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막 국그릇을 식판에 놓고 몸을 돌리던 이영의 눈에 띈 낯익은 얼굴. 강현이었다.
학생식당에서 낯익은 얼굴을 본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턱대고 말을 걸만한 사이는 또 아니라 이영은 강현쪽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흘끔거렸다.
어? 무표정한 얼굴로 밥을 먹던 강현이 앞에 앉은 사람이 웃긴 얘기라도 했는지 피식, 하고 입술을 끌어올렸다.
뭔데 뭔데? 뭐가 그렇게 웃긴데? 뭐가 그렇게 웃기길래 저렇게 웃나 싶어서 흘끔거리던 것도 잊고 빤히 쳐다보고 있건 그때 강현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눈이 마주쳐서 당황한 이영과는 달리 강현은 자연스럽게 눈으로 인사를 했따. 이영도 한 템포 늦게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의 시선도 강현의 시선을 따라 이영에게 닿았다.
다들 누구냐는 반응. 힞;민 벌써 시선을 돌린 강현은 앞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현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혼자 반가워하다 민망해진이영은 급히 두리번 거리며 빈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한참 피크시간인 학생식당에 눈에 띄는 빈자리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이영이 선 바로 앞에 세 명의 무리에서 한 자리 남은 자리가 있었지만, 안 그래도 민망해진 이 상황에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저처럼 혼자 먹는 사람은 없나, 하고 고개를 쭉 빼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순간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영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팔을 붙잡아 오는 단단한 손.
'사람이 부르는 것도 모르고 뭘 그렇게 정신이 팔려있어.'
'어?'
조금은 얼빠진 소리를 내고 멍하게 서있는데 상현이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이영을 잡아끌었다.
아. 영문도 모르고 몇 걸음 끌려가던 이영이 뒤 늦게 강혀닝 앉아있던 맞은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돌려버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만들려고 그랬던 모양이었다.
괜히 혼자 서운해 했던 것을 반성했다.
'야, 길터봐.'
그때까지도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친구들이 강현의 말에 급하게 표정을 바꾸면서 이영이 지나가기 쉽게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덕분에 잠시 드륵, 드륵, 끼익끼익, 의자 끄는 소리로 소란이 일었다. 한 사람 다니기도 힘든 좁디좁은 공간이 갑자기 홍해처럼 넓어졌다.
사실 모르는 척 하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영도 친구들의 미묘한 시선을 읽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불편해한다거나 싫어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다소 경악하는 눈빛에 가까워서인지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혹 바지 지퍼라도 열렸나 싶어 슬쩍 확인을 해봤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럼 뭐지?
'누구셔?'
그 길을 지나 이영이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들이 강현에게 물었다.에? 자리 만들면서 설명도 안했던 건가?
'건공 같이 들어.'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들며 강현이 심상하게 대답했다.
'어? 우리 학과야? 그런데 왜 못 봤지?'
'실건축인데 군대 갔다 오니 수업이 없어져서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시선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막 수저로 계란 국을 뜨던 이영이 부연설명을 했다.
'그럼 강의 듣기 좀 빡세지 않아요?'
'친구가 그 강의 널널하고 점수도 잘 준다고 해서요.'
후루룩, 계란 국을 마시면서 대답하자 질문했던 친구가 강현에게 고개를 꺾어 묻는다.
'어? 너 듣는 거면 서교수님 강의 아니야?'
'맞아.'
'잘못 들으신 거 아니세요? 서교수님 강의는 빡세기로 유멸해서 저희 과에서도 거의 안 들어요. 애 같이 빽 있는 애들이나 듣지.
'……그, 래요?'
'네.'
'하하.'
망할 이재황 새끼.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친구 욕을 할 수는 없어서 이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뭐 씹은 것 같은 표정이 된 이영에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그런데 이름이……?'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친구가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마침 숟가락으로 뜬 국을 딱 입에 넣고 있던 이영을 대신해서 강현이 대답했다.
'송이.'
'풉!'
강현의 대답과 동시에 이영이 입안에 있던 국을 앞으로 뿜었다. 일순 정적이 흐르고 강현이 말없이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에 튄 물기를 털었다. 이영의 옆에 앉은 친구가 헉,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를 냈지만 당황한 이영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미, 미안. 휴지 가져올게.'
'손수건 있어.'
엉거주춤 일어서는 이영을 손으로 저지한 강현이 제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긴 손가락을 꼼꼼히 닦았다. 사내놈 손가락이 참 길고 가늘기도 하다. 그 와중에 강현의 손가락을 넋을 놓고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게 왜 남의 이름으로 장난을 치고 그래.'
초딩도 아니고, 사실 이건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강현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핀잔하는 목소리가 다소 풀이 죽었다. 손가락을 닦던 강현이 고개를 들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송이라며.'
뭐래.
'내가 언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이영이 발끈해서 외쳤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더 기가 찬 소리다.
'저번에 이름 물었을 때 니가 난 송이염~, 하고 대답했잖아.'
'……영이라고 했거든? 송, 이영?!'
'그래?'
'그래!'
흐음, 하고 작은 소리를 끝으로 다시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들었다.
