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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갑자기 여름날 소나기가 그리워졌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그날 밤 마을에는 초상난 집이 어디에도 없었다.
어머니는 덫을 놓았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라와 나는 어머니가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나는 바보였다.
어머니 모르게 유라와의 성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내 성적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계속 미심쩍어 하고 계셨었다.
그 이유가 여자 때문이라는 것까지는 파악을 하셨지만, 그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셨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유라와 나 사이에 감돌고 있던 미묘한 기류를 어머니가 간과할 리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유라 역시 어머니의 손바닥 위에 있었던 것이다.
빗줄기는 가늘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유라는 그 장대비 속에서 온 비를 맞으며 마당에 꿇어 앉아 있었다.
“형님,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유라는 펑펑 울면서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다.
“감히 내 아들을 넘봐?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내 생전에 그렇게 무서운 어머니 얼굴은 처음이었다.
유라는 고개를 못 들고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나는 그때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어머니 앞에 나서지 않았다.
유라에 대한 연민보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렸다는 생각으로 가슴속이 산산이 무너져서 유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형님, 저 형님 없으면 못 사는 거 아시잖아요. 용서해 주세요. 다신 안 그럴게요.”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유라가 아무리 애원을 해도 어머니의 싸늘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지우 네 방으로 올라가.”
어머니의 말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어...엄마...”
“어서!!”
“네에....”
나는 어머니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락방으로 올라가려고 발길을 떼기 전에 유라와 잠시 눈길이 마주쳤다.
그때 그 유라의 슬픈 눈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유라를 외면하고 발길을 돌렸다.
나무계단으로 기어 올라가는 도중에 주막집의 미닫이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유라는 그 빗속에 혼자서 마당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 다락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다락방에 올라와서도 뛰는 가슴은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우선 어머니가 받았을 충격이 가장 걱정이 되었고, 장대비를 맞으며 마당에서 울고 있을 유라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나는 어렸다. 어머니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겨우 열다섯 살 어린 아이였을 뿐이다.
밤이 깊어가고 빗소리가 커져가면서 유라에 대한 걱정이 커져갔다.
다락방의 작은 창으로는 마당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유라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마당은 보이지 않고 머리에 비만 실컷 맞았다.
답답한 마음에 일어서서 걸어 다니고 싶어도 천장이 낮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엎드려서 창밖을 내다보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온갖 잡스러운 꿈에 시달리다가 투박한 소리가 들려와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투박한 소리는 주막집의 미닫이문을 여는 소리였다. 누굴까. 나는 냉큼 다락방의 나무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비에 흠뻑 젖어 정신을 잃고 있는 유라를 들쳐 업고 주막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발견하셨다.
“올라가.”
조용하고 나직한 한 마디였다.
“네.”
나는 다시 나무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기어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어머니는 유라를 업은 채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나무계단을 내려왔을 때 열려진 문을 통해 방안이 들여다보였다.
유라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누워 있었고 어머니는 유라 옆에 앉아 차가운 물에 수건을 적셔 유라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형님.....저 내쫓으시려거든.... 차라리 죽여주세요....형님 없이 저 못 살아요. 아시잖아요.”
“아무 말도 하지 마.”
“죽을 죄 지은 거 알아요....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용서해 주세요...”
“지우야.”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예, 엄마.”
나는 대답을 하면서 냉큼 방문 앞에 가서 섰다.
“약국에 좀 다녀와라.”
“예.”
비는 멈춰 있었다.
나는 마을로 향하는 언덕길을 미친 듯이 달려 내려갔다.
밤새 내린 비로 진창이 되어버린 길에서 흙이 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저녁때가 되어도 유라의 열은 내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유라에게 죽을 쒀서 먹이고 약도 먹였다.
“형님, 저 버리지 말아 주세요.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게요.”
유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애원을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주막집은 며칠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
유라의 열이 내리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어머니도 젓가락 두들기면서 취객들을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나하고는 한 마디 대화도 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셨다.
나는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걸었다.
귀에 익은 멜로디의 아코디언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에 겨워 웃고 있었고, 바다도 변함이 없었다.
“엄마한테 들켰어요.”
“저런, 허허. 어쩌다 그런 일이...”
“엄마는 이미 다 알고 계셨어요.”
“엄마들은 자기 아들에 관해서는 원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단다.”
회전목마 아저씨와는 어떤 대화라도 나눌 수가 있어서 좋았다.
아저씨와 나는 같은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내 짐을 싸서 나무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뭐....하세요?”
“가서 공부해.”
“벌써요?”
그때 어머니의 표정은 무엇인가 단호한 결단을 내린 사람 같아 보였다.
