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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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어 던지며 현관을 들어선 이영이 거실을 가로 질렀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이내 강현에게 붙잡혔다.

"커피 타올 테니까 잠깐-"

말을 채 다 잇기도 전에 강현의 입술이 이영의 입술에 닿았다. 잠시 멍하게 있던 이영이 이내 펄쩍뛰며 강현을 밀쳐냈다. 하지만 겨우 입술만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그마저도 곧바로 달려들려는 강현에 이영이 필사적으로 피하며 변명했다.

"나 술냄새, 나는-"

"추워. 따뜻하게 해줘."

답지 않게 애원해오는 강현에 이영이 잠시 굳었고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강현은 이영의 입술로 파고 들었다.

쪽쪽족쪽.

쪼는 듯한 키스가 쏟아졌다.

할짝, 할짝, 할짝.

일자로 닫힌 입술 틈을 젖은 혀가 할짝댔지만 입술이 열리지 않자 강현이 살짝 입술을 떼고 속삭였다.

"벌려봐. 응?"

약간 결이 갈라진 낮은 목소리. 강현의 달큰한 숨결이 입술에 닿았다. 닿을때마다 온몸이 근질거렸다.

다물고 있던 입술에서 슬금슬금 힘이 빠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현의 혀가 입술을 가르고 쭉- 들어왔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단숨에 불이 들어왔다. 혀를 얽으며 강현의 손이 이영의 허리춤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온몸의 솜털이 다설만큼 손이 차가웠다. 하지만 이영은 그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잠시 허리에 머물러 있던 손이 천천히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각도를 달리해 입을 맞추며 움푹 들어간 날개뼈를 더듬었다. 두개의 혀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얽히고, 문지르고, 물고 빨아댔다.

쩍, 민망한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졌다. 입술이 떨어진 뒤에야 산소가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할딱할딱,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사이 어느새 벗겨진 이영의 오리털파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 잠깐."

한번  망설이지도 않고 바지 버클을 잡는 강혀느이 행동에 이영이 펄쩍 뛰며 강현의 손을 붙잡았다. 힘으로 밀쳐대자면 못 밀쳐낼 것도 없었지만 강현은 손을 멈추고 물끄러미 이영을 보았다.

"나 남자야."

"설마 내가 모를까봐 알려주는 거야?"

이건 또 무슨 헛소린가, 미간을 찌푸린 강현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나도 너랑 똑 같은 게 달려있다고. 그냥 생각하는 거랑 직접 눈으로 보는 거랑은 다르니까. 정작 하기 전에는 괜찮다고해도 막상 다리 사이에 달려있는 거 보고 식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니까."

겁을 집어 먹고 주저리주저리 변명하는 이영에 강현이 잡고 있던 바지버클을 놓았다. 일순 크게 흔들리는 이영의 눈동자에 강현이 혀를 찼다.

이런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한다.

허나 이영의 생각과는 달리 바지버클을 놓은 강현의 손은 허리뒤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허리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 두 손이 바지위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탱탱한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무의식적으로 이영의 허리가 뒤로 빠졌지만 강현은 손에 힘을 주어 제 쪽으로 당겼다.

"걱정마."

사타구니를 부비며 강현이 속삭였다.

"차라리 식어버리길 바라게 해줄 테니까."

바지위로도 그 크고 뜨거운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굵은 기둥이 꾹, 들어왔다가 슥, 빠져나가고.

꾸욱, 들어온 기둥이 스-윽. 빠져나간다.

그때마다 엎드린 이영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장담한 대로 강현은 이영의 벗은 몸을 보고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넣을 때마다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물론 실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윽."

귀두가 보일 때까지 잡아 뺐다가 끝까지 한번에 기둥을 밀어 넣은 강현이 가슴을 이영의 등에 바싹 붙이고 물었다.

"아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이영이 빼꼼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조, 조금."

그래도 아프기만 한건 아니구.

