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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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상경해서 당장 신접살림으로 싹 바꾸어주겠다는 어머니를 나중에 결혼식을 올린 후로 미루자며 겨우 달랬다. 하지만 각종 찬거리는 물론 소 꼬리며 고기들에다 보약까지, 승용차의 트렁크를 꽉꽉 채운 그것들마저 사양할 수는 없었다. 주고 또 주어도 늘 아쉽고 부족하게만 느끼는 당신의 마음이니까 말이다.

“은영이 너, 정말 큰일이다? 엄마가 준 거 다 먹고 나면 완전히 굴러다니겠는데? 하하하~”

어머니가 은영에게 혼자만 먹으라고 신신당부한 것들은 대부분 고 단백질의 보양식이었다. 허락을 조금이라도 쉽게 받기 위해서 그녀가 처한 힘든 상황을 약간 과장했더니, 아마 계모에게 구박을 받는 동화 속의 부엌데기 신데렐라를 상상하셨던 모양이다.

“흑흑~”

“으, 은영아? 왜 그래?”

그런데 그때까지 조용히 앉아있던 은영이 내 농담에 갑자기 흐느꼈다.

“우리 잠깐만 쉬었다 가자.”

마침 휴게소가 보이길래 곧바로 핸들을 꺾었다. 차를 세우고서 은영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다음 껴안았다.

“흑흑흑~ 엄마~ 흑흑~”

내 가슴에다 얼굴을 파묻고 우는 그녀의 중얼거림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 부모님의 따스한 사랑을 느낄수록 그녀의 서러움은 상대적으로 커졌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자꾸만 비교가 되었을 터니까.

“은영아...”

“훌쩍~ 미안해...”

아직도 눈물을 글썽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이마에다 입을 살짝 맞춰주고는 속삭였다.

“너, 지금 어머님한테 연락해볼래?”

“우리 엄마?”

“응.”

“엄마는 왜?”

“여쭤보고 혹시 시간이 되면 가는 길에 뵙자. 당연히 어머님께도 허락을 받아야지..”

“자..기...”

“후후후~ 우리 울보가 또 울려고 그러네? 자~ 자~ 빨리 전화 드려봐...”

이건 아주 큰 실수였다. 어떻게 이런 중요한 일을 까먹을 수가 있었을까? 전화기버튼을 누르는 은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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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은영의 어머니와 바로 약속을 잡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무리하게 따님을 데려오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부모님께 했던 이야기와 비슷하게 사정을 설명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아왔다.

“고마워요...우리 은영이..흑....”

은영과 너무나 똑같은 맑은 눈동자에 물기가 가득 고인다.

“편하게 말씀 놓으세요, 어머님.”

“흑흑~ 그래, 그러지...우리 딸..잘 부탁하네...윤 서방...흑흑흑~”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약속만큼은 확실히 드리겠지만...아무래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을 테니 어머님께서 저희를 자주 찾아주셔서 은영이를 챙겨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그 동안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을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어쨌던 딸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못난 어미였으니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지금껏 제대로 마음 편하게 만나지도 못했던 두 모녀간에 밀렸던 정을 담뿍 쌓길 바랬다.

“은영이, 내 딸...흑~”

“흑~ 엄마~”

“흑흑~ 이젠 안심이야...흑흑~”

부둥켜안고 펑펑 우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 역시 눈가가 축축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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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피곤이 밀려왔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린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피로였다. 고향집에서부터 먼 길을 올라와 은영의 어머니 - 이제는 장모가 된 - 를 만나고서 집으로 돌아와 짐들을 정리하기까지 거의 쉴 틈이 없었던 것이다. 은영의 손을 잡아 끌어 곁에다 앉혔다.

“자~ 조금만 쉬었다가 같이 씻자.”

그때 은영이 부스럭거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뭔데?”

도톰한 두 개의 편지봉투였다.

“이건 어머님이 주신 거, 이건 아버님 거..”

“응? 엄마랑 아버지가? 어~!”

