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을 갖고 화영의 몸이 충분히 달아오를 때까지 충영이 천천히 좆질을 하자 그녀가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애원했다.
“아아. 자기야. 더 세게. 더 세게 해 봐.”
“어떻게 해 달라고?”
충영이 묻자 화영이 그의 등을 끌어당기며 애원한다.
“그렇게 하니까 감질 나. 더 세게 해 봐.”
“화영이 보지 뚫어지게 박아줄까?”
“응.”
화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충영이 웃으며 말했다.
“말로 해 봐. 뚫어지게 박아달라고 말로 해.”
화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매달리며 말한다.
“자기. 박아 줘. 그 큰 자지로 내 보지 뚫어지게 박아 줘요. 제발.”
“알았어.”
충영이 그녀의 몸을 붙들고 빠르고 강하게 좆질을 가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점점 가속도가 붙자 충영은 화영의 보지에 불이 날 정도로 자지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
“아으응. 미치겠어. 아아. 정말 거기가 뚫어질 것 같아. 으으으. 자기야!”
화영이 절정으로 치달아가자 쉬지 않고 수 분 동안 좆질을 하던 충영도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
“으으으. 간다.”
충영이 굵은 신음소릴 내며 마지막 박차를 가하자 화영이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으며 몸을 경직시켰다.
“아아! 어서. 흐윽!”
화영이 절정에 이르자 충영은 그녀의 보지에 좆을 깊이 박고 힘차게 사정을 시작했다.
사정이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자 충영이 화영의 몸을 안고 물었다.
“좋았어?”
“응. 지금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그 정도로 좋았어.”
그가 화영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말했다.
“고마워.”
“뭐가?”
“그냥, 이것저것 다 고마워.”
그 말은 충영의 진심이었다.
화영이 그에게 여러 가지 고마운 일들을 많이 베풀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일은 역시 수진이다. 그녀가 수진이란 딸을 낳았기에 오늘 수진의 처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화영이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마운 쪽은 나지. 자기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을 이런 좋은 경험 한 번 못해보고 죽었을 거야. 정말 남자가 여자한테 어떤 의미인지 자기를 통해서 알게 됐으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쁘고 좋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쁘고 황홀한 일은 자기하고 이런 거 할 때야. 자기 만나기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확실하게 알아. 그리고 영진이 다 죽게 생긴 거 구해주고 새 사람 만든 게 다 자기 덕분이잖아? 그 외에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한테 고마워. 앞으로도 나 지금처럼 계속 사랑해 줄 거지?”
“응. 자기가 날 싫어서 밀어내지 않는 한 계속 사랑할 거야.”
“무슨 그런 말을... 난 절대로 안 변해.”
화영이 맹세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충영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나서 말했다.
“그럼 우린 누구 한 사람 죽을 때까지 안 변하겠다. 그렇지?”
“응.”
“사랑해.”
충영이 다정하게 말하며 입술을 가져가자 화영이 무쇠라도 녹일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입술을 받았다.
다음 날.
충영은 백화점에 출근해서 지영을 사장실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응. 거기 앉아.”
충영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리 백화점 확장하는 건에 대해서 상의 좀 하려고 불렀어...”
충영이 어젯밤 영진과 나눴던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을 꺼내자 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색을 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건의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역시 사장님은 탁월하십니다.”
“허어. 이거 우리 지영이 입에서 아부 성 말도 곧잘 나오고, 많이 변했네.”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지영도 그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부 아닌데... 아무튼 옆 건물까지 우리가 사들일 수 있다면 우리 백화점은 매출이 지금과 비교도 안 되게 늘 겁니다. 여기 화양동이 옛날엔 서울에서 변두리였지만 지금 대단위 아파트도 많이 들어섰고 조금 떨어진 지역엔 정부 고위관료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바운더리가 꽤 커요. 그래서 롯데백화점도 후발주자로 차고 들어온 것이구요. 사장님이 이번에 한 번 더 힘을 쓰셔서 꼭 옆 건물을 매입해 주세요. 나머지는 우리 실무진들이 알아서 기획안을 올리겠습니다.”
“좋아. 해 보자고.”
충영이 활기 찬 표정으로 말했다.
오전에 몰아두었던 일들을 처리하자 충영의 오후 시간이 한가해졌다.
시간을 확인한 뒤 충영은 경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수화기 저편에서 밝고 활기 찬 경희의 목소리가 들리자 충영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수업 끝났어?”
“응. 어제 수능 끝나서 이젠 그냥 학교에서도 놀아. 지금 오빠네 백화점에 가려는데 괜찮지?”
“응. 어제 못 가서 미안하다.”“아니야. 언니한테 얘기 다 들었어. 오늘은 나 혼자 가는데 오빠 괜찮겠어?”
“괜찮아.”
“바쁜 거 아니지?”
“응. 우리 경희 만나려고 일을 전부 오전으로 당겨서 봤어. 빨리 와라.”
“알았어. 그럼 있다 봐.”
전화를 끊고 한 시간이 못 되어 경희가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백화점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니?”
“1층에 있어. 정문 입구에.”
“알았다.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어. 오빠가 갈게.”
“응.”
전화를 끊고 충영은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경희야!”
경희를 발견하고 충영이 부르자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여긴 처음이지?”
충영이 가까이 다가가며 묻자 경희가 그를 보며 웃었다.
“응. 오빠가 이렇게 큰 백화점 사장이야?”
“그렇게 됐다.”
충영이 물었다.
“시험 잘 봤다며?”
“응. 공부한 것만큼은 봤어.”
“그래? 잘 했네. 우리 경희 시험도 잘 보고 우리 백화점도 처음 오고 그랬으니까 오빠가 선물 하나 사줘야겠는데...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아니. 선물 안 줘도 돼.”
“그래도 백화점까지 왔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말 해. 우리 경희, 뒤로 빼고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경희도 그를 따라 웃었다.
“날이 추워서 목도리 하나 있으면 했는데, 오빠 그럼 목도리 사 주라.”
“좋아. 가자.”
충영이 경희의 손을 잡고 목도리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갔다.
“어머! 사장님!”
매장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충영을 보고 죽은 부모라도 만난 것처럼 반색을 하며 반긴다.
“여기 이 학생이 할 건데, 목도리 괜찮은 걸로 좀 내놔 봐요.”
“예, 사장님.”
직원이 몇 가지를 골라 내 놓자 충영이 경희에게 말했다.
“경희 네가 마음에 드는 거 골라 봐.”
“응.”
경희가 웃으며 몇 개를 뒤적이다 그 중 한 개를 골라 목에 둘러본다.
“오빠. 이거 어때?”
“예쁘다. 괜찮아. 이걸로 해라.”
붉은 컬러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목도리가 경희의 뚜렷한 얼굴 윤곽과 잘 어울려 보여 충영은 그것을 권했다.
“응. 나도 마음에 들어.”
충영이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네주는데 경희가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 이 목도리 얼마예요?”
“50만원입니다.”
“에에?”
경희가 화들짝 놀라더니 충영에게 말했다.
“오빠. 그거 말고 좀 싼 거 사자.”
“이건 오빠가 사주는 거니까 가만있어. 빨리 계산 해줘요.”
직원이 충영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카드를 받았다.
“무슨 목도리 하나에 50만원이야? 해도 너무 하네.”
경희가 투덜거리자 충영은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품질이 좋은 거라 그래. 오빠가 우리 경희 좋아서 사 주는 거니까 이제 그만 하고 기분 좋게 받아라. 알았지?”
“응. 알았어.”
경희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충영은 문득 수진의 얼굴을 떠올렸다.
‘......!’
수진과 경희는 같은 나이다.
어제 수능도 똑같이 보고 지금 교복차림에 손에 코트를 들고 있는 것까지 비슷하다. 그런데 수진과 비교하니까 경희는 얼굴과 몸매, 그리고 하는 행동까지 모두 한참이나 떨어져 보인다. 물론 경희의 얼굴이나 몸매가 남들에 비해 결코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언니 경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목구비는 오히려 언니보다 뚜렷하고 몸매도 날씬하다. 하지만 수진의 갸름한 얼굴형과 비교하면 경희는 동그란 편에 그냥 무난한 형이고 이목구비도 수진과 비교하면 다 평범해 보인다.
이렇게 비교대상이 있고 보니 그는 수진의 존재가 얼마나 높게 보이는 것인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수진의 얼굴을 떠올리자 금방 그녀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충영은 마음을 가다듬고 경희에게 말했다.
“저녁때가 되는데 식사하러 가자.”
“응. 뭐 먹을까?”
경희가 웃으며 행복한 고민을 하자 충영이 물었다.
“어제는 뭐 먹었는데?”
“식구들이랑 나가서 삼겹살 먹었어.”
“음. 그럼 오늘은 고기 종류 말고 다른 거 먹자. 우리 회 먹을까?”
“회? 좋지.”
경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충영은 그녀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
근처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 충영은 경희에게 고급회를 시켜주었다.
“오빠. 나 어제 아빠가 줘서 맥주 한 잔 했는데, 오늘도 한 잔 해도 되지?”
경희가 술을 마시고 싶어 하자 충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어제 맥주 마셨으면 오늘은 와인 한 잔 할래?”
“와인?”
“응.”
“한 잔만 마셔볼 건데. 오빠는 운전해야 하니까 술 마시기 그렇지?”
“그래. 경희 너 집에도 데려다줘야 하고.”
“그럼 그냥 맥주 마실래. 남기면 아깝잖아?”
“저번에 와서 보니까 와인은 잔으로도 팔 던데, 한 잔 정도면 와인으로 마셔 봐.”
“그럴까?”
경희가 호기심에 눈빛을 반짝이자 충영은 웃으며 그녀를 위해 와인도 한 잔 시켰다.
