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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아-7화 (7/236)

< --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댓가 -- >

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물 한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을 꺼내 다 마셔버리고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답답해서 다시 일어나 돈을 꺼내서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비틀비틀 휘청휘청거리며 겨우 편의점에 도착해 주머니에 찔러 넣어왔던 돈(겨우 5천원이었던지라)대로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와 벌컥벌컥 병나발을 불어 깡소주 3병을 완샷한 나는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띠 띠 띠 띠 띠'

"으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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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지만 한참을 그대로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서서 우선 터질것만 같은 아랫배의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시원하다."

"헉 으악"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내가 뒤돌아서서 세면대의 비친 내모습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거울 속에는 웬 오크 한마디가 우울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뜨기 힘들다했더니 눈이 실종되었다. 팅팅 부은 채 실선으로 떠져 있는 눈으로 그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오늘도 미용실 나가긴 글렀네."

사실 오늘 같은 날은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고 나는 곧 폰을 들었다. [영일군 무슨 일이지?]

"원장님 제가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얼굴이 부어서 출근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되는데 오늘 월급날이라는 건 알고 있나?]

"네?"

[우리는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어서 오늘 받지 않으면 다시 은행에 맡겼다가 다음 월급날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어요. 오늘 출근 못하면 쉬고 내일 보도록 하지]

"아뇨 갈게요. 지금 갑니다."

요새 월급을 현금으로 주는 데는 없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현금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았다. 오늘 가지 않으면 한달이나 더 기다려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미용실로 향해 달려갔다.

왜?

미용실 앞에서 떡대들에게 질질 끌려 미용실 밖으로 내팽개쳐진 나는 지금의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예요."

"네가 누군데 여기 와서 큰소리야."

"저 27번 방요."

그제서야 떡대들이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미용실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내가 아침 구호를 외치기 위해 줄을 서 있으려니 시호형이 내 옆으로 오다가 날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헉 넌 누구냐?"

"시호 형"

"너 영일이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위에서 웅성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너 어제 무슨 짓을 했길래 얼굴이 그 모양이냐?"

"나도 모르겠어요."

잠시 후 원장이 방에서 나왔다. 원장은 내 모습을 보고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아침구호를 준비시켰다.

"자 그럼 아침 구호부터 시작합니다."

모두들 왼손을 펴서 왼쪽 어깨 앞으로 들어올렸다.

"하나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하나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자 그럼 모두들 각자 자리로."

원장의 말이 끝나자 각자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게 아니잖아'내 월급은 오늘 월급 준다고 해서 부랴부랴 출근한 건데....

"영일군 무슨 불만 있어요?"

"저기 그게 원장님께서 아까 폰으로 오늘 월급날이라고 하셔서...."

"맞아 월급날 그런데 내가 언제 아침에 월급을 준다고 했나?"

"네?"

"월급은 퇴근 시간에 주니까 집에 갔다가 퇴근시간에 오던가 아니면 방에 가서 좀 쉬고 있던지 하세요 ."

'히익'분명 아까는 안 오면 월급 다음달에 준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오전이 아니라 퇴근시간이라고... 아씨 또 당했다. 내가 터덜터덜 미용실 밖으로 걸어 나가려고 하자 원장이 뒤에서 불렀다.

"영일군 방 침대를 청소해야 되겠던데 너무 더럽더라고."

"... 아 네."

나는 다시 미용실 안으로 들어와 내 방으로 올라갔다.

이럴 거면 첨부터 방으로 가서 청소를 하라고 하지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는 투덜투덜 거리며 내 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온 나는 열심히 침대를 닦았다.

별로 더러워 보이지도 않는데도 있는 힘껏 박박 문질러 닦았고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 했다.

견습생의 방이 비게 되면 그 사이에 그 방에 들어가 방에 있던 침대를 하나하나 다 닦아야 했고 7개째의 침대를 닦다가 나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해 걸레를 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발로 걸레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그 걸레가 원장 얼굴 대신이냐?"

"당연하지.... 헉."

