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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아니, 오히려 한걸음 더 후퇴한 것처럼만 보였다. 주경의 허리를 먼저 낚아채 오늘도 그녀가 파트너임을 선언해버린 내가 식물원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둘에게 포즈를 취하게 만들었을 때, 장석의 팔짱을 낀 은영의 젖가슴은 전날의 친밀감을 드러내던 그 모습과는 달리 살짝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건 장석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놀이 중에 은영과 우연히 몸이 닿을 때마다 멈칫멈칫하면서 슬며시 떨어지곤 했던 것이다.
‘후후후~ 가만 보면 둘이 참 많이 닮았단 말이야..이 내숭덩어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저 두 사람의 딱딱해진 태도가 서로에 대한 거부감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나 표정에서는 전엔 볼 수 없었던 은밀하면서도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상대방에게 이성을 느끼는 상태, 즉,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욕정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기 가슴 속에 들어있는 시한폭탄이 터져버릴까 겁을 내고 있는 거였다.
‘내가 슬쩍 불씨만 던져주면...’
아니,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을 듯하다. 먼 하늘을 서서히 덮어오는 어두운 커튼이 용기를 주었는지, 뒤에서 조금 떨어져 따라오는 두 사람이 어느새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다.
‘장석이 녀석도 제법인 걸?’
자기 색시밖에 모를 것만 같던 장석의 팔이 은영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골반을 따라 슬며시 미끄러지는 게 보였던 것이다. 물론 녀석의 정면으로 보이는 내 한 손이 주경의 엉덩이에 떡하니 놓이는 바람에 자극을 받긴 했을 테지만 말이다.
“장석이가 별 이야기는 없었어?”
“어떤 이야기? 그렇게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 성우 씨.”
따라오는 두 사람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이 묻자 주경이 몸을 더 바짝 붙이며 되물어왔다. 내 팔에 꾹 눌려져 옆으로 퍼진 젖가슴의 뭉클한 감촉이 흐뭇하기만 하다. 그나저나 이 정도면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게 분명한데도 장석이 잠잠한 게 좀 신기하긴 했다. 물론 제 녀석도 그다지 큰 소리를 칠 입장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반응 정도는 있을 줄만 알았다.
“뭐~ 아무거나...그러니까 어젯밤의 일이라던가, 내가 했던 이야기에 대해서...아니면 하다못해 나나 은영이를 두고서 뭐라고 하긴 했을 거 아냐?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엉덩이를 주물럭거려도 발작하지 않는 게 신통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주경의 엉덩이를 콱 거머쥐어봤지만 우리 뒤쪽 일행은 여전히 조용했다.
“아휴~ 못 말려. 정말 짓궂은 사람이라니까?”
주경이 곱게 눈을 흘기더니 풀썩 웃는 순간 그 모습이 얼마나 유혹적이었는지 당장 이 길바닥에다 눕혀버린 다음 올라타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실 그이가 처음부터 은영일 무지 좋아했었어. 알지? 내가 지금 말한 ‘좋아한다’는 의미..”
“그러니까 처음 딱 보는 순간에 벌써 따먹고 싶었다?”
“킥~ 하여간에 같은 말을 해도 어쩜 그렇게 해? 뭐, 그게 자기 매력이긴 하니까~ 호호호~”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더니 내 어깨에다 머리를 기댔다.
“그걸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가뜩이나 명계 때문에 심난한 자기라서 일부러 이야기하지는 않았어. 어차피 그냥 가슴 속에다 품고만 있지 무슨 일을 벌일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이가 성우 씰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도 사실이고.”
하기야 그 둔한 녀석이 주경에게 속내를 들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제 그러고 난 다음에 자기 전에 그러더라? 자기 말처럼 정말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후후후~ 그래?”
“그리고 자기하고 나 사이도 약간은 눈치가 있었던가 봐...”
“응? 뭐라던데?”
이건 정말 뜻밖의 이야기였다.
“서로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어.”
“그래서?”
입 안이 바짝 말라오는 느낌이었다. 착한 녀석이라고 바보 취급하며 너무 만만하게 여긴 모양이었다.
“잘 알잖아? 원래 그이가 자기처럼 빤지르르르~ 하게 말하는 재주가 없다는 거.”
“이런~ 지금 뺀질이라고 나 욕하는 거지?”
