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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외곽지역에 뚝 떨어져있는 단독주택이었다. 아마 그가 가진 부동산 중 하나일 거다.
마당에다 주차를 하고서 헐레벌떡 뛰어 현관문손잡이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열렸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일단 숨부터 가라앉혔다.
“후욱~”
전화를 받고서 엑셀을 마구 밟아 달려올 때는 아무 정신도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정말로 침착해야 했다. 도저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어머니가 사돈간인 그와 그럴 줄도 몰랐거니와, 그녀가 묘사했던 이미지가 내가 알고 있던 바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은영을 대하는 태도가 급변한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진짜 개과천선이라도 한 걸까?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어머니에게 했던 말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곱게 남기며 끝까지 둘만의 비밀로 간직했을 것이다. 이렇게 나를 끌어들였다는 건 결국 모두 계획적이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이유? 이유야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복수였다. 은영을 뺏긴 원한에다 내게 당한 모욕까지. 그 강한 집착을 쉽게 잊어버리고 방심한 내 잘못이었다.
“어~ 왔나? 이리 와서 한잔 하지?”
벽난로가 타고 있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그가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뜨거운 게 가슴 속에서 올라와 달려들뻔했지만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켰다. 일부러 도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머닌...어디 계시죠?”
어금니를 꽉 깨문 상태라 말에서 쇳소리가 났다. 그러자 그가 과장된 몸짓으로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자기 이마를 쳤다.
“아~!! 그렇지. 안사돈...”
구태여 ‘안사돈’이라고 강조까지 하며 내 신경을 건드린다. 자신이 느꼈던 모욕감이상으로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의도라면 아주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뭐..2층에서 자고 있긴 한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계단을 쿵쾅거리고 뛰어올랐다. 뒤에서 뭐라고 떠드는 게 들렸지만 그런 잡소리를 듣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쾅~’
눈에 보이는 대로 문을 마구 열어젖히다가 어느 순간 얼어붙은 듯이 우뚝 멈추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쯔~ 그러게 내 말을 마저 듣고 갔어야지...어머니의 저런 민망한 모습을 기어코 보고야 말다니....”
“이, 이~”
침대 위의 어머니는 나신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액이 고인 보지까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부들부들 떨며 멱살을 거머쥐는 순간 그가 비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속삭였다.
“후후후~ 깨울 셈인가? 뭐~ 나야 별 상관이 없지만...자식에게 저런 꼴을 보이고 나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어쩌면 자살을 생각할지도 모르지 않겠나?”
황급히 손을 놓고 말았다. 물론 나와 어머니가 이미 깊은 사이라는 걸 모르기에 저런 말을 할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그녀가 입게 될 크나큰 상처는 절대로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멱살을 놓아주자 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내 뺨을 ‘톡톡’ 두드리며 비꼬았다.
“흐흐흐~ 역시 효자야~”
“크흑~”
모멸감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지만 여기서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의 말대로 정말 어머니가 깨고 말 테니. 고개를 젖혀 그 손길을 피하고서 노려보았다.
“오호~ 왜? 또 발길질을 하시려고? 어디 한번 해보던지?”
“자, 잠깐...”
뒤로 물러서 재빨리 침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미처 잡을 새가 없었다. 뒤늦게 쫓아가려는 순간 나는 기겁하고 말았다. 느닷없이 어머니의 젖가슴을 와락 거머쥐는 게 아닌가!
“크크크~ 역시 감촉이 죽이는구먼..네 놈도 이걸 빨아먹고 컸으니 잘 알 테지? 후릅~”
“이, 이 개자식...”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것도 모자라 꼭지를 혀로 핥는 모습에 결국 욕이 터져 나왔다. 물론 낮게 으르릉거리는 정도였지만. 그러나 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서 더욱더 심한 짓을 했다. 이번에는 보지로 손을 가져간 것이다.
