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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술을 한 잔 마시고 쓴 글이라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분 모두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장에 가자.”
장에 가자는 어머니의 말에 유라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전 그냥 집에 있을게요. 지우하고 다녀오세요.”
“왜, 어디 아파?”
“속이 좀 쓰리네요.”
“그래, 그럼.”
유라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유라의 얼굴은 쓸쓸해보였다.
“유라누나 요즘 왜 저래요?”
“흐음....유라도 생각할 일이 있겠지.”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을 했지만, 그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시장은 활기에 차 있었다.
장사치들은 길바닥에 좌판을 벌여놓고 호객을 하느라 목청을 높였다.
어머니와 나도 그 활기에 넘친 분위기를 타고 유라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이 싫어, 얘!”
“맨날 유라누나 거 빌려 입을 수는 없잖아요..”
“그걸 여기서 어떻게 사, 남사스럽게...난 못 해.”
“그럼 수영은 뭘 입고 해요?”
나는 어머니를 떠밀다 시피해서 수영복을 파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머니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머니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고개를 못 들었다.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 빨간 색 비키니 수영복을 골랐다.
“누가 입을 거니?”
“여기 우리 엄마요.”
“어머, 이 분이 엄마야? 누난 줄 알았어. 근데 몸매가 너무 좋으시다.”
어머니는 여전히 얼굴을 못 들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또 다시 암벽 사이 틈새에 갔다.
바다에는 황혼이 내려앉고 있었다.
틈새 바닥에 깔려 있는 고운 모래밭에 황혼이 드리워졌다.
“돌아서 있어.”
“예.”
어머니가 비키니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나는 돌아서 있었다.
잔잔한 물결 소리에 섞여 어머니가 옷을 벗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어머니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다 벗어버릴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됐어.”
빨간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어머니의 모습은 보기에 황홀했다.
뒤로 머리를 곱게 올려 긴 목을 드러내고, 그 아름다운 목선은 흘러내리듯 어깨로 이어졌다. 빨간 색 브래지어는 어머니의 불룩한 가슴을 가까스로 가려주고 있었지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가려져서 어머니의 가슴은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보였다. 어머니의 은밀한 곳 역시 빨간 색 팬티가 가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어머니의 팬티를 벗겨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엄마 부끄러워.”
어머니가 수줍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
“아.....너무....예뻐요.”
내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결은 잔잔했다.
바닷물이 어머니의 가슴에서 찰랑거렸다.
사방은 어두웠고 파도소리만이 들려왔다.
어머니는 양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듯 물속에서 걸었다.
“하하하..”
어머니는 내 두 손을 잡고 웃었다.
그때 어머니는 틀림없이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나는 키스를 했다.
물속에서 하던 키스는 모래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계속되었다.
나는 모래사장에 어머니를 눕혀놓고 키스를 하면서 어머니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내 손에 익숙한 그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때 바닷물이 밀려와 어머니와 내 몸에 철썩이고 물러가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빨간 색 비키니 팬티를 천천히 벗겨 내렸다.
“어머...”
내 귓가에는 파도소리에 섞여 어머니의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내가 완벽하게 행복할 수는 없었다.
한 시도 내 의식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그러나 입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 그날도 어머니와 유라는 취객들의 노랫소리에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나는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그 모든 것들을 애써 외면해버렸었다. 나는 그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내 자아는 성숙해버렸다. 내 판단과 직관으로 세상을 볼 줄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다른 남자들 앞에서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파는 일을 예전처럼 외면하는 것이 그래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흐으으...”
나는 다락방에서 귀를 틀어막으며 자괴감에 빠져 들었다.
나에게 낮 동안의 행복은 밤에 치르는 고통의 대가였다.
그날따라 취객들의 노랫소리는 더욱더 크게 들렸고, 그에 따라 젓가락 소리도 더 요란했다.
나는 몸부림을 치면서 더욱더 세게 내 귀를 손으로 막았다. 그러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헉..헉...헉...”
바닷가를 달리는데 귀에 익은 아코디언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있었다.
세상은 내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가 젓가락을 두들기고, 그로 인해 내가 고통을 받아도 바다에는 행복에 겨운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지우 왔구나.”
회전목마 아저씨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예. 헉..헉...헉....”
