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타지아-19화 (19/236)

< -- 웃다가 울다가 그 다음은... -- >

아침에 눈을 뜨자 실실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월급날다운 월급날을 맞이하게 되겠구나 싶은 생각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에서 씻고 대충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나는 버스를 타고 환타지아로 달려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너 뭐 잘 못 먹었냐?"

"네?"

"왜 아침부터 실실 쪼개고 그래?"

역시 어제의 일로 앙금 만빵인 20번 방 형이 날 보고 도끼눈을 뜨고는 시비를 건다. 어쩌겠냐 이미 형의 여자친구는 내 손으로 실컷 주무른 뒤인데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일이고... /30 쪽19괜히 형 옆에 있다가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나는 조용히 한쪽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다행히 원장이 출근을 해서 줄을 세우고 구호를 외치도록 했다.

"하나 절대 삽입하지 않는다."

"하나 손님의 말은 삽입하라는 것 외엔 모두 복종한다."

"자 각자 자리로 가도록 해요."

나는 일부러 약간 뒤쳐져서 걸어갔다. 20번 방 형과 견습생들 무리들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간 다음 나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가갔다.

"영일군."

"네 원장님."

"오늘 회식이예요."

"회식요?"

"시간 괜찮지? 영일군 환영회 겸이니까 꼭 참석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와우'드디어 간만에 허리띠 풀어 놓고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건가?

그럼 오늘 점심은 좀 대충 먹어야지... 뭘 먹으러 가려나? 한우 꽃등심 아니면 한우 생갈비 그것도 아니면 갈비찜....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월급날인 것만 해도 좋은데 거기다 회식까지... 나는 지명손님이 없는 오전에도 행복감에 젖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니 시간이 더디게 가는 듯 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점심이 되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더니 웬일로 시호형이 앞에 점심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서고 있었다.

"형도 점심 먹으러 가요?"

"그래 오랜만에 점심에 손님이 없네."

사실 시호형의 말은 살짝 염장을 질렀지만 오늘 같은 날은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 주기로 했다.

"얼른 가요."

"그렇게 서두를 필요까지 없잖아. 너 배 많이 고프냐?"

"아니요 그런 건 아니예요."

느릿느릿 걸어오는 시호형의 손을 당기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역시 떡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넘버투까지...

"시호도 점심 먹으러 가냐?"

"네 그런데 선생님 오늘 예약손님 없으신 거 아니셨어요?"

"응 그런데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나와 봤다. 그리고 오늘 월급날이잖아."

생각 외로 시호형과 넘버투가 친해 보였다. 항상 간단하게 자기 용건만 말하는 시호형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다니 둘 사이에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둘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둘의 뒤를 따라 갔더니 역시나 넘버투가 라면 전문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분식을 좋아하는 넘버투에 이끌려 우리는 모두 라면 전문점으로 들어갔고 라면을 한 그릇씩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점심으로 라면을 먹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저녁의 회식이 기다리고 있으니 점심 정도는 간단하게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나는 맛있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넘버투는 라면을 먹고 나서 이쑤시개를 하나 물고 라면전문점을 나섰다.

라면을 먹고 나서 이에 끼일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잠시 후 우리는 환타지아로 돌아왔다.

시호형과 나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나는 사실 시호형과 형의 동정녀(동정을 뺏어간 여자)의 사이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

"형 요즘에는 그 손님 안 오네요."

"누구?"

"지난 번 그 손님 있잖아요. 형 덮쳤던."

"현숙이?"

"이름이 현숙이예요?"

이런 경우엔 호행불일치라고 해야 하나? 불리는 이름과 하는 행동이 정 반대이니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밖에서만 만나자고."

"그럼 만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왜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해야 하지?"

"아니 그냥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해주면 안돼요?"

"안 돼."

참 성격 야박하다. 다 말해 놓고는 뭘 빼고 그러는 건지.

