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타지아 미용실 -- >
여성전용 미용실 환타지아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게 된 영일은 오늘도 자신의 앞에 누운 손님의 가운자락을 벗겨내어 그녀를 알몸으로 만들며 묻는다.
"손님 앞, 아니면 뒤, 혹은 앞뒤 모두, 셋 중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여성전용 미용실인 환타지아의 기본 규율1. 손님의 안으로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2.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환타지아의 서비스 패키지앞 가슴과 배, 다리와 그 사이를 마사지한다.
뒤등과 엉덩이와 그 사이를 마사지 한다.
앞과 뒤앞뒤 모두를 마사지 한다.
이때 마사지는 손님이 원하는 그 어떤 부위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손으로 할 수도 있고 혀로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선배의 경우에는 페니스로 마사지를 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ㅎㄷㄷ
===================================
최영일그럭저럭 중간쯤 되는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을 가려니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성적에 맞는 대학의 학과를 선택하여 원서를 넣었더니 영광대학의 헤어디자인학과에 덜컥 합격을 하고 말았다.
약간의 손재주를 타고난 터라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 하는 편이었지만 헤어디자인학과라니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과로 편입하기에는 시험을 잘 칠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대학을 그만두고 고졸로 살아가는 것 또한 자신이 없던 나는 뚜렷한 비전과 목표도 없이 그냥 어영부영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대학생활을 바꾸는 중대한 사건이 곧 일어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타지아' 미용실의 원장이 우리 대학에 강사로 초빙되어 특강을 하게 된 것이었다.
환타지아는 미용실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으리으리한 곳이었고 그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우리나라 유일의 억대연봉 미용사가 10명이상이나 근무하고 있었다. 미용실의 하루 수입이면 외제승용차 몇 십대를 뽑을 수 있을 정도라고 알려진 그곳은 곧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 중 일순위는 바로 환타지아 미용실의 원장인 유성현 원장로 낙찰되었다.
유성현 원장은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유자로 미용계에 떠오르는 샛별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그런 그는 강의를 하는 내내 자신의 미용실에 일하는 미용사들은 초일류 미용사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고 혹시 미용계의 큰 손이 되고 싶다면 자신을 찾아오라며 학생들 몇 명에게 명함을 나눠 주었다.
그리고 그 중엔 운 좋게 나도 포함 되어 있었다. 덧붙여 아르바이트생도 구한다며 내게 시선을 맞추며 그가 내뱉은 그 한마디를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나는 바로 다음날 명함을 가지고 환타지아 미용실을 찾아갔다.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 미리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었던 나는 잠시 후 미용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떡대 셋에게 질질 끌려 밖으로 내던져 졌다. 절대 남자 손님 입장 불가라는 팻말이 미용실 앞에 붙어있기는 했지만 설마 십여명에 가까운 떡대가 지키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나는 늘씬한 여자 손님들이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미용실의 입구의 벽에 기대 서 있었더니 미용실에서 나오는 한 여자 손님을 보게 되었다. 짧게 컷이 된 머리는 볼륨이 들어간 채 멋지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
"잠시만 시간 좀 있으세요?"
날 아래 위로 쳐다보던 그 여자는 살짝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시죠?"
"저 미용실에서 방금 나오셨잖아요? 저기 단골이신가요?"
"네?"
갑자기 여자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앞에 서 있던 날 밀치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시작은 분명 우호적이었는데 왜 갑자기 가버리는 거지?
나는 여자를 바짝 쫓아가며 물었다.
"미용사들의 실력은 어떤가요?"
"안에 인테리어는요?"
"어떤 서비스가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나는 나중에 환타지아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이날 내가 그 여자에게 던졌던 질문이 그녀를 얼마나 난처하게 했던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이때는 몰랐으니 이런 질문을 퍼부으며 여자를 쫓아갔었고 여자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돈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궁금해서 좀 가르쳐 달라는데 그걸 대답하기 싫어서 줄행랑을 치다니... 한참 여자를 쫓다가 지친 나는 다시 미용실의 입구로 걸어갔다.
나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원장에게 받았던 명함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새겨져 있던 단하나의 정보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유성현입니다.]
"저 어제 대학에서 뵈었던 최영일이라고 합니다.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냐고 물으셨지요?"
[아 그래요. 영일군 지금 어디지?]