“왜 그러냐? 무슨 일 있어?”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어머니 때문에?”
“어! 어떻게 아셨어요?”
“지우 네가 이제 속상할 나이가 된 거지. 이제 어린 애가 아니잖아?”
해군장교 모자를 쓰고 수염이 텁수룩한 회전목마 아저씨는 늘 그래왔듯이 역시 내 편이었다. 나는 아저씨가 특별한 위로의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아저씨 얼굴에 떠 있는 온화한 미소를 보고만 있어도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휴우...지우도 이제 세상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지.”
아저씨는 한 숨 섞인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말했다.
주막집으로 돌아왔을 때 난리가 나 있었다.
만취한 취객 두 명이 어머니와 유라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유라는 머리가 엉망이 되어 취객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취객들과 유라 사이에 서서 양 쪽을 다 말리고 있었다.
“니 보지에 금테 둘렀냐? 왜 빤쓰를 못 벗겠다는 거야? 돈 준다고 했잖아!!”
취객 중 한 명이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더니 유라의 얼굴에 뿌렸다.
“툇! 그깟 돈 억만 금을 줘도 네 놈들한테 내 보지 안 줘!!”
유라는 침을 퇴 뱉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썅년이!!”
그 취객이 유라를 때리려고 동작을 취하고 손을 휘둘렀을 때였다.
취객의 손은 유라를 때리지 못하고 막아서던 어머니의 얼굴을 때려버렸다.
“악!”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순간 눈이 뒤집혀 버리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끄아악!”
나는 괴성을 지르면서 그 취객에게 날라차기를 했다.
파출소장은 소란을 피운 두 명의 취객과 우리들 앞에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니는 취객의 가격에 입술이 터졌는지 그 입술에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나는 어머니의 그 상한 얼굴을 보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난 괜찮아. 지우야, 너 괜찮아?”
어머니는 내 볼을 손으로 감싸면서 물었다.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담겨서 건드리기만 해도 쏟아져 버릴 것 같았다.
“전 괜찮아요.”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옆에 앉아서 콧구멍에 휴지를 틀어막고 있던 유라도 울기 시작했다.
“형님...어허헝...”
“울지 마, 지우야. 울지 마, 유라야.”
그러나 어머니는 울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면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이 사람들아! 소문도 못 들어봤나? 우리 고장 천재, 장래의 판검사, 한 지우가 바로 이 아이야. 도와주지는 못 할망정 지금 뭣들 하는 짓이야?”
파출소장이 취객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문은 저희도 알지요. 거기가 거긴 지 알았으면 안 그랬지요.”
“저희가 크게 잘못을 했네요. 지우 학생 집인 거 알았으면 우리가 그랬겄어요?”
그 취객 두 사람은 진심으로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커다란 변화였다.
“그럼 찍소리 말고 치료비 변상하고 사과해.”
“여부가 있겄습니까?”
“지우야, 네가 너그럽게 용서해라. 이 사람들도 본시 나쁜 사람들은 아니고, 단지 술이 웬수다.”
“예, 소장님.”
파출소장은 나 열두 살 때 우리에게 대하던 것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내가 성장하고 성취해감에 따라 파출소장의 태도도 그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그때 어머니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 때문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파출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우울하고 서글펐다.
어머니는 여전히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앞만 보고 걸었다.
자신의 서글픈 심정을 유라와 나 앞에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 쓰는 모습이 더 서글퍼 보였다.
“지우야.”
“예, 엄마.”
“조금만 더 참자. 너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참고 또 참자.”
“하지만 엄마...엄마가...”
“난 괜찮아. 엄마는 지우가 상처받을까봐 그게 걱정이야.”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날 밤 사건은 다음 날까지 영향을 미쳤다.
마당에 나와 양치질을 하던 유라의 표정도 그저 씁쓸하기만 했고, 어머니도 별 말이 없었다.
“뽀뽀해 줘.”
내가 유라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유라는 입에 물고 있던 칫솔을 머금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하하..”
유라는 칫솔을 입에서 꺼내고는 환하게 웃었다.
“싫어?”
“알았어. 해 줄게. 이리 와.”
유라는 내 볼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 한참을 있었다.
“얘들아, 밥 먹자.”