나름 친분이라면 친분이란 것을 쌓은 사이인데... 그리고 형은 모르겠지만 나도 형이랑 그 구멍동서라던가 그 비슷한 사이인데 말이다.

살짝 넣어보고 뺀거긴 하지만 안에다 싸기도 했으니... 생각해 보니 본이 아니게 나는 시호형과 20번 방 형의 여자친구를 맛본 게 된 건가?

뭔가 좀 내가 대단한 사람인 듯 한 느낌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시호형은 말없이 걸어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나는 그 뒤에 대고 뭐라 할말도 없고 해서 그냥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하아'시간이 참 안 간다.

침대에 걸터앉아 폰을 꺼내 게임을 하던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폰을 주머니에 넣고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왔다.

몇 개의 방을 제외하고는 떡대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나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먼저 와서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저 형은 3번방의 그 전설의 사나이.

내막을 알게 된 지금은 뭐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 내막을 모를 당시에는 내가 환타지아 내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대단하게 여겨졌었다.

어쨌든 이런 기회를 통해 친분을 쌓아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나는 3번방 형에게로 다가갔다.

"저 형 음료수 하나만 뽑아주세요."

"왜? 너는 손이 없냐?"

'헉'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저 포스

"손은 있는데 동전이 없어서요."

3번 방 형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오만원짜리를 꺼내 나한테 내밀었다.

"나도 동전 없으니까 네가 바꿔와."

"이걸 다요?"

"아니 필요한 만큼만 나머지는 지폐로."

"네."

오만원권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돈을 바꿔서 다시 휴게실로 들어왔더니 3번 방 형이 안 보였다. 그래서 3번방 앞으로 가봤더니 역시나 지명 손님이 있는 건지 떡대가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저기 이거 형한테 전해 주세요."

"그래 이리 줘."

나는 떡대한테 나머지 돈을 맡기고 나서 다시 휴게실로 돌아와 바꿔온 동전으로 사이다를 뽑아 시원하게 마셨다. 역시 이 맛이라니까.

"딩동"

[손님 지명 준비할 것]

"켁 켁 콜록 콜록 콜록"

'아씨'사이다를 코로 마셔버렸다. 눈물과 콧물이 앞을 가리고 있어서 나는 겨우 내방을 찾아 들어올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겨우 진정이 된 나는 세수를 해서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떡대와 손님이 들어왔다.

"우와 오빠 완전 내 타입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는데."

"아 네 감사합니다."

"왜 이래 선수끼리 딱딱하게 말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 보기랑 다르게 오빠 소심한가봐."

"그건 아니지."

"역시, 그런데 나 침대에서 하기 싫은데."

"그럼 어디서?"

"저기도 괜찮고 또 저기도."

'엑

'손님이 말을 하면서 이곳저곳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던 나는 놀라 다시 손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진심이냐?'정말 저기서 마사지를 받고 싶은 것이냐?

손님이 가리킨 곳은 바닥과 벽이었다. 그리고 그 벽도 바로 거울이 붙어 있는 바로 그 벽... 어쩌라고?

설마 바닥에 눕고 싶다는 건 아닐 테고 설마 날더러 누우라고?

"그럼 우선은 저기."

다행이 먼저 가리킨 곳은 벽이었다. 나는 손님의 옷을 벗기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손님은 다가가는 내 바지에 손을 대더니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마사지 하게 싸줘."

나는 그대로 벽으로 밀어 붙여졌다. 바지에서 나온 내 페니스는 곧 손님의 두 손으로 주물러지며 발기하기 시작했다.

"흐윽"

입으로 꿀꺽 삼켜진 페니스가 완전한 모습을 찾으며 손님의 목구멍을 찌르기 시작했다.

정말 어딘가 빠는 거 가르치는 학원이 있는 거야. 내가 나중에 여자친구를 사귀면 반드시 그 학원에 보내고 만다.

얼마 후 참지 못한 사정감으로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손님의 입안으로 정액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정액이 입안으로 뿜어지자 곧 손님은 물고 있던 페니스를 뱉어내고는 입고 있던 가운을 벗고 자신의 가슴으로 정액이 쏟아지도록 했다.