혹시나 싶어 조그맣게 이영이 덧붙였다. 강현의 것이 커서 그렇지 테크닉이 없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테크닉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아픈 와중에도 조금씩이긴 했지만 분명히 쾌감이 있었다.

"히익-."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랫배로 들어온 강현의 손이 이영이 성기를 붙잡았다. 기겁한 이영이 손을 뒤로 내저었지만 앞과 뒤를 다 잡힌 상황에서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었다.

"뭐, 뭐하는-"

"삽입하면서 만져주면 덜 아프다고 해서. 왜. 싫어?"

"하지-응-!"

아으. 싫냐고 물으면서 주물거리는 건 반칙아닌가. 게다가 이렇게 현란한 손놀림이라니.

움켜쥔 손바닥이 앞뒤로 천천히, 그랬다가 느리게, 다시 천천히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연약한 살이 딱딱한 손바닥에 쓸렸다. 처음엔 아프기만 하던 감각은 점점 쾌감으로 변했다. 익숙해지자 오히려 이영이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확실히 느슨해졌네."

태연히 내뱉는 말투가 더 자극적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기분, 하아, 나쁘지, 않아?"

"뭐가?"

할딱이느라 말이 자꾸 뚝뚝 끊어졌지만 이영은 고집스럽게 말을 이었다.

"같은, 게, 달려있는, 거."

"지금 상황에서 그게 할말이냐?"

꾹. 마치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강현이 뒤로 뺐던 허리를 앞으로 밀어 넣었다.

"히익----!!"

앞으로 도망치는 이영의 성기를 꽉 움켜쥐자 이영의 허리가 굳었다. 길고 굳은 기둥을 삼킨 내벽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일순 강현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음산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하아, 지금 같아서는 진짜, 백번은 뺄 수 있을 거 같은데."

뭐?! 라고 되묻기도 전에 퍽, 하고 다시 귀두 끝까지 잡아뺀 성기가 안으로 끝까지 치고 들어왔다.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쪽.

강현이 허공에 떠서 움찔거리는 이영의 엄지발가락을 빨아올리며 물었다. 평소라면 기겁을 했을 이영이지만 지금은 그저 강현이 제 발가락을 핥아 올리는 것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진짜 손가락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고 벌써 몇번을 쉬지 않고 강현을 받아들인 구멍은 감각도 없었다.

저렇게 단정한 얼굴로 강현은 꽤나 집요한 섹스를 했다. 남자도 임신시킬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당연히 농담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정도라면, 진짜 임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잔뜩 했다.

여전히 멍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이영을 보며 피식, 웃은 강현이 이영의 무릎 뒤를 잡아 밀며, 상체를 숙였다. 덕분에 조금 빠져있던 기둥이 스윽,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안에 쏟아부었던 끈적한 액체가 찍- 소리를 내며 밖으로 흘러넘치는 감각에 이영이 진저리를 쳤다. 물론 아픈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탈이었다.

얼마나 들락날락했는지 이제는 없는 것이 더 허전할 정도였다.

"나 언제부터 좋아한거야?"

꾸욱, 뒤로 뺐던 기둥을 다시 밀어넣으며 물었다,

"아윽-"

"말해봐.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그렇게 물으면서도 강현은 쉬지 않고 잘게 허리를 쳐올렸다.

착,착,착,착. 이영 본인이 쏟아낸 정액과 강현이 쏟아부은 정액으로 잔뜩 젖은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부딪히는 소리가 미치게 야했다.

강현이 움직이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이영은 생각했다. 질문을 하던지, 허릿짓을 하던지 둘 중에 하나만 하면 안 될까. 그리고 이왕 할거면.

"거기, 거기, 말고. 좀 더, 더, 위에."

그새 달아오른 이영이 애원했지만 강현은 다시 물었다.

"응? 언제부텨였어?"

몇번이고 제가 느끼는 부분 근처만 꾹꾹 문지르기에 모르고 그러는 건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번 입술을 달싹이던 이영이 한참만에야 소리를 만들어냈다.