“네 어미의 보지는 처음이지? 이게 얼마나 꽉꽉 잘 무는지는 모를 거야...은영이 년 못지 않거든?”
“제, 제발 그만..하시죠...제가 잘못했으니...”
결국엔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보지를 벌려 보이다 못해 손가락까지 집어넣기 시작하는데야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제라도 곧 그녀가 깨어날 것만 같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은영처럼 스와핑을 하는 것도 아닌 어머니가 저런 수치스러운 장면을 내게 들켰다가는 정말로 자살을 해버릴지도 몰랐다.
“푸하하하~”
“헉~!”
갑자기 커다랗게 웃어버리는 그에 나는 휘청거리며 벽을 짚었다. 저 개자식은 애초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를 파멸시킴으로써 내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놈은 여전히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지 않은 채 이젠 쑤셔대기까지 해 하얀 거품이 묻어나고 있었다.
‘호, 혹시?’
문득 드는 아찔한 생각에 소름이 쫙 끼쳐 다시 한번 살피자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젖가슴이 약하게나마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치 인형처럼 축 늘어져있는 모습이 여전히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고...”
“뿌득~”
보지에서 빼낸 손가락을 어머니의 입술에다 쓱 닦으면서 싱글거리고 말하는 그를 죽이고만 싶었다. 장난이라니? 지금 이게 장난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어머니는 장난감이고?
내게서 흘러나오는 이빨 가는 소리에도 태연하게 손가락에 묻은 보짓물을 다 닦아낸다.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태연한 걸까? 지금 이곳에는 잠이 든 어머니 빼면 우리 둘뿐인데도 말이다.
“아~ 아~ 너무 걱정은 마. 수면제 때문에 안 깨는 것뿐이니까...아마 몇 시간은 정신이 없을 거야..”
“이, 이런 개..”
처음부터 철저하게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농락당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주먹을 치켜들었지만 곧바로 힘없이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왜? 네 어미의 사진을 동네방네 다 공개하고 싶어서? 물론 끝내주는 영화도 있지.. 크크크~ 포르노배우는 아주 저리 가라야~”
이걸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아비란 놈도 그걸 보면 무척 좋아할 거야. 아~ 그렇지! 네 아비가 일하는 학교에다 제일 먼저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애새끼들이 지들 선생의 사모님 보지를 보면서 헐떡대고 딸딸이를 치는 모습이라니~ 하하하하~”
놈은 내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만약에 그런 게 밖으로 떠돈다면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사람이 아버지였다. 평생을 가르치는 데만 몸바치며 그걸 자부심으로 삼고 살아오신 교육자로서의 삶은 끝이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까지 모조리 부정당할 것이다.
“크크크~ 네 놈 덕분에 아주 좋은 걸 배웠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이렇게 무릎을 꿇고 빌라면 빌겠습니다.”
자존심 따위를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바닥에다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지간히 급하긴 급했나 보군...좋아~ 일단 내려가서 이야기하지..”
“좋습니다..”
나도 대환영이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는 게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몸을 일으켜 어머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는 방을 나왔다. 그런데 앞장서서 걷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행여나 엉뚱한 생각은 말라고 충고하고 싶군. 서로 다 터뜨려버리고 나면 어떻게 될까? 알다시피 이제 난 홀몸이라서 막말로 이 땅을 뜨면 그만이야. 외국에서 한 몇 년 잘 놀다가 조용히 돌아오면 끝이지. 하지만 네 놈 주변은 과연 어떨까? 아마 여럿 죽어나갈 걸? 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할말이 없어졌다. 부녀간의 패륜이 그에게만 약점으로 작용하던 때는 이미 지나버렸다. 이젠 서로 모두에게 약점이 된 거다. 아니, 그의 말대로 내 쪽이 더 치명적이었다.