우윳빛 정액이 손님의 가슴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사정이 끝나자 몸을 일으킨 손님이 내 상의 단추를 열기 시작했다.

단추가 다 열리고 내 가슴과 복근이 드러났다.

"와우 나 오늘 계탔네."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건 해주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 같잖아.

내 상의 단추가 다 열리고 상의가 옆으로 펼쳐졌다. 손님은 정액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가슴을 내 가슴과 배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윽 아하"

참을 수 없는 감촉에 나는 새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어때 좋지?"

"응 너무 좋아."

손님의 가슴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으흑'그러다가 내 페니스를 가슴에 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어억'페니스 끝이 손님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아'정말 미치겠다.

빨리 좀 움직여 보라고. 아니면 좀 세게 빨아 보던가. '아흑'오늘 나 잡는 날이네. 사람 잡겠어.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감질나게 움직이고 있는 손님을 내려다보며 평정심을 찾기 위해 다들 한다던 애국가도 불러보고 구구단을 세 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손님을 그대로 뒤로 밀어 넘어트렸다. 손님의 가슴 위로 올라탄 내가 이미 반쯤 손님의 입안으로 들어가 있던 페니스를 손님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헤엑'내 아래에는 얼굴이 정액으로 범벅이 된 손님이 누워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오빠 왜 그래? 나 그렇게 말하는 거 싫다니까."

'헉'강적이다.

"... 괜찮아?"

"지금부터 오빠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싫을 수도 좋을 수도 있겠지."

"말만 해 내가 삽입하는 것만 빼고 다 해줄게."

"정말이지?"

'우엑'나는 내가 그때 한말을 지키느라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손가락 3개로 손님을 항문을 찔러대며 나중에 반드시 미용장갑을 하나 구비해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겨우 손님을 내보내고 나서 나는 침대에 널부러져 버렸다. '아'돈 벌기 너무 힘들다.

그러나 지명을 받은 덕에 오후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아싸'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과 회식이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구나.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모두들 모여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선 폰을 꺼내 게임에 몰두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무리를 이뤄 잡담을 하고 있었고 이도저도 아닌 나머지들은 통화를 하거나 허공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나는 잡담을 하는 무리로 다가가다가 무리의 중앙에 있는 20번 방 형을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옆으로 가서 폰을 꺼내 들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는 잡담을 하는 무리를 향해 쫑긋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 번에 두식이가 성호 덮쳤잖아."

"그래 나도 기억나 지난 번 회식 때 그랬었어."

"내가 말리려고 했는데 두식이 힘이 어찌나 세던지."

"그러게 그런데 그거도 나름 재미있더라."

"야 너 성호 그 다음날 두식이 자식 죽인다고 난리친 거 생각 안 나냐?"

"하긴 내가 당하는 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쳐."

나는 놀란 눈으로 내 반대편의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1번방 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식 형이라면 3번방 형의 떡대인데 뭐야 삼각관계냐?

바라보고 있던 1번방 형이 눈을 뜨자 나는 얼른 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조용히 좀 해라."

일순 잡담하던 무리들이 조용해졌고 모두들 시선을 아래로 깐 채 1번방 형에게서 점점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었다.

"시호군 들어와요."

26번방의 형이면 이제 바로 다음이 내 차례인가?

형이 들어가고 나서 나는 원장방의 밖에 서서 문에 귀를 대고 방안의 동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야"

넘버투가 내 귀를 잡아 당겨 끌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아파요 선생님."

"그러게 누가 도둑쥐처럼 훔쳐 들으라고 했냐?"

"다음이 저 차례니까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서 그랬어요."

"됐고 넌 여기 있다가 부르면 들어가."

'아씨'뭐야 어차피 여기 서있나 방 앞에 서 있나 자기가 무슨 상관이야.