어머니의 소리에 유라는 화들짝 놀라 내 볼에서 입을 떼었다.
내 볼에 입을 맞추고 난 유라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하고 수다를 떨었다.
“형님, 저 지우 볼에 뽀뽀했더니 기분이 참 좋네요. 하하하”
“잘 했어. 앞으로 자주 해 줘.”
“정말요?”
“정말이지 그럼. 뽀뽀하는 게 무슨 죄냐?”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와 유라가 예전처럼 수다를 떠는 모습이 나를 또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날 다 함께 시장에 갔을 때 나는 예전의 행복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여름 찌는 더위에 파라솔을 든 두 명의 사랑스러운 여인들과 함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함께 장을 보고 얼음 수북한 냉면을 사먹었다.
시장사람들은 우리 셋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는 자기들도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유라는 적어도 그때만큼은 서글퍼하지 않았고 그저 행복했다.
“지우 고등학교 졸업하면 뭐 하실 건데요?”
유라가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마시고는 말했다.
“음...꽃집을 하고 싶기는 해.”
“꽃집이요? 왜 하필 꽃집?”
“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하하하”
“으익! 형님 자뻑도 참...하하하...”
그러나 나는 언젠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머니는 어떤 꽃보다도 더 예쁘고 아름답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어머니는 또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나 그 사랑스러운 보조개는 감추어지지가 않았다.
셋이서 함께 바닷가에 갔다.
어머니는 나풀거리는 얇은 여름치마자락을 양 손으로 살짝 올려 잡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머리를 뒤로 올려 시원하게 목을 드러내고 가슴은 여전히 풍성하게 앞으로 불룩 솟아 있었다. 어머니는 바닷물이 밀려오자 깔깔 웃으면서 도망을 쳤고, 바닷물이 물러가면 아이처럼 쫓아갔다. 그러면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 사랑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하하하하하, 꺄악! 유라 너도 당해봐라.”
어머니는 유라에게 물을 튀기면서 마음껏 웃었다.
그동안 혼자서 겉돌던 유라가 다시 밝아졌다.
취객들과의 소동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유라는 그 소동이 있은 후 서로를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뽀뽀해줄까?”
유라는 내 볼에 입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응, 해 줘.”
“쪽!”
유라는 쪽 소리가 나도록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 나서는 환한 표정을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미 성숙한 여자인 유라였지만 웃을 때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나는 유라가 다시 밝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푹푹 찌는 어느 날 오후 나는 책을 몇 권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구멍가게 처마 밑 그늘 아래 마을 어른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오! 지우구나. 공부 잘 하고 있쟈?”
“아, 예. 하하.”
“날도 더운데 쭈쭈바 하나 먹어라.”
“괜찮습니다.”
“어허, 어여 하나 집어 들어.”
“예, 그럼...하하...고맙습니다.”
나는 마을어른이 사준 쭈쭈바를 빨면서 땀도 식힐 겸 그늘에 앉아 있었다.
매미소리만이 들려오는 나른한 한 여름날의 오후였다.
“어 참, 지우야. 어떤 녀석이 너 친구라면서 너희 집 물어보더라. 그래서 가르쳐줬다.”
“예? 제 친구요?”
“여자애도 한 명 같이 있던데...둘이 남매 같아 보이더라.”
내 친구? 그리고 여자애? 둘은 남매처럼 보였다?
보나마나 호철과 해리였다.
호철이 방학식 날 나에게 바닷가 집의 주소를 물어봤던 것이 기억이 났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설마 바닷가 집까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으니까 말이다.
집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호철과 해리는 나무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얼음 띄운 냉차를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아 내 오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 진짜 좋다. 하하.”
“지우오빠!”
“지우야, 친구가 올 거면 엄마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지.”
“아닙니다. 어머니. 지우한테 말도 안 하고 무작정 제가 온 겁니다. 하하”
유라는 주막집 문 앞에 서서 우리 쪽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유라누나, 내 친구야. 인사해.”
“아.....으응...”
“김 호철이라고 합니다. 얘는 제 동생 해리구요.”
“안녕하세요. 저 해리에요.”
호철은 정중하고 깍듯하게 유라에게 인사를 했다.
“아...응...네.......으응.”
