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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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 허둥지둥 그것들을 원위치 시켰다. 머리 속은 곤죽이 된데다 가슴에서 불길이 활활 치미는 이런 상태에서 행여나 안방에서 나오는 은영과 마주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거였다.

일단 화장실로 와서 문을 잠근 뒤 변기뚜껑 위에 걸터앉았다. 연거푸 줄담배를 피우고 나니 조금은 머리가 맑아졌다. 너무나 의심스러운 사실들, 하지만 모든 걸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보여도 뒤집어보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그냥 짐작만 하게 만드는 정황증거일 뿐이었다. 젖은 팬티쪼가리를 내밀고 추궁해봐야 거기에 대한 변명거리가 아마 수십 가지는 족히 나오리라. 아니 그걸 떠나서 근본적으로 내가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나한테 넌 무슨 의밀까?’

지금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저 서로 부담 없이 편한 상대였다. 그녀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꽤나 좋은 편이라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성적인 부분에서도 너무나 잘 맞았다. 오죽하면 아까 사무실에서 순간적으로 결혼까지 생각했을까? 물론 진지한 고민이 아니라 즉흥적인 이기심이었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아주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 못할 부분인 경제력에서도 나 못지 않게 벌었다. 그러고 보니 은영은 제법 훌륭한 신붓감이었다.

“후~ 내가 이렇게나 치사한 놈이었나?”

문제는 그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은영을 배우자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아까 느꼈던 그 커다란 충격에도 지금껏 망설이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화는 나지만 놓치면 당장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은 거다. 독신인 나의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주는 상대로는 더할 나위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을지도.....아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건 대범함 따위가 아닌 치졸한 복수였다.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의 아내가 될 여자니까 그런 작은 외도쯤은 모른 척해주고 쉽고 편한 여체를 맘껏 즐기면 그만이라는 식의...어차피 그걸 감당할 사람은 평생 볼 일도 없는 미래의 그녀 남편이니까 말이다.

“으, 음...”

아래쪽이 뻐근한 느낌에 내려다보자 검은 터럭의 여기저기 말라붙은 자국 사이로 우뚝 선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야릇했다. 은영이 마치 유부녀인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라도 정말로 딴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를 지금처럼 맘껏 유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욕정이 봇물처럼 밀려왔다. 그녀의 보지를 흠뻑 젖게 만들었던 그 새끼도 - 정황증거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주지시켜놓고도 나는 이미 기정사실인 양 굴고 있었다 - 이런 짜릿한 기분이었겠지? 찜찜하고 더러운 감정에도 불구하고 흥분은 더더욱 커졌다.

“씨발...”

냉정해지고 비열해지자고 다짐했건만, 게다가 이렇게나 발정이 났는데도 쿨~해지기는커녕 왠지 비참해졌다. 이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름 인간적으로 괜찮은 놈이라 자찬하며 만족해왔던 게 모두 가식이었다는 걸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리게 되었으니까.

거실로 나와서는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따랐다. 벌거벗은 육체의 아래쪽에서는 자지가 기승을 부리다 못해 바닥으로 겉물을 길게 흘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본능과는 달리 가슴은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은영의 보지 속에다 거세게 박아 넣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었다. 그게 그녀에 대한 감정 탓인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안주 없이 거의 연속으로 넘기는 술잔에도 머리 속은 맹숭맹숭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짙은 한숨과 함께 이맛살에서는 깊은 주름이 내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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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서서히 깨어났다. 그리고 뺨을 누르는 한없이 말랑말랑한 촉감, 더불어 입술 사이에도 뭔가가 살짝 물려있었다. 게다가 아래쪽 손바닥엔 보슬보슬한 기분 좋은 느낌이 자리하고 축축하고도 뜨거운 감각이 손가락을 빈틈 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흐응~ 우리 애기 깼어요? 사랑해~ 쪽~”