술과 회가 나오자 두 사람은 화목하게 먹고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래. 대학은 어디 예상하고 있어?”
충영이 묻자 경희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으음. 난 서강대나 성균관대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부모님은 교대 가면 좋겠대.”
“아우. 우리 경희가 공부 잘 했구나. 그 정도 가려면 점수가 꽤 나와야 하는데...”
충영이 웃으며 그녀를 칭찬했지만 어제 전과목 만점을 맞은 수진이와 또 절로 비교가 된다.
“뭐. 점수 낮은 학과 잘 택해서 지원하면 연고대도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경희가 조금은 우쭐 대는 표정으로 말하자 충영은 그녀를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그래. 우리 경희가 집안도 어려운데 이 정도 하느라 애 많이 썼다. 오빠가 축하하는 의미로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해 줄 테니까 앞으로 돈 걱정하지 말고 다니도록 해.”
경희가 감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 정말 그렇게 해 줄 거야?”
충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옛날, 경진이 약 먹고 입원했을 때 말이야. 그때 이 오빠가 우리 경희 대학등록금 다 대준다고 말 한 거 같은데?”
“했어. 그때 참 힘들었는데”
경희가 옛날 일을 회상하는 듯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힘들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도 있어.”
“뭐가 좋았는데?”
충영이 묻자 경희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그때 오빠랑 많이 친해졌잖아? 그 전에도 오빠가 좋긴 했지만 그날 마음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든든하고 오빠가 믿음직스럽고, 아무튼 그때 생각하면 오빠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있었던 생각만 나.”
충영은 말없이 웃고 있었지만 그 역시도 그때 이후로 경희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진이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 두 사람은 서로 큰 의지가 됐고 그 어려운 상황을 같이 보낸 동지의식이랄까, 뭔가 강한 유대감을 느꼈었다.
“그래도 그때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경희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야. 그리고 오빠가 우리 식구들한테 너무 잘 해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하. 예쁘니까 잘 해주지. 경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경희하고 경미까지 다 착하고 너무 예뻐. 너희들 보고 있으면 진심으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난다니까?”
“호호. 나도 그래. 오빠 보고 있으면 괜히 듬직하고 기분이 좋아져.”
“하하.”
충영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식사가 끝나자 식당을 나온 충영은 경희를 태우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기 싫은데...”
경희가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충영이 물었다.
“어디 더 가고 싶은 데 있어? 말해. 오빠가 데려다 줄게.”
“아니. 그냥 오빠랑 드라이브나 더 하고 싶어.”
“그래 그럼.”
충영은 한강변을 따라서 차를 몰았다.
한참 동안 가다 경희가 그에게 말했다.
“오빠! 잠시 한강 쪽으로 내려 갈 수 있을까?”
“응. 조금만 가면 고수부지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그리 가.”
“응.”
충영이 핸들을 꺾어 도로 오른 쪽으로 내려가자 바로 한강이 보였다.
전망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충영이 경희에게 물었다.
“내려서 걷고 싶어?”
“아니. 추워서 그냥 여기 있을래.”
“그래.”
충영이 시동만 켠 채 라이트를 껐다.
순간 사방이 조용해진다.
경희가 한강을 보며 중얼거렸다.
“조용하다. 세상에 오빠랑 나, 둘만 존재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후후. 우리 경희가 이런 감상적인 여자인 줄 몰랐네.”
그녀가 충영을 보며 말했다.
“오빠!”
“응?”
“나, 오빠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뭔데?”
“음.”
경희가 망설이자 충영이 웃으며 손을 그녀의 어깨로 뻗었다.
“왜? 말하기 어려운 부탁이야? 말 해 봐. 우리 경희, 시험도 잘 봤고 예쁘니까 어지간한 부탁은 다 들어줄게.”
경희가 잠시 망설이다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 첫 키스는 오빠하고 하고 싶어.”
“경희야!”
충영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자 경희가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오빠하고 키스하고 싶어.”
“음.”
충영이 신음소릴 냈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제는 수진이와 강제로 몸을 섞기까지 했는데 지금 경희의 고백과 청을 들어주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간단한 일인 것이다. 더구나 경희의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녀는 남자와 키스 한 번 해 보지 못한 숫처녀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경희는 경진의 친 동생이다. 경진이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충영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내심 굳게 다짐했는데 친 동생인 경희와 그런 관계를 맺어버리고 그 사실을 경진이 안다면 그녀에게 면목이 없어진다. 더구나 막내 경미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충영이 경희와 일을 벌일 수는 없는 것이다.
충영이 경희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경희야.”
“응.”
“오빠가 경진이와 어떤 사이인지 경희도 알지?”
“알아.”
“나도 경희가 좋으니까 키스 정도 하는 것은 상관없어. 하지만 경진이가 알면 우리 두 사람한테 무척 실망할 거야.”
“나도 많이 생각하고 하는 말인데...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래. 그 동안 키스 같은 거 궁금했지만 남자하고 한 번도 안 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어서였어. 내가 정말 좋아하고 마음에 우러나와서 하고 싶은 그런 남자하고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키스하고 싶은 사람은 오빠밖에 없는 걸 어떡해?”
“경희야.”
“언니가 알아도 싫어하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진정으로 좋아서 한 거라면 언니도 이해해 줄 거야. 시험 잘 본 선물로 하는 거니까. 오빠가 정 마음에 걸리면 언니한텐 비밀로 해. 난 절대로 말 하지 않을 거니까.”
“정말 괜찮을까?”
충영이 한 번 더 빼자 경희는 애가 타는지 그에게로 완전히 몸을 돌리고 말했다.
“나도 언니한테 들어서 다 알아. 어차피 언니하고는 결혼할 수 없는 사이잖아? 언니도 처음에 자살하려는 이유가 오빠하고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에 그랬다고 했어. 지금은 그저 오빠하고 같이 있을 수 있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걸 다 견디고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으음!”
“언니가 나하고 경미를 아주 많이 사랑해.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언니가 알면 결코 나하고 오빠를 미워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거라 자신해. 그러니까 오빠.”
“내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거니? 오빠는 잘 생기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한 얼굴인데. 여고생들은 아이돌 그룹 같은 꽃미남들을 좋아하지 않나?”
충영이 마음속으로 허락할 뜻을 굳히며 묻자 경희도 그의 얼굴에서 그걸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남도 좋지. 하지만 난 현실적인 여자야.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꽃미남이 무슨 소용이야? 하지만 오빠는 내가 가까이 볼 수 있고 또 나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 대학등록금도 그래. 요즘 부모가 능력이 안 돼서 빚을 내거나 건전하지 못한 이상한 데 나가서 돈 벌어 등록금 내는 여자들도 있어. 그런 부모도 해 주기 어려운 대학등록금을 오빠는 나한테 아무 망설임 없이 그냥 해 준다는데 감동 안 할 여자가 어디 있어? 그리고 그런 현실적인 문제 말고도 오빠가 좋았어. 그러다 언니 죽을 고비 맞았을 때 오빠랑 같이 있으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 ‘만약 언니가 잘 못 돼서 죽게 되면 내가 언니 대신 오빠한테 잘 해 줘야지.’ 물론 나만의 상상이고 언니가 살아 돌아와서 너무 다행이지만 그런 상상까지 할 정도로 오빨 좋아하게 됐어.”
경희의 진실한 고백까지 듣자 충영도 더 이상 뺄 수가 없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걸려 있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경희야. 이리 와.”
경희가 다가오자 충영은 자신도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에게 바짝 붙어 그녀의 몸을 안았다.
한찬 동안 그렇게 꼭 안고만 있다가 충영이 그녀의 몸을 밀고 대신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교류하다 경희가 먼저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살며시 두 눈을 감자 충영이 고개를 숙여 입술을 가져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가볍게 닿자 충영이 얼굴을 약간 틀며 혀를 내밀어 경희의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먼저 윗입술을 입속에 담고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빨다 다시 아랫입술을 똑같이 반복해서 빨아주자 경희가 콧속으로 신음소릴 내며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흐응!”
그가 입술을 빨고 나서 혀를 넣자 그것을 애타게 기다리던 경희가 그의 혀를 거세게 빨아들였다.
쯥쯥쯥-
두 사람의 혀와 혀가 만나 뱀처럼 뒤엉켰다.
첫 키스답지 않게 경희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충영은 처음엔 그녀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뒤 그녀가 하는 대로 가만 두고 보았다.
“하아!”
숨이 막힐 때까지 그의 입술을 물고 늘어지던 경희가 마침내 입술을 떼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심호흡을 하느라 경희의 가슴이 볼록거리자 충영은 그녀의 가슴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 집 세 자매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빵빵하단 말이야.’
교복을 뚫고 나올 것처럼 팽팽하게 솟은 가슴을 보자 충영은 불현듯 그것을 만지고 싶어졌다. 오늘 경희와 만난 후 처음으로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 그는 한 손으로 경희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유도했다.
능숙하게 경희의 입술과 혀를 빨며 다른 손을 뻗어 상의 교복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
충영이 밑에서부터 단추를 풀자 그것을 느낀 경희가 반대에 위치한 위쪽 단추를 스스로 풀며 그의 행동을 도왔다.
중간 쯤 왔을 때 이미 단추가 다 풀리자 충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무 쉬워...’
어제 수진이와 섹스를 할 때는 머리가 터질 것처럼 긴장하고 흥분했는데 지금 경희와 함께 있을 때는 긴장감은 고사하고 너무 쉬운 느낌이 든다.
이대로 끝까지 요구해도 다 들어줄 것 같은 경희의 태도에 한 가닥 아쉬움마저 느끼며 충영은 손을 교복 속으로 집어넣었다.
얇은 내의가 느껴지자 충영은 옷 위 그대로 가슴을 움켜잡고 가볍게 주물렀다.
