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961207
제목:회색 달무리
<프롤로그>
주말인 탓일까, 오후가 되어 퇴근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오자 사무실의 분위기는 조금 들뜬듯했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보세요?”
“응, 나야.”
“자기 이 시간에 웬일이야? 한참 바쁠 타임 아니야?”
“으, 응..잠깐 짬이 나서...언제 끝나?”
느긋하게 데이트를 하고서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와 선약이 있단 은영의 대답에 맥이 풀렸다.
“미안~ 자기야~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갈게.”
“아니야. 그냥 편하게 놀아..간만에 만나는 친구라며?”
“응, 그렇긴 하지만...”
“하하...사실 처리할 일이 더 있는데도 땡땡이 깔려고 했던 건데..역시 사람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 모양이야, 그거나 마저 하고 들어가지 뭐..”
“웅~ 알았어,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자기한테 갈게. 뽀득뽀득 잘 씻고 기다려야 해, 알았지? 예쁜 우리 애기~ 사랑해~ 쪽~”
“후후후~ 나도~”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가며 억지로 약속을 만들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사무실에서 시간을 더 보내다가 들어가는 길에 간단하게 안주거리를 사서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마시고 자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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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으으~”
모니터만 들여다보느라 뻣뻣해진 등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켜는 순간, 여기저기서 ‘으드득’하고 뼈마디가 비명을 질러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었나?”
스탠드 불빛 너머로 어둑한 실내 여기저기에 자리한 빈 책상들. 혼자 남아 야근하는 게 드문 일도 아니건만 오늘따라 저 광경이 유난히도 삭막하게 느껴진다. 왠지 울적해지는 듯한 기분을 떨쳐버리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먹물처럼 캄캄한 밤하늘에선 보슬비라도 내리는지 가로등 불빛 사이로 뭔가가 반짝거리며 흩날리고 있었다. 무심결에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를 입에다 물고는 불을 붙이려다 멈칫했다.
‘..그냥 피워? 설마 이 시간에 누가 오겠어?’
그러나 내심과는 달리 물었던 담배를 손에다 쥐고서 슬며시 일어나 사무실을 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떡하니 달라붙은 ‘당 건물은 금연건물로서 실내흡연 적발 시 고발조치와 함께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 어쩌고 하는 문구, 특히나 굵고 새빨갛게 강조된 ‘200’이란 숫자가 묘하게 심사를 긁고 있었다.
“쩝~ 뭐...내가 재벌2세도 아니고...까라면 까야지...”
비 맞은 중처럼 구시렁대며 옥상으로 채 들어서기도 전에 담뱃불부터 붙여보는 건 소심한 자존심 때문이리라.
“아차차차~”
그나마 힘차게 내디뎠던 발걸음도 차갑게 적셔오는 빗줄기에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꺼져버린 담배,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굵은 빗줄기에 흠뻑 젖다 못해 반쯤 부러져 있었다.
“...나~ 참~ 허허허~”
이래저래 조금씩 쌓였던 짜증이 왈칵 터져 나오는 게 정상이련만, 이상하게도 허탈한 웃음과 함께 오히려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있었다.
“빨리 한대 피고 내려가서 마무리나 짓자...”
별로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옥상출입구 바로 옆에 자리한 흡연실로 향했다. 누가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어도 자연스럽게 여성들만의 전용공간처럼 사용되는 곳이었기에 그랬다. 하지만 지금처럼 늦은 시간, 청승맞게 비까지 내리는데야 누가 있으랴?
“어?”
예상이 틀렸던 모양이다.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양 문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굴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는 없어도 - 아마 여자일 가능성이 90% 이상이겠지만 - 묘한 동지애에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창 쪽으로 돌아가 안을 훔쳐봐서라도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을 애써 눌렀다. 그랬다가는 자칫 아주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직도 끽연에 대한 미련이 많았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문손잡이를 돌리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기척을 느꼈을 테니 자리를 피해주는 게 서로를 위해 좋았다. 괜한 오해는 사양이다. 평온한 생활에 질리다 못해 스스로를 진흙탕에다 던져 스릴을 즐기는 그런 악취미는 내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화장실에 들러 소변기 앞에 섰다. 묵직하고 뻑뻑한 느낌, 팬티에서 꺼내기도 곤란할 만큼이나 잔뜩 발기가 되어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쏴아~아~ 촤륵~ 쪼르르~’
의식하지 못했을 뿐 방광이 꽉 차있었던 걸까? 아니면, 흡연에 대한 욕구가 성욕을 촉발한 걸까? 오줌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지고 있는데도 가라앉을 줄 모르는 저 거무튀튀한 물건의 반응으로 볼 때 어쩌면 후자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아랫배 쪽에서 후끈한 느낌이 치밀어 오르며 귀두 끝으로 ‘짜르르~’ 전율이 흘렀다. 일이 어긋나지만 않았으면 지금쯤 은영의 뜨겁고도 축축한 몸 속에서 맘껏 누리고 있을 그 아찔한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화장실 빈 칸으로 들어가 자위라도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내야만 했다.