유라는 호철에게 존대말을 해야 할 지 반말을 해야 할 지 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 누나. 동생 친군데...뭐 어때?”
“으....응.”
유라는 너무나 해맑은 호철과 해리를 보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긴 늘 상대하던 사람들이 술에 절어 사는 남자들이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유라야, 저녁 준비하자. 오늘 장사 없다.”
“예, 형님.”
호철과 해리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왔다.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꺅! 하하하하하.”
해리가 바닷물에 들어가자마자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 넘어지면서 깔깔 웃었다.
우리는 한동안 물장난을 하고 수영을 했다. 해리는 이제 나와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다. 나에게 물을 튀기다가 나에게 살짝 안기기도 했다.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비치파라솔 그늘 아래 누웠다.
해리는 예쁜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엎드려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던 해리의 몸은 아직은 말랐지만 길쭉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예쁜 몸으로 성숙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우오빠 엄마, 진짜 이쁘시더라.”
“응, 나도 깜짝 놀랐어. 무슨 엄마가 그렇게 이쁘냐?”
“침 흘리지 마. 울 엄마는 내 거야.”
“큭! 엄마가 자기 거 아닌 사람도 있냐?”
호철과 해리에게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해주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는 그것이 대단히 궁금했지만 사실대로 말을 해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 말대로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이었으니까 말이다.
“훅!”
해리가 입으로 바람을 훅하고 내 얼굴에 불었다.
“왜?”
“지우오빠 얼굴에 파리가 앉으려고 해서요. 하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해리의 순진하기만 한 얼굴을 보자 유라 생각이 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온갖 세파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유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가 지우 너 좋아하는 거 같다.”
호철은 이렇게 말하고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흥! 좋아하면 안 되나?”
“좋아하는 거야 상관이 없지. 그런데 이건 오빠의 직감인데 말야. 해리가 꼭 상처받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 있지.”
“사...상처? 지우오빠, 여자한테 상처 주는 사람이에요?”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줘? 나 그런 거 잘 못해.”
“그쵸? 오빠는 괜히...씨이...”
집에 돌아왔더니 어머니는 닭을 잡아서 백숙을 해놓았다.
보얗고 하얀 속살이 너무나 부드러운 닭고기였다.
“후와, 진짜 맛있다. 저기 닭똥집은 혹시...히히”
해리의 그 귀여운 식성이 발동했다.
“닭똥집? 그냥 버렸는데...하하하”
어머니는 해리가 진지하면서도 귀여운 얼굴로 닭똥집 달라는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해리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아이였다.
“으이그, 기지배가 또 시작이네...쪽 팔려..”
호철이 말했다.
유라는 혼자 겉돌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평상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그 수다스러웠던 유라가 대화에 끼지를 못했다.
“해리야, 다음에 오면 아줌마가 꼭 닭똥집 해줄게. 하하하..”
“정말요? 히히.”
어머니는 해리를 단번에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하긴 해리처럼 해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누구라도 좋아했을 것이다. 해리는 마치 마음의 빗장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아이처럼 너무나 솔직했고, 부잣집 딸답지 않게 성격은 소탈하기만 했다. 식성도 성격을 따라가나 보다.
“유라언니는 눈이 너무 예뻐요.”
해리가 이번에는 그 사랑스러움을 유라에게도 뻗치기 시작했다.
“내 눈?”
갑작스러운 해리의 칭찬에 유라의 눈이 커졌다.
해리의 사랑스러움은 유라의 자격지심조차도 녹여버렸다.
유라는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기 시작했고 간간이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어머니, 너무 잘 먹고 갑니다.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아이 뭘. 준비도 제대로 못 했는데...다음에 또 와. 정말 맛있는 거 해줄게.”
“꼭 또 올게요. 닭똥집 잊지 말아주세용...히히.”
“그래, 해리야. 하하하.”
나는 호철과 해리를 동네 어귀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했다.
밤이 되자 선선한 바람도 제법 불어와서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렸다.
“내일 보자, 그럼.”
“알았어.”
“지우오빠, 내일 봐요.”
“응, 잘 가.”
나는 다음 날 호철과 해리가 묵고 있다는 콘도미니엄에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거기에서 호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호철의 아버지.
그는 앞으로 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복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