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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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종업원이 차를 가져올 때까지 정적만이 흘렀다. 찻잔을 들어 입만 대고 내려놓은 은영의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시작인가? 하지만 잠시 머문 시선은 곧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다짜고짜 만나보면 알게 될 거라니...”

“아빠...그게 사실은...”

머뭇거리는 은영, 잔뜩 기가 죽은 그 모습에서 평상시 부녀간의 관계가 짐작되었다. 저렇게 컸기에 ‘거절할 줄 모르는 여자’가 된 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반감이 올라오는 걸 꾹~ 참으며 말했다.

“갑자기 끼어드는 게 버릇없는 짓인 줄은 알지만 제가 대신 말씀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흠, 흠....그렇다면....어디 한번 해보게.”

자신의 권위를 침범 받았다고 느끼는지 눈살을 잠깐 찌푸리더니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찍힌 것 같다

미리 입을 맞춘 대로 3년 동안 사귀어온 게 사실은 나이며, 명계는 그저 임시방편으로 내세운 사람이라는 설명에 그가 딸에게 물었다.

“사실이냐?”

“네...속여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따님 탓이 아니라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동시에 나온 사죄의 말에 그가 묵묵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아.주. 예의가 바른 친구군.”

결코 칭찬이 아니란 걸 잘 안다. 풍겨지는 뉘앙스가 ‘건방진 놈’이라는 듯했다. 안 좋은 예감이 맞았던 모양이다.

“내 딸이 남자들에게 이렇게나 인기가 좋은 줄은 미처 몰랐군.”

“아, 아빠!”

빈정거림이 가득했다.

“성우라고 했나?”

“네, 맞습니다.”

주먹을 꽉 쥐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감정에 휩쓸리면 일만 더 어려워진다. 어쨌던 은영의 아버지가 아니던가.

“은영이하고 오래 전부터 깊은 관계인데다가 결혼하고 싶다고?”

“네.”

“이상하군. 명계라는 친구도 똑같은 말을 하던데? 이미 부부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말이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침착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아픈 곳을 건드려오자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앙되었다. 그래도 변명을 하려고 최대한 애썼다.

“그, 그건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그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거짓으로...”

“은영이가 그렇게 말하던가? 내 나이가 되면 그 말이 진짠지 아닌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가 있지. 자넨 순진한 건가? 아니면 다 알면서도 이해하는 건가?”

순간 말문이 탁 막혀버렸다.

“대답을 안 들어도 알겠군. 뭐~ 워낙 자유로운 요즘 젊은이들이라서 그쯤은 별게 아닐 수도 있겠구먼.”

지독했다. 정말로 지독했다. 실내를 가득 채운 악의가 나를 숨막히게 했다. 하지만 그의 독설은 아직도 끝난 게 아니었다.

“보아하니 가정교육을 잘 받은 청년 같은데...좋은 혼처를 놔두고 구태여 이런 문젯거리를 떠안을 필요가 있는가?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쯧쯧~ 쯔~”

딸이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남자 앞에서 저게 할 소리란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딱 잘라 말하지. 난 자네보다는 명계라는 그 친구에게 더 마음이 가네.”

“아, 아빠~!!!!”

“그렇다고 자네가 부족하단 뜻은 아니야, 오히려 넘쳐. 하지만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야 문제가 안 생기는 법이지. 그런 점에서 내 딸 수준에는 그 정도의 친구가 딱이야.”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바보는 아니다. 이런저런 말로 교묘하게 나를 띄우는 듯했지만 의미는 단 하나였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은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이런 상황은 도저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테이블 밑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꼭~ 거머쥐었다. 그러자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며 마음이 든든해졌다.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엉거주춤 따라선 은영이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곧 나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이것으로 우리의 뜻을 밝힌 것이다.

“흠..뭐, 어차피 제 인생 제가 사는 거니까...어쨌던 나는 분명히 내 뜻을 밝혔다. 크흠~”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지막 저 말은 아마 유산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이리라. 은영을 잡아 끌었다.

