 입을 떼자 상체를 숙여 다른 젖꼭지를 그의 입에 물려준다.

쭉쭉쭉-

충영이 입안에 들어온 꼭지를 빨았다.

“하아. 오빠가 너무 좋아. 아아. 이렇게 몸이 느끼는 건지 정말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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