'게다가 이염이면 이염이지, 대체 어떻게 하면 내 이름이 송이가 되는 건데?'
사람 기암하게 해놓고 태연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강현에 이영은 급 흥분했던 것이 민망하기도 하고 이대로 넘어가기가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어 다시금 묻자 두부게란부침을 집어 한입 베어 물던 강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난 또 니가 귀엽게 송이염~이라고 하는 건 줄 알았지.'
'…….'
그러니까 제가 한 말이 고딩 여학생들이나 할 법한 '저 송이에염, 뿌우.'이라고 하는 걸로 들었다는 거지,지금?
'미치지 않고서야 사내놈이 귀여운 척 이름을 소개할 리가 없잖아!'
굳어있던 이영이 한 박자 늦게 버럭 외쳤지만 역시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귀여워서 그런가보다 했지.'
'…….'
헐. 너무 기가 막히니 말문이 턱, 막혔다. 입만 벙긋벙긋 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변명을 해주었다. 친절하게 이영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던 친구였다.
'그래도 귀엽게 보였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놈 성격에 아마 죽빵 날아갔을 텐데.'
'아, 네. 참 다행이네요.'
웃자고 하는 말인 것 같아서 이영도 적당히 맞장굴ㄹ 쳤다. 그러면서 이영이 잠시 무의식적으로 수저를 들었다가 좀 전의 실수를 떠올리고 슬그머니 젓가락으로 바꾸었다.
'근데 이름이 특이하시긴 하네요.'
'뭐, 그렇죠.'
'형제들은 뭐 삼영, 사영 이렇게 되나요?'
'아니면, 이일.이이?'
당연히 웃자고 한말이었다. 분위기 타파를 위한 나름의 노력들이 었다. 하지만.
'바로 밑에 동생이 이일이에요.'
무심히 대답하는 이영의 곧바로 합죽아 마냥 입을 꾹 다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송!'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이영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그런 이영과 눈이 마주친 재황이 그대로 동작 그만.
'왜 그래.'
'왜 그래?! 지금 왜 그러냐는 말이 나오냐?'
하지만 재황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깜빡깜빡.
'너 사실대로 말해. 그 교수가 점수를 잘 주는지 안 주는지, 개뿔도 모르는 거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묻자 일순 재황의 얼굴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차 싶었는지 곧바로 표정을 지웠지만 이미 이영에게 들킨 뒤였디.
'하하.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재황이 뻔뻔하게 되물었다 야자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이영을 피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재황이 변명했다.
'아니 사실 점수 잘 주는 교수는 이미 자리가 다 찼다고 해서.'
'그럼 그렇다고 해야지!'
'기껏 나 봐서 해준 건데 점수 안주는 교수강의라서 됐다고 하기가 좀 그렇잖냐.'
결국 자기 체면치레 때문에 남의 학점을 희생시켰다는 말이었다. 기가 막혀서 입만 뻥긋뻥긋 거리고 있는 이영에게 재황이 나름 수습이랍시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열심히 들으면 잘 나을 거야.'
다음 순간 이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는 가 싶더니.
'하하.그래?'
이영이 입으로만 웃으며 재황을 향해 한걸음 앞으로 내대뎠고, 재황은 뒷걸음질 쳤다. 다시 이영이 한걸음 다가셨으나 역시 재황도 뒷걸음질 쳤다.
'왜 도망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그렇게 묻는 이영은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영을 확인한 재황이 아예 몸을 돌려 뛰기시작했다. 그런 재황을 보고 하하하, 입으로 웃은 이영이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캠퍼스 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잠시 일었다.
'줄까?'
강현이 들고 있는 음료수를 내밀었다.
숨 넘어 가기 직전이던 이영이 한 번 사양도 않고 그대로 음료수를 받아 마셨다. 아니 들이부었다는 말이 더 맞았다. 한 번 쉬지도 않고 음료수를 원샷 했다. 그리고 정신이 조금 들자 음료수를 받으며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마워.'
강현은 상관없는 듯 했지만 그래도 조금 민망해졌다. 들고 있던 음료수통을 돌려주려다가 텅텅 비었다는 것을 깨닫고 멋쩍게 손을 내렸다.
'새 거 사줄게.'
'그래.'
이영이 말을 하기 무섭게 강현이 자판기 쪽으로 걸었다. 안 물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참 보면 볼수록 깨는 녀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판기 앞에 서서 기다리는 강현에 이영도 자판기 앞으로 다가섰다.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천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냈다. 지갑에 넣어놓지 않은 지폐는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거 안 들어가는 거 아냐? 손가락으로 구겨진 모서리를 열심히 펴서 투입구에 밀어 넣었다. 의외로 잘 들어간다고 싶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기계는 지잉- 소리를 내며 도로 밖으로 뱉어냈다.