"지금 환타지아 미용실 앞입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나가지]
잠시 후 유성현 원장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미용실 안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조금 전 날 내던졌던 떡대들을 노려봐 주고 원장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느 미용실처럼 머리를 다듬는 모습은 한군데서도 볼 수 없었다. 원장은 날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거울이 있고 마치 일인용 미용실인 것처럼 모든 미용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신기하게도 한쪽 옆에는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 소파는 침대 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리만큼 큼지막했다.
"거기 앉지"
"네"
나는 소파의 중앙에 앉았다. 편안하며 쿠션감이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소파에 엉덩이를 통통 굴리고 있었다.
"흠흠"
"아 죄송합니다. 쿠션감이 좋아서 그만."
"아니 괜찮아요."
"저 지난번에 아르바이트하고 싶으면 오라고 하셔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자리는 언제든지 있는데 일을 하기 전에 몇 가지 배워야 하는 것이 있어."
원장은 대화를 할 때 존대말과 반말을 반씩 섞어서 사용했다. 참 특이하게도 말이다.
아무튼 나는 대학 일학년으로 이제 겨우 헤어디자인에 대한 기초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원장의 말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그 배움이라는 것을 시작하기 전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 배워야 한다는 것을 시작하고 난 뒤로 나는 도대체 왜 이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하루에 열 두번도 더 생각을 해야 했고 그럴 때면 시간당 3만원이나 되는 거금에 잘만 하면 손님에게 그의 배가 되는 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참아내고 있었다.
그럼 그 배움이라는 것을 한번 살펴보면 멜론정도의 크기가 되도록 물풍선을 만들어 두 개를 묶어서 내게 주면서 비누를 묻혀 터지지 않도록 풍선을 주물러 대면서 물풍선 안에 있는 매듭을 풀어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풍선에 비누를 묻혀 면도를 시킨다거나 머리카락을 붙여 놓고 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가위로 자르라거나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경우가 있지만 풍선 안에 든 매듭을 풀어내라니 그것도 자그만치 10개에 달하는 매듭을 말이다.
그렇지만 풍선안의 매듭을 푸는 것도 2주간 하고 나니 그럭저럭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풍선을 수도 없이 터트려 옷이 물에 젖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이제는 풍선 하나 터트리지 않고도 풍선 안의 매듭정도는 눈 감고도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면서 카스테라를 가져다주면서 그 안에 박힌 건포도를 카스테라는 무너트리지 않은 채 모두 꺼내라고 했다.
갑자기 제과제빵 학원에 온 것도 아니고 그날부터 나는 빵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하루 종일 카스테라 가루를 온 몸에 바른 채 손가락을 바들바들 떨며 건포도를 빼내야만 했다.
실패할 경우 납작해진 카스테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고 며칠이 지나자 더 이상은 죽인다고 해도 카스테라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는 드디어 카스테라 속의 건포도를 모두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겉은 멀쩡한 채로 유지한 카스테라 옆에 열 개의 건포도를 꺼내어 두고 자랑스럽게 원장을 호출했더니 뭐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라는 말도 안 되는 괘변을 늘어놓으며 다음날부터 나에게 샴푸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 다음날 나는 정말 견습생다운 일들을 배울 수 있었다.
샴푸하는 법과 얼굴에 수건 얹는 법, 먼지 나지 않게 머리카락 쓸어버리는 일을 배우는 데는 고작 반나절이 걸렸고 원장은 상의로는 흰색의 와이셔츠와 하의로 입을 검은색의 바지를 내게 주면서 유니폼이라며 내일부터 입으면 된다고 했다.
놀랍게도 내게 방이 하나 배정되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미용사들도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서 손님의 머리를 다듬었고 머리를 감기는 견습생에게도 머리를 감기는 방이 배정되어 환타지아 미용실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는 각각 한사람에 하나씩 방이 배정되었다.
나는 다음날 아침부터 배정된 방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미용실을 나오려고 하니까 원장이 나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더니 사진기를 들고 내 얼굴을 찍어대었다.
잠시 후 자신이 찍은 내 사진을 들여다보며 원장은 입을 열었고
"사진빨은 좀 안 받네."
라는 기분 나쁜 소리를 하며 나에게 내일 늦지 않게 출근하라는 원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나는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배움의 시간은 끝나고 손님들의 머리를 만질 수 있는 기회에 나에게도 온 것이다.
