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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녀린 은영의 몸 속 어느 구석에 이런 뜨거움이 숨어 있었을까? 먹이를 잡은 아나콘다처럼 사지로 칭칭 휘감고서 온몸의 뼈를 산산이 부서뜨려버릴 듯이 아프게 죄어오는 와중에도, 내가 내리찍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허리를 맞받아 쳐올리며 조금이라도 더 깊이 받아들이려 애를 쓴다. 자지가 괴사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 정도로 꽉꽉 물어대는 질은 흘러 넘치다 못해 침대시트에 고이다시피 한 엄청난 양의 미끄러운 보짓물이 아니었다면 아예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을 정도다.
“아하학~ 아~”
“헉~ 헉~”
살 속까지 박혀들 듯이 내 등을 파고드는 손톱. 딱딱하게 굳어오는 보지 속살과 함께 허벅지가 간헐적으로 ‘파르르~ 파르르~’ 잘게 떨리는 걸 보니, 절정을 향한 파도가 그녀에게로 밀어닥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 역시 수 차례는 진작에 쏟아냈을 정액을 이를 악물고 붙들어두는 일도 거의 한계점에 온 상황이었다. 이제 곧 거칠고 직선적인 몇 번의 박음질 후 그녀의 아랫배 위에다 잔뜩 뿌리게 될 것이다.
“하아~ 하아~ 그냥, 그냥~ 안에다 해줘~ 자기야~”
평소 아무리 안전한 날이라도 질내사정은 꺼리는 편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은 밖에서 처리했다. 어쩌다 그녀가 입으로 받아주는 날은 대박인 거고. 아주 가끔씩 쾌감에 휩쓸려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일부를 안에다 남기고 나오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곧바로 씻어낸 사후조치가 적절했는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물론 콘돔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당연히 별로인 나뿐만 아니라 은영도 그다지 내키지 않아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여자의 자궁에다 씨앗을 뿌리려는 남자로서의 타고난 생식본능을 핑계로 댈 필요조차 없다. 이 뜨겁고 아찔한 보지 속에다 맘껏 쏟아내고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감미로운 여운마저 맛볼 수 있다는데 말이다.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붙들고서 강하게 내리 박았다.
“아악~ 좋아~”
“은~영~아~”
“읍~ 웅~”
은영의 입술을 덮치자마자 비좁은 요도가 너무나 답답했다는 듯이 정액이 ‘쭈욱~ 쭉~’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헐떡대고 내 혓바닥을 빨아들인 그녀가 자궁벽을 세차게 때리는 뜨거운 정액에 ‘부르르~ 부르르~’ 잔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오물거리며 탐욕스럽게 자지를 쥐어짜대는 질의 잔주름이 너무나 생생했다.
하체가 그대로 녹아 내리는 것만 같던 쾌감도 어느덧 끝이 나고, 이 따스하고 보드라운 여체 위에서 그냥 잠들고 싶다는 미련을 달래가며 미적미적 빼내려는 순간 은영이 꽉 껴안아왔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어줘...”
“응, 그래..”
이심전심이었을까?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며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땀이 촉촉히 배인 이마에다 입술을 살짝 댔다.
“쪽~ 사랑해, 은영아...”
“흑...”
“은영아?”
갑자기 들려온 흐느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 그래? 은영아?”
“훌쩍~ 아니야, 그냥..”
내가 움직이려 하자 은영이 다리마저 올려 허리를 감고서는 더욱 깊이 안겨 든다. 궁금증과 불안감이 초조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껴안아주는 정도가 다였다.
잠시 후 나를 꽉 죄고 있던 팔다리가 ‘스르르~’ 풀리는 걸 느끼고서 슬며시 내려와 품으로 끌어들였다. 내 가슴팍에다 뺨을 갖다 붙인 그녀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말해봐, 무슨 걱정 있어? 회사? 집?..혹시..너..어디가 안 좋은 거야? 그런 거야?”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화들짝 몸을 일으키려는 내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은영이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마,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났어..”