“흐응.”
입술을 충영에게 내주고 있는 상태에서 경희가 가볍게 콧소리를 낸다.
충영도 손안 가득 잡히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질감에 이젠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가슴을 주무르며 길고 긴 키스를 하던 충영이 마침내 경희의 입술을 놔주고 물러났다.
“하아!”
경희가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을 바라보자 충영은 두 손을 뻗어 그녀의 교복을 어깨에서부터 내렸다.
충영의 의도를 깨닫고 경희가 오른 팔과 왼 팔을 번갈아가며 빼내 주자 교복 상의가 밑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친 걸음이다.’
충영은 내의도 똑같은 방식으로 벗긴 뒤 마지막 남은 브래지어 호크마저 풀어버렸다.
그러자 경희의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
‘세 자매 중에서 이 녀석 가슴이 제일 크네.’
아직 고3인데도 C컵 정도 돼 보이는 가슴이 조금도 밑으로 처지지 않고 탄력 있게 솟아 있어 충영은 그녀를 보며 절로 감탄사를 발했다.
“경희야. 너, 가슴 정말 예쁘다.”
충영이 진심어린 표정으로 칭찬하자 경희가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웃는다.
“진짜?”
“응. 정말 예뻐.”
“내가 언니나 경미보다 가슴은 더 큰데...”
“아주 예쁘다.”
“남자한테 한 번도 안 보여줬어. 오빠라면... 마음대로 해도 돼.”
경희가 속삭이듯 유혹하는 목소리를 내자 충영은 더 이상 사양을 하지 않고 두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
“아아. 오빠!”
크고 두툼한 그의 손이 가슴 전체를 움켜쥐고 주무르는데 또 그 손길은 너무 부드럽고 능숙해서 경희가 입 밖으로 크게 신음소릴 내고 만다.
충영은 서두르지 않고 경희의 가슴을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은 더 이상 깊이 진도를 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급하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얀 가슴을 마사지하듯 주무르다 그의 얼굴이 점점 가슴 중앙을 향해 다가갔다.
‘......!’
젖꼭지에 뜨거운 입김을 느낀 경희가 약한 신음소릴 내다 그가 기어이 여리고 작은 돌기를 입에 물자 앙, 하고 울음 섞인 소릴 내 버렸다.
“하아! 하아!”
충영의 혀가 꼭지를 굴리고 쓰다듬고 핥자, 경희가 연신 신음소릴 내며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오빠! 사랑해. 진짜로 오빠가 너무 좋아.”
충영이 꼭지를 뱉어내고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우리 경희가 좋아. 씩씩하고 솔직하고 예뻐.”
충영이 다시 손을 뻗어 가슴을 주물렀다. 밀가루 반죽을 하듯 탐스러운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다 타액에 흠뻑 젖은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자 경희가 몸을 훌쩍, 떨며 그에게 호소한다.
“오빠. 더 하고 싶어. 아아. 더 해 주면 안 돼?”
경희가 뭘 말하는지 충영은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가슴 말고 그 밑으로도 그의 애무를 받고 싶어 하는 경희에게 충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경희야. 여기까지만 하자. 더 이상 하면 서로 후회할지 모르니까 충분히 생각해보고 나서 결정 해. 그래야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하지.”
충영이 애무를 그치고 그녀의 옷을 덮어주자 경희가 한숨을 내쉰다.
“후우. 오빠는 언니만 사랑하는 것 같아. 불공평해. 나도 언니 못지않게 오빨 좋아하는데...”
“그래. 경희가 오빠 좋아해주는 거 나도 고마워. 하지만 언니를 먼저 알았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언니를 지켜주고 평생 사랑해주겠다는 약속도 했고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킬 책임이 나에겐 있어. 언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 때문에 목숨을 건 사람이거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난 오빠 때문에, 아니 그 어떤 이유로도 목숨을 버릴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라면 언니가 오빨 더 사랑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후우. 모르겠어.”
충영이 경희의 몸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생각이 복잡할 땐 거기서 멈추는 게 좋아.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집에 가자. 좋은 기분을 이런 일로 망칠 순 없잖아?”
“알았어. 아무튼 고마워 오빠. 오늘 오빠 땜에 정말 좋았어. 너무 행복해.”
경희가 충영에게 달라붙더니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었다.
쪽쪽쪽-
경희가 일방적인 키스를 하고 물러나자 충영은 웃으며 차의 라이트를 켰다.
그렇게 경희를 바래다주고 충영은 집으로 돌아갔다.
영진이 자는 것을 확인한 충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자꾸 수진의 얼굴이 떠오르고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마저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이거, 내가 상사병에 걸린 걸까?’
어제 수진의 처녀를 따먹고 그야말로 큰 승리감에 도취됐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이상하게 전보다 수진이 더욱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특히 경희와 만나고 나니 못 견디게 수진이 그리워지고 얼굴만이라도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충영은 한참을 망설이다 휴대폰을 꺼내 수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자니?)
수진에게서 바로 답글이 왔다.
행여 수진이 문자를 씹을까, 노심초사하던 충영은 기쁜 마음에 문자를 확인했다.
(아직 안 자. 왜?)
(수진이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당분간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잖아?)
(알아. 그런데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수진이 네 생각이 나서 잠이 안 와. 1분만... 얼굴 한 번만 보여주면 안 되겠니?)
문자를 보내는데 충영은 수진의 한숨 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잠시 후 문자가 떴다.
(그럼 1분만 있다가 가.)
(정말? 지금 간다...)
충영은 휴대폰을 팽개치듯 던져놓고 재빨리 수진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주 작게 시늉으로만 노크를 한 뒤 충영은 수진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수진이 침대에 누워 상체만 세운 채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충영이 가까이 다가가자 수진이 그를 보았다.
“시간이 늦었는데 잠이 안 와?”
“응.”
충영은 수진의 얼굴을 보며 그 예쁜 모습에 절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조물주가 정성을 들여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은 갸름한 얼굴에 맑은 눈동자와 고귀한 혈통을 자랑하듯 곧게 선 콧날, 그리고 어제 자신이 그렇게 빨았던 촉촉하고 탄력 있는 입술.
‘하나도 안 변했다...’
충영은 씁쓸한 기운이 가슴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제 처녀를 접수했으니까 뭔가 자신이 우위에 서야 하는데 지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충영은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 늦은 시간에 오면 어떡해? 영진 언니도 그렇고, 명기 오빠라도 보면 의심 받을 텐데...”
“누나는 깊이 잠들었고 들어 올 때 조심해서 들어왔어. 걱정 마.”
“어제 생각할 시간을 달라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해 놓고 하루를 못 넘겨?”
수진이 핀잔을 주듯 말하고 있는데 그녀의 얼굴에 화가 난 기색은 없다.
충영이 한숨을 쉬며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미쳤나 봐. 아니면 병에 걸렸든지.”
“무슨 병에 걸려?”
“상사병.”
“뭐?”
“안 그러려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하루 종일 수진이 너만 생각이 나고 밤에 침대에 누워도 네 얼굴을 안 보고는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는 거야.”
수진이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
충영의 눈에서 진심을 읽은 수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빠 때문에 나도 미치겠다. 생각할 기회 좀 달라니까...”
“생각할 기횔 주면 네가 나한테서 달아날까 두려워.”
충영이 근심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하자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안 그럴게. 그러니까 오빠도 맘 놓고 일에 전념 해. 응? 지금 한창 바쁜 시기잖아?”
“알았어. 이를 악물고 노력할게. 하지만 앞으로도 오늘처럼 도저히 참을 수 없으면 문자라도 할게. 이렇게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여주라. 그것도 안 되겠어?”
충영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자 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정말 못 견디겠으면 그렇게 해.”
“정말이지? 고맙다. 수진아.”
충영이 곁에 바짝 붙어 앉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키스 한 번만 하면 안 될까?”
“안 돼.”
수진이 딱 잘라 말하자 충영이 계속 치근댔다.
“한 번만 하자. 그럼 안심하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안 돼.”
“그럼 뺨에다... 뺨에도 안 돼? 그것도 못하게 하면 나, 이 방 안 나가.”
“아우. 이 고집쟁이. 오빠! 진짜 왜 이렇게 날 못살게 굴어? 옛날엔 안 그랬는데 점점 더 날 못살게 하는 거 같아.”
“수진이 네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그러지.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하자. 응?”
“진짜로 귀찮아 죽겠어. 그럼 한 번만 하고 가서 자는 거야?”
“응. 약속 할게.”
“이제 오빠 약속은 못 믿어.”
수진이 새침하게 말하는데 그 표정이 미치도록 귀여워서 충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덮쳤다.
“윽!”
충영이 그녀의 얼굴을 잡고 뺨이 아닌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자 수진이 가볍게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몸을 밀었다. 하지만 그의 힘을 당할 리 없어 잠시 앙탈하다 그대로 힘을 풀고 그의 입술을 받고 만다.
쪽쪽쪽-
수진이 반항을 포기하자 충영은 그녀의 입술을 미친 듯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진의 입이 열리자 혀를 집어넣고 그녀의 혀를 꺼내 쭉쭉, 빨았다.
길고도 오랜 시간 동안 수진의 입을 탐하고 나서야 충영이 그녀를 놔주었다.
“미워.”
수진이 뺨에 붉은 빛을 띄우며 그를 보는데 말과는 달리 그 눈빛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충영은 그런 수진의 모습을 보며 내심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수진아! 넌 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진짜 내 여자로 만들고 말 거야.’
12월이 되자 겨울의 본격적인 차가운 날씨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영이 사장으로 있는 백화점은 차가운 날씨와 대조적으로 훈풍이 돌았고 금상첨화란 말처럼 회장 김동민의 허락이 떨어져 백화점 옆 건물까지 구입을 하기로 결정이 났다.