“아버님, 오늘은 이렇게 간단하게 인사만 드리고 다음에 정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아빠...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집에서 다시 이야기해요..”

“들어오기는 하는 거고?”

기어코 마지막까지 딸에게 상처를 주는 저 태도에 치가 떨린다. 은영의 아버지만 아니었더라면 주먹이 날아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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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는 모습이 가슴저리게 했다. 나야 막말로 그냥 ‘똥 밟았구나’하고 생각해버리면 기분만 좀 더럽고 말 정도지만, 정작 크게 상처를 받은 건 그녀가 아니던가? 시퍼렇게 날이 선 그 독설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치솟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보인 그녀가 의외로 담담하다는 건 그만큼이나 익숙하다는 거다. 집을 탈출하려는 애닯은 그 몸부림이 새삼 사무쳐온다.

“걱정 마. 넌 내 거야, 누구한테도 안 뺏겨.”

“응.”

내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게 날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은영이 너, 내일 아침에 회사에다 전화해서 월차를 낼 수 있겠어?”

“응? 그거야 실장님한테 부탁하면 되긴 될 거야, 왜?”

“우리 밤바다나 보러 가자.”

“지금?”

“그래,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고 맛있는 회에다 소주도 한잔, 어때?”

“으, 응...생각만 해도 좋긴 한데...아빠한테 아까..”

“후후후~ 너나 나나 이미 찍힐 때로 찍혀서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거 같던데, 아니야? 그렇게 된 거 제대로 한번 시위를 해보는 거지, 뭐~. 보시다시피 우리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하고.”

“킥~ 자기 말이 맞아~”

이렇게나 잘 웃고 조금만 신경을 써줘도 진심으로 행복해하는데....은영의 자그마한 손을 꼭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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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 철썩~’

파도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답답했던 가슴 속을 탁 틔워주는 것만 같았다. 내 가슴에다 등을 기대고서 안겨있던 은영에게 소곤거렸다.

“춥지 않아?”

“응, 괜찮아. 자기 품이 너무 따뜻해. 아~ 좋아~”

품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면서 자신의 아랫배에 있던 내 두 손을 잡아다 젖가슴에다 놓더니 보채듯이 꾹 누른다. 그 귀여운 칭얼거림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서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은영아.”

“응?”

“우리 일단 먼저 합칠래?’

“합치다니?”

정말로 명계를 사윗감으로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우리 둘을 깨놓으려고 그런 건지는 판단이 안 선다. 어쨌던 아까 그곳을 나오며 이미 결심을 했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을 은영을 하루라도 빨리 빼내오자고 말이다.

“살림살이는 다 있으니까 넌 몸만 들어오면 돼. 장석이처럼 우선은 혼인신고만 해놓고 식은 나중에 천천히 올리는 걸로, 어때?”

“자, 자기야?”

“우리 부모님은 걱정 마, 사실 원하기만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날을 받을 수가 있어.”

막내의 열렬한 팬이자 영원한 우군인 어머니가 계신데다가 - 그분의 부드러운 웃음에 대항할 수 있는 식구는 아무도 없었다 - 오랜 세월 교직에만 계셨지만 나보다도 더 신세대적인 사고를 가지신 아버지라면 반대하시진 않을 거다. 아니, 나이만 잔뜩 먹고도 도통 가정을 꾸릴 생각은 않은 채 객지에서 혼자 저러고 있는 아들의 색싯감이 나타나길 잔뜩 고대하고 계신 분들이다. 가끔씩 반 진담으로 어디에다 숨겨놓은 자식 하나쯤 없는가 은근히 물으실 정도니.

“반드시 아버지의 허락부터 받아야겠니? 그래야 되겠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녀의 주저함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너희 집 아니, 아버지의 재산이 많아?”

“그, 그건...”

은영이 당황스러워했다.