거기다가 시간당 3만원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자 이대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규식이를 불러내어 한잔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고 세잔은 결국 소주 다섯병이라는 내 주량을 넘어버렸고 나는 규식이에게 업혀 내 원룸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완전 사람 꼴이 아닌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나는 얼른 씻고 준비를 하고 나서 서둘러 미용실로 달려갔다.
"영일군 오늘은 그냥 돌아가세요. 출근은 내일부터 하지."
"네?"
"자네 얼굴이 그래서야 손님을 받을 수 있겠나?"
"그렇지만 그냥 얼굴이 좀 부은 것 뿐인데요?"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야.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출근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떡대들에게 끌려나오기 전에 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고 확인을 해 보니 그렇게 심하게 얼굴이 부은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정도로 집으로 돌려보내다니 정말 돈만 아니면 자존심 상해서 확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내 얼굴 상태부터 살펴보았다. 붓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에 만족을 하며 잠시 후 나는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고 환타지아 미용실 앞에 도착했다.
"음하하하"
'드디어 오늘부터 환타지아는 내가 접수한다.'
라는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전부 모니터 앞에 있다가 내가 들어가자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일렬로 줄을 섰다. 이상해서 내가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자 원장이 친절하게 모니터를 내 앞으로 돌려 놓아주었다.
환타지아 앞에 설치되어있는 CCTV에 미친놈처럼 웃어대는 내 모습이 화면에 잡혀 있었다.
나는 인상을 구긴 채 줄을 서 있는 직원들의 가장 끝에 줄을 섰다.
"자 다들 왔나요?"
"네"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 우리들은 원장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 그럼 아침 구호부터 시작합니다."
모두들 왼손을 펴서 왼쪽 어깨 앞으로 들어올렸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다른 직원들과 같이 손을 들어 올리고 원장을 바라보았다.
"하나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엥 웬 삽입? 하나의 목소리로 외치는 그들의 말은 내가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삽입이라고 한 것 같은데....
"하나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복종? 무슨 마당쇠를 키우는 곳이 아닐텐데 웬 복종.... 나는 그들을 따라 같이 외치면서도 뭔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고 그런 부분들은 나중에 옆의 동료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영일군"
"네"
"앞으로 나오세요."
"네"
나는 모두가 서 있는 앞으로 나가 섰다. 원장은 갑자기 내 쓰리사이즈185-73-30(키-몸무게-허리둘레)를 읊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이니까 시호가 잘 좀 봐줘."
"네 원장님."
"자 그럼 모두들 각자 자리로."
원장의 말이 끝나자 각자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고 준비가 되자 곧 한쪽 벽에 불이 들어왔고 직원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드러났다.
"저건 뭡니까?"
나는 시호라는 선참에게 물었다.
"저건 손님들이 지명할 때 보여주는 거야. 사진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지명 가능하다는 뜻이고 불이 꺼져 있으면 현재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야."
"그런데 제 얼굴도 있는데요?"
"여긴 미용사만 지명 하는 것이 아니라 견습생도 지명해."
"네? 겨우 머리감기는 일을 하는 견습생도 지명한다고요."
한명의 손님이 미용사와 견습생을 지명하고 곧 안쪽의 룸으로 들어갔다.
"저기 안 쪽엔 뭐가 있어요?"
"탈의실이랑 샤워실 그리고 휴게실."
"네?"
"여기 탈의실이랑 샤워실과 휴게실이 있거든."
"아 네 그런 것도 있어요?"
"이리로 들어 와."
조금 전 깐 민증번호로 확인을 하니 시호는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휴학생이었다. 그래서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미용사(헤어디자이너)를 지칭할 때는 반드시 선생님이랑 호칭을 쓰도록 했지만 견습생들끼리는 선배라거나 그냥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고 나는 편하게 형이라는 호칭으로 결정했다.
나는 형을 따라 나에게 배정되어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시호형의 방은 내 바로 옆방으로 26번이라는 방번호를 달고 있었다.
고로 내 방번호는 27번이었다.
"이건 마사지용으로 특별 제작한 버터야. 이게 제일 인기가 좋아. 그리고 이건 마사지용 오일, 이건 마사지용 로션, 옆에 이건 마사지용 크림, 마사지용 ...."
"형 근데 무슨 마사지용이 그렇게 많아요?"
