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6)

"우와!"

강현의 차를 본 이일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아우디잖아요. 형 차에요?!"

"응."

"직접 모는 사람 처음 봤어요."

"촌스럽게 굴지 말고 빨리 타라."

조금 창피해진 이영이 입을 벌리고 있는 이일의 어깨를 밀었다.

처음엔 이영이 미는 대로 떠밀리던 이일은 이내 제 발로 차에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형. 나 이거 한 번 몰아 봐도 되요?"

"너 면허 있어?"

"없어!"

이영이 대신 외치듯 대답했다.

"근데 곧 딸 건데. 주행도 한 번이나 나갔어요."

"한 번 밖에 겠지."

이영이 친절하게 정정해준다. 하지만 이일의 시선은 강현에게만 향해있었다.

 "나중에 광안리 가면 공터 있으니까 내 거기서 연습 좀 해보면 안 돼요?"

 "이기 미칬나."

 "그래."

철없이 구는 것도 어느 정도지. 눈을 부라리던 이영과 달리 강현은 흔쾌히 허락해준다. 덕분에 이영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반명 이일만 완전 신이났다.

 "진짜? 진짜지요?"

 "응. 도로는 안 되지만 거기라면 걸리지 않으니까."

운전연습을 무슨 남의 외제차로 한단 말인가. 이게 간댕이가 부었구나 싶었다.

 "야. 그러다 뭐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공터에서 하는데 뭐 크게 다칠 일은 없지 않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현에 이영이 이일과 차 지붕을 번갈아 가며 탕탕 쳤다.

 "얘 말고 차 말이야."

누가 얘 다칠까 걱정하냐? 니 차님이 다칠까 걱정하는 거지. 그런 이영의 대답에 강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농담인 줄 아는가 본데 이게 농담 아니거든요.

 "뭐 어때. 기껏해야 어디 긁기밖에 더하겠어?"

이런 거 보면 확실히 잘사는 집 자식은 자식이다.

어디다 긁기라도 하면 수리비가 대체 얼마인가. 자신은 그런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데 정작 강현은 태연하다.

 "송이일. 니 운전하기만 해라."

남의 집 자식이 안되면 우리 집 자식이라도 막아야 했다.

 "뭐어. 강현이 형이 해도 된다는데."

 "강현이 가고 나서도 생각해야 될 건데?"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이영에 이일이 히잉, 하고 우는소리를 했지만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뒷자리에 올랐다.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닳을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이지!!"

두려움에 떠는 이영에 강현이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보통 자기 차랑 마누라는 절대 남한테 안 빌려준다는데 너는 심지어 저런 생초보한테 키를 맡기고 싶냐?"

 "글쎄 누가 빌려달라고 물어본 적이 없어서."

뭐, 그럴 만도 했다. 누가 간 크게 강현에게 차를 빌려달라고 하겠는가. 그것도 심지어 외제차를. 이런 겁대가리를 상실한 송이일정도가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있는데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던 강현이 다시 덧붙였다.

 "마누라는 안 돼도 차 정도야 뭐."

의미심장하게 웃는 강현에도 이영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얜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형이 안 된다네."

사뭇 강경한 이영의 반대에 강현이 백미러로 이일과 눈을 마주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일의 원망스러운 표정이 이영에게 닿았으나 물론 눈 깜짝할 이영이 아니었다.

시동을 건 강현이 핸들을 돌렸다.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요, 여기."

이일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노란 간판에 남포동 찹쌀호떡이라고 써진 작은 포장마차. 사실 포장마차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점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산인해. 줄이 시장중앙에서 저끝까지 서있다.

 "이쪽으로 스이소."

아주머니 한 분이 줄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일이 냉큼 가서 서고 그 뒤로 이랑, 이영, 강현이 나란히 세명이 섰다.

 "차에 있으면 내가 사가지고 간다니까."

 "왜?"

 "이렇게 줄서는 거 창피하지 않아?"

 "뭐가?"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생각하면 별것 아니긴 한데 왠지 강현은 이런 곳에 줄 서고 그런 것이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다. 게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강현에게 몰려들었다.