그걸 받아서 열어보자 빳빳한 지폐가 소복이 쌓여있었던 것이다. 짐작이 가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걸 왜 날 줘? 뭐라며 주시던데?”

“그, 그게...”

“후후후~ 너 용돈 하라고 주신 거 아냐? 맞지?”

“그렇긴 하지만...”

나는 그걸 은영의 손에다 다시 쥐어주고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흐음~ 도로 안 가져가면 지금 바로 전화해서 이른다? 그래도 좋아?”

“아, 안돼~”

“하하하하~ 그냥 ‘고맙습니다~’ 그러고 마음 편하게 써도 돼. 형수들도 다 받았었으니까..”

“정말?”

“정말이지~ 금새 들통날 일을 내가 왜 거짓말해?”

“그렇구나......”

은영은 신기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내가 생각해도 우리 부모님이 좀 특별한 것 같긴 했다.

“햐~ 그렇다곤 해도 네가 정말 마음에 드셨나 본데?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지만 형수들에 비해 몇 배는 되는 걸?”

“그, 그런 거야?”

물론 형수들과는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그냥 인사를 드리러 온 것과 살림을 차리겠다고 데려간 게 어떻게 같을까? 게다가 은영에 대한 측은지심까지 더해졌으니. 물론 괜히 그런 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저 많이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느끼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래도 너무 많은데...”

언뜻 봐도 각각 100만원씩은 되어 보였었다. 너무 송구스러운지 부담을 느끼는 듯한 은영의 엉덩이를 슬며시 쓰다듬으며 음흉한 얼굴로 속삭였다.

“정 부담스러우면...날 위해서 아주 야한 속옷을 사 입고 보여줘...알았지?”

“치~ 엉큼해~”

“어? 내가 아주, 아주 엉큼한 색돌이라는 거 몰랐어? 어쩌지? 이제 와선 무를 수도 없는데?”

“앙~ 자기야~ 사랑해~”

“사랑해, 은영아...”

그녀가 내 목을 와락 끌어안는 순간 우리는 입술을 겹치며 나란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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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집으로 찾아 뵈었으면 한다는 내 전화에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장인 - 과연 그렇게 부를 날이 올까 점점 더 확신이 없어지고 있지만 - 의 대답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비록 우리 부모님은 물론 장모님에게까지도 허락을 다 받아냈지만, 정작 은영이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는 방을 빼겠단 통보를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물차를 불러 짐을 실어내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은영이 과감한 행동을 보였다. 장인과 어떻게 이야기가 됐는지 당장 급한 옷가지와 몇몇 물건만 챙겨 나와버린 것이다. 나머지는 나중에 택배를 이용해 보내오기로 했다는 걸 보니 그다지 화기애애한 결말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하하하~ 축하한다, 친구야~ 이젠 정말로 제수씨가 된 거네요? 은영 씨.”

“야~ 야~ 임마. 형수면 형수지, 제수라니? 우리나라 족보가 언제부터 거꾸로 읽는 거였냐?”

“내가 그랬잖아?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출생신고를 늦게 했다고?”

“캬~ 이 자식, 어디서 쌍팔년도에나 써먹던 구라를? 시꺼~~ 네 놈 자신을 똑똑히 보고 얘기해라, 감히 그런 소리가 나와? 감기도 피해가는 몬스터 주제에..”

“크윽~ 또, 또 저 소리~ 흑흑~ 색시야~~”

“호호호호~ 꼭 ‘덤 앤 더머’ 같아~”

“깔깔깔~”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우리가 드디어 정식으로 부부가 된 날이었다. 장석과 주경을 초대해 저녁을 같이했다. 그리고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술판이 벌어진 것이다. 변함없이 주접을 떠는 장석과 옥신각신 말장난을 하는 중에도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붙어 앉은 두 여자를 보자 기분이 야릇했다.

‘저 둘은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참으로 질기고도 묘한 인연이었다. 친구이면서도 경쟁자인 관계가 과거를 거쳐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마자 문득 떠오르는 생각.