“우리 집이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 문제로 고민할 정도는 아니야. 알다시피 지금 아파트도 부모님께서 사주신 거고...”

자기명의의 집이라도 한 채 있어야 여자들에게 무시 받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강력한 주장으로 그렇게 된 거였다. 물론 그건 빨리 장가가라는 무언의 압박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 둘이 버는 거면 사치까지는 아니라도 저축하면서도 즐기고 살 수 있어. 그 유산 꼭 있어야겠니?”

조용히 침묵하던 은영이 아주 작게 말했다.

“응? 뭐라고? 잘 안 들렸어, 다시 말해봐.”

“...내 몫이니까...”

“으, 은영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은영에게 이런 욕심이 있었다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걸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의외였을 뿐이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흑~ 흑흑~”

“으, 은영아? 그래, 그래, 미안해. 내가 내 생각만 하고서...”

“아앙~ 앙~ 아니야~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엉엉~”

내 가슴팍이 흥건해질 정도로까지 한참을 운 은영이 털어놓은 사연에는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그녀는 돈 욕심이 난 게 아니라 자기 몫을 계모나 배다른 형제들에게 넘겨주기 싫은 것뿐이었다. 그들에게서 알게 모르게 받아온 상처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이혼할 당시 그녀의 어머닌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났다고 한다. 간통을 현장에서 들켰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아빠 말만 듣고 엄마를 정말 미워했었어.”

워낙 어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느 정도 커서야 나중에 알았단다. 새엄마와 배다른 동생이 한꺼번에 생겼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그것도 2살 터울밖에 나지 않는 남동생이었다. 부모가 이혼한 건 은영이 5살 때의 일이었다.

“엄마가 했던 말이 처음엔 그냥 변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해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가끔씩 생모를 만날 때면 지금은 행복하게 살기에 여한이 없다면서도 한번씩 하소연을 한단다.

사업하느라 늘 바빴다는 은영의 아버지가 어떻게 그 현장을 잡았을까? 일부러 그런 상황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자신의 아들까지 낳은 내연녀를 자연스럽게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위자료까지 아끼는 그런 목적으로 말이다.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건 알지만 왠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워낙 첫 대면이 강렬(?)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은영아.”

“응.”

“아빠를 설득할 자신은 있어?”

“..모르겠어...명계...흡~”

“괜찮아, 이야기해봐.”

무심결에 그 이름을 꺼내다 황급히 입을 막는 은영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명계 씨를 만났을 땐 전혀 안 그랬는데...”

“후후후~ 아까 그러셨잖아?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그 정도까진 아니었어. 자기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아빠도 분명히 알 텐데..우리가 정말 사랑한다는 것도..그런데..그런데...흑..흑흑..”

설움이 북받치는지 말을 하다 말고 다시 울기 시작한다. 그런 은영을 껴안고 달래다 흐느낌이 잦아들자 한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내 말 잘 들어봐.”

“응.”

“혹시 ‘유류분’이라고 알아?”

“그게 뭔데?”

누군가가 만약에 유언으로 인해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한 경우라도, 원래 정당하게 상속받아야 했을 금액의 1/2을 나머지 상속인들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다. 그 1/2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이라고 한다. 물론 그 권리는 고인의 직계가족에 한해서만 가지지만 말이다.

“물론 네 마음에는 안차겠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소송을 통해 네 몫의 반은 가져올 수 있어. 어때?”

“저, 정말 그럴 수가 있어?”

“인터넷에서 ‘유류분청구소송’이라고 쳐보면 금새 나와.”

“자기야~ 고마워~”

“어이쿠~ 하하하~”

숨이 막힐 정도로 내 목을 꽉 껴안고서 좋아하는 은영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래도 괜찮겠어? 아깝지 않아? 반이나 포기하는 건데..”

“아니야, 그런 게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벌써 집을 나왔을 거야. 한 푼도 안 주겠다니까 너무 억울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 엄마 생각이 난 거지?”

“으, 응...”