칙칙한 어두운색 패딩을 껴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갈색을 코듀로이 재킷 차람의 강현은 유난히 튀어보이는 감이 있었다. 물론 옷차림 때문마은 아니겠지만.

 "안 추워?"

목에 검은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둘둘 말긴 했어도 꽤 추운 날씨인데 이상하게 강현은 별로 추운 기색이 아니다.

 "확실히 부산이 따뜻한 거 같은데."

솔직한 감상을 말하는 강현에 이영도 조금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확실히 서울이 춥긴 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부산 겨울도 꽤 춥다 싶었는데, 서울에서 차츰 겨울을 보내면서 뼈를 시리는 추위가 뭔지를 깨달았다.

뭐 비교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객관적으로 춥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왠지 강현의 머리 위로만 따뜻한 기운이 있나 싶을만큼 태연한 얼굴로 이영이 강현이 앞으로 보는 틈에 슬쩍 손을 내뻗어보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확인 결과 그런 일은 없었다.

 "여기 진짜 맛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줄이 금방금방 줄었다. 처음 줄을 섰을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어느새 호떡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이일이 너무 신나해서 저는 아닌 척 했지만 이영도 사실 오랜만이라 호떡이 먹고 싶었다. 슬슬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나니 이영의 발이 들썩들썩 거린다. 고개를 쭉 빼고 앞만 보고 있던 이일이 고개를 돌려 설명했다.

 "서울은 기름에 굽는다했지? 우리는 튀기는데."

 "그래?"

 "이건 설탕물 나오는 말랑말랑한 거랑 달라. 기름에 튀겨서 안에 따로 견과류랑 설탕 섞은 거 한 수저 퍼주는데 전혀 안 느끼하고 맛있어."

이일의 설명에 끼어들어서 열심히 설명하던 이영이 뒤늦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강현을 발견했다. 아, 너무 애같았나. 머쓱해진 이영이 손가락으로 슥슥 볼을 긁었다.

 "여기, 이거 들고."

때마침 나타난 아주머니가 네 사람의 손에 종이컵을 놓았다. 참새 몰리듯 아주머니가 미는 대로 옆으로 옮겨가자 다른 아주머니가 고로케처럼 튀겨진 호떡을 숟가락으로 푹, 하고 찍어 벌리더니 그 안으로 다시 견과류와 설탕이 섞인 것을 한 수저 퍼서 넣는다. 그리고 그 호떡을 집어 폭, 하고 종이컵 안에 넣고 끝.

순식간에 모든 작업이 끝나고 다시 줄 세우시던 아주머니에게 참새 몰리듯 가게 옆으로 밀려난 네 사람의 손에는 분명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좀 정신없지?"

 "재밌네."

일단 이동하기 전에 이영이 호떡을 한입 베어 물었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찼다. 갓 구워낸 것이라 더 맛있는 대신 뜨겁기도 엄청 뜨겁다. 그것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으니 입안에 불이 났다. 하아하아- 숨을 내쉬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열심히 호떡을 먹고 있는 이영에게 강현이 물었다.

 "좋아?"

 "어."

이번엔 이영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먹어봐."

이영이 손을 밀며 권하자 강현도 한 입 베어물었다. 물론 이영만큼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없겠지만 꽤 괜찮다는 듯 베어 문 호떡을 씹었다.

 "형."

불쑥 저를 부리는 이일의 목소리에 잠시 두 사람만의 세상에 있었던 이영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쌍둥이들이랑 같이 있었던 것도 잠시 잊었다.

 "어, 왜."

 "형 강현이 형이랑 너무 붙어있지 마라."

일순 뜨끔했다. 설마 이 녀석이 뭔가 눈치를 채고 묻는 건가 싶어 당황해버린 이영을 대신해 강현이 물었다.

 "왜?"

 "인간적으로 형이 너무 못나보인다."

 "뭣?!"

 "풉."

이영이 얼굴을 일그러트린 것과 강현이 웃음을 터뜨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뭐야. 얘가 특출나서 그렇지 난 그냥 평범한 거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일단 강현에게서 한걸음 물러섰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둘이 같이 있는 거 보니까. 영 못 봐주겠어."