‘씨발~ 내가 무슨 군바리도 아니고...멀쩡하게 애인을 두고서...’
약간의 쪽팔림, 야릇한 흥분, 그리고 여전히 걸음걸이를 거북하게 만드는 내 성기 아니 자지...이런 것들이 뒤범벅이 되어 마치 얼큰하게 술에 취한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걸었다.
‘띵~’
그때 문득 조용한 복도를 울리는 소리에 저절로 움찔하고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모퉁이를 지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시커먼 그림자가 부딪쳐왔다.
“어머!”
“헛~ 죄송...은영아?”
“아~! 자기야~ 앙~”
목을 감아오며 뭉클하게 달라붙는 감촉, 뜻밖에도 은영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헤헤~ 웅~ 그게 말이야~”
생각보다 일찍 자리가 파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를 타고 달려왔단다.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없으면 어쩌려고?”
“텔레파시가 통했거든? 웅~ 자기 뽀뽀~”
비록 아무도 없는 늦은 시간이라지만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붙여오는 걸 보면 제법 취한 것 같았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사실 화장실에서 자위까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가? 그녀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반가웠다. 그러나 무작정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착착 감겨오는 매혹적인 여체를 부축하고서 살살 달래며 사무실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자~ 자~ 일단 사무실로 가자, 내가 아주 맛있게 커피를 타줄게...”
“앙~”
몇 미터나 걸었을까?
“아~ 나 잠깐만, 화장실에 좀 갔다가...”
“어? 그래? 알았어...”
문득 몸을 돌리는 은영을 보며 부창부수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욕정이 솟구칠 때 오줌이 마려운 건 그녀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다, 그건 아마 그렇기를 바라는 내 욕심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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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라도 한 건지 발그레한 얼굴에다 물기를 묻힌 그녀를 내 자리에다 앉히고서 커피 두 잔을 가져와 책상에다 놓았다. 그리고는 옆자리의 의자를 당겨 바짝 다가 앉았다.
“히~ 좋은 냄새~”
“커피?”
“아니, 자기 냄새...”
야릇하게 울리는 음성, 촉촉하게 젖은 듯한 은영의 눈동자가 스탠드 불빛에 반짝거렸다. 탐스럽고 도톰한 그녀의 입술로 다가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연약하고 말랑말랑한 피부가 다치기라도 할 새라 조심스럽게 하지만 너무나 간절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흐응~ 응~”
부드러운 살덩이가 따스한 온기와 함께 미지근한 액체를 넘겨주었다. 코를 ‘톡’ 쏘는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달짝지근한 향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내 머리를 멍하게 만들며 단단해져 있던 자지 끝에서 찔끔 물기를 뽑아냈다.
그녀의 허리를 감았던 한 손을 젖가슴에다 올렸다. 부드러운 실크의 옷감 아래로 물을 가득 채운 고무풍선 같은 감촉이 손아귀를 차지했다. 살며시 거머쥐자 한없이 포근한 살 속으로 손가락이 파묻혔다. 그때 반발이라도 하듯이 손바닥을 찔러오는 뾰족한 돌기,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걸까?’ 순간 가슴 속이 싸늘하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풀고서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탐스러운 동산을 반쯤 감싸고 있는 아주 얇고 매끄러운 천이 만져지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은영이가 노브라로 다닐 리가 없지..새로 산 건가? 망사 같은데? 후후후~’
오늘 내게 이걸 보여줄 생각에 입고 나왔을 거다. 그렇기에 갑자기 생긴 친구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이 늦은 시간에 여기로 달려왔겠지.
