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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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살덩이가 손아귀에 가득 밀려들었다. 금방이라도 분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은 매끄러운 살결이었다. 그 황홀한 느낌에 감탄하며 지긋이 거머쥐는 순간 자지에 감겨오는 뜨거우면서도 하늘하늘한 손가락, 아찔한 기분과 함께 하체가 휘청거렸다.

“후르릅~ 후룩~”

“흐응~ 응~”

두 혀가 서로의 타액을 탐하는 질척한 소리와 함께 색정적인 비음이 흘러나왔다. 어느덧 풀어헤쳐져 활짝 열린 주경의 블라우스 안에서는 브래지어 밖으로 노출된 젖가슴이 밀가루반죽처럼 마구 주물러지고, 그녀의 자그마한 손은 귀두 끝에서 흘러나온 점액을 기둥에다 발라가며 숨가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엇~!’

전혀 예상치도 못한 너무나 순식간인 감각의 상승이었다. 불알이 탱탱하게 당기면서 자지의 뿌리부근으로부터 뭔가가 부글부글 끊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황급히 입술을 떼어내며 젖가슴을 놓고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 잠깐~ 으~ 허억~”

“꺅~!!!”

하지만 이미 점화스위치를 눌러버린 자지는 첫 포탄을 주경의 얼굴로 맹렬하게 발사했다. 그리고서 연이어 2탄, 3탄이 날아갔다. 처음 콧잔등에 맞을 때만해도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던 그녀가 뒤이어 턱과 가슴으로 달라붙는 희멀건 정액들에는 조금 움찔할 뿐 자지를 붙든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포르노의 한 장면처럼 더럽혀져 가는 그녀 모습이 내 뇌리 속으로 강하게 파고드는 걸 느끼면서 지독한 쾌감에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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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 묻은 정액은 물론 브래지어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젖가슴마저 그냥 내버려둔 채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은 다음 티슈를 빼 들었다.

“..주경 씨..정말 미안해요...잠깐만 이렇게...”

고개를 들게 하고서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콧등을 깨끗이 한 다음 턱 언저리로 이동했을 때쯤에야 제정신이 든 주경이 입술을 요리조리 옴찔거리며 내가 닦기 편하게 도와주는 모습이 엄마에게 얼굴을 씻기는 어린아이 같아서 굉장히 귀여웠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얼굴을 다 닦고서 아래쪽을 향하자 순식간에 바뀌었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젖가슴과 그 한가운데에서 뾰로통하게 성을 낸 꼭지가 끈적한 정액을 잔뜩 뒤집어쓴 채 탁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광경에선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만 같았다.

“뭐해요? 빨리 안 닦고...”

“네? 아, 네...”

“킥~”

주저주저 망설이는 내 모습에 주경이 젖가슴을 불쑥 들이밀며 웃었다. 하기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떡 주무르듯이 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점잔을 빼니 놀림을 당해도 할말이 없었다. 뽀얀 살결의 유혹과 힘겹게 싸우며 마침내 아랫배에 묻은 것까지 모두 닦아냈다.

“여기도요..”

“...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맨 살이 아니었지만 손대기가 오히려 더 민망한 곳이었다. 그녀의 치마에서도 하필이면 사타구니 부분이 제일 많이 묻은 것이다. 이미 새하얗게 말라버린 몇 방울이 아주 짙은 색 치마와 대비되어 눈에 확 띄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선 그녀의 하체가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마르기 전에 어서요.”

그녀의 재촉에 티슈를 꾹꾹 누르자 폭신폭신한 하복부와 허벅지의 살들이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마침내 외곽으로만 돌던 손을 중심지로 옮겼다.

“아~”

도톰한 둔덕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순간 주경에게서 흘러나오는 작은 탄성, 나도 모르게 그곳에서 딱 멈춰버렸다. 여체의 가장 깊이 자리한 연약한 속살, 너무나 매혹적인 비밀이 숨어있는 바로 그곳이 내 손에다 뜨거운 숨결을 생생히 전하고 있었다.

“제대로 닦아내려면 천을 안쪽에서 손바닥으로 받쳐줘야 해요...”

“네? 아, 네..주경 씨...”

그녀의 말에 화들짝 정신이 들어 중심에서 손을 떼냈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충고임에도 불구하고 왜 내 귀에는 ‘안으로 손을 넣어 보지를 만져주세요’라고 들리는 것만 같을까? 그녀의 몸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안쪽에서 받쳐든 치마를 닦아나갔다. 깊은 골짜기에서 전해지는 은은한 열기가 손등에 느껴지자 손을 뒤집어 그곳으로 향하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별로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종이부스러기까지 달라붙어 더 지저분해져 버렸다.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겠는데요?”