"처, 처음부터."

처음 보았던 그날부터. 손가락으로 제 노트를 쿡, 찔렀을 때부터. 저에게 피식, 하고 웃어주었을 때부터.

"너 진짜."

하지만 자신을 보는 강현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혹시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한 게 마음에 안드는 건가. 그냥 얼마 안되었다고 할걸. 덜컥 겁이 난 이영이 아니라고,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 강현이 상체를 숙여 이영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입술이 떨어지기 무섭게 따지듯이 외친다.

"날 죽일 작정이야?"


하지만 강현의 얼굴에 서린 건 분명 기쁜 기색이었다.






"너야말로 날 죽일 셈이야?"


상쾌한 표정으로 잠든 강현을 물끄러미 보며 이영이 중얼거렸다.


"아직 깨어있을 체력이 있었단 말이지."


헉.


"자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자."


말은 그렇게 해도 아예 자지 않은 것은 아니고 자다가 깬 모양이었다. 나른한 목소리에 잠기운이 묻어났다.


"그렇게 멋있냐? 잠도 안자고 넋을 놓고 볼만큼."


"누가 넋을 놓고 봤다고. 웃겨. 진짜."


빤히 자신을 향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건 이영이었다.


"그래 봤다 봤어! 닳는 것도 아닌데 좀 보면 안되냐?!"


"안되긴 왜 안돼. 당연히 봐도 되지. 다만 그렇게 보면 나한테만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건 각오하란 말이지."


"무슨-"


설마. 되묻기도 전에 강현이 슬쩍 시트를 들어올렸다. 무의식적으로 그 곳으로 시선을 주었던 이영의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번졌다.


"어딜."


슬금슬금 도망가는 이영의 허리를 강현이 덥석 붙잡았다. 놀란 이영이 바둥거리며 외쳤다.


"놔! 놔! 나 진짜 더 이상은-"


"좋아해."


우뚝. 동작그만자세로 굳은 이영이 눈만 꿈뻑꿈뻑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 바락바락 대드는 너, 좀 귀여웠거든.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 들었던 건 네가 유일했더라고."


"거짓말."


"......."


자신이 바랐던 반응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영의 반응에 강현의 미간이 살풋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영은 여전히 불신에 찬 눈을 거두지 않는다.


"진아도 이쁘고 귀엽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랬잖아! 내가 진아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고 있던 강현이 뒤는게, 아, 하고 작은 소리를 냈다


거봐 거봐. 기억나지?


하지만 강현은 곧바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네가 말했던 거거든?"


"뭐?!"


"네가 진아 예쁘고 귀엽지, 라고 해서 그렇지, 라고 대답한 것뿐이잖아."


"......."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대답했을 거아냐."


사실대로 말하자면 강현은 진아에 대해서 아무생각도 없었다. 진아에 대한 이야기인줄도 모르고 그저 이영이 하는 말이니 맞장구를 쳐줬을 뿐ㅇ이다. 그런 대화를 했다는 것도 지금 이영이 말하니 생각났다.


자신은 그저 이영에게 냉정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않아서였던 것뿐인데 이렇게 오해를 했을 줄은 몰랐다. 그제야 이영이 왜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는지 알았다.


"어차피 너도 게이가 아니니까, 여자가 더 좋잖아. 가슴도,큰."


피식. 강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얼마전 청순한 얼굴에 가슴은 큰 여자가 좋다고 동기들끼리 농담한 적이 있는데 그걸 또 마음에 담아두었던 모양이다.


"걱정마."


뚱하게 자신을 보는 이영을 끌어당겼다. 슬쩍 밀어내는 시늉을 하긴했지만 이내 못이긴척 끌려왔다. 


성인남자가 이렇게 귀여운건 반칙아닌가.


"난 본래도 거유보다는 빈유가 취향이니까. 누구처럼 아예 없는 건 더 좋고."


시뻘게지는 귀를 강현이 쪽 빨았다.


왠지 달콤한 맛이 나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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