한 남자를 사이에다 두고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붙어먹었다. 그것만 해도 기가 막힐 일인데 한 여자에겐 사돈이고 다른 한 명에겐 생부가 된다. 그쯤 되면 저간에 깔린 사연 따위는 필요 없어진다.
어머니와 은영은 섹스에 미친 화냥년으로, 아버지와 나는 천하의 멍청이에다가 어디가 단단히 고장 난 놈쯤으로 받아들여질 거다. 게다가 형들의 식구는 콩가루 집안의 핏줄이라는 낙인이 찍힐 테고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식구 모두가 아무도 모르는 두메산골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살지 않는 다음에는 이 땅에서 살아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죽자는 각오가 아니라면 뻗대고 기세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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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신기한 년이야. 그 나이가 되어서도 어떻게 그렇게나 순진할 수가 있는지...크크크~”
막상 나를 앉혀놓고는 자신의 무용담만 신나게 떠들어댔다. 너무나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묵묵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덕분에 그 동안의 일들을 대충은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가있을 때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아파트를 선물한 자체가 애초부터 함정이었다. 결혼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탓에 그가 카드키 하나 정도는 따로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걸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어머니가 홀로 남아 집 정리를 하고서 귀향한 후 몸살을 앓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문을 따고 들어와서는 우연인 척 놀라는 시늉을 하다, 첫눈에 반했었다는 절절한 사랑고백과 함께 갑자기 덮쳐버렸다. 문제는 일이 벌어진 후 용서를 빌며 바닥에다 이마를 찧어 피를 줄줄 흘리는 모습에 어머니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남자라고는 아버지 밖에 몰랐던 어머니의 순진함과 여린 성정을 파악하고 그걸 노린 것이었다. 만에 하나 그게 통하지 않더라도 나나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해 둘만의 비밀로 묻어둘 거라는 계산도 있었단다.
“크흐흐흐~ 그렇게 밝히는 년인 줄은 상상도 못했지..얌전한 모습 때문에 처음부터 한번쯤은 따먹고 싶었었지만 말이야..”
어머니의 보지가 얼마나 잘 조이는지, 어떻게 쑤셔주면 보짓물을 질질 싼다는 둥 아주 저질스럽고도 노골적인 표현으로 떠들어대는 이유를 잘 알기에 미칠 것만 같은 분노를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복수하는 거였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모욕함으로써 내게 고통을 주려는 것이다. 이걸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결국엔 어설픈 내 자만심이 자초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때 주절주절 떠들던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제 왔구나...”
“아빠..도대체 무슨 일이기에..이이랑 어머님까지 다 부르신 거에요?”
온몸에서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그가 원하는 게 뭔지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발 아니기를 빌었었다. 그저 나에 대한 원한을 갚으려고 하는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자~ 이리 와서 앉거라..”
“자기야...”
“....”
그의 손에 이끌려 옆에 앉으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그저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 아빠!”
“이 망할 년이 가만 있지 못해?”
갑자기 젖가슴을 와락 거머쥐는 그에 은영이 기겁을 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호통으로 움찔하며 움츠러들었다. 이제는 완전히 극복했다고 여겼건만 어릴 적부터 몸에 배온 습관은 이미 거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젖가슴을 붙잡힌 채 몸이 얼어붙어 꼼짝 못하면서도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은영. 하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정말로 비겁한 놈이었다.
“자~ 네 년이 그렇게나 믿는 저 놈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두고 볼까?”
통쾌하다는 얼굴로 이젠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넣어 주물럭거리며 능글맞게 말하는 그에 내 가슴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봐, 잘난 사위~ 자네가 여기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여자는 딱 한 명이야...그게 누구지?”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머리 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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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아...흑~ 미안해...흑...”
여전히 깨지 않는 어머니를 조수석에 앉힌 채 전방을 주시하는 내 눈에서 굵은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내게 비웃음을 보내고서 은영의 손목을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만류하지 못했었다. 젖가슴을 잡혀서도 얼어붙어있던 은영이 그때만은 반항하다가, 끝끝내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내 모습에 갑자기 모든 걸 멈추며 바라보던 그 눈에서는 깊은 절망감만이 보였다.