“네, 아무래도 빨아서 말려야 할 것 같아요....”

결국 둘이서 내린 결론은 가는 길에 잠시 우리 집에 먼저 들러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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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전중인 나는 물론 조수석의 주경 역시 조용하기만 했다. 비록 마지막 선을 넘은 건 아니지만 잠깐의 실수로 치부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었다.

“걱정할 텐데 일단 전화부터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오늘 회사체육대회라서 회식하느라 많이 늦는 댔어요, 그래서 저도 약속을 잡으면서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미리 이야기했었어요...일단 치마부터 빨게 갈아입을 옷 좀 주세요...”

“네...”

은영이 와있을 땐 대부분 실내에서만 지내기에 보통은 둘 다 벗고 지내거나 - 사실 뭔가를 입을 일이 별로 없었다 - 입는다고 해도 간단하게 티만 입고 돌아다녔기에 마땅히 줄만한 여자 옷이 없었다. 차라리 생리대라면 종류별로 구색이 다 갖춰져 있지만 말이다.

“마땅한 게 없네요..그나마 이게 조금 작은 편이긴 한데...고무줄도 있고...”

“호호호~ 고마워요...”

반바지를 입히기에는 어색해서 내게는 약간 작은 추리닝바지를 주자 그걸 받아 들고서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휴~”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들킬까 조마조마했었다. 장석이 회식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그런 상태였다.

“휴우~”

나도 모르게 또다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본능이 원하는 대로? 음란하면서도 눈부시게 빛나던, 정액을 흠뻑 뒤집어쓴 주경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문틈으로 불빛이 새나오는 욕실을 쳐다보았다. 물소리가 요란한 걸 보면 샤워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선 새하얀 나신이 상상되면서 아랫도리가 부풀어올랐다. 왠지 저 문손잡이를 돌리면 쉽게 열릴 것만 같다. 아니,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든다. 구태여 장석의 부재를 내게 알린 걸 보면 말이다.

“50보나 100보나...”

무심결에 중얼거리다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내 진심은 바로 이거였다. 이미 쌀이 익어 밥이 됐다고 여기면서도 양심에 찔려 고민하는 척 주경이 먼저 도발해주기를 기대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비겁함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그래, 난 그런 놈이야...은영이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이왕지사 벌어질 일이라면 최소한 남자인 내가 먼저 저지르고 뒷일 역시 감당하는 게 옳다. 그렇게 결심하자 갑자기 머리 속이 맑아졌다.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욕실 문이 열렸다.

“아~ 개운해~”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며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춤했다.

“드라이기 드릴까요?”

내 입에서 맨 먼저 튀어나온 말은 어이없게도 이거였다. 그녀가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아름답다’이든가 ‘섹시하다’는 등이나, 하다 못해 도와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간단한 일마저도 못해내는 멍청이였다. ‘드라이기 드릴까요’ 라니! 내 주둥이를 쥐어박고만 싶었다. 조금 전까지의 그 자신만만함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이한테 전화부터 하고요...”

장석과 통화를 하는 주경을 지켜보는 사이 아파트철문까지도 뚫어버릴 것 같던 자지 역시 푹 삶은 오이처럼 돼버렸다.

“미안하다면서 먼저 자래요. 이사님한테 붙들렸대요. 오전근무를 빼줄 테니 걱정 말라고까지 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는가 봐요...어쩌면 그 이사님 집에서 자고 바로 출근할지도 몰라요..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저번에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말에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금 슬슬 피어 오르더니 장석이 외박할 수도 있다는 마지막 속삭임에서는 아랫도리가 완전히 부활했다.

“아~ 맞다, 빨래..”

마른 침을 삼키며 허리를 껴안으려는 그 찰나에 주경이 갑자기 손뼉을 치더니 뛰어가버렸다. 일부러 저러는 걸까? 남자를 안달하게 만드는 여자 특유의 기술 같은...그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론 내 욕정의 불꽃을 점점 더 거세게 타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절정은 바로 저 모습이었다.

베란다 천정에 매달린 행거에다 빨래를 너느라 까치발을 한 그녀의 낭창낭창한 허리가 다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내 발길을 그리로 이끈 건 그 아래쪽이었다. 아무래도 내 추리닝이 컸던지 흘러내린 고무줄이 골반의 중간쯤에 걸린 탓에 그 언젠가처럼 엉덩이에 완전히 파묻혀버린 가느다란 끈 팬티가 보였다. 뒤로 다가서 겨드랑이 사이로 두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잡았다.

