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조사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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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를 열 시간이 넘도록 씻겼다.
‘더러운 새끼.’
온몸의 살이 퉁퉁 불어 터질 정도로, 물에 담갔다가 꺼내 때를 밀고 거품질을 한 뒤 다시 물에 담그는 것을 반복했다.
역 근처 고급 바에서 일을 하던 어머니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일이 빨리 끝나는 날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쌓이다가 한계치를 넘어서면 스트레스를 푼다는 핑계로 앞집 순이 아줌마네에서 약을 하고 돌아왔다.
어머니가 앞집에 갔다 돌아오는 날은 지옥이었다. 해영이 잠을 자고 있든 깨어 있든 무언가를 하고 있든. 그녀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를 곰팡이 얼룩 가득한 욕조 안으로 던져 놓고 초점 없는 눈으로 씻기고 또 씻겼다.
‘핏자국, 핏자국이…’
그녀는 벌써 자신의 허리께보다 더 자란 아들을 보며, 10년 전 공중화장실에서 자신의 손으로 받아낸 작은 핏덩이를 떠올렸다. 있지도 않은 핏자국을 기다란 손톱으로 벅벅 긁어냈다. 잔뜩 생채기가 난 몸 위로 물이 한 바가지 쏟아졌다. 살갗이 견디기 힘들 만큼 따가웠으나 해영은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으니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너 때문이야.’
그녀는 모든 게 아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벌레가 득실거리는 낡은 단칸방에 사는 것도. 마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돈 많은 남자 하나 낚아 보겠다고 바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것도. 약을 하게 된 것도. 돈이 없는 것도. 심지어 날씨가 좋지 않은 것까지도 모두 해영의 탓이라고 했다.
‘재수 없는 놈의 자식을 낳았으니 재수가 없지. 낳고 길러준 은혜도 모르고 밥만 축내고 있으니.’
우습게도 친어머니를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날에 들은 말이었다.
그 여자는 여기 없다. 알고 있었다.
하루 종일 굶을 일도, 문이 열리지 않아 목이 쉬도록 애원해야 할 일도 없다.
해영은 습관처럼 몸을 긁어대던 손을 뚝 멈추었다. 손톱 끝에 피가 맺혀 있었다. 욕조에 몸을 조금만 오래 담그고 있으면 꼭 이렇게 된다. 어머니가 저에게 하던 짓을 자기도 모르는 새에 스스로 행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온몸이 손톱자국으로 엉망이 되었겠지.
다리에 힘을 풀고 물속으로 스르르 잠기자 물에 닿은 피부가 따끔거렸다.
좁은 집에 걸맞은 욕조의 반도 채우지 못할 만큼 작았던 몸이, 멀끔한 오피스텔의 욕조에도 다리를 구부려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자라 버렸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수면을 가만 바라보던 서해영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욕조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거울 표면을 흐릿하게 뒤덮은 수증기를 손바닥으로 대충 닦아 내자 덜 자란 얼굴이 자신을 응시한다.
집안에 우환이라도 있나 싶을 만큼 아래로 축 처진 음울한 눈매. 허연 살갗 위로 난 여러 개의 발간 손톱자국. 마른 어깨 사이로 툭 불거진 쇄골과 그 아래로 이어진 희다랗고 볼품없는 몸뚱이가 금세 다시 뿌옇게 서린 김 뒤로 모습을 감춘다.
‘더러운 새끼.’
제자리였다. 십 년이 넘게 흘렀어도 여전히 그곳, 그 여자의 흔적을 달고 살았다. 한심했다. 나약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벗어나는 건 포기한 지 오래였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괜찮아지는 주문을 외듯이 그렇게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해영은 욕실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