‘어머님이랑 나랑 동시에 물이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할 거야? 당연히 어머님이겠지?’
어느 땐가 문득 그렇게 물어왔던 은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기억나면서 나도 모르게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차가 길옆으로 미끄러지며 멈추는 순간 화들짝 놀라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안전벨트 덕분에 고개가 앞으로 숙여진 것 빼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흑흑...엄마...미안해...나는 정말 못난 놈인가 봐...흑흑흑~ 사랑해...”
보드라운 입술에다 입을 맞추었다. 눈물샘이 고장 났는지 두 볼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무나 감미로운 입맞춤이었다.
“흑흑흑~ 엄마도..은영이도...너무, 너무 사랑하는데...흑흑흑~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흑~”
이미 조금 전부터 어떤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두려워 자꾸 외면하는 중이었다.
“훌쩍~ 내가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인데다가 겁쟁이이긴 하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핸들을 왼쪽으로 끝까지 꺾으면서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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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아직도 은영의 차가 있었다. 내게 있던 보조키로 문을 열고는 어머니를 그리로 옮겼다.
“후우~ 엄마...엄마는 분명 장한 내 아들이라고 칭찬해줄 거라 믿어...사랑해...언제나 지금처럼 예쁘고 행복해야 해, 알았지? 은영이도 많이 예뻐해 주고...쪽~”
다시 한번 입맞춤을 하고서 그녀를 내려보다가 문을 닫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현관문을 들어서자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만 ‘타닥~ 타닥~’하고 울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성.
“이년~ 헉헉~ 이 더러운 년~ 헉헉~ 넌 내 거야~ 영원히 내 거란 말이다~ 헉헉~”
“아흑~ 아~ 흑흑흑~”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목소리와 함께 울음이 섞인 신음이 함께 들려왔다.
참으로 이상했다. 분명 가슴 속이 분노로 들끓고 있건만 오히려 머리 속은 더더욱 차분해졌다. 사방을 빙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인 골프채가 보였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흠~ 어디 보자..그래 얼음...얼음이면 흔적이 없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냉동실을 열어 얼음을 꺼낸 다음 비닐봉지에다 가득 담았다. 주둥이를 단단히 묶고서 한번 휘~ 휘~ 휘둘러보고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제법 묵직한 느낌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후후후~”
왠지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눈물이 또 솟아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좌우로 꺾어보고 어깨를 돌리며 관절을 풀었다.
‘너무 긴장하면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방으로 다가갔다. 열린 문틈으로 끈적하고도 질척한 소리와 함께 온갖 욕설과 신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이 쌍년~ 허억~”
“아흑~ 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은영의 엉덩이에다 하체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그녀의 등으로 엎드리는 그가 보였다. 침대 위에 겹쳐져 엎어지는 두 알몸, 투실투실한 엉덩이가 ‘부르르~ 부르르~’ 잔 경련을 일으키며 보지 속에다 정액을 토해낼 때마다 은영의 하얀 나신이 퍼덕거렸다.
“헉헉헉~”
“흑흑흑~”
“이 망할 년이 아직도 울고 지랄...억~”
상체를 일으키더니 은영을 향해 손을 쳐드는 그의 뒤통수를 그대로 강타해버렸다. 그러자 비닐봉투가 찢어지며 허공으로 비산하는 얼음조각들.
‘쿵~’
육중한 몸이 나무토막처럼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던 은영이 비명을 질렀다.
“악~”
나는 손에 들었던 봉지를 던져버리고서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땀에 젖은 촉촉한 살결이 너무나 따스해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미안해..미안해..은영아...흑흑흑....”