백화점 직원들의 사기도 그 어느 때보다 올라 있었고 이 모든 일이 충영의 부임 이후로 단 기간에 이뤄진 것들이어서 직원들의 사장 충영에 대한 신뢰도는 가히 종교적 수준이라 할 만큼 깊어졌다.
충영이 백화점 확장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동민이 충영과 명기 둘을 한 자리에 불렀다.
한정식 식당으로 두 사람을 부른 동민은 식사가 끝나자 차를 마시며 본론을 꺼냈다.
“너희 두 사람, 작년 이맘 때 본사로 출근하면서 일 시작했는데 이제 딱 1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알고들 있지?”
동민이 두 사람 모두에게 묻자 충영과 명기가 똑같이 대답했다.
“예.”
“예 아버님.”
“그 동안 둘 다 사회 초년생으로 고생 많았고, 특히 충영이가 부담스러운 직무를 맡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줘서 아주 뿌듯하다.”
동민이 충영에게 먼저 말을 하자 충영이 명기를 바라보며 웃었다.
“명기한테 맡겨주셨으면 저보다 더 잘 했을 겁니다.”
명기가 웃기만 하자 동민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사업이 꼭 머리로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 대성이 작은 그룹도 아니고, 처음부터 잘 나간다고 해서 꼭 끝까지 성공하라는 법도 없으니까 너무 성과에 연연하는 것도 좋지는 않아.”
동민의 말에 충영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동민이 이번엔 명기를 보며 말했다.
“명기 너도 1년 동안 경험 쌓았으니까 이번에 백화점 하날 맡겨볼 생각인데 어떠냐? 해 보겠냐?”
명기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해 보겠습니다.”
“음. 마침 이번에 강남 쪽에 있는 백화점 하나가 이번에 사장이 교체되는데 말이야. 거기가 지금 형편이 조금 안 좋거든. 처음 입지 선정할 때 그곳이 바운더리도 좋고 해서 굉장히 의욕적으로 세운 곳인데 몇 년 전부터 계속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 다행히 저번에 광고 나간 뒤 회복세로 접어들긴 했는데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고전하고 있는 형편이지. 그런 이유로 이번에 사장이 경질된 것이기도 하고...”
충영과 명기가 자신의 입을 주시하고 있자 동민이 잠시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말했다.
“처음엔 그냥 명기 너에게 강남 쪽 백화점을 맡길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인데 명기 네가 화양지점을 맡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화양지점은 지금 충영이가 사장으로 있잖아요?”
명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 지금 그대로 충영이가 화양지점을 맡고 명기 네가 강남 쪽을 맡아도 괜찮아. 그래도 두 사람이 장소를 바꿔서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해 본 말이다. 이 문제는 너희 둘이서 상의해서 결정을 하도록 해라. 난 어떤 식으로든 너희가 내린 결정에 따를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냐?”
“예.”
“예”
두 사람은 동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동민과 헤어지고 충영은 식당 입구에서 명기에게 물었다.
“얘기 좀 해야겠지?”
“그래.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애기할까?”
명기가 웃으며 말하자 충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런데 오늘 수빈이 만나기로 했거든. 수빈이랑 같이 마셔도 되지?”
“당연하지. 수빈이 얼굴 본지도 꽤 오래됐는데 잘 됐네.”
“어디로 갈까?”
“수빈이 집에서 가까운 데로 갈까?”
“나야 그럼 좋지.”
“나도 오늘은 시간 많으니까 괜찮아.”
수빈의 집 근처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룸 하나를 잡고 충영은 명기와 술을 마셨다.
“너 그 동안 정말 대단했어. 부러운 생각마저 들더라.”
명기가 양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하자 충영이 쑥스러운 듯 그를 보며 웃었다.
“운이 좋았지 뭐. 영진이 누나가 생각보다 로비도 잘 해 줬고.”
“그러게 말이야. 영진이 누나, 옛날엔 완전 포기 상태였는데 지금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어.”
“명기 넌 어때? 1년 동안 본사에서 일 해 보니까...”
“많이 배웠어. 지금은 맡겨주면 뭐든 잘 할 자신이 있지만 또 모르지.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니까 꼭 내 맘대로 되지 않은 일도 많이 생기겠지.
충영이 명기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수빈이 들어왔다.
‘......!’
명기와 자신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를 보자 충영은 문득 가슴이 싸아,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우. 전에 봤을 때보다 더 예뻐졌네.’
수빈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그가 감탄할 때 그녀가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명기 옆자리로 다가왔다.
날씬한 몸매와 그에 비해 불균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볼록하게 두드러진 가슴선을 보자 충영은 속으로 신음했다.
‘역시. 이 여자, 최고다.’
수진이와 비교해서 유일하게 꿀리지 않고 당당히 설 수 있는 여자는 아마 이 여자뿐일 거라고 생각하며 충영은 그녀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충영 오빠도 오랜만이에요.”
수빈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자 충영은 갑작스럽게 밀려온 성욕으로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을 얼른 누르고 가벼운 어투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이제 학기는 다 마쳤을 거고. 곧 졸업이겠네.”
“그러게요. 대학생활이 너무 짧게 끝나는 거 같아서 좀 아쉬워요.”
“하하. 한 잔 해도 돼?”
충영이 마지막은 명기를 향해 묻자 그가 수빈에게 다시 물었다.
“한 잔 할 거야?”
“응. 집 앞이고 오늘 오랜만에 충영 오빠도 만났으니까 조금 마셔볼까?”
수빈이 양주잔을 들자 충영이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자. 건배 한 번 하자.”
충영이 잔을 들자 명기와 수빈 모두 그의 잔에 잔을 부딪쳤다.
“우리 신임 사장님을 위하여.”
충영이 소리치자 수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명기가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한 잔 마시고 얘기해 줄게.”
“음.”
수빈이 궁금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자 충영과 명기도 한 번에 술을 털어 넣었다.
“말 해 봐요.”
궁금해하는 수빈에게 명기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으음... 그러니까 회장님이 오빠 둘이서 어떤 백화점을 선택할 지 결정권을 줬다 이 말이죠?”
“응.”
명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결정 내렸어요?”
“아니. 우선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천천히 결정하려고...”
“회장님도 참 짓궂으시네. 그냥 결정해 주시면 알아서 따를 텐데.”
수빈의 말에 명기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이것도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시험이라고 나는 생각해.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 배려하는지도 보고 서로 적성에 맞는 자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테스트 해 보려는 의도이신 거 같아. 뭐, 만약 잘 못 되면 책임을 우리 두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속셈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갑자기 들기도 하네.”
“하하. 설마...”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수빈도 따라 웃더니 화제를 바꾸려는지 충영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오빠 참 대단해요. 경력도 거의 없이 백화점 사장을 맡았는데 몇 개월 만에 그토록 큰 일을 해내다니...”
“하하. 아까 명기한테도 얘기했지만 운이 많이 따라줬어.”
“글쎄요. 그게 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아무튼 축하해요.”
“고마워. 수빈이도 이제 대학 마친 거나 마찬가지니까 명기 사장 되면 옆에서 도울 일이 많겠네.”
“호호. 오빠가 날 취직시켜줘야 가능한 일이죠.”
수빈이 밝게 웃자 명기가 충영에게 말했다.
“충영이 넌 어때? 강남이 좋아. 지금 하고 있는 화양지점이 좋아?”
충영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강남도 요즘 매출이 떨어졌다지만 사실 엄청난 곳이잖아? 화양지점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하지만 이번에 화양도 옆 건물을 사들였고 대규모 공사를 계획하고 있으니까 그게 끝나면 규모로는 강남에 뒤지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래도 충영이 넌 지금 화양이 좋지 않아? 어렵게 일군 자리라 정도 들었을 거고.”
“그런 점은 있지.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성그룹이 잘 되는 것이니까 난 상관없어. 이번 일은 내 생각보다 명기 네가 결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명기가 충영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내가 결정을 내리라고?”
“응. 난, 아무 데나 다 좋거든. 계속 화양에서 일 하는 것은 당연히 해 오던 거니까 계속 하면 되고, 강남으로 가더라도 사실 화양에서 한 번 성공을 했으니까 다음엔 좀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낙담하진 않을 것 같아. 하지만 명기 넌 입장이 조금 다르잖아? 이번에 첫 출사표를 던지는데, 더구나 내가 한 번 성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조금은 부담도 있을 거고.”
명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충영이 네가 말을 해 주니까 고마운데 사실 그게 좀 부담이 되긴 해.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비교되고, 그런 거 싫은데.”
충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왜 안 그러겠냐? 더구나 비교대상이 옛날에는 거의 종으로 부리던 놈이었는데 말이야.’
명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충영은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나도 명기 너하고 생각이 같아. 옛날처럼 내가 널 도울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러자 명기가 한숨을 쉰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너하고 같이 다니던 그때가 정말 그립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뭐, 이런 말도 있잖아? 난 항상 명기 네 편이니까 너무 그런 쪽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번에도 네가 잘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려라. 수빈이하고 백화점 두 군데 다 돌아다니면서 뭐가 명기 너하고 잘 맞는지 충분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 난 명기 네가 먼저 고르면 남은 거 하면 되고.”
“정말 그렇게 할 거야?”
충영이 아주 호의적으로 나오자 수빈과 명기 모두 얼굴에 함박미소가 걸렸다.
“당연하지. 그리고 백화점 돌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 봐. 내가 몇 달이지만 현장에서 해 보니까 책상에서 사무만 보는 거와는 많이 다르더라고. 이번 뉴스에 우리 백화점 나오게 된 거 말이야. 내가 자세하게 애기해 줄까?”
“응. 말 해 봐.”