그랬을 것이다. 결혼 초부터 딴 여자에게서 자식까지 본 사람에게 죄인처럼 쫓겨났던 생모의 억울함이 가슴 속에 맺혀있었던 것이다.

은영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차라리 그게 나았다. 왠지 그녀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도 두고두고 유산문제로 괴롭힘을 당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와서 바로 짐을 옮겨, 알았지?”

“자, 자기 부모님께?”

“하하하~ 걱정 마, 아마 친딸처럼 예뻐해 주실 거야. 우리 집엔 아들밖에 없어서 형수들도 엄청 귀여움을 받거든.”

“그래도...”

“나만 믿으라니까?”

그렇게 안심을 시키며 치마 밑으로 슬며시 손을 넣었다.

“자기야!”

“괜찮아, 어두워서 안 보여.”

모래사장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거리가 멀었다.

“오늘은 우리가 약혼한 날이니까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 뭔가 멋진 추억거리가 있어야지.”

“치~ 핑계는? 아흑~”

“너도 벌써 많이 젖었는데?”

“그, 그거야...자기가 아까부터 가슴을 만졌으니까...”

팬티 속으로 들어간 내 손가락에 물기로 미끈미끈한 살점이 흐느적거리며 달라붙어왔던 것이다.

“벗어봐.”

“서, 설마 여기서 하려고?”

“어두워서 사람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잘 안 되는데 뭘? 누가 오는 것 같으면 그냥 얌전히 앉아있으면 돼.”

“아앙~”

음핵을 자극하면서 살살 꼬드겼다. 결국은 내 말대로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딱 잘라 거절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너무 떨려.”

“후후후~ 안심해, 내가 있잖아...”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은영이 훤하게 트인 사방을 몇 번이나 두리번거려 근처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서 치마 속으로부터 팬티를 빼낸 것이다. 두 다리를 쭉 편 다음 바지의 지퍼만 열고서 자지를 꺼냈다. 그러자 귀두에 묻은 겉물이 바람 때문에 서늘해지는 느낌이 아주 색달랐다.

“자...내 다리를 짚고 허벅지 위로 올라앉아.”

“이렇게?”

시키는 대로 가랑이를 벌려 등을 보이며 조심스레 주저앉는다. 내가 치마자락을 넓게 펴 둘의 하체를 덮은 다음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잡는 순간 엉덩이에 짓눌린 자지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아~ 아직은 완전히 앉지 말고...”

“미, 미안해, 자기야. 많이 아파?”

“후후후~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이제는 내 자지를 잡아서 보지에다 넣어.”

“으, 응..”

이제는 그녀도 흥분이 됐는지 주변을 살피는 것도 잊고 있었다. 살짝 들린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손이 들어오더니 기둥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귀두를 보지입술에다 비비며 구멍을 찾더니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흑~”

“은영아, 굉장히 뜨겁고..엄청 조여..”

서늘한 밤공기 때문인지 보지 속은 화상을 입을 것처럼 너무나 뜨거웠다.

“하아~ 하아~”

완전히 주저앉은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 쉬자 질도 덩달아 조이고 풀리며 자지를 쥐어짜고 있었다.

“사랑해, 자기야...”

“사랑하는 내 아내, 은영이..”

“아앙~~”

처음으로 불러본 ‘아내’라는 호칭에 보지가 움찔하며 꽉 물어왔다. 그리고는 은영이 내 무릎을 짚은 채 엉덩이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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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싯감을 데리고 내려가겠다는 전화를 드리자 부모님은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두 분은 은영이 너무나 예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특히 어머니는 큰 절을 받은 후부터는 아예 은영을 내내 끼고 앉아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자~ 아들~ 이제 다 털어놔봐~”

피곤하겠다며 은영을 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한 어머니는 되돌아오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역시나 어머니였다. 막내아들이 뭔가 할말이 있는데도 망설인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아무리 너그러운 부모님이라지만 어디 그게 쉽게 입에서 떨어질 이야기인가? 하지만 미룰 수는 없는 문제였다.