반납 된 지폐를 다시 모서리를 평평하게 펴서 조심스럽게 지폐를 밀어 넣었다.그리고 잠시 지폐투입구에 시선을 둔 채로 동작 그만. 깜빡깜빡. 눈을 두 번 깜빡이는 동안 기계는 조용했다. 된 건가? 하고서 긴장을 푸는 순간,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계가 지폐를 뱉어냈디/
'에라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점점 오기가 생긴 이영이 이번엔 지폐를 제 허벅지에 문질렀다. 슥슥슥슥, 허벅지에 화끈한 열이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문지르던 이영이 순간 생겨났던 열기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투입구에 지폐를 밀어 넣었다. 이번엔 좀 전보다 더 오랫동안 기계가 조용했다.
됐나? 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그 순간,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 기계가 지폐를 뱉어냈다.
'콱마!'
빡친 이영이 빽 소리를 내질렀다.
아오. 내가 꼭 먹고 만다. 이를 갈며 다시 투입구에 매달리는 이영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어깨 위로 불쑥 내뻗어진 손. 그 자세 그대로 굳어있는 이영의 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폐를 가져가 투입구에 밀어 넣었다.
'뭐.'
강현이 고갯짓을 할 때마다 대체 무슨 향수를 쓰는 거지? 코끝으로 느껴지는 좋은 향기에 잠시 멍하게 있던 이영이 뒤늦게 에에?!하고 작은 소리를 질렀따. 이 새끼 제가 줄 때는 뱉어내기만 하더니 강현이 주는 것은 한 번 만에 냠전히 지폐를 먹었다.
뭐야.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불퉁하게 입술을 내미는 이영에게 강현이 한 번 더 고갯짓을 했다. 이영이 꾸물꾸물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눌렀다. 텅,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강현이 몸을 숙여 음료를 꺼내서 건네준다.
'어? 넌?'
'난 됐어.'
그리고 엉겁결에 받아들었던 거스름돈과 강현을 번갈아 보던 이영이 묻자 정작 본인은 됐단다. 그럼 왜 먹자고 한 거지? 의아해하다가 뒤늦게 저 먹으라고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 사실 반쯤 남은 음료로는 갈증이 다 가시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따. 은근 다정한 구석도 있다.
퓨슉,하고 캔을 따면서 강현을 흘끔거리던 이영이 슬쩍 물었다.
'여자 친구 그렇게 보내도 되는 거야?'
'강의 있는데, 뭐.'
혹시나 해서 떠본 것인데 진짜 여자 친구가 맞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보냈단 말야?! 이영이 경악했다.
좀 전 재황이 놈과 추격전을 찍으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을 때였다. 커다란 덩치에 비애 꽤나 날쌘 대황이 덕분에 꽤 오래 달려 체력이 떨어진데다가 하필 내려오던 그 계단이 깊이 가 얕고 폭이 넓은 비정형적인 계단이었던 터라 몇 걸음 뛰어내려오다가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어어어,하는 사이 몸이 앞으로 꼬꾸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바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영의 눈이 바닥 쪽으로 움직인 것이었지만 그 순간엔 그렇게 느껴졌다.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천천히 흘렀다. 얼굴이 바닥에 닿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던 그 순간.
턱, 하고 팔을 잡아오는 손길에 기울던 몸이 순식간에 균형을 잡았다.
-!!!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강현이 서있었다. 말이 없긴 했지만 분명 한심한 녀석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놈이 어린애마냥 뛰다가 계단에서 구를 뻔했으니 얼마나 한심해보이겠는가. 게다가 잘못하면 계단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었고.
하지만 이 사태의 원흉인 재황이 놈은 잠시 뒤를 돌아보고 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이내 후다닥 도망쳐버렸다. 울컥했지만 다시 추격전을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더 이상 체역이 없기도 했고.
이영이 숨을 고르는 사이, 고개를 돌린 강현이 함께 가고 있던 여자에게 가보라는 듯 간단한 손직을 했다. 그리고 태연히 고개를 돌리는 강현에 오히려 다오항한 것은 이영이었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어도 분명 엄청 미인이었다. 그런 미인 여자 친구가 있으면 저 같으면 완전 공주님 모시듯 하고 불안해서 절대 혼자 못 둘 텐데. 이렇게 잠깐 만난 친구 때문에 여자 친구를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보낸다는 사고 반식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허나 또 눈앞에 강현의 얼굴을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드는 것이, 무조건 잘해주는 남자보다 요즘은 은근 이런 성격이 인기 있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좀 전에 구르려던 자신의 팔을 붙잡아 주었을 때나 자신의 손에서 지폐를 가져갈 때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터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에 밴 배려라고 해야 하나? 여자라면 백이면 백 설렐 행동이었다. 물론 그것도 이 녀석처럼 생긴 녀석일 때나 해당되는 말이지 저 같은 평범한 외모의 남자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였다. 괜히 변태취급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콜라 맛이 이상해?'
'어? 아닌데?'
뜬금없는 질문에 이영이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뭐 씹은 표정을 짓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재수없다는 감정이 표출되었던 모양이다. 이영이 황급히 얼굴의 표정을 감추며 대충 둘러댔다.
'어?탄산이 올라와서.'
'그래?'
'어.'
'그럼 왠만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표정 짓지 마. 엄청 못생겨 보이더라.'
심상하게 말하고 돌아서는 강현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이영의 얼굴에 완전 재수없다는 표정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