명기와 수빈이 궁금한 표정을 짓자 충영은 미화와 그 남편 문성환에게 로비한 일들을 실감나게 얘기해주었다. 물론 실상은 미화를 성의 노에로 만들며 성사시킨 것이지만 사실을 얘기할 순 없어 각색을 해가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야아. 사장이 할 일이란 게 정말 많구나.”
충영의 말이 끝나자 명기가 감탄하며 수빈에게 물었다.
“수빈이 네 생각은 어때? 화양지점이 나은 것 같아, 아니면 강남 쪽이 좋을까?”
수빈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난 강남 쪽이 훨씬 나을 것 같아.”
“왜?”
“우선 화양지점은 충영 오빠가 고생해서 일궈낸 곳이잖아?”
충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난 그런 거 괜찮다니까?”
“아니. 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 잠깐 충영 오빠 말을 들으니까 화양동 그쪽은 지금 사장님과 부사장님의 역할이 대단하고 또 두 사람 로비로 많은 일들이 이뤄졌는데 만약 갑자기 사장이 바뀌면 고객들이나 직원들 모두 반감이 클 거라고 봐. 기껏 잘하고 있는 사장이 나가고 명기 오빠가 들어가면 처음에 많이 고전할 것 같아. 직원들도 보는 시선도 안 좋을 거고 고객들도 많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그건 수빈이 말에 일리가 있네.”
충영이 그녀의 편을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vip 고객들 중에 영진이 누나 팬들이 많이 생겼거든. 그 누나가 사교성이 좋아서 하는 일이 고객들하고 점심 먹고 어울려 다니는 게 일의 전부야. 그러니까 누날 좋아하는 고객들이 엄청 많고 또 나하고 친한 고객들도 꽤 되는데 만약 우리가 강남으로 가면 그쪽까지 쫓아올 고객들이 상당수 될 것 같아. 그렇다고 우리 보고 온다는 고객들을 냉정하게 물리칠 수도 없잖아?”
“음. 학교 다닐 땐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영진이 누나도 꽤 쓸 모가 있구나.”
명기의 말에 수빈이 보충설명을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강남은 어차피 매출이 떨어진 상태라서 직원들도 사장에 대한 불신임이 큰 상태일 거고 그때 회장 아들인 오빠가 사장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지. 그리고 화양은 매출이 떨어지면 당연히 그 전 사장이던 충영 오빠와 비교 당할 수밖에 없잖아? 회장님의 믿음까지 저버리게 될 거고 강남은 설사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그 전부터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태였으니까 그다지 위험부담이 크진 않을 거야.”
“이거. 말을 듣고 보니 화양지점은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겠구나.”
명기가 웃으며 말하자 충영도 따라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 수빈이네 집도 강남하고 가깝잖아? 앞으로 수빈이가 명기 너 도울 일이 많을 텐데 기왕이면 가까운 쪽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좋겠다.”
명기가 수빈에게 웃으며 말을 던졌다.
“수빈이 너. 설마 그런 이유로 강남을 권하는 건 아니겠지?”
“호호. 그럴 리가 있어?”
충영이 명기에게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정했더라도 며칠 더 생각해 봐라. 백화점 답사도 해 보고. 그리고 아버님께 말씀을 드릴 때는 내가 먼저 선택했다고 해. 내가 먼저 원하는 곳을 지명하고 그 다음에 명기 너는 남은 곳을 택했다고 하자고. 그러면 혹시 나중에 실패를 하더라도 책임이 조금 덜 할 네니까.”
충영의 말에 명기가 감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충영이 너 정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거야?”
수빈도 충영의 얼굴을 호의적으로 보며 말한다.
“충영 오빠. 이제 보니 참 좋은 사람이네. 처음 오빨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명기 오빠에 대한 의리가 대단해.”
“하하. 내가 의리 빼면 시체거든. 특히 우리 명기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같이 붙어 다녔는데 지금 잠깐 떨어졌다고 의리 없는 짓을 하거나 그러면 안 되지.”
“호호.”
충영은 수빈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명기에 대한 의리도 있지만 수빈이 너한테 잘 보이려는 마음도 무척 크다.’
처음에 수빈이를 봤을 때 충영은 그녀가 딱 자신의 이상형이라 생각했었다. 작년 여름 네 명이서 강원도에 놀러갔을 때도 그랬다. 그때 파트너인 경진이도 물론 마음에 들었지만 수빈이의 외모는 경진과 비교할 수 없는, 가히 최상급이었다. 자신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명기 정도 되는 스펙이어야 그녀와 어울릴 수 있는,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한 여자여서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영진과의 결혼으로 대성 그룹의 직계 가족이 되었고 명기보다 먼저 백화점 사장이 되어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감히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라 할 수 있는 수진이의 처녀까지 함락시킨 전력이 있다. 옛날에 눈치 보며 말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하던 때와는 사뭇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분위기 상 명기의 강남 행은 거의 확정이 된 것 같았는데 충영도 사실 그것을 바랬다. 이제 화양지점에 대대적인 공사를 할 것이고 식당가도 새롭게 단장을 할 터인데 그때 경진의 가족에게 목 좋은 곳 하나를 골라 식당을 경영하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강남으로 가게 되면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결정되어질 전망이다.
수빈이 기분 좋다며 제법 술을 마시자 충영은 명기와 함께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명기가 선택한 곳은 결국 강남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충영이 사장으로 남게 된 화양지점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충영은 더욱 바빠졌다.
백화점 전체가 쉬면서 하는 공사가 아니라 대부분의 공간에서 장사를 하고 일부를 막아서 공사를 하는 일이라서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았던 것이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공사를 직접 지휘하고 또 고객들 관리까지 하다 보니 충영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일을 하고 또 했다.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도 충영은 수진에게 가끔씩 문자를 보냈다. 백화점 돌아가는 상황을 전해주기도 하고, 보고 싶어 죽겠다는 사랑의 고백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1월이 가고 2월이 왔다.
한참 진행되던 공사가 아주 중요한 고비를 넘기던 날 충영은 기영을 사장실로 불렀다.
그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은 기영이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부사장님은 고객분들과 나가셨어요.”
“최 비서는?”
“비서실에 있는데 심부름 보낼 까요?”
“응. 한 시간 정도 나갔다 오게 해.”
“예.”
기영이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밖으로 나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 달 동안 너무 바빠서 두 사람 모두 섹스를 나눌 시간적인 여유도 갖지 못하고 지나갔던 것이다.
잠시 후 기영이 사장실 문을 닫고 들어오자 충영은 그녀를 자신의 책상으로 불렀다.
“이리 와.”
그녀가 다가서자 충영은 바지를 풀고 팬티를 끌어내렸다.
그가 아랫도리를 벗는 동안 기영은 유니폼을 벗고 팬티와 브라까지 모두 풀어 알몸이 된 후 그 위에 다시 겉옷만 걸쳤다.
‘......!’
하체만 알몸이 된 충영이 그녀를 보니 상체는 앞쪽에 달린 단추를 모두 푼 상태로 제복을 입고 있어 젖가슴이 노출 된 상태고 하체는 치마만 형식적으로 두르고 그 속은 알몸이다.
완전히 벗은 것보다 훨씬 자극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요염하게 웃고 있는 기영을 보자 충영의 자지가 대번에 발딱 서 버렸다.
“어머! 예쁜 것. 벌써 이렇게 됐네. 너무 귀여워.”
기영이 황홀한 표정으로 발기된 자지를 보다 그대로 고개를 숙여 귀두를 입안에 넣고 빨았다.
쪽쪽쪽-
충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녀의 오럴을 즐겼다.
“하아! 넣고 싶어. 사람들 오기 전에 빨리 넣어 줘요. 못 참겠어.”
열심히 자지를 빨던 기영이 갑자기 귀두를 뱉어내고 애원하자 충영이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자신의 눈을 보게 했다.
“아직 기영이 보지가 안 젖었을 텐데. 괜찮을까?”
“젖었어요. 사장님 거 넣고 싶어서 이미 젖었어. 어서.”
기영이 젖 달라는 아이처럼 보채자 충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자. 내가 의자에 앉을 테니까 맞춰서 끼워 봐.”
충영이 책상 앞 큰 의자에 앉자 기영이 그의 위로 올라타더니 치마를 들어 올리고 보지를 그의 자지에 끼웠다.
“으응!”
뜨거운 귀두가 보지에 닿자 기영이 신음소릴 내며 질입구에 정확히 조준하고 엉덩이를 밑으로 내렸다.
“아응. 사장님 거 너무 커.”
보지가 젖긴 했지만 그의 굵은 자지를 수용하기엔 아직 무리인지 쉽게 들어가지 않자 기영이 안타까운 소릴 내며 엉덩이를 이리저리 돌리며 귀두를 삼키려 안간 힘을 썼다. 그러다 빡빡한 느낌과 함께 자지가 보지 안으로 밀려들어가자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음.”
“아아. 너무 커.”
충영이 그녀의 몸을 안으며 물었다.
“너무 빡빡한 거 같은데 아프지 않아?”
“아니. 먹먹해요. 아프진 않아. 아아. 그래도 이렇게 큰 게 좋아. 너무 좋아. 아아.”
기영이 그의 목을 두 팔로 안고 서서히 엉덩이를 왕복하자 충영은 그녀가 움직이기 좋도록 의자에서 약간 하체를 내밀고 그녀의 몸을 안정되게 붙잡아주었다.
“흐응. 진짜 기분 좋아요. 사장님.”
“응?”
기영이 그의 눈을 쳐다보며 애간장을 녹일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부터 사장님 이거... 아아. 지금 안에서 꿈틀 대고 있는 이거, 이렇게 넣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나 이제 이거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어쩌죠?”
“어쩌긴. 기영일 평생 사랑해 줄 건데 무슨 걱정이야? 나도 안에서 따뜻하게 조이는 기영이 보지가 너무 좋다. 보지 속이 점점 축축하게 젖는 게 느껴져.”