무심결에 움찔한 걸 알아챘는지 은영의 포근한 속삭임이 귓전을 울리더니 내 뒷머리를 꾹 눌러왔다. 희미한 살 내음이 풍겨오면서 오뚝한 꼭지가 입 속으로 조금 더 밀려들었다. 너무나 다정하고 따스한 느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듯해지는 듯해 그걸 숨기려 젖가슴에다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아~ 자기야~ 좋아~ 조금 더 세게 빨아줘~”

그녀가 더욱 강하게 끌어안아오면서 손가락이 박혀있던 보지를 내 손바닥에다 비벼왔다. 언제부터 깨어있었는지 제법 흥건하게 물기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잠결에 이렇게 된 모양이었다. 하기야 마지막에는 제법 취했으니 복잡한 심사와는 상관 없이 젖꼭지를 물고 보지엔 손가락을 꽂은 채 잠드는 평상시 내 습관이 나온 건 당연했다. 아예 따로 잤으면 몰라도 곁에 몸을 뉘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품을 파고드는 여체를 밀어내지는 못했었다.

변함없이 따스하고 보드라운 그녀의 음성과 몸이 반가우면서도 왜이리 서글프게 느껴지는 걸까?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밀어붙이며 신음하던 그녀가 터질 것 같은 자지를 더듬다 갑자기 몸을 돌려 올라타고서 축축한 보지를 내 입에다 가져온 게 차라리 다행스러웠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할짝~”

예민한 귀두를 건드리는 까칠까칠한 혀끝이 짜릿했다. 헤벌래~ 방자하게 벌어진 보지 사이로 물이 뚝뚝 듣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음란하기보다는 슬퍼 보였다. 어쩌면 그녀도 내심으로는 미안함에 울고 있는 게 아닐까?

“후루룩~”

“아흡~ 앙~”

그 뜨거운 용암 속으로 얼굴을 처박으면서 핥아 올리자 요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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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랫배를 베고 누운 채 작아진 자지를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녀의 새하얀 등을 보다가 문득 말했다.

“바람이나 쐬러 갈까?”

조몰락거리던 자지를 살짝 빨다 장난스럽게 음모를 ‘후~ 후~’ 불어보기도 하던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물어왔다.

“응? 어디로?”

“그냥..너무 멀리는 말고, 갔다가 저녁쯤에는 돌아올 수 있는 데로...”

그러자 은영이 내 몸을 타고 ‘주르르~’ 위로 올라와서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더니 생긋 웃으며 속삭였다.

“웅~ 오늘 하루는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될까?”

“왜? 그러고 싶어?”

“응...이렇게 있고 싶어...이야기를 하다가 졸리면 자기 팔을 베고 자고..그러다 배고프면 깨서 먹고...빈둥빈둥 말이야...일어나기가 싫어...자기 냄새가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맡아도 싫증이 안 날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역시나 쿨가이라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머리 속으로 그렇게나 냉정한 결론을 내렸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그 덕에 아슬아슬하게나마 겉으론 덤덤한 모습을 유지할 수가 있었지만 내 속은 영 아니었다.

남녀의 정이란 걸 너무 쉽게 판단한 모양이었다. 무심결에 잠깐이나마 결혼을 떠올렸던 게 그냥 이기심의 발로라 여겼던 건 착각이었다. 동기가 뭐였던 간에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꽤나 깊은 감정 때문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전혀 상상치 못했던 사건이 계기가 되었지만 은영에 대한 내 마음이 진짜로 사랑의 빛깔을 띠고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

‘이런 여자라면 정말 평생을...’

무심결에 밀려드는 생각, 그랬다가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 어젯밤 일은? 그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걸까? 지난 밤의 결론은 그녀를 섹스파트너쯤으로 판단하고 내린 거였다. 하지만 나만의 여자라면 문제는 다르다. 또다시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 아니..난 그냥...자기도 피곤할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나 보았다. 은영이 당황스러운 음성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의 부정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솔직히 지금 당장은 안쓰러웠다. 눈치를 보며 내 위에서 내려가려는 가녀린 여체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그렇게 하자..술 때문인지 두통이 약간 와서 그랬어..사랑해, 은영아...”