“아버지, 엄마..사실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릴게요.”

“어머머머~ 얘가 미리 겁부터 주네? 빨리 이야기해봐. 난 우리아들을 믿으니까.”

“하하하~ 그래, 걱정 말고 편하게 말하려무나.”

막내가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해놓고 얼렁뚱땅 어리광으로 때우려나 싶은지 두 분은 웃음만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부모님의 안색은 점점 더 굳어만 갔다.

‘철썩~’

길고 길었던 이야기가 끝나자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내 등을 요란하게 때렸다.

“이 나쁜 녀석!”

“엄마?”

“그 가여운 애를...3년이나...흑~”

“엄마...미안해...”

“흑~ 흑~ 내 아들이 이렇게 나쁜 녀석이었다니...흑~”

흐느끼는 어머니를 껴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아버지는 그런 두 모자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 천정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만 내쉬더니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되자 말문을 열었다.

“그쪽 아버지를 내가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까?”

“아버지, 그건 나중에 제가 봐서 괜찮겠다 싶을 때 자리를 만들어 볼게요. 지금은 오히려 역효과만 생겨요.”

그날의 일을 돌이켜볼 때 무턱대고 두 분을 만나게 했다가는 아버지가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 가히 짐작이 안 갔다. 아니, 어쩌면 내게 한 것처럼 ‘당신이 며느리삼고 싶어하는 내 딸이 사실은 두 남자에게 가랑이를 벌렸소’ 이러지 말란 법이 없었다.

부모님께 차마 모두를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그저 3년간 깊게 사귀면서도 별생각이 없던 내가 뒤늦게야 철이 들어 허락을 받으러 갔다가 완강한 반대에 부닥치는 바람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인정받으려고도 생각해봤지만, 전형적인 가부장 스타일의 완고한 아버지는 물론 계모와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너무나 힘들어하는 그녀를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선후가 뒤바뀌었더라도 일단은 살림부터 차리고 싶다고만 했다.

“나중에라도 허락을 받을 자신은 있고?”

“네, 아버지. 자신감을 떠나서 꼭 그래야죠.”

“알았다, 널 믿으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다행히도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나 수월하게 이해해주셨다. 이번에는 어머니였다. 아니, 이미 허락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렇게나 은영을 안타까워하니 말이다.

“못된 놈.”

“아얏~ 엄마~ 미안~ 내가 잘못했으니까 용서해~ 응? 이렇게 싹싹 빌게~”

다만 믿었던 아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뿐이다. 이렇게 팔뚝에 멍이 들만큼 아프게 꼬집는 걸 보면 말이다.

“흥~ 넌 내 아들이 아니야. 우리막내가 얼마나 착한데..”

“엄마~ 사랑해.”

“저리가~ 미워.”

“고마워. 정..말...”

“성우야?”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뺨을 비비며 아양을 떨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져 버렸다. 은영이 너무나 가엽고 안타까워서 그렇게나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미워질 정도로 정이 많은 분이었다.

“이제 곧 장가갈 녀석이 이게 뭐야? 눈물이나 질질 짜면서 엄마만 찾고...”

어머니가 내 눈시울을 닦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은영에게서도 느꼈던 세상에서 제일 따스하고 포근한 이 느낌, 어쩌면 이게 바로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거다.

“헤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엄마~”

“그런 아부는 네 색시한테나 가서 해. 빨랑 가봐, 혼자서 초조하고 불안할 거야.”

“역시 우리엄마가 최고라니까?”

“하여간 옛말 그른 거 하나도 없다니까? 애지중지 키워봐야 장가가면 제 색시만 챙긴다더니..”