“아아. 보지. 내 보지가. 하아아. 사장님 자지가 너무 커서 진짜로... 으으.”
기영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자기 체중을 한껏 싣고 엉덩이를 최대한 깊이 밀어 그의 자지를 뿌리까지 삼켰다.
“으후우. 이렇게 깊이... 그 큰 게 꽉 차서 자궁 안으로 쑥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아. 하악.”
기영이 숨 넘어 가는 소릴 내다 이내 그의 목을 붙잡고 키스를 퍼부었다.
기영의 주도로 달콤한 키스를 나누고 떨어지자 충영은 그녀의 몸을 세우게 해서 뒤로 뒤집었다.
뒷치기 자세로 결합이 되자 그녀의 보지가 항문에 위치해 있어 훨씬 자연스럽고 깊게 자지가 보지 끝까지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로 충영은 의자를 밀어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창문으로 바짝 붙었다.
충영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기영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그녀와 함께 창을 통해 바깥세상을 내려다보았다.
‘......!’
기영의 보지에 자지를 박은 채로 7층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이 기가 막혔다.
충영이 가슴을 주무르던 손 하나를 밑으로 내려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툭 불거져있는 느낌의 돌기를 찾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기영이 등을 그에게 바짝 기댄 채로 고개를 그의 얼굴을 향해 뒤로 완전히 젖혔다.
“키스 해 줘요.”
기영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충영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붙였다.
“응응.”
기영이 의미 모를 신음소릴 끊임없이 토해내며 그의 키스를 받다 입술을 떼고 안타깝게 소리쳤다.
“사장님. 내 보지가... 보지가 완전히 녹아버리는 것 같아. 사장님 큰 자지 땜에 아우우. 이제 더 못 견디겠어. 아아. 사장님이 힘차게 해주면 좋겠어요. 응?”
“보지가 뚫어져도 좋아? 그렇게 세게 박아 줘?”
충영이 웃으며 묻자 기영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애원했다.
“응. 박아 줘요. 사장님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 줘.”
“좋아. 그럼 먼저 기영이가 움직여 봐. 마지막은 내가 박아 줄게.”
충영의 말에 기영이 그 상태에서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요분질을 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충영은 그녀가 움직이는 대로 보조를 맞추며 클리토리스에 대고 있던 손가락으로 애무를 계속했다.
“아아아아!”
퍽퍽퍽퍽퍽퍽퍽퍽-
기영이 있는 힘껏 힘을 쓰며 움직이다 한계에 이르자 그에게 다시 애원했다.
“사장님. 해 줘. 난 힘이 부족해서 더 이상 못 하겠어. 사장님이 뒤에서 힘껏 해주면 가버릴 것 같아.”
“하하. 오늘은 기영이가 많이 보채네.”
충영이 웃으며 그녀의 다리를 두 팔로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두 다리로 힘차게 바닥을 딛고 서자 기영이 창문에 두 팔을 기대며 소리쳤다.
“어서. 어서 해 줘요. 미칠 것 같아.”
“기영아!”
충영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좆질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몸이 허공에 들린 상태로 보지에 좆이 깊이 박혔다 빠지기를 수십 차례 반복되자 기영이 입술을 깨물며 울음 섞인 소릴 토해냈다.
“우으응. 난 몰라. 아대로 가면 안 되는데... 하악. 학!”
숨을 헐떡거리며 기영이 연신 신음소릴 내는데 창을 짚고 있던 두 손에 힘이 빠지며 점점 손이 밑으로 내려간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자꾸만 주저앉으려는 기영의 몸을 붙들고 충영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무지막지하게 좆질을 가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
“흐윽! 흐윽! 흑흑!”
기영이 몸을 들썩거리며 우는 소릴 내는데 충영은 좆질을 하면서 밑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
처음 보지에 좆을 넣을 때만 해도 약간 젖을 정도였는데 지금 기영이 얼마나 흥분 했는지 보지에서 꿀물이 흘러 바닥 카펫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우 씨팔. 엄청 꼴리네.’
개처럼 기영이 물을 뚝뚝 흘려내자 충영은 자지가 끊어질 것처럼 흥분돼 그녀의 보지가 뚫어져라 좆질을 했다.
탁탁탁탁탁탁탁탁-
좆질에 신경을 쓰느라 힘을 풀었더니 기영의 몸이 점점 바닥으로 주저앉아내린다.
기영도 버틸 힘이 없어 그대로 바닥에 두 손을 대고 개처럼 엎드렸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
기영이 개처럼 엎드리자 충영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연이어 좆을 박았다.
“우으으으. 난 몰라. 아아. 사장님. 사랑해. 여보!”
기영이 이성을 잃고 두서없는 말들을 이어놓자 충영도 막바지로 치달으며 굵고 거친 신음소릴 토해냈다.
“으으으. 기영아. 곧 쌀 것 같아. 너도 지금 싸고 있지? 보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응. 사장님이 날 미치게 만들어. 나, 자기 땜에 망가지고 있어. 아아. 여보! 마지막은 자기를 안고 싸고 싶어. 아아. 큰 게 나올 거 같은데. 으응? 자기 안아 줘요.”
“바닥에 누우면 더러울 텐데.”
충영이 좆질을 하면서 말하자 기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눕고 싶어. 아아. 누워서 사장님 거 먹어버릴 거야. 아으으. 제발...”
“알았다. 앞으로 할 테니까 그대로 누워 봐.”
충영이 좆질을 멈추자 기영이 흐응, 가볍게 앙탈을 하며 몸을 돌렸다.
충영이 그녀의 동작을 도와 바닥에 눕게 한 뒤 그 위로 올라탔다.
“하아! 좋아. 자기가 너무 좋아. 날 이렇게 가게 만들다니. 이제 박아 봐. 마음껏 박아 봐요. 나 사장님하고 완전히 가 버릴 거야.”
“기영아.”
충영도 한계에 이르러 곧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좆질을 시작하는데 그의 동작 하나하나엔 힘이 넘쳐흘러 기영의 보지가 금방이라도 뚫려버릴 것 같았다.
탁탁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탁-
쉬지 않고 좆질을 하는 충영의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흐르고 기영의 보지에서도 물이 왈칵 왈칵 쏟아졌다.
“으으으응. 안 돼. 이제 그만. 아아아아!”
몸을 경직시키며 사장실이 떠나가도록 기영이 비명을 지르자 충영도 그녀의 몸을 세차게 찍어 누르며 사정을 시작했다.
쿨럭-쿨럭-쿨럭-쿨럭-
“아아아아!”
충영의 정액을 받으며 기영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음소릴 토해낸다.
“흐으. 흐으. 흐으.”
사정이 끝나고 나서도 기영이 신음소리만 내며 꼼짝 않고 그대로 있자 할 수 없이 충영이 먼저 자지를 빼냈다.
‘......!’
충영이 그녀를 보니 기영이 휴지처럼 바닥에 널브러진 채 그의 얼굴을 초점 없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충영이 그녀의 곁에 앉아 노출된 가슴을 주무르며 웃었다.
“이제 정신 좀 차려. 일어나야지.”
“앙. 난 몰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민망한 자세 그대로 기영이 애교를 부리며 그의 얼굴을 보는데 충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손가락 두 개로 젖꼭지를 가볍게 비틀어 돌렸다.
“사람들 들어오면 어쩌냐? 최비서도 곧 있으면 들어 올 텐데.”
“흐응. 일어나야 하는데 사장님이 너무 날 못살게 굴어서 내가 힘이 없어요.”
“어어? 말은 바로 해야지. 기영이가 나한테 박아달라고 사정한 거 기억 안 나?”
“그랬어요. 기억 나. 후후. 사장님은 정말로 강한 남자예요. 옛날 변강쇠가 지금 살아 돌아와도 절대로 사장님한테는 안 될 거예요.”
기영이 누운 채로 충영에게 몸만 돌리더니 그의 자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 보물.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기영이 아직도 좆물이 엉겨있는 귀두를 입에 넣고 맛있게 빨았다.
쪽쪽쪽-
“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
기영이 자지에 묻은 정액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입을 떼자 충영이 그녀에게 말했다.
“응. 알았어요.”
기영이 일어나 옷을 걸치고 머리를 단장한다.
“여기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요.”
기영이 거울을 보며 그제야 울상을 짓는데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 충영의 눈엔 귀엽기만 했다.
“나갈 때 조심해. 괜히 사람들한테 들키면 곤란하니까.”
“알았습니다. 사장님.”
기영이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사장실을 나갔다.
기영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님!”
수화기 너머로 비서 최나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충영은 우선 가슴이 뜨끔했다.
‘이 녀석! 심부름 갔다더니 왜 이렇게 빨리 왔지?’
“응. 최 비서. 무슨 일 있나?”
“아닙니다. 지금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
“누구?”
“이수빈이라는 여자 분이신 데요. 사장님 뵙기를 청하십니다.”
“아! 들어오시라고 해.”
“예.”
충영은 조금 놀라며 책상에 달린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주었다.
달칵-
문이 열리자 수빈이 안으로 들어오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충영 오빠!”
“오! 수빈이, 진짜로 왔네. 어서 와.”
“바쁜 데 시간 뺏은 거 아니에요?”
“하하. 무슨 서운한 말씀을 아무리 바빠도 수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충영이 인터폰으로 차를 시킨 뒤 수빈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래. 강남 쪽은 명기가 잘 하고 있지?”
“명기 오빠 성격이 그래서 아직은 많이 낯설어 해요.”
“하하. 그럴 거야.”
충영은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며 수빈을 대했다.
“그런데 수빈이는 언제 봐도 항상 밝고 예뻐. 성격도 참 긍정적인 거 같고. 남들한테 그런 말 많이 듣지?”