‘헉~ 그렇다면 명계란 놈하고 나도 전생에 부부?’

순간 입 속에 든 안주가 튀어나올뻔했다.

‘그나저나..잘 처리는 한 건가?’

자신에게 맡겨달라던 은영을 믿고 더 이상 물은 적은 없었다. 하기야 그럴 경황도 없이 숨가쁘게 닥쳐온 일들이 워낙 많기는 했었다. 어쨌던 이번에 은영이 보인 행동을 보면 의외로 단호한 면도 있는 것도 같으니까 그냥 믿어볼 밖에는. 어쩌면 이제는 법적으로도 완전히 내 아내가 되었다는 점이 이런 여유를 가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참~ 성우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응, 그게 뭔데?”

대충 타이밍이 되었다 싶었다. 장석이 엉뚱한 말을 꺼낼 순간 말이다. 평소에도 그는 분위기를 잘 따라가다가 꼭 한번씩 헛소리를 해대곤 했다. 이번에는 무엇일까 은근히 기대마저 되는 걸 보면 이것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순진한 척하는 저 놈이 사실은 의뭉을 떠는 고수라서 날 길들이고 있는지도.

“우리가 신혼여행갈 때 너희도 같이 가는 거야? 어때, 죽이는 생각이지?”

나만이 아니라 두 여자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자 장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그렇게 하면 각자 가는 것보다 비용도 아끼고..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임마.”

“으, 응...”

“너 신혼여행을 1박2일로 다녀올 거냐?”

“무, 무슨 소리를?”

“그러면?”

“그게 왜?”

여전히 내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도 모르고 파리를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눈만 껌벅댄다.

“휴가철도 아닌데 ‘딱 1주일만 친구 놈 신혼여행에 따라갔다 오겠습니다~~’하면 회사에서 ‘어이쿠~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이군요’ 하겠냐, 아니면 ‘나오지 말고 그냥 푹~ 쉬세요’ 하겠냐?”

“...그건....”

“어이그~ 마음만 곱게 받으마...자~ 술이나 마셔.”

“킥킥킥~ 확실히 우리 여보야보다는 성우 씨가 형님이 맞는 것 같지?”

“호호호~”

두 여자의 드높은 웃음소리에 장석의 어깨가 더 움츠러들었다. 착한 녀석, 정말 순박하고 좋은 친구였다. 저 친구의 마음씀씀이에 보답은 해주어야겠지? 잔을 들어 장석에게 부딪치고는 말했다.

“대신 결혼식 전에 한 2박3일로 모두 함께 여행을 가면 어때?”

“그, 그럴까?”

“주경 씬 어때요? 은영인?”

“호호호~ 저야 대환영이죠.”

“나도~ 자기야~ 헤헤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찬성하자 장석의 얼굴이 환해지며 다시 어깨가 펴졌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한마디를 했다.

“그러면 제주도로 가자. 우리회사콘도가 있거든? 거기면 주말도 예약이 가능할 거야.”

“제주도?”

“응...”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하면서 은영에게로 시선이 갔다. 그러자 그녀 역시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명계와 1박2일로 여행을 갔다 왔던 그날이 떠오른 것이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이제 와서 무슨 추태냐?’

은영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장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우리 곰탱이도 이럴 때 보면 제법인데? 너만 믿는다.”

“우쒸~ 곰탱이라니? 너 정말..”

“여보야~ 곰이 얼마나 귀여운데? 난 어릴 때부터 곰 인형을 제일 좋아했어~”

“하하하~ 그럼~ 사실 곰이 말이야,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영리하고...”

와락 찌푸려졌던 인상이 금새 헬렐레~ 해서는 자랑을 늘어놓는 장석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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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이상한 게, 차라리 거리가 멀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하지만, 걸어서 몇 분이면 닿을 가까운 곳일 경우엔 ‘에이~ 귀찮은데 그냥 자고 아침에 움직이지, 뭐~’ 이렇게 된다. 우리처럼 서로 보일 꼴 못 보일 꼴 다 보인 편한 사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냥 자고 가요, 장석이도 빨리 눕혀야 할 거 같고..”