“앙~ 자기야~”

포동포동한 엉덩이 두 짝을 양손으로 꽉 거머쥐면서 입술을 겹치자 그녀가 뭉클하니 젖가슴을 비벼오며 뜨겁게 혀를 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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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 쏴~’

잠결에 뭔가 귓전을 간질이는 것 같더니 비가 오는 소리였나 보았다. 어둑어둑한 실내의 벽시계를 쳐다보자 아직 저녁은 아니었다. 그저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이렇게 어두웠던 것이다.

“어? 언제 일어났지?”

꽤나 곤하게 잔 모양이었다. 기척에 대해 예민한 편인데 은영이 품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익숙한 내 공간임에도 채 하루가 못되게 함께했던 체온이 잠깐 사라진 걸로 인해 왠지 외로움을 탄다는 건 뜻밖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하루가 아니라 이틀 이상을 방안에서만 함께 뒹군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그때는 이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건 무의식 중에도 사랑의 감정을 인정하려 하지 않은 탓일 거다.

“흐흐흐~”

일어나 방의 불을 켜고 보니 흐트러진 침대시트 위로 제법 큰 얼룩이 뚜렷했다. 내가 평상시와는 달리 격렬하게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그녀 역시 굉장했었다. 둑이 터진 댐마냥 마구마구 보짓물을 뿜어댔던 것이다. 문득 지난밤에 본 검은 팬티의 흔적이 떠오르려는 걸 깨닫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방을 나섰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화장실에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놀릴 작정에 문을 벌컥 열었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거실 소파에 옷이 그대로인 걸 보면 외출한 것도 아니었다.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은영을 발견한 건 거실 베란다의 유리문 밖이었다. 헐렁한 내 박스티만 걸친 채 유리문에다 등을 기대고 쪼그려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축 늘어진 옷자락에 엉덩이는 다 가려졌지만 허벅지가 거의 드러난 걸 보면 앞쪽에서는 가랑이 제일 깊은 곳까지 훤히 들여다 보일 게 뻔했다. 물론 건너편에는 그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건물이 없었다. 하지만 망원경까지도 필요 없이 카메라 줌으로 살짝 당기기만 해도 보지까지 아주 생생하게 찍을 수 있을 정도의 건물은 있었다. 아니, 그런 건 차후의 문제였다. 정작 중요한 건 그녀가 왜 몰래 통화를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마치 내가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처럼.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확 치밀어 오르면서 내내 억눌러왔던 의혹들이 마구마구 들고일어났다. 두 주먹을 꽉 거머쥔 채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문에 바짝 다가섰을 때는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흡~”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급하게 끊었다. 비록 정면에서 본 건 아니지만 왼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면서 오른손을 가랑이 사이로 내리 뻗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흔들리는 어깨로 볼 때 자위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런 씨발년...감히...’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르겠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라 주위의 이목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때문인지는 말이다. 어쨌던 미치기 일보직전인 건 틀림없었다. 거기다 너무나 음란한 모습에 내 자지가 단숨에 커져버렸다는 엿 같은 현실 또한 분노를 더하게 만들었다. 유리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꺅~ 엄마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데구르르~ 굴렀다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하는 은영, 넘어질 때 언뜻 보았던 보지에 박혔던 손가락이 착시는 아니었다는 게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오른손이 증명하고 있었다.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너무나 확연한 증거인 그 음탕한 손을 내게 흔들어 보이며, 잠시만 기다리라는 시늉과 함께 다시 통화를 계속하려는 그 뻔뻔한 모습에는 치를 떨어야만 했다.

“으, 응...별일 아니야..그냥..”

“이...이....”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다른 남자와 몰래 폰섹스를 하다 나에게 들켰는데도 별일이 아니라고? 너무 화가 나면 일시적으로 마비가 오는 모양이었다. 몸은 물론이고 혀마저 굳어버린 공황상태였다.

“..울 자기가 갑자기 놀라게 하는 바람에...”