“호호호~ 이래서 자긴 우리 그이처럼 놀리는 재미가 없어. 눈치가 너무 빨라~”
주경의 짜랑짜랑한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하며 뒤쪽을 훔쳐보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궁금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자~ 자~ 이미 충분히 놀림감이 되고 있으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시고 계속 해주시죠, 싸모님~~”
“킥~ 알았어~”
장석이 한 말은 횡설수설 두서가 좀 없긴 했지만 결국엔 내가 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각별한 사이인 네 사람이 질투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 산산조각이 나는 것보다는, 혈육보다 더 가깝게 느끼는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즉, 가장 소중한 주경마저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보다는 친구에다 원하던 여자까지 덤으로 얻는 길을 택하겠다는 거다.
“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긴다더니...”
결국 따지고 보면, 아무도 몰래 마음 속에만 묻어두었던 은영에 대한 장석의 욕망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가 판을 벌려준 셈이었다. 그것도 온갖 잔머리를 굴리느라 심적인 고생을 해가며 말이다. 꽤나 약이 오른다.
“휴~ 어쨌던...칼부림이 날 일은 없다는 거겠지? 아얏~”
“꼭~ 말을 해도..소름이 쫙 끼치네?”
무심결에 흘러나온 내 말에 주경이 옆구릴 꼬집은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섬뜩한 소리를 한 것 같아 조금 민망했다.
“흐음~ 남자들끼린 그렇게 해결됐다고 치고...여자들은 어때? 머리채를 쥐어뜯는 일은 없을 거 같아?”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뭘~~”
“어~?”
이건 분명 명계를 두고 한 이야기일 거다. 뜻밖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고려해 주경 앞에서는 가급적이면 조심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저런 표현을 하다니.
“은영이나 나나 서로 손해 볼 일은 없잖아? 뺏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 걸 잠시만 빌려주면 괜찮은 머슴이 둘이나 생기는 건데...흥~”
“그, 그렇구나....”
무서운 여자 같으니! 말문이 탁 막혀버렸다. 단순 명쾌한 그 결론에 왠지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은영도 비슷한 사고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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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의 비스듬한 둔덕에 앉아 시원한 파도소리를 벗삼아 맥주를 마셨다. 주경과 나 그리고 은영과 장석, 이렇게 쌍쌍이 붙은 채 진짜 연인들 마냥 서로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핑크 빛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장 우려했던 은영도 능동적은 아니지만 장석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어제오늘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 때문도 있겠지만, 젖가슴 언저리로 장석의 손이 다가오자 움찔하며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내가 따스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준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주경아...”
“괜찮아, 교대로 망을 봐주면 돼. 바다 속에서 훔쳐보지 않는 다음에야 올 사람도 없잖아? 저기까지 언제 가니? 당장 쌀 판인데~ 킥킥~”
은영의 손을 잡아 끌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주경이 킬킬댔다. 방파제 제일 끝이라 화장실까지는 꽤나 멀었던 것이다. 장애물에 부딪친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고 있는 바로 위쪽에서 주저앉아 치마를 걷어 올리는 주경과 곁에 선 채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은영을 내려다보다 등을 대고 누웠다.
“장석아, 너도 한번 누워봐...”
내 권유에 따르는 장석에게 향했던 시선을 위로 돌렸다. 구름들 사이로 별빛이 드문드문 반짝거렸다.
“너무 좋지?”
“그래, 정말로 좋은데?”
내 짧은 물음에 걸맞은 아주 간단한 대답. 그러고는 잠잠해졌다.
“은영이를..많이 좋아하지?”
갑자기 던진 내 말에 장석이 멈칫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주경이와 잤지?”
“헉~!!!”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이어지는 나지막한 음성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냥 있어. 여자들이 놀랄라.”
“꿀꺽~”
머리 속이 하얘졌다. 이게 정말 내 친구 장석과 동일인이란 말인가? 너무나 침착하고 차분한 그 말투에선 덤벙대고 어수룩하던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식~ 왕 뺀질이 성우가 왜 이래? 하던 대로 해, 임마~ 후후후~”
“..이 놈이?”
장난기 어린 장석의 웃음소리에 긴장이 확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놀라움은 남아 있었다.
“임마, 내가 아무리 곰탱이래도 그 정도 눈치까지야 없겠냐?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너...바보 맞거든?”
“크악~ 이 자식이~ 조금 풀어주니까 곧바로 이빨을 드러내네? 죽엇~!!!”
“끄악~ 자, 잘못했어~ 머, 머리가 터져~”
와락 덤벼들어서 헤드락을 걸어오는 장석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속삭임이 들려왔다.
“걱정 마. 네 녀석을 좋아하는 내 마음은 언제나 그대로야...사실 나보다는 네가 주경이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아...그리고...”