“아흑~ 성우 씨~”

“주경 씨가 너무 아름다워서, 미치도록 아름다워서...참을 수가 없어요..가지겠어요...이 멋진 건 물론..”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지그시 쥐어짜자, 그녀가 양손을 뒤로 돌려 내 엉덩이를 바짝 당기며 달뜬 신음을 토해냈다.

“아앙~”

“이것도...당신의 모든 걸 내 걸로 만들 거에요...”

한 손을 내려 추리닝 앞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서는 가랑이를 거머쥐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작은 천으로 감싸인 두덩이 너무나 뜨거웠다.

“아흑~ 좋아~ 성우 씨 손이 거길 만져...앙~”

이미 밖으로까지 스민 미끈거리는 보짓물을 타고서 오솔길을 더듬자 그녀가 엉덩이를 흔들어 자지에다 마구 비벼댔다.

“흐읍~”

그녀의 몸을 빙글 돌려 허리를 꽉 껴안으며 키스를 퍼부었다. 다시 하체 쪽으로 내려간 내 손이 이번에는 팬티 안쪽까지 파고들자 그녀의 손 역시 내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칭칭 휘감긴 두 혀, 서로의 허리를 껴안은 채 비벼지는 젖가슴, 그리고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는 손까지 이 세 곳에서 동시에 전해지는 아찔한 감각이 둘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아학~”

상의는 물론 브래지어까지 가슴 위로 올려버리고서 젖가슴을 입에다 물자 진저리를 치며 내 머리를 꽉 끌어안는다. 포도알 같은 꼭지를 혀로 굴리는 중에도 그녀의 하체 앞뒤에 달라붙은 두 손은 바빴다. 어루만지고 비비고 찌르기까지, 주경의 요분질이 점점 더 커지며 보짓물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거기에서 풍겨오는 그 진하고도 아찔한 내음, 타는듯한 갈증에 무릎을 꿇으며 ‘주르르~’ 밑으로 내려왔다. 이미 발치로 떨어져버린 추리닝, 그녀의 하체엔 자그마한 팬티 밖에 없었다. 양팔로 엉덩이를 껴안으며 얼굴을 처박았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너무 좋은 냄새에요......”

“하아~ 성우 씨...”

얇디 얇은 반투명한 천 너머로 거웃이 부드럽게 사그락대며 좋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이마를 누르는 폭신한 아랫배는 물론 코끝에 닿은 도톰한 두덩도 짜릿했지만,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아찔한 향이 나를 가장 매혹시켰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그 체취를 한껏 즐기다가 간절히 원하던 것을 드디어 맛보기로 했다.

사타구니의 살 속으로 완전히 파고들듯한 팬티의 아랫부분에다 손가락을 걸어 조심스레 한쪽으로 젖혔다. 그러자 내 눈앞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비밀의 정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예뻐요, 주경 씨...”

은영의 것이 만개한 장미처럼 음란하다면 이건 초롱꽃이라고 불러야만 했다. 선명한 핑크색으로 깨끗한 느낌을 주는 얇은 보지입술, 조금은 애처롭기까지 한 작고 귀여운 싹, 그리고 거의 백색에 가까운 여린 점막까지 그녀의 아담한 몸처럼 모든 게 가녀렸다.

“깨끗하고 예쁜 보지...후릅~”

“아하하하악~~ 성우 씨~~”

보지에다 혀를 대는 순간 주경이 커다랗게 비명을 지르며 내 머리를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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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주경 씨...”

속삭이자 내 어깨에다 얼굴을 묻은 그녀의 몸이 잘게 떨었다.

“나도, 성우 씨..”

고개를 쳐든 그녀의 눈과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두 입술이 합쳐졌다. 격렬하지는 않지만 달콤하고도 짜릿한 키스가 오가자 여전히 박혀있던 기둥을 좁다란 동굴이 꽉꽉 조여왔다. 소파에 앉아 마주 안은 상태에서 그녀의 보지 속에다 이미 한차례 잔뜩 쏟아 부었었음에도 떨어지지 않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젠 가야겠지?”

“..으, 응...”

“내가 바래다줄게..”

“..고마워...”

이곳과 그녀의 보금자리, 바로 코 앞이어도 우리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두 장소였다.

“같이 씻을까? 내가 씻겨줄게..”

“응...”

하고 싶은 말들 그리고 나누어야만 할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허벅지 위에서 내려오려는 주경의 허리를 더 강하게 껴안았다.

“내가 안고 갈게..”

“정말?”

“후후후~ 걱정 마, 예쁜 애기를 소중하게 모실게..”