점점 더 가관으로 간다. 이제야 육신이 조금씩 풀리며 막 발작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내 앞으로 들이밀어진 전화기,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 참, 뭐해? 내 친구가 자기랑 꼭 인사하고 싶대, 어서 받아봐~ 응?”

“...뭐?”

“어서~~”

화산처럼 들끓던 가슴 속의 폭풍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에 부딪쳐 내 귀에다 갖다 붙여지는 전화기의 딱딱한 감촉만 그저 느끼는 중이었다. 폰섹스, 친구, 인사? 이런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함께 조합할 능력이 내겐 전혀 없었다. 혹시 이 친구가 남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짜랑짜랑한 교소와 더불어 맑은 음색이 들려온 건.

“호호호~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전 은영이 친구 주경이에요~”

“아~!? 아, 네...바, 반갑습니다....”

“킥킥~ 은영이 말을 듣고 굉장히 터프하실 줄 알았는데..너무 순진하신 분 같아요~ 이렇게 예쁜 목소리를 들으니까 긴장되시나 봐요~ 까르르르~”

“어..그, 그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뜩이나 멍한 상태에서 빠르고 경쾌하게 쏟아지는 말소리는 따라잡기조차 버거웠다. 바보 같은 내 모습에 보다 못한 은영이 전화기를 다시 뺏어갔다. 그리고는 조잘조잘 떠들며 소파로 자리를 옮기는 그 뒷모습을 하릴없이 쳐다보다 털레털레 화장실로 향했다. 찬물에 세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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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고 나와서도 한참 동안 통화 중인 은영을 보고 있기가 민망해서 안방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얼마 후 그녀가 나타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으, 응...그게...”

어색하게 머뭇거리는 그녀, 하기야 아까 그런 모습을 들켰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오해를 했던 건 이미 밝혀져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자위를 했다니! 그건 오직 한가지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은영이 레즈비언이라는 건 도저히 상상이 안 갔다. 더군다나 아까 주경이라는 그 친구와 통화를 했을 때 분위기로 보면 결코 그런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어제 주경이를 만났었거든?”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둘 사이는 정말로 그런 관계란 말인가? 은영의 아랫도리를 그렇게 흠뻑 젖게 만들었던 건 남자가 아니라 그녀? 참으로 요상한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분명 바람을 피운 건데 화가 나지 않고 오히려 야릇한 흥분부터 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는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결혼날짜를 받았다면서 약혼자랑 같이 나왔어...”

엥? 이건 또 무슨 전개야? 이야기는 내 추측을 빗나가 다시 삼천포로 빠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예측하기를 포기하고 다소곳이 듣기 시작했다.

“근데...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좀 급하게 마셨었나 봐...”

하기야 어제 은영도 제법 취했었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친구커플은 더했던 모양이다. 2차로 노래방에 가서는 아주 가관이었단다. 둘은 이미 미리 구해놓은 신혼 집에서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많이 취한 두 사람이 블루스를 추다 말고 키스는 물론 아예 짙은 애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게 계속 이어져, 은영이 앞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소파에 앉아 달라붙은 채 서로의 아랫도리를 더듬던 그 둘을 말리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라이브 쇼를 펼치는 촌극이 벌어질지도 모를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

“그래서?”

“으, 응...하여간에 거기서 나와가지고 둘을 먼저 태워 보냈는데...오늘 깨고 나서야 뒤늦게 기억났나 봐...미안하다고 전화를 해왔어..”

“그랬구나? 그런데...왜 그렇게 베란다에 나가서 통화한 거야?”

“그, 그건...”

“솔직하게 말해봐...”

주저하던 은영이 말문을 이었다. 처음에는 곤하게 자는 나를 깨울까 싶어 거실에서 통화를 했단다. 그런데 주경이 사과를 하면서도 능글맞게 놀려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근슬쩍 염장질까지 해가며 말이다. 신랑이 밤새 얼마나 자기를 괴롭혔는지 아직도 온몸이 쑤신다는 둥, 연애랍시고 남자와 어설프게 관계를 가지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둥 하면서.....

