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가 멈춰섰다. 이영이 차를 항해 몇걸음 걸어가는 사이, 운전석 문이 열렸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멀쩡한 얼굴을 보니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사이 운전석에서 내린 강현이 단숨에 이영과의 거리를 좁혔다. 성큼성큼. 긴 다리를 몇번 움직이지도않았는데 어느새 강현은 제 코앞에 와서 서있었다.
"미쳤어?"
한시간은 걸린다더니 주소찍어보낸지 이십분도 안된것같았다. 안절부절 못해 나와있긴했어도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왜 나와있어?"
사람 간을 있는대로 다 졸여놓고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그럼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
"그러게 누가 그런말 하래."
"내가 뭐랬는데."
"보고싶다며."
그게뭐. 별말도 아니구만. 불퉁하게 입을 내미는 사이 강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 그런 소리 한거 처음인거 아냐?"
"......친구사이에 그런 소리를 어떻게 하냐."
"남자든 여자든 보통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하기 마련인데."
재수털리긴해도 또 틀린말은 아니다. 우강현이나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너는 그런 나를 별로 아쉬워하지도 않더란 말아지."
컥. 하고 뒷목이 빳빳해지는 소리였다. 2년동안 짝사랑해온 사람한테 지금 뭐?
"심지어 안봐도 상관없다는 듯 굴었잖아, 너."
"내가 언제?!"
억울한 마음에 빽 소리를 내지르는 이영에게 강현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언제긴. 작년 여름방학 직전에 잠수탔던거 기억안나?"
"......"
아. 이영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근데 이건 좀 억울하다. 그건 안봐도 상관없었던게 아니라 그 수 밖에 없어서 그런거지. 그리고 사실 그전에는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머리빠지게 고민하느라 그런것이지 진짜 마음먹고 피한것은 뭐. 하루도 안된다. 무려 결심한 당일에 포기해버렸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이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렇고.
"그일 기억하고 있는 줄 몰랐는데."
자신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수있을만큼 큰일이었지만 강현은 아니니까 이렇게 그일은 마음에 두고 있을줄은 몰랐다.
"아무리 나라도 갑자기 피하거나 하면 상심한다고."
".......미안."
천하의 우강현이 상심이라니. 강현을 아는 이들이 들으면 절대 믿지않을 소리였으나 눈에 콩꺼풀이 쓰인 이영은 조용히 사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한테 그렇게 함부로 한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뭐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봤을땐 엄청 비웃었는데 말이지."
"내가 여자냐."
삐죽, 핀잔을 하는 이영의 입술이 올라가 있었다. 아닌척하려고 해도 표정관리가 잘 안된다.
"그랬던 송이가 무려 보고싶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말이 어떻게 들리겠냐고."
".......뭐. 어떻게 들리는데?"
다 알면서 모르는척 묻는다.
"궁금해?"
강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었다. 하지만 이영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단숨에 눈에서 웃음기를 지운 강현이 덧붙였다.
"궁금하면 한번해보던지."
띡띠띡띡띡띡띡.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이 전에없이 조급해져있었다. 아 진짜! 뭘 잘못눌렀는지 다시 하라는 신호가 울렸다. 옆을 지키고 선 강현의 시선에 자꾸만 초조해지는 마음을 누르며 다시 빠른 속도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띠딕. 경쾌하게 울리는 알람. 다행히 이번엔 제대로 누른 모양이었다. 하아. 이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그때까지 가만히 옆을 지키고 서있던 강현이 더이상 참지못하고 먼저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거칠게 문을 열더니 이영을 밀어넣었다.
어어어. 하는 사이 떠밀리듯 현관으로 들어선 이영의 뒤에서 곧바로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저녁 뭐 먹을-"
왠지 멋쩍은 기분에 돌아보지 못하고 막 걸음을 내딛으려던 때였
다. 단단한 손이 이영의 손목을 붙잡았다. 당겨지는 힘에 이영의 상
체가 돌려지더니 눈이 마주쳤다. 맹수와 눈이 마주친 기분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뭐야. 안달 나게 하려는 거야?"