"그게 다들 취향들이 달라서 말이야. 원하시는 손님 있으면 얼음도 준비되어 있으니 인터폰 누르고 달라고 하면 돼."
"그럼 그 옆에 빈 컵들은 뭐에요?"
"이건 스스로 짜내서 사용하라고 있는 거야?"
"스스로 짜내요?"
"응 가끔 원하시는 손님도 있거든."
도대체 뭘 스스로 짜내라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형은 자신의 울리는 폰을 보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난 지명이 있어서 이만 가서 준비해야겠다. 그럼 수고해."
나는 그렇게 내방에 우두커니 남게 되었다. 한쪽 벽으로는 장식장에 아까 형이 설명했던 마사지용이라는 물품들이 놓여 있었고 뒤쪽 벽에는 수건이 작은 건 중간 것 그리고 대형의 사이즈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중앙의 침대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그건 침대였다. 머리 쪽에 머리를 감길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고 샤워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침대는 폭이 굉장히 좁아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게 되어 있었고 팔과 다리 부분이 분리가 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다리가 놓이는 쪽엔 다리부분이 떼어 낼 수도 있게 두 개로 나눠져 있었고 다리 부분을 잡고 밀면 옆으로 벌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침대 전체가 스위치를 누르면 위로 올라갈 수 내려갈 수도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스위치를 눌러 보았다. 내가 걸터앉아 있던 침대가 위로 들려 올라갔고 내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까지 되었다.
다시 스위치를 누르자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서 50cm정도 떨어진 높이가 되자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침대는 또한 물을 뿌려도 젖지 않도록 비닐로 덮여 있어서 손님이 원한다면 머리만 감기는 게 아니라 목욕까지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되어 있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정말 신기한 침대에서 내려와 나는 나머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내 사진을 바라보았다.
이틀 전 원장이 찍었던 내 사진이 한쪽 벽면에 브로마이드로 제작되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원장 말대로 사진빨이 영 안 받네."
나는 아까 지명을 받았다던 시호형의 방이 궁금해져 내 방문을 열고 옆의 시호형 방 쪽을 바라보았더니 떡대 하나가 시호형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쟨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안에 들어간 손님이 조폭마누라쯤 되나?
나는 떡대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얼른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지명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자신의 방에 있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시호 형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지금이 이 미용실의 곳곳을 돌아보기에 가장 적당한 때인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 곳곳에 떡대들이 지키고 있었고 잠시 후 나는 그렇게 떡대들이 지키고 있는 방에는 손님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용실의 건물은 지하 3층과 지상 7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하는 주차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일층은 들어오는 입구와 탈의실과 샤워실과 휴게실 그리고 원장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휴게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침대만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휴게실이라기보다는 수면실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듯 했지만 나는 그 방을 나와 일층 복도를 지나갔다.
아마 그 뒤쪽 어딘가는 떡대들이 머무는 곳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그곳까지 확인해 보고 싶진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헤어디자이너들에게 배정된 방들이 있었다.
역시 그 방에도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들은 비어 있어도 문이 잠겨있기 때문에 안의 구조를 살펴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3층부터는 견습생들에게 배정된 방들이 있었다. 내 방은 4층에 있었고 나머지 5층에서 7층은 아직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도록 되어있었다.
내가 다시 4층으로 내려왔을 때 시호형의 방문이 열리며 떡대가 거의 실신한 여자 손님을 안고 나가는 것이 보였다.
"형 저 손님 왜 저래요? 어디 아파요?"
시호 형은 시뻘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프지는 않을 것 같은데 좌절했을지는 몰라도."
"좌절요?"
"나 지금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럼."
형은 말을 끝내고 내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나는 굳어진 채 내 방으로 돌아왔다.
뭔가 일이 잘못된 걸까? 급해 보이던 시호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긴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겠지라고 쉽게 판단해 버렸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그것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몸으로 터득하게 되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할 일 없이 미용실을 돌아다니고 옆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하고 다니는 동안 오전 반나절이 지나갔다.
우선은 내가 방학이라서 하루종일 근무를 하기로 했었던 터라 오후에도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손님을 받던 안 받던 한달 동안은 시간당 3만원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지겹지만은 않았다.
거기다 좁긴 하지만 침대에 누워 폰으로 이런저런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환타지아도 여느 미용실처럼 점심시간이라는 게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한 나는 내 방에서 고개를 내밀었고 옆방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엔 또다시 아까의 떡대가 지키고 있었다.