“흐윽~ 응~”
두 손가락으로 잡기 딱 좋을 만큼의 크기인 탱글탱글한 꼭지를 비비자 잔뜩 성이 난 그게 ‘파르르~’ 떨림과 동시에 은영에게서 강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가뜩이나 예민한 그녀의 몸 중에서도 특히나 반응이 도드라진 성감대였다. 십중팔구는 아래쪽도 젖어오고 있을 것이다.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레깅스 위로 가랑이 사이를 더듬어 도톰한 둔덕의 살점과 은근하게 느껴지는 습기를 확인하고서 위로 올라와 옷 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손목을 잡아왔다.
“하아~ 자, 자기..문, 문 잠그고 와..”
“어, 그래, 알았어...”
바지 앞자락을 불룩하게 만든 채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허겁지겁 뛰어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그게 은영을 더욱 자극하고 있을 게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눈자위가 붉게 물들고 도톰한 보지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게 엉덩이를 의자 끝에다 걸친 가랑이는 넓게 벌어져있었다. 음란하고도 매혹적인 모습,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다시 다가앉으면서 뜨겁게 키스를 퍼붓고 조금 전 하다 만 일을 이어나갔다. 레깅스는 물론 팬티의 고무줄까지 한꺼번에 뚫고서 안으로 침범한 손가락이 미끌미끌한 물기를 타고 단숨에 음순을 갈랐다.
‘어? 엄청나네?’
자극이 심했다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만개한 장미처럼 활짝 벌어진 보지의 반응은 물론 오줌을 싼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흥건했다. 장소와 상황이 그래서일까? 한참을 애무한 상태에 가까웠던 것이다.
“흐흐흐~ 완전히 홍순데?”
“아이~ 자기가 자꾸 만지니까 그렇지~”
은영은 민망함을 감추려 핑계를 댔다. 사랑스럽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쳐질 정도였다. 통째로 삼켜버릴 듯 뜨거운 내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지 그녀가 슬며시 말머리를 돌렸다.
“자기야, 뭐 재미있는 거 없어?”
“재미있는 거 뭐?”
“치~ 싫대도 잘만 보여주더니....”
모른 척 시치미를 떼자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툴툴거린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마우스를 잡았다.
“후후후~ 이젠 나보다 더 매니아가 된 거 같은데? 잠깐만...사무실 컴퓨터라 여긴 받아놓은 게 없지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니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았다. 은영이 처음엔 징그럽다고 질색하던 포르노였지만 어느덧 먼저 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준까지 된 걸 보면 말이다. 외국 포르노 사이트를 찾는 동안 그녀의 손이 슬며시 내 바지 지퍼를 열고 있었다.
‘훗~ 귀여운 색녀 같으니...’
이런 여자라면 평생을 같이 살아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기둥을 하늘하늘하게 감아오는 그녀의 손가락이 너무나 아찔했다.
“어머!!”
갑자기 나타난 장면에 은영이 작게 탄성을 토하며 자지를 꽉 거머쥐어왔다.
“흐흐흐~ 끝내주지?”
“..무서워...”
잠깐 머뭇거리던 그녀의 뒤늦은 대답, 저 정도의 내숭은 귀엽다. 전문 포르노 배우가 아닌 아마추어 티가 확연한 백인여성의 두 구멍을 메우고 있는 엄청나게 굵고 큰 검은 기둥이었다. 보지와 항문이 당장에라도 찢어질 것만 같이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그 흑색기둥을 타고 흐르는 진득하고도 뽀얀 거품은 그녀의 크나큰 쾌감을 한눈에 느끼게 했다.
“아~! 거, 거긴...”
“왜? 아파?”
“아, 아니...그렇진 않은데...조금 이상해서...”
질구 속을 헤집어 애액을 잔뜩 묻힌 손가락을 예고도 없이 항문으로 밀어 넣자 은영은 조금 놀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다지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약간의 당황과 수치심 그 정도인 것 같았다.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상황이었다. 뒤쪽으로 들어간 한 손가락을 그냥 둔 채 이번에 보지 속으로도 다른 손가락을 찔렀다.
“아흑~”
반응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날카로운 교성과 함께 은영이 허벅지를 꽉 조이고는 ‘부르르’ 떨었다.
빡빡하고 뜨겁게 조여오는 감각을 즐기듯이 두 손가락을 천천히 끝까지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어때? 나쁘지 않지? 좋아?”