말만 그럴 뿐 등을 떠밀며 재촉하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서 안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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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끈 채 침대 위에서 뒤척뒤척하고 있었다. 간만에 온 집이라 조금은 낯설어 그렇던지 아니면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도 몰랐다. 어쨌던 큰 고비를 하나 넘고 나니 너무나 후련했다. 지금 상황에서 부모님의 허락은 가장 든든한 배경이었다. 그렇게까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은영은 이미 내 아내이며 우리식구인 것이다.

“어? 은영아!”

조용히 문이 열리더니 은영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자기...”

“잠이 안 와? 엄마는?”

“어머님이 쫓아냈어. 여기서 자래.”

“엄마가?”

“응. 아버님이 주말엔 늦잠을 주무시니까 아침에 여기로 건너온 것처럼 하면 된다면서...”

“엄마도 참~ 어서 들어와.”

빈방에서 은영이를 데리고 잔다던 어머니의 배려였다. 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보드라운 여체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부모님이 잠들어있는 고향집이라 그럴까? 이상하게도 평상시보다도 더 흥분이 밀려왔다.

“자, 자기야! 안돼, 그냥 자.”

“쉿~! 큰소리 내지마.”

잠옷대용으로 입은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보지를 더듬기 시작하자 은영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런 그녀의 팬티를 슬며시 끌어내리고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며 속삭였다.

“아직도 모르겠니? 엄마가 널 이리 보낸 건 열심히 이걸 해서 빨리 손주를 안겨달라는 뜻이야, 후후후~”

“서, 설마 그런...아흑~”

치마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서 단숨에 혀로 훑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보지를 가른 공격에 은영에게서 힘겹게 낮춘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서 본격적으로 빨기 시작하자 이불자락이라도 입에다 문 건지 ‘웅~ 웅~’거리는 울림과 함께 그녀가 허리를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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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를 온데다가 여러모로 긴장을 했던 탓인지 은영은 사랑을 나누고 난 뒤 바로 골아 떨어졌다. 나 역시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여전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뒤척대다가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향하는 순간 안방에서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

잘못 들었나 하고 다시 움직이려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명확하게 들려왔다.

‘서, 설마?’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나도 모르게 뒤꿈치를 들고서 다가가 문에다 귀를 갖다 댔다. 아주 낮고도 가는 음성, 감기몸살이라도 앓는 것처럼 끙끙대는 그건 분명 어머니였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불에라도 덴 듯이 화들짝 물러서 내 방으로 도망치다시피 돌아왔다.

“하아~ 하아~”

문을 닫자마자 긴장이 풀어지며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그래. 엄마나 아버지도 보통의 사람들인데 새삼스럽게...’

50대 중반의 연세지만 나이보다 많이 젊어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건강한 분들이었다. 부부관계가 있는 게 당연했다. 아니, 아직도 저렇게 서로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왜일까?

‘가만 그렇다면 아버지도 아신다는 거잖아?’

어머니가 안방으로 넘어갔다는 건 곧 은영이 여기서 잔다는 걸 아버지 역시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침에 조금 민망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아까 말씀드릴 때 이미 오래 전부터 깊은 관계라고 다 고백했었다. 그래야만 한시바삐 둘이 합쳐야 하는 당위성을 높이기에 말이다.

‘훗~ 엄마가 덮친 건가?’

아무래도 은영을 보내놓고는 싱숭생숭한 기분에 결국 안방으로 찾아간 모양이었다.

침대 위를 보자 아까 모습 그대로 젖혀진 치마 아래쪽으로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고 잠든 은영이 나를 유혹했다. 알몸이 되어 그녀 뒤쪽에다 몸을 붙인 다음 자지를 쥐고서 구멍을 더듬었다.

“자, 자기?”

“그래, 나야...”

“아흑~”

안쪽에 남아있던 정액 덕분에 쉽게 삽입이 되자 은영이 곧바로 깨어났다. 그리고는 젖가슴을 거머쥐며 엉덩이에다 부딪쳐가는 내 박음질에 신음을 흘렸다. 문득 옷을 벗기 전부터 이미 발기가 되어있었다는 게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한 채 속도를 높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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