심지어 성생활에서 주경이 만족하지 못하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 동안 얼렁뚱땅한 겉모습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첫 대면에서 느꼈던 소녀같이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가진 녀석이라는 걸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에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행복해하는 주경이 고마우면서도 늘 빚을 진 기분이었단다. 때문에 우리 사이가 그렇게 되자 가슴이 아프긴 했어도 오히려 안심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그이기에 은영에게만큼은 너무 미안했다.
“허~”
이 녀석은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자신이야말로 주경과 제일 잘 어울린다는 걸 말이다. 부부가 너무나 똑같았다. 주경이 내게로 마음이 급격하게 기운 이유도 비슷하지 아니한가?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느라 나한테 미안해하고 가슴 저려했던 그 상황과 말이다. 장석 역시 은영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안타까워 껴안아주고 싶었을 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테고.
“후후후~ 임마, 그렇게 따지면 은영이와 너는 천생연분이네?”
“그, 그건...”
정곡을 찔렸는지 더듬거린다. 역시나 녀석도 자신과 은영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와 주경을 짝으로 묶어주면서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은영의 곁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핵폭탄을 터뜨려버렸다.
“너도 느꼈겠지만 은영인 몸이 굉장히 민감해. 어제 너하고 바닷가를 거닐면서도 젖었다고 하더라고.”
“허억~”
“아침에 네 자지를 보고 와서도 마찬가지였지. 나를 덮칠 정도였으니까...그러니까 잘 해봐. 그렇다고 무식하게 힘으로 들이밀면 내 손에 죽는다?”
“이, 임마~ 너야말로 주경일 울리면 그땐...”
참으로 웃긴 상황이었다. 녀석의 팔뚝에 머리를 잡힌 채 무슨 연인들처럼 속삭이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대화내용은 더 웃기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그 후유증이 나타났다.
“어머나~ 우린 두 사람이 취해서 싸우는 줄만 알고 싸던 것도 멈추고 달려왔더니...사귀는 중이었네?”
“킥킥킥~”
주경의 야리꾸리한 말에 장석과 나는 후다닥~ 떨어졌다.
“웅~ 그러니까~ 이이가 성우 씨를 덮치는 중이었고~ 성우 씨는 귀엽게 앙탈?”
“까르르르르~ 깔깔~”
두 남자가 동상이 되는 동시에 은영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때 번뜩이는 생각이 들어 장석에게 외쳤다.
“장석아! 주경 씨의 모함은 내가 막을 테니까 은영이는 네가 책임져~”
“어~ 그, 그래.”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석을 내버려두고서 주경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어머~!! 흐읍~”
내 위로 쓰러지는 주경의 몸을 받아 허리를 껴안으며 입술을 덮어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에 입 속으로 들어오는 혀를 멍하니 두고 보던 그녀가 곧 양팔로 목을 껴안아오며 뜨겁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영 씨...전...”
“아무 말도 말아요..”
“헛~!”
놀라운 장면에 나는 눈을 의심했다. 은영이 장석의 위쪽 비탈진 경사면을 딛고 서있었던 덕분에 둘의 얼굴은 딱 마주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춤거리는 장석의 두 뺨을 잡은 은영이 먼저 키스를 해버린 것이다.
“츄릅~ 흐응~”
질척한 소리를 내며 숨가쁘게 타액을 받아 삼키는 주경의 뜨거운 몸짓에도 불구하고 나는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비탈진 언덕 때문에 키가 엇비슷하게 맞춰졌다지만 오히려 장석에게 은영이 매달린 것처럼 느껴졌다. 장석의 굵직한 목둘레를 두 팔로 꽉 껴안은 은영이 한치의 빈틈도 없이 입술을 갖다 붙이고서 아주 깊숙이 혀를 받아들인 채 타액을 삼키느라 울대가 쉴새 없이 움직였다. 게다가 그 큼지막한 손에 붙잡힌 엉덩이가 마구 주물러지는 중에도 가랑이에 맞닿은 성난 자지에다 아랫도리를 비벼댔다.
‘..이상해...왜 이런 기분이지?’
기대했던 대로 엄청난 흥분이 일어나는 건 분명했다. 자지가 당장에라도 터질 것만 같으니까. 그런데도 가슴한쪽이 날카로운 면도칼에 베이는 듯이 아팠다. 명계란 놈도 아니고 장석인데도 말이다. 더더군다나 내가 부추겨서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놓지 않았는가? 자신의 본성을 뒤늦게 자각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완전하게 각성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이기심이라는 또 다른 본성이 가지는 한계일까? 머리 속이 복잡했다.
‘아~!!!’