“은..영아...미안해...”
그간 서운했던 것들이 갑자기 북받쳤나 보았다. 주경은 괜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지만, 어쨌던 은영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피해를 본 셈이었다. 가슴한구석이 따끔거리고 아파오는 듯했다.
“아니라니까? 어쩌면 가슴이 벅차서였을 거야...너무 좋은데...자기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니까..행복해서..”
“..정말이야?”
“으, 응...나도 잘은 모르겠지만..그런 거 같아. 그러니까 괜히 그러지마, 자기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그래, 나도 사랑해...”
촉촉하게 달라붙어오는 입술, 달싹한 숨결과 함께 말랑거리는 혀가 들어왔다. 그걸 휘감아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미진한 점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은 아니리라. 다만 나름대로 추측하기에 그녀가 말하지 않은 부분엔 불안감이라는 게 있었을 거 같다. 지금 이순간은 너무나 행복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관계가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문득 주경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결혼’..그래, 그거라면 불안 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으니 문제였다. 물론 그 망설임은 은영에 대한 게 아니라 - 이제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 결혼 그 자체였다. 주경과 장석을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잠깐 결혼을 떠올리긴 했지만 그건 막연한 동경 정도였다.
“나 졸려...자기야..”
“그래, 푹~ 자..”
키스가 끝나자마자 아기처럼 내 품으로 파고드는 은영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러자 눈을 꼭 감더니 금방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낸다. 반달처럼 휜 길다란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늘어선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잔했다. 아까 보았던 그녀의 눈물이 내 가슴 속으로 축축히 스며드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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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허전함을 느끼고서 깨어났다. 창 밖에선 어렴풋이 먼동이 트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실내가 왠지 썰렁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다.
“설마...”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의 문손잡이를 돌리며 은근히 기대가 되는 건 왜일까? 이걸 열고 나가면 그때처럼 은영이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자위를 하고 있을...
“잘 잤어? 자기야~”
..리가 없지.
“그, 그래. 일찍 깼네?”
거실 소파에 앉아 빨래를 개키고 있던 은영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오자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얼굴이 뜨끈뜨끈했지만 시치미를 뚝 뗐다.
‘아~ 쪽팔려..’
비록 팬티 하나만 달랑 걸친 야릇한 복장이지만, 꼭두새벽부터 저렇게 나 대신 집안일을 해주고 있던 그녀를 두고 그런 상상을 했다니 심히 양심에 찔렸다.
‘그렇긴 한데...무지 꼴리네, 이거...미치겠다...꿀꺽~’
옷을 ‘탈~탈~’ 털어 곱게 개서는 차곡차곡 쌓는 그녀의 자태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잘록하니 빠진 허리 밑으로 확 부푼 엉덩이에 걸려있는 끊어질 듯 위태위태한 작은 팬티나 보기 좋게 솟아오른 탄력적인 젖가슴 위에서 핑크색 꼭지가 출렁대는 장면도 물론 아찔했지만, 그보다는 저런 야한 모습으로 평범한 가사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묘하게 대비가 되어 온갖 망상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저기다가 앞치마만 걸치면...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줘, 빨리 끝내고 아침 준비하게..”
“으, 응..”
아무래도 일본AV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머쓱한 기분에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곁에 앉았다.
“어?”
“자기야, 왜?”
개서 건네주는 빨래를 쌓다가 그녀의 손에 들린 작은 천을 본 것이다.
“그거...”
“응, 어제 말했잖아, 샤워하면서 빨았다고...”
“그건 아는데..지금 네가 입은 건 뭐야?”
“아이~참, 아직도 몰랐어? 주말엔 한 장씩 더 가지고 다니잖아...누구 때문인데?”
“그, 그랬구나..미안...”
알 턱이 있나?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벗겨서 잡아먹는 데만 신경을 썼었으니..가만, 그렇다면..?