“그래야겠어요, 좀 도와줄래요?”

취한 장석에게 옷 위로 젖가슴이 쥐여진 주경이나 그걸 바라보는 우리나 이젠 그러려니 할 정도였다. 신통하게도 이 녀석은 남들이 있는 데서는 절대 안 그런단다. 그만큼이나 우리에게 흉금을 터놓았다는 걸 게다. 장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나도 남자이니만큼 저런 장면에서는 질투가 살짝 생기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문턱을 조심하고...”

은영이 먼저 잠자리를 손보러 들어가고 주경과 내가 장석을 부축했다. 그래도 오늘은 완전인사불성까지는 아니라 한결 수월했다. 다만 혼자서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장석의 말소리가 머리를 아프게 했지만 말이다.

“주경 씬 다리를 올려서 펴주고..은영인 이불을 좀 덮어줘..”

“응..자기야...”

침대 위에다 장석의 상체를 받쳐 누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어멋~!”

그런데 그때 이불을 덮어주던 은영을 장석이 와락 끌어안아버린 것이다. 녀석의 몸 위로 쓰러져 버둥거리던 그녀를 그 튼튼한 팔뚝에서 겨우 빼냈다.

“하..하...이 자식 하여간에 술만 마시면 왜 이리 힘이 세져?”

얼굴이 빨개진 은영이 너무 민망해할까 일부러 그렇게 설레발을 떨었다. 아까부터 주경의 가슴을 만져대더니 취한 와중에도 발기가 됐는지 하체 쪽의 이불이 텐트를 치고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자~ 자~ 장석이는 자게 두고 남은 맥주나 마저 마시죠?”

“네, 그래요. 성우 씨..”

다시 거실로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은영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주경에게 농담을 던졌다.

“장석이 녀석, 물건이 아주 좋던데?”

“호호호~ 그이가 은영일 껴안았다고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녀석이 은영이하고 블루스를 춘 것만 해도 몇 번인데?”

그러자 주경이 갑자기 발을 들어 테이블 밑으로 쭉 뻗어 내 가랑이 사이에다 놓으며 소곤거렸다.

“그러면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

“크흠~”

나도 모르게 찔끔했다. 정곡을 찔려서? 아니면 대담한 행동에 놀란 걸 수도 있고. 어쨌던 살 떨리는 불안감 속에서도 짜릿한 흥분은 커져만 갔다. 기둥을 따라 발가락이 오르내리는 감촉에 자지가 단단해지고 있었다.

“치~ 나도 마찬가지지, 뭐? 이게 은영이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흥~”

최근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연이어 있었던 데다가 은영까지 들어와 살게 되면서 그녀와는 관계를 가질 기회가 미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오늘따라 주경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발로 자지를 자극하는 중에도 이걸 당장에 넣고 싶다는 듯이 가랑이를 쩍 벌리고서 자위를 하는 것처럼 보지를 만졌다. 답답해 보일 정도로 꽉 조이는 반바지 속에서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둔덕과 너무나 선명한 도끼자국. 그 패인 골짜기를 따라 가느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가며 손이 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내 아랫도리에서 발을 치우더니 일어섰다.

“화장실 좀.”

“어...”

그제서야 화장실에서 은영이 나오는 게 보였다. 주경은 그런 짓을 하면서도 계속 화장실 쪽을 주시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녀가 가랑이를 모으기 직전 그 부분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것처럼 언뜻 느꼈던 게 착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때 보짓물냄새가 희미하게 풍겨난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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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뒷정리를 도우려는 주경의 등을 떠밀어 장석이 잠든 방으로 들여보내고서 은영과 둘이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쪽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처음엔 그냥 장석의 잠꼬대려니 했지만 점점 선명해지는 그 소리를 더 이상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수돗물을 잠갔다.

“자기?”