“..이 계집애가 그러는 거야...지 신랑이 테크닉이 끝내주고 밤새 할만큼 힘도 좋다나? 또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고 자랑하느라 아주 거품을 물어..그러면서 유유상종이라고 신랑만큼은 안 되도 주변에 괜찮은 친구가 많으니까 소개시켜 주겠다고...웃기는 계집애, 흥~”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울컥했지만 그걸 드러내 쪼잔한 남자가 되기는 싫었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주자 내 눈치를 슬쩍 살핀 은영이 계속했다.

“..그래서 확 질러버렸어~ 나도 애인 집에서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사랑을 받다가 힘들어서 조금 쉬는 중이라고 말이야...”

“컥~”

황당했다. 이건 경쟁심리에 불붙어 온갖 걸 다 까발리는 남자들보다 더하지 않은가? 물론 그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이기에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던 그런 상황을 듣고 나자 슬며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가 들어도 그다지 거북한 건 아닌데...?”

“그..게...사실은...”

누가 먼저 시작한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단다. 이야기가 과열되다 보니 자기 남자가 얼마나 오래하는가 자랑은 약과이고 심지어 세세한 애무장면까지 노골적으로 다 털어놓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베란다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에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은영의 자위까지 한꺼번에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자극적이었을까? 바로 어제 보았던 친구커플의 섹스에 관해 아주 생생하게 들었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시각으로 주어지는 자극보다도 상상의 장면에 더욱 흥분을 한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나...진짜 바보지?”

“하하하~ 아니, 너무, 너무 예뻐서 미칠 것 같아...사랑해~”

“앙~ 자기야~”

풀이 죽어 고개를 수그린 은영의 하얀 어깨와 티 밑으로 쭉 뻗은 하체를 보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녀를 와락 껴안아 키스를 퍼부으면서 가랑이를 더듬자 미끌미끌한 액체가 허벅지까지 묻어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품을 빠져나가려는 걸 붙잡아 무릎 위에다 앉히고서 매끄러운 보지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하체를 비비적거리며 통화를 시작했다.

“으, 응..주경아, 왜?”

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 모양이었다.

“글쎄? 한번 물어보고...응? 직접? 알았어...자기야, 좀 바꿔달래...”

“나?”

고개를 끄덕이는 은영에 전화기를 건네 받았다.

“여보세요, 주경 씨? 아까는 제가 자다 깨서 좀 정신이 없는 바람에 실례가 많았죠? 반갑습니다..”

“호호호~ 뭐~ 이해해요...많이 피곤하셨을 만하니까..킥~”

“아~ 그게...쩝~”

처음 통화를 하는데도 이런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하는 모습은 좋게 말해 쾌활하고 까놓고 표현하자면 당돌한 여자였다. 그래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일단은 굉장히 듣기 좋은 음성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호호~ 딴 게 아니고요...”

그녀의 말인즉슨 어제 자기 신랑을 인사시켰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쪽도 같이 봤으면 한다는 거였다. 친구가 아주 좋은 사람과 사귄다니 축하도 해줄 겸 말이다. 즉, 쌍쌍이 더블데이트를 하자는 제의였다. 그것도 오늘 저녁 당장에. 물론 내일까지 주말이니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었다.

“헉~!!”

“..왜요? 제가 너무 일방적이었나요? 그렇다면 죄송해요...전 그냥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하..하..아, 아니에요...제가 물을 쏟아서...”

“아~! 네.....호호호~ 순간 굉장히 쫄았어요...킥~”

유쾌한 여자였다, 당돌한 면이 있는 반면 무례하지도 않았다.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내 무릎에서 내려간 은영이 바닥에 꿇고 앉자 어느새 자지를 빨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던 거고. 째려보자 요염하게 미소를 지으며 더더욱 깊이 삼키는 그녀에 온몸이 그냥 흐물흐물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주경과 약속을 한 다음 은영에게 전화기를 다시 건넸다.