“자, 자기....흑흑흑~ 어어엉~ 엉엉~”
흐느끼던 그녀가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나에 대한 배신감에 그 얼마나 절망하고 상처받았을까? 서러움이 한꺼번에 풀려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그녀가 정신이 들었는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 아빠는..?”
“은영아...”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그녀를 꽉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내가 살펴볼게...가만있어...”
“자..기...”
“쉬~ 알았지?’
“으, 응...”
그녀의 옷가지를 집어서 어깨에다 걸쳐주고는 바닥으로 몸을 구부렸다.
“으~ 으~”
정신을 못 차리고는 있었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통짜얼음이 아니라서 타격이 분산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차라리 잘 됐어...내가 너무 경솔했던 거야...’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 기절한 것뿐이야...걱정 마..은영아...내 말 잘 들어.”
“으, 응...”
“밖의 네 차에 엄마가 있어...그런데...”
나는 간략하게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너랑 엄마가 여기에 왔던 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절대 안돼, 알았지?”
“그렇지만 아빠가...”
“그건 우리 둘이 알아서 잘 해결할 테니까...넌 엄마를 태우고 집에 가서 씻긴 다음 침대에다 재워.”
그러면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것과 혹시라도 누가 물으면 퇴근 후에 집에서 어머니와 술을 마셨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깨고 나면 은영이 먼저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 들려주고서, 그녀에게서도 다 들으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돼야 해...나중엔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고서 은영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
“자~ 빨리 나가봐...네 아빠가 깨면 괜히 복잡해지니까..”
“..자기..”
“어서...이야기가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가능한 빨리 갈게..모든 게 다 잘될 거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은영은 자꾸만 미적거렸다. 그런 그녀를 꼭 껴안고서 뜨겁게 키스를 해주었다.
“사랑해...아깐 정말 미안했어..”
“아니야..”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약속할게.”
“으, 응..사랑해...”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방을 나서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다 마침내 사라지자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으~ 으~ 으~”
조금씩 정신이 드는지 신음소리가 잦아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장인어른...사위와 술 한잔 하시죠...”
처음으로 그렇게 불러보는 거였다. 아니,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만.
“꾸륵~ 꾹~”
거실에서 가져온 양주를 병 채 들이부었다. 의식이 채 돌아오지 않은 그의 입으로부터 반 이상이 도로 흘러나왔지만 그래도 술은 충분했다.
“드르릉~ 쿨~”
마침내 완전히 취해 인사불성이 된 그를 질질 끌어다 거실소파에다 앉혔다. 그리고는 맞은편에 앉아 술병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독한 양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화끈거렸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무감각해졌다. 대신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흐흐흐~ 좋은 밤입니다~ 자~ 행복한 꿈꾸세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는 병을 비스듬히 들고 술을 흘리며 벽난로로 다가갔다. 그리고서 남은 양주를 끼얹자 불길이 확~ 일어나며 거실바닥으로 옮겨 붙었다.
“크크크~ 역시 좋은 술이라 다르네? 자알~ 탄다~”
헤죽헤죽 웃어대며 다시 소파로 와 앉았다. 그리고는 거실바닥에 흐른 양주를 타고서 점점 더 커져가는 불길을 바라보며 건배했다.
“사랑해, 엄마~ 사랑해, 은영아~ 바보 같은 나 때문에 절대로 울면 안돼, 알았지? 이젠 정말 아무런 걱정도 말고 두 사람 모두 행복해야 해...장석아, 주경 씨..미안하지만 엄마랑 은영이 잘 부탁할게.”
취기가 마구 몰려와 온몸에서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는데도, 점점 더 거세져 이젠 사방을 둘러싼 불길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너무나 뜨거웠다. 피부가 녹아 내리는 듯하다. 두렵다, 미치도록 두려워서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건 재산이나 치정의 문제가 아니라 장인과 사위가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일어난 불행한 사고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아악~”
눈앞이 환해지며 불길이 나를 덮쳐오는 순간 목이 터져라 크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