충영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말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충영은 역시 자신의 입지가 옛날하고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했다. 전에 명기의 꼬붕으로 지내던 시절이라면 감히 수빈이란 여자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보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고 사적인 얘기 같은 것은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오기까지 한 것이다.
“저번에 오빠가 언제든 찾아와서 백화점 실무에 대해 배워가라고 말 한 것 때문에 왔는데... 부담되는 거 아니죠?”
“아니라니까. 나야 수빈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뭘.”
“아이. 무슨...”
“정말이야. 수빈이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 거야.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수빈이 처음 볼 때 나,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왜요?”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생각한 여잘 그때 처음 봐 버렸으니까...”
“내가요?”
수빈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는데 충영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자지가 불끈 서는 것을 느꼈다.
‘참. 나란 놈도 정말...’
충영은 수빈의 얼굴을 보며 욕정을 느끼는 자신을 힐책했다. 기영과 질펀한 섹스를 나눈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수빈의 얼굴을 보며 또 자지가 끊어질 듯 심하게 발기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기영이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 실장님이 직접 왔네? 최 비서 시키지 않구요.”
“예. 최 비서는 심부름 보냈습니다.”
“아.”
기영이 차를 내 놓으며 수빈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충영은 기영의 마음을 알고도 남을 것 같아서 그녀에게 수빈을 소개했다.
“이 실장님. 여기 이수빈 씨, 인사해요.”
“안녕하세요. 비서실장 이기영입니다.”
수빈이 그녀의 유니폼에 달린 명찰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본다. 그러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수빈입니다.”
충영이 기영에게 말했다.
“이번에 강남 쪽 우리 대성백화점에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직원이에요. 김명기라는 분, 아시죠? 대성그룹 회장님 아들이신데.”
“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그 분 보좌역으로 특별히 발탁되신 분인데 실무 경험이 없어 우리 백화점에서 잠시 일 좀 배우러 오신 분이니까 실장님이 도움 좀 드려요.”
“아아!”
충영의 말을 듣고 눈치 빠른 기영이 뭔가 짐작한 듯 밝은 웃음을 지으며 수빈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가르쳐 드릴 것은 별로 없지만 편하게 계시다 가세요. 우선 송 본부장에게 연락하면 될까요?”
기영이 충영을 보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래요. 송 본부장이 우리 백화점에서 실무에 가장 능통하니까 도움을 줄 수 있겠네. 연락해보고 시간 되면 사장실로 들르라고 해요.”
“예. 사장님.”
기영이 나가자 수빈이 차를 마시며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
충영이 묻자 수빈이 고개를 저으며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아니. 조금 전 충영 오빠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나서요.”
“무슨? 아. 수빈이 내 이상형이라고 한 말?”
수빈이 고개만 끄덕이자 충영이 손을 저으며 그녀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마. 그냥 내가 전부터 꿈꾸고 생각해오던 이상형이 수빈이라는 것뿐이야. 그렇다고 내가 수빈이를 보며 속으로 다른 마음을 품거나 그런 건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설마 내가 명기 절친인 수빈이에게 다른 마음을 품겠어? 나 그렇게 이상한 놈 아니야.”
“예. 알아요.”
수빈이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던 중 지영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충영은 수빈을 그녀에게 맡기고 백화점의 실무를 배우게 했다.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지자 충영은 지영에게 연락을 취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
지영이 수빈에게 뭔가를 설명해주면 수빈은 경청하며 듣기도 하고 수첩에 메모도 하는데 두 여자의 외모를 보니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영의 외모가 원래 별로이긴 하지만 수빈이와 같이 서니 백조와 까마귀처럼 그 미추가 너무도 대조 돼 보였다.
‘이것 참. 그래도 지영이는 내 여잔데...’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충영은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지영이 충영을 보며 반기자 그는 지영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수고가 많네.”
“아닙니다. 수빈씨가 워낙 영리해서 뭐든 금방 배우네요. 저 살면서 이렇게 머리 좋은 여자 분은 처음 봐요.”
“하하. 그래요?”
충영은 수빈의 출신 대학을 말해주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지영에게서 수빈을 인계 받은 충영은 그녀에게 물었다.
“식사 시간인데 나가서 나랑 저녁이나 같이 하지?”
“그럴 까요?”
“응. 첫 날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
“예. 여기서 배울 기간을 일주일 정도 잡았으니까 시간은 충분해요.”
“좋아요. 갑시다.”
수빈이 아무 데나 좋다고 말하자 충영은 분위기 있는 양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조용한 룸으로 들어가 최고급 요리를 주문한 뒤 충영은 수빈이 최대한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말 하는 것 하나도 신경 써서 말했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의 노력 덕분에 수빈이 그를 대하는 모습도 점점 달라졌다.
처음 사장실에서 봤을 때 밝았던 표정, 그리고 자신이 그의 이상형이란 말을 들었을 때 어색함이 있었지만 그 뒤로 충영의 진심 어린 행동에 어색했던 마음을 완전히 풀고 그를 친한 직장 선배 대하듯 했다.
“오빠는 처음 볼 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수진이 밝게 말하자 충영이 물었다.
“뭐가?”
“여러가지로요. 얼굴도 좋아졌고 행동도 여유가 있어요. 나이는 젊지만 사장님으로 카리스마도 충분하고...”
“하하. 칭찬이네. 고마워. 수빈이도 처음 봤을 때와 달라졌어.”
“어디가요? 얼굴?”
“응. 처음 봤을 때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나, 싶을 정도로 어리고 청순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성숙해지고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
“설마, 세속에 찌들었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한 거 아니죠?”
“그럴 리가 있나? 수빈인 지금이 인생의 최 절정기인거 같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멋져.”
“너무 그러니까 또 어색해지려고 그러네.”
수빈이 웃는데 이번엔 사장실에서처럼 어색한 표정은 짓고 있지 않다.
“하하. 그럼 수빈이 편하라고 거짓말을 할까? 난 그냥 마음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한 것뿐인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기분은 좋은데 그 말을 명기 오빠가 아닌 충영 오빠한테 들으니까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요.”
“알았어. 이젠 될 수 있으면 예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여자는 날마다 들어도 가장 듣기 좋고, 또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예쁘다는 말인데.”
“흠. 그럼 앞으로 계속 해도 된다는 말이네?”
“물론이죠. 충영 오빠한테서 전에는 그런 말을 듣지 못하다가 갑자기 들으니까 어색했던 거죠.”
“하하. 자꾸 들려주려면 자주 만나야겠네. 우리 백화점 일이 아니더라도 명기하고 같이 자주 만나면 좋겠다.”
“나도 좋아요. 음. 이런 말, 해도 되려나?”
“무슨?”
수빈이 잠시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사실 충영 오빠 처음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
“내가? 왜 그랬을까? 내 덩치가 너무 크고 험하게 생겨서?”
수빈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 그런 걸로 사람 평가하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그것 때문이 아니라... 오빠, 인경이 알죠?”
“인경이?”
충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수빈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명기 오빠랑 농구 게임 했을 때 같이 클럽에 갔던...”
“아아! 인경이...”
충영이 그제야 기억을 하며 옛날 일을 떠올렸다.
수빈이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친구였던 여자가 인경이었다. 농구 게임이 끝나고 명기와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 분위기를 이끌었던, 조금은 까진 여자. 클럽에 놀러갔을 때 여자화장실로 자신을 인도해 처음 만난 그 날 바로 섹스를 즐겼던, 가슴이 엄청나게 크고 보짓털이 무성했던 여자가 인경이란 여자였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만난 적이 없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금 수빈이 그 여자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이제 기억나네. 그런데 인경이가 왜?”
“그때 우리 처음 만난 날 클럽에 갔었잖아요? 그때...”
수빈이 클럽 얘길 꺼낸 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자 충영은 그 이유를 짐작했다.
‘그 인경이란 새끼가 수빈이한테 다 얘기 했구나.’
충영은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수빈에게 물었다.
“인경이가 나에 대해 안 좋게 말 했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엄청 칭찬하고 걔는 충영 오빨 계속 만나고 싶어 했어요.”
“아. 그렇구나. 난 그런 사실도 몰랐네.”
“그때... 클럽에서 놀고 난 다음 날 인경이가 그랬어요. 충영 오빠랑 그거... 클럽에서...”
수빈이 얼굴을 붉히면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자 충영이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날 서로 처음 본 사이인데 좀 깊게 나갔지.”
“그러게요. 나 인경이한테 그 말 듣고 좀 놀랐어요. 더구나 얼마 안 돼서 경진이란 여학생하고 사귄다는 말을 들었고 같이 강원도로 놀러가기도 했죠.”
“그랬지.”
“그랬는데 또 얼마 안 돼서 명기 오빠 누나하고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그땐 정말 놀랐어요.”
“아아. 수빈이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내가 나쁜 놈처럼 느껴지네. 하하.”
충영이 크게 웃자 수빈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명기 오빠가 얘기 해 줬어요. 충영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경진이란 학생이고 누나랑 결혼하게 된 것은 김동민 회장님의 강요로 된 것이라고요.”
“음. 수빈이가 바쁘지 않으면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 좀 해도 될까? 변명은 아니지만 우리 앞으로 더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 불필요한 오해 같은 것은 풀고 싶어.”
“좋아요. 어차피 오늘은 백화점 문 닫을 시간까지 있으려고 마음먹은 거니까 시간은 충분해요.”
“음. 그럼 인경이에 대해서 먼저 얘기할게.”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충영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수빈이랑 인경이 처음 만났을 때 그때는 솔로였거든. 그 전에 한 2년 정도 사귀던 여자가 있었는데 헤어지게 됐고 6개월 정도 솔로로 지내던 때였어. 물론 명기는 처음부터 여자 자체를 사귄 적이 없는 상태였고...”