“자..기..야...앙~”
두 구멍을 동시에 유린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가늘게 흘러나오는 음성, 그녀는 확실히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도 저렇게 뒤에다 해볼까?”
“아~ 자기~”
보지에 있던 흥건한 손가락을 빼내 항문 속으로 두 개를 한꺼번에 찔러 넣으며 귓속말로 유혹하자 뜻밖에도 은영은 아파하기보다는 비음을 더욱 크게 흘려내며 엉덩이를 살짝 흔들기까지 했다. 의외로 그녀는 그쪽으로도 소질이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로망, 바로 항문섹스에 대한 실마리가 우연찮게 풀려가는 중이었다.
“나, 나중에...여기선 싫어...그리고 조금 무서워...”
“알았어...”
밀어붙이면 못 이기고 받아줄 것도 같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은영의 태도 또한 거부가 아니라 후일을 기약하자는 것이었으니 오히려 좋은 결과였다.
그녀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워 책상을 짚고 엉덩이를 뒤로 빼게 했다. 허벅지까지 내려간 레깅스와 팬티 위쪽으로 탐스럽게 벌어진 살덩이 사이에서 불그스름한 살점이 물기에 젖어 번들거리는 게 보였다. 입 안이 바짝 말라오면서 나도 모르게 그리로 얼굴을 가져갔다. 뜨거운 입김이 닿자 보지가 실룩거리며 농밀한 냄새가 밀려왔다.
“후릅~”
“아학~ 앙~”
탱탱한 살덩이를 두 손으로 잔뜩 벌리고서는 아래쪽에서 올라오며 중앙을 가르자 그녀가 새된 소리를 내질렀다. 혀끝을 타고 ‘주르르~’ 흘러 들어오는 미지근한 액체, 역시 그녀의 보짓물은 언제나 잡된 맛이 나지 않고 상큼한 느낌을 주어 너무나 좋았다.
“아흑~ 아아아~ 자기야~ 그마~안~”
혀로 보지의 안팎을 핥고 빠는 중에도 손으로 항문을 괴롭히다가 반대로 괄약근을 벌리고서 혀끝을 집어넣은 채 보지구멍을 두 손가락으로 거칠게 쑤시자 그녀가 비명을 마구 질러댔다. 그리고는 손을 뒤로 돌려 내 자지를 더듬어 쥐더니 급하게 잡아당겼다.
“하아~ 하아~ 어서~ 응? 빨리~”
“후후후~ 알았어...”
보지구멍에 귀두가 맞춰질 만하면 뒤로 살짝 빼기를 거듭했더니 은영이 애원을 했다. 색기가 줄줄 흐르는 - 물론 보짓물도 마찬가지였지만 - 그 모습이 야릇한 감흥과 함께 승리감을 주어 더욱 짜릿했다. 지나치면 모자란만 못하다고 했었지, 더 이상 애를 태우면 오히려 열기가 식을 게 뻔했다.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잡자 그녀가 손수 구멍으로 자지를 이끌었다.
“아앙~ 좋아~ 꽉 차~ 자기야~”
“사랑해, 은영아...”
꿈지럭 뜨겁게 조여오는 질 속으로 기둥을 끝까지 밀어 넣으며 그녀에게 속삭이고는 키스했다. 어둑한 실내로 비릿하고도 음란한 냄새와 함께 거친 숨결과 살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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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침대 위에서 곤하게 잠든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불을 끄고서 거실로 나왔다.
“휴~”
섹스 후의 담배는 언제나 달콤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쓰게만 느껴졌다.
“..설마...아니겠지..내가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은영은 외박을 하고 여기서 자기로 했다. 집으로 오자마자 또다시 정염을 불태운 건 당연했다. 그렇게 묘하게 꼬이는 것만 같았던 주말이 오히려 잘 풀렸건만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그건 뒤늦게 떠오른 기억 때문이었다.
사무실에서 관계를 가질 때였다. 막바지 피치를 올리느라 지나치게 움직임이 컸던 탓에 자지가 빠지고 말았었다. 엉덩이를 흔들며 빨리 다시 삽입해주길 나 못지 않게 안달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다 문득 고집스럽게 앙다문 항문이 눈이 들어왔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분명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서로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구멍에다 넣는 척하다 실수인 양 다짜고짜 그리로 박아버렸다.