입을 굳게 다무신 채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방안에 누워있는 유라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유라는 이내 눈길을 돌려버렸다. 마치 이제는 나를 쳐다봐서도 안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바다를 떠나 다시 도시에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은 뒤숭숭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 말대로 나는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개학을 했고 다시 또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내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과 학교만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데, 도시에 돌아온 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까워 와도 어머니가 오시지를 않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무슨 일일까. 왜 안 오시는 걸까.
게다가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때면 은근 슬쩍 내 의식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유라의 향기도 나를 힘들게 했다. 입속의 혀처럼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알아서 해주었던 유라가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라의 체취, 유라의 가슴, 젖꼭지, 그리고 내 혀가 닿았을 때 뜨겁게 녹아내리던 유라의 보지, 그 모든 것들이 내 의식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럴 때면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심호흡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내 생활은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공부를 하느라고 책상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딴 생각은 다름이 아닌 어머니와 유라에 대한 생각이었다.
결국 중간고사 성적이 엉망으로 나왔다.
전교 18등!
담임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상담을 하셨지만, 내가 가진 고민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렇게 혼자서 지쳐가고 있었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나는 돌계단을 터벅터벅 걸어서 올라가고, 옥상으로 이어진 양철계단을 또 걸어 올라갔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내 스스로 나를 통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나는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어머니에게 죄스러워서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옥상에 올라왔을 때였다.
내 방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려 들어갔다.
어머니였다.
곱게 머리를 뒤로 올리고 뒷목을 드러낸 어머니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엄마!!!”
나는 달려가서 어머니를 안으면서 엉엉 울었다.
울음이 멈출 줄을 몰랐다.
“엉엉...엄마아!!!”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등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셨다.
그리고 그토록 눈물을 보이기 싫어하시던 어머니가 눈물을 훌쩍이셨다.
“죄송해요.”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 든 어머니는 말 없이 성적표를 들여다보았다.
“지우야.”
“네, 엄마.”
“넌 한 번도 실패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실패를 하면 받아들이기가 힘들 거야.”
“죄송해요.”
“아니야. 사실 엄마는 언젠가는 이런 위기가 올 줄 알고 있었어. 누구나 겪는 거지.”
어머니는 현명한 분이셨다. 내 성적이 떨어졌다고 막무가내로 화를 내시지를 않았다.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밥 먹자.”
어머니는 유라와의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으셨다.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은 너무나 맛있었다.
게다가 형편없는 성적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받아들여주신 어머니가 너무 고마웠다.
어머니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내 앞에 앉아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셨다.
여전히 화사하고 청초하게 예쁜 어머니였다.
“천천히 먹어.”
“너무 맛있어요. 이히”
어머니가 샤워를 하고 나오셨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된 어머니의 맨 어깨였다.
하얀 수건이 살짝 걸쳐진 어머니의 불룩한 젖가슴 위로 깊게 파인 가슴골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나는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지우야.”
“네?”
“엄마 똑바로 봐. 왜 고개를 돌려?”
“아..아니...그냥....”
“이리 와. 엄마가 한 번 안아줄게.”
나는 조심조심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어머니가 나를 안자 샴푸냄새와 섞인 사랑스러운 어머니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 풍만한 가슴이 내 몸에 밀착이 되면서 부드럽고 풍성한 감촉을 내 몸에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나와 함께 자고 가기 위해서 잠옷을 가지고 오셨다.
아이보리 색 잠옷에는 아무런 무늬도 없었고 레이스도 달리지 않았다.
펑퍼짐한 잠옷이었지만 조명등 아래에서 어머니의 몸의 곡선이 살짝 비춰보였다.
어머니는 그 잠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얼굴에 크림을 바르셨다.
지난 여름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을 때의 어머니의 몸이 기억이 났다.
그 숨 막히도록 아름답고 육감적이던 어머니의 몸이 떠오르자 가슴 속이 뜨거워지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그때 내 눈앞에는 바로 그 아름다운 어머니가 나에게 등을 보이고 앉아서 거울을 보고 계셨다. 허리선이 비춰 보이고 불룩한 가슴도 옆으로 살짝 보였다.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여전히 유라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떨어진 성적을 다음에 어떻게 만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얘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으신 것이다.
“자자.”
“예.”
불을 끄자 방안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멀리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감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가 내 바로 옆에 눕자 다시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의 숨소리, 그리고 어머니의 숨소리만이 방안에 들려왔다.
한참을 그렇게 숨소리만 듣고 있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정말요?”
“응, 이제 일요일에는 장사 안 하기로 했어. 그동안 너무 힘들었잖아.”
“우와, 잘 됐다.”
어머니가 일요일에는 주막집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너무 기뻤다.
나는 어머니가 하루라도 젓가락을 두들기지 않는다면 그저 좋기만 했다.
“그..그럼 오늘 안 돌아가셔도 돼요?”