수빈이 명기 애기가 나오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때 수빈일 처음 보는데 정말 내가 평소 꿈꾸던 이상형의 여자였어. 난 이상하게 여자는 예쁜 것도 좋지만 청순하고 착하게 생긴 여자만 보면 필이 꽂히거든.”
수빈이 충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자신이 그런 타입이란 걸 본인도 잘 아는 것이다.
“뭐, 수빈이가 아무리 내 이상형이라도 명기가 수빈일 마음에 들어 했고 수빈이도 명기만 바라보며 첫 눈에 반한 표정이라 그걸 보고 난 바로 포기했지. 그리고 명기하고 수빈이 두 사람은 객관적으로도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잖아?”
“오빠가 우릴 잘 봐주는 거죠.”
수빈이 겸손의 말을 하자 충영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클럽을 갔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정해졌고 난 내 파트너인 인경이에게 충실했어. 거기서 마음에 안 든다고 분위기를 흐려놓을 수도 없었지. 명기하고 수빈이 둘이 서로 호감을 느끼고 뭔가 잘 해보려는 상황이었거든.”
“......!”
“인경이도 내게 호감을 갖는 눈치였고 나도 그때 솔로로 너무 오래 있어서 여자가 그리웠어. 하하.”
충영이 어색하게 웃자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육체적으로 그런 부분이 있다고 듣긴 했어요.”
충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남자에 국한된 얘기는 아닌 것 같던데? 그때 상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인경이가 날 이끌어서 여자화장실까지 갔던 걸로 아는데. 참, 인경이가 그런 얘기도 했어?”
“예. 오빠하고 그날 있었던 일은 하나도 안 빼놓고 다 애기 했어요.”
“허 참. 이거 되게 민망하구만. 인경인 여자지만 그날 처음 만난 내게 나보다 더 적극적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면 우리도 할 말이 없네요. 충영 오빠를 탓 할 일은 아니죠. 미국에서 대학생활도 해 봤지만 그 쪽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니까요.”
“그래. 나도 그렇게 쿨하게 생각했어. 그냥 그날 가볍게 만나고 헤어질 상대라고 생각했었는데... 물론 명기는 나하고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착한 친구니까 수빈이는 그런 쪽으로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수빈이 웃는 충영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명기 오빤 그런 쪽에 신경 안 써요. 아주 담백한 편이니까.”
“인경이가 나에 대해 뭐라 했는지 궁금하네. 난 담백하지 않고 밝힌다고 그러던가?”
“아니, 밝힌다는 게 아니고... 무척...”
수빈이 얼굴을 붉히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충영 오빠는 엄청 강하다고 했어요. 인경이는 남자 경험이 좀 있는 친군데 그날 오빠 같은 남자는 처음 경험했대요. 요즘도 가끔 만나면 오빠 얘기 자주 하는데...”
“그 얘기만 했어?”
충영이 묻자 수빈이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다른 얘기도 했는데 그 얘기는 차마 못하겠네.”
인경이 수빈에게 모든 얘기를 다 했다면 충영의 좆이 얼마나 굵고 튼실한지도 얘기했을 것이다.
‘......!’
그런 생각을 하자 충영은 갑자기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수빈의 보지에 자신의 굵은 좆을 넣고 비벼주면 그녀가 뿅, 가지 않을까, 혹시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의 거대한 좆을 받길 원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잠재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보니 좆이 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때 수빈이 화제를 바꾸고 싶은지 먼저 입을 열었다.
“인경이 얘긴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경진이란 아가씨에 대해 애기해 줘요.”
수빈의 말에 충영이 손을 아래로 뻗어 발기한 자지를 옷 사이로 추스르고 그녀에게 말했다.
“경진이를 만난 것도 조금 사연이 있지. 내 친구 중에 경태란 녀석이 있는데 걔가 나 솔로로 너무 오래 있었다고 구제해 준다며 같이 소개팅을 했어. 그때 나온 여자가 경진이하고 또 다른 친구였는데 처음에 경진이는 경태 파트너였고 그 친구가 내 파트너였지.”
“왜 그렇게 됐죠?”
수빈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응. 첫 눈에 난 경진이를 좋아했고 내 친구 경태는 경진이 친구인 소라에게 마음이 갔어. 그래서 우리는 내심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여자들이 저들 좋은 대로 파트너를 반대로 정해버린 거야.”
“어머! 그럼 경진씨는 원래 충영 오빠 친구를 좋아했어요?”
“뭐, 그런 셈이지. 친구 소라는 내게 호감이 있었고. 남자하고는 반대로 돼 버렸는데 처음에 한 번 그렇게 만나다 그 다음에 우리 남자가 원하는 대로 파트너를 바꾸게 됐고 경진이와는 그때 이후로 꽤 깊이 사귀게 됐어.”
“음. 경진씨와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던데...”
“맞아. 그때 경진이와 헤어지느라 참 힘들었지.”
충영이 옛날 생각에 눈을 찌푸리다 수빈을 보고 말했다.
“수빈이는 내가 정말 좋아해서 말 해 주는 건데 말이야.”
충영이 진지한 표정을 짓자 수빈이 긴장한 모습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경진이와 헤어지고 영진이 누나랑 결혼하게 된 것은 완전히 회장님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어. 난 그때 추호도 경진일 버릴 마음이 없었다구.”
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때 명기 오빠가 얘기해 줬어요.”
“그런데 말이야. 그건 수빈이와 명기도 마찬가지가 될 거야.”
“으음.”
수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어요."
충영이 물었다.
“명기는 뭐래?”
“오빠는 자기만 믿으래요. 부모님이 반대는 하겠지만 그건 당연한 거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해결한다고. 우리가 열심히 뛰어서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면 부모님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후우.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야. 명기 어머님은 모르겠지만 회장님은 절대로 만만한 분이 아니거든. 내 결혼도 그 분이 결정하니까 손 한 번 써볼 틈도 없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 돼 버렸는데.”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끌어 가시는 분이라 나름대로 원칙이나 고집이 있을 것 같아요.”
“수빈이 말이 맞아. 그 분의 인생 목표가 한국 재계 서열 1위에 오르는 거야. 본인이 안 되면 자식 세대에서라도 반드시 이루려는, 목표가 아주 뚜렷하신 분이지.”
“으음. 꼭 1위가 아니더라도 괜찮을 텐데. 사회에 이바지 하고, 또 국위를 선양하는 정도로는 안 되는 걸까?”
“그분은 나고 자랄 때부터 뼛속 깊은 귀족이야. 집안이 조선시대부터 뼈대 있는 양반 집안에다 그 선조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한 번도 남의 아래에 있어본 적이 없는 가문이지.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우리 같은 서민하고는 완전히 달라.”
“요즘 시대에도 그런 게 중요할까?”
충영이 수빈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중요하지. 요즘은 그게 돈으로 바뀌었을 뿐 옛날과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난 생각해.”
“그분은 명기 오빠를 재벌가와 결혼시키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정치 쪽에 마음을 두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분의 속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명기하고 동생 수진이는 확실하게 정략결혼을 시킬 생각이라는 사실이야.”
“으음.”
“수빈이도 평범한 서민 입장에서 보면 집안이 엄청난 스펙이지. 부모님이 의사와 교수시니. 하지만 명기네 집안에 비하면...”
“말 하지 않아도 잘 알아요.”
수빈이 씁쓸하게 웃는다.
“회장님이 한 번 결정해서 거둬들이는 것을 잘 보지 못한 나로서는 사실 수빈이가 걱정돼. 하지만 명기랑 수빈이가 굳게 마음먹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그분의 뜻을 꺾지 못하리란 법도 없지. 명기하고 나는 상황이나 입장이 조금 다르니까.”
“그렇게 될 까요?”
수빈이 조금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충영이 그녀를 격려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해 봐. 명기는 나와 달리 회장님의 친 아들이잖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본인이 죽어도 수빈이 아니면 안 되겠다면 부모님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영진이 누나 같은 경우도 누나가 워낙 멋대로 하고 다니니까 그저 보통으로만 살아줘도 고맙다고 여기고 나랑 결혼까지 시킨 거니까. 만약 영진이 누나가 명기나 수진이처럼 모범생이었다면 나 같은 놈하고 결혼 시킬 리가 없었겠지.”
“으응. 그렇지 않아요. 충영 오빠가 어때서요. 지금 보니까 오빠도 굉장히 멋있어요. 처음 봤을 땐 체격만 크고 평범한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옷을 잘 입어서 그런지 체격도 그리 커 보이지 않으면서 굉장히 남자답고 듬직해 보여요.”
“하하. 수빈이가 그렇게 봐주니까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네. 사실 요즘은 외모에 신경을 좀 쓰는 편이야.”
충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요즘은 입는 옷도 영진이가 항상 코디해주고 머리도 괜찮은 미용실을 단골로 정해놓고 손질하고 있다. 그런 덕분에 큰 덩치도 옷으로 커버해 간지가 났고 얼굴도 원래부터 숱이 많은 머리를 잘 손질하니 중간 이상은 돼 보여 큰 키와 더불어 첫인상이 꽤 근사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충영의 듣기 좋은 말을 듣다보니 수빈도 자리가 편하게 느껴졌는지 꽤 오랫동안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충영은 자신의 차에 그녀를 태우고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 뒤로도 수빈은 자신이 계획한 일주일 동안 화양지점에 날마다 와서 지영과 충영에게 백화점 실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충영과 같이 일을 볼 때 그는 수빈에게 최선을 다해 입속의 혀처럼 편하게 대해주었고 그의 호의에 수빈의 그를 향한 태도도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수빈이 견학을 마치고 떠나가자 충영은 말할 수 없이 서운함을 느꼈지만 곧이어 닥친 설 명절에 정신없이 바빠져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