의외로 지명이 많은 시호형인듯 했다.
"점심은 어떻게 해요?"
나는 할 수 없이 그 떡대에게 물었다.
"일층에 내려가 봐."
언제 봤다고 반말인지 생각 같아선 머리로 확 들이받고 싶었지만 그 덩치를 보니 내가 머리로 들이받는다고 해도 꿈쩍도 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방에서 나와 일층으로 내려갔다. 떡대들이 우글거리며 현관에 서 있었고 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장님은요?"
내가 한 떡대를 붙잡고 묻자 떡대는 원장방을 고개짓했다. 나는 고픈 배를 움켜쥐고 원장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난 곧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원장방에서 나와야했다.
원장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여자가 원장의 페니스를 핥아 대고 있는 동안 원장은 그 여자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아래 검은색의 옷을 입고 있던 원장이었던 지라 그 중간에 드러난 그의 검붉은 페니스가 검은색의 옷과 묘하게 어울리면서 섹시하게 보였고 그 페니스가 여자의 하얀 손에 잡힌 채 분홍빛 혀로 핥아지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그 짧은 순간에 그걸 다 봤냐고? 물론 그 여자의 립스틱이 페니스에 붉은 층을 3개 만들었다는 것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냥 단순히 원장이 아니었네. 완전 돈도 벌고 저렇게 즐기고... 나는 순간 나의 일생 목표를 바로 저 원장으로 결정했다.
점심을 먹으러 떡대들과 같이 밖으로 나갔다. 미용실 안에서는 음식을 먹어선 안 된다며 식사시간에는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용실안의 손님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고 그런 서비스는 근처의 유명호텔과 연계해서 제공되고 있었다.
그리고 선배 한명이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꼭 밖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 중 견습생은 나까지 포함해서 5명뿐이었고 헤어디자이너들은 한명도 없었다.
에엑 그럼 뭐야 나를 포함한 이 다섯은 찬밥신세란 말이야... 갑자기 조금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도착한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가던 나는 아까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던 별 5개짜리 호텔의 식사가 떠올랐다. 배가 고픈 덕에 돼지국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돼지국밥이 그닥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배를 채우고 미용실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상의를 갈아입었다. 미용실에는 유니폼이 여러 벌 준비되어 있어서 더러워지거나 하면 즉시즉시 갈아입도록 하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에 김치 국물이 튀어 있어서 할 수 없이 상의를 갈아입은 것이었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심한 근시였다. 그래서 아주 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녔었다.
한때 콘택트렌즈를 끼려고도 해봤지만 눈에 뭘 넣는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라 포기했고 그냥 안경을 끼고 다녔었는데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부모님이 입학 선물이라며 라식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렇게 안경과 작별을 한 덕에 나의 외모는 예전과는 180도 바꿔있었다. 그리고 외모가 바뀐 탓인지 성격도 내성적인 성격에서 어느 정도는 외향적으로 바꿔있었다. 물론 이건 오직 내 생각이긴 했지만 말이다.
예전의 나는 수업 중에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스타일이었고 심지어 담임이 출석을 부를 때 내 이름을 빼먹고 안 부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달라져 있다니 나는 새삼 내가 대견스러워 거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내가 배정 받은 방의 출입문이 있는 곳의 벽은 모조리 거울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상의 단추를 다 풀어 놓은 채 배에 힘을 주어 잔 근육이 드러나도록 해 보았다.
사실 움직이기를 극도로 싫어하던 나는 다행히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닌 덕에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물렁물렁한 지방으로 온 몸이 덮여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일학년 때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달리던 내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 사건으로 부모님은 운동부족이던 나를 시내의 유명 헬스클럽의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시키도록 했고 그날부터 매일 2시간씩 하게 된 운동으로 지금의 내 근육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트레이너를 이주일에 한번정도 만나 코치를 받고 있다. 그렇게 꾸준히 관리한 덕에 유명 아이돌 못지않은 근육이 내 옷 아래 숨겨져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누구에게도 드러내서 자랑해 본 적은 없었다.
사실 자랑하고 싶은 생각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강의시간에 웃통을 벗을 수도 없는 일이고 커피숍에서 모가수처럼 웃통을 찢을 수도 없는 일이라 그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