“넌 안 들려?”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걸 보니 은영도 진작부터 알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욕정이 밀려들었다. 가뜩이나 주경 때문에 달아올랐던 걸 겨우 참고서 조금이라도 설거지를 빨리 끝내려던 참이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자.”

“자, 자기!”

“쉿~ 조용히 해.”

주춤주춤 뒤로 빼는 은영의 어깨를 껴안고서 살금살금 다가갔다. 굳게 닫힌 문 쪽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명확하게 들리는 소리, 그건 내 귀에도 너무나 익숙한 주경의 교성이었다.

‘아앙~ 여보~오~ 앙~’

문짝에다 귀를 갖다 대자 크지는 않았지만 말소리까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삐걱거리는 울림이 없는 걸 보면 보지라도 빨리고 있는 걸까? 문득 젖어 들던 주경의 반바지와 그 냄새가 떠올랐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그렇게나 내키지 않아하던 은영 역시 문에다 귀를 바짝 붙인 채 넋을 놓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서 엉덩이를 뒤로 뺀 마치 나를 유혹하는 듯한 저 모습.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 자기~ 흐읍~”

허리를 와락 껴안자 화들짝 놀라는 그녀를 벽에다 밀어붙이며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는 거칠게 혀를 빨아들이며 한 손을 치마 속으로 뻗었다.

“추릅~ 웅~”

이미 흠뻑 젖어버린 팬티 위를 잠시 더듬던 손이 안으로 스며들자 은영이 가랑이를 벌려주며 목을 껴안아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보지를 손가락이 가르고서 오르내릴 때마다 여체는 진득한 물을 토해내며 떨었다.

“하아~ 하아~”

그녀를 돌려세워 팬티를 끌어내리려는 순간 그걸 붙잡고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내가 계속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엔 팬티를 놓더니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허리를 뒤로 뽑았다. 엉덩이를 힘겹게 빠져 나온 작은 팬티가 주르르 흘러내려 발목에 걸리자, 나는 게걸스럽게 끄덕대는 자지를 꺼낸 다음 탐스러운 엉덩이 사이로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흐으으~”

빡빡한 보지구멍을 열고서 안으로 조금씩 사라지는 기둥, 드디어 완전히 들어간 자지를 뜨겁게 조이며 ‘파르르~’ 잘게 경련하는 속살이 너무나 아찔했다. 잠시 그 짜릿한 느낌을 즐기며 숨을 돌린 뒤에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여 나가자,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은 은영의 허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 민감한 여자야...뜨겁고...’

심약한데다가 소극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자극을 주면 쉽게 달아올라서는 곧바로 활활 타오른다. 어쩌면 그게 은영의 가장 큰 매력이자 비극인지도 몰랐다.

“할짝~ 후릅~”

보지를 쑤셔대던 와중에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는 그녀의 입에다 무심결에 물려준 내 손가락을 정신 없이 빨아댄다. 그런데 그걸 핥는 혀의 움직임이 자지를 빨 때와 흡사해 정말로 야릇했다. 어쩌면 내 자지가 두 개인 것도 같은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론 지금 그녀는 자신의 입에다가도 진짜 자지가 박아주길 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주경아~’

‘아학~ 자기 사랑해~’

잠자리에서만큼은 ‘색시야’니 ‘여보야’니 하고 부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이미 저 부부도 한참 본 게임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흐으응~ 꿀꺽~ 꿀꺽~”

사정이 가까워오며 귀두가 보지 속에서 부풀자 그걸 눈치 챈 은영이 급히 자지를 빼내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입으로 받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었기에 물론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뿌리까지 모두 집어삼킨 채 걸신들린 듯이 빨아대면서도, 스스로 보지구멍에다 손가락을 꽂아 휘젓고 있는 저 음란한 모습에는 왠지 아까의 느낌이 맞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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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섹스를 훔쳐본다는 건 - 가까운 사람들의 경우는 특히 더더욱 - 정말로 짜릿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런 점에서 고향집에 갔을 때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는 소릴 몰래 듣는 순간 발기가 되었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밤 거실에서의 그 아찔했던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아 새벽까지 은영을 탐했었다. 때문에 정신 없이 잤던 모양이다. 그녀가 일어난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오자 앞치마 차림으로 주방에 서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뒤에서 껴안았다.