헐. 평범한 얼굴이라는 말도 기분 나쁠 판에. 평범한 거라도 하곳 싶어질 줄이야. 강현 때문에 졸지에 못생긴 얼굴이 된 이영이 충겨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데도 두 사람은 태연하다.

 "형, 이제 우리 빨리 광안리 가요."

 "광안리가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삼십 분 안 걸릴 거에요."

저기요? 그냥 넘어가는 거야? 뭔가 농담이었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눈으로 항의하는 이영을 남겨두고 이일은 강현을 끌고 가버린다.

저거 왜 저래. 저거.

황당하기 그지없어 멍하니 보고있는 이영의 어깨를 지금까지 조용히 호떡을 먹던 이랑이 토닥이며 말했다.

 "그러게 왜 주인도 타도 된다는데 오빠야가 못 타게 하노. 이일이 왕 유치한 거 뻔히 알면서."

 "저거 그래서 그런 거지? 지 운전 못하게 했다고 삐쳐서, 못생겼다고 그러는 거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연신 되묻는 이영에게 이랑이 딱 잘라 말했다.

 "아픈 데만 찌르는 게 이일이 숫법이다이가."

 "......"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아픈 델 찌르는 솜씨는 이랑도 못지않았다.

 "자."

강현이 캔 커피를 내밀었다.

 "싫어?"

잠시 고민하던 이영이 안 먹으면 나만 손해지, 하고 커피를 받아들었다. 손이 시리던 참에 잘되었다 싶었다. 아, 따뜻하다. 손으로 감싸 쥔 캔 커피를 얼굴에 대는 이영의 모습은 흡사 성냥 하나의 온기에 몸을 맡기다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과 비슷했다.

 "넌 안타?"

따뜻하다. 강현의 물음에 이영이 고개를 들어 쌍둥이들이 신나게 타고 있는 대형 트램펄린을 본다.

 "내가 나이가 몇 갠데 저기 끼냐."

여기저기서 튀어오르고 아래로 떨어지고 다시 튕겨 나가기를 반복하는, 그러면서도 신이 나서 괴성을 내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이영이 고개를 내젓는다.

 "게다가 저기서 튕겨 나오기라도 하면 최소 뼈 하나는 부러질걸?"

강현이 보기엔 이영이나 쌍둥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늙은이마냥 저런 소리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그래도 엄청 타고 놀았는데..."

 "난 초등학교 3학년때 이후로 안타봤는데."

추억을 더듬는 이영의 보조를 맞추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강현의 말에 이영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너도 퐁퐁 타봤어?"

 "퐁퐁?"

퐁퐁은 세제 아닌가. 중얼거리는 강현에 이영이 무슨 헛소리냐는 듯 손가락으로 트램펄린을 가리킨다

 "쟤 말야. 퐁퐁."

 "트램펄린이지."

 "으. 그런 애답지 않은 이름은 대체 뭐야. 서울에서는 그렇게 부르나보지? 우리는 퐁퐁인데. 퐁퐁 타러 가자. 퐁퐁. 이래야 맛이 나지."

딸칵, 하고 커피 캔을 따며 이영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그래도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퐁퐁이라고 하는 것을 보이 이영이 말하는 그 맛이 어떤 건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물론 지금 강현이 생각하고 있는 그 맛은 19금으로, 이영이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그나저나 너도 저걸 탔단 말이지."

의외로 저런 것도 타고 다니고, 어릴 땐 그래도 그런 귀여운 맛이 있었구나. 왠지 친근한 기분에 이영이 열심히 아련한 추억의 편린을 꺼내보지만.....

 "저거 친구들이랑 백원어치 타고 내려오면 막 아쉽고 그랬는데."

 "글쎄. 돈 내고 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그럼 공짜로 태워줬어? 어떻게?"

 "집에 있으니까."

 "......."

곧바로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헐. 퐁퐁이 집에 있었어?"

 "집 말고 마당에."

 "좋았겠다."

 "글쎄. 난 그게 무슨 재민지 모르겠어서. 그냥 위로 튀어 오르는 것뿐이잖아."

 "무슨 소리야. 위로 높이 올라가는 그게 재밌는 건데."

 "그래?"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

 "됐다 됐어."

결국 이영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그렇지. 녀석과 평범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럼 지금도 재미없겠네."