짧은 반바지 위로 탐스러운 엉덩이를 쪼갤 것처럼 잡아 벌려 주물럭거리던 손이 그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가 깊은 곳을 거머쥐었을 땐, 마치 누군가가 내 심장을 주먹으로 세게 때리는 것만 같은 충격에 숨이 막혔다. 앞쪽으론 딱딱한 자지가 찔러오고 뒤쪽에선 굵은 손가락이 비벼대는 은영의 저 보지는 지금쯤이면 바깥까지 축축해질 정도로 물을 쏟아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조금 전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은 덕분인지 장석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밖에서 만지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양에 안 찬다는 듯이 끝단을 들치고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벌어진 반바지 틈새로 멈추지 않는 손끝이 결국엔 팬티 안에까지 스며드는 게 언뜻 보였다.
‘..은영아...’
무심결에 그녀의 이름을 되뇌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한번도 제지하지 않는 그녀를 원망하는 건가? 만약에 강하게 거부하면서 화를 냈다면 그땐 또 그걸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차렸다. 제 복에 겨워서 굴러들어온 복도 걷어찬다는 말이 있다. 아마 지금 내 꼴이 그럴 것이다.
“자~ 일단 여기는 이만 끝내고 콘도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내 말에 은영에게서 후다닥 떨어진 장석이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침묵으로 동의했다.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직전 장석의 손가락을 슬며시 거머쥐는 은영의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팬티 속을 침범했던 그 손가락이었다. 어둡기는 했지만 중간마디 정도까지가 번들거리는 걸 분명히 봤었다. 그런데 은영이 그걸 다시 놓았을 때는 이미 물기가 사라져있었다.
아마 닦아주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끈적한 보짓물, 그것도 밖으로 흘러나온 게 아니라 보지 속에서 직접 묻혀 나온 걸 거다. 웬만한 설익은 자지들보다 오히려 더 굵어 보이는 손가락이 은영의 보지를 쑤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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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세운 허벅지 사이에다 주경을 앉힌 채 그녀의 아랫배를 껴안고서 모두에게 내가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이대로 밤을 새는 게 어때?”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이제 돌아가면 두 사람의 결혼식이 1주일밖에 남지를 않아 이런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처녀총각으로서 넷이 어우러지는 마지막 시간을 화끈하게 놀아보자는 뜻이 우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이대로’ 즉, 아까에 이어서 짝을 바꾼 이 상태로 뭔가를 더 진행하자는 뜻도 포함된 것이다.
“응, 좋은 생각 같은데...”
“나도 좋아요.”
“저도 상관없어요...”
전 같으면 장석이 내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의심스러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까 방파제에서의 대화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대감으로 달아오르는 저 얼굴과 바지를 찢고 나올 것만 같은 아랫도리를 보면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만 ‘상관이 없다’는 은영의 대답이 약간 모호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상관이 없다는 건지, 나를 믿는다는 의미인지가 헷갈렸다. 아니, 둘 다일 것이다. 내가 볼 때 그녀는 나보다 머리가 좋으면 좋았지 절대로 뒤떨어지지가 않았다.
“참, 성우야~”
“응? 왜?”
다같이 건배를 하고서 잔을 내려놓는 순간 장석이 부른 것이다.
“네가 했던 이야기 말이야.”
“임마, 내가 이야기한 게 어디 한두 개냐?”
“하하하~ 미안, 미안..내가 원래 그렇잖아? 두서가 없는 거..”
음흉한 녀석, 나는 그렇게 속으로 욕했다. 아마 주경마저도 깜빡 속아왔을 거다. 뭐, 그렇다고 해서 실체를 까발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순수한 녀석이라는 건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모두를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그렇게 바보스러움을 연출하면서까지 노력해온 착한 친구였다. 그런 면에서는 나보다도 훨씬 더 남자다웠다.
“그러니까 나중에 모두 함께 살았으면 한다는 거...”
“그래, 그게 왜?”
“응,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러려면 일단은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하고...이왕이면 우리 넷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무, 무서운 놈!!! 나는 순간적으로 찔끔하고 말았다. 그런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그저 은영과 녀석을 꼬드길 생각에 급조한 이야기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우리 일생이 걸린 정말 중요한 일이잖아?’
“그, 그렇지..”
식은 땀이 흘렀다. 여자들의 시선이 저 녀석에게로 몰린다. 아~ 여신도들의 흠모를 받던 교주는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겠는데...”
장석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금 당장에는 힘들겠지만 나중에 은영과 내가 식을 올릴 때쯤에 맞춰서 나란히 붙은 데나 복층인 아파트로 이사하자는 얘기였다. 그렇게 하면 미리 연습해보면서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도 찾을 수 있고, 일상 속에서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아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거라는 설명이었다.