"... 네"

나는 카운터에서 원장방 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고 잠시 후 성호형이 밖으로 나왔다.

넘버투가 방밖으로 나온 원장에게 귓속말을 했고 원장은 날 잠시 보더니 떡대를 불렀다.

'아이씨'또 기다려야 하나?

목이 한정없이 길어지겠네.

그렇게 떡대들이 다 원장방에 들락거리는 동안 나는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고 결국 내 차례가 돌아왔다.

"영일군 들어와요."

"네"

원장은 방으로 들어온 나에게 소파를 손짓하고는 자기는 소파 앞에 섰다.'뭐야? 이러고 쳐다보라고.'

"한달동안 너무 고생했어. 자 여기 받아요."

"네 감사합니다."

묵직하지도 그렇다고 턱없이 얇지도 않은 봉투의 두께에 내가 확인하려고 봉투를 열어보려고하자 원장이 내 손을 잡았다.

"다음달부터는 학교에 가야하지?"

"네"

"학교에 가더라도 시간 나면 근무할 건가?"

"네"

"그럼 다음달도 잘 부탁해."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시간표 나오면 바로 말씀 드릴게요."

"그렇게 하고 아까 영일군 지명손님이 영일군 칭찬을 많이 하더군.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한다던가? 아무튼 앞으로도 그렇게 수고해줘요."

"... 네"

뭐냐? 그럼 계속 이 손가락들을 혹사 시켜야 한다는 말이야.

"자 그럼 일어서지 다들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겠네."

원장과 내가 방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환타지아 밖으로 나온 원장은 환타지아 내부를 확인하고 문을 잠그고 방범시스템을 켜 두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원장님 오늘 회식 어디로 가요?"

궁금증에 못 이긴 내가 묻자 원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돼지껍데기 먹으러 가."

'에엑'돼지껍데기 돼지껍데기라니... 물론 돼지껍데기를 싫어한다거나 비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회식에 그것도 처음으로 직장에서 가는 회식에서 평소에는 비싸서 잘 먹지 못하는 한우 꽃등심 정도는 먹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잘 못 된 걸까?

힘없는 발걸음으로 환타지아 무리들을 따라 돼지껍데기집으로 들어갔다. 그냥 회식이 아니라 아예 돼지껍데기집을 하루 통째로 빌린 모양이었다.

이 돈이면 한우 꽃등심까지는 아니라도 한우 생갈비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오늘따라 유난히도 질기게 느껴지는 돼지껍데기를 씹으며 이렇게 된 거 오늘 본전을 뽑을 때까지 먹어주겠다는 필승의 각오로 껍데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야 너 점심 굶었냐?"

20번 방 형도 나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잊은 채 이렇게 나에게 물을 정도로 나는 빠른 속도로 돼지껍데기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떡대가 내 앞 접시에 구워진 돼지껍데기를 연신 올려주었고 나는 순간 환타지아에서 무리들이 했던 말들이 생각이 났다.

'두식이가 성호를 덮쳤잖아'설마 내일 쯤 제환이가 영일이를 덮쳤잖아로 바뀌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내 앞접시와 젓가락을 가지고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고 옮겨온 테이블에는 원장과 넘버투 그리고 넘버쓰리까지 앉아 있었고 나는 다시 엉거주춤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어디가냐?"

"네?"

"영일아 여기 내 옆에 앉아라."

넘버투가 내게 손짓을 했고 나는 할 수 없이 넘버투의 옆으로 옮겨 앉았다. 어쩐지 이쪽 테이블에 자리가 많더라니.

"자 마셔라"

폭탄주 조제가 취미인 넘버투가 소맥 폭탄주를 내게 내밀었다. 다행히 다량의 돼지껍데기를 흡입한 터라 폭탄주를 마시기에도 어려움은 없었고 내가 단번에 잔을 비우고 넘버투에게로 돌려주자 넘버투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술 잘 마신다."

"아니요 그저 조금 할 줄 압니다."

"그래?"

그때부터 나와 넘버투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

0