“..근데...너 어제 분명히 빨아버리는 바람에 그냥 나왔다고...”
“치~ 이럴 때 보면 정말 바보 같다니까?”
“으헉~”
그녀가 눈을 흘기더니 이미 단단하게 서있던 내 자지를 와락 거머쥐었다.
“그럼? 자기를 꼬시려고 일부러 벗었다고 그래?”
“아..하..하하...그, 그건 그렇지..”
손에 쥐었던 팬티를 던져버리고서 내게 찰싹 달라붙어 속삭이는 그녀의 음성이 아주 끈적끈적했다. 그래, 그녀에게도 본능이란 게 있다. 단지 지금까지 그걸 적극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을 뿐 때론 타오르는 욕정으로 달아오르는 게 정상이었다. 함께한 지난 날들을 다 합친 것보다 요 최근의 짧은 시간 동안 그녀에 대해 알고 느낀 것들이 훨씬 더 다양하고도 깊었다. 난 지금 은영에게 마구마구 끌려들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사랑에 빠진 듯이 말이다.
“이리와, 사랑해...”
“자기...”
은영을 당겨 무릎 위에다 앉히고서 허리를 껴안았다. 그러자 두 팔로 목을 감아온 그녀의 젖가슴이 내 뺨을 푹신하게 누르며 달콤한 살 내음을 가득 전해주었다. 이제는 모든 걸 솔직히 말할 때인 것 같았다.
“은영아...”
“응...”
허리를 껴안은 채 젖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날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우연히 항문에다 삽입을 하게 되면서 갖게 된 의심을 시작으로, 특히나 나도 모르게 저질렀던 비열한 짓 - 그녀의 백을 뒤졌던 - 을 털어놓을 땐 정말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이야기의 절정인 주경과 통화하며 자위를 하던 그녀 모습에서 느꼈던 분노와 배신감을 끝으로 아슬아슬했던 부분은 모두 지나가고, 그 오해가 풀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깨닫게 된 감정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감정이 격해지는지 중간중간 은영의 몸이 경직되고 숨소리가 빨라지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끝까지 참아주었다.
“정말 미안해, 화를 내고 뺨을 때린다고 해도 할말이 없어...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그 덕분에 너를 사랑한다는 내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다. 진심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선 비록 내게 불리한 이야기라도 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담배냄새에 관한 것만큼은 결국 털어놓지를 못했다. 그때 과연 확실히 맡은 건지 내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던 데다가, 그걸 입에 담는 순간 이제껏 주절주절 길게 늘어놓으며 모든 게 오해였고 망상이었다고 한 게 헛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난 그녀를 취조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중이었다.
“..은영아...”
내 얼굴을 젖가슴에다 꽉 껴안은 채 지금껏 묵묵히 듣기만 했던 은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릎에서 내려와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비록 화는 내겠지만 내 진심을 알아주리라 기대했던 예감이 틀렸던 것일까? 모든 게 끝나버렸다는 아찔한 기분에 맥없이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는 덥석 자지를 입에다 문 것이다. 그리고는 불알을 부드럽게 주물럭거리며 귀두를 빨기 시작했다.
“우웅~ 후릅~ 웅~”
“으~ 으~”
빠르게 오르내리는 머리, 점점 더 깊고 강하게 빨아들이는 그녀에 나는 신음소리만 토할 수 밖에 없었다. 자지 끝에서 시작된 짜릿한 쾌감은 그녀가 말 대신 몸으로 직접 보여준 대답으로 인한 벅찬 환희와 함께 어우러져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의 목구멍까지 넘겼던 자지를 뱉어내고 일어선 그녀의 다음 행동은 내 숨을 멎게 만들었다. 이미 흠뻑 젖어 반짝거리는 팬티를 벗어버린 은영이 소파를 짚고서 하체를 뒤로 쭉 빼더니, 한 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 사이를 잔뜩 벌리며 말했던 것이다.