“와~ 우리 여보야~ 최고~ 쪽~”
“호호호~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장석 씨~ 쪽~”
녀석에게 달려간 주경이 한쪽 뺨에다 입을 맞추며 칭찬하자 동시에 은영이 반대쪽에다도 해줘 나를 부럽게 만들었다. 그래, 임마, 이젠 네가 교주다. 어쨌던 어설프게 내놨던 내 의견을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 지은 장석에게 찬사를 보냈다. 물론 한마디 일침을 가하는 걸 잊지는 않았다.
“자식이..어지간히 급했군..”
“응? 뭐라고요?”
“아, 아니에요. 주경 씨.”
여자들은 떠드느라 그냥 흘렸지만 장석은 똑똑히 들은 모양이었다. 뜨끔한 표정을 지었으니 말이다. 같은 남자인 내가 왜 모르겠는가? 꽤나 번지르르하게 치장해도 핵심은 하나였다. 이렇게 멋진 여자들을 뭐 하러 나중까지 놔두냐는 것이었다. 일단은 몸부터 합치고 나중은 천천히 생각하자는, 뭐 그런 거다. 당연히 나도 대 찬성이고 말이다.
“모두들 사랑해...내가 장석이 네 놈한테도 이런 소리를 하려니...소름이 쫙 끼치지만..쿡쿡~”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온 주경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자 모두들 조금 놀란 얼굴로 쳐다보다가 은영이 맨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해요. 그리고 자기를 만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해. 난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사랑해요~ 우리 여보야도, 성우 씨도...사랑하는 내 친구 은영이도..”
“후후후~ 우리 색시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성우 네가 여자였다면 아마 결혼해달라고 쫓아다녔을 거야..”
“컥~!!”
“사랑해, 우리 색시..사랑해요, 은영 씨..”
그렇게 사랑의 고백들이 봇물처럼 와르르~ 쏟아질 때 갑자기 장석이 다가와 주경에게 키스를 했다.
“임마, 주경 씬 지금 내 짝인데...어?”
내가 투덜거리려는 순간 녀석이 내 손을 잡아 주경의 젖가슴에다 놓아주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우리 둘에게 미소를 짓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허~ 저 녀석...주경 씨, 저 놈 자기 신랑 맞아? 혹시 쌍둥이 동생이 있는 거~ 아얏~!”
“엉뚱한 소리할 시간이 있으면 저이를 좀 본받아, 자기야말로 오늘따라 왜 이리 둔해?”
“흐읍~”
내 허리를 꼬집은 주경이 와락 입술을 포갰다. 그런 내 눈에 소파로 옮겨 앉은 장석이 자기 허벅지 위에다 은영의 가랑이를 벌리게 해 앉히더니, 뒤에서 껴안고 키스하며 그녀의 반바지지퍼를 내리고는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게 보였다.
“흐으응~”
망사 안에서 장석의 손이 약간 구부려진 채로 보지를 가르며 오르내렸다. 그러자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던 그곳으로부터 찌걱대는 마찰음이 들리면서 은영이 비음과 함께 허리를 쳐올렸다.
“하악~ 앙~”
빨간 입술을 벌리고서 교성을 토해내는 은영, 턱까지 흘러내린 타액이 불빛에 반짝거리고 자신의 보지를 쑤시는 손가락에다 요분질을 해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음란했다.
“우웅~ 쓰읍~”
그렇게 엉덩이를 돌리며 신음을 토하던 은영이 내 아래쪽에서 자지를 빨고 있는 주경을 잠시 바라보다 나하고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잘끈 깨물더니 팬티 속에 들어있던 장석의 손을 빼내고서 일어섰다.
“은영 씨...”
손에다 보짓물을 잔뜩 묻힌 채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던 장석의 눈이 갑자기 찢어질 듯이 커졌다. 은영이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아랫도리를 벗어 내린 것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탱탱한 엉덩이가 갈라진 아래쪽에서 새빨간 보지가 음란하게 벌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소파 위로 올라서더니 장석의 얼굴 앞에다 가랑이를 쩍~ 벌려 들이대며 말했다.
“장석 씨~ 빨아줘요~ 제 보지를 먹어요, 어서~”
“은영 씨~! 후릅~”
“아앙~”
장석이 새하얀 엉덩이를 와락 껴안으며 얼굴을 파묻는 순간, 은영이 한쪽 발을 들어 소파의 등받이를 딛고서 활짝 열린 사타구니를 장석의 입에다 강하게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