그녀가 펄쩍 뛴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쑥 들어간 것하며 기겁을 하고 놀라긴 했지만 예상보다 별로 아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그곳으로 꽤 경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내 물건이 모니터 속의 흑인들처럼 엄청난 크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의심과 망상은 한배에서 난 형제와 같은 걸까? 일단 그런 생각을 하고 나자 온갖 잡생각이 다 났다. 그녀가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반가움에 경황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녀가 내린 후에 분명 아래층으로 향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언뜻 엘리베이터 안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던 같기도 하고 말이다. 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옥상의 흡연실이 떠올랐다.
“미친 놈...”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의처증은 정신병이라더니 정말인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런 상상까지 하게 되는 걸까? 은영과 사귄 지 3년 남짓,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결코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물론 나와 만나기 전에 사귄 몇몇 남자와 육체관계까지 갈 정도였지만 그건 그녀의 나이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 부분은 이미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한 사항이었던 것이다.
생각에 빠지느라 몇 번 빨지도 않은 담배가 재만 길다랗게 남아있었다
“잠이나 자자...내일은 어디 교외로 바람이나 쐬러 가든지...”
담배를 비벼 끄고서 축 늘어진 자지를 덜렁거리며 안방으로 향하려는 찰나 갑자기 소파 위에 달랑 놓인 그녀의 백이 눈에 들어왔다. 왜일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리로 옮겨진 건.....
“꿀꺽~”
닫혀진 안방 문을 흘깃 쳐다보는 내 목구멍으로 마른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왔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늘게 떨리는 내 손은 이미 백을 집어 들고 있었다.
‘딸깍~’
고리를 푸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움찔했다가는 천천히 그걸 열었다. 간단한 화장품들이 먼저 눈에 띄고, 작고 앙증맞은 다이어리 그리고 지갑이 보였다.
“후후~ 이 작은 곳에 뭐가 이리 많이 들어가?”
별다른 게 보이지 않자 굳었던 얼굴근육이 풀어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그때 저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한 지퍼가 보였다. 뭔가가 들어 도톰하게 보이는 그것, 그게 불안감을 불러왔다. 지퍼를 쥐고서 잠깐 망설였다. 왠지 이걸 열면 돌이키지 못할 것만 같은 예감, 그냥 무시하라는 머리 속의 적색경보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집착하고 있었다.
‘찌익~’
하얀 색깔이 눈에 띄었다. 손끝에 닿아 바스락거리는 그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흠..흠...”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깊은 곳에다 꼭꼭 숨겨두었던 그건 바로 생리대였다.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들면서도 새삼 은영이 귀여웠다. 음란하고 노골적인 모습을 주저 없이 보여주면서도 이런 작은 부끄러움을 연인에게도 숨기려는 수줍은 모습이 남아있는 여자였던 것이다.
“응?”
그때였다. 그 아래쪽으로 뭔가가 더 있었다. 생리대를 빼냈다. 그러자 숨이 턱 막히며 눈앞이 아찔해졌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가장 깊이 숨어있던 그걸 뚫어져라 노려보다 꺼냈다. 돌돌 뭉쳐져 있는 부드럽고 작은 천 조각, 그건 팬티였다. 그것도 내 손으로도 몇 번이나 직접 벗긴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검은 색 망사로 된 아주 야한...
“......”
채 마르지 않아 아직도 꿉꿉한 건 물론 언제나 날 흥분시켰던 냄새가 진동했다. 뒤집어 안쪽을 보자 팬티를 온통 적실 정도였는지 가장자리로 보짓물이 하얗게 말라있었다. 보지가 직접 닿는 가운데 부분은 겉면 쪽으로 어느 정도 마른 위에 진득한 습기가 여전해 조금은 딱딱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오줌을 싼 것처럼 흥건하게 쏟아내던 사무실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 아마 그와 비슷한 상황이었으리라!
“흐읍~”
그걸 가까이 가져와 숨을 깊이 들이키자 지린 듯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유혹의 향에 섞여 희미하게 담배냄새가 맡아졌다. 은영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렇다면 담배연기가 자욱한 실내에서 팬티를 노출시켰던지 아니면 담배에 찌든 손에 만져졌던지 둘 중의 하나일 거다. 분명한 건 이 이질적인 냄새의 주인공이 나는 아니라는 점이다. 또다시 그 흡연실이 머리 속을 스치며 무릎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한 손에는 백을, 다른 손에는 보짓물과 담배냄새로 찌든 팬티를 든 채 망연자실하게 안방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