“앙~ 사랑해~ 쪽~ 쪽~”

그래, 지금만큼은 그저 이 감미로운 감정을 그냥 즐기자. 어쩌면 다시는 맛보지 못할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니까. 두 팔로 내 목을 꽉 껴안고서 허리에다 다리를 감은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든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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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이 없는 상황이라 자칫 구설수에라도 오를까 싶은 마음에 아예 내 차로 데려다 주었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도착하고서도 내리지 않은 채 침묵하던 그녀가 문득 물어왔다.

“후회해?”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미안하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주경 씨는?”

“사랑해~”

갑자기 그녀가 나를 껴안더니 속삭였다.

“난 자기가 미안해하지도 않길 바래...”

“주경 씨...”

“진심이야...자긴 좋은 사람이니까 누구한테도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아...”

그리고는 뜨겁게 키스를 하더니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내가 좋은 놈이라고?”

알쏭달쏭한 그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녀와 헤어지자마자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버거운 생각들을 애써 무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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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오는 걸 보니 이미 제법 마신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지며 반갑게 맞이한다.

“오~~~ 친구야~ 수고했어~~”

“컥~ 컥~ 숨막혀~~”

다만 아리따운 여자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이 무지막지한 인간의 품에서 ‘변신하지 않아도 헐크의 본질은 헐크’라는 걸 몸소 체험해야 하는가가 한스러웠다.

“이 몬스터 같은 녀석~!”

“윽~ 그렇게 심한 말을?”

“너 임마, 설마 신혼여행가서도 주경 씨를 이런 식으로 껴안는 거 아냐?”

“으흐흑~ 각시야~ 나 상처받았어~”

“킥~ 킥~”

“호호호호~”

장석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그것도 아주 절친한 사이로 말이다. 의외로 장석은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였다. 단지 그런 숨겨진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지금까지는 없었다. 보통의 경우, 위압적인 외형이 첫만남에서부터 상대에게 경계심을 주는데다가 그 이후론 전혀 상반된 섬세한 내면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며 거리를 둔단다. 그렇다고 장석이 먼저 다가서기에는 그 성격이 너무 소심했다. 나한테 그렇게나 적극적이었던 건 정말 놀라운 사건이었다고 한다. 주경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내가 편하고 좋았다니 말이다.

내가 주경에게서 그런 사정을 듣고 난 뒤 그의 구애(?)에 화답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미안한 마음이 작용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니, 갈수록 점점 더 깊어만 지고 있는 주경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뻔뻔스럽다고 해야 하나? 어쨌던 지금에 와서는 그런 동기를 떠나 정말로 좋은 친구를 얻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성우 너~!!”

“하아~ 또 왜~?”

산만했던 분위기가 좀 진정이 된다 싶더니 그러자마자 바로 오버하는 장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감성이 넘쳐나고 정이 너무 많아서 저럴 것이다.

“이거 한번 봐봐...”

“응? 뭔데 그래?”

불쑥 내미는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또 무슨 썰렁한 짓을 하려고 그러나 하는 심정으로 들여다보다가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어때? 임마, 이렇게 예쁜 제수씨를 놓친다면 넌 정말로 미친 놈이다. 응? 안 그래? 너 이 자식, 도대체 눈이 어디에 달렸기에 그렇게 높아? 저~기~ 인공위성에다 매달아놨어?”

입에다 거품까지 물어가며, 예쁘고 상냥한데다가 헌신적이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은영의 장점을 떠든다. 곰탱이답게 주경의 눈꼬리가 점점 더 샐쭉해지고 있는 줄도 전혀 모르고 말이다. 하기야 그렇게나 긴 시간 동안 부부나 다름없이 사귀고 있는 두 사람이 결혼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을 땐 당연히 숨겨진 사연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야 정상이건만, 줄기차게 은영을 ‘제수’라고 불러대는 그 둔감함을 생각하면 당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이 둔치의 무대뽀가 내 심장 한가운데를 제대로 관통했다.

“이 사진은 뭐야?”

장석의 핸드폰 안에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은영의 사진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아~ 그건요~”

주경이 이야기를 건네 받았다. 주경과 장석의 결혼식이 다음달로 다가온 시점이라 이런저런 준비가 많았는데 오늘은 웨딩드레스를 가봉하러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동행한 은영을 그 가게에서 보고는 조만간 고객이 될 거라고 여겼는지 마침 너무나 어울리는 샘플이 있다며 그냥 한번만 입어보라고 그렇게나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봐줬어야 할 나 대신에 거기에 있던 장석이 엄하게도 반해버린 거고.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과분한 찬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힌 채 고개를 숙인 은영이 보였다. 그런데 그 수줍은 모습이 웨딩드레스 차림의 사진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가슴이 찡했다.