"……."
그런 생각 할 여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살짝 고개를 기울
인 강현이 말했다.
"안달 나게 하지 마."
"……."
"진짜 미칠 것 같으니까."
낮게 으르렁거린 강현이 이영에게 달려들었다.
입술이 밪닿았다. 왠지그대로 삼켜질 것 같은 기분. 이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무의식적으로 살짝 벌어진 입술 틈을 벌리고 솜씨 좋
게 혀가 쑥, 들어왔다.
강현이 어쩔 줄 모르고 굳어있는 이영의 혀를 휘감았다. 질척거리
는 혀가 부벼졌다. 강현이 이영의 턱을 들어 올려 좀 더 깊이 혀를
넣는다. 갈 곳을 몰라 주먹만 쥐고 있던 손이 더듬더듬 강현의 옷자
락을 붙잡았다. 어색하던 입맞춤이 조금씩 깊어졌다.
이영도 어설프게나마 강현의 혀에 제 혀를 감았다. 츱, 츱, 각도를
달리 할 때마다 입술에서 야한 마찰음이 흘러나왔다. 강현이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이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단단한 몸이 밀착
되었다. 솜씨 좋게 이영의 허벅지 사이로 무릎을 집어넣고는 무의식
적으로 물러서는 이영의 허리를 꽉 눌렀다.
강현이 각도를 달리해서 다시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무릎을 세워
이영의 사타구니 부근을 지그시 눌럿다. 힉, 하고 이영이 꼴사나운
신음을 흘렸지만 맞닿은 입속에서 사그라들었다.
혀를 비비고, 빨아 당기고, 빨아들인 이영의 혀를 이빨로 잘근잘
근 씹는다. 그러면서도 무릎으로 이영의 사타구니를 자극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끄응, 끄응, 이여잉 목으로 울었다.
강현이 이영의 두꺼운 파카를 벗겼다. 대충 집에서 뒹굴다가 겉옷
만 걸치고 나간 것이라 안은 얇은 반팔 면 티셔츠가 고작이었다. 그
얇은 티셔츠 안으로 강현의 단단한 손이 불쑥, 들어왔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기운에 이영이 움찔, 하고 몸을 굳힌다. 그런
이영을 달래듯 강현이 살살 등허리를 문지른다. 천천히 몸의 경계가
풀리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 챈 강현의 손이 천천히 이영의 옴폭 들
어가 있는 등허리에서 툭, 튀어나와있는 견갑골까지 더듬어 올라왔
다.
"히익."
슬금슬금, 등허리를 훑어 올리는 손길에 온몸의 솜털이 일제히 서
는 것 같았다. 온몸의 신경이 예민해진다. 혀가 문질러질 때마다 목
울음이 났다. 자꾸만 무릎의 힘이 풀려 주저앉는 몸을 강현이 단단
하게 붙들었다. 옷자락을 잡고 있던 이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 잠깐-"
호흡이 엉켰다. 점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웠다. 이러다 진짜 숨이
멎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을 때, 몇 번이고 각도를 달리해 집요하게
입을 맞추던 강현이 살작 입술을 뗐다.
"어디야. 네 방."
그리고 그 잠깐도 참지 못하고 다시 입술을 눌렀다. 잘못하다간
진짜 현관에서 일 치르겠다 싶어진 이영이 강현에게 막힌 입술 대
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강현은 그 뒤로도 몇 번 더
혀를 섞은 뒤에야 입술을 뗐다.
그러고도 아쉽다는 듯 쪽, 하고 아랫입술을 가볍게 빤 강현이 이
영의 손목을 움켜쥐고 앞서 걸었다. 급히 벗어던진 신발 한 짝이 거
실 안쪽으로 떨어졌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강현의
손에 끌려가던 이영의 걸음도 어느새 제 스스로 속도를 높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