“자기 이리로 한번 해볼래?”
“헛~! 으, 은영아?”
“괜찮으니까 빨리...”
상상도 못했던 상황에 망설이는 나를 격려하기라도 하는 듯이 자기 손으로 직접 보짓물을 찍어 올려 항문에다 바르는 그 모습에 내 발은 이미 전진하고 있었다. 짙은 빛깔의 오밀조밀한 잔주름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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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파 위에서 길게 늘어진 채 뒤엉켜있었다. 그런데 은영이 문득 물었다.
“어땠어?”
“..글쎄..잘 모르겠어..환상적이긴 했는데..진짜로 그런 건지..그냥 기분 탓인지....”
솔직한 심정이었다. 타이트하던 괄약근이 갑자기 확 벌어지면서 쑥 박혀 들던 그 순간의 뿌듯한 기분이라든지, 오톨도톨한 보지 속과는 달리 너무나 빡빡하면서도 매끄러운 감촉 같은 건 확실히 색다르면서도 짜릿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다채로운 움직임과 뜨거움으로 쉴새 없이 자극을 주는 질보다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끌리는 게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풋~ 그게 아니라...처음인 것 같아~ 아닌 것 같아? 직접 해봤으니 이젠 알 거 아냐?”
“아...그, 그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너무나 민망했다.
“그냥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해봐, 절대 뭐라고 안 할게, 응?
“으, 음...그래...”
뭐, 이런 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서 가슴 속에다 꽁하니 묻어두고 끙끙거리느니, 속이야 약간 쓰리겠지만 후련한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음..그게..잘은 모르지만..아무래도....”
“처음이 아닌 것 같다고?”
내가 주저주저 말을 끌자 먼저 낚아채버렸다.
“으, 응....그런 느낌이...”
“그렇게 느꼈다면...맞겠지...”
“흐읍...”
너무나 쉽고 담담하게 시인을 해버리니 오히려 허탈했다. 게다가 이기적인 욕심이긴 하지만 내 느낌이 틀리기를 꽤나 기대했었다.
“저, 정말이야? 하, 하지만 네가 저번에 처음이라고....”
애당초 판을 벌리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이래 봐야 추해지기만 한다는 건 알지만 왠지 억울한 기분에 항의를 해보았다.
“내가 언제?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때 분명....”
말을 꺼내다 문득 생각해보니 은영의 주장이 옳았다. 그저 ‘느낌이 이상하다’거나 ‘지금은 무서워서 싫다’라고 한 정도가 다였다. 맥이 탁 풀렸다.
“도대체 누구..으, 응~”
이건 정말 아니다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은영이 검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꾹 눌러버렸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속삭였다.
“그만해, 자기가 그런 걸 꼭 알아야 할 이유도 권리도 없어...우린 부부가 아니잖아?”
할 말이 없어져버렸다. 실수였을까? 진심을 다 털어놓는 과정에서 사랑하지만 결혼에 대해선 확신이 없다는 말에 꽤나 실망한 모양이다. 말 속에서 뼈가 느껴졌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고 일단 눙치는 게 맞았을까? 아니다, 그런 중요한 걸 거짓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네 말이 맞아...”
“풋~ 자기야...”
너무 축 쳐져 보이는 게 안쓰러웠던지 그녀가 갑자기 내 얼굴을 끌어당겨 젖가슴 사이에다 파묻어버렸다. 그리고서 소곤대는 말.
“..처음이 아니라고도 하지 않았어...”
“너?”
“..내 말은 그냥 자기 속편한대로 생각하란 거야...유부녀 같아서 흥분된다며? 아니야?”
그녀가 날 놀렸다는 생각에 얼굴을 번쩍 쳐들었지만 그 뒷말에 또다시 꼬리를 말고 말았다.