‘그래, 장석이 말이 맞아..이런 여자를 다른 놈한테 뺏긴다면 접시 물에다 콱 코 박고 죽어야 해..’

주경과 그렇게 된 후 많은 걸 깨달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남의 여자를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저린 일인가를 알게 된 것이다. 유부녀가 되더라도 애인이 돼주겠다고 은영이 약속했던 그때 가슴한구석이 답답했던 이유가 무의식 중에도 그걸 느꼈던 때문이었다. 은영의 손을 꼭 잡고서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은영아...”

“응...”

긴장으로 깔깔해지는 입안을 축이고서 다음을 이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순간 실내가 조용해졌다. 눈이 왕방울만해진 은영은 물론 그 눈치 없는 장석마저 튀어나오려는 탄성을 참으려 스스로 입을 막을 정도였다.

“..그 동안 너한테 잘못한 게 너무 많은 걸 알아...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이젠 깨달았어...만회할 기회를 주겠니? 항상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할 자신은 없어. 하지만 그러려고 늘 노력하겠다는 것만큼은 약속할게....사랑해...”

참으로 이상했다. 전에는 은영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결혼하자고 말만 꺼내면 당연하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불안했다. 이런 내 심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낀 걸까? 늘 ‘제수’라고 부르던 장석마저 긴장한 모습이었다. 묵직한 공기가 숨막히게 만들던 적막감이 깨진 건 그때였다.

“흑..흑흑...흐~~윽~”

“은..영아?”

은영의 두 눈에서 굵은 물줄기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면서도 내 손을 아프게 거머쥐며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는 그녀에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으아아앙~~ 자기야~”

“은영아~”

그러나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날려 품으로 덥석 안겨 드는 따스한 여체에 긴장이 확 풀리는 게 느껴졌다. 내 가슴팍을 축축하게 적시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은영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끅~ 끅~ 사랑해~ 끅~ 자기야~ 흐흑~ 고마워~ 앙앙~ 사랑해~ 으아앙~~”

가슴 속 저 깊디 깊은 응달에 숨어있던 꽁꽁 언 얼음이 한꺼번에 녹아 내리는 모양이었다. 숨쉬기조차 힘들어할 정도로 흐느끼며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내 품을 한없이 파고들던 그녀의 눈에서 다시 봇물이 터졌다. 내게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을까? 난 정말 나쁜 놈이었나 보다. 이런 여자에게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서까지 내 쾌락을 충족시키라고 강요했으니 말이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축축해졌다.

“..미..안해...정말 미안...흑...해..은영아...사랑해...흑...”

결국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은영의 얼굴을 붙잡고서 입술을 겹쳤다.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보드라운 뺨이 애잔함으로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론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말랑말랑한 혀를 강하게 빨아들이며 뺨을 쓰다듬다가 귀를 만지고 목덜미를 더듬었다. 그러고도 점점 더 심해지는 갈증에 등과 허리로 내려온 내 손이 탱탱한 엉덩이를 거머쥐었다가 결국 허벅지를 거스르며 치마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경과 장석이 바로 앞에서 눈이 동그래져 지켜보고 있건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은영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만지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만 같은데 어찌한단 말인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그녀의 흐드러진 보지를 빨아서 달콤한 감로수로 갈증을 달랜 뒤에 그 깊은 곳의 뜨거운 질에다 자지를 박아 넣어야만 했다.

“여보야...먼저 가자...”

“응...”

주경의 자그마한 목소리에 순순히 수긍하는 장석의 대답이 들렸다. 그리고 그 울림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내 바지 속으로 들어오는 은영의 손길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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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술집의 구석방에서 우리는 실제로 성기를 결합하고 말았다. 신기한 건 그렇게 서로의 몸이 연결되었다는 감각이 느껴지자마자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곧바로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저 찔러 넣기만 해놓은 채 키스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다 집으로 와서는 ‘활~활~’ 남김없이 타올랐다. 중간중간에 사정 후 잠시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리는 아주 짧은 시간만 빼고서 끊임없이 박아댔다. 내가 그렇게 연속으로 사정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지만, 은영의 입, 보지, 그리고 항문까지 자지가 들어갈 수 있는 세 구멍 모두를 한꺼번에 정액으로 가득 채운 것도 처음이었다.

“자기야...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며 목이 쉬도록 사랑한다고 울부짖었던 그녀가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서며 했던 대답 또한 전혀 예상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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