어느새 들어온 건지 원장이 20번 방 안에 서 있었고 그 옆엔 20번 방의 형이 서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됐어요 영일군 이제 걸레는 그만 놔두고 나 좀 볼까?"

'아씨 이제 죽었다.'

나는 죽상을 하고 원장의 뒤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영일군 이제 영일군이 우리 환타지아에 출근한지 벌써 한 달이 되어서 수습기간이 끝나게 됐어요. 이제부터는 시간당 3만원의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지명을 받게 되면 그 손님이 지불한 돈을 미용실과 영일군이 5대5로 나누어 갖고 그렇게 받은 금액에서 세금과 배정된 방의 관리비를 지불해야 되요."

나긋나긋한 원장의 목소리가 심히 거슬렸지만 나는 원장이 말한 내용을 머릿속에 새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원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이해했어요?"

"네 그러니까 절 지명한 손님이 지불한 금액의 50%를 제가 받고 그리고 그 돈에서 세금과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거잖습니까."

"역시 이해력이 뛰어나. 그리고 만일 수익금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방의 관리비는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저 그런데 지명 손님들이 내는 돈이 얼마인가요?"

"미용비를 제외한 순수 마사지 비용은 앞과 뒤는 각각 15만원 앞뒤 같이는 3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어요. 이건 기본이고 좀 더 인기 있는 견습생의 경우는 그것보다 더 받을 수도 있고 팁은 지난번 말한 것처럼 5대5로 나눠 갖게 되죠. 더 궁금한 거 있나요?"

그렇게 되면 시간당 3만원을 받던 건 푼돈인 거잖아... 손님들 대부분이 앞뒤 같이 서비스를 받으니까 한 명당 15만원이면 지명만 많이 받으면 하루 100만원 버는 것도 금방이겠네 거기다 한 달이면..... ㅋㅋㅋ 아싸

"아뇨 잘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 봐요."

'정말'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내주는 거야... 와 십년감수 했네.

"잠깐 영일군 그리고 오늘 내에 나머지 20개의 침대도 다 닦도록."

'역시'그냥 보내줄 리가 없지. 나는 그날 팔이 빠져라 나머지 20개의 침대를 닦아야했고 마지막 침대를 다 닦은 후에는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내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드려다 보니 하루사이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아침에 부어있던 얼굴의 붓기가 빠진 건 물론이고 뺨까지 홀쭉해져 있었다.'똑똑'

"네"

"야 뭐하냐?"

문이 벌컥 열리며 시호 형이 들어왔다.

"너 오늘 견습생 침대 다 닦았다며? 소감이 어때?"

"소감이 어떻긴요? 완전 죽을 맛이지."

"그것밖에 없어?"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는데요?"

"그거 아냐?"

"뭘요?"

"네가 견습생 최초로 견습생들의 방을 다 들어가 본거야."

"네 그런데요?"

그게 중요한 것인가? 죽을똥 살똥 침대 닦느라 힘들었는데...

"참 너도 아니다. 도대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주시다니 원장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널 밀어주시는 건지."

"네? 원장님이 절 밀어주신다고요?"

"아니다 내가 잘 못 안 것 같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시호형이 방을 나갔다. 내가 도대체 뭘 잘 못 한 거지....

"만담가 너 월급 안 받으러 가냐?"

멍하니 방 가운데 서 있었더니 열려 있던 문 사이로 20번 형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아참 그렇지 오늘 이렇게 하루 종일 고생한 것이 바로 그 월급 때문이었는데...

"가야죠. 지금 가요."

나는 얼른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이미 대부분 사람들이 1층으로 내려갔는지 엘리베이터 앞에는 20번방 형만이 서 있었다.

"형 다른 사람들은요?"

"다들 먼저 내려갔지. 난 마지막 손님이 이제 막 나갔거든."

"그래요?"

형과 내가 대화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나와 20번 방 형이 1층에 도착하니 이미 헤어디자이너들은 퇴근을 했고 견습생 대부분들도 퇴근을 하고 없었다. 떡대들 몇몇이 일층의 원장방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원장님은 어디 계세요? 저 월급 아직 못 받았는데요."

"야 좀만 기다려 어차피 방에 계실거야."