“..꼭 알고 싶으면 날 들여앉히든지? 그건 겁나지? 호호호~”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혼이야기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까 걱정이었는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걸 보니 조금 서운한 정도였나 보았다.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좀 억울하지 않아? 이런 겁쟁이한테 이 귀한 걸 주는 게..”
“앙~”
입구는 물론 안쪽에도 아직 미끌미끌한 정액이 남아있는 항문 속으로 손가락을 쑥~ 밀어 넣자 달뜬 신음을 토해낸다. 그 반응에 역시나 경험이 있는 것 같다는 - 그것도 몇 번 정도가 아닌 - 생각이 불쑥 들었다.
“..자긴...가질만한 자격이 있으니까...사랑해...”
“..은..영..아...”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그 말에 나는 너무나 미안해졌다. 주는 건 없이 받기만을 원한 내 심보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자기 말처럼 내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더라도 자기만 좋다면 언제든지 애인이 돼줄게, 진심이야...”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하고 느껴지더니 눈시울이 뜨뜻해졌다. 그때 그녀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느꼈던 건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 큰 여자였다. 나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이나 가슴이 더없이 넓고 깊은 여자였다. 지금 이순간 내가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용기가 없었다. 대신 뜨거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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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귀에 들려오는 낯선 소음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바로 내가 범인이었다. 넋을 놓은 상태로 책상 위를 손톱 끝으로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잘 됐잖아? 그런 약속까지 받고...세상에 나같이 복 터진 놈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자위해보지만 가슴이 묵직하니 꼭 체한듯한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 계속 이런 상태였다. 내 이기심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결혼이라는 족쇄도 필요 없이 평생 동안 쾌락과 기쁨을 듬뿍 선사하겠다는 연인이 생겼는데도 말이다.
‘♩~♪~♬~~ ♩~♪~♬~~’
갑자기 울린 음악소리에 전화기를 들고 보니 주경이었다.
“여보세요? 주경 씨? 어쩐 일이에요?”
“호호호~ 놀랐죠? 아직 회사에요?”
“네...”
그녀가 전화를 걸어온 건 조금 뜻밖이긴 했지만 아주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 동안 종종 그들 부부와 집 근처에서 어울리거나 서로의 집으로 놀러 가기도 할 만큼 친숙해졌으니 말이다.
“또 혼자 야근이에요?”
“뭐..그렇죠...”
“에고~ 불쌍한 우리 성우 씨...”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툭’ 끊어져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 번을 불러봐도 끊어진 게 확실했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지만 곧 다시 걸려올 줄 알았던 게 소식이 없자 슬슬 걱정이 되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짠~ 성우 씨~~ 호호호~ 놀랐죠?”
“주, 주경 씨!!”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주경이 왜 여기에 서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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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을 들고 ‘호~ 호~’ 불어가며 홀짝대는 모습이 귀여웠다. 약속이 있어 나왔다 들어가는 길에 언뜻 우리회사가 이 근처라고 들은 게 기억나 은영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마침 야근이라기에 위문공연 차 들렀단다. 마지막에 ‘어차피 같은 길이니까 차비도 아낄 겸..’이라고 슬며시 갖다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고마워요...”
그깟 택시비가 얼마나 한다고 아끼려고 그랬을까? 그걸 잘 알기에 고마움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많이 남았어요?”
“아니에요, 안 그래도 거의 끝나서 나갈까 하는 중이었어요...”
사실은 멍하게 앉아 있는 바람에 거의 손도 못 댔지만 내일 아침에 부랴부랴 처리할 수 밖에.
“뭐, 안 끝났더라도 접어야죠...주경 씨가 귀한 걸음을 하셨는데...”
“호호호~ 역시 성우 씨는 멋져~”
“헛~”
느닷없이 와락 껴안아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그녀에게서 희미하게 술 냄새가 풍겼다. 물론 그녀가 내 팔짱을 끼거나 노래방에서 둘이 블루스를 추기도 했었기에 이런 접촉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땐 은영도 장석에게 그러고 놀았기에 별다르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음~ 어디 있지?”