“왜? 엄마가 안 갔으면 좋겠어?”
“당연하죠. 히히.”
“그래. 하하.”
그 도시에는 작은 놀이공원이 있었다.
화창한 가을날의 일요일 오후에 그 놀이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가족들끼리 그리고 연인들끼리, 환하게 웃으면서 투명한 가을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어머니와 함께 그 놀이공원에 있었다.
“저기 회전목마 있다, 지우야. 너 회전목마 좋아하잖아.”
“바닷가 회전목마 아니면 안 좋아해요.”
“왜?”
“바닷가 회전목마에는 내 꿈과 사랑을 담았거든요.”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바닷가 회전목마를 바라보면서 저 멀리 아득한 아름다운 세계를 꿈꿨고, 그곳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서러워하기도 했다. 바닷가 회전목마는 그렇게 나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드셨다.
나만 먹으라는 것을 내가 극구 우겨서 결국 드시게 된 것이다.
새하얀 아이스크림이 어머니의 혀에 녹아 들어갔다.
어머니는 단정하게 앉아서 혀를 내밀어 아이스크림을 핥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의 그 옆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렇게 봐?”
“엄마가 예뻐서요.”
“정말 엄마가 예뻐? 늙지 않았어?”
“하나도 안 늙었어요.”
“하하...”
어머니가 내 말에 소리 내어 웃자 어머니의 볼에는 어김없이 보조개가 우물져 나타났다.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그날 밤 나는 갑자기 서글퍼졌다.
아침이 밝아오면 어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 속이 무너져 내렸다.
자려고 누웠을 때 나는 어둠 속에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왜 한 숨을 그렇게 쉬어?”
“내일 엄마랑 또 헤어져야 하잖아요.”
“엄마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어?”
“네.”
“이리 와.”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려 했지만 나는 어머니가 안기에는 너무 몸이 커버렸다. 어머니보다 키도 더 컸고 어깨도 더 넓었다. 오히려 내가 어머니를 안아주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머니의 머리 아래도 팔을 둘러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예전에 첫 경험을 하고 나서 유라와 그런 모습으로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다정다감하면서도 에로틱한 장면이었다. 어머니를 안게 되자 샤워를 끝내고 얼마 되지 않은 어머니의 체취가 전해져왔다.
그 냄새는 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었다.
“지우 너, 이제 너무 커서 이러고 있기 징그럽다.”
“으익! 지...징그러워요?”
“응...하하...”
그러나 어머니는 계속 내 품속에 안겨 있었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피감은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느낌은 음란하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정한 내 의식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내 가슴 뛰는 소리도 느껴졌다.
그리고 저 멀리 아래에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라 좋아했었어?”
그것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속삭이듯이 그 질문을 하셨다.
“....네?”
“유라 좋아했었냐구...”
“모르겠어요.”
“그래, 잘 모를 거야.”
다시 또 침묵이 찾아왔다.
“유라의 몸을 좋아했었어?”
어머니는 또 다시 갑작스럽게 속삭이듯이 질문을 했다.
유라의 몸을 좋아했냐는 어머니의 질문은 내가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때 어머니에게 최대한 솔직하고 싶었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적이 떨어진 거구나?”
“그것도 있고...”
“또 뭐가 있어?”
“엄마가 안 오셔서 불안했어요. 공부가 손에 잡히지를 않았어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당연하죠.”
나는 대답을 하면서 어머니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당연하다는 내 대답에 울음기가 섞여있었나 보다.
“왜 또 울려고 그래?”
“엄마 안 오시고 그랬을 때 너무 서러워해서...”
나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울지 마. 엄마 이렇게 왔잖아.”
어머니가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말했다.
“그럼...음....성적 떨어진 게 엄마가 안 와서 불안했기 때문이고...유라의 몸도 자꾸 생각나고 그래서라는 거지?”
“.....네에.”
“엄마는 이제 전 보다 더 자주 올 거니까 그건 해결이 된 거고...휴우.....”
여기서 어머니는 한 숨을 내쉬었다.
“지우야.”
“네, 엄마.”
“유라하고 그런 관계 계속할 수는 없는 거야. 게다가 넌 유라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르고 있고 말이야.”
“네.”
“여자 몸이 자꾸 생각나서 공부에 방해가 되는 거라면.....음...”
다시 또 침묵이 찾아왔다.
이번에 찾아온 침묵은 다소 길었다.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긴 침묵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던 것일까.
“지우야.”
“네, 엄마.”
“너 엄마가 예쁘다고 그랬지?”
“예.”
“정말 그렇게 예뻐?”
“예.”
“엄마 보면 가슴이 뛰고 그래?”
“......예.”
“그럼.......음..”
“네?”
“여자 몸 생각나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도와줄게.”
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