"방에요?"

"응 월급을 주실 때 항상 일대일로 원장님 방에서 주시거든."

"아 네."

참 성격 특이하신 분이네. 그냥 수고했다고 하면서 봉투를 나눠주면 될 걸 무슨 일대일 독대 씩이나... 그렇게 속으로 불평을 하며 원장방 앞에 서 있었더니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시호형이 나왔다.

"아 영일군도 내려왔군. 영일군은 제일 마지막이니 조금 더 기다려 주세요. 현성군 들어와요."

원장의 부름에 20번 형이 내게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원장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20번 형이 나왔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원장이 손을 들어 막더니 떡대를 데리고 들어갔다.

아씨 뭐야? 이 떡대들 다 들어가고 젤 마지막에 들어가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거야. 나는 옆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떡대들이 원장방을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일군 들어와."

"네."

나는 그냥 서 있으려고 했지만 원장이 내 손을 이끌어 소파로 끌고 가서는 날 억지로 소파에 앉혔다.

"한 달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래."

"네 알겠습니다."

"자 여기."

원장이 내민 봉투를 두 손을 내밀어 공손히 받았다.

뭔가 생각보다 굉장히 가벼웠지만 아무말 없이 받아든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원장이 내 어깨를 누르며 말을 이었다.

"팁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매일 정산을 하도록 하고 있어. 영일군은 딱 한번 팁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아 네."

"혹시 서비스 중에 팁을 주는 손님이 있더라도 항상 자신의 몫은 50%라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사실 오늘 영일군 환영회겸 회식을 하려고 했지만 내가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회식은 다음달 월급날로 미루도록 하지요. 그럼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월요일날 봐."

"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원장방을 얼른 나오고 싶은 마음에 소파에서 일어나 방을 나오기 위해 몸을 돌렸다.

"잠시만 영일군 사실 영일군 지금 그 헤어스타일 자신에게 잘 안 어울린다는 거 알고 있죠. 특별히 내가 영일군에게 한달 근무 기념으로 스타일링 해주지."

"저는 괜찮... 아 네 감사합니다."

거절하기 위해 원장을 뒤돌아본 나는 바로 말을 바꾸어야만했다. 이미 손에 가위와 빗을 들고 있는 원장에게 거절을 말을 했다가 저 가위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댕강 자를 것만 같았기에 방의 중앙에 있는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허억'원장의 바쁜 손놀림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나는 깜짝 놀랐다. 이게 정말 나란 말이야? 완전 멋있다.

머리 좀 손봤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앞머리가 옆으로 층을 내며 다듬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난 눈은 더 깊어 보였고 코도 더 날렵하고 높아 보였다. 머리를 옆으로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었고 손으로 가볍게 건드려 보니 흔들리던 머리카락이 다시 제자리를 찾으며 자연스럽게 이마를 덮었다.

와 신기하다. 마술이라도 부린 건가?

내가 이렇게 감탄에 감탄을 더하고 있을 때 원장이 방문을 열고 내게 눈짓을 했다.

"그만 가지."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얼른 미용실 밖으로 나왔다.

환타지아 미용실은 주 5일 근무를 한다.

일주일중 일요일을 휴무일로 정해 미용실 전체가 쉬는 날이고 나머지 하루는 일주일 중 자신이 원하는 날을 하루 지정해서 쉬는 것이다. 나는 수습이었던 관계로 정기휴무일인 일요일만을 쉬었지만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주중에 하루를 정해 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밖으로 나왔으니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월급봉투를 꺼냈다. '커억'봉투 안에는 달랑 5만원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같이 들어있던 내역서 한 장을 펼쳤더니 한달 관리비로 50만원을 제하고 내가 지난번 순자 할매한테 받았던 팁의 50%를 계산해간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팁에 대한 계산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월급 자체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원장의 간단한 충고가 곁들어 있었다.

그럼 내가 어제 시호 형과 내 한달 월급을 클럽에서 날려 버린 것인가?

내 피와 땀과 눈물과도 같은 월급.... 거기다 첫 동정까지 같이 날아가 버리게 만든... 아 내 월급 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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