 "재밌어."

조금 풀이 죽어 중얼거리는 이영에게 강현이 태연히 말했다.

 "호떡 하나 먹겠다고 시장에서 줄서고, 이 추운 날 여길 와서 퐁퐁이나 타는 걸 구경하는 게 재밌을 리가 없잖아."

심지어 제 집에 있는 걸. 이영이 입술을 삐죽였다.

 "원래 성격이 뭐 기다려서 먹고 그런 걸 즐기지는 않는데, 막상 또 해보니까 색달라서 재밌어."

 "그래?"

일부러 남 좋으라고 맘에도 없는 소리하는 녀석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강현과 제가 아주 근본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잘도 친구가 되고, 심지어 지금 이런 사이까지 되었다 싶다. 그리고 그때였다.

 "저기, 둘이서 왔어요?"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여자 두명이 그곳에 서있었다. 예. 아침에 이일이가 했던 말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 멀뚱하게 서있는 이영과 달리 씽긋하고 웃은 강현이 대답했다.

 "그런데요?"

 "아, 진짜요? 우리도 둘인데 같이 쪼인 안 할래요?"

 "흠."

반색하며 묻는 상대를 강현이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놓고 위아래로 훑었다. 여자들은 그런 강현의 시선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우리 정도면 괜찮지? 하는 자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 다 미인이긴 했다. 사실 그러니 먼저 말도 걸었겠지.

설마 그러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재밌다는 듯 웃고 있는 강현의 표정에 긴장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본다. 하지만 그런 이영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현은 빙그레 웃는 얼굴로 딱 잘라 대답했다.

 "안되겠는데요."

 "네?"

 "안 되겠다구요."

 "왜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묻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절당한다는 건 생각도 안해본 모양이다. 사실 저 정도면 어디가서 거절당하기도 힘들지.

 "애인 있어서요."

딱 잘라 말하는 강현의 시선은 이영에게 향해있었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줄 몰랐던 지라 놀란 이영이 볼을 긁적거렸다.

 "진짜 있어요?"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는 것에 자기들이 마음에 들지 ㅇ낳아서 신호를 주고받은 것쯤으로 생각한 여자가 따지듯이 물었다.

 "왜, 없어 보여요?"

강현이 되물었다. 차마 그 얼굴을 향해 없어보인다고는 할 수 없었던 여자가 갑자기 이영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저 친구는 없어 보이는데요."

뭐잇?! 가만히 있다가 괜한 불똥을 맞은 이영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여자의 말에 강현이 하하, 하고 짧게 웃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쟤도 있어요."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봐야 너 웃은 거 다 봤다.

 "아, 재수없어. 진짜."

그제야 바람맞은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표정관리를 하던 얼굴을 확 구겼다. 그리고 폭언과 함께 몸을 돌렸다.

 "무섭네."

그러게. 강현의 중얼거림에 황당한 표정으로 떨어지는 여자들을 보고 있던 이영이 조용히 동의했다.

사실 강현에게 관심이 많긴 해도 이렇게 둘이 있다간 헌팅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생각도 못했는데 이게 바로 유원지의 위엄인가 싶었다. 졸지에 자신만 애인없어 보일 것 같은 얼굴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오늘 일진 왜이래. 투덜거리던 이영이 갑자기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야! 너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서지 마."

뒤늦게 강현이 제 바로 옆에 서있었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 하지만 피식, 하고 웃은 강현은 물러서는 이영의 팔을 붙잡았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어?"

 "헐. 남의 일이라 그거지?"

이영의 강현의 팔을 뿌리치며 떨어지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붙잡힌 팔에 뜨끔한 통증이 일었다.

 "어떻게 남의 일이야. 니일인데."

 "그래서 아깐 그렇게 생까셨습니까?"

 "하하."

다시 한 번 손을 뿌리쳐보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아프거든요? 얼굴을 찌푸리는 이영에 손의 힘이 조금 빠지긴 했어도 놓아주지는 않는다.

 "내 눈에 예뻐 보이면 남들 눈에 못생겨도 상관없잖아."

빙그레 웃는 강현을 물끄러미 보던 이영이 이내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내질렀다.

 "남의 눈에도 안 못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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