“아앙~ 자기~”

복수인 양 보지를 마구 핥아대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고 몸부림치던 은영이 통화가 끝나는 순간 전화기를 내팽개치고서 내 머리를 강하게 잡아당겨 보지에다 거칠게 비비며 헐떡댔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루어진 음핵만의 집중공략에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며 부들부들 떨더니 보짓물을 왈칵 쏟아내고서 ‘축~’ 늘어졌다. 그때 흐느적거리는 그녀를 내 허벅지 위에 앉힌 다음 자지를 깊숙이 삽입하며 물었다.

“자~ 솔직하게 고백해봐...어제 노래방에서도 많이 흥분했지?”

“아흑~”

“빨리...”

항문 속으로 한 손가락을 밀어 넣자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며 질이 아프게 조여왔다. 그리고서 내 집요한 추궁에 보일 듯 말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팬티가 젖을 만큼?”

끄덕끄덕,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동작으로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보지 속도 덩달아 움찔거려 정말 짜릿했다.

“어느 정도였는데? 흠뻑?”

“앙~ 움직여줘~”

“대답해봐....”

“..갈아입어야 할 정도였어....”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거다, 이제서야 나를 내내 괴롭혔던 그 비밀이 밝혀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또 물었다.

“호~ 그 정도였어? 하지만 어제 나한테 왔을 땐 팬티가 그만큼 안 젖었던데?”

“...화장실에서 갈아입었어...자기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흐흐흐~ 그러면...너 어제 사무실로 올 때부터 아예 할 작정으로 왔구나? 그러다 내가 없었으면?”

“아이~ 그랬으면 택시 타고 이리로 날라왔지~ 빨랑~ 아흑~ 앙~”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던지 은영이 엉덩이를 스스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일들이 다시 떠올라 잔뜩 흥분을 한 모양이었다. 보지 속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라올라 마치 바이스마냥 마구 물어댔다. 내 가슴 속은 희열로 가득 찼다. 괜한 오해와 의심으로 고민했던 게 허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여자를 말이다. 주경과의 약속시간까지는 꽤 여유가 있었다. 물론 내 체력이 받쳐줘야 하겠지만 마음만이라도 몇 번이고 그녀를 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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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인 이미지의 시원시원한 현대판 미인이라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정감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반면에 남자 쪽은 건장한 그래서 둘을 보는 순간 딱 떠오른 단어가 ‘미녀와 야수’이었다. 슬며시 웃음이 새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주경과는 묘한 눈길을 주고 받았다. 서로의 비밀스런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쑥스럽게 했다. 어색함을 떨칠 겸 마침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부탁을 했다.

“참...여기 재떨이 좀 갖다 주실래요?”

“저...손님..저희 가게는 금연인데요? 죄송합니다...”

“아..네...하..하...”

꽤나 민망한 기분이었다. 이놈의 담배를 끊긴 끊어야 할 텐데...

“미안합니다...여긴 저희가 종종 오는 집이라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하고...사실 어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미처 신경을 못 썼네요...”

“아, 아닙니다...저도 꼭 피울 생각은 없었는데...”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주경의 약혼자가 더욱 민망하게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에다 신경을 쓸 여지도 없었다. 지금 난 한가지 생각 때문에 등에다 얼음덩어리를 집어넣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 중요한 걸 왜 까먹었지?’

은영의 결백에 너무나 들떴던 걸까? 담배냄새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낯선 남자의 존재를 의심하게 만든, 심지어 흡연실에서 남자와 뭔가를 했을 거라는 상상까지 하게 했던 그걸 말이다. 혹시나 내가 착각했던 건 아닐까? 그건 아니라는 걸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알았다. 그 특유의 퀴퀴하게 찌든 향, 그건 절대 다른 냄새와 혼동하기가 힘들었다. 주경과 재잘재잘 떠드는 옆자리 은영의 가랑이를 노려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게 결국은 원점이었다. 아니, 의혹만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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