“주, 주경 씨 지금 뭐 하는...”
나를 정신 없게 만들어 놓고는 품에서 스르르 빠져나간 주경이 이번에는 마우스를 움직여 내 컴퓨터를 뒤지는 게 아닌가! 원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라는 건 익히 깨닫고 있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된다.
“웅~ 분명히 은영이가 그랬는데...여기서 재미있는 걸 봤다고...”
“헉~!!!”
청천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그냥 이대로 도망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 여자들은 평상시 어떤 대화를 나누는 거야? 그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주경 씨...혹시 은영이에게 장석 씨를 소개시킨 다음날 둘이서 통화 중에 온갖 이야기를 다했다는 게...”
“네, 그때 그러던데요? 사무실에서 포르노를 틀어놓고는 은영이를...”
“아, 아~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그만하죠...”
황급히 말문을 막았다. 뒤이어 나올 이야기가 뻔했기 때문이다.
“킥~ 킥~ 장난이에요...”
“나~ 참...”
생글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같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던 그 덕분에 종일 뒤숭숭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주경은 확실히 주변을 밝게 만드는 천성을 타고 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흠, 흠...녹차나 한잔 더 드릴까요?”
위험했다. 핑계 삼아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은영이..”
“네? 은영이요?”
그때 문득 들려온 말에 멈추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맑은 눈동자, 그 언젠가처럼 차분한 그 눈빛 뒤에서 뜨거움이 느껴졌다.
“많이 사랑하세요?”
“네, 당연히...”
“하지만 결혼은 아니고요?”
“그, 그건..”
“전 어때요?”
순간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은영과 내가 나눈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다. 두 여자 사이에 비밀이 거의 없다는 건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했었다. 그걸 지금 확인한 셈이다.
“그게 무슨 뜻이죠?”
그래도 일단은 못 알아듣는 척하며 이 상황을 피해보려 했다.
“유부녀 애인..”
“헉~”
하지만 곧바로 날아드는 스트레이트, 치명타였다. 무릎이 휘청거리는 걸 겨우 버텨냈다.
“주경 씨..우리 일단 나가서...”
몸이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멍하니 내려다보는 내 시선에 그녀에게 붙잡힌 팔목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에 매달린 손바닥 아래로 따스하면서도 부드러운 살덩이가 눌러져 있었다.
“전 나쁜 여자라고 했죠?”
“주경 씨...제발 이러지 말아요...”
젖가슴에 놓인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강하게 밀착시켰다. 억지로라도 벗어나려 한다면 약하디 약한 여자의 힘을 감당 못할 일이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를 못했다. 주경의 눈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칫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까 싶어서? 아니다, 그런 건 그저 자기합리화를 위한 핑계다. 그보다는 입으로만 거부할 뿐 내 진심은 이 아찔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싫은 게 진실이었다.
“은영이가 느끼는 걸 저도 느껴보고 싶었어요...”
아무리 친한 두 사람 사이라지만 이건 무슨 해괴한 논리일까?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너무나 타당하게 들리는 건 또 왜일까? 내가 원하기 때문이겠지.
“성우 씨도 늘 저를 가지고 싶어했잖아요? 이렇게....”
“허억~”
그녀의 손이 내 바지앞자락을 틀어 잡는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심지어 처음 만난 날조차도 그랬으니 말이다. 당장에라도 지퍼를 터뜨리고 뛰쳐나올 것만 같이 치솟은 자지기둥을 단단히 거머쥔 작고 보드라운 손이 미묘하게 움직이며 자극했다.
“주경 씨~”
“흐읍~”
그녀의 턱을 붙들고는 입술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뜨거운 숨결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매끄럽게 혀가 들어왔다.
‘주경 씨가 틀렸어요..전 정말로 나쁜 놈이에요...’
내 손이 그녀의 목덜미로 들어가 브래지어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 ‘찌익~’하고 바지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