“안녕~ 잘 잤어? 쪽~”

“더 자도 되는데 벌써 깼어? 아침준비가 되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하는데..”

“후후후~ 네가 옆에 없으니까 허전해서..”

“사랑해~ 자기~”

샤워는 물론 화장까지 끝마쳤는지 몸을 돌려 내 목을 껴안는 그녀에게서 싱그러운 샴푸냄새와 함께 좋은 향들이 풍겨왔다. 부드럽게 휘감겨오는 여체가 지난밤의 그 뜨겁고 음란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거머쥐었다.

“안돼~ 자기야. 주경이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주경 씨? 어딜 갔어?”

“응, 아무래도 어제 가스를 제대로 안 잠근 것 같다면서 잠깐 갔다 온다고...”

그렇게 제지하면서도 그녀 역시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아침발기가 되어있던 내 자지를 손으로 만지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 장석이는 아직도 자는 거야?”

“응, 그런가 봐. 원래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은 잘 안 먹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라고 주경이가 그러던데?”

“그래도 그럴 수야 없지. 우리 집에 온 손님을 어떻게 밥을 굶겨? 내가 깨울게.”

“아니야, 자긴 먼저 씻어. 그 동안에 내가 커피라도 타놓고서 깨워볼게.”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고서 발걸음을 옮겨 욕실로 들어선 순간 소리도 없이 따라온 은영이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키스와 함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와 자지를 거머쥐고서 부드럽게 만지다가 빨기 시작했다.

“이걸로 참아줘, 미안~ 천천히 씻고 나와~ 쪽~”

아주 짧게 몇 번을 빤 그녀가 일어서서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맞추고서 도망가버렸다.

“하...하...하....완전히 홀린 기분이네?”

멍하긴 했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한 게 진짜로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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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오자 식탁의자에 앉아있는 은영이 보였다.

“주경 씨는 아직 안 온 거야?”

“으, 응? 뭐라고 했어?”

“주경 씬 아직 안 왔냐고?”

“응..조금 늦네? 빨래라도 돌려놓고 오려나 봐..”

왠지 정신을 빼놓고 있었던 듯 은영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러면 장석이는? 아직이야? 깨워도 안 깨?”

“으, 응...”

“이 자식, 정말 곰탱이도 아니고..겨울잠이라도 자나? 내가 깨울게..”

“자, 자기...그냥 좀 더 자게 두...”

은영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서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피실 웃고 말았다.

“햐~ 이 자식 덩치에 맞게 크기는 엄청 크네?”

발치로 차 던진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은영이 왜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장석이 알몸인 채 대자로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체 쪽의 검은 덤불 사이에서 당당하게 솟아오른 기둥. 남자인 내가 봐도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크기만이 아니라 굵기도 엄청났다. 게다가 강인해 보이는 거머튀튀한 빛깔까지. 근육질의 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지였다.

“이 자식이 은근히 사람 기를 죽이네?”

주경이 저런 명품(?)을 놔두고 나와 왜 그러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물론 남녀의 정이란 게 섹스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걸 잘 알긴 하지만 말이다.

“후후후~”

은영이 이 장면을 보고 놀랐을 걸 생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났다. 워낙 압도적인 차이라 질투마저 느껴지지 않는 탓일까? 아니면 이불로 그걸 덮어주자마자 순박하고 해맑은 얼굴만 남아 정말로 아기 곰인 양 귀엽게 보여서일까? 어쩌면 이 착한 녀석에게 그만큼이나 매료된 때문인지도 모른다.

‘후다닥~’

내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은영이 벌떡 일어서는 게 보였다. 안절부절 못하며 홍시처럼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사랑해, 여보.”

“아~”

품에 꽉 껴안으며 속삭이자 그녀가 탄성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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